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를 위해 작년 12월부터 런닝머쉰 뛰고 페달링 연습을 했다. 입문용 잔거에서 5월 트렉8500으로 바꾸고 하계휴가를 기다리면 동호회훤들에게 동참을 권유하여 3명의 동의를 얻었으나 출발 일주일전에 모두 개인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한단다. 헐 이제 혼자 가야되나보다. 그래도 몇 개월에 걸쳐 준비한 일주이므로 강행함.
7월 28일 첫째 날
28일 05시 눈이 떠진다 부리나케 세수하고 아내가 마지막으로 갈아주는 인삼즙을 마시고 준비물을 최종 점검한다. 물통2개, 공구, 의약품, 이동식, 의류, 등등. 자 출발이다!. 시내를 빠져나와 3번국도 올라서니 이른 아침이라 차량들도 많지 않다. 갓길 따라 이천에 도착하고 신둔면 바로 지나 용인방면으로 방향을 틀어 14번 국도 진입하기 전 처음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가 순대국을 먹고 14번국도로 향한다. 새로 개설한 도로인지라 편도 2차선에 갓길이 널찍하고 차량통행도 많지 않다. 흠이라면 신설국도인지라 가로수라곤 전혀 없으며, 휴게소도 없다. 용인지나 일죽까지는 흐린 하늘에 빗방울도 떨어지더니만 그 이후부터는 땡볕내리는 찜통이다. 나시티를 입은지라 선탠크림을 2시간 간격으로 바른다. 이 썬탠크림이 처음에는 효과를 발휘하는 듯하더니 시간이 경과 될수록 효능이 떨어지는 모양이다.
어깨가 화끈거린다. 신탄진에서는 도저히 견딜수가 없어 소매있는 상의를 꺼내 옆에 흐르는 개울물에 담갔다가 입는다. 오 션한 느낌, 이후로는 덥다는 느낌이 있을 때마다 길가의 주유소 화장실에 들려 물을 뒤집어 쓴다. 30분 이내로 금방 마르지만 그게 어디인가? 옷이 마르면서 체열을 방출시켜 주고 자전거 달리는 속도에 바람이 부니 시원한 느낌은 배가 된다.
대전시내 통과하고 옥천으로 넘어가는 고개하나 이젠 체력이 소진된 상태라 힘들다. 고개가 하나인 줄 알았더니 또 하나 더 있다. 맥이 풀린다. 이 길로 다녀 본지도 10년이 넘은지라 고개가 몇 개 있지 기억을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간신히 언덕을 치고 내려가는 도중 소나기가 내리고 핸드폰이 울린다. 오전에 아이들이랑 차로 먼저 도착한 아내 전화다. “어디쯤 왔는지 묻는다”. “옥천시내 4km 전”이라 답하고 이제 어두워졌고 편도 1차선의 도로인지라 더 이상 라이딩을 할 수 없으니 차로 마중나오라고 했다. 옥천역에서 하루의 라이딩을 마친다.
그런데 오늘은 사진 촬영을 한 장도 안했다. 정신없는 하루였나 보다. 처갓집은 시내에서도 거의 30km를 더 가야하는 안남면 서당리다. 처갓집 도착하니, 아이들이랑, 장모,처남식구들이 환영한다. 장모 왈 “이서방 자전거 타면 상주나?” 제 마음의 상이지요. 처남댁 가라사대 “고모부 참 대단하시네요” 겸연쩍어 머쓱해진다. 우리 아이들은 아빠 멋져를 외치며 환호한다.
7월 29일 둘째 날
06시 일어나 장모와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 먹고 안전을 당부하는 장모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집사람의 승용차에 실려 옥천읍사무소가지 왔다. 어제는 사진을 못 찍은지라 출발 전에 몇 컷 찍고 또한 아내의 안전라이딩을 당부의 말을 마음에 담고 영동으로 향한다.
(옥천읍사무소)
영동 지나 추풍령이다 추풍령이 고개임이 틀림없으나 고개를 볼 수 없다. 역 벤치에 쉬고 있는 주민에게 물어보니, 여태 여기가지 올라온 것이 고개란다. 캬 허무하다. “구름도 잠이 들고 바람도 쉬어가는 추풍령 구비마다 한 많은 사연..” 남상규의 노래는 뻥이다.
(추풍령역)
추풍령 김천 간 도로 상황은 최악이다. 편도 1차선에 갓 길이 거의 없으며, 덤프트럭 스치며 지나칠 때마다 핸들이 흔들린다. 살벌하다. 조심해야지 이러다가 황천까지 출발 몇 일 전에 보장성보험 들었지만 국도상의 사고는 제외라는 보험약관이 아른거린다. 점심전인지라 배도 고프고 위험한 이 도로에서 빨리 벗어나고파 세심한 주의를 하고 페달에 가속을 부친다. 추풍령부턴 거의 내리막이지만 빡센 고개 하나가 있으니 부상고개다. 가쁜 숨을 쉭쉭이며 땀 흘리고 올라오는 모습을 본 주유소 직원이 내게 오라고 손짓을 한다. 영문도 모른 채 다가가니, 한마디 말도 없이 얼린 생수 한 병을 준다.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낼름 받아 단숨에 마시니, 그 시원함이란 표현할 수 없다. 주유소 옆 휴게소에 앉아 생각을 해본다. 왜 내게 얼린 생수를 주었을까? 격려인가?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일까? 그렇다고 본인에게 직접 물어 볼 수도 없는 일 좋은 의미로 주었겠지 스스로 답을 결정해버린다. 그래야 맘 편하다.
