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스토랑 사장인 고려인의 배웅을 받으며 함께 호텔정문 앞에 나오자 김총무와 막내가 애를 태우며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 날은 오후 7시께 까지 공항으로 나가기만 하면 돼 시간이 남아 돌아 서둘지 않는 바람에 어느새 상담시간이 반시간 정도 걸리게 되었는데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고, 또 무슨 사고나 났나하고 염려가 돼 이 정문 앞까지 와서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서회장도 `왜 이렇게 늦었냐?`는 힐문이다. 그래서 사전에 `시간이 좀 걸려도 좋겠느냐`고 물었을때 `알았다.`고 하지 않았냐니까 `그래도 새겨 들어야지.`다.
사실인즉 어제 사건에 대한 상담을 하고 왔다는 등의 얘기를 끝내자 화장실에 들리지 못한 생각이 났고 또 공원의 유료(5루불=2백원 정도)화장실이 마음에 안들어 다시 호텔로 향하자 막내가 못마땅 한듯 입술을 잔뜩 삐죽한다.
잠시후 우리팀은 비록 얼핏하면 신경을 곤두세우게 하는, 돌출사건의 주인공(?)이기도 하고 또 날나리 풍운아(?)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길 하나는 기똥차게 잘 찾아가는 이 리더를 앞 세워 칼막스거리로 들어 서고 이 곳의 명동격인 번화가로 가서 영어로 `아바다 패션 하우스`라고 쓰여진 건물 앞 광장에 이르러 여성들을 아이 쇼핑길에 내 보내고 남자 둘이 긴 나무의자에 앉아 푹 쉬면서 거리의 화사한 옷차림의 미녀들을 눈요기했다.
잃어버린 미니 태극기대신 오늘 아침 숙소에서 종이에 직접 그린 태극기를 메달고 있었는데 이를 본 한 노신사가 다가와 `한국서 속리산등 여러 명산을 다 구경하러 다녔고 오는 9월에 다시 한국에 가노라.`며 인사를 건넸다.
또 30대중반에 우량 체격인 한 러시아 여인은 어머니와 딸, 그리고 부군까지 우리 의자로 데리고 와 옆자리에 앉아 얘기를 건네고는 철도원인 남편을 소개하기도 했다.
나는 아까 점심을 먹고는 여성들의 권유로 남은 도시락 하나를 베낭속에 넣어 놨던 일을 생각해 내고는 그 것을 꺼내 유모차에 타고 있는 어린 딸에게 건넸다.
어쩐지 이 곳의 사람들도 모두 하나처럼 외롭게 보이는 군상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우리가 앉은 의자 바로 옆에 생맥주 까페가 보여 목도 마르고 해서 들어 가보니 600CC쯤 되어 보이는 큰 잔이 40루불(1천6백원 상당).
루불이 없다며 1달러를 내 보이자 처음에는 안 된다더니 살짝 받아 바로 앞치마 새끼 주머니 속에 넣고는 한잔 가득 체워 건네준다. 서회장도 맛을 봤지만 이 곳 물이 좋은 만큼 맛도 괜찮았다.
몇개의 문을 지나 사람은 전혀 보이지도 않는 조그만 창문으로만 화폐 교환을 해주는 은행도 다녀 왔다는 여성들이 사온 피자로 간식을 먹고는 저녁 6시가 돼 지도상의 방향대로 동남향으로 차도를 따라 달리며 공항의 러시아 말인 `아에로 포르트`를 물어면서 찾아가 7시도 안돼 도착했고 2층 대합실등에서 쉬다가 약속대로 9시께 심씨가 싣고 온 잔차가방등을 받아 잔차를 분해, 가방에 넣었다.
화장실에 다녀온 여성들이 아우성들이어서 한번 가 봤더니 중국에서의 일반 화장실과 별차이가 없이, 한마디로 대변은 도저히 볼수도 없을 듯한 괴상한 시멘트 구조물의 변기다.
시내 관광을 끝내고 도착한 베낭팀과 더불어 밤 11시반께야 티켓팅을 하고 탑승 절차를 밟았는데 느닷없이, 올때도 안받았고 또 일찌기 다른 나라서는 받지 않는 잔차 운임 20달러씩을 내란다.
마침 입국때 서회장의 옆자리에 앉았던, 다른 여행사팀 가이드인 모스크바대학 유학생이 가까이 있어 부탁해 대신 항의케 했더니 `여기는 러시아`라는 딱 한마디다.
