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Sole Riding to 속초

operaman20022004.09.05 01:02조회 수 2220추천 수 3댓글 29

    • 글자 크기


"정말이야, 간다니깐 그러네, 참..."
"말도 안돼!  자전거타고 어떻게 속초까지...괜한 소리 하지 마시고
동네나 한바퀴 돌다 오세여"
"정말 간다고!  나도 한번 한다면 하는 사람이야, 왜 이래.."
"나, 참... 차로도 가기가 쉽지 않은데, 속초가 옆동네 마실 가는건 줄 아나보네... 휴가때 골병들지 마시고, 푹 쉬다가 오세요"

소문은 발도 없으면서 순식간에 퍼져나가나 봅니다.
어느새 내가 자전거로 속초간다는 소문이 전 부서에 퍼졌고,
만나는 사람마다 그 이야기입니다.
허~ 이것, 참...

나는 이제 40대에 접어든 중년의 샐러리맨입니다.
프로젝트성 업무를 하기 때문에 항상 과중한 업무와 시간에 쫒겨
허덕거리면서 살다가 가끔씩 나자신에게 의문을 던지기도 합니다.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나름대로 부지런히 살긴 사는 것 같은데, 점점 의욕이 떨어져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뭔가 전환점을 찾을 계기를 모색하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10여년을 젊은 패기와 자신감으로 살아왔지만,
몇년전 소화기관의 대수술을 한 이후로, 체력도 그전보다 훨씬 못한 것 같고,
그러다보니 의욕과 자신감이 점점 저하되어 가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 없습니다.
매사가 타성에 젖어 기계적으로 움직이는 생활의 반복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자신에 대한 애정 결핍증에 걸려있는 듯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는 그 수술이후부터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90Kg에 육박하던 제 몸무게가 수술이후 66Kg까지 떨어졌고,
체력은 10살짜리 소년만도 못한 상태에서 퇴원을 했었지요.
의사의 권유로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고,
체력이 점점 증가됨에 따라 자전거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내 스스로의 힘으로 하루종일 50여키로를 다니기도 하고,
가까운 야트막한 산에도 낑낑거리며 오르내리기도 하다보니,
MTB의 매력에 사로잡혀 있는 나자신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당신, 미쳤어?"
아내는 밥 잘먹고 왠 헛소리냐는 듯이 도끼눈을 뜨고 봅니다.
"아빠, 나랑 씽씽이나 타고 놀자..잉?  자전거타고 설악산 가면
난 심심해...아빠" (씽씽이는 킥보드를 뜻하는 우리애만 쓰는 용어임)
"그기가 도대체 얼마나 먼덴데, 그리고 차들이 막 달리는 국도로 간다고?
가다 사고나면 처자식은 어쩔라고, 당신 제정신이야? 갈려면 이혼하고 가!"

도대체 자전거로 속초간다는데 왜들 이리 다들 반대인지 모르곘습니다.
암튼 동네방네 소문다 났는데, 안 갈 수도 없고, 참...고민이었습니다.

뒤늦은 휴가 사흘을 받아 두었는데,
사실 첫날 새벽이 가려고 했었습니다만, 하다만 풀샥 잔차 조립을
마저하느라고 새벽 3시경에 잠들었다가 눈을 뜨니 8시가 넘었더군요...

마음 한구석에 가지말자는 게으름이 핑계거리를 만들어냈나 봅니다.
"그럼, 그렇지... 당신이 설마 그러겠어?  오늘부터 휴가이니, 집에서
애나 잘 보고 있어.  나갔다 올테니"
졸지에 애보는 처량맞은 중년남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완성되어가는 풀샥만 하루종일 보며, 흐뭇해 하면서 하루를 보내버렸네요.

하지만 다시금 속초라는 단어가 가슴속에서 꿈틀대는 것을 느낍니다.
그다음날 반드시 가리라고 결심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날 아침부터 날씨가 심상찮게 보였습니다... 비라도 내릴듯이..
그리고 중요한 부품을 판매한다는 분이 그다음날밖에는 시간이 안된다고
하며, 할 수 없이 또 하루를 미루어버렸습니다.

