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8월16일]===
나는
아침 10시를 약간 넘은 시간에 프랑크푸르트중앙역에서
기차를 탔다.
개인적으로 약간 놀라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기차에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닌가???)
그렇게 기차를 3번을 갈아타며,
독일의 Füssen이라는 곳으로 갔다.
독일은 한국과 달리 산이 별로 없다.
북쪽으로 갈수록 평평한 지형이다.
남쪽으로 갈수록 점점 산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 쯤에는,
엄청 높은 봉우리들 앞에서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쒸바, 이거 내가 저런 곳을 올라가야 하나?
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6시쯤이었고,
나는 잘 곳을 찾아 방황했다.
그러나, 길을 잘 몰라서인지 비싼 호텔들 밖에는 보이지 않았고,
나는 결국 역 근처의 가게에서 Campingplatz가 어디에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가게 아저씨는 "지금 당장 예약해줄까"하기에, 그러라고 했더니,
전화기에 대고 뭐라고 씨부렁거렸다.
그러고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 번 예약에 40cent"
뭐? 나는 그 전까지 "이 아저씨 참 친절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한 마디로 그 생각이 사라졌다.
역시 사람은 어디를 가나 돈 없으면 아무 짓도 못한다니까...;;;
아저씨가 가르쳐 준 곳으로 대충 6km정도 가니,
캠핑플랏츠가 나왔고,
하루밤에 약 5Euro50Cent인 돈을 계산했다.
잘 곳을 정하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왔고,
나는 다시 퓌센으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저녁 먹으로...
그때 마침 퓌센시에서는 "KeiserFest(카이저축제...그냥 축제의 한 종류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중세시대의 복장으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나는 거기서 대충 저녁을 때우고 다시 잠자리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은 상당히 어두웠다.
산 속에라 금방 어두워졌고,
나무들까지 많아서 돌아가는 길은 한마디로 "어둠침침"했다.
그렇게, 돌아가서는 잠을 잤다.
===[2003년8월17일]===
너무나 이른 아침에 나는 일어났다.
왜냐하면, 너무 추워서였다.
밤에 산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가끔 짧고 굵게 소나기가 쏟아졌기 땜시...
아마 오전 5시 30분 쯤 되었을 시간이었을 것 같다.
나는 찌뿌둥한 몸을 원래대로 돌려 놓으려고,
자전거를 타고 Neuschwanstein성으로 갔다.
그렇게 땀을 빼고 나니, 배가 고파오는데,
그 허기는 점점 나를 괴롭혔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일요일 아침이라 문을 연 가게나 식당은 없었다.
결국 나는 2Euro50Cent를 더 계산하고,
아침식사를 했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나니 또 슬슬 걱정이 되었다.
"어디로 가야하나?"
나는 지도를 보며, 이리저리 헤맸다.
그렇게 끙끙거리며 Reutte까지 갔다.
거기서 나는 또 헤매기 시작했다.
Heiterwang까지 가는 길을 몰라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우연히 자전거 여행을 하는 두 독일넘을 마주쳤다.
그들 역시 그때 길을 잃고 헤매던 중이었다.
나는 "내가 늬들 따라가도 되냐?"고 물었고,
"그래도 된다"기에 얼씨구나 하고 따라 나섰다.
가던 중에 나는 독일에서 가장 높은 산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 산은 오스트리아에 있는 것이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산꼭대기에 있는 기상관측소가 독일꺼라서 그렇단다...
그렇게 중간중간에 잠담도 하고 열심히 업힐도 하며,
결국 Lermoos까지 갔다.
거기서부터 나의 몸은 서서히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게다가 나는 Fernfass(해발 약1500m)를
산 속으로 통과하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산 속 길이라 정말 XX 같았다.
자갈과 주먹만한 돌들이 깔려 있어서,
뒷바퀴가 자꾸 헛 돌았다.
결국 비실거리며 자전거를 끝까지 끌고갔다.
그렇게 비틀거리며, 2시30분 쯤 어떤 Cafe에 도착했다.
아마 그 까페 이름이 SeeCafe였을 것 같다. 정확히는 모르겠다.
나는 "이제 살았구나"하고 뭔가를 주문했는데,
치즈가 느끼해서 다 못 먹었다.
그리고 난 후, 나는 Nassereith까지 가서 어떤 Pension에서 하루 자기로 했다.
나는 나를 거기까지 안내해 준 그들이 너무 고마워서 저녁이라도 살 까 했는데,
그 들은 Imst 까지 가야 한다기에 그만 헤어졌다.
나중에 한국에 오면 연락하라고 멜 주소 교환했는데, 우째됐을꼬...
역시 자전거를 타는 넘들 끼리는 뭔가 통하는 것이 있다니까...
그 넘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이런저런 생각에 뒹굴거리다 잠이 들었다.
===[2003년8월18일]===
지도를 보며, 다음 갈 길을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처음 가는 길이라 신통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언제 이딴 걱정 하고 살았나... 닥치는 대로 살자... 가자!
아침에 나오니, 버스 정류장에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을 발견했다.
나는 지도를 꺼내서 Imst까지 우째 가는지를 물었다.
의외로 쉬웠다.
도로를 따라 가야 한다기에, 자전거 도로는 없냐고 했더니,
여기는 이 도로 밖에 없단다.
나는 그렇게 살포시 Imst까지 갔다.
거기서 나는 어떤 아줌마에게 다시 길을 물었다.
"Sölden까지 어떻게 가나요?"
"이리가서 저리가고, 저리 가서, 요리 가고..."
그 아줌마 역시 Bundesstrasse를 따라 가라는 말을 했다.
"아하. 사람도 지나다닐 수 있는 길입니까?"
"그럼! 나도 매일 지나가는데!"
그렇게, 나는 Roppen까지 간 후, 거기서 Sautens까지는 산 속의 조그만 길로 갔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무리없이 죌덴까지 갔다.
한가지 이상하게 생각했던 점은,
""이상하다. 오르막 길이 아닌데, 왜 이렇게 속도가 안나지???"