(김천)
요기부터 김천까지는 내리막 “영남제1문” 현판이 보인다. 여기가 김천인 모양이다. 점심해결하고 대구로 향한다
여기도 거의 내리막, 신나게 달린다. 신체적 이상 징후가 발생한다. 서서히 엉덩이를 압박하는 통증 장난이 아니다. 이 통증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온다. 날은 덥고 엉덩이는 아프고 목적지는 멀고 엉덩이가 아플 때는 해머링(엉덩이들고 페달질)이나, 엉덩이 위치를 좌우로 앞뒤로 변경하여 통증을 최소화하고 안 아플 땐 최대한 빨리 달린다. 칠곡 지나고 ,대구에 도착하고 시계를 벗어나니 어둠이 내린다.
요때를 대비하여 준비한 EL500 성능 테스트 할 기회가 왔다. 자동차들은 휙휙 날아다니고 조심스레 갓길 주행을 하지만 조금 두려움이 밀려온다. 오직 빨리 가야겠다는 일념으로 엉덩이 통증을 참아가며 페달질을 한다 창녕을 지나 드뎌 마산역 도착하고, 미리 내려온 아내에게 전화하여 마중 나오라고 한다 도착시간 23시 오늘은 도로 사정도 괜찮고 처음으로 야간 라이딩을 했다. 힘든 하루였다. 엉덩이 통증으로 고생한 라이딩 2일째
7월 30일 셋째 날 : 휴식
7월 31일 넷째 날
(울진)
전 날 오후 8시 울산 행 막차를 타고 울산서 1박하고, 05시에 다시 평해 행 버스를 탄다 직행이 아니고 완행인지라 들를 곳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정차한다. 경주, 포항, 등등등 평해에 도착하니 09시다. 4시간 동안 버스를 탔다 터미널에서 자전거 꺼내 체인에 오일치고 빵과 우유로 아침식사 때우고 동해안도로 여정이 시작된다. 울진 덕구온천 이정표가 보인다 올해 1월에 동해고속도로 타고 강릉 경유하여 2박3일 숙박하고 같던 곳 이 곳부터 긴 오르막과 짧은 내리막의 연속이다. 다행이 해안도로가 있으면 바닷바람 쐬며 거의 완만한 도로를 달리지만 해안도로는 많지 않다. 피서철이라 차량통행도 많고 모래사장이 있는 바닷가엔 어김없이 피서객이 있다. 들르는 휴게소마다 피서인파로 북적이고 그 인파중에 자전거 끌고 온 놈은 나하나 뿐이다. 바라보는 시선이 양분된다. “이 더운 여름에 고생을 사서한담”, “캬 대단하다. 폭염속의 자전거 여행이라” 고개를 몇 개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지친다. 하루 휴식 후의 라이딩 이라 그런지 엉덩이 고통은 없다. 속초 초입 한재고개 정상에 자그마한 공원이 있다. 노점에서 옥수수 2개와 콜라 1캔 마시고 경관이 좋아 사진 3컷 찍는다.
(동해)
(한재고개)
오늘의 목표는 동해다, 속초를 벗어나자마자 어둠이 깔린다. 헤드라이트를 장착했는데 조도가 떨어진다. 건전지 수명이 다된 모양이다. 건전지를 구해야 되는데, 수퍼가 안보인다. 밤이라 지나가는 차량의 속도가 떠 빠르게 느껴진다. 뒤에서 달려오는 자동차 불빛의 안내를 받으며 무조건 동해 방면으로 달린다 한참 가다보니 오른쪽에 민가의 불빛이 여럿 보이길래 건전지를 구입할 요량으로 국도에서 민가쪽으로 선회하여 5분정도가니 편의점이 보인다. 건전지를 사면서 동해를 가려는데 얼마정도 더 가야되는지 물으니 쥔장 왈 “여기가 동해란다”. 어떨결에 동해에 도착한 모양이다. 이렇게 좋을 수가 잠시 쉬면서 라이트 건전지를 교환해야 되는데 방법을 모르겠다. 성남 와우사장님께 전화해서 방법을 물어보니 아주 간단하다, look과 open의 구분이었다. 지금 어디냐고 물으신다. 의기양양하게 동해라고 답한다. 내가 생각해봐도 자신이 대견하다. 머나먼 이 길은 자전거를 끌고 왔으니 그럴 수밖에. 이제 숙소를 정하고 저녁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숙박업소가 몰려있는 시내로 향한다. 무조건 제일 먼저 보이는 모텔에 투숙한다. 그런데 숙박비가 장난이 아니다. 울산에선 35,000원으로 해결했는데 60,000원이란다. 너무 비싸다고 말하니 휴가시즌이란다. 그나마 방 구한거나 다행으로 생각하란다. 문제는 자전거다 자전거 방에 들여나도 되나요? 쥔장 놀란 어이없는 표정으로 예? 자전거를 왜 방에 들여나야 되냐는 것이다. 지금 자전거로 전국일주 중인데, 외지에서 자전거 분실하면 도루아미타불이고 이 자전거는 일반 자전거가 아니고 쬐금 비싼 자전거라 손타기 쉬운 물건이라고 설명을 하니 방에 어떻게 들여 놓을 건지 묻는다. 자전거를 뒤집어서 세워두면 절대로 방을 더렵히는 문제는 없을 거라고 말씀드리니, 그때서야 오케이다. 잘 곳 정해지고 씻고 하니 피로가 몰려 온다 저녁은 먹어야 겠고 나가기는 싫다. 치킨집에 전화해서 주문하니 금방와서 피자박스 비스무리한 것은 건넨다. 아저씨 음료수는요? 박스안에 있단다. 포장을 펼치니 치킨과 옥수수샐러드, 소스 2개, 펩시1캔, 단무지가 담겨있다. 치킨이름이 “네네치킨” 깔금한 포장이 맘에 든다. 치친 세 조각 먹으니, 더 이상 생각이 없다. 피곤하니 그만 자야겠다.
