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편 - 강원마루
2004. 9. 5(일)
아침 6시 반 기상
어제는 흐린 날씨로 짧은 소매의 USPS 상의 Jersey를 입었지만,
오늘은 구름이 약간 있고 대체로 맑아 피부가 탈것에 대비하여 여름 긴소매를 착용하고,
얼굴에는 무자헤딘 전사처럼 안면마스크까지 하고 다리는 자외선 차단제를 듬뿍 발랐습니다.
엉덩이와 사타구니에도 베이비오일을 촉촉할 정도로 바릅니다.
이렇게 하면 윤활 작용으로 땀이 나도 흘러내리기 때문에 염분이 말라 피부가 손상되는 트러블이 없어집니다.
어제 밤 묵은 정동진 찜질랜드
간단하게 자전거를 정비하고,
아침 7시 반 7번 국도를 따라 정동진에서 남하하기 시작합니다.
출발할 때 저의 망상은 멋진 해변을 『좌로 봐!』 하면서 호젓이 동해안 도로를 따라 즐라(「즐거운 라이딩」의 준말)하는 것이었죠.
꿈은 금방 깨졌습니다.
아스팔트에 자전거를 올리고 본격적이 오늘 라이딩을 시작하면서 컨디션이 무척 나쁘다는 느낌이 드는 군요.
『회복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일까? 단지 느낌일까?』
『이상하다. 왜 이렇게 속도가 나지 않는 걸까? 보통 30km/h 정도는 나와야 정상인데.......』
힘겹게 밟는데도 이게 뭡니까? 20km/h가 겨우 나옵니다.
어찌된 일일까?
정동진을 나서자 말자 바로 「밤재」라는 약 2km 오르막이 시작된 것이었고,
그것은 서막에 불과했습니다.
역시 강원도는 강원도라는 말이 강원도를 벗어나기까지 절로 나오더군요.
앞으로 동해시는 동해마루시로 이름을 바꿔야겠습니다.
시내를 통과하면서 10개 이상 언덕을 넘고 넘어야 하는데
거리와 경사가 장난이 아니랍니다.
인적이 드문 해변도로
도로직선화공사가 한창인 7번국도
언덕으로 둘러쌓인 해변도로
동해시는 유난히도 트럭이 많이 다녀 도로의 요철이 무척 심하며,
트럭에서 흘린 자갈 등 위험한 곳이 산재되어 있고,
트럭이 자가용보다 빠른 도로의 무법자 고속트럭(고속버스의 형님뻘)의 광란질주에 위협을 많이 느꼈고 차량마다 뿜어내는 시커먼 매연에 숨이 꽉 막히더군요.
이러다 보니 자연 집으로 날아온 자동차 정기검사 통지서가 떠오릅니다.
그 따위 형식적인 자동차정기검사를 수천대 하는 것보다 높은 재 넘어가는
매연 뿜는 버스나 트럭을 확실하게 적발하는 것이 실사구시가 아닐까요.
장비며 인력 등 상당한 사회비용의 손실을 감당하고도 정말 쓸데없는 정기검사보다는
전국 어디에서나 있는 언덕 길 적당한 곳에 차량 검사소를 설치하면
전문가와 장비하나 없이도 눈에 보이는 매연발생 차량을 쉽게 단속할 수 있어
확실하게 자동차 정기검사의 효과를 대체할 수 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있으나 마나 한 형식적 검사만 일관하고 있습니다.
[도경계 표지석 앞에서 - 삼척 동해휴게소]
강원도의 남쪽 도시 삼척을 지나 마지막으로 3.5km 정도의 빡센 업-힐을 하면
동해휴게소가 자리 잡은 경상도로 넘어가는 고갯마루가 마루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강원도를 빠져 나오면서 경상도는 재가 아니라 언덕이라 생각됩니다.
강원도는 날씨도 그렇지만 재도 격이 달랐습니다.
전날 미시령을 넘어온 저로서는 어떤 언덕이 나타나더라도 그 보다 더 하겠냐는 막연한 생각만 가진 채 사실 고개 다 넘은 걸로 알았는데 미시령 정도는 아니지만 동해안 7번 국도에는 거기에 버금가는 재가 몇 개는 될 것 같습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속초에서 삼척의 강원도 땅은 언덕을 넘고 넘어가는 길이라 경상북도 경계까지 「언덕의 파노라마」가 연속상영 되어 진은 뺍니다. 엄살일까요? ^^
강원도 이야기 하나 더 해야겠습니다.
