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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고넘은 고개 강릉 *^^*

현이2004.05.24 02:03조회 수 1840추천 수 2댓글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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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5일의 휴가가 생겼다.

황금의 연휴를 자전거와 보내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던 끝에 강릉행을 약속한다.

지난주에 속초를 무사히 완주한 자신감이 있다고나 할까.

금요일 심야버스를 타고 강릉에 도착한다.

해돋이를 대관령 정상에서 볼 계획으로, 편의점에 들러 시간을 때운다.
종업원의 눈치를 보이지 않으려고, 시간차로 커피,컵라면,아이스크림...

대관령 입구까지의 길은 가로등도 없는 어두운 길이었다.

미시령보다 1배반이나 길다는 말에 맘을 다부지게 먹는다.

(옛날이야기에 호랑이가 나타나서
'할멈 할멈 떡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했던 고개란다)

가방에 떡이 넉넉하니 호랑이에게 물려갈 일은 없고,

그러나 너무 적막하다.

서울에선 볼수없는 별이 총총이 밝게 비취고,

지나갈때 마다 새소리가 숨을 죽인다.

락헤드님, 라이트 키지 않고 가자하지만,(후에 안 사실- 어두운 곳에선 지루함

과 경사를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서 더 쉽다한다)

그래도 우겨서 라이트를 켠다.

미시령보다 경사가 심하지 않아 또박또박 오르긴 쉬었다.

정상에 도착무릅,

강릉 시가지와 그편 너머 여명이 올라온다.

잠시 내려 새벽의 기운을 온몸으로 빨아들인다.

일전에 부산 오륙도에서 본 일출과는 전혀 다른 해돋이 였다.

만약 서울까지 쉽게 완주한다면, 그 공은 모두 해의 기운일것이가 생각들 정도였다.

해돋이는 잠시동안이다.

문제는 대관령을 넘어가려는 순간부터 였다.

대관령의 풍량초속이, 풍차나라 덴마크보다 세다는 말만 들었는데, 그 말이

현실로 닿았다.

내리막의 시속이 브레이크를 만지지도 않고 10km , 자전거와 몸이 하나되어

바람부는 방향대로 끌려간다.

어깨, 손, 발, 무릎... 한마디로 몸이 냉동이 되었다.

쉴 생각조차 엄두가 나질않았다.

앞으로 아침을 먹으려면 2시간 정도는 지나야 하는데..

대관령휴게소는 내리막을 다 와서야 있었다.

반가운 마음에 문믈 두드리지만. 페쇠된지 오래인것 같다.(우편물이 쌓여있음)

작은 언덕을 넘으면 내리막이고 그넘어 아침을 먹고, 콜택시를 부르자한다.

기운을 내서 자전거에 올라 앉았지만, 몸이 떠는 여운에 자전거가 흔들렸다.

싸리재를 넘어 진부에 도착해 드디어 아침을 먹는다.

예전에 이곳을 지나는 길에 들러 아침을 먹어 익히 알고있던 집이다.

방바닥에 슬며시 손을 대니 냉골이다.

두리번 거리다 부억으로 눈길이 갔다.

가마솥 밑 아궁이에 장작이 벌것게 타고 있었다.

그옆에 쭈구리고 앉아 넉두리를 한다.

주모가 이것저것 말을 묻는다.

이 새벽에 왠 자전거냐고.

입도 얼어 말도 제대로 나오질 않는다.

숭즁 한사발을 호호 불어가며 먹고나선,

서울 가는 길이라 대답한다.

쳐다보는 눈길이 애처로운가보다.

아침이 코로 들어갔는지, 입으로 들어갔는지 이맛도 저맛도 아니다.

아침을 먹은 기운으로 속사리재를 넘는다.

그런데

이게 어인 일인가!

자전거를 타면서 내가 졸고 있었다.

옆으론 차가 쌩쌩 달리건만, 음주차량만 있는것이 아니라, 졸음운행도 있었다.

예전에 퀵실버님 언덕을 졸면서 올랐던 말이 생각났다.