이었는데, 돌아오면서 그 의문은 다 풀렸다. (나중에 적을께...)
2시30분쯤 죌덴에 도착!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도착했다.
그냥 Timmelsjoch를 넘을까 하다가 비가 쏟아지기에 그냥 거기서 자기로 했다.
처음에는 캠핑플랏츠를 찾아봤는데,
너무 추워서 걍 방에서 자기로 생각을 바꿨다.
지금 생각해보면,
죌덴에서 내가 잤던 Pension이 가장 저렴하고 좋았던 거 같다.
비가 계속 내린다...
내일을 위해서 자야쥐...
Zzz...
===[2003년8월19일]===
아하! 상쾌한 아침!
이제 Timmelsjoch만 넘으면 Italien이다!!!
그런데 높이가 만만치 않구나...
지도에는 대충 2400m라고 기록이 되었었다.
으음... 높이 차가 대충 1200m정도구나... 여유를 가지고 슬슬 가자.
그렇게, 출발했다.
낑낑...;;;
각오는 했었지만... 뭔 오르막 길이 이렇게 끝이 없다냐???
구불구불...;;;
약3시간 30분 후, 나는 해발고도 2400m라고 적힌 표지판을 보게 되었다.
으잉??? 이게 끝이 아닌감??? 뭐야???
바람도 차갑고, 온도도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았지만, 나는 무척 더웠다.
온 몸에서 땀이 졸졸 흘렀다.
결국 나는 해발 2509m에 있는 Rathaus를 발견하고,
오르막의 끝임을 알았다.
그 순간의 느낌은... 다음과 같다.
"쒸바! 나도 한 건 해써!!!"
온도를 확인하니 영상 8도 였다.
순간 땀이 식으며, 엄청난 한기가 느껴졌고, 가지고 있던 옷을 다 입었다.
한 여름에 추워서 콧물 흘린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뒤 Meran까지의 길은 대체로 내리막이었다.
올라올 때는 끊임없이 올라오더니, 내려갈 때도 끊임없이 내려갔다.
중간중간에 동굴이 있어서 약간 위험하기도 했다.
한참 Meran 까지 내려가니, 대충 1시30분 쯤이었다.
정말 빠르군...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시작이었다.
이탈리아 표지판은 여행객에게는 참으로 XX같은 것이다.
나는 3시간 넘게 Meran을 벗어나지 못했고,
같은 자리를 맴맴 돌았다.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쒸바! 필요한 지명은 안 적어놓고, 괴상한 가게나 호텔 이름만 잔뜩 적어놓다니...;;;"
한참을 헤매고 물어물어 결국 어느 독일인 여행객을 만나 길을 알았고,
Lana로 갈 수 있었다.
참고로 이탈리아인의 반 정도는 독일말을 할 줄 아는 것 같았다.
내가 독일어로 물으면,
반은 이탈리아어로, 반은 독일어로 대답한다.
가끔 영어로도 대답하기도 하고.
대체로 이탈리아인은 친절하고 정이 많다.
괴상하게 생긴 내가 불쑥 독일어로 길을 물어 보는데도,
친절히 가르쳐주고, 안내해준다.
그러나, 그런 좋은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표지판은 왜 그 XX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지도를 꺼내 보고, "Unser Liebe Frau im Walde"라는 곳에서 하루 자기로 했다.
그러나, 지도에도 잘 나와있지 않은 오르막 길이 하나 더 있었다.
나는 계속 올라갔다.
나중에는 힘이 다 떨어져, "Unser Liebe Frau im Walde"를 8km 앞두고
자전거를 끌고 갔다.
Gampenjoch에 도착했을 때의 시간은 8시 10분이었다.
날은 점점 어두워졌고, 나는 급히 그곳까지 갔다.
그러나, 나는 다시 한 번 어려움에 부닥쳤다.
그 날도 밤이 꽤 추워서 방에서 잘까 했는데,
딱 두개 있는 숙박업소에 방이 없었다.
쒸잉...;;; 나는 절망적으로 호텔직원에게 물었다.
"혹시 하룻밤 잘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겠냐?"
그러나, 대답을 듣고는 나는 잠깐 황당했다.
"혹시 교회에 가서 물어보면 잘 수도 있을 것 같다."
"으잉? 교회??? 그거 확실한 방법이냐? 아니면, 네가 지금 대충 생각해서 한 말이냐?"
"일단 물어 볼 수는 있지 않느냐."
다른 방법이 없어서 나는 무작정 교회 벨을 눌렀다.
잠시 후 한 늙은 목사가 나왔고,
나는 잘 곳이 없으니 제발 하루 자게 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는 호텔이 아니다. 도로를 따라 가면 다른 호텔이 있을 수 있다." 라고 하기에,
"나는 자전거를 타고 왔다. 더이상 오늘은 아무데도 못간다."라고 했다.
잠시 고민하던 그에게 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건물의 복도라도 괜찮으니 자게해 달라. 밖은 너무 춥다"
드디어 그는 OK했고, 나는 "드디어 살았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뼈마디를 욱신하게 하는 추위는 피했으니,
살아남을 수 있겠구나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그리고, 잤다... 그리고 한 번 깼다.
추워서...
시간을 알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와서 시계탑을 보니 3시 30분이었다.
쒸바 건물 내부도 뒤지게 춥구나...;;;
혼자 궁시렁거리며, 자려고 노력했고, 다음날 아침 6시 쯤 깼다.
===[2003년8월20일]===
찌뿌둥하게 일어나서 한 호텔로 갔다.
아침 먹으러.
6Euro하는 아침식사를 하고나니,
좀비에서 인간으로 환생한 느낌이었다.
그러고보니, 교회 뒤편에도 공동묘지가 있던 것 같았는데...
까딱 잘못했으면, 거기에 묻힐 뻔 했구나 싶었다... 나도 참 질긴 놈이군...
나는 호텔 식당에 있는 공짜 엽서를 하나 주워서 거기에 이렇게 한글로 적었다.
