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280 랠리
날씨 : 7.3 내내 흐리다 17:00 경부터 비, 이후 점점 굵어짐
7.4 비
랠리 참가 : treky, 십자수, 깜장고무신, son5gong, mtbiker, 퀵실버, 그리운 벗, 박공익 (아이디는 park9570 인데 아무도 그렇게 안부름), 나
+ 남부군팀 + 호흡곤란팀
지원조 : 뽀스, 그건그래, bikeholic, caymanlee(물지원)
우리동네는 배추밭이 많다.
한때 가락시장에서 알아주는 배추였다는데, 전반적인 한반도 기온상승으로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어쨌든 배추밭이 많다.
내가 농사를 짓지는 않지만, 가끔 제대로 값을 못받아 반쯤 남아 썩어가는 배추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이제 배추밭만 보면 가슴에 한이 맺힐 것 같다.
왜냐면....
읽어보면 안다.
좀 길다.
그나마 다행인건, 내 방 창밖으로 보이는 배추밭은 없다는 것이다.
2003년 7월 6일
280 랠리 연습차 벽파령-모릿재를 타러갔다.
하안미리를 13시에 출발해 벽파령을 통과한 후, 계속되는 갈림길과 구름속에서 방향감각을 잃어 헷갈리며 가던중.
웬 배추밭이 나와 어리둥절하며 가다보니 용탄이었다.
집에 오는 버스시간 맞추려고 죽어라고 비행기재 너머 미탄까지 빗속을 뚫고 달렸다.
1년뒤를 위한 서막이었다....
2004년
4월
280 랠리 공지가 떴다.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왜냐면.
내가 많이 가본 우리동네 코스들이 반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완주하고 내년부턴 280 안나가야지. (사실은 작년에도 이 생각으로 나갔다가 부상으로 중도하차했다.)
5월 26일
2.3 에서 백덕산 묻지마를 갔다.
짱구님의 한마디가 뇌리에 콱 박힌다.
"5도 이상은 끌어야 돼!"
만고 불멸의 진리다.
5월 31일
280 을 위한 엉덩이 단련차 강릉을 갔다왔다.
엉덩이가 단련되기 보다, 엉덩이 살들이 밀려나간 듯 하다.
6월 6일
문재-소쇄목-유포리-금당계곡을 탔다.
아직도 엉덩이가 쓰리다.
6월 27일
덕개수-장전삼거리를 탔다.
랠리 중도하차의 결정적인 원인은 이날 1시간 늦게 출발한 탓이었다.
원래 조동리까지 갈 예정이었고, 벽파령까지 간 후 버스시간 봐서 하안미리 하산이야 진행이냐를 결정하려 했지만, 1시간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장전삼거리에서 하산했다.
거기다 대화에서 간식거리를 사지 않아, 던지골에서 머뭇거리느라 30분을 더 까먹었다.
그 1시간 반만 아니었으면 벽파령을 확인할 수 있었다.
휴.....
7월 3일
15:05
출발부터 비가 온다.
정선행 버스를 타러 비를 뚫고 달렸는데, 버스가 평소보다 5분 빨리 지나갔다고 한다.
시작부터 꼬인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얼마나 밟았길래 평소보다 빨리 지나가냐...
다음버스는 19:40
무조건 히치해서 방림까지는 가야한다.
박공익님과의 약속에다 정선-나전 버스시간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동네사람 덕에 문재를 넘고, 정선사는 맘씨 좋은 할아버지 덕에 나전 버스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휴~
18:30
북평에 사는 박공익님의 집에 도착해 저녁먹고, 랠리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다 잠이든다.
박공익님의 체격을 보니 완주할 수 있을 것 같다.
7월 4일
01:40
더워서 잠이 깬다.
모기도 있다.
더이상 잠도 안오고, 뽀스님께 전화하니 다들 모였다고 하길래 우리도 출발한다.
박공익님의 아버님이 태워다 주신다.
02:40
전교생 8명의 조촐한 숙암분교.
우리가 마지막 도착인 듯 하다.
참가자들이랑 인사하는데, 어두우니 금방 헷갈린다.
좀 먹고 어쩌고 하니 금방 출발이란다.
03:50 출발
콘크리트 끝 4.76km
돌길 오르막 끝 6.72km
하산길 바리케이트 36.78km
하산 3:44:13 13.3 49.66km
원래 단임골은 시계 방향으로 돌기로 했지만, 토요일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운동장을 비워야 하고, 그럴려면 시간단축을 해야하기 때문에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기로 변경됐다.
1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8km 만 올라가면 42km 내리막이라고 한다.
중간에 바꾼 것도 아니고, 42km 내리막이라는데 누가 반대하랴, 모두 찬성한다.
아니... 근데 다들 왜 이렇게 빨리가냐....
아스팔트가 끝나고 콘크리트로 접어드니 바로 경사가 급해진다.
첫번째로 경사가 쎄지자 말자 mtbiker 님, 주저없이 내려 끈다. ㅋㅋㅋ
"헉헉...저 버리지 마세요.."
"네!"
맞어, 5도 이상은 끌어야 돼!
하지만 난 타고 간다.
근데, 두번째로 쎄지니까 박공익님, 역시 주저없이 내려 끈다.
동네사람 맞어?
얼씨구? 다른 참가자들은 무쟈게 빨리들 올라간다.
완주가 목표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나? 난 천천히, 내 페이스를 잃지 않고 간다.
작년처럼 페이스 무시하고 따라다니다 지치면 안되니까.
계속되는 상당한 경사의 큰크리트 길을 페달을 꾹꾹 누르며 간다.
가다보니 주최측 지원차량이 돌길이 시작되니 끌고 가라고 안내를 해준다.
너무 많이 알려주는거 같다~
'이럴땐 시키는대로 해야지.' 하며 열심히 끌고 간다.
하지만 꼭 이럴때도 타고 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돌길이 끝나고 임도입구 바리케이트 조금 못미쳐 우리팀이 기다리고 있다.
선두와 7분 차이라고 한다... 오메....
무리하지 맙시다!!!
mtbiker 님을 기다리다 그냥들 출발한다.
누가 42km 내리막이라고 한거야!!!!!!!!!!!!!!!!!
출발전 브리핑때 속으로 이상하다 생각했다.
임도에 그런 코스는 없다고.
초반부터 펑크난 사람들도 있고 열심히 가는 사람들도 많다.
남부군의 바이킹님은 한참 쉬고, 신나게 달리고, 한참 쉬고, 신나게 달린다.
정말 인간이 아니다.
바리케이트 지나 내려올 때, 옆에 여자 참가자가 쌩 지나간다.
멋지다.
중간에 4월 17일 백덕산 묻지마 왔다가 입산금지에 막혀 허무하게 돌아갔던 양아님이 인사한다.
"호흡곤란" 팀과 같이 왔다는데 호흡이 좀 곤란해보인다.
계속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 하지만 임도는 원래 그러려니 하며 8시 안에만 들어갈 생각으로 간다.
중간에 체인이 한번 풀리긴 했지만 무리없이 8시에 단임골 코스를 마쳤다.
8:20 출발
통나무집 4:56:46 11.7 58.19km
광산골 삼거리 5:50:45 12.1 70.11
마항치 7:32:56 11.8 89.35
내가 갖고간 건 MRE 이다.
미국놈들이 전쟁하려고 만든 음식이라 별로 땡기지는 않지만, 칼로리가 워낙 높으니 먹어준다.
난 입맛도 그런대로 맞다.
작년과 달리 이번 지원조는 먹을게 풍성하다.
직접 오진 못했지만 caymanlee 님이 생수 두 상자를 얼려보내주셨고.
깜장고무신님은 엄청난 아이스박스에 온갖 먹을걸 꽉 채워 갖고 오셨다.
우와~~
박공익님은 전에 일하던 곳에서 빵을 갖고 오도록 주선해줬고.
근데 홀릭님이 옆에서 육포를 끓여 이상한 국물을 만들고 있다...
부지런히 MRE 하나 먹고, 바나나도 먹고 그리운 벗님이랑 출발한다.
원래 우리는 단임골 탄 후의 속도를 봐서 조를 나누려고 했는데, 트레키님께 미안하지만 난 오래쉴 수 없어 먼저 출발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내 페이스는 '안쉬고 안먹고 안마시고 천천히 계속 가기'이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다른 팀원들을 다 내려가서야 볼 수 있었다.
출발할 때, 아까 본 여자 참가자가 지나쳐 간다.
숙암에서 오르막도 정말 잘 올라간다.
좀 있으니 안보인다...
랠리 코스에서, 내가 안가본 곳은 단임골과 숙암-통나무집, 순환임도, 장전삼거리-마항치-벽파령이다.
그래서 유난히 지도를 잘 살펴봤고, 전체 코스중 가장 힘든 코스가 숙암-통나무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등고선을 수직으로 뚫고 가는 임도, 역시 수직으로 내려갔다 다시 산등성이를 타고 오르며 능선을 따르기도 하는, 가장 급한 난코스로 봤고 웬만하면 끌고 올라가려 했었다.
근데.
결론은 지도상의 임도표시는 잘못됐다.
일단, 경사는 급하지만 등고선을 수직으로 뚫고 올라가는 길은 없었고, 내리막은 아주 야트막한 10m 정도 빼고 아예 없었다.
산등성이를 타고 오르지도 않았고, 능선은 본적도 없었다.
산림청은 산을 파헤쳐 놨으면 지도라도 제대로 만들어라.
생각보다 덜한 경사에 안심하며 올라가는데, 그리운 벗님은 벌써 안보인다.
순천에서부터 운전하고, 지난밤 잠도 제대로 못잤을텐데... 대단하다.
난, 맘속으론 '이거 5도 이상인데..' 하면서도 탈만한 길이라 그냥 열심히 올라갔다.
중간지점 부터 왕창님도 따라 올라온다.
바이킹님은 어디있는지도 모르겠다.
8km 라 생각했던 통나무집은 7km 지점에 있었다.
물만 마시고 바로 출발.
순환임도 갈림길엔 마항치까지 왼쪽으로 가면 29km, 오른쪽으로는 12km 라고 쓰여있다.
으... 왜 코스를 반대로 안한거냐...
나중에 십자수님도 엄청난 갈등을 했다고 한다.
근데 실제로 12km 쪽으로 올라간 팀도 있단다.
나쁜~
씩씩거리며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아까 그 여자참가자가 같은 팀 사람들이랑 쉬고 있다.
아마 완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지나간다.
좀 있으니 해발 1030m 팻말도 있다.
아마 여기가 정점일거라는 생각에 앞으로 다가올 지겨운 임도가 끔찍해진다.
열심히 내려가고 열심히 올라가고.
가다보니 다른 참가자들과 계속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다.
난 쉬지않고 천천히 가지만,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달리고 충분히 쉬니까 서로 계속 만나게 된다.
정말, 정말로 다들 잘 달린다.
특히 지방에서 온 참가자들은 쉽게 올 수 없는 코스라 그런건지, 때문에 잘 타는 사람들이 와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정말 잘 달린다.
근데.
가다보니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한다.
그렇잖아도 임도로 찢긴 산들을 볼 때마다 화가 나는데, 가리왕산은 임도도 임도지만 통나무집에서 광산골 삼거리 좀 지나서까지 아랫쪽을 몽땅 철조망으로 막아놨다.
이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이렇게 철조망을 쳐놓으면 이 산에 살던 동물들은 어쩌라는 것인가.