저녁에 아내가 돌아와서는 날리를 칩니다.
"미쳤어, 미쳤어... 이 양반이 집에서 애 보라고 했더니, 애를 잡을려고
작정을 했네..."
애가 감기가 걸려서 약을 시간에 맞춰 먹이라고 했는데,
미리 타논 약을 먹인 것이 아니라, 사흘치 약이 든 약병의 약이 일회분인줄
알고, 먹여버리는 짓을 한 것입니다.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네..."
"당장 저넘의 자전차 끌고 나가버려!  애보다 자전거에 더 정신 빠진 양반 같으니라고... 속초는 무슨 얼어죽을 속초!  당신이 뭐하나 제대로 하는 것
있어? 어휴~ 내가 못살아..."

남들도 이렇게 사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제 아내는 다른 부인들보다 기가 좀 센편입니다.
암튼 우울한 이틀을 보내고 나니,
속초라는 곳이 더이상 가고 말고가 아니라 반드시 가야하고
성취해야 할 어떤 목표처럼 다가 옵니다.

"속초예요?"
"아니.  서울인데?"
"것 봐라.  못가신다고 했죠!"
"이사람아, 그냥 사정이 있어서 연기한 것 뿐이야.
내일 간다니깐"
"ㅋㅋㅋㅋ..."
후배가 전화를 했습니다. 확인하려고..

다음날 아침 6시에 벌떡 일어나서 전날 챙겨둔 봇짐을 들고
가족들이 깰세라 살금살금 나갑니다.
아침은 훤하게 밝았고, 사실 생각보다 좀 늦었다고 생각되어
일단 잔차를 차에 싣고 미사리 조정경기장까지 갔습니다.
그곳에서부터 라이딩을 시작하였습니다.

이곳 왈바에서 본 다른 고수들의 속초 라이딩기를 읽고 읽고 또 읽어서
가는 곳곳 지명이나, 오르막이 있는 곳등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런 곳들이 나타나니 반갑더군요.

날씨는 라이딩하기 좋을 정도로 약간 싸늘한 바람이 불어옵디다.
하지만 맞바람이라 힘손실은 많이 된 것 같습니다.

팔당대교를 넘어서
항상 차로만 다니던 터널들을 지날때는
안전등을 켜기는 했지만,
무서워서 혼났습니다.
터널속에서의 차량의 굉음소리는 마치 모든 차들이 내 뒤로 돌진해 올것만
같은 극도의 공포심을 유발하더군요.
죽어라고 패달질를 했습니다만, 차들이, 그것도 덤프트럭이나 버스들이
지나칠때면 아찔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봉안터널을 마지막으로 빠져나오니, 그야말로 지옥에서 탈출한 느낌이었습니다.
양수리의 그 한적하고 따사로운 강변도로길은 무척 즐거운 라이딩이었습니다.

혼자서 라이딩하는 것이 그다지 좋은 것 같지는 않더군요.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도 여럿이 지나가면 차량들도 알아서 잘 비켜줄텐데,
혼자니 가끔씩 장난치는 차량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만 힘들어도 가다가 쉬어버립니다.
경쟁자가 있어야 그나마 경주라도 하는 재미가 있는데...

암튼 양수대교와 국수리를 지나서 고갯마루가 나오는데,
듣던 것보다는 덜 힘들게 올라갔습니다.
모든 길에는 오르막이 있으면 항상 내리막이 있습니다.
우리네 인생사와 마찬가지로 힘든일이 있어도 끈질기게 버티면
그다음부터는 쉽게 풀려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저도 최근에 무척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많이 생겨서
포기할까, 쉬운 길로 돌아갈까 하고 생각했던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습니다.

언덕을 오를때는 항상 그 생각이 들더군요.
끈질기게 저기를 오르자.
심장은 펄떡펄떡 뛰고, 숨은 턱까지 차오르지만, 조금만 더 가자...조금만 더..
그러면서 언덕을 오르면, 그다음에는 긴 다운힐...