"쒸바! 얼어 뒤지는 줄 알았다!"
몸은 피로했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다.
이제 얼마 안가면 나의 목표인 "Gardasee(Lago di Garda)"가 있을 것이기에.
그러나, 우려했던 사태가 또 발생했다.
길을 헤매는 것이었다.
Trentto였을 것이다.
Rovereto로 가는 길을 몰라 또 헤매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영부영횡설수설 1시간을 헤매다 Rovereto라는 간판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달렸다.
로페레토를 4km 정도 앞두고 나는 극도로 짜증을 냈다.
"사람들에게 Gardesee를 물어보면, 무조건 Rovereto까지 가야 한다고만 하고,
거기서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정보가 없으니, 힘이 안나는구나...;;;"
내가 샀던 지도에는 Trentto까지만 나와 있었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더 불안했다.
지도에도 없는 곳을 가뜩이나 표지판이 엿같은 이탈리아에서 찾는다는 것이
처음가는 나에게는 너무나 불안했다...;;;
그러나, 나의 이런 짜증은 로페레토에 도착하자마자 기쁨으로 바뀌었다.
표지판에 "Riva del Garda 20km"라고 적혀 있었다!!!
드디어 찾았다!!!!!!!!!!!!!!!!!!!!!!!!!!!!!!!!!!!!!!!!!!!!!!!!!!!
찾았다는 기쁨에 힘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두번을 더 물어 본 후 드디어 Gardasee를 찾았다.
...;;;
아...
너무나 아름다웠다!!!
400km넘게 달려온 나의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는가!!!
멀리서 바라본 Gardasee는... 지금도 내 언어로는 표현 할 수가 없다!!!
태어나서 이런 아름다운 호수를 본 적이 없었다.
wunderbar!
나는 am Gardasee 에서 만큼은 편하게 빈둥거리고 자리라 마음 먹었고,
아무 호텔이나 들어가기 시작했다.
세 번의 거절 끝에 방을 잡았고, 두 밤 (아침식사포함) 자는데 70Euro를 계산했다.
Lago di Garda...
만약 내가 외계인 친구를 사귀고 있다면, 그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Gardasee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2003년8월21일]===
하루종일 빈둥거렸다.
아침부터 산보(일본말인가?)하고, 내리쬐는 태양아래 광합성도 하고,
파스타, 스파게티, 피자등을 뜯으며, 어슬렁거렸다.
정말 아름다웠다.
그림을 그려도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모든 것들이 아름다웠다.
사람들, 배들, 초록빛 물결, 해변등등...
모든 것이 한폭의 그림이었다.
나 역시 이 하루동안 이 한폭의 그림 속에서 빈둥거리고 돌아다녔다.
한 가지 색다른 것은,
이탈리아 사람들은 혼자서 피자 한 판을 다 먹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그것도 신기했다.
나는 느끼해서 두 조각 정도 밖에 못 먹는데...???
궁금해서 처음 먹어 본 이탈리아피자를 통해
나는 왜 한국에서는 피자를 잘 먹지 못했나는 깨달았다.
내가 먹은 피자는 우리나라의 파전보다 덜 느끼했다.
밀가루층이 정말 얄팍했다.
고소하고, 맛있었다.
그런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이 약간 무성의하게 피자를 만드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피자 모양도 직접 손으로 빚은 것 같이, 동그랗지가 않고 약간 타원이고 불규칙적이었다.
나는 혹시 중국집도 있나 싶어서 찾아 봤는데,
어느 골목길 한 구석에서 하나 발견했다.
그런데, 닫혀 있었다.
배도 타려고 했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빈둥거리느라 못탔다.
이탈리아 음식도 나에게는 잘 맞는 모양이다.
비싸서 탈이지...
최대한 색다른 것들을 많이 접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Gardesee는 매시간마다 풍경의 느낌이 틀리다.
볼때마다 신기하게도 다른 느낌을 주었다. (나만의 착각인가???)
밤에도 산책하기에 딱 좋다.
적당히 미지근한 바람! 적당히 들리는 은근한 파도소리!
여자친구 데리고 왔으면 딱인데... 너무나 안타까웠다.
이 아름다운 곳에서 나 혼자만 뮝기적거리고 있다니...
참고로 내가 거기서 이틀동안 자면서 마주친 동양인은 딱 둘이었다.
중국인 아줌마 하나, 그 아줌마 등에 업힌 아기 하나.
이런저런 상념 속에서 내일을 준비하고 잠들었다.
===[2003년8월22일]===
새출발!
몸도 마음도 가뿐히!
잘있어라. 가르다호... 이탈리아...
한 번 왔던 길이라 이제는 헤매지 않았다.
무리없이 갈 수 있었다.
원래는 다른 길로 돌아가려 했는데,
Gardasee에서 이틀을 자는 바람에 시간이 없었다.
(원래는 하루만 자려고 했는데, 경치에 취해서 그만 이틀을 자버렸다.)
저녁 6시쯤 나는 Meran까지 갈 수 있었다.
더 갈까 했는데, 숙박업소가 많은 메란이 잠자기에 편할까 해서 그만 멈췄다.
근디... 캠핑플랏츠는 어디에 있지???
1시간을 또 헤맸다.
정말 대도시는 짜증난다.
그러다가 피곤해서, 그만 아무 방이나 들어갔다.
내가 생각해도 자전거 여행치고는 좀 호사스럽지 않나 싶었다.
54Euro였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자 버렸다.
===[2003년8월23일]===
다시 Timmelsjoch를 넘어야 한다.
좀 막막하군.
죌덴에서 팀멜스요흐까지 높이차는 대충 1200m정도지만,
메란에서 거기까지는 높이차가 대충 2000m정도였다.
(알프스의 길은 보통 경사도가 북한산의 도선사 가는 길 정도 쯤,
혹은 약간 그 이상이다.
그런 길을 보통 최소한 25km정도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씨바 가자. 오늘 안에 죌덴까지 돌아가겠지...
