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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가장의 하루 잔차질

이상발2004.02.17 11:44조회 수 730추천 수 1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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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사는 이상발이라고 합니다. 투어스토리 게시판이 요사이 들어 심심한 것 같아, 하나 올리려고 썼더니, 여러분들이 많은 글들을 올리셨네요. 역시 겨울이라 뜸했던가 봅니다.  

재미난 잔차 생활을 간접으로나마 즐길 수 있는 투어스토리가 되길 바라며, 혼자 자전거 전시회 다녀온 여정을 주절거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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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부인이라는 소설과 영화가 있었다. 나는 지난 주말에 자유부인이 아닌, 자유가장이 되었다.

지난 일요일은 나만의 자유였다. 집사람과 아이들은 토요일에 강원도 원주로 여행을 떠나고, 나홀로 누리는 토요일 일요일의 자유의 향연이었다.

토요일은 근무 후에 광교산으로 등산을 다녀 온 후, 온천에서 시원하게 낮잠 한 숨 즐기고, 회 한접시 사서 집에서 나홀로 술 한잔, 캬, 바로 이 맛이야. (흑흑 그래도 외롭기는 하다,)

일요일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스트레칭 쭉쭉. 11시에 잔차에 기름칠 하고, 배낭에 이것저것 주섬주섬 챙겨 넣어서, 출발.  나홀로 서울로 달려가자, 아자 아자!!

어디로 갈꺼나, 수지로 가서 탄천변 잔차도로를 갈 것인가? 아님 1번 국도를 타고 안양 인덕원 과천으로 갈 것인가? 그래, 1번 국도로 한번 가 보자.

맞바람이 없어서 그럭저럭 갈 만하다. 기온 자체는 따뜻한데, 바람이 좀 분다.
바람막이 옷을 입으면 속에 땀이 차는 듯 하고, 바람막이 옷을 벗으면 바람 때문에 좀 춥다. 옷을 잆었다 벗었다 하며 체온 조절한다.

무념무상에 페달질 계속되고, 어느덧 지지대 고개를 넘는다. 음, 가볍게 수원을 벗어나는구만. 백운호수로 넘어가는 언덕길을 가려다가 그냥 큰 길 따라 간다.

몸에 열도 좀 나고, 근육들도 좀 풀렸나 보다, 의왕을 거쳐 인덕원을 향해 가는 페달질이 가볍다. 도로도 넓으니, 그냥 있는 힘껏 밟아 본다. 가끔은 등 뒤에서 바람이 불어 줘서 쉽게도 가는 듯 하다.

드디어 인덕원 4거리, 한시간 걸렸다. 여기서 점심을 먹자 뭘 먹나, 그럴싸하게 맛난 것을 먹고는 싶지만, 마땅치 않다. 또 혼자서 먹어야 하는데, 그럴싸 하게 먹을 만한게 없다. 그냥 분식집에 가서 비빔밥을 시켜 먹는다. 잔차 탈 때 막 먹기 편한 게 비빔밥이다. 뜨겁지 않고, 이것저것 따로 주워 먹지 않고, 그냥 숟가락 하나 들고 해결 할 수 있어 제일 나은 메뉴이다.  밥 먹는 중에도 체온 조절을 위해, 바람막이 옷도 벗고, 플리스 셔츠도 벗고, 속에 입은 자전거 유니폼 하나만 입고 밥을 먹는다. 따뜻한 실내로 인해 옷이 제대로 다 말랐다.

다시 출발, 밥을 먹어서 그런지 역시 힘이 난다. 아주 빠르게 과천 시내를 관통한다. 바로 앞이 양재다. 이제 다 왔구만, 인덕원에서 양재까지는 한달음에 온 느낌이다. 돌아올 때 알았지만, 인덕원에서 양재로 올 때는 계속 등 뒤에서 바람이 밀어 줬다. 수원으로 돌아올 때는 맞바람을 앉고 왔는데, 무지 힘들었다.

양재 행사장 근처에 오니 많은 잔차 맨들이 보인다. 양재 대로를 윌리로 계속 달리는 잔차맨도 있다. 대단한 능력이다. 인근의 우면산이나 대모산 등에서 번개 한번씩 하고 내려오는 무리들도 있는 듯 하다.

입구를 들어가니 아리따운 아가씨가 나를 반긴다. 이렇게 좋을 데가, 특별히 내 휴대전화를 알려 주려고 하는데, 그냥 비닐 봉지에 기념품과 스티커, 등을 챙겨 주며 등을 밀어 안으로 들여 보낸다. 아깝다. 작업 한번 걸어 보는 건데. . . . 몸은 늙었어도, 마음은 아직 젊은 늑대임에 틀림없다

전시장은 아주 깔끔했다. 전시 업체에 비해서는 장소도 넓고, 시승차도 많이 구비되어 있다. 공간이 넓어서 그런지 시승차를 좀 달려 보는 것도 깔끔하다.