저 철조망들 틈으로는 다람쥐 이상의 동물들은 못다닌다.
산을 완전히 단절시켜버린 것이다.
제발, 제발 산을 좀 그대로 놔둬라.
산림개발 이전에 자연친화를 먼저 생각하라.
광산골 삼거리와 지도상의 오두치와는 그리 떨어지지는 않은 듯 한데, 오두치의 위치가 좀 애매하다.
임도가 능선을 넘은 것 같진 않고...
광산골 삼거리를 지나니 아예 거의 평지같은 길이 많다.
기어를 2-3까지 올려본다.
하지만 가도가도 벽파령-마항치 능선이 보이질 않는다.
구름이 낮게 깔리긴 했지만 이제는 보일만한데도 아무래도 나타나지 않는다.
속도계는 통나무집을 출발한지 20km 를 넘었다.
그래도, 아직 지겨워지진 않았다.
다행이다.
수풀에 가려 가끔씩만 보이는 거리 표지석이 내 속도계와 3km 정도 차이가 난다.
이상하다...
드디어.
24km 를 지나니 마항치가 보인다.
벽파령을 넘어가는 송전철탑과 벽파령도 보인다.
으.... 아직도 한참을 돌고 돌아야 한다...
근데, 이 지점부터 마항치까지는 거의 오르막이다.
하긴 1030m 를 지나고 오르내림이 반복되다가, 꽤 내려온 후 마항치가 보였으니 올라가는 건 맞다.
하지만, 이젠 눈에 마항치가 보이니 지겨워지려고 한다.
안된다, 벌써 이러면 나머지 구간은 어쩌라는 거냐...
광산골 삼거리 이후 쉬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지나쳤는데, 그 뒤로는 별로 보질 못했다.
내가 꽤 앞에 있나보다.
서서히 배가 고파온다.
마항치 직전엔 태양열발전 시설이 하나 있다.
글쎄, 가리왕산에서 햇빛을 받는 날씨가 며칠이나 될까...
마항치 7:32:56 11.8 89.35km
되돌아가려다 8:45:19 11.7 103.12km
용탄 124km
12:43에 마항치 도착.
"와~ 200km 만 가면 된다.~"
바이킹님은 벌써 와있다.
예상이 13시였는데 좀 빨리 왔고, 예정대로 진행되니 다행이다.
뽀스님께 전화하려 했더니 019는 전파가 안잡힌다.
뒷사람들 위치 파악이 안된다...
MRE 하나로 점심을 때우며 잠시 쉰다.
좀 있으니 그리운 벗님이 올라왔고, 잠시 앉아 있다가 아까 쉬었다며 먼저 출발한다.
음....
왕창님도 바로 올라온다.
배낭속에서 밥이 나온다.
13:10 출발
벽파령 길 조심하라고 일러주며 먼저 떠난다.
바이킹님이 같이 가자는데, 좀 있다 추월할거면서 뭘 같이 가자고 구박한번 해준다.ㅋㅋ
왕창님이 길 헷갈리는데 서있으라고 한다.
하안미리 갈림길엔 스텐레스 거울이 있으니 확인하고 좌회전하라고 말하고 출발.
벽파령까지는 10km.
마항치가 1050m 정도이고, 벽파령이 980m 정도니까 일단 내리막이 많다.
작년에 벽파령을 반대로 넘으며 갈림길이 많았다는 기억에 속도계의 거리를 잘 살피며 간다.
아직 내 앞엔 몇명 없는 듯.
13:50
점점 철탑들이 다가오고.
9km 지점에 주최측의 설명에 나온 첫갈림길이 나오고 3명이 쉬고 있다.
설명대로 3사람이 오른쪽 공사중인 길로 올라가라고 해준다.
이제 1km 정도 가면 두번째 갈림길인 하안미리 갈림길이 나온다.
가다보니 임도 양쪽에 난 콘크리트 길이 있다.
왼쪽이 아닌건 확실하고, 오른쪽은 뒤로 꺽여 올라가는데.
거리상 좀 이상했지만 철탑지나 하안미리 갈림길까지 다른 갈림길에 대한 주의사항이 없어서 멈칫하다 그냥 지나친다.
바보짓의 시작이다.
14:20
아무래도 이상하다.
철탑 근처 갈림길을 지나 30분을 왔는데도 능선을 넘기는 커녕 계속 오르막인 임도만 나온다.
갈림길은 콘크리트길 이후 하나도 못만났다.
저 앞엔 모퉁이를 돌아가는 임도가 보인다.
우리는 능선을 넘어야 하는데...
이상하다.
멈췄다.
지도를 펴 잘 살펴본다.
철탑이 벽파령 아래가 맞다면 지도상 길은 다 지났다.
이렇게 이어지는 임도길은 없어야 한다.
그냥 경사가 센 고개넘는 길이 나와야 할 뿐.
해가 구름에 가려 방향을 확실히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
앞엔 바퀴자국이 많이 나있긴 하다.
하지만 이상하다.
좀 전에 한사람을 지나쳤으니 그 사람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다시 돌아 가기로 했다.
다행히 돌아가는건 조금만 올라가면 내리막이다.
좀 가니 왕창님 일행이 내려온다.
이상하다고 했는데, 바퀴자국이 있는데 맞다고 가자고 한다.
잠시 갈등하지만 왕창님네 동호회가 몇주전에 조동리-모릿재를 탔으니 정보를 잘 듣고 왔을거라는 생각에 같이 가기로 했다.
벽파령 지나 10km 지점, 아까 본 모퉁이를 도니 송전철탑이 보인다.
아~ 저거구나.
결국.
이 생각이 결정적 패착이 되고 말았다.
5월 26일 백덕산에 올랐을때 난 분명히 봤다.
벽파령을 넘는 송전철탑과 남병산을 넘는 송전철탑을.
즉, 능선을 넘는 송전철탑은 두개인 것이다....
송전철탑을 지나니 또 갈림길이 나오고 벌목장에 왕창님 일행이랑 사람들이 모여 쉬고 있다.
여기서 오른쪽이구나.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좀 더 가니 또 갈림길이 나오고 몇명이 모여있는데, 난 또 오른쪽으로 가라고 말해준다.
뒤에 오던 한명이 "정병호님만 믿고 가면 돼." 라고 한다.
아.... 죄송합니다.
이미 내 맘엔 확신이 없었습니다...
좀 더 가니 갑자기 배추밭이 나온다.
아... 이럴 수가...
여긴 바로 내가 작년에 지나갔던 그 배추밭이 아닌다.
지나던 사람들을 불러 세웠다.
배추밭이 나오면 안되니까 돌아가야 한다고 했지만, 한 분이 배추밭은 다른데서도 봤고 이 길이 맞다고 한다.
앞에 바퀴자국도 있고, 이미 넘어간 사람들도 있단다.
근데, 나도 헷갈린다...
분명히 그 배추밭은 맞는데 돌아가자고 주장할만한 확신이 안서는 거다.
난 작년 가을에 하안미리-기러기재-조동리를 타봤고, 기러기재에서 멧둔재로 가는 갈 외엔 중간에 합류하는 다른길은 없었다.
그럼 분명이 이 길은 아니다.
거리도 너무 많이 왔고 시간도 너무 많이 걸렸다.
그리고 배추밭을 둘러싸는 낙엽송 숲도 기억난다.
근데... 도저히 강력하게 주장을 못하겠다.
왜냐면.
지금까지 오면서 벽파령 넘어갈 만한 길을 못 본 것이다.
아... 이걸 어쩌면 좋단 말인가...
내가 어떻게 판단하냐에 따라 뒤에 오는 사람들 모두 엉뚱한데로 내려가게 되는데...
배추밭위 공터에 몇명이 모여있다.
여기가 기러기재 아니냐고 하는데, 난 벽파령도 안넘었다고 했지만 어디서 길을 놓쳤는지를 모르니 진행방향에 대해 확실히 말할 수가 없다.
답답하다.
화가 난다.
난 작년에 똑같은 실수를 했지 않은가.
그런데.
이미 돌아가기엔 너무나도 많은 거리를 왔고, 그것도 한참을 내려왔다.
나도 이제 돌아갈 엄두가 안나려고 한다.
산행중 가장 어려운 게, 길을 잘못들었다는 걸 알았을때 되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정말 어렵다.
나도 산에서 헤맬때 거의 다 되돌아가지 못해 엉똥한데로 하산했었다.
내가 가는 대로 가더라도 원래 길과 다시 만날거라는 생각이 더 강하거나, 내가 가는 길이 맞을거라는 엉뚱한 확신, 어떻게 저길 되돌아가냐는 나약함이 합해지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마찬가지이며, 더군다나 돌아갈 길이 오르막이면 더하다.
거기다 어디서 잘못됐는지가 확실하지 않으니 돌아서기가 더 어렵다.
일단 먼저 내려가 본다.
아... 근데 또 송전철탑이 보인다....
맞을거라는 생각에 좀 더 가다가 철탑앞 갈림길에서 멈춰 걸어 내려가봤다.
거울이 하나 있다.
저건 아니다.
저런 건 절대 나와서는 안된다.
저 철탑과 거울은 작년에 멈춰 살펴봤던 것과 똑같지 않은가.
하지만......
골룸의 심정을 알고도 남을만 하다...
뒤에 따라오던 몇명이 화살표시가 돼있다고 한다.
마구들 내려간다.
어쩔 수 있겠는가... 나도 내려간다.
머리속엔 작년에 지나던 길들의 기억이 생생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보... 난 바보다... 이게 뭐하는 짓이란 말이냐...
다시 멈췄다.
저 앞에 산사면을 휘돌며 한없이 뻗어가는 임도가 보인다.
미치겠다.
왕창님 일행중 한분이 지나간다.
멈추려고 했지만 맞다고 하며 내려간다.
좀 있으니 갑자기 손오공님이 펑크를 떼우고 있다.
어? 언제 지나쳤지?
순간 손오공님의 목에 나침반이 걸렸는게 보인다.
근데.
아... 내가 명색이 천문대장인데 또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초보자들에게 그렇게 방향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면서...
하지 전후의 해는 북서쪽으로 지는게 맞는데, 15:30 의 해가 왜 북서쪽에 있느냐며 나침반이 틀리다고 한 것이다.
뒤에 도착한 다른분의 나침반도 마찬가지인데.... 정말 생각할수록 한심한 일이었다...
또 한가지 문제는, 나침반을 봐도 임도처럼 꾸불거리길을 지날때는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한 독도가 어렵다는 점이다.
등산중 능선상이라면 괜찮다.
근데, 이건 방향이 일정하지 않은 임도위다.
설령 해가 북서쪽에 있더라도, 북서쪽 방향 아랫마을은 하안미리가 되고 그렇다면 길을 맞다.
하지만 내가 모퉁이를 돌아가면 하안미리는 능선 너머가 된다.
내려가는 방향은 정선쪽이 되버린다.
왕창님이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내려오고, 계속 사람들이 도착한다.
내가 벽파령을 넘으면 스텐레스 거울이 나와야 한다고 하자, 한 분이 그 길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두번째 철탑지나 왕창님을 만났던 벌목장 지난 갈림길에서 우회전해야 한다고 한다.
결국 우리가 가는 길은 용탄으로 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이제 와서 어쩌랴.
우리는 두번째 철탑을 지나서도 한참을 왔다.
배추밭을 지난지도 한참 전이다.
그것도 거의 다 내리막이었다.
