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주로 토요일에 라이딩을 하는데 글 재주가 별로라 후기는 잘 안쓰는 편입니다.
그러나 이번 라이딩 만큼은 글로 남겨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고,다른 분들도 혹여 저희들과 같은 경우를 만나지 않도록 준비를 하시라는 의미에서 후기를 씁니다.
미리 말씀 드리지만 이번 번개는 번장인 저의 잘못이 너무 많았습니다.
먼저 참여 하신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겨울 산행에 대하여 준비물을 철저히 각인 시키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참여를 거절했어야 하는데, 변명이지만 프렘 사건과 금요일의 바쁜 일과로 너무 늦게 최종공지를 올려 꼼꼼하게 미리미리 준비물을 챙기지 못한 점이 많이 후회가 됩니다. 물론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끝났기에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참여하신 분들께 다시한번 죄송하고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번주에 폭파된 정선 자개골 공지를 다시 올렸습니다.
토요일의 날씨가 눈이나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적은 양이라 하길래 예정되로 진행을 하였습니다. 양재역과 만남의 광장에서 라이딩 멤버들을 만나 두 대의 차량으로 좀 늦게 정선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미 그곳에는 강릉에 계시는 묻지마 마운틴님과, 신기에서 야영을 하신 히로시마 김님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12시가 좀 못되어 진부에 도착하니 온세상이 하얗고 도로는 제설차량이 왔다갔다 하더군요.
기다리는 일행들과 인사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는 순간 거센 바람이 숨이 막힐만큼 눈보라를 휘날리며 휘몰아 쳤습니다. 순간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른들이야 큰 문제가 없지만 아이들(중3 올라가는 베타실버, 넘버식스님의 따님인 민경이)이 있기에 계획한 코스를 제대로 타야 할런지가 걱정 스러웠습니다. 히로시마 김님과 마운틴 님 역시 이런 우려 때문에 자개골로 통하는 입구를 다녀오셨는가 봅니다. 즉석에서 긴급 회의를 열었습니다. 자개골로 향하는 길이 눈으로 덮혀있고 설혹 봉산재를 넘어 자개골로 온다 할지라도 회귀하는 도로의 조건이 좋지 않아 위험성이 있기에 다른 대안을 찾았는데 두개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황병산으로 코스 변경을 하던지, 자개골로 넘어가다가 중간에서 도로 나오자는 두개의 의견중 황병산을 택했습니다. 정상에서 삼양목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오프로드 짚차들이 다니기 때문에 다운힐도 큰 문제가 없겠고 오르는 길도 군부대로 연결 된다고 하기에 큰 걱정은 없었습니다.
횡계 바로 못미쳐 소 황병산으로 향하는 길로 접어들어 라이딩을 시작했습니다. 차량으로 다져진 눈 길을 따라 열 대의 자전거는 널널하게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특히나 이번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민경이는 자전거와 눈이 쌓인 산에서의 좋은 추억을 간직 할 것 같았습니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군인들의 제설 작업과 군부대 차량들이 다녀서 오르기는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물론 끌고 바이크 입니다. 거리는 대략 5-6키로 정도 된다고 들었습니다. 계속되는 엎힐구간을 거의 끌고서 올랐습니다. 조그만 경사도 미끄러워 잔차에 올라타 페달질이 불가능 하더군요. 중간 중간 사진을 찍고 거의 4시간 정도를 오르니 정산 꼭대기의 누런 초지가 하얀 눈과 더불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가을하늘과는 다른 맛을 주는 겨울의 새파란 하늘이 산 봉우리 위로 떠 있더군요. 칼바람이 스치는 산속에서 바라보는 그 새 파란 하늘에선 아름다운 차가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정상에 다가오니 광활한 목장의 초지가 눈 아래 펼쳐 집니다. 길 옆은 무릎 위까지 눈이 쌓여 있지만 소 황병산 정상은 누런 초지가 그대로 있더군요. 정상으로 가기 위해서 옆으로 나가는 길은 러셀이 되있질 않아 히로시마 김님이 먼저 나가시고 그 뒤를 따라가니 눈이 없는 초지대가 나왔습니다. 여기엔 왜 눈이 쌓여있지 않나하는 의문이 풀린 것은 그 순간 이었습니다. 언덕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맞기 시작한 바람은 정상에 다가 갈수록 우리의 등뒤를 세차게 떼밀기 시작했습니다. 눈보라를 동반해서 눈을 뜨기가 힘들정도 입니다. 그래도 강풍속을 웃으며 즐겼지만 그 순간 뿐이었습니다.