순간!

자전거 핸들이 논두렁을 향하고 있었다.

자전거를 팽개치고 버스 정거장 움막 옆 바닥에 누웠다.

딱! 5분만이 25분이나 지났다한다.

장갑은 엉덩이에 대고 가방을 베개삼아, 꿀맛같은 단잠이었다.

등이 선뜻해 올 즈음에, 락헤드님이 깨운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태기산으로 향한다.

곳곳에 도로 공사중이라, 조심 또 조심한다.

속도계가 고장이 난것처럼 속도를 일정하게하고 오른다.

남자들은 좋겠다.

아무곳에서나 생리현상을 해결하니...

화장실이 없는 정상이라 숲을 헤치고 들어간다.

물이 고여있는 웅덩이가 보인다.

개구리들이 어마하게 많다.

어릴적엔 개구리 뒷다리가 무척 맛있었는데...

급한 볼일을 해결하고, 태기산 약수가 좋다는 말에 생수통에 물을 버리고 약수

로 채운다.

커피 좋아하시는 락헤드님 커피마실동안 자전거옆에 눕는다.

나물 캐온 아낙네들 삼삼오오 짝지어 나물과 막걸리를 바꾸어 먹는다.

락헤드님 갈길이 멀어서인지 재촉한다.

일기예보에 소나기가 온다했는데,

황재에 오를즈음 하늘에 먹구름이 깔려 있었다.

아마도 어느 곳에 한바탕 진을 치고, 서서히 우리를 향해 오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소낙비가 오기 시작한다.

그것도 우리 뒤에서 무서운 속도로 따라온다.

락헤드님 가방에 방수카바 하시곤 우린 시원하게 맞자 하신다.

그말에 소나기 놀랐는지 우리보다 먼저가서 바닥만 적셔놓는다.

...

둔내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을때 까진 대관령의 추운것 빼놓고 문제는 없었다.

몸이 뒤틀리고, 마음에 전쟁이 일어나고,

문제는 양평 용두리가 눈앞에 나오기 전까지 게속되었다.

오르막이 방금 지났는데 또, 오르막 ...

그렇게 하길 수 없었던 같다.

눈물이 밖으로 흐르질 않아서이지 속으론 울었다.

파출소가 눈앞에 보인다.

난 화장실을 가고자 내렸는데, 락헤드님 트럭이라도 빌리려고 들어가셨다.
...

생각에...

자전거는

누구와의 경쟁도 아니고,

나와의 싸움인것 같다.

자전거를 처음 시작할땐 아무 생각없이 탔건만,

시간이 지날수록

자전거는 나의 벗이 되는 것을 느낄수 있다.

심각하게는

순간순간 힘들게 탈 때는,

삶도 이런 것이려니 하는 작은 위안이 될때도 있다.
...

징그러운(?) 언덕 몇개를 넘고나니 양평용두리에 들어선다.

낯선 동네에 있다가, 마치 우리동네에 들어온 모양 마음이 가벼워진다.

오는 도중 새끼 노루 한마리 중앙분리대에 걸려 넘어가지 못하고,

바둥되었는데 지금쯤 둥지찾아 잘 지내겠지.

인간이 만들어 놓은 경게선으로 동물의 생활반경이 좁아진것은 가슴아픈 일이다.

백운봉휴게소!

속초행때 저녁을 해결한 곳이다.

우린 휴게소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찻길에서 겉옷만 걸치고 가기 시작한다.

대략 55km이면 2시간 반정도면 잠실에 도착할것 같은 시간이다.

속초갈때도 그랬지만, 지금부턴 내가 자전거를 타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가 나를 업고 달리는 것이었다.

봉안터널에 들어서는 벨을 게속 치며간다.

터널을 통과 할때마다 가슴이 콩광거려, 클릭 한쪽은 빼놓고, 언제든지 넘어

지면 안전하게 쓰러질 자세로 달린다.

늘 하남으로 가서 잠실로 갔지만, 이번은 미사리로 천호동으로 빠졌다.