이제 와서, 이 시간에 거기까지 돌아간다는 건 도저히 맘이 안먹어진다.
아니 그럴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적어도 우리가 아는 범위에에선 아무도 벽파령을 못넘은 것이다.
왕창님 왈, "이리로 내려가는 사람들은 아무도 완주못한거야!"
어쩔 수 없으니 지원조 부르고, 얼른 용탄으로 가서 지원차량으로 백덕산 입구로 가자고 했다.
완주니 뭐니는 이제 중요하지도 않다.
그냥 이 바보짓 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맘 뿐.
죽어라고 내달렸다.
나, 자전거 사고 임도 내리막을 이렇게 빨리 달려보는거 처음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예 안보이고 계속 날 추월해가고 있다.
그런데.
맘속엔 그래도 혹시라도 용탄이 아니길 바라는 기대가 조금은 남아있다...
세상에... 이런 바보가 있나...
16:10
용탄으로 내려오니 바이킹님도 있고 그리운 벗님도 있고 많이들 모여있다.
"여기 모인 사람들 잘못 떨어졌다고 완주인정 안해주면 안걸꺼야!" 라고 떼써본다. ㅋㅋ
좀 있으니 트레키님이 내려온다.
조동리 도착시간 맞추려고 마구 내달렸다고 한다.
결국 트레키님도 그렇게 강조하던 벽파령 거미줄에 걸려버렸다.
한달전에 조동리-모릿재를 탔던 십자수님도 이상다고 생각했다지만 그냥 끌려 내려온다.
한명이 쇄골이 부러진 부상을 당했다고 해 지원팀이 또 바빠진다.
소재파악이 안되는 팀도 있다.
한쪽에선 어디서 잘못됐는지 한바탕 격론을 벌이고...
그제서야 작년 벽파령을 넘을때 콘크리트 길이었던 게 생각난다.
주최측의 결정을 기다렸다.
어쩌겠는가, 주최측의 결정에 따라야지.
지치니까 단것을 원하는 입은 아이스크림이 먹고싶은데 지갑이 지원차에 있다.
트레키님도 지갑이 지원차에 있다.
손오공님도 지원차에 두고 왔다.
옆에서 먹는 분이 있어 반만 달라고 했다.
죽 한그릇만 더 달라고 애원하던 올리버 트위스트의 심정이 이랬을까.
계속 해서 내려오는 사람들.
차라리 저 사람들은 내려오는 동안은 맘이 편했을거다.
잘못된건지 모르고 내려왔을테니까...
한참 뒤에 박공익님과 mtbiker 님을 마지막으로 와일드 바이크는 다 도착한... 줄 알았는데 퀵실버님 행방불명이다.
설마... 가리왕산 휴양림쪽으로?
근데 십자수님이 배추밭 지나서까지 봤다고 한다.
그럼... 배추밭 너무 철탑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갔고... 진짜 행방불명이다...
다행히 하산후 뽀스님과 연락이 돼 같이 왔는데, 예상대로 오른쪽으로 올라가 남병산을 넘어 버린거다.
그렇게 잘못가기도 어려운데. ㅋㅋㅋ
카리스님이 도착하더니 남부군에게 엄청난 구박을 쏟아낸다. ㅋㅋㅋ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좀 있으니 주최측 지원차량이 도착하고, 각 팀 지원조들도 도착해 팀장들이 모여 회의를 한다.
각 팀내에서 진행이냐 포기냐를 결정하고, 팀당 1표씩 전체 팀중 진행이 과반수가 넘으면 원하는 사람들만 전원 진행, 아니면 전원 포기란다.
결정방법에 불만은 있지만 고육책이라 생각하고 서로 의견을 모아본다.
하지만 주최측이 너무 상식적인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강력하게 항의하는 팀도 있다.
지방팀들의 아쉬움이 더한 것 같다.
이해는 간다.
사실, 제대로 하자면 전원 잘못 내려왔다 되돌아가지 않고 차량으로 코스를 이동하면, 아쉽더라도 전원 완주실패인데...
트레키님이 각자 의견을 묻는다.
난 간다고 했다.
완주도 완주지만, 배추밭의 망령을 떨치고 싶었다.
십자수님, 자신은 못가더라도 팀원중 가는 사람이 있으면 지원해주며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손오공님, 갈등끝에 '애매모호' 라는 매우 애매모호한 의견을 낸다. ^^;
그리운 벗님은... 멀리서 왔는데 허무했는지 못간다고 하며 바로 귀향하신단다... 미안할 뿐이다...
박공익님은 못간다고 했고, mtbiker 님도 접기로 했다.
너무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어쨌든 나와 트레키님이 계속 가기로 했으니 와일드 바이크는 진행으로 결정한다.
가는 걸로 결정되면 3차 지원장소, 즉 소쇄목부터 시작하란다.
이게 웬 떡이냐... 백덕임도를 그냥 지나가라니.
그런데.
결정사항을 발표하는 분이 바뀌더니, 아까와는 다르게 원하는 사람은 무조건 이동하고 나머지는 철수하란다.
거기다 백덕부터 시작하는거란다, 오메... 지금 백덕을 출발해 어떻게 내일 14:00 까지 숙암 들어가냐...
여기서 백덕입구까지도 차로 한시간인데.
뭐 이리 오락가락이람.
독수리님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게 랠리여!"
전적으로 동감은 한다... 으...
얼씨구~ 내려온 사람들중 간다는 사람이 나랑 트레키님 딱 둘이라고?
잘들한다...
좀 더 알아보니 조동리에 개인 참가 한사람과 자타연 10명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 11명과 같이 출발한다는 거다.
그 와중에도 11명은 제대로 넘어갔구나.
그럼 그 11명은 길을 몰라 헤맨 나머지 100여명 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버리고 있는게 아닌가.
주최측의 독수리님과 통화가 돼, 11명은 먼저 출발해야 하는거 아니냐 했는데 완주 제한시간 없고 진행하가로 한 사람들의 능력에 맡긴다고 한다.
점점 긴박해져간다.
19:25
트레키님과 난 백덕입구 보현정사에 모여있는 11명과 합류하기 위해 모두의 격려를 받으며 출발한다.
지원하시는 뽀스님께 미안함과 고마움의 겹친다.
20:10
다수리 입구에 독수리님이 기다리고 있다.
차엔 11명중 개인참가자 한 명이 같이 있다.
중간에 다른 사람한테 펌프와 튜브를 빌려줬는데, 돌려받질 못해 출발을 못했다고 한다.
모두들 우여곡절이 많다.
자타연은 20분 전에 출발했고.
다행이다.
11명 모두 기다리고 있었으면 어찌 얼굴들고 도착하겠는가.
21:00
시간이 부족하니 계장터널이고 뭐고 그냥 지나쳤고, 보현정사를 지나 차가 갈 수 있는 최대한까지 올라가 출발준비를 한다.
막상 도착하고 나니 갑갑하다.
근데...
트레키님이 다시 돌아가기로 한다.
그 심정이 얼마나 복잡하겠는가.
좀 있으니 독수리님과 함께 장비공급을 받은 마지막 한사람이 왔다.
체격은 좀 마르고, 얼굴도 얌전해보이고 다리 근육도 없어 보이는데.
근데... 이름이 김교용이란다.
김교용이라면.... 작년에 무박무지원으로 혼자서 일착으로 완주한 그 사람 아닌가.
"아니, 이럼 보조가 안맞잖아요~~!"
내가 쳐질걸 대비해 미리 문재 갈림길을 알려준다. ㅋㅋㅋ
마지막 배웅을 받고 출발.
여기서 바리케이트까지는 탈 수 없는 구간이라 끌고 가야한다.
바리케이트를 넘으면 꽤 경사가 있는 콘크리트 길.
김교용님, 힘을 내기 시작.
난.. 너무 오래쉬어 다리가 뻑뻑하다.
콘크리트 끝나고 임도 오르막이 시작된 후, 앞서가던 김교용님이 기다렸다가 다시 문재 갈림길을 묻는다.
서로 조심하라고 하며 헤어졌다.
이제... 정말 자신과의 싸움이다.
좀 있으니 임도 한모퉁이 앞을 돌아가는 불빛이 보인다.
대단하다...
3km 지점
이제서야 다리가 풀린다.
그래, 부지런히 가야한다.
나 때문에 고생하는 뽀스님과 빗속에서 걱정하는 나머지 팀원들, 길을 잘몰라 걱정하며 갈 김교용님, 마지막 남은 12명 때문에 밤을 세울 주최측 지원팀들.
그들을 생각하면 난 힘을 내야 한다.
그래도 내리막을 낮처럼 갈 수는 없다.
여기서 사고나면 끝이니까.
8km 지점.
길이 편해지니까 나서는 안되는 생각이 나오려고 한다.
아무리 집어넣으려고 해도 나온다.
"너 지금 뭐하냐?"
줸좡, 나오지 말라니까!!!!!!!!!!!!!!!!!
갑자기 라이트가 꺼진다.
깜작 놀랬다.
설마... 배터리를 바꿔 떨리는 맘으로 전원을 넣으니 다행히 켜진다.
휴~ 십년 감수했네.
벌써 배터리 다 될 시간인가..
그런데, 내려가는 중 갑자기 빗물에 패인 부분이 나타나더니 앞바퀴가 빠지고.
곧이어 '슈욱~' 하며 바람빠지는 소리가 난다.
아... 안돼....
얼른 주입구를 확인하지만 바람은 다른데서 빠지고 있다.
타이어가 찢어진 것 같다.
사실... 내 앞타이어는.... 눈 뜨고 못볼만큼 엉망이다...
튜브, 펌프 있지만 타이어는 대책 없다.
점점 세지는 빗속에, 펑크에다 타이어까지, 그것도 전체 20km 구간중 8km 밖에 못왔는데, 핸드폰도 안터지는데!!!
도대체 이걸 어쩌란 말이냐.
어쩔 수 없다.
그냥 끈다.
12km 남았으니 빨리 가야 3시간.
하지만 그 시간이면 김교용님이랑 자타연이 소쇄목에 도착할 시간이고, 내 상황을 알리고 문재에서 하산하면 그들은 시간 손해 안보고 그냥 갈 수 있다.
부지런히 끈다.
반딧불들이 많이 보인다.
그나마 다행이다.
가끔 저 앞 풀숲에 불빛이 번지면 김교용님이 기다리는게 아닌가 깜짝깜짝 놀래 올라가지만, 다 반딧불들이다.
23:50
백덕산 묻지마때 지나친 묵골 하산길이다.
여기서 문재까지 10km.
이리 내려갈까... 하지만 빗줄기속의 계곡 상황을 알 수 없고, 더구나 밤이니 무리하지 않기로 한다.
졸린다... 빨리 가야 하는데....
졸다가 페달이 찍혀 깨고, 졸다가 타이어에 밟혀 깨고, 졸다가 자전거에 부딪혀 깨고, 졸다가 낭떠러지에 떨어질만 하면 깨고...
빨리가도 모자라는데 계속 감기는 눈꺼풀을 어찌할 수 없다.
그냥 비맞고 비박해버리고 싶다.
혼자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날 기다리는 지원조와 랠리 진행자들이 있다.
어쨌든 가야한다.
근데, 또 골룸의 기분을 알 것 같다.
문재에서 그냥 집으로 가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처럼 솟아난다.
뽀스님 만나면 집으로 가자고 할까...
