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두바퀴로 떠난 4박 5일간의 일상탈출

햇병아리2004.10.13 17:28조회 수 2357추천 수 2댓글 15

  • 2
    • 글자 크기






지난 2004. 5. 26 - 5. 30까지 4박 5일간 홀로 강원도지역을 여행한 후기인데 망설이다 이제야 올립니다.


참고로 저는
지난 2002년 양쪽 무릎수술이후 재활치료로 자전거를 타기시작해 이젠 자전거 매니아가된
38세의 직장인 입니다.
가끔 개인적인 얘기나 주관적 생각도 있지만 탓하지 마시고 재미로 읽어 주시길...



두 바퀴로 떠난 4박 5일간의 일상탈출!!!


어딘가를 향해 떠나는 사람은 어떻게 돌아올 것인가를 미리 걱정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주저앉아 있는 사람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그냥 배낭을 둘러메고 자전거에 오릅니다. 그리고 낯선 세상을 향해 그렇게 나섭니다.



첫째날(5. 26)

  새벽 5시!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난 때문인지 아니면 전날 과음한 탓인지 몸이 무겁다. 청주발 7시 강릉행 버스를 타려면 아직 여유가 있으니 조금만 더....... 얼마나 지났을까. 그 조금만이 한 시간이...  갑자기 몸도 마음도 바빠진다. 준비물 목록을 하나하나 체크하다 문득 이렇게 서두르다 아주 중요한 것을 빠뜨릴 것 같다는 생각에... 여유를 갖자!  다음 버스로 일정을 늦춘다.

  나에게 닥칠 앞으로의 일이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는 것은 분명 두려움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자체가 자유인지도 모른다. 특히 홀로 그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한다면 더욱 그럴 것이다.  당초 계획은 강릉-포항-구미-상주-청주의 여정이었지만, 예정은 예정만으로 족하다. 갑자기 내가 올라갈 수 있는 이땅의 끝까지 올라가 그곳으로부터 자전거를 타고 내려오고 싶다. 강릉에 도착하니 12시반! 다시 간성행 버스에 몸을 싣는다. 간성 3시! 김밥 한 줄을 후딱 해치운다. 그리고 한 줄은 비상용으로 배낭에 집어넣고 스트레칭을 하며 잠시 갈등한다. 해안선을 따라 말 그대로 자전거 여행을 할 것인가 아니면 백두대간을 넘나들며 여행 아닌 고행을 할 것인가. 그러나 갈등과는 상관없이 마음은 벌써 백두 대간을 향하고 있다.  

  오늘은 차량 이동 때문에 너무 늦게 라이딩을 시작한다. 인제에서 동해로 가는 3개의 고갯마루 : 한계령, 미시령, 진부령!  진부령을 넘고 다시 한계령을 넘어 양양에서 숙박 할 계획이다. 지난 가을 한계령, 미시령을 힘들게 넘던 기억을 되살리며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진부령을 향해 페달을 밟는다. 해안부터 잔잔히 이어진 오르막은 정상 6km를 남기고 본격적인 업힐(up hill)이 시작된다.

  별로 빡세지 않은 경사에 긴 갈지자 오르기 몇 번!! 그리고는 정상(520m)!!  에게게!! 한계령, 미시령을 생각했던 나로선 조금 실망스럽다. 아니 고개 이름처럼 이런 정도의 고개는 이제 진부하다고나 할까. 크크크!!!  정상에 오르니 주위사람들이 낯선 이방인을 바라보듯 휘둥그래진 눈빛으로 바라본다. 이젠 그런 눈빛에 너무나 익숙해져 있는 나!  

어두워지기 전에 양양까지 갈 생각을 하니 마음에 여유가 없다. 오르막은 반드시 내리막으로 보상한다. 한계령 입구까지 잔잔히 이어진 내리막!  40~45km/h의 속도를 유지하며 신나게 달린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렇게 달리던 자전거는 한계령으로 접어들면서 갑자기 속도가 뚝 떨어진다.  한계령정상 20km!  잠시 휴식하며 엔진도 점검하고 연료를 보충하듯 간성에서 준비한 김밥을 꾸역꾸역 밀어 넣는다. 막 출발하려 할 때 저 멀리 두 대의 자전거가 보인다. 아!! 이렇게 반가울 수가...  나와 같은 짓거리를 하는 사람들!!  

  인천에서 왔단다. 오늘이 이틀째!! 너무 힘들어 한계령을 포기하고 숙박할 곳을 찾는 중인데 한철장사라서 그런지 모텔마다 모두 문이 굳게 닫혀 있단다. 양양을 가야하는 나로선 시간여유가 없어 민박을 찾는 것이 빠르겠다는 말을 남기고 이내 작별을 고한다.  수뇌부로부터 한계령을 정복하라는 명령이 하달된다. 처음 잔잔한 오르막으로 8km정도를 오른 고개는 이후 중급 경사가 6km정도 이어진다. 그리고 나머지 2-3km는 점점 고개를 치켜들어 하늘을 똑바로 쳐다본다.

  지나가는 차창으로부터 응원 소리가 들려오지만 쳐다볼 힘도 아끼며 땅만 보고 페달질을 한다.  온몸이 땀으로 범벅이 되고 보석같은 땀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주인님!! 이제 그만!! 그만 자전거에서 내려 주세요”라고 각 기관마다 통제본부로 신호를 보내오지만 그냥 무시한다. 아니 어쩌면 무엇을 하든 지기 싫어하는 나의 속물근성이 이미 나의 통제본부를 점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목까지 차 오른 숨을 할딱이며 그렇게 또 하나의 고개를 두 바퀴 아래 놓는다.
  