정상에서 부터는 서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들었습니다. 이때 까지만 해도 드 넓은 초지를 다운힐 한다는 가벼운 설렘과 눈보라가 내심은 싫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눈 보라 때문에 길을 찾을수가 없다는데 있었습니다. 저 아래 목장의 골짜기와 전경은 눈에 보이지만 갈길이 아득하더군요. 바람을 피할 요량으로 정상을 넘어 내려와도 왠 조화인지 더 거세지기만 합니다. 이젠 서있기가 힘들 정도 입니다. 자전거를 들고서 가면 바람의 저항이 얼마나 센지 자전거와같이 날라가 버릴 정도 입니다. 빈몸은 억지로 가겠는데 자전거를 들고 가야 하니 난감했습니다. 어디 바람 피할곳도 없고 황당 하더군요. 겨우 조그만 바위 틈에 민경이(넘버식스님 딸)를 앉히고 히로시마 김님, 마운틴 님과 상의후 방법이 없으니 산속을 직선 방향으로 뚫고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이때 아~ 조난은 이렇게 해서 당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습니다. 어른들만 있다면야 잔차 버리고 걸어나오면 되지만 아이들이 있으니 신경이 쓰이다 못해 무서움이 일어났습니다. 특히 베타실버군은 겨울 산행 준비를 제대로 해오지 못해 완전히 쳐져있었고, 민경이는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했으니 이 아이들을 끌고 내려 갈일이 까마득 하더군요.
근처의 군부대에 도움을 청하거나 온 길을 다시 내려 갈까 하고 생각해 봤지만 바람을 뚫고 반대 방향으로 간다는 것은 불가능 했습니다. 이런 맞 바람을 안고 언덕을 오른다는건 사고의 위험이 더 클 것 같아 바람을 등에지고 사선방향으로 내려오기 시작 했습니다. 잡목숲이 우거진 곳에 오니 바람은 잦아들고 대신에 눈이 무릎 위까지 쌓여있습니다. 일단 바람을 피하니 살 것 같았습니다. 저 멀리 축사같은 건물이 보이길래 거기 까지만 가면 최소한 구조요청은 할수있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본격적인 산속의 나무 사이로 눈구덩이 속을 잔차를 끌고서 내려오니 계곡을 만났습니다. 좀 마음이 놓이더군요. 계곡을 따라 오다보면 분명히 길과 만나게 되 있는게 그동안의 산행 경험으로 알수가 있었기 때문 입니다. 그리고 겨울계곡 특히 눈이 많이 쌓인 계곡은 걸어 내려오기가 수월 합니다. 넘어져도 눈 때문에 다칠 염려도 없고 물길이 흐르던 자리라 앞을 가로막는 나무같은 장애물이 많이 없기에 아무래도 쉽습니다.
어느정도 계곡을내려오니 잡목은 보이지 않고 넓은 초지가 보여 그리로 올라가니 길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음이 좀 놓이지만 무릎까지 빠지는 눈 때문에 진행 속도는 여전히 느리게 됩니다. 내리막은 잔차를 끌기가 낫지만 평지는 눈 때문에 앞 바퀴가 빠져 어느정도는 들어줘야 끌수가 있기 때문 입니다. 넓은 길이지만 러셀이 되어있지 않아 애를 먹지만 히로시마 김님이 선두로 서서 일행들을 끌어 줍니다.
삼거리 길이 나와 표지판을 읽어보니 삼양목장 정문까지 5.7킬로 표시 되어있습니다. 임도 5-6키로야 별거 아닌데 이렇게 눈이 쌓여 있으니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마음을 다잡아 먹고 다시 나갔습니다. 조금 나오니 제설작업을 해놔서 자전거로 타고 나올수 있더군요. 이정도면야 한 이 삼십분정도 페달링 하면 나올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위는 벌써 어둠이 짙게 깔렸지만 눈 빛에 라이딩하기는 그리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기념품 가게와 펜션등이 있는 곳에 도착하니 민재아빠님이 미리 찻집 주인에게 아이들을 태워줄 차량을 부탁해 놓았습니다. 찻집에서 따뜻한 차한잔을 마시면서 몇시간 전의 황당하고 살벌했던 소감으로 얘기 꽃을 피우고. 택시를 불러 주차한 곳으로 다시 이동했습니다.
