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째인 14일 토요일은 대망의 바이칼호 휴양지 리스트비양카로 라이딩길에 나서는 날이다.
사실 벌써 된장국이 그리웠는데 시그마님이 전날 주인장에 청을 넣어 이날 아침은 된장국으로 아침을 맛있게 먹었고 서회장은 아침에 서둘러 오일등을 갖고 내려가더니 잔차 5대에 기름칠을 하는 등의 수고를 해줬고 여성들은 모든 물통에 얼음 물을 체워 줘 9시10분께 기분 좋게 숙소를 출발했다.
하루 일정으로는 고개길이 숱하게 많은 70여키로라는 리스트비양카까지의 왕복은 도저히 무리일것 같아 원래는 차량편을 이용, 그 곳에 가서 점심을 먹은 뒤 오후에 라이딩으로 돌아 오기로 했었으나 계흭을 바꿔 갈때 라이딩을 하고 우리 돈으로 환산한 10만원에 대절한 8인승인가 10인승인, 승합차를 이날 하오 9시까지 현지로 오게 해 귀로에는 차편을 이용하기로 했다.
약간 구름이 낀 선선한 날씨인 이 날 역시 앞장을 서 전날처럼 고약한 매연을 마시며 차도를 달려 제방길을 지나자 로타리가 나왔고 남쪽으로 향하는 도로는 두 곳.
두번째 우회전 길이 리스트비양카로 가는 길임을 행인에게 물어 재확인 했으나 2차선인 리스트비양카 길은 꾀 붐비고 있었는데다 지형상으로 볼때 경사도가 좀 있고, 또 인도로 가고 있던 우리로서는 차도와의 사이에 울타리 같은 것이 있어 로타리에서 바로 진입하기가 어려운데 비해 첫번째 우회전 길은 4차선 정도의 넓은 길에 경사도도 거의 없어 비록 갈수록 두 길의 간격이 좀 벌어지고 있어 앞길에서 두 길 사이를 가로 지른다면 결국 약간 돌아가는 결과가 되겠지만 대신 안전하고 편할것이다는 생각에 전진을 계속해 야트막한 등성이까지 올라 갔다.
여기에 두 길 사이 지역은 연립주택지인 만치 틀림없이 가로 길이 한두개는 있을 것으로 보였다.
허나 뒤를 쫒아 온 우리팀 여성들은 `길을 잘못 든것 같다. 리스트행은 두번째 길이다.`는 말을 하고는 이쪽 의견은 들어 보지도 않고 되돌아 달렸고 이에 맨뒤에 있던 서회장도 방향을 바꿔 여성들을 선도하며 로타리쪽으로 달려 내려 갔다.
어이가 없었고 화도 났다.
큰 목소리로 불러도 반응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뒤를 따르다가 등성이 바로 밑에서 두 길을 가로 지르는 듯한 포장도로가 나와 진입해보니 바로 리스트행 도로가 나온다.
먼 아래쪽 로타리에서 잘 보일듯한 길 건너편으로 가서 내려다 보니 아직 그 들 모습이 안 보였고, 바이칼 쪽으로의 언덕길로 잔차를 끌며 천천히 고개 정상에 올라가 되돌아 보니 그때서야 3백미터는 됨직한 로타리 부근에 드디어 그들이 나타나 뒤를 따를 것으로 생각한 나를 기다리는 듯 머뭇거리고 있는 것이 보여 `바보같이..`란 말을 중얼거리며 이 쪽서 팔을 흔들어 댔다.
마침내 엉뚱하게도 훨씬 앞서 가 있는 나를 발견하고는 자신들의 오판을 깨닭으며 맥 빠진 걸음으로 붐비는 2차선 오르막 길 대신 인도로 잔차들을 끌고 올라 왔다.
김 총무등 여성들이 내 옆에 까지 오자 고개 너머 눈앞에 또 나타난, 두 도로 사이를 가로 지르는 포장로를 가르키며 `좀전에 가로 질러 온 길 외에도 여기 또 가로 지르는 도로가 있지 않느냐?`면서 `다시 한번만 이런 식으로 안 따라 준다면 진짜 나혼자만의 자유여행길에 나서 겠다.`는 엄중한(?) 경고를 했다.