"어디서 오시는 길인가요?"
"서울에서요."
"어디로 가시는데요?"
"속초요"
"네?  속초를 자전거로 간다고요?"
"네!"
휴게소마다 사람들이 신기한 듯이 묻는 것을 이젠 은근히 즐깁니다.
남들이 불가능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을 이루어내 보자는 생각이
나자신을 강하게 드라이브합니다.

'그래, 반드시 속초까지 가는거다!
그것도 오늘내로!'
급기야는 과대망상증까지 생겼나 봅니다.

양평까지는 충분한 체력으로 라이딩을 했었지만,
용문휴게소를 지날 무렵부터 급격한 체력저하를 느낍니다.
우선 팔저림현상이 심하게 나타나더군요.
손이 마비가 되어서 쉬프트레버를 조작하기도 어려울 지경입니다.
달리면서 가끔씩 손을 흔들어줍니다만, 그러면 손이 저려지곤 합니다.
그리고 양 무릅부터 허벅지와 사타구니 근육이
난리부르스를 춥니다.
그만 가라고...
'주인님,  더이상 못 가겠어요.  더 가면 쥐 한마리 내보낼 겁니다.'
특히 무릅근육은 쿠데타를 일으킬 기세입니다.
'조금만 더 참아!  다음 휴게소에서 푹 쉬게 해 줄테니...'

홍천 근처에 와서는 신당고개가 앞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긴 업힐끝에 홍천 휴게소에서 잠시 푹 쉽니다.
점심도 먹고...
그때가 아마다 12시 30분쯤인가 되었을 겁니다.
1시간가량 쉬었다가 며느리고개를 향해서 올라갑니다.
쉬어서 그런지 그다지 어렵지는 않은데,
슬슬 느리게 올라가는 것에 조금씩 짜증이 나더군요.

'남들은 업힐에서도 평속 15-20km/h는 나던데, 나는 고작 7-8km/h라니..
이게 머하는 짓인지, 원...'
홍천을 지나치면서부터는 휴게소에 잠시 쉬었다가 일어설려면
조히 5분은 걸립니다.
온 몸이 욱씬욱씬거립니다.
잔차가 자빠져도 내 몸이 아프니 주저앉아 일으켜세우기 싫더군요.
쓰러진 내 적토마(제 잔차는 온통 빨간색의 Trek입니다.)가
땡볕에 누워있으니, 제 자신이 한심스럽더군요.

홍천 지나서 너무 근육통이 심해서 가까운 휴게소에 들어갔는데,
이름이 '팜파스'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속초까지의 긴 여정중 가장 인상에 남는 휴게소입니다.
깔끔하고, 조경이나 건물등등 아주 좋습디다.
라이딩 하시는 분들 꼭 한번 들러보세요.
여기서도 한 30분 정도 푹 쉬었습니다.

가장 끔찍한 고갯마루로는 진니고개더군요.
길도 좁은데다가 왜이리 긴지...
가도가도 꼭대기가 안보이는 것 같은데, 중간에 2번이나 쉬었습니다.
하지만 넘어가지 삼남까지 긴 다운힐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소양강 옆길로 해서 인제들어가는데까지 무척 오래걸렸습니다.
인제 도착하니 오후 5시경이 되었습니다.

해는 이제 먼 산 꼭대기 위를 비추고 있는데,
저의 고민이 시작됩니다.
과연 미시령을 넘을 수 있을까?
라이트도 없고, 비상등하나로...?
앞도 보이지 않을텐데...자동차 불빛에 의지해서?
그냥 인제에서 하룻밤 숙박하고 내일 도전해 볼까?
온갖 생각이 다 들더군요.

