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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에서 수원까지 2박3일 혼자가는 여행<3>

realmaster2003.10.15 20:52조회 수 912추천 수 1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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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글을 보니 출발 날짜가 잘못 됐더군요 ㅡㅡ;; 출발날짜는 9월 마지막 월요

일 29일입니다. 켁~

이제 둘째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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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0일 여행의 둘째날. 밤새 잠을 뒤척였지만 친구의 모닝콜과 폰알람을 이

용해 일단 6시에 일어나는데는 성공했다. 어제밤 해봤던 빨래가 덜 말랐지만

주섬주섬 챙기고 덥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긴 남방도 하나 입었다. 그리

고 민박집에서 나오기전에 주인 할머니께 글하나 남겼다.

'친절히 맞아 주셔서 감사하고 저녁 참 맛있었고 사과도 정말 싱싱했고 꼭 다

시 찾을 수 있었으면 ...'하는 내용이다. 참~명함도 하나 챙기고...

6시40분 드디어 둘째날 여정이 시작됐다. 12시간정도 타야 대전에 도착할 것으

로 예상됐다. 대원사 계곡을 내려오는데 처음 걱정과는 달리 오히려 으슬으슬

추웠다. 긴 옷 안 입었으면 정말 추웠을 것이다. 일단 산청을 빠져나와 함양으

로 가야했으므로 다시 북으로 북으로 페달을 밟기 시작했다. 근데 초반부터 엄

청난 고개를 만났다. 공사를 하고 있는 중이어서 위험하기도 하고 너무도 가파

르고 길었다. 자전거에서 내려 끌고 가는데도 어찌나 발, 다리가 아프고 어깨

도 아픈지 오늘 제대로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들었다. 낑낑데며 올라오다 보니

목도 마르고 어제 머물렀던 민박집에서 가져온 물도 바닥이나 걱정을 했는데

거의 다 올라왔을때쯤 약수터(약수터라기 보다는 그냥 물이 나오는 곳이었다)

가 있어 잠시 쉬었다가 다시 고갯마루로 향했다. 겨우겨우 고갯마루에 도착해

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경치가 참 마음에 든다. 그런데 7시53분...출발한지

한시간이 더 지나서 도착한 것이다.  

  다시 신나는 내리막. 내리막 중간에 잠깐 자전거 옆에 세워 놓고 친구들 줄 단

풍씨를 몇 개 주웠다. 미미하지만 내 여행선물이다 하하...

다시 내리막 여전히 춥다. 내리막이 끝날 때 쯤 강이 하나 보였다. 경호강이었

다. '음~경호강이 여기에 있었군~'하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이 지난 여름 래프

팅하러 놀러왔던 그 강을 자전거를 타고 지나고 있다고 생각하니 약간 묘한 기

분이 들기도 했다. 허기가 져서 일단 아침을 먹기로 하고 음식점을 찾았다. 음

식점에 앉아 시계를 보니 8시30분..출발한지 벌써 2시간이 다 돼가지만 지나온

길을 보니 답답하다.

메뉴는 된장찌개. 식탁 위로 된장찌개가 올라온 순간 아~ 감동이다 정말 맛있

어 보인다. 내가 좋아하는 고등어구이도 있어서 더욱 맛있게 밥을 먹었다. 다

른 테이블에서 식사하고 계시던 아저씨가 어디서 왔냐고 물으신다. 마산에서

어제 출발했다고 하니 신기한 듯 웃으셨다. 그리고 아저씨를 통해 내가 힘들게

넘어온 고개가 밤머리재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밥을 다먹고 다시 출발. 이제

59번국도에서 3번 국도로 바꿔 타고 다시 함양으로 향했다. 아...또 고개다. 힘

들다. 3번 국도에는 고개가 정말 많았다. 고개하나 넘고나면 고개 넘고나면 또

고개... 큰산(지리산)이 근처에 있어 그런거 같다. 정말 사람 지치게 한다. 함양

군 안의면까지 그렇게 도착했다. 이제 다시 26번국도로 바꿔타고 페달을 밟았

다. 물길을 거슬러 거슬러 함양군 서하면에 도착했다. 이것 저것 사먹고 소금

도 입에 조금 털어넣었는데 그 맛이란 참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었다.  너무 짜

고 이상해서 초코렛과 같이 먹었다. 지도를 펴보니 아직 경상남도다. 시간은 12

시. 이런...5시간 넘게 왔는데도 아직 경상남도를 못 벗어났다. 게다가 엉덩이

가 너무 아파서 도저히 안장에 다시 앉을 엄두가 나질 않았다. 배낭에서 수건

을 꺼내어 안장에 덮어 씌웠다. 그러니 좀 앉을만 하다. 다시 출발. 다시 고개

다. 밤머리재 못지 않게 길고 가파르다. 엉덩이도 아프고 다리도 풀리고 자전거

에서 내려 길가에 주저 앉아 버렸다. 갑자기 우울해 졌다. 아직 대전까진 한참

이나 남았는데 시간은 벌써 1시가 다 되가니 막막했다. 최선을 다해서 왔는데

결과가 이러니 눈물이 나려고 한다. 길가에 앉아있으니 졸음까지 몰려온다. 신

문지라도 있으면 깔고 드러 누웠을거다. 꾸벅 꾸벅 졸다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다. 근처 공사장에서 작업하던 인부가 다른 인부를 다그치는 소리다.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 누군가가 다시 출발하라는 소리처럼 들렸다. 그냥 평

