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놓고 보니 주절주절대느라 길어져서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염장성 글인 것도 같아서 걱정도 좀 됩니다만 쓴 글을 줄이거나 없애는 것도 약간은 억울해서 그냥 다 올립니다. 반말이 자주 나오는 점도 너그럽게 양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처가집 쪽의 잔치 비스므레 한 일로 처가집 식구들이 모두 하와이에서 지난 1월 17일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능력이 되지 않는 내 사정을 감안하여 비행기값만 내가 내고 처남이 기타 등등을 내주겠다고 꼬시는 바람에 전 좀 망신스럽기는 하지만 못이기는 척하고 온 식구가 거기까지 쫒아갔지요. (이럴 때 안가면 언제 가보겠어?) 살다보니 이런 날도 오는군요. ^^
가면서 미리 준비한 것은 오로지 하나, 거기서 자전거로 뭘 할 수 있는지 왈바에 물어보는 것이었고, panamax님께서 한 잔차샵 홈페이지를 알려주셨다. (흠, 왈바의 정보력은 대단하군!)
나름대로는 옷을 얇게 입고 현지 공항을 도착했으나 내 차림만 이상합니다. 그렇습니다. 모두 반바지를 입고 있더군요. 호텔에 투숙한 후 며칠동안은 애들과 함께 바닷가에 붙어 있는 수영장으로 가서 아빠의 도리를 다 했고 (사실, 근처에 있는 쭉빵걸들을 몰래 감상하느라 하루 종일 거기 있어도 지루하지 않더군요 ^^) 또한 골프 좋아하는 장인어른과 함께 두 번이나 골프를 쳐서 사위의 도리도 다했습니다. 전 지난 해 잔차 입문 후 골프를 끊었기 때문인지 환상적으로 높은 점수가 나오더군요. (그래도 한 때는 날렸었는데. . . (최저점수 76))
그 와중에 자전거를 타려고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 거기 Haleakala 화산(해발 3000미터 조금 넘음) 꼭대기에서부터 바닷가까지 38마일(약 60km)을 내내 도로로 다운힐하는 관광상품이 있더군요. 호텔부터 픽업해서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서 밴차량이 자전거들 제일 뒤에서 에스코트하는 상품인데요 밥도 주고 방수되는 옷 헬멧 등을 모두 제공합니다.. 110불 정도 하니까 약 세금 포함하면 약 14만원 정도입니다. 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은데 비싸니까 조 위 명함의 잔차샵에서 자전거를 빌려서 타기로 했다.
잔차샵에 들어가서 물어보니 하루에 락하퍼(알리비오급)이 29불이고 에픽이 45불이란다. 락하퍼가 지금은 19인치만 있다고 그러기에 나에게는 크다고 했더니 일단 시승해보란다. 시승할 때 뭘 살펴보아야 하는지 몰라서 주차장에서 잘 되지도 않는 스탠딩, 홉핑을 하고 있었더니 나에게 19인치도 무리가 없어 보인단다. (실제로 제가 타는 17인치와 별 차이를 못 느끼겠던데요?) 그래서 도로 다운힐은 하드테일로 하고 다음 날 싱글트레일 타는 건 에픽으로 하기로 하고 (내가 언제 이렇게 좋은 잔거를 타보겠습니까?) 일단 락하퍼를 우리 가족이 렌트한 차에 싣고 화산 꼭대기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도중에 보니 우주복같은 옷을 입고 잔차타고 내려오는 관광객들이 보인다.(조 위의 사진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영 자세는 안나오더군요. 긴 바지에 외투까지 입었어도 산 꼭대기는 상당히 춥습니다. 가족과 함께 화산을 구경하고 집사람과 애들은 보낸 채, 나는 잔거조립하고 타고 내려올 준비를 하였다. 내려오는 속도는 적절히 조절할 만 한데 춥기도 하고 바람이 겁나게 분다. 아니, 그 것보다는 귓가를 스쳐가는 바람소리가 너무나 무섭다. 게다가 한 10분쯤 내려오다 보니 속도감을 상실해서 코너를 돌 때 자꾸 잔차가 낭떨어지 밖으로 나가려고 하니까 슬슬 후회가 밀려오지만 어쩌랴. 또 10분 지나니까 구름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비가 오는 것 같아서 정지해 보았더니 비는 아니었지만 빠른 속도로 다운하는 나에게는 비와 다를 바가 없었다. 