하지만 올라가기로 결심했습니다.
원통을 지나, 성기박물관으로 유명한 민속박물관에서 잠시 쉬었다가
미시령,한계령 갈림길에서 미시령방향으로 틀 무렵부터
땅거미가 짙게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절벽으로 둘러싸인 고즈녁한 설악산 뒷길을 제 잔차의 체인 돌아가는
소리만 들으면서, 아픈 몸을 이끌고 잔차질을 하니,
가슴속에 뭔가 애잔한 나그네병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합니다.
가도가도 끝없는 길...
어딘가에 예약해둔 숙소도 없이...
언제 갑자기 고장날 지 모르는 잔차를 타고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내자신에 의문을 던지곤 합니다.
'왜?  왜 이래야만 하는가? 무엇을 위해서? "
마음에 드는 흡족한 답변은 기실 저에게도 없었습니다.
다만 해야만 할 것 같아서요.
뭔가 내 인생에 이정표라는 푯말을 하나 박아두고 싶어서요.
지금 아니면 과연 언제 이런 짓을 또 할 수 있겠나 싶기도 하고...
그리고 내가 내뱉은 말에 대한 책임감도 있고...

하지만 백담사를 지날 무렵에는 체력과 정신력의 한계에 직면했습니다.
'이제 오늘 잔차질은 여기서 stop!'
정말 더 갔다가는 온몸에 골병 들 것 같았습니다.
컴컴한 어둠속을 비상등하나에 의지해서 달리는 것도 너무 무모해보였고요.
왜 라이트를 깜박 잊어먹고 안 가져왔는지...
암튼 저 자신에 대한 좋은 핑계꺼리죠...^_^

그날밤은 백담사 입구근처의 모텔에서 하룻밤 잤습니다.
산속의 거친 저녁식사였지만, 꿀맛같았습니다.  
바닥이 난 체력을 회복시켜야겠다는 잠재의식도 한몫하여
모든 반찬들을 싹싹 비워버렸습니다.
그때가 아마도 밤 9시경이었나 봅니다.
뜨거운 샤워를 하고 누우니, 온몸의 근육이 그나마 조금 잠잠해진 듯 했습니다.
제발 내일 골병들어서 침대에서 자빠져있게 되지않기를 기도하면서
달게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새벽 6시에 눈을 떴습니다.
미시령이 코앞에 있어서인지, 어서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넘쳤나봅니다.
다행히 골병은 안들었지만, 약간의 근육통으로 인해 몸을 움직이기는
좀 불편했습니다.
그래도 달리다보면 좀 풀리겠지... 하면서 내쳐 용대리까지 달려올라 ㄱ
갔습니다.
신새벽의 설악을 라이딩하는 것은 마치 영화속 장면들 같습니다.
높은 산에 걸려있는 나즈막한 흰구름...
시골집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밥 짓는 연기들...
이슬 머금은 싱싱한 풀과 꽃들...
그리고 낮은 경사의 오르막길...
차도 별로 없고 해서 도로 한가운데를 점거하여 마구 달렸습니다.
힘이 넘칩니다.
아까의 근육통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하지만 진부령과 미시령 갈라지는 데 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가랑비도 아니고, 소나기성이 주룩주룩 내립니다.
오르막은 장난이 아니더군요.
정말 길이 벌떡 일어서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미시령 7Km...
그나마 첫 3Km정도는 젖먹던 힘, 안간힘, 발악을 해가면서
올라갈 수는 있었습니다.
그것도 중간에 수십번은 쉬면서...

비는 오지요... 끔찍한 급경사도로는 끝없이 펼쳐서 어질어질하지요...
잘못 굴러내리면 거의 사망내지는 재수좋으면 혼수상태가 되는 절벽...
마지막 3Km 남겨두고는 급기야 적토마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비를 흠뻑 맞아서 그런지, 체인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고,
브레이크도 삑삑거립니다.  쉬프트도 잘 듣지를 않는 듯 합니다.
급기야 내려서 끌고바이크를 합니다.
내자신이 한심스러운 것은 둘째치고, 도저히 심장이 터질것 같고,
다리에 쥐가 날 것 같아서
쪽팔리지만 끌고 올라가기로 했습니다.

