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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람과 함께 잔차를" 프로젝트 중

........2003.09.04 09:26조회 수 1100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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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사는 이상발입니다.

"집사람과 함께 잔차를" 프로젝트 5회차입니다.
1,2, 3회차는 전에 아주대 뒷산 가기 등등을 감행했고요,

최근 2회차는 살과의 전쟁을 선포하고서 살 빼기 모드로 저녁 식사 후 집 인근을 몇 바퀴 돌기 수행중입니다.
4회차는 아주대 앞으로 갔다 왔더니, 차도로 달리기도 힘들고, 인도도 힘들기는 마찬가지고 해서,  

5회차 부터는 집 주변의 신흥 아파트 단지 - 여기는 일단 도로가 넓고 교통량이 아직은 적어 좀 안전합니다. 그리고 인도 옆에 제법 넓직한 빨간색 포장의 잔차 도로, 잔차 마크도 아직 선명한 잔차 도로가 쭈~욱 잘 만들어져 있습니다. 가로등도 잘되어 있고요. 바로 옆에 작은 나무며 꽃이며 보기도 좋고요 - 주변을 돌기로 했습니다.  한바퀴를 다 돌면 8km 정도 나오고, 중간중간 아파트 단지 사이로 막 헤집고 다니면 12km도 나옵니다.
우선은 8km 코스, 아파트 단지 외곽길만 한바퀴 순례하기를 시작합니다.

설겆이거리는 그냥 씽크대 물 속에 텀벙 던져 버리고, 양말 신고, 헬멧 사이즈 조정해서 씌고, 장갑 끼고, 뒷 깜박이 켜고, 앞 라이트 달고, 엘리베이터 앞에서 몸 풀기 한판.

이래 저래 준비하느라 한 20분 이상 소비했습니다. 자 출발. 여전히 차도는 어려워 합니다. 인도로 가는데, 걱정이 여간 아닙니다, 제가요. 앞에서 걸어가던 두 여학생이 갑자기 둘이 장난친다고 홱 하고 몸을 옆으로 돌리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요. 초등학교 구멍가게에서 어린애들이 휙 하고 뛰어 나오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살 떨리는 인도로의 잔차 여행입니다.

이제  좀 달릴만한 자전거 도로입니다. 초저녁 가을 바람 솔솔 불어오지요. 쭈욱 일렬로 들어선 가로등 불빛이 운치있어 보입니다. 집사람 그래도 며칠 탔다고 페달질은 제법 합니다만, 여전히 핸들 콘트롤은 아직 불안해 보입니다. 살을 빼려면 좀 밟아야 한다고 다그쳐 보지만, 속도는 그래도 15를 넘기지 못합니다. 잘 해야 12정도에서 설렁설렁 갑니다. 이래서야 이게 운동효과가 있겠습니까? 초보니까 일단은 이해를 해 주고 넘어가야 합니다. 너무 닥달하면 자전거고 뭐고 다 때려 치운다고 하면 큰 일 납니다.

4km 정도를 왔나요? 자전거 도로에 공사가 잘 못 되었는지 배수가 전혀 안되고, 제법 물이 고인 곳이 나타납니다. 어느쪽으로 기울어서 어디는 물이 고여있고 어디는 물이 없으면 좋겠지만, 어찌된 곳인지 자전거 도로 폭 전체가 다 물이 고여 있습니다. 길이도 한 15m 이상으로요, 역시 불량 공사 같습니다. 도로들도 다 말라 뽀송뽀송한데, 웬 물바다인지.

"페달 밟으면, 물이 다 튀니까, 페달 밟지말고 천천히 최대한 천천히 부드럽게 지나가기만 하자." 라고 외치며 시범을 보인다고 살살 가고 있는데,

"어,어 빨리가," 집사람이 감속을 제대로 못하고, 또 옆으로 가지고 못하고, 속도를 줄인 제 뒤에 바싹 붙어 있더니,

"드르럭, 드르럭, 드러러러러러럭럭,,," 아예 제 뒷바퀴에다가 자기 앞 바퀴로 뽀뽀까지 해 댑니다. 인적없는 곳이라 해도 이렇게 뽀뽀 안 해도 되는데. . .  

그 다음은 불 보듯 뻔한 사고입니다. 자전거가 통제가 안되면, 빠른 속도도 아니고, 당연히 브레이크를 잡고, 정지를 하고 발을 땅에 내 딛어야 하는데. . .