다시 끊임없이 페달질을 했다.
...;;;
나중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전 같으면 자전거를 타지 않고 걸어 갔었어야 할 정도로 피곤한데,
계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었다.
체력이 늘었나???
이런저런 잡생각도 해보고,
혼자 독일말, 한국말 섞어가며 중얼거리기도 하고,
(고도가 높아질 수록 자동차도 사람도 드물게 지나간다)
지겹게 올라갔다.
가끔 보이는 염소때를 보고,
"늬들은 우째 여기까지 올라왔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결국 다시 Timmelsjoch에 올라갔다.
거의 다 왔을 때 쯤 내가 낑낑거리자,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Noch wenig, noch wenig!(쫌만더)"
참 고마웠다.
나중에 한번 더 마주쳤는데, 고맙다고 인사했다.
내려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그러나 언제나 위험하다.
너무 빠르게 내려가기 땜시...
가끔 도로에 염소나 양때들이 있을 수도 있고,
돌이 튀어 나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난 꼭 헬멧은 썼다.
결국 오후5시쯤 다시 죌덴에 왔고,
전에 잤던 그 방으로 가서 잤다.
저녁을 먹으러 나와서, 아무데나 들어갔는데,
내가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배가 너무 고파서 좀 큰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직접 보니 너무 컸다.
야채와 감자튀김도 수북히 쌓여 있었다...;;;
그런데, 한 번 음식이 들어가기 시작하자 끊임없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15분쯤 후에 다 먹었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왜 운동선수들이 밥을 많이 먹는지를...
정말 끊임없이 들어가는데, 배가 안 부르다.
뷔페식당에 갔으면, 참 좋았을 걸 생각했다...
===[2003년8월24일]===
흐음...
퓌센까지 얼마나 걸릴까...?
모르겠다.
가는데 까지 가서 자고 생각하자.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달렸다.
알고보니 내리막(출발할 때의 오르막 길)이었다.
아하! 이래서 내가 여기를 지나갈 때 힘들었었군...
실제로 자전거를 타면, 경사도가 얼마인지 나는 잘 모른다.
쉽게쉽게...
그렇게 경치구경도 하고,
"히히, 여기를 지났을 때 내가 뭔 생각들을 했었지..."하며 생각도 했다.
갈 때는 열심히 갔는데,
올때는 여유작작이었다.
물론 Fernfass에서는 좀 힘들었지만,
곧 다시 내리막이라 크게 지치지는 않았다.
그렇게 퓌센까지 가버렸다...
너무 빨랐나?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다.
마지막 날이라, 노이슈반슈타인성을 구경할까 하고 갔는데,
입장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을 그룹별로 모아서 들어가게 했는데,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돈 안내고 구경하려는 나 같은 넘을 통제하려고 그러는 건지도 모르지만...
그냥 전에 갔던 캠핑플랏츠로 가서 다시 자리깔고 잤다.
다음날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갔다...
===[끝]===
===[짤막한결론]===
알프스는 아름답다.
우리나라의 금수강산도 역시 아름답다.
그러나, 왜 아름다운가 하는 문제에서의 답은 틀리다.
그들은 알프스를 지킬 줄도 알고, 개발할 줄도 아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가진 관광자원이 그들의 것보다 못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그것을 개발하는 인간들이 우리들의 기대에 좀 덜 미치는 인간들일 뿐이다.
지도에 깨알같은 글씨로 적힌 작은 마을도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산촌의 집 한채를 짓는데도, 그 집에서 사는데도,
그들은 그냥 살지 않는다.
스위스쪽은 잘 모르겠다. 안가봐서.
그러나 내가 가본 동네들은 모두 동화책 속에서 본 그 것이었다.
우리는 자연과의 조화를 통한 아름다움이 한국적인 美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말은 하지 않는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들의 집들은 인공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아담한 집들, 풀 뜯은 소들, 뛰노는 아이들...
그러나, 그들의 집들은 알프스와 너무 잘 어울린다.
일부러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고 애쓰지 않아도 너무 잘 어울린다.
내가 디지털카메라 안 산거 후회한 적은 이번 여행에서 처음이었다.
사진 잘 못 찍는 넘이라도 알프스에 오면,
누구나 사진기사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자전거와 도보 여행자들을 위한 많은 작은 길들도 참 인상적이었다.
울나라 국도에서 자전거를 타면
차들이 무서워서 제대로 여행을 즐기지 못하는데,
거기서는 그런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한 가지 생각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과연, 여행이란 무엇인가?"
유명한 곳에 가서 사진 찍고, 기념품 사고... 이런 것이 여행은 아닐 것 같았다.
아직 이 물음에 답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나와 대화를 나눈 모든 사람들,
나를 스쳐간 모든 사람들,
내가 지나간 길과 건물들...
너무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고 나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했다.
(여기에 기록하지 않은 다른 자잘한 이벤트(?)들이 많다.)
지금도 가끔 꿈에 나온다.
알프스 산골마을을 자전거를 타고 가는 꿈...
그들과 여과없이 부딧끼며 많은 것을 느꼈다.
이번 여행은 죽어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장이 높임말이 아니라 죄송...;;;
나는
아침 10시를 약간 넘은 시간에 프랑크푸르트중앙역에서
기차를 탔다.
개인적으로 약간 놀라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기차에 자전거를 가지고 탈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닌가???)
그렇게 기차를 3번을 갈아타며,
독일의 Füssen이라는 곳으로 갔다.
독일은 한국과 달리 산이 별로 없다.
북쪽으로 갈수록 평평한 지형이다.
남쪽으로 갈수록 점점 산들이 보이기 시작했고,
목적지에 도착할 때 쯤에는,
엄청 높은 봉우리들 앞에서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쒸바, 이거 내가 저런 곳을 올라가야 하나?
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 6시쯤이었고,
나는 잘 곳을 찾아 방황했다.
