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새벽의 싸늘한 기운을 느끼게 하는 가을의 문턱에서
오래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의정부 -연천신탄리 - 철원노동당사
- 동송 - 운천 - 포천 -의정부의 150키로를 장고형과 다녀왔습니다.
연천부터는 고대산을 휘돌아 감으며 구철원(동송)으로 향하는
길은 환상의 도로 라이딩이었습니다.
북쪽으로 갈수록 탐스럽게 점점이 뿌려진 빨강색의 코스모스는
벌써 가을임을 느끼게 했습니다.
청정지역 DMZ을 통과할 때는 길옆으로 지뢰라고 쓰여진 표찰을
보고 분단 대한민국의 아픔을 느끼게 하였고, 지뢰표찰 너머로
지평선이 보이는 철원평야의 광활한 대지의 벼익는 속삭임은
통일이 멀지 않다고 알려주는듯 합니다.
이 드넓은 철원의 평야는 강원도 미곡생산량의 1/5을 차지할 정도
라고하니 그 넓은 평야에서 내뿜는 싱그러운 벼내음은 라이딩에
지친 우리의 폐활량을 넓게 해주고 찌든 머릿결을 빗겨내주는
멋진 곳이었습니다.
정말 감탄... 감탄이었습니다....
참고로 관광안내원의 귀동냥으로는 6.25때 이곳 철원평야를 빼앗기게
된 김일성이 사흘동안 식음을 전폐할 정도로 귀중히 여겼던 곡창지대
라고 하더군요
호남에나 가야 볼수 있다고 여겨지는 지평선을 이렇게 가깝게 있
는지조차 모르고 지낸 우리의 분단현실이 너무도 안타깝더군요...
(신탄리에서 철원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개방한 것이 몇년 안됨)
들녘을 한가로이 노니는 백로의 멋진 나래짓은 잠시 우리라이더의
브렠을 잡게하고 사진기를 드리밀게 하는 멋진 하나의 풍경이었
습니다.
이어 달려지는 철원의 옛도시는 전쟁의 폐허로 집한채 없이
논과 밭으로 메워져서 군데군데 남아있는 건축구조물 조각만이
이곳이 50여년 전에는 은행이 있었고, 법원이 있었다는 표찰만 달고
땅에 뒹구는 모습은 인생 덧없음과 역사의 뒤안길이 이렇게 무섭
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북한이 철원지역을 다스리기 위해서 소련식 건축구조양식으로
지었다는 노동당사의 3층 구조물만이 지나는 이의 발걸음을
붙잡고 이곳이 옛 철원의 분담의 아픔과 번영의 땅이었다는 것
을 보여주고 있더군요......
옛 궁예의 도읍터이자 해방전까지 은행만 4개가 있고 음식점과
여관이 130여개에 이를 정도로 번영했었던 철원의 모습은 간데
없이 논으로 뒤덮혀버렸고,
철원군에서 이끄는 태봉(궁예국)문화제만이 옛철원의 영화를
느끼게 하는 역사의 변방으로 남아 있는 철원......
역사의 서술을 항상 승리자의 편으로만 기술하다보니
결국 우리는 고구려라는 대영토를 뺏앗기게 되지 않았는가....
음~... 컴샘이 이런 글을 쓰니 역사샘이 된 것같군요....
제가 라이딩할 곳을 미리 공부하여 다녀보니 우리나라의 한조각
한조각 이어진 땅덩어리의 의미를 알게 되고 그곳에 박힌 역사의
맛을 느끼게 되는 군요....
오늘은 관광바이크였습니다......
역사의 현장에 앉아 담배 피우며 역사 얘기도하고 사진도 찍으면서
가을의 향취를 느낄 수 있는 라이딩이었습니다....
여태것 우리의 라이딩스타일은 땅만 보고 죽어라 패달질하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했었지만, 이번 연천-철원라이딩을 통해서 역사의
숨결과 익어가는 가을의 정취를 맛볼 수 있는 진정한 라이딩을 알게
되었던 것같습니다...
여러분, 분단역사의 땅과 두터운 대지의 맑은 공기를 느끼고 마실 수
있는 연천-철원의 도로라이딩을 해보십시요....
참고로 의정부 - 연천신탄리 - 구철원(동송) - 운천 - 포천 - 의정부
까지의 거리는 150키로미터이고, 고개마루 업힐은 없습니다....
평속 : 22.2키로
순수라이딩시간 : 6시간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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