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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문비나무의 동강 투어 후기

가문비나무2004.10.19 11:04조회 수 1260추천 수 1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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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난스런 안개다. 20년 전 천왕봉에서 맛보았던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안개다. 마음도 무거운데 안개마저 끼다니. 하지만 아침안개는 맑은 날을 예보한다니 오늘 정선 투어는 가을의 정취를 맘껏 느낄 수 있으리라.
   약 50분 정도 걸려 잠실 선착장에 도착했다. 뽀스님 먼저 와계시고, 차 안에서 오늘 투어지역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듣는다.
   지난 유명산 투어에서 처음 뵙고 오늘 두 번째인데, 말씀의 톤이나 인상이 좋다. 흰 양복 입으시고 수염 기르시면 KFC 할아버지다.
   조금 있으니 우현님, 십자수님, 신부님이 오셨다. 우현님과도 두번째다. 시종일관 미소를 머금고 계신다. 무주 대회때도 난 우현님 얼굴에 미소가 없던 때를 보지 못한 것 같다. 부럽다.
   십자수님은 네 번째다. 럭셔리 바이커, 50km이후의 사나이, 굉장히 가정적인 분, 기타등등 만날 때 마다 새로운 분이다. 이번 투어에선 또 어떤 모습을 볼 수 있을까 자못 궁금하다.
   십자수님과 함께 오신, 내가 부러워하는 턱수염 라인을 가지고 계신 분은 신부님이시란다. 난 숫기가 없어서 수인사하고 데면데면…..^^;
   다들 약속시간 칼 같이 지키셨다. 말근육님만 오시면 정시 출발하리라. 저기 오신다. 초록색 캣라이크 헬멧을 번뜩이며 자전거로 샤샤샥 도착하셨다. 이제 출발이다.
   설악산 단풍이 이번 주 최고라고 하더니, 정말 많은 관광 버스가 단풍여행을 간다. 십자수님은 야근하셔서 주무셔야 할 텐데, 계속 대화를 주도하신다. 결국 잠 한숨 안 자고 라이딩에 임했다. 대단한 정신력이라고 할 밖에..^^;
   우현님 덕분에 안흥 찐빵 맛도 보고, 편안하게 광하리 "동트는 농가"에 도착했다. 정선서 합류 하기로 한 박공익 (나는 이분의 실명이 공익 인줄 알았다, 예전에)님이 지정한 집이다. 내겐 이름도 생소한 "쥐눈이 콩"요리 전문점이다. 청국장, 된장국 괜찮다. 근데 나는 밥이 더 맛있다. 쌀이 좋아서 그런가 보다. 뽀스님은 당뇨에 좋다고 콩조림 두 접시 드신다. 이 집은 봄에 오면 더 좋단다. 나물 찬이 많아진다나. 오늘은 씀바귀 무침 하나였는데….
   식당 인심이 후하다. 좋은 곳 알려주신 박공익님께 감사, 또 애써 정선 시장에서 우리 주려고 메밀 전병(?)과 막걸리 두통을 지고 온 것에 대해 감사. 정말 맛있었다.
   이제 오후 1시, 오늘의 투어를 시작한다.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어 뽀스님 예상시간 보다 30분 정도 일찍 진행된다. 근데 바람이 장난 아니다. 싫다. 강원도 바람. 산속으로 들어가면 나아질까, 다들 서둘러 페달링을 한다.
   광하교를 건너며 본격적인 동강 투어가 시작된다. 광하리에서부터 연포까지는 90%가 포장되었다. 차량도 거의 없고, 콘크리트 포장도 울퉁불퉁 하지않아 쏘는 거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아주 좋을 것 같다.
   동강의 물빛은 진한 초록이다. 수심이 깊어보이는 곳은 진하다 못해 검은데, 그건 수묵담채화의 옅은 농담으로 강의 속살을 드러내는 투명한 색조다. 강의 서안은 깎아지른 절벽으로 소나무와 단풍나무, 잡목들이 군데군데 부대껴 자란다. 아직 단풍은 완전하지 않지만 노랗게 물든 잡목 잎새들이 바람에 날려 눈꽃처럼 동강으로 흩뿌린다. 눈이 즐겁다.
그나 저나 뽀스님이 조금 속도 내라고 했더니 우리의 젊은 피, 박공익님과 신부님은 냅다 앞질러 나가신다. 십자수님도 요즘 화장터 업힐 하신다더니 점점 멀어져 가고, 나와 뽀스님, 우현님, 말근육님은 후미가 되버렸다.
