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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편 - 미시령 찍고 정동진까지

샛별2004.09.08 15:51조회 수 1647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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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편 - 미시령 찍고 정동진까지

2004. 9. 4 (토)

어젯밤 늦게 귀가 후 준비를 마치니 밤 1시에 잠이 들었고,
아침 5시 반에 눈이 떠졌습니다.
바깥을 내다보니 비는 오지 않지만 하늘에 별이 보이지 않는군요.
아직 날이 어둡지만 기대한 대로 어제와 비슷한 구름 많고 바람 선선한 최적의 라이딩 조건이 될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토스트에 꿀을 발라 간단히 아침을 대신하고,
날이 밝기를 기다려 아침 6시반 분당 중앙공원 부근의 집을 출발하여
바로 태제고개를 넘는데 컨디션이 좋지 않은 듯 출발부터 페달 질이 힘겹습니다.

난개발 탓에 분당 신도시 주위에는 캥거루뱃가죽 늘어지듯 이곳저곳에 배후도시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습니다.
도시계획으로 탄생된 신도시라면 주변 일정구간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설정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건만 어찌된 영문인지 건교부와 경기도는 모른 채 팔짱을 끼고,

광주시의 마구잡이 난개발 정책에 맹산이 반쯤 잘려져 나가도 환경부는 아는지 모르는지 산 미는 장비소리만 메아리치고 있군요.

그래서 분당에서 고개하나 넘은 오포는 매일 산이 잘려지고 도로는 다시 닦여지는, 아직까지도 공사판이라 새로 난 길 때문에 몇 번을 다녔건만 지형변화가 심해 자전거 타기가 여간 불편하지 않답니다.

하늘은 잔뜩 흐리고, 작은 빗방울이 떨어지지만 시원한 바람을 맞아 광주를 거쳐 양평으로 가는 길에는 어찌되었건 맘이 가볍습니다.


양평은 길가에 유난히도 많은 무궁화가 탐스럽게 피어 있고(이곳에는 애국자가 많은가 봅니다.^^)
양평 마라톤이 개최됐던 코스라 한강이 바라보이는 고즈녁한 풍광이 맘에 들고,
그 중에서도 물안개가 피어나는 퇴촌 분원리는 교통량이 적어 뛰거나 자전거 타기가 아주 좋은 곳이랍니다.

다만 크고 작은 언덕이 만만치 않게 있어 다리 힘이 평지보다 조금 더 소모되는 것은 각오해야 합니다. 어느덧 양평을 넘어 이제 44번 국도를 따라갑니다.

새로 포장된 좋은 길도 있지만 홍천을 넘어서면서부터 공사판과 갓길이 없는 아주 위험한 길이 자주 나타납니다.



특히 터널 내에는 갓길이 없고 차량소음이 증폭되기 때문에 상당한 위협을 느끼게 됩니다.

선글라스는 터널 진입 전 반드시 벗고, 후미등을 켜야 하며,
핸들을 바로 잡고 바닥에 떨어진 낙하물을 조심해서 전방주시를 잘해야 하고,

며느리고개 터널과 공사 중인 터널의 통과는 두렵긴 해도,
뒤따라오는 차량에 겁먹지 말고, 갓길에 바짝 붙어 직진해야 합니다.

한번도 터널 내를 통과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은 아마도 상당한 공포감을 느끼지만,
직진성만 잘 유지하면 큰 문제는 없지만 안전에 상당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대부분의 도로공사 구간에는 갓길이 없기 때문에 차량이 뒤따라오게 됩니다.
그런데 염치없이 천천히 갈 수 없어 전속으로 공사구간을 빠져나가려면 속도를 올려야 하고,

이런 때는 스탠딩 자세로 방울소리?가 절로 나오며 젖산이 쌓여 피로감이 빨리 나타납니다.