그러나, 길을 잘 몰라서인지 비싼 호텔들 밖에는 보이지 않았고,
나는 결국 역 근처의 가게에서 Campingplatz가 어디에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가게 아저씨는 "지금 당장 예약해줄까"하기에, 그러라고 했더니,
전화기에 대고 뭐라고 씨부렁거렸다.
그러고는,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한 번 예약에 40cent"
뭐? 나는 그 전까지 "이 아저씨 참 친절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 한 마디로 그 생각이 사라졌다.
역시 사람은 어디를 가나 돈 없으면 아무 짓도 못한다니까...;;;
아저씨가 가르쳐 준 곳으로 대충 6km정도 가니,
캠핑플랏츠가 나왔고,
하루밤에 약 5Euro50Cent인 돈을 계산했다.
잘 곳을 정하고 나니,
슬슬 배가 고파왔고,
나는 다시 퓌센으로 자전거를 타고 갔다.
저녁 먹으로...
그때 마침 퓌센시에서는 "KeiserFest(카이저축제...그냥 축제의 한 종류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이 중세시대의 복장으로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나는 거기서 대충 저녁을 때우고 다시 잠자리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길은 상당히 어두웠다.
산 속에라 금방 어두워졌고,
나무들까지 많아서 돌아가는 길은 한마디로 "어둠침침"했다.
그렇게, 돌아가서는 잠을 잤다.
===[2003년8월17일]===
너무나 이른 아침에 나는 일어났다.
왜냐하면, 너무 추워서였다.
밤에 산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가끔 짧고 굵게 소나기가 쏟아졌기 땜시...
아마 오전 5시 30분 쯤 되었을 시간이었을 것 같다.
나는 찌뿌둥한 몸을 원래대로 돌려 놓으려고,
자전거를 타고 Neuschwanstein성으로 갔다.
그렇게 땀을 빼고 나니, 배가 고파오는데,
그 허기는 점점 나를 괴롭혔고 불안하게 만들었다.
일요일 아침이라 문을 연 가게나 식당은 없었다.
결국 나는 2Euro50Cent를 더 계산하고,
아침식사를 했다.
그렇게, 배를 채우고나니 또 슬슬 걱정이 되었다.
"어디로 가야하나?"
나는 지도를 보며, 이리저리 헤맸다.
그렇게 끙끙거리며 Reutte까지 갔다.
거기서 나는 또 헤매기 시작했다.
Heiterwang까지 가는 길을 몰라서...
이리저리 헤매다가
우연히 자전거 여행을 하는 두 독일넘을 마주쳤다.
그들 역시 그때 길을 잃고 헤매던 중이었다.
나는 "내가 늬들 따라가도 되냐?"고 물었고,
"그래도 된다"기에 얼씨구나 하고 따라 나섰다.
가던 중에 나는 독일에서 가장 높은 산을 발견했다.
그러나 그 산은 오스트리아에 있는 것이었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산꼭대기에 있는 기상관측소가 독일꺼라서 그렇단다...
그렇게 중간중간에 잠담도 하고 열심히 업힐도 하며,
결국 Lermoos까지 갔다.
거기서부터 나의 몸은 서서히 "피로"를 느끼기 시작했다.
게다가 나는 Fernfass(해발 약1500m)를
산 속으로 통과하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일인지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산 속 길이라 정말 XX 같았다.
자갈과 주먹만한 돌들이 깔려 있어서,
뒷바퀴가 자꾸 헛 돌았다.
결국 비실거리며 자전거를 끝까지 끌고갔다.
그렇게 비틀거리며, 2시30분 쯤 어떤 Cafe에 도착했다.
아마 그 까페 이름이 SeeCafe였을 것 같다. 정확히는 모르겠다.
나는 "이제 살았구나"하고 뭔가를 주문했는데,
치즈가 느끼해서 다 못 먹었다.
그리고 난 후, 나는 Nassereith까지 가서 어떤 Pension에서 하루 자기로 했다.
나는 나를 거기까지 안내해 준 그들이 너무 고마워서 저녁이라도 살 까 했는데,
그 들은 Imst 까지 가야 한다기에 그만 헤어졌다.
나중에 한국에 오면 연락하라고 멜 주소 교환했는데, 우째됐을꼬...
역시 자전거를 타는 넘들 끼리는 뭔가 통하는 것이 있다니까...
그 넘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할 지 모르겠지만...
이런저런 생각에 뒹굴거리다 잠이 들었다.
===[2003년8월18일]===
지도를 보며, 다음 갈 길을 생각했다.
그러나, 역시 처음 가는 길이라 신통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다.
에라, 모르겠다... 내가 언제 이딴 걱정 하고 살았나... 닥치는 대로 살자... 가자!
아침에 나오니, 버스 정류장에 다른 자전거 여행자들을 발견했다.
나는 지도를 꺼내서 Imst까지 우째 가는지를 물었다.
의외로 쉬웠다.
도로를 따라 가야 한다기에, 자전거 도로는 없냐고 했더니,
여기는 이 도로 밖에 없단다.
나는 그렇게 살포시 Imst까지 갔다.
거기서 나는 어떤 아줌마에게 다시 길을 물었다.
"Sölden까지 어떻게 가나요?"
"이리가서 저리가고, 저리 가서, 요리 가고..."
그 아줌마 역시 Bundesstrasse를 따라 가라는 말을 했다.
"아하. 사람도 지나다닐 수 있는 길입니까?"
"그럼! 나도 매일 지나가는데!"
그렇게, 나는 Roppen까지 간 후, 거기서 Sautens까지는 산 속의 조그만 길로 갔다.
그리고 그때부터는 무리없이 죌덴까지 갔다.
한가지 이상하게 생각했던 점은,
""이상하다. 오르막 길이 아닌데, 왜 이렇게 속도가 안나지???"
이었는데, 돌아오면서 그 의문은 다 풀렸다. (나중에 적을께...)
2시30분쯤 죌덴에 도착!
생각보다 너무 빠르게 도착했다.
그냥 Timmelsjoch를 넘을까 하다가 비가 쏟아지기에 그냥 거기서 자기로 했다.