   점재 나루 지나 "고성 래프팅" 까지는 큰 힘들이는 업힐 없이, 평탄한 로드 이동이 계속되고, 래프팅 관련 업체를 지나면서 짧은 업힐이 나타난다. 업힐의 2/3 지점에서 잠시 쉬었는데, 여기서는 소동(소골)으로 휘돌아 나가는 동강의 풍광이 미려한 곳이다.
   고갯마루 지나 다운이다. 예미로 나가는 아스팔트길로 진행하다 병산 쪽으로 우회전한다. 다시 시멘트 포장길. 약간의 업힐이다. 원덕천을 거쳐 소사에서 연포로 강을 건널 예정이다. 신부님은 업힐이 정말 좋으신가 보다. 오르막만 나타나면 힘차게 올라가신다. 어떻게 훈련하면 저리될꼬.
   원덕천 마을 내려가기 전 정상에서 찹쌀떡 먹고, 신부님 GPS 구경했다. GPS, 97년인가,98년에는 수신기도 크고, 오차도 크고, 가격도 비쌌는데…. 신부님 것은 컴팩트하고, 위성도 많이 잡히고, 고도계도 되고, 지도도 나온다. 아주 다양한 기능을 가졌다. 부럽다….^^;;
   원덕천에서 소사마을로 가는 길은 벌떡 일어 서 있다. 십자수님 표현으로는 "빨딱 섰다"구 한다. 여기서도 신부님은 타의 추적을 불허하신다. 선두의 양보는 없다. 쭉쭉 올라가신다. 하나님이 총애하시는 게 분명하다. 신부님이랑 친하게 지내야지.^^
   박공익님도 대단하다. 평페달로 신부님의 뒤를 좇는다. 클릿페달로 바꾸면……. 생각하기 싫다. 강원도의 힘을 확실히 보여줄 것 같다. 박공익님 나랑 투어할 땐 항상 평페달 씁시다!
   소사나루는 더 이상 배가 없을 것 같다. 시멘트 다리를 건너 연포 마을로 갔다. 김봉두 선생이 서울로 돌아갈 방법을 쥐어짜던 오지 분교가 여기다. 영화에서는 오지분교로 부임하던 날 비포장 도로를 달리다 경운긴가 트랙터하고 만나던 장면이 있는데, 그건 여기서 찍은 거 아니다. 그런 길 못 봤다. 있었으면 재밌는 라이딩 코스였을걸?
   촬영지로 뜨면 온갖 잡상들이 난립을 하는데 여기는 그런 건 없다. 앞으로도 없었으면 좋겠다.
   가정 나루를 지나 칠족령 아래 도달했다. 오다가 뽀스님의 추억이 깃든 폐가도 보고. 그 추억은 이번 투어에 참여하신 분들은 다 안다.^^.
   우리가 묵을 곳으로 가기 위해선, 아니 전진하기 위해선 칠족령을 넘어가야 한다. 근데 길이 안 보인다. 말이 필요없다.
   그러나 칠족령 능선에서 바라본 동강의 풍광은 너무 아름다웠다. 힘들게 올라 온 보상이다. 도대체 이 산골 구석에 뭐 풍부한 물자가 있다고 청동기 시대부터 사람들이 살아 온 것일까. 수마로 스러지고 또 스러져도 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도록 하는 그 무엇은, 아마도 칠족령 정상에서 느껴지는 이 곳의 은밀함, 너무 은밀해서 포근함으로 느껴지는 서정일 것이다. 설혹 그게 아니라 강이 주는 물산의 풍부함, 강의 퇴적 현상으로 인한 옥토의 형성이 원인이라고 누군가 내게 얘기해준대도,나는 그렇게 믿고싶다. 나는 자꾸 이곳이 모태의 자궁 속에 편안하게 있는 태아의 모습으로 오버랩 된다.
   해가 깜박 넘어가 버렸다. 서둘러 하산하여 산에서 헤매는 불상사는 다행히 발생되지 않았다.