산에서 3Km면....헉  3,000미터네!
백두산도 3,000미터가 안될텐데...
저는 그 3,000미터가 무척 길 줄 알았습니다.
물론 중간에 경사가 조금 덜하면 또 타고 올라갔지요.
그런데 생각보다는 일찍 미시령에 도착했습니다.
거의 다 올라가니 약간의 다운힐이 있길래 의기양양하게
잔차를 타고 미시령으로 진입하였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타고 올라온 것 처럼...헐~

미시령에서는 관광온 아줌마들이 난리가 났습니다.
'저 아저씨, 자전거로 서울에서 여기까지 왔대...'
'어머, 어머,, 자전차로 미시령을 어떻게 올라왔데?'
'선수인가 봐... 저 복장 좀 봐... 그냥 자전거 타는 사람이 아닌데?'
'싸이클도 무척 비싸보이는데?  우리집 양반 타고 다니는 것은
허연 색인데, 저건 빨간색이 한눈에도 선수용이잖아...'
헐~
같잖지도 않은 소리를 수근대며 동물원 원숭이 보듯이 힐끔거립니다.
하지만 전 그런 것에 신경쓸 정도로 정신적 여유가 없었습니다.
타고 올라오지 못하고, 반은 끌고 올라온 것에 대한 심한 자괴감이었습니다.
체력보강, 체력보강....
다음부터는 가까운 남한산성 오르내리면서 연습, 연습!

미시령휴게소의 황태해장국은 그 어떤 해장국보다 맛있었습니다.
다음에 또 가면 반드시 또 한번 더 먹고 싶습니다.
비내리는 미시령은 또다른 운치가 있더군요.

미시령을 뒤로하고 속초까지 끔찍한(?) 다운힐~
비가 오니 브레이크에 대한 믿음이 안생기더군요.
슬릭타이어라서 미끄러질까봐 맘대로 달려내려오질 못하겠더군요.
20-30Km/h정도 속도로 천천히 내려와서
속초 동명항에 도착하였습니다.

시외버스를 예약해 놓고,
30분 남겨두고는 영랑호 구경을 갔습니다.
시간 넉넉한 줄 알고...
영랑호 주변의 자전거길 조성을 아주 잘 해 두었더군요.
서울보다 훨씬 더 나은듯...
토요일 오전이라 산책나온 사람도 적은데,
빨간색 자전거 전용도로를 한바퀴돌아서 터미널로 갈려고 라이딩을
시작했습니다.

아뿔사...
영랑호를 너무 과소평가 했나봅니다.
한바퀴도는데 시간이 무진장 걸렸습니다.
버스 시간은 다 되어 가는데, 도대체 들어왔던 입구는 보이지도 않습니다.
에구... 버스 놓치겠네...

어제 오늘 달린 것중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헐레벌떡 달린 끝에 출발 2분전에 겨우 터미널에 도착했습니다!
휴~
잔차를 짐칸에 싣고 좌석에 앉으니,
길고도 고독했던 Sole Riding의 여정이 끝난 것 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끝은 아니었습니다.

동서울 터미널에 도착하여 올림픽대교를 건너서 한강고수부지 길을 통해서
끝까지 달려걌습니다.
그곳에서 조정경기장까지는 정말 우여곡절끝에 도착하였습니다.
88도로를 역주행하기도 하고, 싱글트랙을 한참 달린 다음에는
넓은 초원을 질주하기도 하고, 길이 아닌 듯한 곳도 달린다음,
하남시에서 조성한 잔차도로를 지겹도록 달린 끝에
조정경기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5시였습니다.
거의 2.5시간을 달려서 겨우 도착했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자동차길로 해서 달려올 것을...

암튼 제 차에 잔차를 실으니, 비로소 제 1박2일의 잔차 여정이 끝난 듯
했습니다.
비록 제 보잘것 없는 체력에 실망도 많이하고, 도로변을 무방비상태에서
달리면서 겁도 많이 났으며, 미시령을 끝까지 라이딩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한가지 얻은 것은 제가 목표했던 것을 확실하게 달성했다는 성취감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목표를 찾아냈다는 것입니다.