참석한 대부분의 분들이 아마도 두 번다시 경험하지 못할 일을 겪으셨을겁니다. 저역시 마찬가지고요. 눈보라가 섞인 그 살벌한 광경을 사진에 남겨오지 못함이 아쉽지만 그 당시는 사진은 안중에도 없었고 오직 살아서 이 자리를 빠져나와야 한다는 일념 뿐이였습니다. 사진기를 꺼낼 분위기도 아니었고요. 아마 꺼내도 바람 때문에 찍을수가 없었을 겁니다.
되돌아 보면 번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 미안할 따름입니다. 강원도의 산을 가면서 기상조건에 대비한 장비나 복장을 먼저 주지 시키고 챙겨야 하는데 이런 점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평소 같으면 답사라도 한번쯤은 다녀오는데 이번주는 이리저리 바빴었고 애초 계획한 자개골은 가본길이기에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은게 이런 일로 발전 하게되었습니다. 프렘사건 때문에 신경이 곤두 서 있었던것도 한 원인이 되었고요.(준비물을 철저히 챙기 못했습니다.) 특히나 따님 졸업기념을 위해 처음 참석하신 넘버식스님에게 많이 송구합니다. 좋은 추억을 남겨줘야 하는데 민경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영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번장 아저씨가 많이 기특해 하더라고 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금 생각하면 빙그레 웃음이 나오지만 정말 황당 했습니다.
그리고 아마 저희들이 직선 코스로 내려온게 힘은 들었지만 눈 쌓이고 바람부는 정상적인 코스보다는 더 나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히로시마 김님 고생 많이 하셨고, 강릉의 묻지마 마운틴님 저희들을 위해 애써 주셔서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날 풀리면 히로시마 김님과 같이 찾아 뵙겠습니다.
그 외에 나이테님,민재아빠님,날탱이님,똥글뱅이님,베타실버군 정말 고생 하셨습니다.
거의 7시간 산행중 잔차 탄 시간은 아마 삼 사십분 정도 일겁니다.
결국은 또 사기 번개로 막을 내렸습니다.^^
우째 제 번개는 날이 갈수록 사기의 강도가 심해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가 않군요.ㅎㅎ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더 준비를 철저히 하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그러나 이번 라이딩 만큼은 글로 남겨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고,다른 분들도 혹여 저희들과 같은 경우를 만나지 않도록 준비를 하시라는 의미에서 후기를 씁니다.
미리 말씀 드리지만 이번 번개는 번장인 저의 잘못이 너무 많았습니다.
먼저 참여 하신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겨울 산행에 대하여 준비물을 철저히 각인 시키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참여를 거절했어야 하는데, 변명이지만 프렘 사건과 금요일의 바쁜 일과로 너무 늦게 최종공지를 올려 꼼꼼하게 미리미리 준비물을 챙기지 못한 점이 많이 후회가 됩니다. 물론 아무 탈 없이 무사히 끝났기에 가슴을 쓸어내리지만 참여하신 분들께 다시한번 죄송하고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저번주에 폭파된 정선 자개골 공지를 다시 올렸습니다.
토요일의 날씨가 눈이나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적은 양이라 하길래 예정되로 진행을 하였습니다. 양재역과 만남의 광장에서 라이딩 멤버들을 만나 두 대의 차량으로 좀 늦게 정선으로 출발했습니다. 이미 그곳에는 강릉에 계시는 묻지마 마운틴님과, 신기에서 야영을 하신 히로시마 김님이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12시가 좀 못되어 진부에 도착하니 온세상이 하얗고 도로는 제설차량이 왔다갔다 하더군요.
기다리는 일행들과 인사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는 순간 거센 바람이 숨이 막힐만큼 눈보라를 휘날리며 휘몰아 쳤습니다. 순간 걱정이 되었습니다. 어른들이야 큰 문제가 없지만 아이들(중3 올라가는 베타실버, 넘버식스님의 따님인 민경이)이 있기에 계획한 코스를 제대로 타야 할런지가 걱정 스러웠습니다. 히로시마 김님과 마운틴 님 역시 이런 우려 때문에 자개골로 통하는 입구를 다녀오셨는가 봅니다. 즉석에서 긴급 회의를 열었습니다. 자개골로 향하는 길이 눈으로 덮혀있고 설혹 봉산재를 넘어 자개골로 온다 할지라도 회귀하는 도로의 조건이 좋지 않아 위험성이 있기에 다른 대안을 찾았는데 두개의 의견이 있었습니다.