더러 토끼몰이를 즐기는 못된 운전자도 있지만,
다행히 뒤따라오는 차에서 오랫동안 경적이 없는 것을 보면 필사의 페달 질을 이해해주는 너그러운 운전자인 모양입니다.

인제 근처에서는 10여대의 오토바이 족들을 만났는데 길이 막힌 탓에 그들의 대열 가운데를 유유히 뚫고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우람한 할리데이비슨의 숨이 막혔다 뚫리듯 토해내는 기가 막힌 불규칙한 엔진소리와 하나같이 살찐 그들의 체형들이 묘하게도 잘 어울리고,

나무젓가락같이 마른 저와 날렵한 트랙이 그들과 정말 대조적이긴 해도 자신의 동력에 의지해 가는 제가 훨씬 상쾌한 비교우위의 기분을 만끽합니다.

『너희들은 기름만 떨어지면 끝장나는 비계 덩어리고, 할리야 기름 없으면 고철 덩어리일 뿐이지!』

이렇게 말했다면 자격지심이겠죠? ^^

그 후에도 저는 부지런히 페달 질을 해서 갈 길을 재촉했고,
그들은 쉬고 놀며 달렸기 때문에
거북이와 토끼 경주처럼 몇 번이나 저를 추월하더군요.





내린천 번지점프장



맑은 물이 흐르는 아름다운 산천



[좌로 한계령 우로 미시령]


[용대삼거리]

철정검문소와 내린천 유원지를 지나
용대 삼거리에 도착하니

떨어지는 폭포수가 바람에 날려 도로를 흥건히 적시고
그 모습이 장관이라 기념촬영으로 약간의 시간을 지체하고,

미시령방면으로 오르니
여기서부터 미시령정상 4km 팻말이 보입니다.

혼자서 바삐 온 탓에
페달 질이 무척 둔해진 느낌이 바로 옵니다.

속도는 점점 줄어들고, 고개를 들어보니 끝은 안보이고,
그래도 중간부분에 한번은 쉬어가라고
약한 내리막이 있어

관대한 미시령은 저의 힘든 사정을 봐주더군요.

긴 오르막을 어리버리^^ 리커버리하고 계속 오르는데.
지나가는 차에서 쳐주는 박수와 함성은 힘이 됩니다.

우리나라 사람은 정이 많아 반드시 뭐라고 한 마디씩 해주고 갑니다.
그냥 지나가신 분들은 아마도 외국인이 틀림없을 겁니다.^^

미시령휴게소는 운무가 많이 끼어 있습니다.

언덕과 고개, 봉우리, 마루, 재, 령의 차이는 조금씩 있는가봅니다.
그 중에서도 嶺이 으뜸이더군요.
미시령 오르는 느낌이 어떠냐고요?
하늘공원 연속해서 5번 업-힐 하면 같은 거리와 비슷한 느낌을 가질 겁니다.

분당에서 용대삼거리까지 188.8km 미시령 정상까지 거리 196.2km로 7.4km 정도가 미시령의 업힐 구간이며 그중 본격적인 구간은 약 4km정도랍니다.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동안 언 듯 보아 폭주족 같은 느낌의 이십대 친구가
『오토바이 타기도 힘든데 자전거 타기가 힘드시죠?』라며 한마디 건네옵니다.
『글쎄, 좋아서 하는 것이라 힘들다는 느낌과는 사뭇 다르죠.』

오토바이는 속도를 즐기다 보면 반드시 사고가 따르니 부디 조심하라는 이야기를 잊지 않았답니다.

미시령에서 속초 초입의 초당순두부 집까지 9km의 다운-힐은 지겹도록 신나는 일이었습니다.
군데군데 도로에 파놓은 가는 제동라인과 덧씌우기가 위험요소이며,

로드용 타이어가 습기로 인해 미끄러질 수 있기 때문에 조심을 했지만,
조금 전 사고조심 운운했던 사실은 금세 잊어버리고, 브레이크 레버를 잡았다 놓으며 무식한 다운 힐을 감행합니다.