   두룬산방이 우리 숙소다. 뽀스님의 살뜰한 준비가 우리의 입과 코와 눈을 즐겁게 해준다. 신부님이 중간에 귀환하시어 아쉽지만, 신부님께서 구워주신 삼겹살은 정말 맛났다. 업힐만 잘하시는 게 아니다. 고기도 잘 구우신다. 신부님이랑 정말 친하게 지내야겠다.^^;
   말근육 님은 술을 좋아하신다. 말근육님과 술집에서 만나면 멀리 앉아야 겠다. 말근육 님도 날 보구 똑 같은 생각을 했을까? ^^;
   술을 많이 마셨다. 공기가 좋으니 술도 많이 들어간다. 술 많이 먹으면 안되는데 하면서도 술잔은 계속 말근육님과 박공익님을 붙잡고 놓아주질 않는다. 폐를 끼친 것 같다. 십자수님, 우현님 들어가 주무시고, 우리도 들어가서 잤다. 근데 난 어떻게 잠자리로 내려갔는지 생각이 안 난다. 이런 결국 사고 쳤다…….뽀스님, 말근육님, 박공익님께 죄송스럽다.
   오늘 라이딩의 총 거리는 약 41km, 평속 14.3km, 순라이딩 시간은 2시간 50분, 도착시간은 18시 30분이다. 참 많이도 탔다.
   뽀스님의 기상 소리에 아침잠을 털고 이틀째 투어 준비에 나선다. 오늘은 진탄 나루를 건너 문애리를 거쳐 절운재를 넘고, 어라연으로 간다. 뽀스님은 광하에 주차해 둔 차량을 가지러 가시기로 하고, 남은 우리는 지도만 보고 어라연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진탄 나루엔 팬션이 들어서면서 나루 모습이 사라졌다. 대신 마하 본동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섶다리가 운치있다. 잠시 헤매다 도강하는 길을 찾고, 무릎까지 차는 폭 5m 지천을 건넌다. 십자수님 용감하게 자전거를 타고 앞장서신다. 엑, 중간에 스톱. 길가던 관광객 3분이 신기하게 쳐다본다. 나머지 분들은 신발 벗고, 양말 벗고 건넌다. 십자수님 무지 축축하겠다. 우리는 뽀송 뽀송, 헤헤.
   강은 건넜는데 길이 안보인다. 수해로 쓸려갔단다. 이런 낭패가. 강의 한쪽 만이라도 길이 남아 있다면 다시 도강 해서라도 진행할텐데, 양안 모두 길이 사라졌으니, 숙소에서 뽀스님을 기다리던지, 다른 방향을 찾아야 한다. 결국 우리 사전에 go back은 없다며 미탄 방향으로 로드 이동키로 한다. 온로드 이동 중 뽀스님 합류하시고, 어라연 투어는 시간의 제약으로 포기하고 비행기재 임도를 타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왜 비행기재일까.
   어제까지만 해도 어반 잔차로 후미를 지키시던 우현님이 뽀스님의 하드테일로 바꿔 타시고는 유감없이 실력 발휘하신다. 얼마나 힘드셨을꼬.
   비행기재 임도는 대략 오르막 6km, 내리막 6km 정도 될 것 같다. 경사도는 높지 않은데 도로 유실방지를 위해 뿌려놓은 돌들이 많아 하드텔은 속도가 안 난다. 그 길을 박공익님과 십자수님은 쌩쌩 잘도 달린다. 십자수님은 이제 몸 풀렸다. 신기하다. 남들 지쳐갈 때 오히려 힘이 솟다니. 정말 50km 이후의 사나이다. 참 비행기재 정상 500m 전엔 십자수님이 흔적을 뿌려 놓았다. 다음 가시는 분들은 확인하시라.
   정상 가까이부터 분뇨냄새가 심해서 동쪽 계곡 밑에 축사가 즐비한 줄 알았다. 이게 더덕 냄새일 줄이야. 우현님의 가르침으로 좋은 걸 알았다. 근데 잎사구가 어찌 생긴 줄 알아야 캐먹지. 우현님도 거기 까지는 모르신단다. 아깝다. 더덕이 지천으로 깔린 모양인데. 입맛만 다시다 뽀스님이 기다리시는 광하로 다운이다.
   투어 끝. 다시 동트는 농가쯤에서 박공익님과 헤어지고 서울로 향한다. 같이 점심했으면 좋은데, 단풍 관광객들로 귀경이 늦어질까 다음을 기약한다. 박공익님!  얼마 남지 않은 군생활 잘 마치시고, 좋은 곳에 취직 되시길 바래요.
   귀경의 백미는 점심식사였다. 말근육님이 매운탕 얘기 안 꺼내셨으면 맛보지 못했을 송어회, 송어튀김, 송어매운탕. 소주 반주를 곁들인 점심식사에 박공익님이 빠져 아쉽고, 뽀스님이 치통으로 많이 못드신게 안타깝다. 덕분에 우리가 많이 먹긴 했지만서두. 호호호.