저같은 별볼일 없는 사람도 맘만 먹으면 속초에 갈 수 있으니,
여기 왈바에 계시는 많은 분들도 얼마든지 가실 수 있을 겁니다.
도전해 보세요.


저는 평속이 20.3Km로 나왔네요.
널널하게 갔다왔다고 생각됩니다.
다음에 갈때는 평속 25Km가 될 수 있도록 체력을 꾸준히 보강할 생각입니다.
즐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29
  • 멋지십니다 다 읽어 내려오느라 눈이 힘들긴 했지만 마치 직접 갔다 온것 같은 느낌을 받았네요 다시 한번 멋지십니다..
  •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 반갑습니다.
    저도 사십이 넘으면서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도전했던 그 길... 감회가 새롭습니다.
    비슷한 연배라서 그런지 주위 상황이나 느낌도 비슷한 것 같습니다. 저는 아직까지 미루고 있는데, 생생하고 감동적인 후기 잘 읽었습니다.
    여긴 영종도, 혹시 이리로 오실 일이 있으면 연락주십시오, 같이 차라도 한 잔 나누게요... 건강하시고 행복한 하루 하루 되시길 바라며, 영종에서...
  • 너무 멋지시네요......전 언제나... 속초갈 실력이될런지...
  • 잘읽었습니다~~ 건강 유의하시구요 오페라맨님의 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되셨기를 바랍니다.. 힘!!!
  • 그대는 결코 별볼일 없는 분이 아니십니다.
    저도 40대인데 이제 부터 시작이라 생각하고 생활합니다.
    40대 여러분들 힘냅시다. 우리 뒤엔 항상 사랑하는 가족이 있으니까요.
  • 59세 인데 --
    시도는 무리일까요?
    경력도 일천하구 -------------
    맨닐 고수 부지만 한 2년 다녔는데 ------
  • 저도 지났던 길이라, 구구절절 가슴에 와 닿습니다. 젊은 저를 부끄럽게 만드는 투혼이십니다.
  • operaman2002글쓴이
    2004.9.5 17:02 댓글추천 0비추천 0
    특히 다리에 통증이 심해서 계속 찜질과 마시지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몸무게 3kg이 딱 빠졌더군요. 다음엔 춘천을 경유하는 코스로 속초를 가보고자 합니다. 그때는 다른 분들과 함께 갔으면 합니다.
  • operaman2002글쓴이
    2004.9.5 17:04 댓글추천 0비추천 0
    리플 달아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변변치못한 투어 한번 갔다왔다고 너무 장황스럽게 써서 송구스럽습니다. 장거리 투어를 자주 다녀와야겠습니다.
  • 속초에 가면 모 있나여?
    남들이 잔차타고 속초를 갔다고 하면 , 왜 내가슴에 불을 지르는 것처럼 참기힘든 유혹이 생기는 것일까?
    속초에 가면 모가 있나여?
    나도 가보고싶어여......부럽습니다
  • 오페라맨님 안녕하세요? 전에 구룡산 함 타시자고 꼬셨던 사람입니다..^^ 대단하시네요.. 저도 얼마후에 속초 갑니다.. 나중에 함 뵙죠..^^
  • 속초 다녀오면 무슨 계급장을 다는 것처럼 보여요..목표 이루신것 축하드립니다..
  • 대한민국의 지치고 아픈 모든 사십대들이 님처럼 잃었던 건강과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는 계기를 갖게 되기를 기원합니다. 계속 열심히 타셔서 건강과 체력을 잘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 저 또한 작년 7.17 제헌절 처음 오르던 길인데... 생각이 많이 납니다. 정말 완주 축하드리구요 장하십니다. 아마도 해마다 속초 생각에 내년에도 갈 생각이 나실겁니다. 안전 즐라하세요.
  • 고생하셨네요...잔차를 타고 터널속을 지날때의 공포! 경험해본 사람만이 알지요...장거리 투어..다리에 힘은 떨어지지....150키로가 지나가면 엉덩이는 아파 안장에 올라앉기조차 불편하지...축하합니다. 다음에는 꼭 당일 완주 성공하길 바랍니다.
  • 수고하셨습니다. 장거리 투어준비중이라 이런 글 하나하나가 저에게는 소중한 자료가 되네요. 용기도 되구.
  • 속초후기도 감동적이지만 기센 마누라하고의 그 싸움,
    잔거= first, 마누라= second 인 40대의 저도 마누라의 질투를 엄청 많이 받고 있슴다.... ^^
  • 수고많이 하셨습니다 다음번에는 단번에 완주하시리라 믿습니다 의지에 찬사를 보냅니다
  • 와우 감동받았습니다 ㅠㅠ
  • 정말 따뜻한 글에 따뜻한 리플들이네요~~ 감동입니다 ~~
  • operaman2002글쓴이
    2004.9.7 21:26 댓글추천 0비추천 0
    여러분들 성원과 격려에 몸둘바를 모르겠네요. 왈바에 들락날락한지는 벌써 3년이 넘는 것 같은데, 이제 겨우 시원찮은 글하나 올렸습니다. 따뜻하신 분들이 많아서 40대의 남편이자 아빠로서, 또 잔차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많은 생각을 여러분들과 공유하고 공감대를 이루어 나갔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정말 대단하십니다.
    저 또한 40대지만, 님의 용기와 결단력에 갈채를 보냅니다.
  • ^^* 인간의 몸은 길들이기 나름이라는 해답을 실천 하셨군요,
    도전은 희망을 의미하고...
    정복은 풍요로운 결실을 의미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님의 미래는 보다 아름다워 지리라 생각합니다.
    진심으로 완주하심을 축하 합니다.