피부에 써늘한 한기가 그대로 느껴집니다.
원조초당두부집을 그냥 지나치려다 들려 담백한 순두부 맛을 즐기고 속초시내로 들어갔습니다.



속초시내까지 214km.
바닷가의 작은 조각공원에서 철 지난 동해를 배경으로 기념 촬영을 합니다.
파도가 방파제에 부딪혀 포말이 되어 사라집니다.

오늘의 목적지인 정동진까지 가려면 어림잡아 80km 이상 남았기 때문에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양양∼하조대∼주문진을 거쳐 강릉을 지나는데 벌써 날이 어두워집니다.



강원도 명물 감자떡.....
냉동탑차가 노점에 공급하는 것으로 보아 공장에서 대량 생산되는 모양입니다.


길가에는 오징어 말린 것 멸치 등 건어물을 팔고, 비릿한 바다 냄새가 바람에 스치웁니다.

칠흑 같은 밤바다 한가운데로 오징어잡이 배가 군데군데 불을 밝히고,
인적이 끊긴 업-다운의 길고 짧은 고개가 끝없이 이어진 길을
바닷바람을 맞으며 혼자서 달려갑니다.

워낙 조용한 길이라 자전거에서 나는 온갖 잡소리가 신경을 거슬립니다.
비비에서는 찌직, 체인에서는 찌그덕..............  

정동진에 다다를 무렵 어둠을 깨고 갑자기 잘 조명 된 녹 쓴 잠수함과 날렵한 군함이 정박된 모습이 시야에 잡혔습니다.

이게 뭘까?

허접한 깡통 간첩잠수함이 우리 어부들이 쳐놓은 튼튼한 어망에 걸리는 바람에 돌아가지도 못하고 상륙한 간첩떼가 한심한 떼?죽음을 선택한 그 유명한 곳 안인진리의 안보 전시관이었습니다.

박통시절이었다면 이곳은 아마도 일급 관광지가 되었을 겁니다만,

인적이 없는 문 닫힌 전시관 담장 너머로 택시기사가 처음 발견했다는 그 잠수함의 실체를 직접 보니 정말이지 깡통처럼 생겨서 실소가 절로 나옵니다.

북한잠수함의 엔진소리가 경운기소리처럼 시끄러워서 레이더는 필요도 없고 지나가는 소리만 듣고도 잡을 수 있다는 우스개 소리를 들은 적도 있지만, 그물로 잡다니........

저런 허접스런 잠수함으로 간첩을 실어 보내는 저놈들의 한심한 의식수준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고, 얼마나 돈이 없으면........... 죽음으로....

혹자는 기름이 떨어져서 표류했다고 하는데 모를 일이죠.
앞마당까지 들락날락 한 것을 모르는 것도 씁쓸한 일이고..........

하여간 자전거를 타고 오면서 유난히도 한적한 곳이란 느낌과 귀신이 나올 것처럼 인적이 드물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갑자기 잠수함을 보게 되니 이래서 간첩이 접근할 수밖에 없는 그런 곳이었구나 하고 바로 필이 오더군요.

국방부도 탁상행정보다는 발로 뛰어 점검하고 간첩 들어올 만한 곳에 튼튼한 저인망 그물을 모조리 쳐 놓으면 따로 철망 안쳐도 될 일이고 국방비도 아끼고 고기도 잡고, 가끔 잠수함도 건져 고철 장사도 하면 일석사조 아니겠습니까?^^
잠시 주제넘은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안인진리는 정동진과 가까워 금방 정동진에 도착했습니다.
저는 모래시계라는 TV드라마를 본 일이 없지만 그 탓인지 곳곳에 멋진 호텔이 자리 잡고 있고 예술인이 지었다는 조명이 멋진 곳도 있더군요.