8월1일 다섯째 날
아침부터 비가 온다. 오늘 예상 강우량이 100mm이고 태풍간접영향권에 있어 바람도 세차단다. 어제 남은 치킨조각 2개 배낭에 넣고, 방수포를 씌운다 상의는 민소매를 입고 자 출발한다. 강릉까지 47km 해안도로 이므로 언덕이 거의 없었으나 강릉 전방 32km 지점에서 갑자기 가파른 고갯길이 나온다. 벌써 대관령인가? 어 그런데 사타구니가 이상하다. 쌍방울 밑이 까진 모양이다. 페달링할때마다 적은 옷에 마찰이 생겨 쓰리다. 배낭을 뒤져보니 와이프가 사용하는 슬림형생리대 몇 개 있다. 내리던 이슬비는 점점 굵어지고 공사중인 교각 밑에서 져지에 부착하니 착용감은 별로 꽝이다. 이런 걸 여성들은 매달 사용한다고 생각하니 고충이 짐작이 간다. 잠시 담배 피우며 쉬고 있는데 머리 위 20M 위에 공사중인 교각의 배수구에서 흙탕물이 일제이 쏟아져 피할여유도 없이 뒤집어 쓴다. 꼬라지가 말이 아니다. 자전거 배낭 모두 흙투성이 도로위에 흘러내리는 물에 대충 씻고 언덕을 오르며 내리는 빗줄기로 정상 휴게소에 오니 말끔하다. 어디라는 이정표는 없다. 휴게소 벤치에 앉아있는 분에게 여기가 대관령 인가요? 물으니 본인도 초행이라 어딘지 모른단다. 강릉서 대관령 넘어야 되는데 제가 길을 잘 못 들어섰나요? 물으니 아마 그런 것 같다고 한다. 허 이런 낭패를 고개를 돌려 주유소를 바라보니 삼재고개 안내판이 보인다. 휴게소에 들어가 강릉서 대관령 넘어가려 하는데 어디로 가냐고 쥔장에게 물으니 이 길이 맞다고 한다. 이 고개 내려가면 정동진이고 다음이 강릉이란다.
(삼재고개)
오우 다행이다. 아침으로 라면 주문하고 이동식으로 영양갱 2개, 쵸코바 2개, 자일리톨 1통 챙겨 넣고 벤취에 앉아 담배를 피운다. 이때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 구분은 어렵지만 생활MTB로 짐받이엔 텐트 배낭 등등 잔뜩 싣고 정동진 쪽에서 올라온다. 물론 자전거는 끌고, 비옷입고 휴게소에 들어와 1.5L 생수 한 병 사고 페달수리를 위한 공구를 빌려달란다. 페달의 볼트가 풀린 모양이다. 유심히 살펴보니 휴대물품이 장난이 아니다. 특이 한 것은 페달이 접힌다는 것이다. 다가가서 인사를 한다 처음으로 만나는 잔차 여행자이다. 목적지가 어디냐고 물으니 오늘 강릉 출발하여 부산에 간단다. 아 존경스럽다. 저 많은 짐을 성능도 않좋은 생활MTB로 부산이라 용기가 대단하다. 성능 좋은 자전거로 이 한 몸땡이 다니는 것도 힘든데, 역시 젊음이란 웬만한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는 모양이다. 좋은 여행하라는 인사를 하고 출발이다. 캬 조오타 차량은 거의 없고, 비는 오고, 내리막길은 길고 정동진 지나 강릉 도착하여 음식점 앞에 주저앉아 쉬고 있는데 이번에는 동해방면에서 오는 2인의 잔차맨을 만난다. 반갑게 수인사 나누고 어디서 출발했냐고 물으니 5일전에 부산에서 출발했고 고성 통일 전망대가 목적지라고 한다. 이들 역시 전에 만난 그들보다 휴대 짐은 적지만 역시 생활MTB다. 오는데 힘들지 않았냐고 물으니, 죽는 줄 알았단다. 오죽했으랴 짐이 거의 없는 나도 힘들었는데 이들 역시 존경스럽다.