7월 5일
02:00
아무리 가도 문재가 안나오니 혹시 졸다가 문재를 지나친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백덕 임도 끝나면 바리케이트가 있으니 졸면서 바리케이트를 지나진 않았을 거다.
속도계는 보기가 무서워 안본다.
거의 문재 다 온 듯 하다.
솟때봉으로 뻗는 능선이 보이고, 사자산에서 떨어지는 능선도, 운교쪽 불빛도 보인다.
그리고 문재의 통신 안테나도 보인다.
아, 결국 왔다.
뽀스님께 전화.
안받는다.
다시 한다.
안받는다.
소쇄목은 전화가 터지는 곳인데 이상하다.
난 독수리님도 김교용님도 오늘 처음봤고, 자타연 10명들은 누구인지도 모른다.
당연히 연락처들이 없고, 뽀스님과 연락이 되어야만 한다.
근데, 안받는다.
또, 미치겠다.
이러면 소쇄목에 도착한 11명들과 모든 지원조들이 나때문에 못움직이는데다, 그들의 걱정은 엄청날 것 아닌가.
제발... 뽀스님, 전화 좀 받으세요...
얼른 운교로 내려간다... 아니 내려가고 싶다.
하지만 졸린 발길은 쉽게 내려가질 못하고 여전히 졸면서 비틀거린다.
내려가면서도 계속 통화를 시도 하지만 안받는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거냐.
03:30
유스호스텔을 너머 42번 국도를 만나니 03:30 이다.
자전거로 10분이면 내려올 길을 1시간 반이나 걸려 온 것이다.
자전거를 캐리어에 매단 차 한 대가 지나간다.
혹시 랠리 참가자였을까.
아직도 자전거엔 랠리 번호판 57번이 붙어있는데 그들은 그걸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아직도 뽀스님은 전화를 안받는다.
국도 따라 좀 더 내려가면 있는 버스 정류장까지 가서 쉬기로 하고 또 끌고 간다.
겨우 도착해 앉아 있으니 갑자기 비참해진다.
나, 반밖에 못갔지만 백두대간 동계단독 종주했다.
구룡령-진고개 구간에서 3박4일동안 휘발유 버너 고무패킹이 닳아 불도 제대로 못켜고, 눈 녹인 물도 못만들며 MRE 4개로 버틸때도 비참하진 않았다.
그냥 웃었을 뿐이다.
근데... 오늘 비참한 생각이 든다.
뭐하는 짓인가.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냔 말이다.
다행히, 그보다는 졸린게 좀 더하다.
30분 쯤 잤나.
자다보니 4시가 넘었다.
또 전화, 역시 안받는다.
오만가지 생각에 소쇄목 상황이 걱정된다.
내가 길을 잘 몰라 용탄까지 내려온건 어쩔 수 없지만, 또 가겠다고 버텨 지원팀과 다른 랠리 참가자들까지 걱정하게 하는건 참을 수 없다.
하지만 불가항력이다.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십자수님한테 전화해본다.
뽀스님이 옆방에서 자고 있단다.
이건 또 먼 소리냐.
뽀스님이 바로 문재로 오신단다.
어쨌든, 휴~
또 졸고있다 시간을 보니 뽀스님이 문재로 올라갔을 만한 시간이라 얼른 전화를 해본다.
다행히 아직 오는 중이다.
잘만큼 잤는지 잠도 안온다.
5시가 넘어서야 뽀스님을 만날 수 있었다.
그제서야 뽀스님은 소쇄목에서 지원 하지 않고 숙암으로 돌아가고, 독수리님이 남은 12명의 지원을 같이 하기로 했다는 말을 듣는다.
그랬구나.
6시가 지나 민박집에 도착.
아니!! 내가 죽어라고 비맞으며 자전거 끄는 동안 고기를 구워먹었잖아!!!!!!!!!!!!!!!!!!!!!!!
독수리님과도 통화가 돼 문재로 내려왔다고 했다.
날 기다리다가 문재까지 갔다 왔단다.
김교용님도 소쇄목에서 중단했다고 한다.
결국, 아무도 소쇄목을 넘지 못한 것이다.
11:45 민박집 출발
12:05 ~13:00 점심, 맛있는 비빔밥~
13:50 횡성 휴게소 도착
깜장고무신님께 미안하니까 부지런히 먹을 것들을 없애보지만 한계가 있다.
우.. 저 아까운 수박...
고기도 5 근이나 남았다는데.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속에 대강 짐을 때려넣고 민박집을 출발한다.
박공익님과는 여기서 이별이다.
내년엔 전공을 살려 지원조를 하기로 다짐하며 집으로 떠난다.
10월에 제대... 아니, 소집해제.. 아니, 암튼 무사히 마치기를.
사진 같이 찍자던 백석폭포가 폭우로 불어난 수량으로 웅장한 모습을 자랑한다.
하지만 비가 너무 많이 오니 아무도 멈추지 않고 그냥 간다.
중간에 점심 비빔밥을 채우고.
트레키님은 아직도 계산중일 듯 하다.
횡성 휴게소에 도착, 난 여기서 헤어져야 한다.
구박을 받으며 타이어 바꾸고, 튜브 갈아넣고.
십자수님이 타이어를 던져버린다.
어... 그래도 나랑 같이 4000km 넘게 달렸는데~
거기다 장갑에 튜브까지.
음, 이럴땐 그냥 받아야 한다. ㅋㅋㅋ
이제 내년을 기약하며 헤어진다.
14:25
출발 직후 마음이 한가로워지니 다시 어제 일이 생각난다.
그리고, 이제서야 생각난다.
우린 두번째 철탑에서 길을 잘못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첫번째 철탑 지나 만난 콘크리트 갈림길의 오른쪽이 벽파령 넘는 다는 것을.
아무도 첫번째 철탑 지나 만난 콘크리트 길은 생각해내지 못하고, 두번째 철탑 지난 갈림길만 생각해낸 것이다.
아... 이롤뚜가...
모두들 반성합시다!
15:25 집 도착
집에 오는 마지막 고개를 넘는 순간 광풍이 몰아치고 있었고, 동네 옥수수가 다 넘어져 있었다.
샤워하고 잠깐 눕는다.
7월 5일
06:15
눈 떠보니 아침이네...
12:00
김교용님과 통화했다.
소쇄목에서 접으셨다고 한다.
근데, 김교용님은 벽파령을 넘은게 아니라 용탄으로 떨어져 42번 국도로 비행기재와 멧둔재를 너머 평창으로 갔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다, 정말로.
또 한명, 머털이란 분도 같이 이동한 후, 다수리 입구에서 접으셨단다.
휴...
14:35
독수리님과 통화한다.
어젯밤 상황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지원조에게 다시 한번 감사와 미안함을 전한다.
근데, 자타연도 벽파령을 넘은게 아니었단다.
결국 아무도 벽파령길을 못넘은 것이다.
세상에나....
모두 반성합시다!!!!!!!!!!!!!
이제 후기쓰면 랠리는 마무리군.
* 샤워하고 이야기하다보니 십자수님이 어제밤 와일드바이크팀의 결정을 알려준다.
내가 마항치를 도착했다고 하면, 전원 자전거를 타고 통나무집으로 올라 중간에 나와 합류해 같이 내려오기로 했다는 것이다.
아, 이거 참, 그것도 모르고 고기먹었다고 구박했네~
그 결정을 이뤄드리지는 못했지만, 그 마음들은 고마울 뿐입니다.
우리는 급조된 (?) 팀이지만 우리의 결의와 의지는 영원히 탄탄할 것입니다.
* 뽀스님, 고생하셨습니다. 그냥 죄송할 뿐입니다.
하지만, 내년에도 지원해주시리라 믿어봅니다. ^^;
* 홀릭님, 다음에 지원조 하더라도 그 육포 국물은 웬만하면 참아주세요.
먹을 육포도 없다니깐요! 후배만 아니었으면... ㅋㅋ
글고 이제 폐인모드에서 벗어나시길.
* 그건 그래님, 지원조해보니까 그냥 랠리 뛰는게 나을 것 같죠? 열심히 연습하세요~
* 깜장고무신님, 그 아이스 박스가 아직도 눈에 어른거립니다.
* 퀵실버님, 그렇게 다른길로 빠지기도 어려웠는데... 정말 대단하세요~
* son5gong님, 내년엔 그 실력 제대로 한번 보여주실거죠?
글고 영남알프스 한번 불러주시길.
* 그리운 벗님, 실망마시고 남도의 산을 다 밟아 버리세요!
* mtblker 님! 5kg!!
* park9570 님, 아이고... 타이핑하기도 어렵네..
아니, 동네사람 맞냐고요!! 흐흐흐... 재워줘서 고마웠습니다.
* 십자수님, 파업만 아니었으면.ㅋㅋ
신경 써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 treky 님.
내년엔... 음...
아쉽더라도 다시 힘내셔요! 글고 gps 는 버려욧!
* caymanlee 님, 성의에 보답을 못했지만... 내년에도 도와주실거죠? ㅋㅋ
* 중간에 만난 왕창님, 바이킹님, 양아님. 태기산이나 매화산에서 뵐 수 있겠죠?
* 김교용님,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 독수리님, 마지막까지 걱정거리가 돼서 죄송합니다.
내년엔 더 어렵게!
* 제 앞에 간 분들 빼고^^; 참가하신 모든분들께 죄송합니다.
제가 배추밭에서만 돌아가자고 했어도 우린 완주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확신이 없어서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아.... 그 놈의 배추밭...
혹시 주최측이 이 글을 본다면.
* 설령 1억명이 참가해 1명만 제대로 가고, 99,999,999 명이 길을 잘못왔다고 하더라도 중요한건 제대로 가는 1명입니다.
숫자가 많다고 99,999,999 명을 위해 1명을 희생시킬 수는 없는겁니다.
비록 아는 사람들이 많아 의견이 더 흔들리기 쉽더라도 원칙만 지키면 됩니다.
벽파령 갈림길 상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건 주최측의 잘못이지만, 용탄 가는길을 모르고 내려간건 전적으로 참가자들의 판단착오일 뿐 입니다.
그걸 갖고 항의받으며 흔들릴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각 포인트 설명이 아예 없었으면 주최측의 책임은 전혀 없는거 아닙니까.
지도를 읽는 것도, 위치파악을 하는 것도 모두 참가자 개개인의 능력일 뿐입니다.
계속 의견이 왔다갔다 하는건 한편으론 안타깝고 이해가 갔지만, 한편으론 나약한 모습이었습니다.
내년엔 랠리 날짜와 모이는 장소, 시간만 알려주고 코스는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가, 모인 장소에서 지도만 던져주고 달리라는 랠리를 기대 해 봅니다.
독수리님 말씀대로 그것이 랠리 아니겠습니까.
랠리에 참가한 모든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다시 한번 불멸의 진리.
"5도 이상은 끌어야 돼!"
하나 추가.
"내려갈 때 30km 이상 내는 사람들은 자전거 타면 안돼~~!!"
날씨 : 7.3 내내 흐리다 17:00 경부터 비, 이후 점점 굵어짐
7.4 비
랠리 참가 : treky, 십자수, 깜장고무신, son5gong, mtbiker, 퀵실버, 그리운 벗, 박공익 (아이디는 park9570 인데 아무도 그렇게 안부름), 나
+ 남부군팀 + 호흡곤란팀
지원조 : 뽀스, 그건그래, bikeholic, caymanlee(물지원)
우리동네는 배추밭이 많다.