  정상엔 진부령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내 주위에서 웅성거린다. 괜히 힘든 표정을 지으며 커피 한잔을 마신다. 키키키!!! 진부령에 조금은 실망한 내 마음을 한계령이 위로한다. 그 명성에 걸맞게... 한계령정상(950m)은 완전히 안개로 뒤덮여 신비감마저 느끼게 한다. 인제 쪽은 햇빛이 내리쬐는데 강릉 쪽은 몇 미터 앞을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안개라니... 또 한번 사람들의 휘둥그래진 시선을 뒤로하고 쫓기듯 양양을 향한다.  안개 때문에 그렇게 힘겹게 오른 한계령을 시속 15km/h로 내려와야 하다니... 너무 억울하다.

  중턱을 내려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안개는 완전히 걷히고 세상은 다시 말끔한 자태를 드러낸다. 시계를 보니 19:30분!  이제 내게 주어진 시간은 길어야 30분!!  깜빡이를 앞뒤로 달았지만 어두워지면 위험하다. 양양을 향해 혼신에 힘을 다해 페달을 밟는다. 와우!!! 이건 여행이 아니라 훈련이다. 고개를 두 개 넘었는데도 평균속도가 24km/h다. 주위는 벌써 어둑어둑 땅거미가 지고... 그렇게 얼마를 달렸을까.  저 멀리 네온사인이 반짝인다.  

* 여정 : 간성 - 진부령 - 인제 - 한계령 - 양양
* 라이딩 거리 및 시간 : 102.6km  3:47
* 평균속도 및 최고속도 : 24.4km/h    58.1km/h  



둘째날(5. 27)

  새벽 5:30
어제 너무 무리한 탓에 알람을 7시에 맞추고 잠자리에 들었건만 이 시간이 되자 여지없이 눈이 떠진다.  이미 나의 생체리듬은 매일 새벽 페달질을 하던 아침형 사이클에 익숙해져 있나보다.  더 휴식을 취해야 되는데...  온몸에 윤활유가 빠져나간 것처럼 허벅지, 장딴지가 뻑뻑하다.  어제 저녁부터 따끔거리던 엉덩이를 확인하니 빨갛게 오돌 도톨!!! 허걱!! 땀띠가 장난이 아니다. 마지막 날까지 나의 발목을 잡던 지겨운 땀띠!!!   스트레칭을 하며 오늘 코스를 어디로 할까 지도를 확인한다.  또 고개를 찾아 나선다. 애초에 밋밋한 해안도로는 나의 관심 밖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오늘은 백두대간을 세 번 넘어야 한다. 구룡령(1,060m), 운두령(1,089m), 대관령(832m)!!  천미터 이상이 둘!! 오늘은 더 큰 고통을 차라리 즐겨보자. 아침으로 여기 양양의 명물이라는 황태 국밥에 공기밥을 하나를 더 추가해 든든하게 연료탱크를 채운다. 그리곤 어떤 의무감처럼 다시 떠난다.  창촌 50km! 아직 답사되지 않은 길이라 언제 구룡령이 나타날지 모른다.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얼마를 지나 작은 언덕을 오르다 자전거여행을 하는 셋을 만나다. 같은 여행을 한다는 동류의식 때문인지 만나는 사람마다 반갑다. 서로 같은 짓거리를 한다는 패거리의식은 누구나 있는가 보다.

  몇 백 미터를 같이 달렸을까 오를수록 속도가 떨어진다 싶더니만 이내 하나 둘 셋 모두 내려버린다. 에게게!!  이건 고개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멋쩍은 표정으로 먼저 가란다. 다시 인사를 건네고 추월을 해 앞서 나간다.  

  크고 작은 고개에 구룡령인가하고 몇 번을 농락 당한다. 나타날 때가 됐는데... 저 멀리 능선들을 굽이 굽이 휘감고 돌아가는 절개지가 어렴풋이 보인다. 와우!!! 저렇게 멀리... 조금 달리자 본격적인 업!!  오르고 또 오르고... 도대체 몇 굽이를 돌아온 것일까? 손에 잡힐 듯 정상은 내 등 뒤에서 기다리는데 난 반대쪽 능선에서 굽이굽이 소용돌이치며 허우적거리고 있다. 정말 모든 골짜기 모든 능선들을 누비고서야 정상을 허락하려는 건지... 왜 이 고개를 구룡령이라고 했을까? 마치 아홉 마리의 용이 서로 엉켜 꿈틀거리는 모양 때문일까? 이 굽이를 돌면 정상이 나타나겠지...

  그렇게 몇 번을 반복했는지 기억도 없다. 가도 가도 오르고 올라도 끝이 없다. 여긴 거리 표지판도 없다. 국도라지만 지나가는 차량도 없다. 그냥 땅만 보고 갈 뿐이다. 내 기억으론 본격적인 업힐만 10키로를 넘게 오른 것 같은데 아직도 난 정상의 반대쪽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허벅지의 누적피로를 풀기 위해 안장에서 일어서 댄싱도 해보고 가볍게 페달링으로 올라 본다. 서서히 허기가 몰려온다. 탈진에 조짐은 허기로부터 시작된다는데....

  물을 계속 들이키지만 허기를 달래기엔 역부족이다. 힘은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은데 도무지 페달질에 힘이 안 들어간다. 물통도 바닥을 드러내고 모든 힘이 소진된 느낌이다. 내 인내력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이제 내게 남아 있는 것은 오직 여길 올라야 한다는 생각뿐...