자 이제 대관령을 넘는다. 강릉시내에서 이정표를 따라가다 길을 잃었다. 음료수를 마실 겸 근처 수퍼에 들려 대관령 방향을 물으니, 친절히 알려주면 아래위로 훌터본다 밖에 세워둔 자전거를 보더니만 저거 타고 넘어 갈거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말하니 못 갈텐데 한다. 옛날엔 아흔아홉구비 이었고 지금은 도로정비를 해서 그 정도는 안되지만 그래도 자전거론 무리란다. 나를 염려하는 소리다. 한번 해보는 거죠. 대관령은 장기전이나 해발 853m 밖에 안되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이 굽이굽이다. 서두르다간 지친다. 시속 4~5km로 질겅질검 자일리톨 씹으면서 설렁설렁 오른다. 강릉에서 서울 방면 차량은 거의 없고 영동고속도로가 정체되는지 반대편 차선 강릉방면 차량은 끊임없이 밀려온다. 계속 오르막인지라 서행차선이 있어 편도 2차선이나 다름없다. 정상이 가까워 질수록 비줄기는 세어지고 바람도 세어지고 안개로 인해 10m 이상 시야 확보가 어렵다. 강릉방면 차량들은 코너를 돌때마다 경적을 울리므로 귀가 멍멍하다. 정상 거의 다 올라와서 문제가 발생한다. 오른 쪽 클립볼트가 풀어졌다. 두개의 볼트 찾느라 20분 허비하고 신발에 클립끼우느라 거의 한 시간을 보낸다. 비는 억수같이 오고 바람은 불고 몸은 움직이지 않으니, 체온이 떨어져 사시나무처럼 떨린다. 생각 같아선 지나가는 차를 픽업해서 휴게소 까지만이라도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이때부터 클립은 전국일주가 종료될 때까지 문제를 일으킨다. 가까스로 클립을 끼우고 출발 두 굽이 도니 정상이다. 아 해냈다. 이번 여정의 백미 대관령을 정복한 것이다. 이 기쁨은 나만의 것. 영동고속도로 개통이 후 이용객이 없어 휴게소는 폐쇠되었는지 썰렁하기만 하다. 한쪽 귀퉁이에 간이 컨테이너 매점과 간이 화장실이 전부이다. 따끈한 어묵을 한 그릇 먹으니 몸에 온기가 돈다. 담배를 피면서 경치를 보니 정상을 경계로 상이하다. 강릉방면은 안개가 자욱하고 서울방면은 안개가 거의 없다. 태백산맥 줄기가 높기는 높은 모양이다. 하루의 날씨를 양분하는 것을 보면 정상부터 자전거가 서는 지점까지 그대로 쏜다. 그리고 잠시 쉬었다가 진부 거쳐 장평으로 가는 도중 한 명의 라이더를 만나니, 그와 다음 날 점심때까지 동행한다. 알톤풀샥 낮은 안장에 속도계 달고 테일라이트 달고 져지가 아닌 스포츠웨어를 착용한 강북의 장00 이란다.
오늘 새벽에 기차로 강릉 도착해서 오대산 구룡령을 넘어오다 펑크로 지나가는 차 히치하이킹하여 진부에서 펑크 때우고 장평으로 가는 도중 본인과 만난 것이다. 오늘 목적지가 나와 같다. 동행하자고 제의하니, 혼쾌이 수락한다. 뒤에서 페달질하는 모습을 보니 벌써 지친 모양이다. 허벅지가 쓸리고 엉덩이가 아파서 안장에 앉아 있기조차 힘들다고 한다. 언덕이 나오면 내린다. 그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나도 내린다. 우리는 동행이 아닌가.
장평의 유일한 모텔에 숙소를 정하고 저녁은 거나하게 보신탕전골이다. 시골이라 그런지 얹어주는 고기 또한 푸짐하다. 소주 한 병 시켜 내가 2잔 마시고 나머지는 동행인이 처리한다. 둘이 피곤한지라 씻고 잠자리에 바로 든다.
8월2일 여섯째 마지막 날
다섯 시에 일어나 미숫가루 한 컵과 동해에서 베낭에 넣어 온 치킨을 먹고 횡성으로 향한다. 휘닉스파크 이정표를 오른쪽에 끼고돌며 내리막을 달리니 어느 새 봉평이다. 저 멀리 이효석 생가가 보이고 찻집이 보인다. 국도에서 내려와 찻집에 들려 메밀차를 시키니 맛이 원두커피 맛이다. 메밀을 보리차처럼 볶아서 차를 만드는 모양이다.
(동행)
어디서 빠졌는지 모르지만 클립볼트 2개중 하나가 빠져 오른 쪽 신발이 페달에서 분리되지 않는다. 임시방편으로 쉴때는 비닐봉투를 양말처럼 오른 발에 신고 다시 주행할 때는 비닐 벗어 허리쌕에 넣고, 페달에 달린 신발을 신는다. 보통 불편한 것이 아니다. 기념사진 몇 장 찍고 청태산을 넘는다. 동행인은 처음부터 내려서 끈다 나는 그와 보조를 맞추어 천천히 페달질을 한다. 정상에 터널이 있다. 터널을 만들려면 애시당초 산밑에 만들어 놓을 일이지 꼭대기에 터널이라니,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청태산)
터널을 지나니 신나는 내리막 최고 속도 72km, 코너링 시 살짝 브레이크 잡으며 몸의 중심을 이동시켜 굴곡을 도는 맛이 스릴이다. 오토바이 경주에서 코너링 할 때 차체는 바깥쪽으로 밀면서 엉덩이는 안장에서 띄우고 상체를 안쪽으로 구부린다. 하나 둘 셋 끝이 없다 한없이 내려간다. 동행하는 친구도 내리막은 좋은 모양이다. 그러나 언덕만 만나면 힘들어 한다. 횡성에서 막국수로 점심 먹고 나니 13시 30분, 아내에게 전화한다, 지금 몸 상태도 엉망이고 지친 상태이니 성남까지는 무리이고 양평에서 끝내려고 하니 마중 나오라고 전화를 한다.
첫 번째 고개 그런대로 좋다, 두 번째 고개 조금 힘들다, 세 번째 고개 무지 힘들다, 네 번째 고개 쓰러지기 직전이다. 고개마루에서 옥수수 파는 노점상이 묻는다. 어디 갔다오세요? 창원 갔다 옵니다. 자전거로요? 예. 와 대단하시네요. 예. 몇 일 걸렸어요? 6일이요.
양평까지 가는데 고개가 몇 개 더 있나요? 이제 고개라고는 거의 없어요. 조그만 언덕이지요. 아! 살 것 같다. 음 충분히 쉬고 가야지 30분정도 휴식을 취한 후 양평 용두리 교차로에 도착하니 아내는 이미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번 일주라이딩의 성과는 작년부터 내 마음 구석에 머물러 있던 상처의 조각들을 어딘지 모를 국도, 동해바다, 아니면 강원도 꼴짜기에 모두 버리고 왔기에 홀가분하다.