감자떡 이거 집에서 만들어 파는 줄 알았더니
전부 공장에서 차로 배달하더군요.
맛있고 좋은 음식이지만 천편일률적이고
정성이 없는 음식이 될 수밖에...........
그리고 빵, 김밥, 라면은 안 먹는지
그 흔한 빵집과 김밥 집은 오간데 없으니
여기는 소풍갈 때 횟감 떠가지고 가는 구나 짐작합니다.
7번 국도는 곳곳에서 4차로 확장공사를 하기 때문에 공사구간도 많지만,
공사가 완료되는 올해 말이면(물론 전구간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갓길도 마련되고
높고 낮은 힘든 고갯길도 많이 줄어 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도로확장으로 산이 잘리고 나무가 뽑히는 등 자연환경은 다소 파괴되지만,
반대로 대기오염과 교통사고는 줄어 들것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되겠죠.
철지난 해변가.....
울진 못 미쳐 끝없이 펼쳐진 활주로(아마도 군사목적으로 건설된)같은 도로를 지나
죽변교차로(울진 9km 전방)에 진입하니 도로가 무척 잘 조성되어 있어
탄력 받아 달리기는 안성맞춤이지만, 이제는 물이 떨어져 갈증이 심합니다.
차량은 주유소가 있어야 걱정이 없지만,
자전거는 물이 떨어지면 상당히 곤란합니다.
그래서 무겁지만 항상 물은 2통을 준비하고 급수할 수 있는 곳(식당, 휴게소, 주유소 등)에서는 반드시 물을 채워 넣어야 안심이 됩니다.
더운 날에는 2통으로도 모자랍니다.
대게 원조싸움이 생각나는 울진과 영덕을 지나는데 해송이 펼쳐진 월송정의 멋진 풍광이 잠시 저를 멈추게 합니다.
흥해를 지나 포항 들어가는 길은 벌써 어둠이 내립니다.
광역시군 제도 때문에 표지판이 엉망입니다.
도대체 어디를 가고 있는지? 말하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표지판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주문진은 강릉시에 속합니다.
속초 넘어서부터는 계속 양양표지판만 있다가
주문진 없이 바로 강릉시 표지판이 등장합니다.
주문진은 통과했는지도 모르고 지나와 버렸습니다.
정동진을 가야 하는데 표지판은 끝없이 동해시 일색입니다.
정동진 다 와서야 정동진 표시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해시가 뭡니까? 헷갈리게끔.........
바다 명을 왜 지역 명으로 쓰는지......
생각 없이 『이쪽이면 동해바다로 가는구나!』했죠.
동해의 그 좋은 이름을 지역적인 소제지의 이름으로 다시 쓰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시도 백두산시도 나타날까 모를 일이죠.
아버지 이름을 아들이 쓰고 손자가 할아버지 이름 쓰는 꼴 아닐까요?
임원재 넘어서 경상북도 경계선까지도 삼척입니다.
삼척시는 지나온 지 40km도 넘는데 말이죠.
행정구역은 광역으로 하지만 표시는 가까운 소제지 위주로 해야 위치를 확실히 알 수 있죠.
여행하기 전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가 이렇게 몸으로 느껴보니 그런 것들이 상당히 불편하더군요.
날은 이미 어둡고 7번 국도를 따라 포항, 경주를 지나 늦은 시간 울산에 도착합니다.
이곳 도로는 동해안 도로와 달리 엄청난 교통량에 상당히 불안했습니다.
더구나 작은 헤드라이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당초에는 야간 라이딩을 피할 계획이었으나 동해의 정말 많은 언덕으로 인해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 관계로)
목숨을 건 위험하기 이를 때 없는 짓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맞으니 우의를 입었지만, 한기를 느낍니다.
천신만고 끝에 울산에 도착하니 밤10시 반이 훌쩍 넘었습니다.
포항지날 때 250km 정도였으니 주행거리는 300km가 넘을 것 같군요.
(비가 오는 관계로 속도계를 탈착시켰기 때문에)
찜질방을 찾아 자전거를 부탁하고 방송을 보니 태풍 「송다」가 내일 온다는 기상예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낭패가 따로 없습니다.