조금 더 가니까 이번엔 진짜 비가 오기 시작한다. v 브레이크라 제동력이 떨어지기에 양 손에 힘을 주었더니 손도 저리고 브레이크 타는 냄새가 계속 난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속도감 상실로 인해 갓길로만 다니지 못하고 코너에서 도로로 튕겨나오는 경우가 상당히 많았는데 차들이 잔차를 추월할 때 칼질하지 않고 중앙선 건너서 추월을 하기 때문에 차에 치일 것 같은 위험은 없어보였다. 어쨌든, 폭우를 맞으면서 바닷가까지 1시간 50분간(중간 커피샵에서 한 번 쉬었음) 신나게 내려오는 별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다시 잔차샵에 자전거 반납하러 갔더니 락하퍼로 하루 더 빌리면 다음 날엔 15불이란다. 그래도 에픽이 타보고 싶다고 했더니 거기 직원인 Scott Burns라는 자가 왜 비싼 걸 탈려고 그러냐고 하도 그러기에 그래 외화낭비 하지 말고 한국가서 번개에 에픽타고 오는 분 있으면 잠깐 시승이나 하자라고 생각하고 락하퍼를 하루 더 빌리기로 했다. (참고로 24시간 렌탈이므로 시간을 잘 맞추면 자전거를 하루 빌리고 도로 다운힐과 싱글트레일을 다 경험할 수 있음) 그 사람에게 이 샵에 오게 된게 왈바에서 정보를 얻는 덕분이라고 했더니 아주 기분좋아한다. 배고프다고 했더니 Scott이 자기가 레이싱할 때 먹는 거라고 하면서 젤 타입의 무슨 봉지(1불 30센트에 팔던데요)와 이것저것 곡식이 들어간 행동식을 준다. 그리고 덧붙이는 말. 자기는 내일 근무를 하지 않아서 날 도와줄 수가 없다. 그런데, 오늘 10시 반에 자전거를 빌렸으니 내일 열시 반까지 자전거를 반납해야 하루 렌탈이지만 내일 11시 반까지만 가지고 와서 이 가게 주인인 Bob(성깔이 좀 있다고 함)에게 사근사근하게 부탁하면 아마도 하루치만 받을 것이다. 잘 구워삶으라고 한다. 여기서 싱글트레일 지도를 얻고서 호텔로 돌와갔다.
다음 날, 차로 트레일 입구가 있는 산 중턱까지 한참을 올라갔다. 올라가보니 패러글라이딩 하러 온 차 한대만 보인다. 포장도로가 비포장으로 바뀌길래 거기서 자전거를 조립하여 타고서 임도길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먼 곳까지 온 김에 지도에 보이는 모든 트레일을 탈 욕심으로 올라간 것인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했다. 가도 가도 싱글길을 발견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공포스러운 바람소리 때문에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았다.(이 바람소리는 지금 생각해도 무섭다) 내가 있는 곳 반경 몇키로 이내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게다가 완만하기는 하지만 업힐 길이 화산 재 비슷한 모래 또는 화산에서 분출안 돌탱이들(이 거 고등학교에서 배웠었는데. . . 현무암이던가?) 때문에 내 실력으로는 통과하기도 점점 힘들어진다. 또 하나 문제점은 한국에서의 라이딩 때와는 몸이 느끼는 피로 형태가 너무 달랐다. 일단 자전거를 조립한 순간부터 목이 마르다. 갈증 때문이 아니라 목구멍이 건조해진 느낌이다. 그리고 업힐할 때 힘든 것이 기분좋은 느낌이 아니라 불쾌한 느낌이다. 요건 혹시 고도때문이 아닌지? (대충 1500미터에서 2000미터 사이가 아닐까 생각됨) 결국 한시간 반정도 임도만 업힐 하다가 무서워서 도로 내려왔다. 올라가는 것도 힘들지만 내려오는 것도 힘들다. 바람 때문에 휘청거리고 귀신이 쫒아오는 것 같아서 무섭고 목은 건조하고 기분나쁜 한기는 스며들고 등.
앞바퀴를 분해해서 차에다 싣고 산에서 내려오다가, 두둥~~, 싱글트레일 입구를 발견했다. 이 때가 이미 열두시를 넘어섰기에 시간은 없었지만(가족과 오후에 같이 뭔가를 하자고 약속했었기에) 싱글길을 안타고 가는 것은 너무 억울해서 급히 자전거 조립 후 싱글길을 들어섰는데 흐미,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그리고 무섭다. 오분 올라가다가 철수. 이 때부터 한시간 운전해서 샵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꺼내는데.