(양평 용두리)
7월 28일 첫째 날
28일 05시 눈이 떠진다 부리나케 세수하고 아내가 마지막으로 갈아주는 인삼즙을 마시고 준비물을 최종 점검한다. 물통2개, 공구, 의약품, 이동식, 의류, 등등. 자 출발이다!. 시내를 빠져나와 3번국도 올라서니 이른 아침이라 차량들도 많지 않다. 갓길 따라 이천에 도착하고 신둔면 바로 지나 용인방면으로 방향을 틀어 14번 국도 진입하기 전 처음 눈에 띄는 식당에 들어가 순대국을 먹고 14번국도로 향한다. 새로 개설한 도로인지라 편도 2차선에 갓길이 널찍하고 차량통행도 많지 않다. 흠이라면 신설국도인지라 가로수라곤 전혀 없으며, 휴게소도 없다. 용인지나 일죽까지는 흐린 하늘에 빗방울도 떨어지더니만 그 이후부터는 땡볕내리는 찜통이다. 나시티를 입은지라 선탠크림을 2시간 간격으로 바른다. 이 썬탠크림이 처음에는 효과를 발휘하는 듯하더니 시간이 경과 될수록 효능이 떨어지는 모양이다.
어깨가 화끈거린다. 신탄진에서는 도저히 견딜수가 없어 소매있는 상의를 꺼내 옆에 흐르는 개울물에 담갔다가 입는다. 오 션한 느낌, 이후로는 덥다는 느낌이 있을 때마다 길가의 주유소 화장실에 들려 물을 뒤집어 쓴다. 30분 이내로 금방 마르지만 그게 어디인가? 옷이 마르면서 체열을 방출시켜 주고 자전거 달리는 속도에 바람이 부니 시원한 느낌은 배가 된다.
대전시내 통과하고 옥천으로 넘어가는 고개하나 이젠 체력이 소진된 상태라 힘들다. 고개가 하나인 줄 알았더니 또 하나 더 있다. 맥이 풀린다. 이 길로 다녀 본지도 10년이 넘은지라 고개가 몇 개 있지 기억을 못하고 있는 모양이다. 간신히 언덕을 치고 내려가는 도중 소나기가 내리고 핸드폰이 울린다. 오전에 아이들이랑 차로 먼저 도착한 아내 전화다. “어디쯤 왔는지 묻는다”. “옥천시내 4km 전”이라 답하고 이제 어두워졌고 편도 1차선의 도로인지라 더 이상 라이딩을 할 수 없으니 차로 마중나오라고 했다. 옥천역에서 하루의 라이딩을 마친다.
그런데 오늘은 사진 촬영을 한 장도 안했다. 정신없는 하루였나 보다. 처갓집은 시내에서도 거의 30km를 더 가야하는 안남면 서당리다. 처갓집 도착하니, 아이들이랑, 장모,처남식구들이 환영한다. 장모 왈 “이서방 자전거 타면 상주나?” 제 마음의 상이지요. 처남댁 가라사대 “고모부 참 대단하시네요” 겸연쩍어 머쓱해진다. 우리 아이들은 아빠 멋져를 외치며 환호한다.
7월 29일 둘째 날
06시 일어나 장모와 아내가 차려주는 아침 먹고 안전을 당부하는 장모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며 집사람의 승용차에 실려 옥천읍사무소가지 왔다. 어제는 사진을 못 찍은지라 출발 전에 몇 컷 찍고 또한 아내의 안전라이딩을 당부의 말을 마음에 담고 영동으로 향한다.
(옥천읍사무소)
영동 지나 추풍령이다 추풍령이 고개임이 틀림없으나 고개를 볼 수 없다. 역 벤치에 쉬고 있는 주민에게 물어보니, 여태 여기가지 올라온 것이 고개란다. 캬 허무하다. “구름도 잠이 들고 바람도 쉬어가는 추풍령 구비마다 한 많은 사연..” 남상규의 노래는 뻥이다.
(추풍령역)
추풍령 김천 간 도로 상황은 최악이다. 편도 1차선에 갓 길이 거의 없으며, 덤프트럭 스치며 지나칠 때마다 핸들이 흔들린다. 살벌하다. 조심해야지 이러다가 황천까지 출발 몇 일 전에 보장성보험 들었지만 국도상의 사고는 제외라는 보험약관이 아른거린다. 점심전인지라 배도 고프고 위험한 이 도로에서 빨리 벗어나고파 세심한 주의를 하고 페달에 가속을 부친다. 추풍령부턴 거의 내리막이지만 빡센 고개 하나가 있으니 부상고개다. 가쁜 숨을 쉭쉭이며 땀 흘리고 올라오는 모습을 본 주유소 직원이 내게 오라고 손짓을 한다. 영문도 모른 채 다가가니, 한마디 말도 없이 얼린 생수 한 병을 준다.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낼름 받아 단숨에 마시니, 그 시원함이란 표현할 수 없다. 주유소 옆 휴게소에 앉아 생각을 해본다. 왜 내게 얼린 생수를 주었을까? 격려인가? 측은한 마음이 들어서 일까? 그렇다고 본인에게 직접 물어 볼 수도 없는 일 좋은 의미로 주었겠지 스스로 답을 결정해버린다. 그래야 맘 편하다.