분명 주간일기예보는 수요일경 비가 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고,
태풍 온다는 소식은 없었는데 일정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되었습니다.
창밖에 내리는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그렇다고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여기서 버티자니
이런 한심스런 일이 없고 억지로 잠을 청하지만 잠이 오질 않습니다.
제5편 - 이제 여기서 그만
2004. 9. 6(월)
아침 날씨도 바람이 많이 불고 진정될 기미가 전혀 없어 실망스럽습니다.
태풍특보는 계속 발효되고..........
그 속에서 갓길도 제대로 없는 길을 미끄러운 슬릭 타이어를 끼고 나선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죠.
쏟아지는 비와 부는 바람, 차량이 튀기는 물을 몇 백km나 용케 피해 갈 요행수는 없기 때문에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을 기약하기로 결정하며, 집에 전화를 합니다.
집사람은 제가 속초에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
여차저차 설명하고 집에 간다니 말없이 전화를 내려놓고..........
돌아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바깥을 내어다봅니다.
울산을 벗어나니 금방 하늘이 맑고, 서울 하늘은 햇볕이 쨍쨍합니다.
강남터미널에 내려 자전거를 조립하고 청계산 길을 따라 대왕저수지를 지나
분당의 집으로 오는 길은 패잔병 마냥 설렁설렁 자전거를 타고 왔습니다.
혼자만의 여행은 위험합니다.
사고가 날 경우 조치해 줄 사람이 없고,
길 동무가 없어 외롭고, 힘이 더 들며,
일정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는 것도 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행은 즐거운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여럿이 함께 떠나고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바삐 길만 간다면 풍광 좋은 곳에서 감흥은 기대할 수 없기에
여행의 합목적에 맞는 여유로운 계획을 세우시기를 바라면서
길고 지루한 일탈의 꿈을 이제 깨어납니다.
매일 즐거운 일이 함께 하시길...............
2004. 9. 8.
2004. 9. 5(일)
아침 6시 반 기상
어제는 흐린 날씨로 짧은 소매의 USPS 상의 Jersey를 입었지만,
오늘은 구름이 약간 있고 대체로 맑아 피부가 탈것에 대비하여 여름 긴소매를 착용하고,
얼굴에는 무자헤딘 전사처럼 안면마스크까지 하고 다리는 자외선 차단제를 듬뿍 발랐습니다.
엉덩이와 사타구니에도 베이비오일을 촉촉할 정도로 바릅니다.
이렇게 하면 윤활 작용으로 땀이 나도 흘러내리기 때문에 염분이 말라 피부가 손상되는 트러블이 없어집니다.
어제 밤 묵은 정동진 찜질랜드
간단하게 자전거를 정비하고,
아침 7시 반 7번 국도를 따라 정동진에서 남하하기 시작합니다.
출발할 때 저의 망상은 멋진 해변을 『좌로 봐!』 하면서 호젓이 동해안 도로를 따라 즐라(「즐거운 라이딩」의 준말)하는 것이었죠.
꿈은 금방 깨졌습니다.
아스팔트에 자전거를 올리고 본격적이 오늘 라이딩을 시작하면서 컨디션이 무척 나쁘다는 느낌이 드는 군요.
『회복할 시간이 부족했던 것일까? 단지 느낌일까?』
『이상하다. 왜 이렇게 속도가 나지 않는 걸까? 보통 30km/h 정도는 나와야 정상인데.......』
힘겹게 밟는데도 이게 뭡니까? 20km/h가 겨우 나옵니다.
어찌된 일일까?
정동진을 나서자 말자 바로 「밤재」라는 약 2km 오르막이 시작된 것이었고,
그것은 서막에 불과했습니다.
역시 강원도는 강원도라는 말이 강원도를 벗어나기까지 절로 나오더군요.
앞으로 동해시는 동해마루시로 이름을 바꿔야겠습니다.
시내를 통과하면서 10개 이상 언덕을 넘고 넘어야 하는데
거리와 경사가 장난이 아니랍니다.
인적이 드문 해변도로
도로직선화공사가 한창인 7번국도
언덕으로 둘러쌓인 해변도로
동해시는 유난히도 트럭이 많이 다녀 도로의 요철이 무척 심하며,
트럭에서 흘린 자갈 등 위험한 곳이 산재되어 있고,
트럭이 자가용보다 빠른 도로의 무법자 고속트럭(고속버스의 형님뻘)의 광란질주에 위협을 많이 느꼈고 차량마다 뿜어내는 시커먼 매연에 숨이 꽉 막히더군요.