  보인다. 가만히 눈을 감아도... 혹시 지워질까 고개를 흔들어 보아도 더욱 선명하게 눈앞에 나타난다.   이렇게 덩그라니 어딘가에 처절한 모습으로 나 혼자 내던져 졌을 때  문득 떠오르는 얼굴들!!!  그런 얼굴들이 있기에 나는 행복하다.  

  2년전 지금쯤!! 그때의 내 모습도 지금의 모습처럼 이렇게 처절한 그런 모습이었으리라.  간단한 수술 한번에 일주일만 입원하면 다시 달리기도 할 수 있다는 말에 그렇게 쉽게 싸늘한 수술대 위에 내 몸을 맡길 수 있었는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유명하다는 S병원, S대 병원, A병원을 찾아다니며 MRI를 다섯 번을 찍었지만 “이상 없는데요? 왜 아프죠?” 내가 물어야 할 질문을 의사가 나에게 묻는다.  이렇게 답답할 수가... 그렇게 지새우던 불면의 밤들!!  일년 반을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운다. 결국 절망하던 가슴은 우울증에 신경정신과까지!!  이제 내겐 희망이 없는 것인가?  

  더 이상 해줄게 없다는 병원을 무슨 생명에 끈인 양 움켜쥐고 또 찾아가던 날!  어떤 대상이랄 것도 없이 그냥 마음속으로 차창 밖을 바라보며 기도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땐 정말 건강만 되찾으면 아무런 욕심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 기도와 함께 사라져 버렸으리라 믿었던 내 욕망에 덩어리는 지금 이렇게 속물근성이라는 이름으로 되살아나 나에게 이 고행을 강요하고 있다.

  “마지막 방법으로 수영이나 자전거를 한번 타 보세요” 마지막 방법!!  마지막이라는 말보다 내겐 방법이란 말이 더 크게 들렸다.  절망하던 나에게 방법은 곧 희망이다.  처음 조카 자전거를 타던 날!!  운동장 몇 바퀴를 돌고 돌아와 통증 때문에 축 늘어져 한시간 동안 목욕탕에서 나오지 못하던 기억... 그렇게 나의 첫 자전거는 처절한 몸부림이었다. 삼분이 십분이 되고 1km가 10km가 되고..
점점 자전거 타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근육이 살아난다. 그리고 그에 따라 통증도 서서히 줄어든다. 지난 6개월동안 진통제외에 이 고통을 줄여준 어떤 것도 없었는데... 언제부턴가 내 인터넷 검색단어는 “무릎통증, 관절통”에서 “자전거, MTB”로 옮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시작된 자전거와의 인연은 이제 내겐 생명수요 삶에 지표가 되어 버렸다.




  이제 마지막 몸부림처럼 안장에서 일어나 댄싱으로 엉덩이의 압박을 덜어주려 하지만 이내 주저앉고 만다. 서서히 포기란 단어를 떠올릴 때 “구룡령 정상휴게소  ?km!!" 어? 얼마나 남았는지는 표시가 없다. 아!! 나를 또 시험에 들게 하려는가? 목표를 앞에 두고 능력에 한계를 느낄 때 포기하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 했는데...나의 속물근성은 그 진정한 용기마저도 포기하게 만든다. 이 길을 따라가면 정상이 있을 것이라는 믿음 하나만으로 버틴다.  드디어 구룡령 정상(1,060m)!!!  이런 무지막지한 고개는 처음이다.  질리게 만든다.  정상휴게소는 너무나 한산하다. 찰떡파이로 허겁지겁 허기를 달랜다. 7개를 게눈 감추듯 먹어치운다. 그리곤 이내 하산을 서두른다. 오늘 이런 고개를 2개나 더 넘어야 하는데 벌써 12시... 창촌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나자 졸음이 쏟아진다. 그냥 그 자리에서 벌렁 눕고 싶지만 푸우 푸우 세수 몇 번으로 정신을 가다듬고 다시 자전거에 오른다.  

그동안 잠잠하던 땀띠가 또 내 발목을 잡는다. 기어비를 높게 놓고 무리 없는 댄싱으로 25km/h의 속도를 유지한다. 댄싱으로 10번 구르고 쉬고를 반복한다. 그렇게 얼마를 갔을까. 저 멀리 범상치 않은 산등성이가 나를 가로막는다.  고개만 만나면 이제 버릇이 되어버린 엔진점검!! 엔진상태 70%, 연료 만땅, 무릎 허벅지 이상무, 엉덩이 이상해!!!  멀리 정상을 바라보며 마음을 가다듬고는 운두령을 향한다.  

대부분 고개라면 이 굽이 저 능선을 따라 최대한 힘을 덜 들이고 오를 수 있는 길을 찾아다니는 게 상식이라면 운두령은 그 상식을 거부한다. 곧장 한 능선을 택해 갈지자 오르기를 반복한다.  마치 이무기가 승천하기 위해 용트림을 하듯... 구룡령의 피로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탓인지 얼마 못 가 허벅지로부터 피로감이 몰려온다. 벌써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고 숨이 차 오른다. 그럴수록 기어비는 점점 내려가고 결국 1:2까지 내려간다.  가파른다. 그러나 1:1 기어비는 마지막 보루로 남겨 두기로 하고 흰색차선만 보며 오른다. 헉헉...학학...!!! 고요한 적막 속에 숨소리만 들려온다. 그냥 길이 있어 오를 뿐이다.