(김천)
요기부터 김천까지는 내리막 “영남제1문” 현판이 보인다. 여기가 김천인 모양이다. 점심해결하고 대구로 향한다
여기도 거의 내리막, 신나게 달린다. 신체적 이상 징후가 발생한다. 서서히 엉덩이를 압박하는 통증 장난이 아니다. 이 통증이 일정한 간격을 두고 주기적으로 온다. 날은 덥고 엉덩이는 아프고 목적지는 멀고 엉덩이가 아플 때는 해머링(엉덩이들고 페달질)이나, 엉덩이 위치를 좌우로 앞뒤로 변경하여 통증을 최소화하고 안 아플 땐 최대한 빨리 달린다. 칠곡 지나고 ,대구에 도착하고 시계를 벗어나니 어둠이 내린다.
요때를 대비하여 준비한 EL500 성능 테스트 할 기회가 왔다. 자동차들은 휙휙 날아다니고 조심스레 갓길 주행을 하지만 조금 두려움이 밀려온다. 오직 빨리 가야겠다는 일념으로 엉덩이 통증을 참아가며 페달질을 한다 창녕을 지나 드뎌 마산역 도착하고, 미리 내려온 아내에게 전화하여 마중 나오라고 한다 도착시간 23시 오늘은 도로 사정도 괜찮고 처음으로 야간 라이딩을 했다. 힘든 하루였다. 엉덩이 통증으로 고생한 라이딩 2일째
7월 30일 셋째 날 : 휴식
7월 31일 넷째 날
(울진)
전 날 오후 8시 울산 행 막차를 타고 울산서 1박하고, 05시에 다시 평해 행 버스를 탄다 직행이 아니고 완행인지라 들를 곳은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정차한다. 경주, 포항, 등등등 평해에 도착하니 09시다. 4시간 동안 버스를 탔다 터미널에서 자전거 꺼내 체인에 오일치고 빵과 우유로 아침식사 때우고 동해안도로 여정이 시작된다. 울진 덕구온천 이정표가 보인다 올해 1월에 동해고속도로 타고 강릉 경유하여 2박3일 숙박하고 같던 곳 이 곳부터 긴 오르막과 짧은 내리막의 연속이다. 다행이 해안도로가 있으면 바닷바람 쐬며 거의 완만한 도로를 달리지만 해안도로는 많지 않다. 피서철이라 차량통행도 많고 모래사장이 있는 바닷가엔 어김없이 피서객이 있다. 들르는 휴게소마다 피서인파로 북적이고 그 인파중에 자전거 끌고 온 놈은 나하나 뿐이다. 바라보는 시선이 양분된다. “이 더운 여름에 고생을 사서한담”, “캬 대단하다. 폭염속의 자전거 여행이라” 고개를 몇 개 오르락 내리락 하다보니 지친다. 하루 휴식 후의 라이딩 이라 그런지 엉덩이 고통은 없다. 속초 초입 한재고개 정상에 자그마한 공원이 있다. 노점에서 옥수수 2개와 콜라 1캔 마시고 경관이 좋아 사진 3컷 찍는다.
(동해)
(한재고개)
오늘의 목표는 동해다, 속초를 벗어나자마자 어둠이 깔린다. 헤드라이트를 장착했는데 조도가 떨어진다. 건전지 수명이 다된 모양이다. 건전지를 구해야 되는데, 수퍼가 안보인다. 밤이라 지나가는 차량의 속도가 떠 빠르게 느껴진다. 뒤에서 달려오는 자동차 불빛의 안내를 받으며 무조건 동해 방면으로 달린다 한참 가다보니 오른쪽에 민가의 불빛이 여럿 보이길래 건전지를 구입할 요량으로 국도에서 민가쪽으로 선회하여 5분정도가니 편의점이 보인다. 건전지를 사면서 동해를 가려는데 얼마정도 더 가야되는지 물으니 쥔장 왈 “여기가 동해란다”. 어떨결에 동해에 도착한 모양이다. 이렇게 좋을 수가 잠시 쉬면서 라이트 건전지를 교환해야 되는데 방법을 모르겠다. 성남 와우사장님께 전화해서 방법을 물어보니 아주 간단하다, look과 open의 구분이었다. 지금 어디냐고 물으신다. 의기양양하게 동해라고 답한다. 내가 생각해봐도 자신이 대견하다. 머나먼 이 길은 자전거를 끌고 왔으니 그럴 수밖에. 이제 숙소를 정하고 저녁을 먹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숙박업소가 몰려있는 시내로 향한다. 무조건 제일 먼저 보이는 모텔에 투숙한다. 그런데 숙박비가 장난이 아니다. 울산에선 35,000원으로 해결했는데 60,000원이란다. 너무 비싸다고 말하니 휴가시즌이란다. 그나마 방 구한거나 다행으로 생각하란다. 문제는 자전거다 자전거 방에 들여나도 되나요? 쥔장 놀란 어이없는 표정으로 예? 자전거를 왜 방에 들여나야 되냐는 것이다. 지금 자전거로 전국일주 중인데, 외지에서 자전거 분실하면 도루아미타불이고 이 자전거는 일반 자전거가 아니고 쬐금 비싼 자전거라 손타기 쉬운 물건이라고 설명을 하니 방에 어떻게 들여 놓을 건지 묻는다. 자전거를 뒤집어서 세워두면 절대로 방을 더렵히는 문제는 없을 거라고 말씀드리니, 그때서야 오케이다. 잘 곳 정해지고 씻고 하니 피로가 몰려 온다 저녁은 먹어야 겠고 나가기는 싫다. 치킨집에 전화해서 주문하니 금방와서 피자박스 비스무리한 것은 건넨다. 아저씨 음료수는요? 박스안에 있단다. 포장을 펼치니 치킨과 옥수수샐러드, 소스 2개, 펩시1캔, 단무지가 담겨있다. 치킨이름이 “네네치킨” 깔금한 포장이 맘에 든다. 치친 세 조각 먹으니, 더 이상 생각이 없다. 피곤하니 그만 자야겠다.