처음에는 캠핑플랏츠를 찾아봤는데,
너무 추워서 걍 방에서 자기로 생각을 바꿨다.
지금 생각해보면,
죌덴에서 내가 잤던 Pension이 가장 저렴하고 좋았던 거 같다.
비가 계속 내린다...
내일을 위해서 자야쥐...
Zzz...
===[2003년8월19일]===
아하! 상쾌한 아침!
이제 Timmelsjoch만 넘으면 Italien이다!!!
그런데 높이가 만만치 않구나...
지도에는 대충 2400m라고 기록이 되었었다.
으음... 높이 차가 대충 1200m정도구나... 여유를 가지고 슬슬 가자.
그렇게, 출발했다.
낑낑...;;;
각오는 했었지만... 뭔 오르막 길이 이렇게 끝이 없다냐???
구불구불...;;;
약3시간 30분 후, 나는 해발고도 2400m라고 적힌 표지판을 보게 되었다.
으잉??? 이게 끝이 아닌감??? 뭐야???
바람도 차갑고, 온도도 그렇게 높지 않은 것 같았지만, 나는 무척 더웠다.
온 몸에서 땀이 졸졸 흘렀다.
결국 나는 해발 2509m에 있는 Rathaus를 발견하고,
오르막의 끝임을 알았다.
그 순간의 느낌은... 다음과 같다.
"쒸바! 나도 한 건 해써!!!"
온도를 확인하니 영상 8도 였다.
순간 땀이 식으며, 엄청난 한기가 느껴졌고, 가지고 있던 옷을 다 입었다.
한 여름에 추워서 콧물 흘린 적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뒤 Meran까지의 길은 대체로 내리막이었다.
올라올 때는 끊임없이 올라오더니, 내려갈 때도 끊임없이 내려갔다.
중간중간에 동굴이 있어서 약간 위험하기도 했다.
한참 Meran 까지 내려가니, 대충 1시30분 쯤이었다.
정말 빠르군...
그러나, 문제는 거기서 시작이었다.
이탈리아 표지판은 여행객에게는 참으로 XX같은 것이다.
나는 3시간 넘게 Meran을 벗어나지 못했고,
같은 자리를 맴맴 돌았다.
점점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쒸바! 필요한 지명은 안 적어놓고, 괴상한 가게나 호텔 이름만 잔뜩 적어놓다니...;;;"
한참을 헤매고 물어물어 결국 어느 독일인 여행객을 만나 길을 알았고,
Lana로 갈 수 있었다.
참고로 이탈리아인의 반 정도는 독일말을 할 줄 아는 것 같았다.
내가 독일어로 물으면,
반은 이탈리아어로, 반은 독일어로 대답한다.
가끔 영어로도 대답하기도 하고.
대체로 이탈리아인은 친절하고 정이 많다.
괴상하게 생긴 내가 불쑥 독일어로 길을 물어 보는데도,
친절히 가르쳐주고, 안내해준다.
그러나, 그런 좋은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표지판은 왜 그 XX인지는 모르겠다...
나는 지도를 꺼내 보고, "Unser Liebe Frau im Walde"라는 곳에서 하루 자기로 했다.
그러나, 지도에도 잘 나와있지 않은 오르막 길이 하나 더 있었다.
나는 계속 올라갔다.
나중에는 힘이 다 떨어져, "Unser Liebe Frau im Walde"를 8km 앞두고
자전거를 끌고 갔다.
Gampenjoch에 도착했을 때의 시간은 8시 10분이었다.
날은 점점 어두워졌고, 나는 급히 그곳까지 갔다.
그러나, 나는 다시 한 번 어려움에 부닥쳤다.
그 날도 밤이 꽤 추워서 방에서 잘까 했는데,
딱 두개 있는 숙박업소에 방이 없었다.
쒸잉...;;; 나는 절망적으로 호텔직원에게 물었다.
"혹시 하룻밤 잘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겠냐?"
그러나, 대답을 듣고는 나는 잠깐 황당했다.
"혹시 교회에 가서 물어보면 잘 수도 있을 것 같다."
"으잉? 교회??? 그거 확실한 방법이냐? 아니면, 네가 지금 대충 생각해서 한 말이냐?"
"일단 물어 볼 수는 있지 않느냐."
다른 방법이 없어서 나는 무작정 교회 벨을 눌렀다.
잠시 후 한 늙은 목사가 나왔고,
나는 잘 곳이 없으니 제발 하루 자게 해달라고 말했다.
그는, "여기는 호텔이 아니다. 도로를 따라 가면 다른 호텔이 있을 수 있다." 라고 하기에,
"나는 자전거를 타고 왔다. 더이상 오늘은 아무데도 못간다."라고 했다.
잠시 고민하던 그에게 나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건물의 복도라도 괜찮으니 자게해 달라. 밖은 너무 춥다"
드디어 그는 OK했고, 나는 "드디어 살았다"고 생각했다.
어쨌든 뼈마디를 욱신하게 하는 추위는 피했으니,
살아남을 수 있겠구나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그리고, 잤다... 그리고 한 번 깼다.
추워서...
시간을 알 수 없어서 밖으로 나와서 시계탑을 보니 3시 30분이었다.
쒸바 건물 내부도 뒤지게 춥구나...;;;
혼자 궁시렁거리며, 자려고 노력했고, 다음날 아침 6시 쯤 깼다.
===[2003년8월20일]===
찌뿌둥하게 일어나서 한 호텔로 갔다.
아침 먹으러.
6Euro하는 아침식사를 하고나니,
좀비에서 인간으로 환생한 느낌이었다.
그러고보니, 교회 뒤편에도 공동묘지가 있던 것 같았는데...
까딱 잘못했으면, 거기에 묻힐 뻔 했구나 싶었다... 나도 참 질긴 놈이군...
나는 호텔 식당에 있는 공짜 엽서를 하나 주워서 거기에 이렇게 한글로 적었다.
