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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험난했던 시베리아 바이칼호로의 대장정 라이딩-(2)<<<<<

mandolin2004.08.25 22:12조회 수 1146추천 수 9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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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층방을 서회장과 룸 메이트로 배정받아 잔차가방을 메고 올라가 보니 2인용 방이 좀 작아 잔차가방을 입구의 화장실앞에서 방안에 까지 통로에 걸쳐서 한대씩 직열로 세워두는 수밖에 없었다.
1류 호텔이라는데도 욕조도 없고 변기의 물소리가 요란한 좁은 화장실에서 샤워를 하고 나오니 서회장은 벌써 코를 골고 있었지만 비행기에서 끼니때마다 나온 홍차를 무심결에 다 마셔버려선지, 여정동안 너무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그랬든지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여기에 느닷없이 벨까지 울린다.
서회장이 깨지 않도록 얼른 받으니 아가씨가 러시아 말로 뭐랜다.
`아이 돈노 왔쥬세이.`라고 했드니 비로소 영어가 튀어 나오는데 `아름다운 아가씨를 원하지 않느냐?`는 것이이었고 `노 생큐/`라고 하자 바로 끊어준다.
지금 생각하면 비록 국내 수급처에 댈 물량도 그렇게 여유가 많지 않은데 수출까지 할 여유는 없다해도 친구와 더불어 잠을 좀 못자는 한이 있더라도 불러서 선이라도 한번 볼껄 그랬나하는 후회도 생긴다.

이 통에 잠이 더 도망가버려 국내서도 항상 베낭속에 넣고 다니는, 피로회복용으로 맛이 좋은 중국산 40도짜리 오가피주가 든 포켓병을 꺼내 두 차례나 마셔도 잠이 오질 않아 팬티도 안 걸친 알몸(잔차 여행때는 짐을 줄이기 위해 팬티도 안 가져 감으로 알몸으로 잔다.)으로 소리를 최대한 줄이며 서회장 침상너머의 두터운 창문 커텐 바깥으로 가서 문턱에 올라가 앉아 눈앞의 앙가라강과 건너편의 드문드문 불빛이 있는 강 서안의 시가지, 그리고 하늘의 맑디 맑은 별빛을 올려다 보기도 했다.

새벽 4시가 넘어서야 잠자리에 들어 눈을 잠시 붙였다가 깨어보니 벌써 6시가 넘었고 서회장은 이미 일어나 준비중. 서둘러 화장실에 가랴, 오늘 입을 MTB복을 챙기랴, 가방속에 든 잔차를 꺼내 조립하랴 분주했는데 옆방의 세 여성분중 막내의 뒷트레일러가 취급 부주의 때문인지, 항공운송중의 충격때문인지 체인이 고약하게 꼬여 조립을 못해 진땀을 빼고 있었다.
우리 남성 둘은 일반적인 얇은 천의 가방이었지만 세 여성들은 모두가 샵에서 특별히 빌려 줬다는, 전용 부대차량이 없이는 너무 두터워 차를 대동하지 않는, 바이커 개인으로서는 원거리 운반도 불가능한, 두툼한 8만원짜리라는 가방들이라서 강의때 그렇게 강조하며 실습시킨 분해, 포장방법과는 전혀 다른 형태의 포장이 되어 있었다.

각자 얇은 천의 일반적인 가방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이 선생이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사전에 한 마디 상의도 없이 단골 샵측의 권유대로 엉뚱한 가방을 가져와 여차하면 잔차가방을 베낭과 함께 메고 다녀야 할 경우가 생기면 어떻게 하느냐는 문제로 혼자 신경이 쓰였고 이래서 못 마땅해 정말 홀로 자유여행에 나서고 싶을 정도였다. 또 실제로 언제든지 혼자 나설 수 있는 준비도 되어 있었다.
심지어 서회장도 `어떤 여행도 해보지 못한 친구들이 저런 처치 곤란한 가방을 권했냐?`며 개탄이다.

하기사  사전에 내가 인솔하겠다는 약속을 한 적도 없고, 단지 지인인  여성회 회장의 간곡한 `잘 돌봐 달라.`는 부탁을 받았고, 또 모두가 한 동네서 잔차를 타는 사람들인 만치 서로 안면이 있고, 또 상대가  나를 믿고 따라 왔다.는 여성들인 만치 도의적으로 라도 보호를 해 줘야 할것이고 보면 절로, 본의 아닌 리드가 된 상황이다.