한때 가락시장에서 알아주는 배추였다는데, 전반적인 한반도 기온상승으로 예전보다는 못하지만 어쨌든 배추밭이 많다.
내가 농사를 짓지는 않지만, 가끔 제대로 값을 못받아 반쯤 남아 썩어가는 배추를 보면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이제 배추밭만 보면 가슴에 한이 맺힐 것 같다.
왜냐면....
읽어보면 안다.
좀 길다.
그나마 다행인건, 내 방 창밖으로 보이는 배추밭은 없다는 것이다.
2003년 7월 6일
280 랠리 연습차 벽파령-모릿재를 타러갔다.
하안미리를 13시에 출발해 벽파령을 통과한 후, 계속되는 갈림길과 구름속에서 방향감각을 잃어 헷갈리며 가던중.
웬 배추밭이 나와 어리둥절하며 가다보니 용탄이었다.
집에 오는 버스시간 맞추려고 죽어라고 비행기재 너머 미탄까지 빗속을 뚫고 달렸다.
1년뒤를 위한 서막이었다....
2004년
4월
280 랠리 공지가 떴다.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왜냐면.
내가 많이 가본 우리동네 코스들이 반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완주하고 내년부턴 280 안나가야지. (사실은 작년에도 이 생각으로 나갔다가 부상으로 중도하차했다.)
5월 26일
2.3 에서 백덕산 묻지마를 갔다.
짱구님의 한마디가 뇌리에 콱 박힌다.
"5도 이상은 끌어야 돼!"
만고 불멸의 진리다.
5월 31일
280 을 위한 엉덩이 단련차 강릉을 갔다왔다.
엉덩이가 단련되기 보다, 엉덩이 살들이 밀려나간 듯 하다.
6월 6일
문재-소쇄목-유포리-금당계곡을 탔다.
아직도 엉덩이가 쓰리다.
6월 27일
덕개수-장전삼거리를 탔다.
랠리 중도하차의 결정적인 원인은 이날 1시간 늦게 출발한 탓이었다.
원래 조동리까지 갈 예정이었고, 벽파령까지 간 후 버스시간 봐서 하안미리 하산이야 진행이냐를 결정하려 했지만, 1시간 늦게 일어나는 바람에 장전삼거리에서 하산했다.
거기다 대화에서 간식거리를 사지 않아, 던지골에서 머뭇거리느라 30분을 더 까먹었다.
그 1시간 반만 아니었으면 벽파령을 확인할 수 있었다.
휴.....
7월 3일
15:05
출발부터 비가 온다.
정선행 버스를 타러 비를 뚫고 달렸는데, 버스가 평소보다 5분 빨리 지나갔다고 한다.
시작부터 꼬인다.
이렇게 비가 오는데, 얼마나 밟았길래 평소보다 빨리 지나가냐...
다음버스는 19:40
무조건 히치해서 방림까지는 가야한다.
박공익님과의 약속에다 정선-나전 버스시간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동네사람 덕에 문재를 넘고, 정선사는 맘씨 좋은 할아버지 덕에 나전 버스시간에 맞출 수 있었다.
휴~
18:30
북평에 사는 박공익님의 집에 도착해 저녁먹고, 랠리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도 하다 잠이든다.
박공익님의 체격을 보니 완주할 수 있을 것 같다.
7월 4일
01:40
더워서 잠이 깬다.
모기도 있다.
더이상 잠도 안오고, 뽀스님께 전화하니 다들 모였다고 하길래 우리도 출발한다.
박공익님의 아버님이 태워다 주신다.
02:40
전교생 8명의 조촐한 숙암분교.
우리가 마지막 도착인 듯 하다.
참가자들이랑 인사하는데, 어두우니 금방 헷갈린다.
좀 먹고 어쩌고 하니 금방 출발이란다.
03:50 출발
콘크리트 끝 4.76km
돌길 오르막 끝 6.72km
하산길 바리케이트 36.78km
하산 3:44:13 13.3 49.66km
원래 단임골은 시계 방향으로 돌기로 했지만, 토요일 등교하는 학생들을 위해 운동장을 비워야 하고, 그럴려면 시간단축을 해야하기 때문에 시계 반대 방향으로 돌기로 변경됐다.
1시간을 줄일 수 있으며, 8km 만 올라가면 42km 내리막이라고 한다.
중간에 바꾼 것도 아니고, 42km 내리막이라는데 누가 반대하랴, 모두 찬성한다.
아니... 근데 다들 왜 이렇게 빨리가냐....
아스팔트가 끝나고 콘크리트로 접어드니 바로 경사가 급해진다.
첫번째로 경사가 쎄지자 말자 mtbiker 님, 주저없이 내려 끈다. ㅋㅋㅋ
"헉헉...저 버리지 마세요.."
"네!"
맞어, 5도 이상은 끌어야 돼!
하지만 난 타고 간다.
근데, 두번째로 쎄지니까 박공익님, 역시 주저없이 내려 끈다.
동네사람 맞어?
얼씨구? 다른 참가자들은 무쟈게 빨리들 올라간다.
완주가 목표인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나? 난 천천히, 내 페이스를 잃지 않고 간다.
작년처럼 페이스 무시하고 따라다니다 지치면 안되니까.
계속되는 상당한 경사의 큰크리트 길을 페달을 꾹꾹 누르며 간다.
가다보니 주최측 지원차량이 돌길이 시작되니 끌고 가라고 안내를 해준다.
너무 많이 알려주는거 같다~
'이럴땐 시키는대로 해야지.' 하며 열심히 끌고 간다.
하지만 꼭 이럴때도 타고 가려는 사람들이 있다!!
돌길이 끝나고 임도입구 바리케이트 조금 못미쳐 우리팀이 기다리고 있다.
선두와 7분 차이라고 한다... 오메....
무리하지 맙시다!!!
mtbiker 님을 기다리다 그냥들 출발한다.
누가 42km 내리막이라고 한거야!!!!!!!!!!!!!!!!!
출발전 브리핑때 속으로 이상하다 생각했다.
임도에 그런 코스는 없다고.
초반부터 펑크난 사람들도 있고 열심히 가는 사람들도 많다.
남부군의 바이킹님은 한참 쉬고, 신나게 달리고, 한참 쉬고, 신나게 달린다.
정말 인간이 아니다.
바리케이트 지나 내려올 때, 옆에 여자 참가자가 쌩 지나간다.
멋지다.
중간에 4월 17일 백덕산 묻지마 왔다가 입산금지에 막혀 허무하게 돌아갔던 양아님이 인사한다.
"호흡곤란" 팀과 같이 왔다는데 호흡이 좀 곤란해보인다.
계속되는 오르막과 내리막의 연속, 하지만 임도는 원래 그러려니 하며 8시 안에만 들어갈 생각으로 간다.
중간에 체인이 한번 풀리긴 했지만 무리없이 8시에 단임골 코스를 마쳤다.
8:20 출발
통나무집 4:56:46 11.7 58.19km
광산골 삼거리 5:50:45 12.1 70.11
마항치 7:32:56 11.8 89.35
내가 갖고간 건 MRE 이다.
미국놈들이 전쟁하려고 만든 음식이라 별로 땡기지는 않지만, 칼로리가 워낙 높으니 먹어준다.
난 입맛도 그런대로 맞다.
작년과 달리 이번 지원조는 먹을게 풍성하다.
직접 오진 못했지만 caymanlee 님이 생수 두 상자를 얼려보내주셨고.
깜장고무신님은 엄청난 아이스박스에 온갖 먹을걸 꽉 채워 갖고 오셨다.
우와~~
박공익님은 전에 일하던 곳에서 빵을 갖고 오도록 주선해줬고.
근데 홀릭님이 옆에서 육포를 끓여 이상한 국물을 만들고 있다...
부지런히 MRE 하나 먹고, 바나나도 먹고 그리운 벗님이랑 출발한다.
원래 우리는 단임골 탄 후의 속도를 봐서 조를 나누려고 했는데, 트레키님께 미안하지만 난 오래쉴 수 없어 먼저 출발하기로 했다.
왜냐하면.
내 페이스는 '안쉬고 안먹고 안마시고 천천히 계속 가기'이기 때문이다.
이때문에 다른 팀원들을 다 내려가서야 볼 수 있었다.
출발할 때, 아까 본 여자 참가자가 지나쳐 간다.
숙암에서 오르막도 정말 잘 올라간다.
좀 있으니 안보인다...
랠리 코스에서, 내가 안가본 곳은 단임골과 숙암-통나무집, 순환임도, 장전삼거리-마항치-벽파령이다.
그래서 유난히 지도를 잘 살펴봤고, 전체 코스중 가장 힘든 코스가 숙암-통나무집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등고선을 수직으로 뚫고 가는 임도, 역시 수직으로 내려갔다 다시 산등성이를 타고 오르며 능선을 따르기도 하는, 가장 급한 난코스로 봤고 웬만하면 끌고 올라가려 했었다.
근데.
결론은 지도상의 임도표시는 잘못됐다.
일단, 경사는 급하지만 등고선을 수직으로 뚫고 올라가는 길은 없었고, 내리막은 아주 야트막한 10m 정도 빼고 아예 없었다.
산등성이를 타고 오르지도 않았고, 능선은 본적도 없었다.
산림청은 산을 파헤쳐 놨으면 지도라도 제대로 만들어라.
생각보다 덜한 경사에 안심하며 올라가는데, 그리운 벗님은 벌써 안보인다.
순천에서부터 운전하고, 지난밤 잠도 제대로 못잤을텐데... 대단하다.
난, 맘속으론 '이거 5도 이상인데..' 하면서도 탈만한 길이라 그냥 열심히 올라갔다.
중간지점 부터 왕창님도 따라 올라온다.
바이킹님은 어디있는지도 모르겠다.
8km 라 생각했던 통나무집은 7km 지점에 있었다.
물만 마시고 바로 출발.
순환임도 갈림길엔 마항치까지 왼쪽으로 가면 29km, 오른쪽으로는 12km 라고 쓰여있다.
으... 왜 코스를 반대로 안한거냐...
나중에 십자수님도 엄청난 갈등을 했다고 한다.
근데 실제로 12km 쪽으로 올라간 팀도 있단다.
나쁜~
씩씩거리며 왼쪽으로 방향을 튼다.
아까 그 여자참가자가 같은 팀 사람들이랑 쉬고 있다.
아마 완주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지나간다.
좀 있으니 해발 1030m 팻말도 있다.
아마 여기가 정점일거라는 생각에 앞으로 다가올 지겨운 임도가 끔찍해진다.
열심히 내려가고 열심히 올라가고.
가다보니 다른 참가자들과 계속해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다.
난 쉬지않고 천천히 가지만, 다른 사람들은 열심히 달리고 충분히 쉬니까 서로 계속 만나게 된다.
정말, 정말로 다들 잘 달린다.
특히 지방에서 온 참가자들은 쉽게 올 수 없는 코스라 그런건지, 때문에 잘 타는 사람들이 와서 그런건지는 몰라도 정말 잘 달린다.
근데.
가다보니 점점 화가 나기 시작한다.
그렇잖아도 임도로 찢긴 산들을 볼 때마다 화가 나는데, 가리왕산은 임도도 임도지만 통나무집에서 광산골 삼거리 좀 지나서까지 아랫쪽을 몽땅 철조망으로 막아놨다.
이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
이렇게 철조망을 쳐놓으면 이 산에 살던 동물들은 어쩌라는 것인가.
