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사고 처음 맞는 겨울인지라
과연 겨울복장이 얼마나 추위를 막아줄까하는 궁금증도 있고해서
월동복장 테스트 겸 구정 다음 날 정오 무렵에
중랑천 자전거도로로 나갔더랬습니다.
방송에서는 연일 영하 15도가 넘는 혹한이라고 해서
'너무 추우면 그냥 돌아오지 뭐' 이런 생각과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대문 밖을 나섰습니다.
나와보니 기온이 그냥그냥 그랬습니다.
'공연히 긴장했잖아'
동막교에서 내려다 본 의정부 자전거도로는 하얗길래 그냥 차도로 달렸습니다.
집을 나선지 십분 정도 지나서부터 둘째 손가락이 시렵기 시작하는데
나중에는 시렵다 못해 몹시 아팠습니다.
스트레치원단의 속장갑에 캐넌데일 겉장갑을 꼈는데도 대책이 없더군요.
날이 풀렸을 때만 해도 손에서 땀이 나던 장갑였는데 춥기는 춥나봅니다.
망월사역을 지나서 부터는 몸에서 약간의 땀이 나더군요.
헬멧 속으로 숭숭 들어오는 찬바람 덕분에 머리 속은 몹시 상쾌하지만
반면 둘째손가락은 여전히 아팠습니다.
군용울양말을 신은 발은 추위를 전혀 모르겠습니다.
발 상태에는 제법 만족합니다.
스페샬머드팬츠 역시 오늘 같이 추운 날에 적격이더군요.
폴라텍 긴팔 져지와 펄이즈미 방한쟈켓만 입은 상체도
추위는 커녕 땀이 송송 납니다.
엑스밴드 덕분에 얼굴과 귀 시려운 걸 전혀 못느낍니다.
쿨맥스원단으로 만든 여름용이지만 겨울용 엑스밴드였다면 더웠을 듯 합니다.
나름대로 겨울복장 테스트에 합격점을 줍니다.
장갑은 좀더 쎈놈으로 새로 장만해야 겠습니다.
도봉산역 밑으로 해서 자전거도로에 진입했습니다.
생각 외로 걷거나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더군요.
생활자전거를 타고 도봉산 포장마차쪽으로 가는 사람들은
드문드문 지나가는데 MTB를 탄 사람들은 전혀 없더군요.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한 사람도 못만났습니다)
'휴일이라 다들 산으로 갔나보군' 생각하며 서울 쪽으로 달렸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아프던 둘째손가락이 멀쩡해졌습니다.
마비가 되거나 얼어서 감각이 없어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오늘따라 컨디션도 무척 좋습니다.
평소때 보다 기어를 한,두단 올리고 달려도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속도가 쭉쭉 올라가는게 꼭 선수가 된 기분입니다. ㅎㅎ
'와! 오늘 컨디션 최고인데? 한양대 끝까지 가볼까?'
그래도 무리하지 말기로 다짐하고 반환점인 다리 밑에 도착합니다.
담배를 끊고 나서는 잠시 쉴 때에도 참 무료하더군요.
(덩달아 커피도 끊었습니다. 담배 필 때는 반드시 커피를 마셨었거든요)
말동무 할 사람도 없고...
그저 물 한모금 마시고 몇 분 동안 우두커니 서있다 되돌아오는게 전부입니다.
참 멋대가리 없습니다.
오늘은 잠시 쉬고 있자니
찬공기가 땀에 젖은 몸 속으로 사정없이 파고 들더군요.
감기 걸리기 딱이겠기에 지체없이 자전거에 올라탔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오늘 컨디션이 좋은게 아니라 바람 덕분이었습니다.
바람을 등에 지고 달리니 쌩쌩 잘 달렸던거였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정말 군자교 지나까지 갔더랬으면 큰일 날뻔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맞바람 때문에 너무 힘들더군요.
어째서 순풍은 전혀 느낄 수 없는 것인지...
저만치 앞에서 생활자전거를 탄 아저씨가 어슬렁어슬렁 가더군요.
전형적인 군고구마장사 복장에 구두 뒷축까지 꾸겨 신었더군요.
앞질렀습니다.
'찌그럭찌그럭'
갑자기 내 뒤를 따라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의식하지 않은 듯 자연스레 속도를 더 내서 달려봅니다.
'이 정도 속도면 따라올 엄두를 못내겠지...'생각하는데
이 아저씨 이제는 작정을 하고 바짝 뒤 따라오며 휘파람까지 붑니다.
휙~ 휙~
'누구 약올리는건가?'
애써 태연한 척 시프트업을 해서 내달립니다.
체력을 오버해서 달리자니 힘이 듭니다. 헉헉!
허벅지에 마비 증세까지 오려합니다.
그래도 최대한 몸을 숙인 자세로 열심히 달립니다.
하지만 여전히 뒷꽁무니를 바짝 따라오며 휙~휙~ 연신 휘파람을 붑니다.
"어으~ 허! " 이상한 괴성까지 지릅니다.
어렵소? 이젠 노래인지 타령인지까지 부릅니다.