어쨋든 이 당시에는 문제 해결부터 해야 할 판이다.
잔차 분해, 조립을 하면서 여행을 많이 한 나로서는 전에도 체인이 꼬여 좀 애를 먹은 경험도 있지만 이번에는 체인이 너무 고약하게 많이 꼬여 만져 봐도 쉽게 풀릴것 같지 않다.
그래도 시간이 좀 걸리면 되겠거니 하는 생각으로 주물르고 있는데 서회장이 체인 커트기를 갖고와 `안되면 끊었다 붙이자.`는 제안을 해오자 막내가 `파래님은 왜 체인 커트기를 안 가져 왔어요?`는 질책과 원망이 담긴 힐난까지 해온다.  
이에 얼른 `아이구 나는 모르겠다.`며 서회장에게 그 일을 일임하고 몸을 빼서 내 일만 했는데 호텔 복도에서 쪼그리고 앉아 그래도 왕년에 잔차 한대를 직접 조립했던 실력을 발휘하게 되었으나 문제가 많았던지 무려 반시간이상 걸려서야 겨우 끝내고서 숨까지 헐떡거리며 돌아 와 남자끼리의 표현으로 매우 힘들었다는, 그에게 `수고 많았소.`라며 옆방에서도 들릴정도의 큰 갈채를 보내줬다.

실은 내 경우 전국 방방곡곡을 주로 홀로 버스에 잔차를 싣고 가 현지에서의 몇박 며칠씩의 여행을 많이 해왔고 또 일본 두 차례에, 중국 한 차례의 국외 라이딩까지 했음에도, 또 커트기가 있으면서도 배울 생각을 한 적이 없다.
그 대신 관리에만 신경을 쏟으면서 그렇게 가능성이 휘박한 체인고장 사태가 난다면 차편으로 돌아 오는 수밖에 없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여행을 해왔고 또 실제로 사전의 세심한 관리덕분인지, 여행전문이다 보니 주로 로드만 타서인지, 아니면 XTR이라선지 경력 4년이 다 되어가지만 아직 체인 고장을 겪은 적이 없다.
하여튼 이 통에 서회장은 여성들에게서 점수를 좀 땄고 또 막내가 신세를 진 만치 서로 좀 서스럼이 없어진듯 했다.

서둘러 2층 식당에 내려가 러시아의 신선한 우유와 계란이 인상적인 양식 뷔페로 아침을 배 불리 먹은 뒤 체크아웃준비를 해 9시께 1층 로비로 내려 왔고 심씨 가족과 재회, 심씨의 형수며 대구카톨릭대 심교수의 부인인, 이 곳 이르크추크대 한국어과 여교수의 도움으로 호텔 환전 창구에서 달러를 러시아 루불로 바꿨다.
또 잔차가방등의 짐들을 심씨에게 맡기고는 10시가 넘어서야 마이크로버스로 바이칼 호수의 리스트비양카로 떠나는 베낭팀과 헤어져 시내 관광에 나서기로 했으나 지리가 어두운 만치 저녁에 찾아가는 것보다 먼저 숙소위치 확인부터 하기로 하고서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 팀원들에게 메일로 보내고, 프린트해 가져온 시내 일원 지도를 꺼내 심씨에게 숙소 위치를 표시케 하고 따로 전화번호에, 찾기쉬운 숙소 인근 대학기숙사와 동네이름을 러시아 글로 적게 했다.

그리고 쾌청하면서도 시원한 날씨에 미니 태극기가 달린 내 잔차가 앞장 서 우리 팀은 신나게 우선 앙가라 강변을 따라 계속 상류쪽으로 올라가고 마침내 남쪽의 넓다란 제방길도 건너 강 서안쪽으로 가서는 한 젊은 여인에게 주소를 보이며 위치를 물으니 다리 넘어 왼편(심씨가 찍은 곳으로 나중에 지도 볼줄을 모른다는 실토였다.)이 아닌, 오른 쪽으로 계속 가라는 시늉이어서 심히 당혹스러웠다.

필자의 홈피는,
http://home.megapass.co.kr/~bae106/index.html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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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파래님 드디어 갔다오셨군요...새로운 세계를 개척해 가시는 선생님께 정말 존경의 박수를 보냅니다. 빨리 3부 보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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