길동쯤에 들어서 겨우 저녁을 먹는다.

대관령 추위에 떨었던 것을 반찬삼아 냉면을 먹는다.

지금은

또 한번 강릉을 가자하면 노우하겠지만,

산고의 고통도 잊고 산다는, 망각의 동물이니

그 기억이 잊을즈음에

대관령의 여명을 찿을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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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4
  • 강릉 --> 대관령 --> 횡계 --> 진부 -->둔내 --> 횡성 --> 용문 --> 양평

    험한길 다녀오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속초보다도 장도이고.. 단둘이 라이딩이라 훨씬 힘드셨을텐데..
    속초 투어를 하면서 같이 가는 사람들의 수에 따라서몸과 마음으로 느끼는 거리도 짧아지고 추억이 많아진다는 걸 느꼈죠..

    참 이번에 저도.. 손만 아프지 않았으면 이번 26일 나홀로 강릉 라이딩 갈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장거리여행하면 꼭 하나씩 안좋아져서.. 사고 없지 잘 가시는 분들이 부럽네요..
    작년 부산여행때는 무릎하구.. 기관지..
    올 속초는.. 손.. 아흐~ 오늘 방걸레질하는데 아직 손이 찌릿하네요..
  • ^^요즘 너무 자학라이딩하시는건 아니지^^