황병산으로 코스 변경을 하던지, 자개골로 넘어가다가 중간에서 도로 나오자는 두개의 의견중 황병산을 택했습니다. 정상에서 삼양목장으로 내려가는 길은 오프로드 짚차들이 다니기 때문에 다운힐도 큰 문제가 없겠고 오르는 길도 군부대로 연결 된다고 하기에 큰 걱정은 없었습니다.
횡계 바로 못미쳐 소 황병산으로 향하는 길로 접어들어 라이딩을 시작했습니다. 차량으로 다져진 눈 길을 따라 열 대의 자전거는 널널하게 정상으로 향했습니다. 특히나 이번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민경이는 자전거와 눈이 쌓인 산에서의 좋은 추억을 간직 할 것 같았습니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은 군인들의 제설 작업과 군부대 차량들이 다녀서 오르기는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물론 끌고 바이크 입니다. 거리는 대략 5-6키로 정도 된다고 들었습니다. 계속되는 엎힐구간을 거의 끌고서 올랐습니다. 조그만 경사도 미끄러워 잔차에 올라타 페달질이 불가능 하더군요. 중간 중간 사진을 찍고 거의 4시간 정도를 오르니 정산 꼭대기의 누런 초지가 하얀 눈과 더불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가을하늘과는 다른 맛을 주는 겨울의 새파란 하늘이 산 봉우리 위로 떠 있더군요. 칼바람이 스치는 산속에서 바라보는 그 새 파란 하늘에선 아름다운 차가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정상에 다가오니 광활한 목장의 초지가 눈 아래 펼쳐 집니다. 길 옆은 무릎 위까지 눈이 쌓여 있지만 소 황병산 정상은 누런 초지가 그대로 있더군요. 정상으로 가기 위해서 옆으로 나가는 길은 러셀이 되있질 않아 히로시마 김님이 먼저 나가시고 그 뒤를 따라가니 눈이 없는 초지대가 나왔습니다. 여기엔 왜 눈이 쌓여있지 않나하는 의문이 풀린 것은 그 순간 이었습니다. 언덕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맞기 시작한 바람은 정상에 다가 갈수록 우리의 등뒤를 세차게 떼밀기 시작했습니다. 눈보라를 동반해서 눈을 뜨기가 힘들정도 입니다. 그래도 강풍속을 웃으며 즐겼지만 그 순간 뿐이었습니다.
정상에서 부터는 서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몸 하나 가누기도 힘들었습니다. 이때 까지만 해도 드 넓은 초지를 다운힐 한다는 가벼운 설렘과 눈보라가 내심은 싫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눈 보라 때문에 길을 찾을수가 없다는데 있었습니다. 저 아래 목장의 골짜기와 전경은 눈에 보이지만 갈길이 아득하더군요. 바람을 피할 요량으로 정상을 넘어 내려와도 왠 조화인지 더 거세지기만 합니다. 이젠 서있기가 힘들 정도 입니다. 자전거를 들고서 가면 바람의 저항이 얼마나 센지 자전거와같이 날라가 버릴 정도 입니다. 빈몸은 억지로 가겠는데 자전거를 들고 가야 하니 난감했습니다. 어디 바람 피할곳도 없고 황당 하더군요. 겨우 조그만 바위 틈에 민경이(넘버식스님 딸)를 앉히고 히로시마 김님, 마운틴 님과 상의후 방법이 없으니 산속을 직선 방향으로 뚫고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이때 아~ 조난은 이렇게 해서 당하는 구나 하는 생각이 얼핏 들었습니다. 어른들만 있다면야 잔차 버리고 걸어나오면 되지만 아이들이 있으니 신경이 쓰이다 못해 무서움이 일어났습니다. 특히 베타실버군은 겨울 산행 준비를 제대로 해오지 못해 완전히 쳐져있었고, 민경이는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했으니 이 아이들을 끌고 내려 갈일이 까마득 하더군요.
근처의 군부대에 도움을 청하거나 온 길을 다시 내려 갈까 하고 생각해 봤지만 바람을 뚫고 반대 방향으로 간다는 것은 불가능 했습니다. 이런 맞 바람을 안고 언덕을 오른다는건 사고의 위험이 더 클 것 같아 바람을 등에지고 사선방향으로 내려오기 시작 했습니다. 잡목숲이 우거진 곳에 오니 바람은 잦아들고 대신에 눈이 무릎 위까지 쌓여있습니다. 일단 바람을 피하니 살 것 같았습니다. 저 멀리 축사같은 건물이 보이길래 거기 까지만 가면 최소한 구조요청은 할수있겠구나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본격적인 산속의 나무 사이로 눈구덩이 속을 잔차를 끌고서 내려오니 계곡을 만났습니다. 좀 마음이 놓이더군요. 계곡을 따라 오다보면 분명히 길과 만나게 되 있는게 그동안의 산행 경험으로 알수가 있었기 때문 입니다. 그리고 겨울계곡 특히 눈이 많이 쌓인 계곡은 걸어 내려오기가 수월 합니다. 넘어져도 눈 때문에 다칠 염려도 없고 물길이 흐르던 자리라 앞을 가로막는 나무같은 장애물이 많이 없기에 아무래도 쉽습니다.