   뽀스님 덕분에 좋은 투어를 했다. 많은 분들이 참석 못하셔서 아쉽기도 하고, 이 좋은 풍광을 가족들과 함께 못해서 미안하기도 하다. 연로하신 뽀스님과 우현님께 운전을 맡겨 죄송스러웠던 마음에 감사하다는 말씀을 지면에 대신하면서 후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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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죽이는 후기 다만아쉽다면 가슴까지차는 물하고 판자하나놓인 외나무다리하고 깍아지는절벽~!! 흐흐흐흐
    이제 9일남았습니다~~ 취직이 빨리돼어야할터인디~ 그래야 클릿사서 신부님을 따라잡는그날이와야할터인디요~~
    저도 모처럼 즐겁고 행복한하루였습니다~~ 그러구 술마니안드셨고요 사고안치셨어요~ 다만 피곤하셨는지 코를약간~~
    시끄러울정도는아니였구요~~ 히히히 다음에 서울가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소주사주셔요~^^
  • 2004.10.19 15:39 댓글추천 0비추천 0
    기억에 남을만한 멋진 투어를 하고오신것 같습니다.. 강원도 산새가 눈앞에 펼쳐지는것 같습니다....
    체력이 좋은 가문비나무님꼐서 뒤에서 쫒아갈 정도면 다른분들꼐서는... 상상이 갑니다...
    저도 슬슬 운동시작해야겠네요..^^ 연락주십시요...
  • 음~~ 글을 읽어 내려가는데.. 전 사실을 열거 했고 가문비님은 역시 그 사실에 감정까지 담아 냈군요... 난 언제나 이렇게 예쁜 글을 써 보나... ㅎㅎㅎ 그리고 좀 과대포장 된 것은 나중엔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뭐 50 이후의 어쩌구.. 대단한 정신력 어쩌구... 내용물은 별론데 포장지만 좋으면 뭐합니까? 딱 잘라 말해서 가문비님은 무주때의 그 분이 아닙니다. 어느 누구와 겨루어도 비등비등 할겁니다. 전 당연 뒤쳐질거구요.. 역시 오르막질은 어느정도 다리 굵기가 있어야 합니다. ㅎㅎㅎ 신부님은 타고 난듯 하구요. 건방져 보이겠지만 가문비나무님 정말 업되셨어요.. ㅎㅎㅎ 나중에 쏘기 내기 하자고 제안 하면 그때부턴 가문비님 안볼랍니다.. 헤헤~~
  • 후기 잘 읽었습니다. 아직도 삼겹살하고 송어회가 그립네요.
    다들 잘타셔서 따라다니느라 힘들었습니다. 열심히타서 가문비나무님의 허벅지처럼 되야 할텐데...
    글구 도강할때의 물깊이는 무릎이아니라 허리정도로 기억되는데....ㅎㅎㅎ
    뽀스님 치통은 좋아지셨나 모르겟네요. 덕분에 송어회 실컷먹긴했는데 죄송스러워서..
  • 불청객이 끼어서 불편해 하시지는 않으셨는지... 함께 했던 분들 덕분에 좋은 여행이 되었습니다. 다음에 불러 주시면 기쁜 마음으로 함께 하겠습니다. 글도 잘 읽었습니다. 내일 저녁에 십자수님과 식사 하기로 했는데 시간 되시면 오세요.
  • 이토록 좋은 후기가 나올 수 있을 정도로 라이딩 장소가 마음에 드셨다니...저도 기쁩니다. 또한 함께 해 주신 덕에 저도 그 때의 느낌을 잠시 나마 간직 할 수 있었습니다.
    치통은 아직도 계속되고 있습니다만, 어지간한 음식은 먹을 수 있습니다.
    함께 했던 분들끼리 저녁 자리라도 한 번 만들어 볼 생각도 있습니다만, 의향이 어떠 하실런지....
  • 저도 참여하고 싶은 마음 간절했지만 주일이 껴서... 역시 예상데로 좋은 번개였군요. 저물어가는 가을 이런 번개 참여 한 번 하는 것이 제 소망있었는데... 후기를 읽어내려가는 동안 동강에 폭 빠져들었습니다. 좋은 번장님, 좋은 곳, 좋은 글 부럽기만 하군요. 즐라하세요.
용용아빠
2024.06.17 조회 71
treky
2016.05.08 조회 681
Bikeholic
2011.09.23 조회 8118
hkg8548
2011.08.04 조회 7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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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3 조회 6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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