저 철조망들 틈으로는 다람쥐 이상의 동물들은 못다닌다.
산을 완전히 단절시켜버린 것이다.
제발, 제발 산을 좀 그대로 놔둬라.
산림개발 이전에 자연친화를 먼저 생각하라.
광산골 삼거리와 지도상의 오두치와는 그리 떨어지지는 않은 듯 한데, 오두치의 위치가 좀 애매하다.
임도가 능선을 넘은 것 같진 않고...
광산골 삼거리를 지나니 아예 거의 평지같은 길이 많다.
기어를 2-3까지 올려본다.
하지만 가도가도 벽파령-마항치 능선이 보이질 않는다.
구름이 낮게 깔리긴 했지만 이제는 보일만한데도 아무래도 나타나지 않는다.
속도계는 통나무집을 출발한지 20km 를 넘었다.
그래도, 아직 지겨워지진 않았다.
다행이다.
수풀에 가려 가끔씩만 보이는 거리 표지석이 내 속도계와 3km 정도 차이가 난다.
이상하다...
드디어.
24km 를 지나니 마항치가 보인다.
벽파령을 넘어가는 송전철탑과 벽파령도 보인다.
으.... 아직도 한참을 돌고 돌아야 한다...
근데, 이 지점부터 마항치까지는 거의 오르막이다.
하긴 1030m 를 지나고 오르내림이 반복되다가, 꽤 내려온 후 마항치가 보였으니 올라가는 건 맞다.
하지만, 이젠 눈에 마항치가 보이니 지겨워지려고 한다.
안된다, 벌써 이러면 나머지 구간은 어쩌라는 거냐...
광산골 삼거리 이후 쉬고 있는 사람들을 많이 지나쳤는데, 그 뒤로는 별로 보질 못했다.
내가 꽤 앞에 있나보다.
서서히 배가 고파온다.
마항치 직전엔 태양열발전 시설이 하나 있다.
글쎄, 가리왕산에서 햇빛을 받는 날씨가 며칠이나 될까...
마항치 7:32:56 11.8 89.35km
되돌아가려다 8:45:19 11.7 103.12km
용탄 124km
12:43에 마항치 도착.
"와~ 200km 만 가면 된다.~"
바이킹님은 벌써 와있다.
예상이 13시였는데 좀 빨리 왔고, 예정대로 진행되니 다행이다.
뽀스님께 전화하려 했더니 019는 전파가 안잡힌다.
뒷사람들 위치 파악이 안된다...
MRE 하나로 점심을 때우며 잠시 쉰다.
좀 있으니 그리운 벗님이 올라왔고, 잠시 앉아 있다가 아까 쉬었다며 먼저 출발한다.
음....
왕창님도 바로 올라온다.
배낭속에서 밥이 나온다.
13:10 출발
벽파령 길 조심하라고 일러주며 먼저 떠난다.
바이킹님이 같이 가자는데, 좀 있다 추월할거면서 뭘 같이 가자고 구박한번 해준다.ㅋㅋ
왕창님이 길 헷갈리는데 서있으라고 한다.
하안미리 갈림길엔 스텐레스 거울이 있으니 확인하고 좌회전하라고 말하고 출발.
벽파령까지는 10km.
마항치가 1050m 정도이고, 벽파령이 980m 정도니까 일단 내리막이 많다.
작년에 벽파령을 반대로 넘으며 갈림길이 많았다는 기억에 속도계의 거리를 잘 살피며 간다.
아직 내 앞엔 몇명 없는 듯.
13:50
점점 철탑들이 다가오고.
9km 지점에 주최측의 설명에 나온 첫갈림길이 나오고 3명이 쉬고 있다.
설명대로 3사람이 오른쪽 공사중인 길로 올라가라고 해준다.
이제 1km 정도 가면 두번째 갈림길인 하안미리 갈림길이 나온다.
가다보니 임도 양쪽에 난 콘크리트 길이 있다.
왼쪽이 아닌건 확실하고, 오른쪽은 뒤로 꺽여 올라가는데.
거리상 좀 이상했지만 철탑지나 하안미리 갈림길까지 다른 갈림길에 대한 주의사항이 없어서 멈칫하다 그냥 지나친다.
바보짓의 시작이다.
14:20
아무래도 이상하다.
철탑 근처 갈림길을 지나 30분을 왔는데도 능선을 넘기는 커녕 계속 오르막인 임도만 나온다.
갈림길은 콘크리트길 이후 하나도 못만났다.
저 앞엔 모퉁이를 돌아가는 임도가 보인다.
우리는 능선을 넘어야 하는데...
이상하다.
멈췄다.
지도를 펴 잘 살펴본다.
철탑이 벽파령 아래가 맞다면 지도상 길은 다 지났다.
이렇게 이어지는 임도길은 없어야 한다.
그냥 경사가 센 고개넘는 길이 나와야 할 뿐.
해가 구름에 가려 방향을 확실히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
앞엔 바퀴자국이 많이 나있긴 하다.
하지만 이상하다.
좀 전에 한사람을 지나쳤으니 그 사람 올 때까지 기다리다가, 다시 돌아 가기로 했다.
다행히 돌아가는건 조금만 올라가면 내리막이다.
좀 가니 왕창님 일행이 내려온다.
이상하다고 했는데, 바퀴자국이 있는데 맞다고 가자고 한다.
잠시 갈등하지만 왕창님네 동호회가 몇주전에 조동리-모릿재를 탔으니 정보를 잘 듣고 왔을거라는 생각에 같이 가기로 했다.
벽파령 지나 10km 지점, 아까 본 모퉁이를 도니 송전철탑이 보인다.
아~ 저거구나.
결국.
이 생각이 결정적 패착이 되고 말았다.
5월 26일 백덕산에 올랐을때 난 분명히 봤다.
벽파령을 넘는 송전철탑과 남병산을 넘는 송전철탑을.
즉, 능선을 넘는 송전철탑은 두개인 것이다....
송전철탑을 지나니 또 갈림길이 나오고 벌목장에 왕창님 일행이랑 사람들이 모여 쉬고 있다.
여기서 오른쪽이구나.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좀 더 가니 또 갈림길이 나오고 몇명이 모여있는데, 난 또 오른쪽으로 가라고 말해준다.
뒤에 오던 한명이 "정병호님만 믿고 가면 돼." 라고 한다.
아.... 죄송합니다.
이미 내 맘엔 확신이 없었습니다...
좀 더 가니 갑자기 배추밭이 나온다.
아... 이럴 수가...
여긴 바로 내가 작년에 지나갔던 그 배추밭이 아닌다.
지나던 사람들을 불러 세웠다.
배추밭이 나오면 안되니까 돌아가야 한다고 했지만, 한 분이 배추밭은 다른데서도 봤고 이 길이 맞다고 한다.
앞에 바퀴자국도 있고, 이미 넘어간 사람들도 있단다.
근데, 나도 헷갈린다...
분명히 그 배추밭은 맞는데 돌아가자고 주장할만한 확신이 안서는 거다.
난 작년 가을에 하안미리-기러기재-조동리를 타봤고, 기러기재에서 멧둔재로 가는 갈 외엔 중간에 합류하는 다른길은 없었다.
그럼 분명이 이 길은 아니다.
거리도 너무 많이 왔고 시간도 너무 많이 걸렸다.
그리고 배추밭을 둘러싸는 낙엽송 숲도 기억난다.
근데... 도저히 강력하게 주장을 못하겠다.
왜냐면.
지금까지 오면서 벽파령 넘어갈 만한 길을 못 본 것이다.
아... 이걸 어쩌면 좋단 말인가...
내가 어떻게 판단하냐에 따라 뒤에 오는 사람들 모두 엉뚱한데로 내려가게 되는데...
배추밭위 공터에 몇명이 모여있다.
여기가 기러기재 아니냐고 하는데, 난 벽파령도 안넘었다고 했지만 어디서 길을 놓쳤는지를 모르니 진행방향에 대해 확실히 말할 수가 없다.
답답하다.
화가 난다.
난 작년에 똑같은 실수를 했지 않은가.
그런데.
이미 돌아가기엔 너무나도 많은 거리를 왔고, 그것도 한참을 내려왔다.
나도 이제 돌아갈 엄두가 안나려고 한다.
산행중 가장 어려운 게, 길을 잘못들었다는 걸 알았을때 되돌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정말 어렵다.
나도 산에서 헤맬때 거의 다 되돌아가지 못해 엉똥한데로 하산했었다.
내가 가는 대로 가더라도 원래 길과 다시 만날거라는 생각이 더 강하거나, 내가 가는 길이 맞을거라는 엉뚱한 확신, 어떻게 저길 되돌아가냐는 나약함이 합해지기 때문이다.
자전거는 마찬가지이며, 더군다나 돌아갈 길이 오르막이면 더하다.
거기다 어디서 잘못됐는지가 확실하지 않으니 돌아서기가 더 어렵다.
일단 먼저 내려가 본다.
아... 근데 또 송전철탑이 보인다....
맞을거라는 생각에 좀 더 가다가 철탑앞 갈림길에서 멈춰 걸어 내려가봤다.
거울이 하나 있다.
저건 아니다.
저런 건 절대 나와서는 안된다.
저 철탑과 거울은 작년에 멈춰 살펴봤던 것과 똑같지 않은가.
하지만......
골룸의 심정을 알고도 남을만 하다...
뒤에 따라오던 몇명이 화살표시가 돼있다고 한다.
마구들 내려간다.
어쩔 수 있겠는가... 나도 내려간다.
머리속엔 작년에 지나던 길들의 기억이 생생하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보... 난 바보다... 이게 뭐하는 짓이란 말이냐...
다시 멈췄다.
저 앞에 산사면을 휘돌며 한없이 뻗어가는 임도가 보인다.
미치겠다.
왕창님 일행중 한분이 지나간다.
멈추려고 했지만 맞다고 하며 내려간다.
좀 있으니 갑자기 손오공님이 펑크를 떼우고 있다.
어? 언제 지나쳤지?
순간 손오공님의 목에 나침반이 걸렸는게 보인다.
근데.
아... 내가 명색이 천문대장인데 또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하고 말았다.
초보자들에게 그렇게 방향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면서...
하지 전후의 해는 북서쪽으로 지는게 맞는데, 15:30 의 해가 왜 북서쪽에 있느냐며 나침반이 틀리다고 한 것이다.
뒤에 도착한 다른분의 나침반도 마찬가지인데.... 정말 생각할수록 한심한 일이었다...
또 한가지 문제는, 나침반을 봐도 임도처럼 꾸불거리길을 지날때는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한 독도가 어렵다는 점이다.
등산중 능선상이라면 괜찮다.
근데, 이건 방향이 일정하지 않은 임도위다.
설령 해가 북서쪽에 있더라도, 북서쪽 방향 아랫마을은 하안미리가 되고 그렇다면 길을 맞다.
하지만 내가 모퉁이를 돌아가면 하안미리는 능선 너머가 된다.
내려가는 방향은 정선쪽이 되버린다.
왕창님이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내려오고, 계속 사람들이 도착한다.
내가 벽파령을 넘으면 스텐레스 거울이 나와야 한다고 하자, 한 분이 그 길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두번째 철탑지나 왕창님을 만났던 벌목장 지난 갈림길에서 우회전해야 한다고 한다.
결국 우리가 가는 길은 용탄으로 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하지만 이제 와서 어쩌랴.
