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녀온지 이틀이 지나서야 자판을 두들기게 되네요. 사실 누군가 후기를 좀 올려줬음 좋겠다는 생각으로 뭉개다 그래도 기록은 남겨야겠다 싶어 어거지로 쓰고 있습니다. 핑계를 하나 덧붙이면 어제는 조금 멍한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 오래간만에 100키로 넘게 탄 후유증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정확히는 134Km정도 탔답니다. 당체 속도계를 속도만 보는데 쓰는 놈이라서 인용할 수밖에 없네요.
위에 사진 한 장이 이번 라이딩의 모든 것을 말하는 것 같아 길게 주절거리는 것이 혹여 기억에 생채기나 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고갯마루를 하나 넘고 나면 나타나는 작은 마을입구에 자리 잡은 커다란 은행나무 한그루. 그 밑에서 나무의 넓이와 높이가 주는 시원함을 잠시 즐기는 여유. 이거 하나면 라이딩을 지탱하는데 충분하지 않을까요. 바쁜 페달질이 허벅지를 눌러도 거친 숨이 머리를 하얗게 만들어도 이런 여유 한번이면 충분하지 않을까요. 속도와 효율이 세상을 지배한다고 거품을 물지만 내 발로 내 가슴으로 바퀴를 돌려 찾아 간 나무 한그루가 주는 시원함과 여유로움이면 한나절을 버티기에 충분하지요.
강화에 다녀왔습니다. 예정된 코스를 조금 줄이긴 했지만 약간 부족한 맛이 다음을 약속하고 모두가 함께 했다는 충만감이 지나온 길에 배어 있을 것입니다. 개화리(예전에 개화리라고 불렀다는..^^)에서 한 무리가 합류하고 김포에서 또 몇 분이 대열에 붙으셨고 초지다리 건너서 형수님들이 무리에 힘을 더하셨습니다. 햇살은 따가웠지만 시원한 바람과 함께 한 라이딩이었습니다. 후미에 서다보니 언덕에 붙어 페달질에 여념이 없는 한 떼의 라이더들의 모습은 TV에서나 보는 그림이었습니다. 쉽게 보기 힘든 그림에 뭔지 모를 즐거움이 올라옵니다.
타는 즐거움에 먹는 즐거움 그리고 사람에 대한 즐거움을 느낀 하루였습니다. 제 나름대로 아주 “선량한 라이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살아가면서 좋던 싫던 간에 많은 일들이 벌어지지만 앞으로 이런 일들이 많은 삶이었으면 좋겠다는 기원을 해봅니다. 무릇 사람의 삶이란 관계에 의해 의미를 찾는 것인데 나에게 즐거움의 의미를 보여주신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고등학교 때 산악 잡지에서 읽은 한 토막이 생각납니다. 자전거로 세계일주를 하던 두명의 프랑스 청년 중 한명이 안데스에서 풍토병으로 사망했습니다. 다른 친구가 인터뷰에서 친구의 죽음에 대해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이제 이 세상에 추억을 공유할 사람이 없다는 게 슬프다. 이제 그 추억의 무게를 나 홀로 견뎌야한다는게 슬프다.” 2004년 6월 13일에 저와 추억을 공유하신 모든 분들께 고맙다는 말을 전해야겠죠. 저와 추억의 무게를 공유하고 계시니...^^
* 조만간 장마끝나고 사시미의 정수를 맛볼 수 있는 “묻지마 사시미버전”으로 한번 모시겠습니다. 저희 누님이 서해바다 5미터 뒤에서 횟집을 하시는데 그 뒤로 100~150미터 짜리 산으로 이루어진 능선이 한 15키로 정도 될듯합니다. 이거 타러 한번 가겠습니다. 기대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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