어느정도 계곡을내려오니 잡목은 보이지 않고 넓은 초지가 보여 그리로 올라가니 길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음이 좀 놓이지만 무릎까지 빠지는 눈 때문에 진행 속도는 여전히 느리게 됩니다. 내리막은 잔차를 끌기가 낫지만 평지는 눈 때문에 앞 바퀴가 빠져 어느정도는 들어줘야 끌수가 있기 때문 입니다. 넓은 길이지만 러셀이 되어있지 않아 애를 먹지만 히로시마 김님이 선두로 서서 일행들을 끌어 줍니다.
삼거리 길이 나와 표지판을 읽어보니 삼양목장 정문까지 5.7킬로 표시 되어있습니다. 임도 5-6키로야 별거 아닌데 이렇게 눈이 쌓여 있으니 시간이 꽤 걸리겠지만 마음을 다잡아 먹고 다시 나갔습니다. 조금 나오니 제설작업을 해놔서 자전거로 타고 나올수 있더군요. 이정도면야 한 이 삼십분정도 페달링 하면 나올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주위는 벌써 어둠이 짙게 깔렸지만 눈 빛에 라이딩하기는 그리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기념품 가게와 펜션등이 있는 곳에 도착하니 민재아빠님이 미리 찻집 주인에게 아이들을 태워줄 차량을 부탁해 놓았습니다. 찻집에서 따뜻한 차한잔을 마시면서 몇시간 전의 황당하고 살벌했던 소감으로 얘기 꽃을 피우고. 택시를 불러 주차한 곳으로 다시 이동했습니다.
참석한 대부분의 분들이 아마도 두 번다시 경험하지 못할 일을 겪으셨을겁니다. 저역시 마찬가지고요. 눈보라가 섞인 그 살벌한 광경을 사진에 남겨오지 못함이 아쉽지만 그 당시는 사진은 안중에도 없었고 오직 살아서 이 자리를 빠져나와야 한다는 일념 뿐이였습니다. 사진기를 꺼낼 분위기도 아니었고요. 아마 꺼내도 바람 때문에 찍을수가 없었을 겁니다.
되돌아 보면 번장으로서의 책임을 다하지 못해 미안할 따름입니다. 강원도의 산을 가면서 기상조건에 대비한 장비나 복장을 먼저 주지 시키고 챙겨야 하는데 이런 점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평소 같으면 답사라도 한번쯤은 다녀오는데 이번주는 이리저리 바빴었고 애초 계획한 자개골은 가본길이기에 크게 부담을 가지지 않은게 이런 일로 발전 하게되었습니다. 프렘사건 때문에 신경이 곤두 서 있었던것도 한 원인이 되었고요.(준비물을 철저히 챙기 못했습니다.) 특히나 따님 졸업기념을 위해 처음 참석하신 넘버식스님에게 많이 송구합니다. 좋은 추억을 남겨줘야 하는데 민경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영 자신이 없습니다. 그래도 번장 아저씨가 많이 기특해 하더라고 전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지금 생각하면 빙그레 웃음이 나오지만 정말 황당 했습니다.
그리고 아마 저희들이 직선 코스로 내려온게 힘은 들었지만 눈 쌓이고 바람부는 정상적인 코스보다는 더 나은 선택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히로시마 김님 고생 많이 하셨고, 강릉의 묻지마 마운틴님 저희들을 위해 애써 주셔서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날 풀리면 히로시마 김님과 같이 찾아 뵙겠습니다.
그 외에 나이테님,민재아빠님,날탱이님,똥글뱅이님,베타실버군 정말 고생 하셨습니다.
거의 7시간 산행중 잔차 탄 시간은 아마 삼 사십분 정도 일겁니다.
결국은 또 사기 번개로 막을 내렸습니다.^^
우째 제 번개는 날이 갈수록 사기의 강도가 심해지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가 않군요.ㅎㅎ
앞으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더 준비를 철저히 하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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