8월1일 다섯째 날
아침부터 비가 온다. 오늘 예상 강우량이 100mm이고 태풍간접영향권에 있어 바람도 세차단다. 어제 남은 치킨조각 2개 배낭에 넣고, 방수포를 씌운다 상의는 민소매를 입고 자 출발한다. 강릉까지 47km 해안도로 이므로 언덕이 거의 없었으나 강릉 전방 32km 지점에서 갑자기 가파른 고갯길이 나온다. 벌써 대관령인가? 어 그런데 사타구니가 이상하다. 쌍방울 밑이 까진 모양이다. 페달링할때마다 적은 옷에 마찰이 생겨 쓰리다. 배낭을 뒤져보니 와이프가 사용하는 슬림형생리대 몇 개 있다. 내리던 이슬비는 점점 굵어지고 공사중인 교각 밑에서 져지에 부착하니 착용감은 별로 꽝이다. 이런 걸 여성들은 매달 사용한다고 생각하니 고충이 짐작이 간다. 잠시 담배 피우며 쉬고 있는데 머리 위 20M 위에 공사중인 교각의 배수구에서 흙탕물이 일제이 쏟아져 피할여유도 없이 뒤집어 쓴다. 꼬라지가 말이 아니다. 자전거 배낭 모두 흙투성이 도로위에 흘러내리는 물에 대충 씻고 언덕을 오르며 내리는 빗줄기로 정상 휴게소에 오니 말끔하다. 어디라는 이정표는 없다. 휴게소 벤치에 앉아있는 분에게 여기가 대관령 인가요? 물으니 본인도 초행이라 어딘지 모른단다. 강릉서 대관령 넘어야 되는데 제가 길을 잘 못 들어섰나요? 물으니 아마 그런 것 같다고 한다. 허 이런 낭패를 고개를 돌려 주유소를 바라보니 삼재고개 안내판이 보인다. 휴게소에 들어가 강릉서 대관령 넘어가려 하는데 어디로 가냐고 쥔장에게 물으니 이 길이 맞다고 한다. 이 고개 내려가면 정동진이고 다음이 강릉이란다.
(삼재고개)
오우 다행이다. 아침으로 라면 주문하고 이동식으로 영양갱 2개, 쵸코바 2개, 자일리톨 1통 챙겨 넣고 벤취에 앉아 담배를 피운다. 이때 고등학생인지 대학생인지 구분은 어렵지만 생활MTB로 짐받이엔 텐트 배낭 등등 잔뜩 싣고 정동진 쪽에서 올라온다. 물론 자전거는 끌고, 비옷입고 휴게소에 들어와 1.5L 생수 한 병 사고 페달수리를 위한 공구를 빌려달란다. 페달의 볼트가 풀린 모양이다. 유심히 살펴보니 휴대물품이 장난이 아니다. 특이 한 것은 페달이 접힌다는 것이다. 다가가서 인사를 한다 처음으로 만나는 잔차 여행자이다. 목적지가 어디냐고 물으니 오늘 강릉 출발하여 부산에 간단다. 아 존경스럽다. 저 많은 짐을 성능도 않좋은 생활MTB로 부산이라 용기가 대단하다. 성능 좋은 자전거로 이 한 몸땡이 다니는 것도 힘든데, 역시 젊음이란 웬만한 어려움은 극복할 수 있는 모양이다. 좋은 여행하라는 인사를 하고 출발이다. 캬 조오타 차량은 거의 없고, 비는 오고, 내리막길은 길고 정동진 지나 강릉 도착하여 음식점 앞에 주저앉아 쉬고 있는데 이번에는 동해방면에서 오는 2인의 잔차맨을 만난다. 반갑게 수인사 나누고 어디서 출발했냐고 물으니 5일전에 부산에서 출발했고 고성 통일 전망대가 목적지라고 한다. 이들 역시 전에 만난 그들보다 휴대 짐은 적지만 역시 생활MTB다. 오는데 힘들지 않았냐고 물으니, 죽는 줄 알았단다. 오죽했으랴 짐이 거의 없는 나도 힘들었는데 이들 역시 존경스럽다.
자 이제 대관령을 넘는다. 강릉시내에서 이정표를 따라가다 길을 잃었다. 음료수를 마실 겸 근처 수퍼에 들려 대관령 방향을 물으니, 친절히 알려주면 아래위로 훌터본다 밖에 세워둔 자전거를 보더니만 저거 타고 넘어 갈거냐고 묻는다. 그렇다고 말하니 못 갈텐데 한다. 옛날엔 아흔아홉구비 이었고 지금은 도로정비를 해서 그 정도는 안되지만 그래도 자전거론 무리란다. 나를 염려하는 소리다. 한번 해보는 거죠. 대관령은 장기전이나 해발 853m 밖에 안되지만 계속되는 오르막이 굽이굽이다. 서두르다간 지친다. 시속 4~5km로 질겅질검 자일리톨 씹으면서 설렁설렁 오른다. 강릉에서 서울 방면 차량은 거의 없고 영동고속도로가 정체되는지 반대편 차선 강릉방면 차량은 끊임없이 밀려온다. 계속 오르막인지라 서행차선이 있어 편도 2차선이나 다름없다. 정상이 가까워 질수록 비줄기는 세어지고 바람도 세어지고 안개로 인해 10m 이상 시야 확보가 어렵다. 강릉방면 차량들은 코너를 돌때마다 경적을 울리므로 귀가 멍멍하다. 정상 거의 다 올라와서 문제가 발생한다. 오른 쪽 클립볼트가 풀어졌다. 두개의 볼트 찾느라 20분 허비하고 신발에 클립끼우느라 거의 한 시간을 보낸다. 비는 억수같이 오고 바람은 불고 몸은 움직이지 않으니, 체온이 떨어져 사시나무처럼 떨린다. 생각 같아선 지나가는 차를 픽업해서 휴게소 까지만이라도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이때부터 클립은 전국일주가 종료될 때까지 문제를 일으킨다. 가까스로 클립을 끼우고 출발 두 굽이 도니 정상이다. 아 해냈다. 이번 여정의 백미 대관령을 정복한 것이다. 이 기쁨은 나만의 것. 영동고속도로 개통이 후 이용객이 없어 휴게소는 폐쇠되었는지 썰렁하기만 하다. 한쪽 귀퉁이에 간이 컨테이너 매점과 간이 화장실이 전부이다. 따끈한 어묵을 한 그릇 먹으니 몸에 온기가 돈다. 담배를 피면서 경치를 보니 정상을 경계로 상이하다. 강릉방면은 안개가 자욱하고 서울방면은 안개가 거의 없다. 태백산맥 줄기가 높기는 높은 모양이다. 하루의 날씨를 양분하는 것을 보면 정상부터 자전거가 서는 지점까지 그대로 쏜다. 그리고 잠시 쉬었다가 진부 거쳐 장평으로 가는 도중 한 명의 라이더를 만나니, 그와 다음 날 점심때까지 동행한다. 알톤풀샥 낮은 안장에 속도계 달고 테일라이트 달고 져지가 아닌 스포츠웨어를 착용한 강북의 장00 이란다.