    >> 하루를 살아도 맛있게 살자, ...하루살이...
  • 안녕하세요? 국립도서관 앞에서 만났던 사람입니다.
    이런 멋진 계획을 가지셨었군요. 멋지십니다. 그 도전정신에 박수를 보냅니다. 저도 이제 40줄에 접어들었는데, 하루빨리 속초함 다녀와야겠군요. 다시 한번 완주 축하드립니다.
  • 일탈의 멋진모습입니다.그리고 잔잔한 감동마져 있읍니다
  • operaman2002글쓴이
    2004.10.10 15:05 댓글추천 0비추천 0
    아...vivichu님, 그땐 감사했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도 할 겨를없이 총총히 사라지셔서... 그 스페이서가 정말 딱 맞더군요.
    enjoyboxer님, 구룡산 가자는 계획이 진행되지 않아서 미안해요. 조만간에 대모산+구룡산 한번 탈까 합니다. 강남,서초주변 산들은 다 한번씩은 가야겠지요? 서초구 주민이자 왈바 회원으로서 의무? 청계산도 계획합니다. 연락주세요.
  • 아주 잘 읽었습니다.
    저도 같은 마음에 이번에 왕복 솔로 라이딩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아주 많이 공감되는 내용이었습니다.
  • 40대(386)..속초투어가 안겨주는 의미는 뜨거운 심장의 박동소리일 것입니다.외로움과 쓸쓸함이 공존하고 가슴으로 품고 살아가는 고딕화된 일상에서의 일탈...꿈을 현실로 이루신 투어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비슷한 연배라서 그럴까요?!..항상 삶의 시험이 오더라도 타협과 굽힘이 없이 당당히 맞서시기를..건강하십시요. 광주광역시 운남동 김태균 드림
용용아빠
2024.06.17 조회 73
treky
2016.05.08 조회 683
Bikeholic
2011.09.23 조회 8118
hkg8548
2011.08.04 조회 7170
M=F/A
2011.06.13 조회 6725
이전 1 2 3 4 5 6 7 8 9 10... 385다음
첨부 (0)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