    진정 자전거의 참맛을 아셨으니~ 다음엔 가락제 느랏제를 넘으시죠^^

    고생하셨습니다^^
  • 울고 넘는게 아니라 웃고 넘으신것 같네요?? ㅎㅎ
    대단하십니다. 매주 강원도를 넘나드시니 .. 할말을 잊게 만드시는 군요..ㅠ.ㅠ
  • 현이글쓴이
    2004.5.24 09:05 댓글추천 0비추천 0
    prollo님 대관령 바람이 아직은 매섭네요,단단히 준비하세요.
    레드맨님 가락재 느랏재 번개치실라우?
    필스님 잠깐뵙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셨지요, 정말 펑펑 울었는걸요.
  • 대단하심다.. 싸부라 부르겠심다. ㅋㅋ
  • ^_^ 저도 언제가는...
  • 락헤드님, 이슬님! 함께 울었으면 참 좋았을텐대요...
  • 후기를 보니 새롭네요 새벽 대관령의 추위가 넘 강해서(겨울옷입고도 한참동안 온몸이 마비되었으니) 날씨가 풀릴즈음 피로가 몰리는건 당연하죠
    암튼 지난주 속초에이어 속초보다 엄청 힘든강릉투어를 완주 하셨으니...다음달 중순에는 1박2일 속초 왕복투어도 무난하리라 봅니다
  • 대관령의 여명이라.. 멋지십니다.^^
    108구비라 하였으니 어찌 미시령과 견주겠습니까..
    또 한번의 힘든 완주를 축하드립니다.^^
  • 대단 하십니다. 잔거도 좋네요. 스페샬라이즈드 엠 파이브....트라이얼인가요?
    제거도 에스워크 엠 파이브 인데 좀 달라 보여서....
    전 초보인데 담엔 저도 좀 델꼬가요 .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고 즐라 하세요.
  • 약 1년반전 자전거를 탈줄몰라 한강고수부지 운동장에서 스타트연습하던것이 엇그제 같은데 이제 완숙한 라이더로 변신한것을 보니 흐뭇합니다
    강릉 서울간 총주행거리 230Km(강릉터미널-잠실선착장), 큰고개가 4개 작은 언덕(?)은 수도없이 많은 고행길을 힘든표정 한번 안짓고(? ^^) 완주하셨으니 이제 초보에서 완숙한 라이더로 변신한듯합니다
  • 총거리 230키로 쿠헉...큰고개 4개 쿠헉.. 왜..왜들 이러십니까;; 이슬님..블랙리스트 상위권에 진출하신걸 축하드립니다. 이제 번개 한번 나갈래도 신중에신중을 기해야할듯 합니다;; 아아;; 무사히 완주하심을 감축드립니다. (근데 사진의 포즈들이 너무 섹시합니다 ㅋㅋ;;)
  • 대관령가신다는 이야기가 어그제 같은데 벌써...
    대단하심니다. 230Km 동안의 번뇌를 이기셨다니 존경스럽습니다.
  • 이슬님 완주하신것 축하합니다.
    실력이 일취월장이군요.담에 또 뵙죠...^&^;;...
  • 이슬님 대단하십니다
    저는 속초후 아지도 다리가 온전치몾한데......
  •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축하드립니다..
    이슬님.. 대단하심다.. 이담부터는 속초갈때처럼 치고 나가지도 못할 정도로 내공을 쌓으신 것 같습니다..
    무릎만 그렇지 않았어도 따라 갔을텐데.. 후기 읽으면서 함께 탄 기분이었습니다..
    대관령의 일출 장관입니다.. 다음에는 꼭 보고 싶습니다..
    락헤드님 담에 가실때는 꼭 데려가 주실거죠~~ 네~에???
  •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고생하셨고 굽히지 않는 그 의지력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는 280이 끝나고 서울에서 강릉으로 넘어갑니다.
    같이 가실래요? ^^
    아참!!
    황제와 태기산은 어떻던가요?
  • 명지아빠님 담에갈땐 꼭 함께 하도록 하지요
    퀵실버님 태기산과 황재 모두 도로확장 공사중이었습니다 태기산은 전에도 몇번 넘어보았는데 퀵실버님이라면 힘들이지않고 널럴하게 넘으실수있구요 황재는 횡성에서 둔내쪽으로 중간지점 약500m 구간이 경사도가 좀 있지만 무난히 업힐 할수있습니다 약10년전에 두번정도 이구간을 넘었는데 생각보다 힘들지않고 넘었던 기억이있습니다
  • 두분 잘 다녀 오셨군요.
    이슬님 축하 드려요.락헤드님도 고생하셨구요.
    근데 담달에 속초를 또 가신다구요?그것도 왕복으로요??
    앞으론 이슬님 무서워서 뒤도 따라다니지 못하겠군요...
    명지아빠님!이젠 누구 뒤를 따라 다녀야 할까요??
  • 현이글쓴이
    2004.5.25 10:20 댓글추천 0비추천 0
    태기산, 황제가 뭔지도 모르고 따라 나선 초보입니다.
    지금은 슬슬 힘든 기억이 사라지고 있는걸보니 조금은
    걱정이 됩니다.
    강릉은 쳐다보지도 않는다고 했는데...
    조금씩 그리워 질라고 하는데요*^^*
  • 현이글쓴이
    2004.5.25 10:23 댓글추천 0비추천 0
    속초행 님들,
    조금 더 연습해서 다음엔 뒤쳐지지 않도록 할께요.
    격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이슬님 사람이 변해도...이렇게 변할 수 있는 겁니까?
    대단하세요. 정말 대단하세요.
    솔직하게...
    이슬님이 참석하는 번개는...제 체력으로 소화가 가능하다라는 위안으로 갔섰는데...
    이제는 행여 함께 라이딩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뒤만 쫄~~쫄거리다가...시야에서 님이 사라지겠네여.
    수고에 ...
  •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우리내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하듯이 누가 시켜서 하는것도 아님에 자신의 의지와 인내력의 한계를 시험하는 왈바 식구들이여 참으루다가 자랑스럽고 대단들 하십니다, 수고들 하셨구요 언젠가 뵙고 싶습니다 그날을 기약하며......

  • ^^ 이제야 찾았네요...
    저도 어디가 어딘지, 따라만 다니다가 보니가 경치고, 지명이고,, 제대로 기억나는 게
    하나도 없습니다. 해 마다 이렇듯 장거리를 다니시니, 전 언제나 제대로 따라다닐 까요? ^^
    그래도요 기회가 되면요, 내년에도 또 강릉 코스 갈겁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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