라레이도 있고, 휠러도 있고, 캐논데일도 보이고, 자이언트도 있고, 트렉도 있고, 내가 아는 메이커 이름을 다 댄듯 하다. 왜 우리 메이커 이름은 안 대냐고 하면 할 말이 없다. 초보인 내가 아는, 그리고 기억하는 이름은 모두 다 냈다. 내 기억력과 인지력을 탓할 뿐이다.

바이시클라이프나 인터넷을 통해서만 보던 잔차들을 실지로 보니, 일견 탐도 나고, 부럽기도 하고, 그림의 떡이다 싶기도 하고, 만감이 교차한다.

반갑게도 전시장에서 노자님을 만났다. 덕분에 전시장 방문 기념 사진도 한장 찰칵. 노자님이 시승차 끌고 와서 타 보라고 권하기에, 시승 한바퀴 하면서 역시 기념촬영 찰칵.

노자님 카메라도 좋고 노자님 찍사 실력도 좋다. 운동감 있게 잘 찍었다. 잔차 탄 사람의 모습이 긴장을 했는지 영 어색하기만 하다. 평소에 내가 잔차 타는 모습이 다른 사람 눈에도 이렇게 어색하게 비쳤을까?  사실 나는 운동은 잼병이다. 그렇다고 공부를 잘 한다는 것은 아니다.

자, 더 늦기 전에 다시 수원으로 출발하자. 노자님은 버스타고 수원으로, 나는 다시 잔차 타고 수원으로 출발. 내려 갈 때는 어디로 갈 꺼나? 왔던 길로 다시 가 보자. 양재에서 과천 가는 길로 조금 가다가, 좌측에 비닐하우스가 많은 곳을 들어갔다. 아무래도 대로변을 달리는 게 부담스럽고, 또 맞바람은 왜이리도 거센지. 편안하게 논두렁 주변 길로 비닐하우스 사이로 편하게 달려 가자.

이 길은 작년 봄에 왈바 남부군 번개 때 한번 달려 본 길이라 기억이 새롭다. 이렇게 뒷길을 편하게 달려 가면 경마장이요, 서울랜드 옆으로 야트막한 언덕을 넘고, 문원동 옆을 언덕길을 넘어서 편하게 가기만 하면 인덕원 까지 맘편히 갈 수 있다. 차도 거의 없고, 약간은 시골인 듯한 느낌도 좋다.

이럭저럭 맞바람을 앉고 달리니, 인덕원 4거리다. 그래 이번에는 백운호수로 한번 넘어가자. 오르막이 있기는 하나, 업힐하는 맛이 있어야 또한 다운힐의 짜릿함과 시원함이 있지 않겠나? 백운호수를 끼고 돌아서, 업힐이다. 길은 좁고 지나가는 차들은 많지만, 업힐하는 자전거의 힘든 점을 아는지 차들이 중앙선 넘어서 좀 멀찍이 떨어져서 나를 지난다.

힘겨운 업힐이라고 생각했지만, 계속 잔차를 타고 와서 그런지 근육이 적당히 이완이 되어서 그런지 힘들이지 않고 올랐다. 다 올라 놓고 보니 업힐 거리도 그리 길지는 않다.

시원한 다운힐 짜릿한 다운힐을 즐겨, 내리 쏘다가 갑자기 급정거, 끼익. . .

바로 옆에 손짜장 집이 보인다. 중간 간식을 먹자, 짜장 하나요. 역시나 흘린 땀 잘 마르는 동안 짜장면으로 에너지 보충하고. 다시 출발.

지지대 고개 가볍게 통과하고, 수원진입, 이제는 홈 그라운드인 관계로, 차량들과 레이스도 한판씩 벌리며 (주로 내리막에서만요) 집으로 집으로,

안전하게 집에 잘 도착함으로 감사하며, 다리운동 쭉쭉, 팔운동 쭉쭉, 허리운동 휘엉휘엉.
몸을 잘 풀어야지 안 그러면 월요일에 근육 뭉쳐 출근 못할라. 간만에 운동했더니 몸도 뻐근하다. 샤워하면서 가볍게 할려고 했던 손빨래가 찐한 정리 운동이 되어 버렸다.

가슴 시원하게 뻥 뚫어 버린 듯한 상쾌한 주말이었다. 이 짜릿함을 느껴 보기 위해 잔차를 탔나 보다. 날씨도 좋았고, 거리도 적당했고, 운동효과도 만점이다.

다음 주에는 또 어딜 가 보나 행복한 상상을 하면서, 집사람에게 말을 건넨다.
"다음 주에는 애들 데리고 또 어디 안가?  갔다 와.  내 허락해 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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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양재전시회 갔다왔었습니다. 혹 거기서 USPS파란 저지 입으신분 아니세요?
용용아빠
2024.06.17 조회 64
treky
2016.05.08 조회 673
Bikeholic
2011.09.23 조회 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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