우리는 두번째 철탑을 지나서도 한참을 왔다.
배추밭을 지난지도 한참 전이다.
그것도 거의 다 내리막이었다.
이제 와서, 이 시간에 거기까지 돌아간다는 건 도저히 맘이 안먹어진다.
아니 그럴 수도 없었다.
왜냐하면.
적어도 우리가 아는 범위에에선 아무도 벽파령을 못넘은 것이다.
왕창님 왈, "이리로 내려가는 사람들은 아무도 완주못한거야!"
어쩔 수 없으니 지원조 부르고, 얼른 용탄으로 가서 지원차량으로 백덕산 입구로 가자고 했다.
완주니 뭐니는 이제 중요하지도 않다.
그냥 이 바보짓 하는 시간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는 맘 뿐.
죽어라고 내달렸다.
나, 자전거 사고 임도 내리막을 이렇게 빨리 달려보는거 처음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예 안보이고 계속 날 추월해가고 있다.
그런데.
맘속엔 그래도 혹시라도 용탄이 아니길 바라는 기대가 조금은 남아있다...
세상에... 이런 바보가 있나...
16:10
용탄으로 내려오니 바이킹님도 있고 그리운 벗님도 있고 많이들 모여있다.
"여기 모인 사람들 잘못 떨어졌다고 완주인정 안해주면 안걸꺼야!" 라고 떼써본다. ㅋㅋ
좀 있으니 트레키님이 내려온다.
조동리 도착시간 맞추려고 마구 내달렸다고 한다.
결국 트레키님도 그렇게 강조하던 벽파령 거미줄에 걸려버렸다.
한달전에 조동리-모릿재를 탔던 십자수님도 이상다고 생각했다지만 그냥 끌려 내려온다.
한명이 쇄골이 부러진 부상을 당했다고 해 지원팀이 또 바빠진다.
소재파악이 안되는 팀도 있다.
한쪽에선 어디서 잘못됐는지 한바탕 격론을 벌이고...
그제서야 작년 벽파령을 넘을때 콘크리트 길이었던 게 생각난다.
주최측의 결정을 기다렸다.
어쩌겠는가, 주최측의 결정에 따라야지.
지치니까 단것을 원하는 입은 아이스크림이 먹고싶은데 지갑이 지원차에 있다.
트레키님도 지갑이 지원차에 있다.
손오공님도 지원차에 두고 왔다.
옆에서 먹는 분이 있어 반만 달라고 했다.
죽 한그릇만 더 달라고 애원하던 올리버 트위스트의 심정이 이랬을까.
계속 해서 내려오는 사람들.
차라리 저 사람들은 내려오는 동안은 맘이 편했을거다.
잘못된건지 모르고 내려왔을테니까...
한참 뒤에 박공익님과 mtbiker 님을 마지막으로 와일드 바이크는 다 도착한... 줄 알았는데 퀵실버님 행방불명이다.
설마... 가리왕산 휴양림쪽으로?
근데 십자수님이 배추밭 지나서까지 봤다고 한다.
그럼... 배추밭 너무 철탑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갔고... 진짜 행방불명이다...
다행히 하산후 뽀스님과 연락이 돼 같이 왔는데, 예상대로 오른쪽으로 올라가 남병산을 넘어 버린거다.
그렇게 잘못가기도 어려운데. ㅋㅋㅋ
카리스님이 도착하더니 남부군에게 엄청난 구박을 쏟아낸다. ㅋㅋㅋ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좀 있으니 주최측 지원차량이 도착하고, 각 팀 지원조들도 도착해 팀장들이 모여 회의를 한다.
각 팀내에서 진행이냐 포기냐를 결정하고, 팀당 1표씩 전체 팀중 진행이 과반수가 넘으면 원하는 사람들만 전원 진행, 아니면 전원 포기란다.
결정방법에 불만은 있지만 고육책이라 생각하고 서로 의견을 모아본다.
하지만 주최측이 너무 상식적인 이야기를 해서 그런지 강력하게 항의하는 팀도 있다.
지방팀들의 아쉬움이 더한 것 같다.
이해는 간다.
사실, 제대로 하자면 전원 잘못 내려왔다 되돌아가지 않고 차량으로 코스를 이동하면, 아쉽더라도 전원 완주실패인데...
트레키님이 각자 의견을 묻는다.
난 간다고 했다.
완주도 완주지만, 배추밭의 망령을 떨치고 싶었다.
십자수님, 자신은 못가더라도 팀원중 가는 사람이 있으면 지원해주며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손오공님, 갈등끝에 '애매모호' 라는 매우 애매모호한 의견을 낸다. ^^;
그리운 벗님은... 멀리서 왔는데 허무했는지 못간다고 하며 바로 귀향하신단다... 미안할 뿐이다...
박공익님은 못간다고 했고, mtbiker 님도 접기로 했다.
너무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어쨌든 나와 트레키님이 계속 가기로 했으니 와일드 바이크는 진행으로 결정한다.
가는 걸로 결정되면 3차 지원장소, 즉 소쇄목부터 시작하란다.
이게 웬 떡이냐... 백덕임도를 그냥 지나가라니.
그런데.
결정사항을 발표하는 분이 바뀌더니, 아까와는 다르게 원하는 사람은 무조건 이동하고 나머지는 철수하란다.
거기다 백덕부터 시작하는거란다, 오메... 지금 백덕을 출발해 어떻게 내일 14:00 까지 숙암 들어가냐...
여기서 백덕입구까지도 차로 한시간인데.
뭐 이리 오락가락이람.
독수리님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게 랠리여!"
전적으로 동감은 한다... 으...
얼씨구~ 내려온 사람들중 간다는 사람이 나랑 트레키님 딱 둘이라고?
잘들한다...
좀 더 알아보니 조동리에 개인 참가 한사람과 자타연 10명이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그 11명과 같이 출발한다는 거다.
그 와중에도 11명은 제대로 넘어갔구나.
그럼 그 11명은 길을 몰라 헤맨 나머지 100여명 때문에 아까운 시간을 버리고 있는게 아닌가.
주최측의 독수리님과 통화가 돼, 11명은 먼저 출발해야 하는거 아니냐 했는데 완주 제한시간 없고 진행하가로 한 사람들의 능력에 맡긴다고 한다.
점점 긴박해져간다.
19:25
트레키님과 난 백덕입구 보현정사에 모여있는 11명과 합류하기 위해 모두의 격려를 받으며 출발한다.
지원하시는 뽀스님께 미안함과 고마움의 겹친다.
20:10
다수리 입구에 독수리님이 기다리고 있다.
차엔 11명중 개인참가자 한 명이 같이 있다.
중간에 다른 사람한테 펌프와 튜브를 빌려줬는데, 돌려받질 못해 출발을 못했다고 한다.
모두들 우여곡절이 많다.
자타연은 20분 전에 출발했고.
다행이다.
11명 모두 기다리고 있었으면 어찌 얼굴들고 도착하겠는가.
21:00
시간이 부족하니 계장터널이고 뭐고 그냥 지나쳤고, 보현정사를 지나 차가 갈 수 있는 최대한까지 올라가 출발준비를 한다.
막상 도착하고 나니 갑갑하다.
근데...
트레키님이 다시 돌아가기로 한다.
그 심정이 얼마나 복잡하겠는가.
좀 있으니 독수리님과 함께 장비공급을 받은 마지막 한사람이 왔다.
체격은 좀 마르고, 얼굴도 얌전해보이고 다리 근육도 없어 보이는데.
근데... 이름이 김교용이란다.
김교용이라면.... 작년에 무박무지원으로 혼자서 일착으로 완주한 그 사람 아닌가.
"아니, 이럼 보조가 안맞잖아요~~!"
내가 쳐질걸 대비해 미리 문재 갈림길을 알려준다. ㅋㅋㅋ
마지막 배웅을 받고 출발.
여기서 바리케이트까지는 탈 수 없는 구간이라 끌고 가야한다.
바리케이트를 넘으면 꽤 경사가 있는 콘크리트 길.
김교용님, 힘을 내기 시작.
난.. 너무 오래쉬어 다리가 뻑뻑하다.
콘크리트 끝나고 임도 오르막이 시작된 후, 앞서가던 김교용님이 기다렸다가 다시 문재 갈림길을 묻는다.
서로 조심하라고 하며 헤어졌다.
이제... 정말 자신과의 싸움이다.
좀 있으니 임도 한모퉁이 앞을 돌아가는 불빛이 보인다.
대단하다...
3km 지점
이제서야 다리가 풀린다.
그래, 부지런히 가야한다.
나 때문에 고생하는 뽀스님과 빗속에서 걱정하는 나머지 팀원들, 길을 잘몰라 걱정하며 갈 김교용님, 마지막 남은 12명 때문에 밤을 세울 주최측 지원팀들.
그들을 생각하면 난 힘을 내야 한다.
그래도 내리막을 낮처럼 갈 수는 없다.
여기서 사고나면 끝이니까.
8km 지점.
길이 편해지니까 나서는 안되는 생각이 나오려고 한다.
아무리 집어넣으려고 해도 나온다.
"너 지금 뭐하냐?"
줸좡, 나오지 말라니까!!!!!!!!!!!!!!!!!
갑자기 라이트가 꺼진다.
깜작 놀랬다.
설마... 배터리를 바꿔 떨리는 맘으로 전원을 넣으니 다행히 켜진다.
휴~ 십년 감수했네.
벌써 배터리 다 될 시간인가..
그런데, 내려가는 중 갑자기 빗물에 패인 부분이 나타나더니 앞바퀴가 빠지고.
곧이어 '슈욱~' 하며 바람빠지는 소리가 난다.
아... 안돼....
얼른 주입구를 확인하지만 바람은 다른데서 빠지고 있다.
타이어가 찢어진 것 같다.
사실... 내 앞타이어는.... 눈 뜨고 못볼만큼 엉망이다...
튜브, 펌프 있지만 타이어는 대책 없다.
점점 세지는 빗속에, 펑크에다 타이어까지, 그것도 전체 20km 구간중 8km 밖에 못왔는데, 핸드폰도 안터지는데!!!
도대체 이걸 어쩌란 말이냐.
어쩔 수 없다.
그냥 끈다.
12km 남았으니 빨리 가야 3시간.
하지만 그 시간이면 김교용님이랑 자타연이 소쇄목에 도착할 시간이고, 내 상황을 알리고 문재에서 하산하면 그들은 시간 손해 안보고 그냥 갈 수 있다.
부지런히 끈다.
반딧불들이 많이 보인다.
그나마 다행이다.
가끔 저 앞 풀숲에 불빛이 번지면 김교용님이 기다리는게 아닌가 깜짝깜짝 놀래 올라가지만, 다 반딧불들이다.
23:50
백덕산 묻지마때 지나친 묵골 하산길이다.
여기서 문재까지 10km.
이리 내려갈까... 하지만 빗줄기속의 계곡 상황을 알 수 없고, 더구나 밤이니 무리하지 않기로 한다.
졸린다... 빨리 가야 하는데....
졸다가 페달이 찍혀 깨고, 졸다가 타이어에 밟혀 깨고, 졸다가 자전거에 부딪혀 깨고, 졸다가 낭떠러지에 떨어질만 하면 깨고...
빨리가도 모자라는데 계속 감기는 눈꺼풀을 어찌할 수 없다.
그냥 비맞고 비박해버리고 싶다.
혼자라면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날 기다리는 지원조와 랠리 진행자들이 있다.