"쒸바! 얼어 뒤지는 줄 알았다!"
몸은 피로했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다.
이제 얼마 안가면 나의 목표인 "Gardasee(Lago di Garda)"가 있을 것이기에.
그러나, 우려했던 사태가 또 발생했다.
길을 헤매는 것이었다.
Trentto였을 것이다.
Rovereto로 가는 길을 몰라 또 헤매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영부영횡설수설 1시간을 헤매다 Rovereto라는 간판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달렸다.
로페레토를 4km 정도 앞두고 나는 극도로 짜증을 냈다.
"사람들에게 Gardesee를 물어보면, 무조건 Rovereto까지 가야 한다고만 하고,
거기서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도 모르고...;;; 정보가 없으니, 힘이 안나는구나...;;;"
내가 샀던 지도에는 Trentto까지만 나와 있었다.
그래서, 심리적으로 더 불안했다.
지도에도 없는 곳을 가뜩이나 표지판이 엿같은 이탈리아에서 찾는다는 것이
처음가는 나에게는 너무나 불안했다...;;;
그러나, 나의 이런 짜증은 로페레토에 도착하자마자 기쁨으로 바뀌었다.
표지판에 "Riva del Garda 20km"라고 적혀 있었다!!!
드디어 찾았다!!!!!!!!!!!!!!!!!!!!!!!!!!!!!!!!!!!!!!!!!!!!!!!!!!!
찾았다는 기쁨에 힘이 나기 시작했다.
나는 두번을 더 물어 본 후 드디어 Gardasee를 찾았다.
...;;;
아...
너무나 아름다웠다!!!
400km넘게 달려온 나의 피로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울 수가 있는가!!!
멀리서 바라본 Gardasee는... 지금도 내 언어로는 표현 할 수가 없다!!!
태어나서 이런 아름다운 호수를 본 적이 없었다.
wunderbar!
나는 am Gardasee 에서 만큼은 편하게 빈둥거리고 자리라 마음 먹었고,
아무 호텔이나 들어가기 시작했다.
세 번의 거절 끝에 방을 잡았고, 두 밤 (아침식사포함) 자는데 70Euro를 계산했다.
Lago di Garda...
만약 내가 외계인 친구를 사귀고 있다면, 그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Gardasee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다."
===[2003년8월21일]===
하루종일 빈둥거렸다.
아침부터 산보(일본말인가?)하고, 내리쬐는 태양아래 광합성도 하고,
파스타, 스파게티, 피자등을 뜯으며, 어슬렁거렸다.
정말 아름다웠다.
그림을 그려도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모든 것들이 아름다웠다.
사람들, 배들, 초록빛 물결, 해변등등...
모든 것이 한폭의 그림이었다.
나 역시 이 하루동안 이 한폭의 그림 속에서 빈둥거리고 돌아다녔다.
한 가지 색다른 것은,
이탈리아 사람들은 혼자서 피자 한 판을 다 먹는 것이었다.
나에게는 그것도 신기했다.
나는 느끼해서 두 조각 정도 밖에 못 먹는데...???
궁금해서 처음 먹어 본 이탈리아피자를 통해
나는 왜 한국에서는 피자를 잘 먹지 못했나는 깨달았다.
내가 먹은 피자는 우리나라의 파전보다 덜 느끼했다.
밀가루층이 정말 얄팍했다.
고소하고, 맛있었다.
그런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이 약간 무성의하게 피자를 만드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피자 모양도 직접 손으로 빚은 것 같이, 동그랗지가 않고 약간 타원이고 불규칙적이었다.
나는 혹시 중국집도 있나 싶어서 찾아 봤는데,
어느 골목길 한 구석에서 하나 발견했다.
그런데, 닫혀 있었다.
배도 타려고 했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빈둥거리느라 못탔다.
이탈리아 음식도 나에게는 잘 맞는 모양이다.
비싸서 탈이지...
최대한 색다른 것들을 많이 접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Gardesee는 매시간마다 풍경의 느낌이 틀리다.
볼때마다 신기하게도 다른 느낌을 주었다. (나만의 착각인가???)
밤에도 산책하기에 딱 좋다.
적당히 미지근한 바람! 적당히 들리는 은근한 파도소리!
여자친구 데리고 왔으면 딱인데... 너무나 안타까웠다.
이 아름다운 곳에서 나 혼자만 뮝기적거리고 있다니...
참고로 내가 거기서 이틀동안 자면서 마주친 동양인은 딱 둘이었다.
중국인 아줌마 하나, 그 아줌마 등에 업힌 아기 하나.
이런저런 상념 속에서 내일을 준비하고 잠들었다.
===[2003년8월22일]===
새출발!
몸도 마음도 가뿐히!
잘있어라. 가르다호... 이탈리아...
한 번 왔던 길이라 이제는 헤매지 않았다.
무리없이 갈 수 있었다.
원래는 다른 길로 돌아가려 했는데,
Gardasee에서 이틀을 자는 바람에 시간이 없었다.
(원래는 하루만 자려고 했는데, 경치에 취해서 그만 이틀을 자버렸다.)
저녁 6시쯤 나는 Meran까지 갈 수 있었다.
더 갈까 했는데, 숙박업소가 많은 메란이 잠자기에 편할까 해서 그만 멈췄다.
근디... 캠핑플랏츠는 어디에 있지???
1시간을 또 헤맸다.
정말 대도시는 짜증난다.
그러다가 피곤해서, 그만 아무 방이나 들어갔다.
내가 생각해도 자전거 여행치고는 좀 호사스럽지 않나 싶었다.
54Euro였다.
그냥 아무 생각없이 자 버렸다.
===[2003년8월23일]===
다시 Timmelsjoch를 넘어야 한다.
좀 막막하군.
죌덴에서 팀멜스요흐까지 높이차는 대충 1200m정도지만,
메란에서 거기까지는 높이차가 대충 2000m정도였다.
(알프스의 길은 보통 경사도가 북한산의 도선사 가는 길 정도 쯤,
혹은 약간 그 이상이다.