꼭 매화틀에 앉아 타령 부르는 모양새입니다.
'아마 약간만 더 달리면 제풀에 떨어질거야' 생각하며 죽기 살기로 달립니다.
저만치 앞에 약간의 오르막이 보입니다.
이 곳에서 떨구기로 작정하고 힘을 다해 올라가는데 어휴~ 정말 힘듭니다.
어기적대며 용을 쓰며 올라가는데 그 아저씨가 휭하니 앞서 나갑니다.
얼핏 페달질을 하는 아저씨의 다리를 보니 힘든 기색이 전혀 없습니다.
iOi
일순간 맥이 탁 풀립니다.
내 자전거가 더블크라운에 10인치의 리어트레블 그리고 2.6인치의 타이어인
다밤 프로젝타일 다운힐 자전거입니다.
무게도 엄청나죠.
.
.
.
.
.
.
.
.
.
.
.
이렇다면야 창피하지나 않죠.
명색이 레이싱용 MTB에 완전 복장을 갖추고서 구두 꾸겨신은 아저씨한테
무참히 참패를 당했으니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라이더들 망신, 대표로 시켰다는 자괴감까지 들려합니다.
체력이 바닥난 다리로 간신히 끌고 오며 다짐을 합니다.
'이런 일이 한 두번이냐?'
'마음을 비우자'
마음의 평정을 되찾고 패잔병 마냥
어슬렁어슬렁 도봉산 포장마차에 도착했습니다.
구정연휴라 그런지 너무 추워서인지 포장마차도 한적하더군요
의정부까지는 빙판길이라 언덕으로 올라와 다시 차도쪽으로 나갑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확성기로 노랫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리더군요.
어디서 이렇게 시끄럽게 하나하고 주위를 살펴보니
비닐하우스 텃밭에다 물을 대서 얼려가지고 스케이트장을 만들었더군요.
어릴 때 타던 썰매와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 제법 보였습니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어릴 적의 생각이 나더군요.
아주 외진 곳인데도 용케 알고도 가족끼리 계속 찾아옵니다.
이참에 나도 좋은 아버지 노릇이나 한 번 해봐야겠다 생각합니다.
외갓집에 간 아들녀석 오면 썰매타러 같이 와야겠습니다.
오늘 대략 1시간30분을 탔더군요.
하늘도 쾌청하고 마음도 상쾌하니 내일도 나와야겠습니다.
내일은 또 어떤 고수(?)를 만날런지...
과연 겨울복장이 얼마나 추위를 막아줄까하는 궁금증도 있고해서
월동복장 테스트 겸 구정 다음 날 정오 무렵에
중랑천 자전거도로로 나갔더랬습니다.
방송에서는 연일 영하 15도가 넘는 혹한이라고 해서
'너무 추우면 그냥 돌아오지 뭐' 이런 생각과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고 대문 밖을 나섰습니다.
나와보니 기온이 그냥그냥 그랬습니다.
'공연히 긴장했잖아'
동막교에서 내려다 본 의정부 자전거도로는 하얗길래 그냥 차도로 달렸습니다.
집을 나선지 십분 정도 지나서부터 둘째 손가락이 시렵기 시작하는데
나중에는 시렵다 못해 몹시 아팠습니다.
스트레치원단의 속장갑에 캐넌데일 겉장갑을 꼈는데도 대책이 없더군요.
날이 풀렸을 때만 해도 손에서 땀이 나던 장갑였는데 춥기는 춥나봅니다.
망월사역을 지나서 부터는 몸에서 약간의 땀이 나더군요.
헬멧 속으로 숭숭 들어오는 찬바람 덕분에 머리 속은 몹시 상쾌하지만
반면 둘째손가락은 여전히 아팠습니다.
군용울양말을 신은 발은 추위를 전혀 모르겠습니다.
발 상태에는 제법 만족합니다.
스페샬머드팬츠 역시 오늘 같이 추운 날에 적격이더군요.
폴라텍 긴팔 져지와 펄이즈미 방한쟈켓만 입은 상체도
추위는 커녕 땀이 송송 납니다.
엑스밴드 덕분에 얼굴과 귀 시려운 걸 전혀 못느낍니다.
쿨맥스원단으로 만든 여름용이지만 겨울용 엑스밴드였다면 더웠을 듯 합니다.
나름대로 겨울복장 테스트에 합격점을 줍니다.
장갑은 좀더 쎈놈으로 새로 장만해야 겠습니다.
도봉산역 밑으로 해서 자전거도로에 진입했습니다.
생각 외로 걷거나 달리기를 하는 사람들이 제법 있더군요.
생활자전거를 타고 도봉산 포장마차쪽으로 가는 사람들은
드문드문 지나가는데 MTB를 탄 사람들은 전혀 없더군요.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 한 사람도 못만났습니다)
'휴일이라 다들 산으로 갔나보군' 생각하며 서울 쪽으로 달렸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아프던 둘째손가락이 멀쩡해졌습니다.