  간다 간다하며 마음만 있지 선뜻 나서지 못하고 주춤 주춤 뒤로 물러서며 미루어 왔던 일!!  언제부턴가 꼭 해보리라 꿈꾸어 왔던 이 짓거리!!!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용기, 절제되지 못한 패기는 얼마나 스스로를 불안하게 하는가?  그리고 의욕만 앞선 혈기는 또 얼마나 위험한가?  지난 1월!  스스로에게 의문을 제기해 본다. 지금에 체력과 인내력으로 과연 며칠동안 온종일 자전거를 탈수 있을까?  인내력보다 체력이 문제다.  의욕만 가지고 될 일이 아님을 잘 안다.  자전거에게 겨울은 동면에 계절이다. 날씨도 그렇고 해가 짧아 별도 시간을 낼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일한 방법은 출퇴근시간!!  1월의 새벽 공기는 참으로 매섭기만 하다.  아침 6:30!!  라이트 불빛으로 아직 캄캄한 어둠을 뚫고 직장까지 25km를 숨이 턱에 찰 때까지 한 시간을 달린다.  그리고 저녁엔 한 시간씩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기초체력을 다진다.  나름대로 치밀하게 준비한 4개월!!!  이제 자신감이 두려움을 억눌렀다고 느꼈을 때 나는 떠날 수 있었고 지금 여기 이렇게 있다.




  저 멀리 운두령 정상(1,089m)이 보인다. 강원도 평창군과 홍천군의 경계!  차량 통행이 적어 그런지 번듯한 휴게소 하나 없이 포장마차가 있다. 갈증해소를 위해 칡 즙 한 컵을 들이키고 피곤한 몸을 벤치에 누인다. 그대로 잠이 들어버린다. 얼마나 지났을까 깜짝 놀라 깨어난다.  3초 같은 찰라의 순간이 30여분!! 그렇게 달콤한 잠을 자 본적이 있을까?  시계를 보니 벌써 3시가 넘었다.  이제 시간이 나를 압박한다. 속사를 향해 다시 길을 잡는다. 분명 내리막인데 속도가 붙지 않는다.  맞바람!  저녁에 비 소식이 있다 더니... 이런!!!  오르막이 반드시 내리막으로 보상하는 보장성 보험이라면 바람은 부는 방향에 따라 사람을 울리고 웃기는 투기성 증권과 같다.  지금의 역풍이 반드시 다음의 순풍을 기약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런 엄청난 맞바람은 처음이다. 내리막을 아무리 밟아도 25km/h를 넘지 못한다.

  잠시 이승복 기념관에 들려 사진도 찍고 커피한잔을 마시며 지친 몸을 쉬고는 이내 다시 출발한다.  힘겹게 내려오던 자전거는 속사를 지나 대관령을 향해 동쪽으로 방향을 잡는다. 속사를 지나 진부에 도착할 즈음 몸 상태가 심상치 않다. 머리에 열이 나고 기가 모두 빠져나간 것처럼 어질 어질... 탈진!!  말로만 듣던 탈진을 여기서 경험한단 말인가? 대관령이 바로 저긴데...  직진하면 대관령, 좌회전하면 터미널!!  사거리에서 정말 큰 갈등을 겪는다. 오늘만 타고 말 것이 아니다. 못 이기는 척 좌회전 신호를 받는다.

  강릉 5시!  한시간의 휴식이 또 다른 의욕을 만들어 낸다. 정동진까지 20km!! 정동진에서 일박을 하기로 결정하고 7번 국도를 찾아간다. 지나가는 행인에게 물어본 결과 “강릉시청 앞에서 우회전하세요” 또다른 행인에게 확인한다. 같은 대답!! 강릉시청앞에서 우회전한다. 쭈욱 뻗은 도로, 1미터 이상 확보 된 갓길!!! 자전거 여행하면 대부분 해안선 따라 7번 국도를 많이 탄다더니 정말 갓길이 잘 돼있구나!! 그렇게 3km정도를 달렸을까. 느낌이 이상하다. 생각했던 것보다 차들이 겁나게 빠르다. 지나가는 차들이 꽥꽥 경적을 울린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그동안 굳게 믿고 있던 확신들을 한번 의심해 본다. 그러자 완전히 다른 세상으로 보인다.  여기가 7번 국도가 아니라 동해고속도로라면...허걱!!!  

   여기서 사고나면 정말 개 값도 못 받는다. 무조건 자전거를 둘러메고 도망치 듯 풀숲을 헤치고 고속도로를 내려온다.  허겁지겁 논두렁, 밭두렁을 전전하며 간신히 7번 국도에 진입한다.  욕도 나오고 허탈한 웃음도 나온다.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지만 그래도 덕분에 아무 때나 할 수 없는 경험을 해봤다. 크크크!!  

  해안선을 따라 바닷바람을 맞으며 달리는 기분은 또 다른 즐거움이다. 오는 길에 안보기념관도 들르고 그렇게 20여km를 달려 정동진에 도착한다. 서울 광화문에서 똑바로 동쪽을 향하면 이른다는 정동진!!!
  

* 여정 : 양양 - 구룡령 - 창촌 - 운두령 - 속사 - 진부 - (강릉) - 정동진
* 라이딩거리 및 시간 : 128.0km    6:27
* 평균속도 및 최고속도 : 19.8km/h    60.7km/h  




세째날(5. 28)

  아침부터 비가 온다는 예보도 있고 오늘은 해안도로만 탈 생각으로 9시까지 늦잠을 청한다. 일어나 보니 비는 그쳤지만 노면상태는 젖어 있다. 그야말로 관광모드...드넓은 바다가 잔잔히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경치보다 여유를 즐기듯 한가로이 페달을 밟는다. 이제까지 고개를 넘어 광분하듯 달리던 자전거는 오랜만에 여유롭다 못해 한가로움 마저 느껴진다.  어디까지 가든 힘이 다하면 거기가 내가 잠잘 곳, 아직 힘이 남아 있다면 그냥 지나칠 도시일 뿐!!! 지금 나는 자유인이다.