소 같았으면 무심코 지나갔을 그 소리가 힘들고 지칠 때 다시 출발할 수 있는

힘을 실어 준 것이다. 다시 자전거를 일으켜 세워 고개를 오르기 시작했다. 타

다가 끌다가 하면서 올라갔다. 굽이 굽이 고개를 오르다 보니 육십령이라는 이

정표가 보인다. 처음엔 굽이가 너무 많아 60굽이라 육십령인줄 알았다. 그리

고 '차'라는 물건이 정말 대단하다는걸 깨달았다. 그렇게 가파르고 긴 고개를

단숨에 올라가는걸 보면...

  결국엔 고갯마루 바로 직전에 있는 휴게소에 도착했다. 잠시 들러 물과 음료

수를 보충하고 숨 돌리면서 주인 할머니께 이 고개 이름이 왜 육십령인지 여쭤

봤다. "옛날에는 고개가 높고 험해서 산짐승하고 산적이 그리 많았단다. 그래

서 사람이 육십명은 있어야 넘는다고 그래가 육십령이다" 정말 그 말씀 뼈 저리

게 느꼈다. 그리고 이 고갯마루 넘으면 이제 전라북도라신다. 드디어 경상남도

를 벗어나는 것이다. 1시30분정도 된 것 같다. 너무 신나서 전라도를 향해서 사

진 한 장 찍고 열심히 페달질해서 단숨에 육십령을 내려왔다. 간만에 소리도 한

번 질렀다. 어찌나 빨리 내려왔던지 아까 밀려왔던 우울함은 나를 따라오지 못

했다. 이정표에서 나타날 듯 말 듯 하며 날 약 올리던 전북 장수군 장계리는 1

시 50분에야 도착했다. 지도를 이리 저리 살펴 무주를 거쳐 영동으로 가기로 했

다. 그런데 또 고개다. 정말 지친다. 본격적으로 고개를 오르기전에 친구들에

게 전화를 했다. 내가 전라북도 지역번호를 직어 줄테니 기다리라고...

  고개가 가팔라서 노래를 부르며 올라갔다. 숨이 차지 않을까 했지만 숨차는

것 보다는 다리가 아팠기 때문에 아픈걸 잊어보려고 노래를 불러봤다. 평소 힘

들 때 부르던 노래들을 하나씩 불러봤다. 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

는 저 힘찬 연어들 처럼(제목이 맞는지..)''태극기'  신해철 '민물장어의 꿈' 임

재범 '비상'등이다. 신기하게도 오르막이 쭉쭉 올라가 졌다. 다리 아픈거에 신

경이 쓰이지 않아 참 좋았다. 고갯마루에 거의 다 왔다. 제일 힘들때다. 그런데

어디선가 개 짖는 소리가 나는 것이다. 고개를 돌려보니 개 한 마리가 짖으면

서 따라온다. 아...갑자기 급박해졌다. 그 힘들 때 힘이 솓구치면서 지금껏 가

장 빠른 페달링으로 고갯마루를 지나갔다.... 다시 신나는 내리막. 길도 넓고 차

도 뜸해서 신바람나게 내려 갔다. 장수군 안성면 사무소까지 단번에 도착했다

그때 시각 3시4분. 19번 국도를 타고 무주로 달렸다. 중간에 501 지방도로 갈아

타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다. 무주를 거쳐 영동으로가는데 다시 고개다. 그래도

밤머리재, 육십령을 넘은 짬밥(?)으로 그리 어렵지 않게 넘었다. 달리고 달려

서 전라북도와 충청북도의 경계를 넘었다. 그때 시각 5시. 3시간30분만에 전라

북도를 가로지른 것이다. 경상남도에 비해 훨씬 짧은 시간이 걸려 기분이 좋았

다. 충청도와의 만남을 기념하는 사진을 한 장찍고 다시 출발. 그런데 가도 가

도 아직 19번 국도다. 이상해서 지도를 펴보니 길을 잘못 든 것이다. 하는수 없

이 19번 국도를 계속 타고 가다가 4번 국도를 다시 갈아타기로했다. 거리상 많

은 차이가 났지만 너무 많이 지나와 버려서 되돌아 가는 것 보다는 그 편이 나

았기 때문이다. 5시 30분쯤 됐을까 대전 55km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55km...차

로 가면 한시간도 안걸리는 거리다. 그치만 자전거로는 4시간 정도 걸리는 거

리. 하지만 4시간이나 더 자전거를 타야 한다는 생각은 내 머릿속 어디에도 없

었다. 55km 밖에 안 남았다는 사실이 기쁠 뿐이었다. 이제 영동을 거쳐 옥천으

로 간다. 그런데 해가 저물어 버렸다. 미등도 없고 전방 라이트도 없어서 너무

위험했다. 그런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대전까지 못 가면 그냥 길에서 쓰러져 죽어라. 대전까지 못가면 이번 여행 의미없다. 목숨 내놓고 가라. 그만한 가치가 있다.'