오늘 새벽에 기차로 강릉 도착해서 오대산 구룡령을 넘어오다 펑크로 지나가는 차 히치하이킹하여 진부에서 펑크 때우고 장평으로 가는 도중 본인과 만난 것이다. 오늘 목적지가 나와 같다. 동행하자고 제의하니, 혼쾌이 수락한다. 뒤에서 페달질하는 모습을 보니 벌써 지친 모양이다. 허벅지가 쓸리고 엉덩이가 아파서 안장에 앉아 있기조차 힘들다고 한다. 언덕이 나오면 내린다. 그와 보조를 맞추기 위해 나도 내린다. 우리는 동행이 아닌가.
장평의 유일한 모텔에 숙소를 정하고 저녁은 거나하게 보신탕전골이다. 시골이라 그런지 얹어주는 고기 또한 푸짐하다. 소주 한 병 시켜 내가 2잔 마시고 나머지는 동행인이 처리한다. 둘이 피곤한지라 씻고 잠자리에 바로 든다.
8월2일 여섯째 마지막 날
다섯 시에 일어나 미숫가루 한 컵과 동해에서 베낭에 넣어 온 치킨을 먹고 횡성으로 향한다. 휘닉스파크 이정표를 오른쪽에 끼고돌며 내리막을 달리니 어느 새 봉평이다. 저 멀리 이효석 생가가 보이고 찻집이 보인다. 국도에서 내려와 찻집에 들려 메밀차를 시키니 맛이 원두커피 맛이다. 메밀을 보리차처럼 볶아서 차를 만드는 모양이다.
(동행)
어디서 빠졌는지 모르지만 클립볼트 2개중 하나가 빠져 오른 쪽 신발이 페달에서 분리되지 않는다. 임시방편으로 쉴때는 비닐봉투를 양말처럼 오른 발에 신고 다시 주행할 때는 비닐 벗어 허리쌕에 넣고, 페달에 달린 신발을 신는다. 보통 불편한 것이 아니다. 기념사진 몇 장 찍고 청태산을 넘는다. 동행인은 처음부터 내려서 끈다 나는 그와 보조를 맞추어 천천히 페달질을 한다. 정상에 터널이 있다. 터널을 만들려면 애시당초 산밑에 만들어 놓을 일이지 꼭대기에 터널이라니,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다.
(청태산)
터널을 지나니 신나는 내리막 최고 속도 72km, 코너링 시 살짝 브레이크 잡으며 몸의 중심을 이동시켜 굴곡을 도는 맛이 스릴이다. 오토바이 경주에서 코너링 할 때 차체는 바깥쪽으로 밀면서 엉덩이는 안장에서 띄우고 상체를 안쪽으로 구부린다. 하나 둘 셋 끝이 없다 한없이 내려간다. 동행하는 친구도 내리막은 좋은 모양이다. 그러나 언덕만 만나면 힘들어 한다. 횡성에서 막국수로 점심 먹고 나니 13시 30분, 아내에게 전화한다, 지금 몸 상태도 엉망이고 지친 상태이니 성남까지는 무리이고 양평에서 끝내려고 하니 마중 나오라고 전화를 한다.
첫 번째 고개 그런대로 좋다, 두 번째 고개 조금 힘들다, 세 번째 고개 무지 힘들다, 네 번째 고개 쓰러지기 직전이다. 고개마루에서 옥수수 파는 노점상이 묻는다. 어디 갔다오세요? 창원 갔다 옵니다. 자전거로요? 예. 와 대단하시네요. 예. 몇 일 걸렸어요? 6일이요.
양평까지 가는데 고개가 몇 개 더 있나요? 이제 고개라고는 거의 없어요. 조그만 언덕이지요. 아! 살 것 같다. 음 충분히 쉬고 가야지 30분정도 휴식을 취한 후 양평 용두리 교차로에 도착하니 아내는 이미 도착하여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번 일주라이딩의 성과는 작년부터 내 마음 구석에 머물러 있던 상처의 조각들을 어딘지 모를 국도, 동해바다, 아니면 강원도 꼴짜기에 모두 버리고 왔기에 홀가분하다.
(양평 용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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