헉~, 앞바퀴가 없다. 그렇습니다. 급히 오느라고 앞바퀴 분리 후 거기다가 그냥 놔두고 온 것입니다. 샵에 들어가니 어제 없던 Bob이라는 주인이 나와 있다. 앞바퀴값이 얼마냐니까 85불이란다. 대충 11만원(세금 포함해야 하니까)인데 집사람한테 혼날 걱정에 그냥 돈 낼려고 했더니 이 사람도 왜 아깝게 돈을 쓰느냐, 길만 잘 고르면 다시 갔다 오는데 한시간이면 된단다.(결국 속았습니다.) 등 떠밀려서 다시 갔다. 그런데 산으로 오르는 포장도로가 차 두 대가 겨우 엇갈려 지날 수 있는 좁은 도로인데 자갈 싣은 큰 트럭이 미끄러진 채 길을 막고 있더군요. 순간 외쳤죠. X됐다! 타이어 찾으러 올라갈 수가 없으니 85불 날라갔지, 기름값 날라갔지. 시간 날라갔지.
혹시나 해서 트럭 밑으로 기어서 건너편으로 넘어가보았더니 하와이대학교라고 써있는 밴이 서있더군요. 운전석 쪽으로 가보니 아리따운 금발아가씨가 잠을 자고 있더라구요. 급한 마음에 그 아가씨를 깨워서 사정 설명하고 10불 줄테니 위에까지 좀 데려다달라고 부탁했더니 돈은 필요없고 데려다 주겠단다. 예쁜 아가씨랑 알콩달콩 데이트하면서 드라이브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가 보니 앞휠이 없어졌네요. 다시 내려와서 10불 줄려고 지갑을 보니 허걱, 1불짜리 몇장과 20불짜리 몇장만 있네요. 차마 10불 거슬러달라고 말할 수 없어서 20불을 주려했는데 안받길래 그냥 놓고 내렸습니다. 내리는 순간 눈물이 나더군요. 85불 물어내야지. 기름값에 시간(이 아가씨와 50분 있었습니다)에 20불까지 . . . 트럭 밑을 다시 기어넘기 전에 사람들이 있길래 그 트럭에 대해 얘기하다가 누군가가 넌 어디 갔다오냐고 해서 바퀴 이야기를 했더니 자기가 주워왔다고 하면서 주더군요. 85불을 버는 순간이었습니다.^^
다시 잔차샵으로 와서 세시반경에 자전거를 돌려주었습니다. 주인아저씨가 하루치만 받더군요. 요기서 또 15불 벌었습니다. ^^ 거기 에픽이 2100불에 팔리더군요. 무게가 26파운드라던데 풀샥이 이렇게 가벼울 수도 있군요. 대충 255만원쯤 되겠군요. 사서 얼른 산에 가서 흙 좀 묻히고 오면 자기가 잘 포장해 주겠답니다. 요렇게 하면 세관 통과할 때 세금 안내는 걸 알더군요. 돈도 없고 그 산에 또 갔다올 시간도 없고, 집사람한테 맞아죽기도 싫고 해서 살 수는 없었습니다. 참, 왈바 얘기를 했더니 두 번 이 샵에 왔던 한국사람 이름을 말하더군요. 박재형(영?)으로 들리던데. . .
후기가 옆길로 샌 김에 여행정보도 조금 알려드리면요.
이 섬은 관광객들이 기본적으로 돈을 좀 쓰면서 여유롭게 쉬는 휴양지입니다. 여행하면서 헝그리 정신을 지키는 것은 좋지만 이 섬과 헝그리정신은 안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호놀룰루(요건 오아후섬에 있죠) 공항에서 대한항공 비행기를 기다리다가 발견한 사실. 창밖으로 대한항공 1대, 일본비행기 다섯 대가 서있더군요. 오후 세시까지 나와있는 비행기 출발스케줄을 보니 일본행 15대, 한국행 1대. 하와이는 역시 부자들이 놀러가는 곳인가 봅니다.
가실 분들에게 마지막으로 하나 더.
렌트카는 필수인데 컨버터블차(오픈카)로 빌리세요. 평생 그런 곳 아니면 어디서 타보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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