이러다 보니 자연 집으로 날아온 자동차 정기검사 통지서가 떠오릅니다.
그 따위 형식적인 자동차정기검사를 수천대 하는 것보다 높은 재 넘어가는
매연 뿜는 버스나 트럭을 확실하게 적발하는 것이 실사구시가 아닐까요.
장비며 인력 등 상당한 사회비용의 손실을 감당하고도 정말 쓸데없는 정기검사보다는
전국 어디에서나 있는 언덕 길 적당한 곳에 차량 검사소를 설치하면
전문가와 장비하나 없이도 눈에 보이는 매연발생 차량을 쉽게 단속할 수 있어
확실하게 자동차 정기검사의 효과를 대체할 수 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있으나 마나 한 형식적 검사만 일관하고 있습니다.
[도경계 표지석 앞에서 - 삼척 동해휴게소]
강원도의 남쪽 도시 삼척을 지나 마지막으로 3.5km 정도의 빡센 업-힐을 하면
동해휴게소가 자리 잡은 경상도로 넘어가는 고갯마루가 마루의 대미를 장식합니다.
강원도를 빠져 나오면서 경상도는 재가 아니라 언덕이라 생각됩니다.
강원도는 날씨도 그렇지만 재도 격이 달랐습니다.
전날 미시령을 넘어온 저로서는 어떤 언덕이 나타나더라도 그 보다 더 하겠냐는 막연한 생각만 가진 채 사실 고개 다 넘은 걸로 알았는데 미시령 정도는 아니지만 동해안 7번 국도에는 거기에 버금가는 재가 몇 개는 될 것 같습니다.
쉽게 이야기해서 속초에서 삼척의 강원도 땅은 언덕을 넘고 넘어가는 길이라 경상북도 경계까지 「언덕의 파노라마」가 연속상영 되어 진은 뺍니다. 엄살일까요? ^^
강원도 이야기 하나 더 해야겠습니다.
감자떡 이거 집에서 만들어 파는 줄 알았더니
전부 공장에서 차로 배달하더군요.
맛있고 좋은 음식이지만 천편일률적이고
정성이 없는 음식이 될 수밖에...........
그리고 빵, 김밥, 라면은 안 먹는지
그 흔한 빵집과 김밥 집은 오간데 없으니
여기는 소풍갈 때 횟감 떠가지고 가는 구나 짐작합니다.
7번 국도는 곳곳에서 4차로 확장공사를 하기 때문에 공사구간도 많지만,
공사가 완료되는 올해 말이면(물론 전구간은 아니지만) 앞으로는 갓길도 마련되고
높고 낮은 힘든 고갯길도 많이 줄어 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도로확장으로 산이 잘리고 나무가 뽑히는 등 자연환경은 다소 파괴되지만,
반대로 대기오염과 교통사고는 줄어 들것이기 때문에 감수해야 되겠죠.
철지난 해변가.....
울진 못 미쳐 끝없이 펼쳐진 활주로(아마도 군사목적으로 건설된)같은 도로를 지나
죽변교차로(울진 9km 전방)에 진입하니 도로가 무척 잘 조성되어 있어
탄력 받아 달리기는 안성맞춤이지만, 이제는 물이 떨어져 갈증이 심합니다.
차량은 주유소가 있어야 걱정이 없지만,
자전거는 물이 떨어지면 상당히 곤란합니다.
그래서 무겁지만 항상 물은 2통을 준비하고 급수할 수 있는 곳(식당, 휴게소, 주유소 등)에서는 반드시 물을 채워 넣어야 안심이 됩니다.
더운 날에는 2통으로도 모자랍니다.
대게 원조싸움이 생각나는 울진과 영덕을 지나는데 해송이 펼쳐진 월송정의 멋진 풍광이 잠시 저를 멈추게 합니다.
흥해를 지나 포항 들어가는 길은 벌써 어둠이 내립니다.
광역시군 제도 때문에 표지판이 엉망입니다.
도대체 어디를 가고 있는지? 말하는 것인지? 정확히 알 수 없는 표지판이 많습니다.
이를테면 주문진은 강릉시에 속합니다.