그런 길을 보통 최소한 25km정도 간다고 생각하면 된다...)
씨바 가자. 오늘 안에 죌덴까지 돌아가겠지...
다시 끊임없이 페달질을 했다.
...;;;
나중에는 아무 생각이 없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이전 같으면 자전거를 타지 않고 걸어 갔었어야 할 정도로 피곤한데,
계속 페달을 밟고 있는 것이었다.
체력이 늘었나???
이런저런 잡생각도 해보고,
혼자 독일말, 한국말 섞어가며 중얼거리기도 하고,
(고도가 높아질 수록 자동차도 사람도 드물게 지나간다)
지겹게 올라갔다.
가끔 보이는 염소때를 보고,
"늬들은 우째 여기까지 올라왔냐?"고 물어보기도 하고...
결국 다시 Timmelsjoch에 올라갔다.
거의 다 왔을 때 쯤 내가 낑낑거리자,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Noch wenig, noch wenig!(쫌만더)"
참 고마웠다.
나중에 한번 더 마주쳤는데, 고맙다고 인사했다.
내려가는 길은 언제나 즐겁다. 그러나 언제나 위험하다.
너무 빠르게 내려가기 땜시...
가끔 도로에 염소나 양때들이 있을 수도 있고,
돌이 튀어 나자 빠지기도 한다.
그래서 난 꼭 헬멧은 썼다.
결국 오후5시쯤 다시 죌덴에 왔고,
전에 잤던 그 방으로 가서 잤다.
저녁을 먹으러 나와서, 아무데나 들어갔는데,
내가 생각해도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배가 너무 고파서 좀 큰 스테이크를 시켰는데,
직접 보니 너무 컸다.
야채와 감자튀김도 수북히 쌓여 있었다...;;;
그런데, 한 번 음식이 들어가기 시작하자 끊임없이 들어가기 시작했고,
15분쯤 후에 다 먹었다.
나는 그때 깨달았다.
왜 운동선수들이 밥을 많이 먹는지를...
정말 끊임없이 들어가는데, 배가 안 부르다.
뷔페식당에 갔으면, 참 좋았을 걸 생각했다...
===[2003년8월24일]===
흐음...
퓌센까지 얼마나 걸릴까...?
모르겠다.
가는데 까지 가서 자고 생각하자.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쉽게 달렸다.
알고보니 내리막(출발할 때의 오르막 길)이었다.
아하! 이래서 내가 여기를 지나갈 때 힘들었었군...
실제로 자전거를 타면, 경사도가 얼마인지 나는 잘 모른다.
쉽게쉽게...
그렇게 경치구경도 하고,
"히히, 여기를 지났을 때 내가 뭔 생각들을 했었지..."하며 생각도 했다.
갈 때는 열심히 갔는데,
올때는 여유작작이었다.
물론 Fernfass에서는 좀 힘들었지만,
곧 다시 내리막이라 크게 지치지는 않았다.
그렇게 퓌센까지 가버렸다...
너무 빨랐나? 예상보다 빨리 도착했다.
마지막 날이라, 노이슈반슈타인성을 구경할까 하고 갔는데,
입장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을 그룹별로 모아서 들어가게 했는데,
왜 그러는지는 모르겠다.
돈 안내고 구경하려는 나 같은 넘을 통제하려고 그러는 건지도 모르지만...
그냥 전에 갔던 캠핑플랏츠로 가서 다시 자리깔고 잤다.
다음날 다시 프랑크푸르트로 돌아갔다...
===[끝]===
===[짤막한결론]===
알프스는 아름답다.
우리나라의 금수강산도 역시 아름답다.
그러나, 왜 아름다운가 하는 문제에서의 답은 틀리다.
그들은 알프스를 지킬 줄도 알고, 개발할 줄도 아는 사람들이다.
우리가 가진 관광자원이 그들의 것보다 못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그것을 개발하는 인간들이 우리들의 기대에 좀 덜 미치는 인간들일 뿐이다.
지도에 깨알같은 글씨로 적힌 작은 마을도 그 나름의 아름다움이 있었다.
산촌의 집 한채를 짓는데도, 그 집에서 사는데도,
그들은 그냥 살지 않는다.
스위스쪽은 잘 모르겠다. 안가봐서.
그러나 내가 가본 동네들은 모두 동화책 속에서 본 그 것이었다.
우리는 자연과의 조화를 통한 아름다움이 한국적인 美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말은 하지 않는다.
한눈에 보기에도 그들의 집들은 인공적인 분위기가 풍긴다.
아담한 집들, 풀 뜯은 소들, 뛰노는 아이들...
그러나, 그들의 집들은 알프스와 너무 잘 어울린다.
일부러 자연과 조화를 이루려고 애쓰지 않아도 너무 잘 어울린다.
내가 디지털카메라 안 산거 후회한 적은 이번 여행에서 처음이었다.
사진 잘 못 찍는 넘이라도 알프스에 오면,
누구나 사진기사가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자전거와 도보 여행자들을 위한 많은 작은 길들도 참 인상적이었다.
울나라 국도에서 자전거를 타면
차들이 무서워서 제대로 여행을 즐기지 못하는데,
거기서는 그런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한 가지 생각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과연, 여행이란 무엇인가?"
유명한 곳에 가서 사진 찍고, 기념품 사고... 이런 것이 여행은 아닐 것 같았다.
아직 이 물음에 답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
나와 대화를 나눈 모든 사람들,
나를 스쳐간 모든 사람들,
내가 지나간 길과 건물들...
너무도 선명하게 기억에 남고 나에게 아름다운 추억을 선물했다.
(여기에 기록하지 않은 다른 자잘한 이벤트(?)들이 많다.)
지금도 가끔 꿈에 나온다.
알프스 산골마을을 자전거를 타고 가는 꿈...
그들과 여과없이 부딧끼며 많은 것을 느꼈다.
이번 여행은 죽어도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문장이 높임말이 아니라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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