발 디딜 곳은 모두 물 바다 인지라  집 사람 순간 어쩔 줄 모르고 원치 않던 스탠딩 자세로 돌입하고, 스탠딩 3초 이상 해 댄 자기 자신에 놀라 옆으로 넘어 가는데, 넘어지면 손과 발로 지탱을 해야 하건만, 역시 바닥이 물인지라, 손을 뻗을 생각은 안 하고, 손을 몸 뒤로 피하는지라,  결국은 무릎과 턱과 가슴에 자신의 체중을 던져 버리고 말았습니다.

주변에서 빠르게 걷기 운동을 하던 아주머니들도 보고, 저 건너 아파트 단지 안에 인라인 타던 애들도 보고, 아이고 이런 노란 헬멧에 노란 자전거를 타던 우리 집사람 이제는 팔아 치울 게 없었는지 쪽을 다 팔아버렸습니다 그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하나도 다치지 않았다는 것과 집사람도 부끄러운 것을 알았는지 벌떡 일어나서(?)  씩씩하게 잽싸게 잔차 타고 그 지역을 벗어 났다는 것 아닙니까?  

왜 안 아팠겠습니까? 아프지요, 낙차했는데 어찌 안 아파겠습니까만은, 아프다고 하면 걱정할까 봐 용감하게 안 아픈 척 씩씩한 척 하는 것 같습니다. 에고 에고 에고, 잔차 타며 살 빼기도 힘들고, 남편과 같은 취미 가져 보기도 쉽지 않은가 봅니다.

순발력, 지구력, 상황 판단력, 공간 지각력 뭐 하나 잔차 타기에 조금씩은 모자라 보이는 듯 하지만,  
그래도 남편하고 같이 잔차 타 보겠다고 나온 우리 집사람,

대견하고 자랑스럽고 용감하고 씩씩한 우리 집사람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잔차에서 내려서 기립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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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짝짝짝~ ^^ 즐라하세염~
  • 대한민국의 와이프들이여...와이프와 같은 취미를 향유하고픈 남편들의 저 고달픈 심정을 알기나 하는지...^^
    저는 한달간 공들이다 포기했슴다...
  • 후후..화이튕 입니다!!! 예전에 어느 여자분이 써놓으신 글이 생각납니다. 가정의 평화를 위해서 남편이랑 자전거를 탄다....HangGang님도 너무 닥달하지 마세영 ^^;;
  • 전 지금은 수원의 심장부(아닌가?)인 권선동 출신입니다. 제가 초등학생일 땐 저희 집 근처는 모두 논밭 또는 야산이었던 곳입니다.(지금 농수산물시장쯤 됩니다) 저희 집은 독특하게도 과수원과 양계장을 했었구요. 권선동에서 남문까지 가려면 처음엔 한시간에 한 대 제가 중고등학생이었을 때는 40분에 버스 한대가 지나가던 곳이었지요. 옛날 추억때문에 이상발님에게 괜히 정이 갑니다.(저 게이 아닙니다요 ^^)
    제 잔차도 기본급이지만 집사람에게도 싸구려이긴 하지만 어쨌던 MTB를 사주었습니다. 그런데 같이 타려고 해도 잘 안되기 하지만 저도 지금 같이 타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고요, 그래야 가정의 평화가 유지될 것 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입니다.
    지방간님, 기억해주세요. 가정의 평화를 위해 같이 잔차를 타려고 하는 남자도 있다는 것을요. ^^
  • 남편과 같은 취미를 함께하기위한 와이프들의 노력은요?? ^^ㅋㅋㅋ 남친 취미 같이하려다 지금은 제가 더 타고 다니기는 하지만서도....^^;; 어쨋든~모든님들 즐라하세요~~~~~부부라이더님들 모두 만세~~!!! ^^*
  • 반갑습니다. 저는 고등동/화서동 출신입니다. 지금은 저 멀리 경남에 살고 있지만요. 저도 라이딩은 무조건 와이프와 함께 합니다. 가정의 평화 뿐만 아니라 와이프의 건강도 아주 좋아집니다.
    이 기회에 전국 부부 라이더 모임 만드시는건 어떨지??
  • 이곳에서 이상발님의 글을 보니 반갑네요. 이제는 두분이 같이 타신다니 정말 축하드립니다. 저도 박수를 보낼께요 기립박수로요
용용아빠
2024.06.17 조회 64
tre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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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kehol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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