도리없이 부담했는데 4시간뒤 하바로프스크에서 인천행 국제선으로 갈아 타려 하자 이번에는 40달러씩에, 공항 이용료 30달러씩을 그것도 루불로만 내라는것.
역시 어쩔수 없이 내야 했지만 당장 루불이 없어 심히 당황하다가 베낭팀과 함께 이르크추크의 친지를 만나러 온, 부산의 박모여인이 신용카드로 현금인출기에서 루불을 인출할 수 있음을 알려 줘 우리 중에 유일하게 신용카드를 가져 온 서회장이 이 현금 인출기에 능통한 박여인의 도움을 받아 우리 5명분의 루불을 인출해 지불하고 탑승, 무사히 아침 10시께 인천 공항에 도착했지만 지금 생각해도 덤핑요금 대신 덮어 쒸운 바가지를 쓴 느낌이다.
이래서 이번 여행경비는 여행상품비 75만원외에 여성들이 마련한 점심과 저녁, 그리고 차량 대절 비용등 10여만원, 그리고 이 상상밖의 항공 경비 10여만원까지 도합 99만원쯤이 소요된 셈이다.
그리고 내 개인적으로는 디카를 강탈당해 20만여원의 피해액이 추가되는 셈이나 마누라에게 그 사건을 비밀에 붙이느라고 `그 디카는 문제가 있어 팔았노.`라며 다시 옵션에 들어가 같은 제품을 낙찰 받아 카드로 결제, 다시 확보했지만 이번 비용은 지난 3월에 비해 값이 폭락해 메모리까지 8만원 가까이나 낮은 불과 14만원정도.
또 녀석들의 발길질로 휘어버린 행거는 한양MTB에 주문, 2만8천원(스페샬 경우는 1만6천원 정도인데 비해 토막은 고가인셈)에 구입, 수리를 했다.
그리고 귀국길의 하바로프스크 공항에서 나를 먼저 알아보고는 인사를 해오는 통에 알게 된, 이번에 다른 여행사편으로 알흠섬에 다녀 온다던, 같은 동의 아파트 같은 줄에 살아 안면이 있는 한 부인과 조우했었는데 옅은 색갈의 선그라스를 끼고 있었던 만큼 좁은 대합실서 자주 마주치면 왼쪽 눈밑의 새까맣던 멍이 보일 것이라는 염려가 생겨 재빨리 병원 근무를 한다는 베낭팀의 한 남성분에게서 구한 미니 밴드로 상처를 가린 뒤부터는 귀국해서도 계속 가려 와 가족들도 귀국후 한강서 잔차를 타다 약간 끍힌 상처 정도로 알고 넘어 갔다.
마누라가 사실을 알게 된다면 틀림없이 `너무 설치고 다니니까 소련 애들로 부터 매까지 맞고 다니는 것이 아니냐?`는 질책은 물론 다음 여행때마다 잔소리 세례를 받아야 할것이다.
이제 사건 보름이 지나면서 멍은 거의 다 사라져 가고 있지만 광대뼈 부분은 아직도 만지면 좀 아픈 편이어서 그때마다 화도 치밀지만 지난 일요일(8월22일), 탄천서 러시안과 우연히 만나 지난주 바이칼에 다녀 왔노라며 인사의 말도 나눴다.
하여튼 러시아측 우리나라 주재 기관 홈피등을 통해 이 피해사건을 꼭 알려야 겠다는 생각이다. 후배들을 위해서도 말이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서회장! 사진 감사하게 잘 활용했습니다. 허나 트리밍 안해도 될만큼 구도와 역광에 신경 좀 써세요~.<완>
<위는 앙가라 강변의 젊은 산책객들이고 아래는 중앙시장 부근서 만난, `어마! 멋있는 분들이시다.`라며 달려 온 다른 여행사 베낭팀과 찍은 기념 사진임.>
**필자의 개인 홈피는 아래와 같으며 그 곳의 글은 내용을 수시로 약간 더 보완, 완성도를 더 높인데다 사진도 더 넣어 등재 하고 있으니 꼭 구경해 주시기 바라며 소감이나 충고의 말씀을 게시판에 남겨 주시기 까지 하신다면 인연이 끊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
http://home.megapass.co.kr/~bae106/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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