  모래시계공원에 들러 사진을 찍고 남으로 핸들을 돌린다. 울진 이북의 7번 국도는 자전거여행길로 추천할 만한 길이 못된다. 갓길이 충분하지 않고 교통량도 많다. 차라리 백두대간 고산준령을 넘나드는 편이 훨씬 재미있지 않을까.... 틈틈이 연양갱, 쏘세지 등 행동식으로 배를 채운다. 그리고 삼척에 도착해 점심을 먹고 다시 출발한다.  삼척을 지나 한참을 달리자 3년전 군에서 지정한 휴양지가 나타난다. 지금은 을신년스럽게 스산한 바람만 나를 맞이한다. 잠시 숨고르기를 마친 뒤 바로 황영조 올림픽제패 기념관에 들른다.



  나에겐 남다른 의미가 있는 달리기와 자전거!!!  여기 이렇게 마라톤 기념관에 자전거를 타고 서있으니 옛날 미련했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빈수레가 요란하다고 쥐뿔도 잘하지도 못하면서 남한테 지기 싫어하는 속물근성...!!!  뭐하나 시작하면 곁가지도 제대로 못 치면서 뿌리를 뽑겠다고...! 테니스 친답시고 아침저녁으로 라켓 휘두르다 덜컥 팔꿈치 고장...  되지도 않는 영어회화 한답시고 남들 일주일 걸려 외운 문장을 하루만에 외워 보겠다고 밤새도록 떠버리다 아침엔 말도 못해 병원으로...  남들 뛰니까 나도 뛴다고 무슨 무쇠다리인양 천방지축 뛰어 다니니 무릎이 온전할까...  무릎수술에 일년 휴직!!! 아직도 뛰는 것은 고사하고 10km도 제대로 걸을 수 없다. 하지만 자전거만 있다면 이렇게 100km도 달릴 수 있으니 나에게 자전거의 의미가 어찌 작다 할 수 있을까?  



  원덕을 지나자 꽤 가파르고 긴 고개가 기다린다. 정상에 오르니 경상북도와 강원도의 경계!! 수 많은 크고 작은 고개들을 넘고 넘어 울진을 몇 키로 남기지 않고 후두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지금의 엔진상태라면 아직 몇 시간은 더 달릴 수 있는데 하늘도 오늘은 나를 쉬게 하려는지 비를 뿌린다.

* 여정 : 정동진 - 동해 - 삼척 - 원덕 - 울진
* 라이딩거리 및 시간 : 124.0km    5:22
* 평균속도 및 최고속도 : 21.3km/h    58.3km/h  



네째날(5. 29)


  오늘부터는 남쪽을 향하던 핸들을 청주를 향해 서쪽으로 잡는다. 오늘은 무조건 문경까지 가야 한다. 내일 아침 일찍 문경새재를 매표소직원이 출근하기 전에 통과하려면 문경에서 일박을 해야한다. 또 갈등이다. 불영계곡을 넘느냐 백암까지 내려가 구주령을 넘느냐. 식당아줌마에게 물으니 백암산 구주령은 너무 힘들단다. 동호회원도 그 고개가 무척 빡세다는 말을 들은 터!!! 더 이상 고민할 것도 없이 백암을 향한다. 여행 중 오늘 날씨가 가장 좋다. 썬크림을 듬쁙 바른다. 오늘 자전거로 문경까지 가는 것은 어차피 불가능한 일! 컨디션에 따라 능력껏 자전거로 이동하다가 버스로 이동할 생각이다. 울진에서 백암까진 해안도로에 특별히 힘든 코스가 없다. 구주령을 목표로 힘을 비축하며 무리하지 않고 달린다. 백암에 도착하니 11:30분!! 점심을 먹기엔 이른  시간. 슈퍼에서 찰떡을 사 꾸역 꾸역 10개를 먹는다. 이 찰떡이 나를 구주령 정상에 올려놓을 것이다.

  엔진점검! 엔진상태 80%! 이 정도면 양호하다. 특별한 이상은 발견되지 않는다. 다만 엉덩이 땀띠 때문에 안장에 앉기가 싫다.   마지막 스트레칭을 마치고 출발한다. 출발하자마자 바로 업이 시작된다. 먼저 예비시험으로 2km정도의 고갯마루가 쭉 이어진다. 올라간 만큼 다시 내려오면 드디어 구주령 업 힐이 시작된다. 지난 여름 차로 올랐던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정상 휴게소 외엔 생각 나는 것이 없다. 작열하는 태양아래 뜨거운 아스팔트 열기가 확확 얼굴을 달군다. 오늘에 날씨에 비하면 지난 3일간은 얼마나 나를 배려해준 고마운 날씨였던가?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시작한다. 서두르면 실패한다. 오늘은 날씨와도 싸워야 한다. 어디로 통하는지 알 수 없는 끝 간데 없이 이어진 오르막!! 그렇게 한증막 같은 도로를 학학거리며 얼마를 올랐을까. 터질 듯한 심장 박동, 목까지 차 오른 숨결, 허리통만큼 굵어진 허벅지...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이 빠져나간다. 완전히 방전된 밧데리처럼 감각이 없다. 구룡령에 악몽이 떠오른다. 하지만 고개가 나를 위해 내려와 주지 않는 한, 내가 이 고개를 올라야 한다.
  이제 내게 남아 있는 것은 여기서 멈춰선 안 된다는 알 수 없는 어떤 의무감!! 그리고 힘들수록 더 선명해지는 의지뿐!!  그것들이 아니더라도 내가 이 고개를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의지에 나를 맡기고 싶다. 언젠가 그것들이 방전된 나를 다시 충전시켜 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를 올랐을까 저 멀리 정상이 보인다. 조금은 여유를 가지고 지나온 길을 되돌아본다. 굽이굽이 나의 족적은 남아 있지 않지만 내가 지나온 가쁜 숨결을 나는 느낀다. 이제 정상이다.
  땀을 너무 흘려 화장실에서 웃옷을 갈아 입는다. 이온음료로 갈증을 달래며 동해바다를 바라보고는 갈 길을 재촉한다. 하루 하루가 갈수록 누적피로 때문인지 페달질이 점점 힘들어 진다. 땀띠로 아작 난 엉덩이는 끝내 내 발목을 놓아주지 않는다. 엉덩이를 들고 단숨에 영양까지 갈 기세로 내리막을 쏜다. 가끔 고개를 돌려 경치도 감상한다. 하늘을 찌를 듯한 강원도 백두대간의 모습은 아니지만  제법 그 위용을 자랑한다.