좀 과격한 생각이다. 그리고는 민물장어의 꿈이 다시 생각나면서 나도 모르게

울컥했다. 다시 자전거에 올라탔다. 페달링을 하는데 이상하게도 오르막도 가

볍게 올라간다. 정신적인 힘일까? 신기한 경험이다. 갓길에 바짝 붙어 속력을

냈다. 미등이 없으니 사이드 미러로 후방을 주시하면서 차가 올때마다 좌우로

약간씩 왔다갔다 하면서 운전자들이 나를 잘 알아 볼 수 있도록 했다. 그런데

길이 너무 어두워져 아무것도 보이지 않자 길에 떨어져 있는 반사시트를 뒤통

수에 붙였다. 정확히는 헬멧과 머리 사이에 끼워 넣었다. 직접 뒤에서 보지는

못해서 효과는 잘 모르겠지만 심리적으로 조금 안심이 됐다. 그리하여 옥천 시

내에 도착했다. 시간은 7시 41분. 날이 너무 어둡고 달도 밝지 않아 옥천에 머

물까도 했지만 다시 대전을 향해 페달을 밟았다. 아까 그말을 떠올리며....

세차게 페달을 밟았다. 뭔가에 홀린 듯이 미친 듯이 밟았다. 옥천-대전 구간

은 옥천에 도착하기전보다 가로등이 훨씬 많아 안전했다. 열심히 밟아 대전-옥

천경계에 도착했다. 예정보다 조금 늦게 도착했다. 그러나 뭔가 해냈다는 감동

이 밀려왔다. 8시7분. 이정표를 향해 사진 한 장 찰칵하고 물 한 모금 먹고 다

시 출발. 대청호가 대전에 걸쳐져 있다는 사실을 오늘(9월30일)에야 알았다. 조

금 황당했다. 대청호에는 뭔가가 있을 것 같았다. 한강 야경처럼은 아니라도 호

수가만의 특별함이 있겠지?? 민박도 거기서 해결하기로 했다.

그  러  나  

천만의 말씀이었다. 특별한 무언가는 전혀 없었다. 그냥 호수 옆에 길만 나 있

을 뿐이다. 8시50분쯤 동명초등학교에 도착했다. 역시 깜깜하고 인기척도 없

다. 예상했던 민박도 보이지 않고...

그런데 가만히 생각을 해보니 대청호근처가 상수도 보호구역일거란 생각이 들

었다. 그래서 숙박시설이 없지 않을까.. 계속해서 길을 따라 갔다. 아깐 그래도

불빛이라도 있었는데 아주 깜깜하다. 그 와중에 참 신기한 것이 불빛없고 맞는

길인지도 잘 모르는 곳을 혼자서 지나 갔지만 전혀 무섭지가 않은 것이다. 가

수 강산에 노래중에 이런 구절도 생각났다. '막막한 어둠으로 별빛조차 없는

길 일지라도 포기할 순 없는거야 걸어걸어걸어 가다보면...' 정말이지 딱맞는

상황이다. 걸어가다보면 뭔가 나오겠지... 그렇게 걸어걸어 10시10분쯤에 신탄

진에 도착했다. 저 멀리서 보이는 아파트 불빛이 어찌나 반갑던지 ..

  어슬렁 여관을 찾다가 일단 밥부터 먹어야 겠다는 생각에 김밥집에 들어갔

다. 주인 아저씨와 이것 저것 이야기하면서 김밥과 라면을 맛있게 먹었다. 나중

에 계산할 때 500원 할 일까지 해주셨다. 감사합니다 인사와 함게 아저씨가 알

려주신 모텔촌(?)으로 갔다. 카운터에 물어보니 2만5천원이란다. '혼자'라는 점

을 이용, 흥정을 해서 2만원에 낙찰을 봤다. 그런데 배낭속을 아무리 뒤져봐도

1만9천원 밖에 안나온다. 근처에 현금인출기 없냐고 여쭈다가 천원만 더 깍아

달라고 거의 때쓰듯이 매달렸다. 결국 1만9천원에 숙박비를 해결하고 방으로

올라갔다. 방은 매우 마음에 들었다. 같은 가격의 민박에 비해 훨씬 좋다. 자전

거도 방안에 들여 놓을 수 있으니 더욱 안심이다. 욕실에 물 받아 놓고 몸을 담

그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빨래 몇 개 해결하고 이불펴고 누워 글을 쓴다. 어

제와는 몸상태가 많이 다르다. 더 피곤하고 잠자리에 드는 시간도 훨씬 늦고..

얼른 자야 겠다. 내일은 7시에 출발할 예정이다.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또 친

구들이 보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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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자연은 끝내...우리를 허락하지 안았다.. (by rampkiss) 마니님 관악산 널널번개 후기 (by 심야잔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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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4.02 조회 905
........
1999.10.07 조회 906
Bluebird
2004.03.01 조회 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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