마비가 되거나 얼어서 감각이 없어진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오늘따라 컨디션도 무척 좋습니다.
평소때 보다 기어를 한,두단 올리고 달려도 전혀 무리가 없습니다.
속도가 쭉쭉 올라가는게 꼭 선수가 된 기분입니다. ㅎㅎ
'와! 오늘 컨디션 최고인데? 한양대 끝까지 가볼까?'
그래도 무리하지 말기로 다짐하고 반환점인 다리 밑에 도착합니다.
담배를 끊고 나서는 잠시 쉴 때에도 참 무료하더군요.
(덩달아 커피도 끊었습니다. 담배 필 때는 반드시 커피를 마셨었거든요)
말동무 할 사람도 없고...
그저 물 한모금 마시고 몇 분 동안 우두커니 서있다 되돌아오는게 전부입니다.
참 멋대가리 없습니다.
오늘은 잠시 쉬고 있자니
찬공기가 땀에 젖은 몸 속으로 사정없이 파고 들더군요.
감기 걸리기 딱이겠기에 지체없이 자전거에 올라탔습니다.
그런데 알고보니 오늘 컨디션이 좋은게 아니라 바람 덕분이었습니다.
바람을 등에 지고 달리니 쌩쌩 잘 달렸던거였습니다.
그것도 모르고 정말 군자교 지나까지 갔더랬으면 큰일 날뻔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맞바람 때문에 너무 힘들더군요.
어째서 순풍은 전혀 느낄 수 없는 것인지...
저만치 앞에서 생활자전거를 탄 아저씨가 어슬렁어슬렁 가더군요.
전형적인 군고구마장사 복장에 구두 뒷축까지 꾸겨 신었더군요.
앞질렀습니다.
'찌그럭찌그럭'
갑자기 내 뒤를 따라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의식하지 않은 듯 자연스레 속도를 더 내서 달려봅니다.
'이 정도 속도면 따라올 엄두를 못내겠지...'생각하는데
이 아저씨 이제는 작정을 하고 바짝 뒤 따라오며 휘파람까지 붑니다.
휙~ 휙~
'누구 약올리는건가?'
애써 태연한 척 시프트업을 해서 내달립니다.
체력을 오버해서 달리자니 힘이 듭니다. 헉헉!
허벅지에 마비 증세까지 오려합니다.
그래도 최대한 몸을 숙인 자세로 열심히 달립니다.
하지만 여전히 뒷꽁무니를 바짝 따라오며 휙~휙~ 연신 휘파람을 붑니다.
"어으~ 허! " 이상한 괴성까지 지릅니다.
어렵소? 이젠 노래인지 타령인지까지 부릅니다.
꼭 매화틀에 앉아 타령 부르는 모양새입니다.
'아마 약간만 더 달리면 제풀에 떨어질거야' 생각하며 죽기 살기로 달립니다.
저만치 앞에 약간의 오르막이 보입니다.
이 곳에서 떨구기로 작정하고 힘을 다해 올라가는데 어휴~ 정말 힘듭니다.
어기적대며 용을 쓰며 올라가는데 그 아저씨가 휭하니 앞서 나갑니다.
얼핏 페달질을 하는 아저씨의 다리를 보니 힘든 기색이 전혀 없습니다.
iOi
일순간 맥이 탁 풀립니다.
내 자전거가 더블크라운에 10인치의 리어트레블 그리고 2.6인치의 타이어인
다밤 프로젝타일 다운힐 자전거입니다.
무게도 엄청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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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면야 창피하지나 않죠.
명색이 레이싱용 MTB에 완전 복장을 갖추고서 구두 꾸겨신은 아저씨한테
무참히 참패를 당했으니 체면이 말이 아닙니다.
라이더들 망신, 대표로 시켰다는 자괴감까지 들려합니다.
체력이 바닥난 다리로 간신히 끌고 오며 다짐을 합니다.
'이런 일이 한 두번이냐?'
'마음을 비우자'
마음의 평정을 되찾고 패잔병 마냥
어슬렁어슬렁 도봉산 포장마차에 도착했습니다.
구정연휴라 그런지 너무 추워서인지 포장마차도 한적하더군요
의정부까지는 빙판길이라 언덕으로 올라와 다시 차도쪽으로 나갑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확성기로 노랫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리더군요.
어디서 이렇게 시끄럽게 하나하고 주위를 살펴보니
비닐하우스 텃밭에다 물을 대서 얼려가지고 스케이트장을 만들었더군요.
어릴 때 타던 썰매와 스케이트를 타는 사람들이 제법 보였습니다.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어릴 적의 생각이 나더군요.
아주 외진 곳인데도 용케 알고도 가족끼리 계속 찾아옵니다.
이참에 나도 좋은 아버지 노릇이나 한 번 해봐야겠다 생각합니다.
외갓집에 간 아들녀석 오면 썰매타러 같이 와야겠습니다.
오늘 대략 1시간30분을 탔더군요.
하늘도 쾌청하고 마음도 상쾌하니 내일도 나와야겠습니다.
내일은 또 어떤 고수(?)를 만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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