  영양 2시!! 순대국밥으로 허기를 달래며 갈등!! 시간상 자전거로 안동까지 가는 것은 문제가 없지만 안동에서 문경까지가 문제다. 그렇다면 문경가까이 가는 것이 급선무!! 버스에 오른다. 안동에 도착하니 5시!! 다시 문경에 도착하니 7시!! 문경은 헷갈리는 도시다. 문경시가 있고 문경읍이 따로 있다. 문경읍에 도착하니 8시!!

  내일이면 이 여행이 끝난다. 오늘은 소주도 한잔하고 편하게 쉬고 싶다. 허름한 여관을 지나쳐 최신식 시설의 모텔로 든다. 주말이라 40,000원이란다. 헉!! 너무 출혈이 심하다. 그냥 나오려는데 혼자 자전거로 전국일주 하는 거냐고 주인아줌마가 묻는다. 전국일주는 아니고 여행한다고 했더니 자기 아들이 자전거에 완전히 미쳤단다. 25,000원만 내란다. 와우!! 저녁은 문경 특산물 약돌돼지 삼겹살에 소주!!  체력소모가 많아서 그런지 자꾸 고기가 땡긴다. 이번 여행 동안 네 번의 저녁 중 두 번을 삼겹살!!!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어디서 왔냐 어디로 가냐? 그 다음이 혼자 여행하면 외롭지 않느냐?  혼자 밥 먹을 때 빼고는 단 한번도 내가 외롭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마 낯선 세상에 대한 설레임이 외로움보다 더 큰 감정인가보다.

* 여정 : 울진 - 평해 - 백암 - 구주령 - 영양 - (안동) - (문경)
* 라이딩거리 및 시간 : 115.5km    5:12
* 평균속도 및 최고속도 : 20.2km/h    56.9km/h  



마지막날(5. 30)


  새벽 6시!
이번 여행의 마지막날이다. 저녁이면 난 집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하고 있을 것이다. 세면을 하고 짐을 챙긴다. 빨래가 마르지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그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7시 해장국을 먹고 문경새재를 향해 출발한다. 문경새재를 향해 갈수록 자꾸 불안하다. 혹시 매표소에서 잡으면 어쩌나... 그러나 기우였다.  아무도 날 탓하지 않는다. 제일 관문을 지나 왕건 촬영장을 둘러보고 바로 새재 고개로 접어든다. 맑은 공기, 하늘을 가려버린 나무들, 이름 모를 새소리, 그리고 물 흐르는 소리... 산이 높고 골이 깊어서 그런지 물 흐르는 소리도 콸콸 우렁차다.

  승용차가 다닐 정도의 도로 폭에 잘 다져진 흙 길은 황토색 아스팔트를 연상케 한다. 총연장 6.5km! 부담스런 거리는 아니다.   오늘만큼은 여길 관광으로 오르고 싶다. 군데군데 있는 안내표지판도 읽으며 널널하게 오른다. 옛 과거길!! 옛날 영남에서 서울로 가는 길이 세 개 있단다. 북쪽의 죽령, 남쪽의 추풍령, 그리고 조령!!! 그런데 과거보러 가는 사람들은 무조건 여기 조령을 넘었단다. 추풍령은 추풍낙엽!! 죽령은 죽 미끄러진다나 어쩐다나...  

  힘들이지 않고 제삼관문에 도착하니 8:30!! 제삼관문을 지나 충주 쪽으로 조금 내려가니 한 패거리의 사람들이 몰려 올라온다. 물론 눈은 다들 놀란 토끼눈이다.   크크크!  포장도로라 그런지 더 내려가기가 싫다. 다시 제삼관문으로 올라오는데 한 아저씨가 뻑하니 쳐다 본다. “여긴 자전거가 들어갈 수 없는데요” 헉!! 제삼관문을 지나칠 때 안쪽에서 나왔으니 매표손지도 모르고 그냥 지나쳐 도립공원 밖으로 나온 것이다. 낭패다!! 차가 제일관문에 있어 가야 된다고 했더니 날 한참 쳐다본다. 그리곤 시계를 보더니 빨리 내려가란다.  신나는 다운 힐!!! 35~40km/h로 쏜다. 와우!! 지금 내가 비포장도로 내려가는 거 맞아?  너무 빨리 내려와 아쉽고 허탈하기도 하다.