요즘 해돋이는 정동진에서만 보는 것인가 봅니다.
어릴 적에는 토함산에서만 보는 것인 줄 알았는데.............

철이 지난 탓에 정동진 시내는 사람이 별로 없었고,
몇 번 시내를 배회하다가 저의 여행목적에 맞는 찜질방의 위치를 물어 보니 희미한 불빛이 보이는 먼 곳을 가리킵니다.

그 방향으로 2km 남짓 남쪽으로 내려가니 길가에 「정동찜질랜드」 라는 조명간판 눈에 들어오고, 다시 비포장 길을 따라 500m 정도 안으로 들어가니 그런 대로 시설을 갖춘 싸고 친절한 곳이 있더군요.  

직원들이 정말 친절했습니다.
자전거도 보일러실에 보관해주고, 세탁물도 말려주더군요.
고마워서 돈을 주려하니 받지도 않아 음료수로 대신했답니다.

샤워 후 늦은 저녁식사와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하지만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가 늦도록 계속됩니다.
찜질방은 싸지만 장거리여행의 휴식을 위해서는 적당치 않은 곳입니다.

달려온 거리 301km의 오늘 라이딩을 생각해 봅니다.

덧씌우기 포장구간은 갓길까지 포장을 이어 내지 않아 도로에 단차가 생겨 위험하며,
더구나 도로공사구간은 하나같이 갓길이 없어 대형차를 피할 때가 없어 하얀 바깥차선을 서커스 마냥 외줄 타기를 해야 하고,

그나마 갓길이 있는 구간은 청소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작은 자갈과 각종 쓰레기들이 흩어져 위험했으며,

바닥에 박혀 있는 차로반사경 등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도로는 자전거 여행자를 전혀 고려치 않았기 때문에 각종 위험이 도처에 널려 있어 관리청의 의식전환이 필요합니다.

떠나기 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5박6일간 여행자보험을 가입했지만,
그런다고 사고의 위험을 피할 수 있겠습니까?

당분간 요행수 하나로 여행을 하려니 아찔한 생각이 들고 많은 자전거 여행자 분에게 도로여건이 이렇게 나쁘니 안전에 대하여 특별히 더 생각하고 주의하라는 당부말씀을 드리고 싶군요.

이쯤에서 저의 여행코스를 말씀드려야 하겠군요.

우리나라 해안선을 따라 돌아보는 것으로 주요 체크포인트는 분당에서 속초 거쳐 동해안 따라 정동진 일박 다음은 울산, 남해, 해남, 군산 등지에서 일박하고, 5박 6일 안에 분당으로 귀로 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여행의 목적지를 밝히지 않은 것은 이유야 어찌되었건 이 여행은 실패로 끝난 것이기 때문이죠.

제4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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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3
  • 저기... 잠수함이 한심한것이 아니라... 잠수함은 앞을 볼수 없습니다. 오로지 소나에 의한 음파탐지만 가능한데... 그물은 그걸로 탐지 할수가 없죠... 예전에 울나라 어부한테 미군 잠수함도 숫하게 걸린걸로 알고 있습니다. 잠수함 기술이나 능력과는 전혀 상관없는 것이죠...
  • 샛별글쓴이
    2004.9.13 10:41 댓글추천 0비추천 0
    RedSky 님!

    저는 잠수함이 한심하다고 쓴 것이 아니라,
    상륙해서 떼죽음을 선택한 간첩들의 사상이 한심하다고 썼습니다.

    저는 여러사람이 부담없이 글을 읽어 주시길 바랄 뿐이랍니다.
  • 후아~301km라 대단하시네요. 저는 하루에 최고로 많이 간 적이 과천에서 대전까지 간 기억이 있네요. 그 때 오전 7시에 출발해 오후 5시에 도착했었습니다. 그 때 속도계 본체를 잃어버려서 잘은 모르겠지만 160km 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얼마나 힘들었던지. 그많은 짐 가지고서 301km라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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