속초 넘어서부터는 계속 양양표지판만 있다가
주문진 없이 바로 강릉시 표지판이 등장합니다.
주문진은 통과했는지도 모르고 지나와 버렸습니다.
정동진을 가야 하는데 표지판은 끝없이 동해시 일색입니다.
정동진 다 와서야 정동진 표시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동해시가 뭡니까? 헷갈리게끔.........
바다 명을 왜 지역 명으로 쓰는지......
생각 없이 『이쪽이면 동해바다로 가는구나!』했죠.
동해의 그 좋은 이름을 지역적인 소제지의 이름으로 다시 쓰면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시도 백두산시도 나타날까 모를 일이죠.
아버지 이름을 아들이 쓰고 손자가 할아버지 이름 쓰는 꼴 아닐까요?
임원재 넘어서 경상북도 경계선까지도 삼척입니다.
삼척시는 지나온 지 40km도 넘는데 말이죠.
행정구역은 광역으로 하지만 표시는 가까운 소제지 위주로 해야 위치를 확실히 알 수 있죠.
여행하기 전에는 전혀 불편함이 없다가 이렇게 몸으로 느껴보니 그런 것들이 상당히 불편하더군요.
날은 이미 어둡고 7번 국도를 따라 포항, 경주를 지나 늦은 시간 울산에 도착합니다.
이곳 도로는 동해안 도로와 달리 엄청난 교통량에 상당히 불안했습니다.
더구나 작은 헤드라이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당초에는 야간 라이딩을 피할 계획이었으나 동해의 정말 많은 언덕으로 인해 시간이 상당히 소요된 관계로)
목숨을 건 위험하기 이를 때 없는 짓을 하고 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쏟아지는 비를 맞으니 우의를 입었지만, 한기를 느낍니다.
천신만고 끝에 울산에 도착하니 밤10시 반이 훌쩍 넘었습니다.
포항지날 때 250km 정도였으니 주행거리는 300km가 넘을 것 같군요.
(비가 오는 관계로 속도계를 탈착시켰기 때문에)
찜질방을 찾아 자전거를 부탁하고 방송을 보니 태풍 「송다」가 내일 온다는 기상예보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낭패가 따로 없습니다.
분명 주간일기예보는 수요일경 비가 오는 것으로 되어 있었고,
태풍 온다는 소식은 없었는데 일정에 중대한 차질이 발생되었습니다.
창밖에 내리는 빗줄기는 점점 굵어지고,
그렇다고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여기서 버티자니
이런 한심스런 일이 없고 억지로 잠을 청하지만 잠이 오질 않습니다.
제5편 - 이제 여기서 그만
2004. 9. 6(월)
아침 날씨도 바람이 많이 불고 진정될 기미가 전혀 없어 실망스럽습니다.
태풍특보는 계속 발효되고..........
그 속에서 갓길도 제대로 없는 길을 미끄러운 슬릭 타이어를 끼고 나선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죠.
쏟아지는 비와 부는 바람, 차량이 튀기는 물을 몇 백km나 용케 피해 갈 요행수는 없기 때문에 언제가 될지 모를 다음을 기약하기로 결정하며, 집에 전화를 합니다.
집사람은 제가 속초에 있는 줄 알고 있습니다.
여차저차 설명하고 집에 간다니 말없이 전화를 내려놓고..........
돌아가는 고속버스 안에서 바깥을 내어다봅니다.
울산을 벗어나니 금방 하늘이 맑고, 서울 하늘은 햇볕이 쨍쨍합니다.
강남터미널에 내려 자전거를 조립하고 청계산 길을 따라 대왕저수지를 지나
분당의 집으로 오는 길은 패잔병 마냥 설렁설렁 자전거를 타고 왔습니다.
혼자만의 여행은 위험합니다.
사고가 날 경우 조치해 줄 사람이 없고,
길 동무가 없어 외롭고, 힘이 더 들며,
일정을 너무 타이트하게 잡는 것도 사고의 원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여행은 즐거운 것이어야 하기 때문에
여럿이 함께 떠나고 안전에 유의해야 한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바삐 길만 간다면 풍광 좋은 곳에서 감흥은 기대할 수 없기에
여행의 합목적에 맞는 여유로운 계획을 세우시기를 바라면서
길고 지루한 일탈의 꿈을 이제 깨어납니다.
매일 즐거운 일이 함께 하시길...............
2004.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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