  이제 이화령고개만 넘으면 충북이다. 이화령고개!!  지난 가을 한번 넘어본 경험이 있어 별로 부담이 없다. 힘들다고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상(548m) 휴게소!! 지금은 이화령 터널이 뚫려 한산하기만 하다.  이화령 휴게소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니 저 멀리 연풍면이 보인다.  디카로 자전거를 찍자 옆에 있는 아저씨! 자기가 찍어주겠다고 호의를 베푼다. 그러면서 하는 말 “자전거 타면 뱃살 빠져요?” 아저씨 배를 보니 일년 전 내 배를 보는 듯하다.
  

            

  일년전!! “180cm 86kg 36인치!!” 그 우람했던(?) 체구에 비한다면 지금의 “76kg  30인치”는 차라리 왜소하다고나 할까. 일년간 휴직하고 복직을 했더니 정말 몰라보는 직원도 있다. 보는 사람마다 어떻게 살을 뺏냐고 묻는다. 물론 자전거다. 그러나 나는 감량을 위해 굳이 자전거를 권하고 싶진 않다. 체중감량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있어 “What”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How”가 더 중요함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관절이 약한 사람이나 과체중으로 달리기 등 다른 과격한 운동을 할 경우 몸에 무리가 가는 사람에겐 적극 자전거를 권하고 싶다. 자전거의 장점은 관절에 무리 없이 지속적으로 몇 시간 동안 계속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체중감량에 관건은 지방 태우기가 아닌가?




  이화령을 뒤로하고 괴산을 향한다. 큰 오르막 한번 없이 30-35km/h를 유지하며 괴산까지 30여키로를 단숨에 달린다. 이제 조금만 달리면 집이다. 그런 생각 때문인지 피곤한 기색도 없다. 괴산에 도착하니 동호회원으로부터 전화가 온다.  미원에서 자전거대행진이 있어 거기에 모여 있단다. 미원을 향한다. 몇 번의 크고 작은 고개를 넘고 큰 고갯마루에 오르자 “청원군” 이란 표지판이 보인다. 청원군!! 이제 고향에 돌아온 느낌이다. 얼른 그 느낌을 디카에 주워 담는다. 미원에 도착하니 한시!! 자전거 축제가 한창이다. 동호회원들과 인사를 주고받고 잔치국수 두 그릇과 캔 맥주 하나를 뚝딱 해치운다.

  집에 전화를 하고 목련공원을 넘는다. 이 길을 얼마나 넘나들었던가. 집이 가까워질수록 가슴이 두근거린다.  지금까지의 낯선 세상에 대한 느낌과는 또 다른 어떤 설레임!!! 저만치 집사람과 아이들이 보인다. 나를 보고는 환희 웃으며 “아빠~~아”하며 아이들이 달려온다. 힘껏 안아준다.  아!! 가슴 저 밑바닥으로부터 뭔지 모를 뜨거운 것이 울컥하고 목젖까지 치밀어 오른다.                                  

* 여정 : 문경 - 새재 - 이화령 - 괴산 - 미원 - 청주
* 라이딩 거리 및 시간 : 108.6km    5:08
* 평균속도 및 최고속도 : 21.1km/h    54.6km/h  



  나는 지금까지 어디서 무엇을 한 것일까? 무엇을 위해... 그리고 무엇 때문에... 왜 그렇게 힘겹게 그 많은 고개들을 넘으려 했을까?  이런 짓거리가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정확히 “이거다”라고 말할 수는 없다.   다만 “페달질을 멈추지 않는 한 자전거는 넘어지지 않는다”는 말로 그 의미를 대신하고 싶다.  그렇게 욕망을 채워버린 나는 지금 행복한가?  차라리 더 큰 욕망이 또 다시 꿈틀거린다.   이제는 나의 키가 자라는 것은 멈추었지만 나의 꿈은 아직도 자라고 있기 때문이리라.

○ 출연 : 1967년식 엔진, 자전거, 예비튜브, 휴대용펌프, 체인기름, 펑크패치, 타이어주걱2,  공구셑, 반장갑, 져지상의 2, 반쫄바지 2, 방풍복, 티셔츠, 반바지, 헬멧, 양말 3, 휴대폰 및  충전기, 휴지, 칫솔, 반수건, 손수건, 지갑(신분증, 현금카드), 비상금, 필기도구, 고글, 소독약, 속도계, 스톱왓치, 깜빡이, 안장가방, 물통, 전국지도, 클립신발, 두건, 비옷, 배낭, 썬크림,  행동식(초코바, 양갱), 디카.