어쨌든 가야한다.
근데, 또 골룸의 기분을 알 것 같다.
문재에서 그냥 집으로 가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처럼 솟아난다.
뽀스님 만나면 집으로 가자고 할까...
7월 5일
02:00
아무리 가도 문재가 안나오니 혹시 졸다가 문재를 지나친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하지만 백덕 임도 끝나면 바리케이트가 있으니 졸면서 바리케이트를 지나진 않았을 거다.
속도계는 보기가 무서워 안본다.
거의 문재 다 온 듯 하다.
솟때봉으로 뻗는 능선이 보이고, 사자산에서 떨어지는 능선도, 운교쪽 불빛도 보인다.
그리고 문재의 통신 안테나도 보인다.
아, 결국 왔다.
뽀스님께 전화.
안받는다.
다시 한다.
안받는다.
소쇄목은 전화가 터지는 곳인데 이상하다.
난 독수리님도 김교용님도 오늘 처음봤고, 자타연 10명들은 누구인지도 모른다.
당연히 연락처들이 없고, 뽀스님과 연락이 되어야만 한다.
근데, 안받는다.
또, 미치겠다.
이러면 소쇄목에 도착한 11명들과 모든 지원조들이 나때문에 못움직이는데다, 그들의 걱정은 엄청날 것 아닌가.
제발... 뽀스님, 전화 좀 받으세요...
얼른 운교로 내려간다... 아니 내려가고 싶다.
하지만 졸린 발길은 쉽게 내려가질 못하고 여전히 졸면서 비틀거린다.
내려가면서도 계속 통화를 시도 하지만 안받는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거냐.
03:30
유스호스텔을 너머 42번 국도를 만나니 03:30 이다.
자전거로 10분이면 내려올 길을 1시간 반이나 걸려 온 것이다.
자전거를 캐리어에 매단 차 한 대가 지나간다.
혹시 랠리 참가자였을까.
아직도 자전거엔 랠리 번호판 57번이 붙어있는데 그들은 그걸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아직도 뽀스님은 전화를 안받는다.
국도 따라 좀 더 내려가면 있는 버스 정류장까지 가서 쉬기로 하고 또 끌고 간다.
겨우 도착해 앉아 있으니 갑자기 비참해진다.
나, 반밖에 못갔지만 백두대간 동계단독 종주했다.
구룡령-진고개 구간에서 3박4일동안 휘발유 버너 고무패킹이 닳아 불도 제대로 못켜고, 눈 녹인 물도 못만들며 MRE 4개로 버틸때도 비참하진 않았다.
그냥 웃었을 뿐이다.
근데... 오늘 비참한 생각이 든다.
뭐하는 짓인가.
이게 도대체 뭐하는 짓이냔 말이다.
다행히, 그보다는 졸린게 좀 더하다.
30분 쯤 잤나.
자다보니 4시가 넘었다.
또 전화, 역시 안받는다.
오만가지 생각에 소쇄목 상황이 걱정된다.
내가 길을 잘 몰라 용탄까지 내려온건 어쩔 수 없지만, 또 가겠다고 버텨 지원팀과 다른 랠리 참가자들까지 걱정하게 하는건 참을 수 없다.
하지만 불가항력이다.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십자수님한테 전화해본다.
뽀스님이 옆방에서 자고 있단다.
이건 또 먼 소리냐.
뽀스님이 바로 문재로 오신단다.
어쨌든, 휴~
또 졸고있다 시간을 보니 뽀스님이 문재로 올라갔을 만한 시간이라 얼른 전화를 해본다.
다행히 아직 오는 중이다.
잘만큼 잤는지 잠도 안온다.
5시가 넘어서야 뽀스님을 만날 수 있었다.
그제서야 뽀스님은 소쇄목에서 지원 하지 않고 숙암으로 돌아가고, 독수리님이 남은 12명의 지원을 같이 하기로 했다는 말을 듣는다.
그랬구나.
6시가 지나 민박집에 도착.
아니!! 내가 죽어라고 비맞으며 자전거 끄는 동안 고기를 구워먹었잖아!!!!!!!!!!!!!!!!!!!!!!!
독수리님과도 통화가 돼 문재로 내려왔다고 했다.
날 기다리다가 문재까지 갔다 왔단다.
김교용님도 소쇄목에서 중단했다고 한다.
결국, 아무도 소쇄목을 넘지 못한 것이다.
11:45 민박집 출발
12:05 ~13:00 점심, 맛있는 비빔밥~
13:50 횡성 휴게소 도착
깜장고무신님께 미안하니까 부지런히 먹을 것들을 없애보지만 한계가 있다.
우.. 저 아까운 수박...
고기도 5 근이나 남았다는데.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속에 대강 짐을 때려넣고 민박집을 출발한다.
박공익님과는 여기서 이별이다.
내년엔 전공을 살려 지원조를 하기로 다짐하며 집으로 떠난다.
10월에 제대... 아니, 소집해제.. 아니, 암튼 무사히 마치기를.
사진 같이 찍자던 백석폭포가 폭우로 불어난 수량으로 웅장한 모습을 자랑한다.
하지만 비가 너무 많이 오니 아무도 멈추지 않고 그냥 간다.
중간에 점심 비빔밥을 채우고.
트레키님은 아직도 계산중일 듯 하다.
횡성 휴게소에 도착, 난 여기서 헤어져야 한다.
구박을 받으며 타이어 바꾸고, 튜브 갈아넣고.
십자수님이 타이어를 던져버린다.
어... 그래도 나랑 같이 4000km 넘게 달렸는데~
거기다 장갑에 튜브까지.
음, 이럴땐 그냥 받아야 한다. ㅋㅋㅋ
이제 내년을 기약하며 헤어진다.
14:25
출발 직후 마음이 한가로워지니 다시 어제 일이 생각난다.
그리고, 이제서야 생각난다.
우린 두번째 철탑에서 길을 잘못들었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첫번째 철탑 지나 만난 콘크리트 갈림길의 오른쪽이 벽파령 넘는 다는 것을.
아무도 첫번째 철탑 지나 만난 콘크리트 길은 생각해내지 못하고, 두번째 철탑 지난 갈림길만 생각해낸 것이다.
아... 이롤뚜가...
모두들 반성합시다!
15:25 집 도착
집에 오는 마지막 고개를 넘는 순간 광풍이 몰아치고 있었고, 동네 옥수수가 다 넘어져 있었다.
샤워하고 잠깐 눕는다.
7월 5일
06:15
눈 떠보니 아침이네...
12:00
김교용님과 통화했다.
소쇄목에서 접으셨다고 한다.
근데, 김교용님은 벽파령을 넘은게 아니라 용탄으로 떨어져 42번 국도로 비행기재와 멧둔재를 너머 평창으로 갔다고 한다.
정말 대단하다, 정말로.
또 한명, 머털이란 분도 같이 이동한 후, 다수리 입구에서 접으셨단다.
휴...
14:35
독수리님과 통화한다.
어젯밤 상황을 자세히 이야기하고 지원조에게 다시 한번 감사와 미안함을 전한다.
근데, 자타연도 벽파령을 넘은게 아니었단다.
결국 아무도 벽파령길을 못넘은 것이다.
세상에나....
모두 반성합시다!!!!!!!!!!!!!
이제 후기쓰면 랠리는 마무리군.
* 샤워하고 이야기하다보니 십자수님이 어제밤 와일드바이크팀의 결정을 알려준다.
내가 마항치를 도착했다고 하면, 전원 자전거를 타고 통나무집으로 올라 중간에 나와 합류해 같이 내려오기로 했다는 것이다.
아, 이거 참, 그것도 모르고 고기먹었다고 구박했네~
그 결정을 이뤄드리지는 못했지만, 그 마음들은 고마울 뿐입니다.
우리는 급조된 (?) 팀이지만 우리의 결의와 의지는 영원히 탄탄할 것입니다.
* 뽀스님, 고생하셨습니다. 그냥 죄송할 뿐입니다.
하지만, 내년에도 지원해주시리라 믿어봅니다. ^^;
* 홀릭님, 다음에 지원조 하더라도 그 육포 국물은 웬만하면 참아주세요.
먹을 육포도 없다니깐요! 후배만 아니었으면... ㅋㅋ
글고 이제 폐인모드에서 벗어나시길.
* 그건 그래님, 지원조해보니까 그냥 랠리 뛰는게 나을 것 같죠? 열심히 연습하세요~
* 깜장고무신님, 그 아이스 박스가 아직도 눈에 어른거립니다.
* 퀵실버님, 그렇게 다른길로 빠지기도 어려웠는데... 정말 대단하세요~
* son5gong님, 내년엔 그 실력 제대로 한번 보여주실거죠?
글고 영남알프스 한번 불러주시길.
* 그리운 벗님, 실망마시고 남도의 산을 다 밟아 버리세요!
* mtblker 님! 5kg!!
* park9570 님, 아이고... 타이핑하기도 어렵네..
아니, 동네사람 맞냐고요!! 흐흐흐... 재워줘서 고마웠습니다.
* 십자수님, 파업만 아니었으면.ㅋㅋ
신경 써주셔서 너무 고맙습니다.
* treky 님.
내년엔... 음...
아쉽더라도 다시 힘내셔요! 글고 gps 는 버려욧!
* caymanlee 님, 성의에 보답을 못했지만... 내년에도 도와주실거죠? ㅋㅋ
* 중간에 만난 왕창님, 바이킹님, 양아님. 태기산이나 매화산에서 뵐 수 있겠죠?
* 김교용님, 언제든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랍니다.
* 독수리님, 마지막까지 걱정거리가 돼서 죄송합니다.
내년엔 더 어렵게!
* 제 앞에 간 분들 빼고^^; 참가하신 모든분들께 죄송합니다.
제가 배추밭에서만 돌아가자고 했어도 우린 완주에 도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확신이 없어서 흔들리고 말았습니다.
아.... 그 놈의 배추밭...
혹시 주최측이 이 글을 본다면.
* 설령 1억명이 참가해 1명만 제대로 가고, 99,999,999 명이 길을 잘못왔다고 하더라도 중요한건 제대로 가는 1명입니다.
숫자가 많다고 99,999,999 명을 위해 1명을 희생시킬 수는 없는겁니다.
비록 아는 사람들이 많아 의견이 더 흔들리기 쉽더라도 원칙만 지키면 됩니다.
벽파령 갈림길 상황을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건 주최측의 잘못이지만, 용탄 가는길을 모르고 내려간건 전적으로 참가자들의 판단착오일 뿐 입니다.
그걸 갖고 항의받으며 흔들릴 필요는 없습니다.
만약 각 포인트 설명이 아예 없었으면 주최측의 책임은 전혀 없는거 아닙니까.
지도를 읽는 것도, 위치파악을 하는 것도 모두 참가자 개개인의 능력일 뿐입니다.
계속 의견이 왔다갔다 하는건 한편으론 안타깝고 이해가 갔지만, 한편으론 나약한 모습이었습니다.
내년엔 랠리 날짜와 모이는 장소, 시간만 알려주고 코스는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가, 모인 장소에서 지도만 던져주고 달리라는 랠리를 기대 해 봅니다.
독수리님 말씀대로 그것이 랠리 아니겠습니까.
랠리에 참가한 모든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다시 한번 불멸의 진리.
"5도 이상은 끌어야 돼!"
하나 추가.
"내려갈 때 30km 이상 내는 사람들은 자전거 타면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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