약싹바른 막내가 나서 재빨리 `죄송합니다.`라며 정식 사과를 한다.
그리고 뒤이어 다가 온 서회장의 `왜 진작 말하지 않았느냐?`는 항의에 `말 할 기회도 안 줬고 또 소리쳐도 못 듣는데 어쩌냐? 길눈이 어두운 사람이 길 눈 밝은 사람 말 안듣고 마음대로 가면 어떻게 하겠다는 거냐?`라는 신경질적인 말을 내 뱉았다.
결국 30분 가량이나 시간 낭비를 하고 정말 마음 속으로 화도 치밀었지만 `내 새끼, 내 마누라도 말을 잘 안 듣는데 남의 마누라가 어떻게 잘 듣겠냐?`는 생각을 하며 다시 밝은 기분으로 앞장서 달려가자 곧 본격적인 준 고속화도로가 눈앞에 펄쳐 졌다.
기본적으로는 2차선이지만 오르막때는 대부분 추월선이 있어 3차선이고 그 양쪽에 마차로 정도 너비의 갓길이 있으나 잔돌이 많아 잔차로 장거리를 고속으로 달리기는 심히 불편했고 그 외곽 양옆은 높이가 10여미터는 됨직한 자작나무 숲이어서 경관은 장관이다.
여기에 초입부터 평지는 거의 없이 내리막이 끝나면 바로 오르막이 계속 이어 졌고 제한 속도는 분명 70키로로 되어 있으나 토요일이라선지 약 1키로정도로 꼬리를 무는 차량들이 대부분 시속 1백키로의 무서운 속력으로 내 달리는데 고물차의 경우는 매연을 마구 내 뿜으며 굉음까지 요란해 정신이 산란할 지경.
그런데 고개 두어개를 넘자 후미의 서회장이 호루라기를 분다. 서회장의 크라인이 뒷바퀴 펑크란다.
얼마전 1천만원 이상의 티타늄 무크를 구입했고 또 인텐서등도 보유하고 있지만 단신이고 장거리여행 때는 그 가운데서 비교적 값 싼 이 오랜지 색갈의 크라인을 즐겨 모는 것 같았는데 하필 이 먼 곳에 와서 말썽을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일행은 개스충전소 입구에서 멈추어 섰고 서회장은 튜브를 꺼내 펑크부위를 찾다가 찾기가 어려워 우선 새 튜브를 꺼내 림에 끼우고는 아까 제방길위에서 막내의 바퀴에 공기를 보충할때 꺼낸 멋진 그의 중형 펌프-그 때는 구찌가 맞지 않는다며 위력(?)을 발휘치 못했는데 이번에도 불능, 결국 고장임이 들어나 완전히 체면을 구겼다.
이어서 등장한 막내의 소형 펌프는 밀때만 공기가 주입되는 것이어서 너무 힘들고 불편해 참다못해 내 베낭에서 밀때나 당길때나, 다 연속으로 공기가 주입되는 자이언트 펌프를 꺼내야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주인이 달라선지, 라이딩때 주로 동호회 젊은이들의 도움만 받아선지 서회장의 펌프질이 영 서툴게 보였다.
사실 여성들에게 강의를 할때도 강조했지만 펌프질을 서툴게 했다가는 자칫 튜브 공기주입구를 부러지게 하거나, 꼭지 안쪽의 고무부위가 찢어지는 불상사를 겪을 수도 있지 않는가 말이다.
참다못한 나는 무심결에 그의 7년 경력을 빗대서 `대 선배의 펌프질이 어찌 그 모양이여?` 라는 힐문을 던지며 펌프를 넘겨 받아 손바닥으로 타이어와 림, 그리고 꼭지부위를 함께 붙잡는, 비교적 능숙한 솜씨로 쉽게 공기주입을 끝내자
`여~ 잘하는데 앞으로 좀 해주.`다.
이 통에 느닷없이 펌프질 담당까지 되어 이후부터 몇차례나 더 펌프질을 해 대는 수고를 해야 할 줄이야...
<첫번째 사진은 `제방길위서 잔차를 점검중`이고 두번째 사진은 바이칼호로 가는 길의 경관이다.>
필자의 홈피는,
http://home.megapass.co.kr/~bae106/index.html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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