○ 라이딩 누적거리 및 실 라이딩 시간 : 578.7km   25시간  56분
○ 총 소요경비 : 250,000원/4박 5일





  • 2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15
  • 님의 지나간 수없이 많은 삶의 여정과 굴곡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하는 바입니다. 백두대간 마디마다 느꼈던 감회가 색다르시겠지요. 무사히 라이딩을 마친것에 깊은 축하드립니다. 저도 강릉이 고향인데 구룡령과 운두령의 존재조차 몰랐다는 사실이 부끄럽네요. 기회가 되면 저도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훌륭한 라이딩후기 잘읽고 갑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 멋진 라이딩 후기네요. 잔차 여행은 여럿이서 같이 하는 것도 즐겁지만, 가끔씩 홀로 라이딩을 하는 맛도 좋더군요. 자신을 되돌아 볼 수 있고, 자연과 자신이 완전한 하나가 된 듯한 느낌은 홀로 라이딩할때 아니면 느끼기 힘들겠죠? 저도 햇병아리님이 완주한 그 코스를 꼭 한번 돌고 싶군요. 다만 엔진 배기량이 미치지 못할 것 같고, 햇병아리님보다 더 낡은 엔진이라 걱정입니다만...
  • 2004.10.13 21:59 댓글추천 0비추천 0
    여행이 주는 감동은 참으로 크고 값으로 따질 수 없으며 아무리 유명 작가라도 함부로 할 수 없는 교감을 불러일으키지만 이처럼 감동적이고 반복하며 읽어도 지루하지 않고 용기와 희망을 주는 여행기는 우리 모두의 마음을 잔잔히 보살펴주는 것 같습니다. 글 감사드리며 가족들과 한번 더 읽어봅니다.
  • 명예의 전당으로 가야할 명작품!!!
  • 2004.10.13 22:49 댓글추천 0비추천 0
    무엇보다도 문장이 참 좋습니다. 모든 글이 수월하게 잘 읽힙니다. 힘들었던 경험도 중요하지만 글 솜씨가 보통이 아닙니다. 이 글을 님의 자녀들이나 후배들이 많이 읽을 기회를 기지게 되기를 바랍니다. 할 수만 있다면 좀 더 과감한 구간을 도전하셔서 그 경험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 보시는 것은 어떨지요.^^
  • (캬~~, 좋다!!!!)
    감동적인 글입니다.
    게다가, 읽는 이의 가슴으로부터 뭔가 불끈불끈 솟아오르게 하는군요.
    저도 언젠가는 햇병아리님이 지나갔던 곳을 꼭 가보고싶습니다.
    왜 저는 잔거를 탄지 일년이 넘었는데도 허리가 계속 34일까요? ㅠ.ㅠ
    반성하겠습니다.
    그런데, 오페라맨님과 저 중에 엔진 연식이 누가 더 오래 되었을까요? ^^
    그 건 대봐야 알겠지만 오페라맨님의 허벅지 엔진이 더 신형+대형일 듯 합니다. ㅡ.ㅡ;;
  • 무릎 연골 수술을 하셨나 보네요? 저도 3월말에 오른쪽 무릎 수술을 했지요. 왼쪽은 나중에 하자고 했는데, 현재로선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저도 이 겨울을 열심히 운동해서 내년 봄을 기약하고자 합니다. 백두대간은 못 오르더라도 나이 더 먹기 전에 혼자만의 장거리 여행을 해 보고 싶네요. 건강과 즐거움을 동시에 주는 자전거! 참 좋은 친구입니다. 병아리님! 멋진 글 감사합니다. 행복하십시오.
  • ... ... ... ... ... ... 기립박수~
    마지막 문구에 시선이 지날 무렵 눈물이... 극기라는 낱말이 떠오릅니다. 정말 장하시구요. 시작부터 주욱 감동하며 글을 읽어 내려갔습니다. 두 바퀴도 중요하지만 사연이 깃든 바퀴라 더욱 뜻이 더 깊었구요. 내친 김에 함께 일년 휴직하고 세계로 나갈까요? ㅎㅎㅎ 항상 안전 즐라기원합니다.
    명예의 전당 강추!
  •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멋지십니다.
    저랑 비슷한 경험도 많이 하셨네요.(달리기니 테니스니 하는 것)
    지금 저도 오른 발목 부상 중이라 공감이 많이 갑니다.
    저도 혼자 자전거 여행하는것을 좋아합니다.
    혼자 여행하다보면 아쉬운게 자기가 지나온 길속에 가슴속에만
    많은 추억을 남기고 오고 사진을 많이 못 남긴다는 거지요.
    세파에 길이 들어진다는 표현이 있는데요.
    혼자 자전거 여행을 하다보면 세파의 길로 스스로 들어간다고 생각하지요.
    능동적으로 고생길도 자쳐하며 자기의 길,몫으로 치부하고 선택하는 것
    그런 선택의 연속, 높은 언덕을 넘어 곧장갈지 낮은언덕과 평지로해서 돌아갈지
    그런 선택의 기로에서 혼자 여행자라면 전자를 택하게 되죠.
    햇병아리님도 늘 그래셨던 것처럼....
    늘 건강하시고 좋은 후기 계속 올려주세요.
  • 혼자서하는 여행이란 아침에 일어나 거울보고 면도하는 기분이랄까?
    거품속을 헤치고 지나가는 날카로운 면도날 같은...여하튼 조은글 잘읽고 갑니다..
    마음한켠에서는 부러움만이,...... 따님들이 무척이나 귀엽군요
  • 멋있어요!
    정말 부럽네요.
  • 나도 떠나고 싶다...긴글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 아빠 품에 안긴 딸들의 모습이 정말 행복해 보입니다. 감동적인글 잘 읽었습니다.
  • 햇병아리글쓴이
    2004.10.18 08:47 댓글추천 0비추천 0
    며칠만에 들어와 보니... 졸필을 잼있게 읽으셨다니 참 다행이네요. 모든 님들께 감사드리고 행복하시길...
  • 감동적인 글이네요...
    저역시 아직 젊은지라 도전 하고 싶은 마음이 솟아나네요.
    그런 마음을 주신(햇병아리님) 감사합니다....아자아자!!!
용용아빠
2024.06.17 조회 71
treky
2016.05.08 조회 681
Bikeholic
2011.09.23 조회 8118
hkg8548
2011.08.04 조회 7168
M=F/A
2011.06.13 조회 6723
이전 1 2 3 4 5 6 7 8 9 10... 385다음
첨부 (2)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