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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280 랠리 와일드바이크 팀 후기

정병호2005.06.28 13:46조회 수 1614추천 수 1댓글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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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 280 랠리

지원 : 홀릭, 뽀스, 십자수, bycaad
랠리 : 깜장 고무신, 샘고을 (하프), mtbiker, 날리, siege3ct, 박공익, 한별, , 그리운 벗, 나 (고무신님, 샘고을님은 형제다)

왈바의 목표는 일요일 12시까지 전원 완주!


올해 280 랠리 참가자가 151명.
작년, 재작년과 비슷하다.
그래, 전국의 자전거 타는 사람들중 제정신 아닌 사람들이 150명이면 충분하다.
ㅋㅋㅋ


이번 겨울은 거의 눈이 오지 않았다.
그러다 2월 막판부터 3월말까지 계속 상당한 눈이 왔다.
즉, 난 3월말까지 자전거 못탔다는 이야기다.
처음으로 탄게 3월 16일이고, 그 뒤로도 눈이 왔다 안왔다 해서 1주일에 한번 겨우 탔다.
그렇다고 4월부터 많이 탔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올핸 많이 타야 1주일에 두번, 가끔은 산에 메고 올라가기 하느라 실제 탄 거리도 얼마 안된다.
올 들어 한 600km 정도 탔나.
그나마 얼마를 타든 한번 타면 이상하게 회복이 안된다.

올해도 어김없이 5월에 280 랠리 공지가 떴다.
대강 예상은 했지만, 작년 코스에서 단임골빼고 나머지는 똑같다.
생각만해도 기냥 지겨워지네.
난 전구간 중 장전삼거리 - 마항치 - 대궐터쪽 임도와 벽파령 넘는 2km 제외하면 다 가봤고, 구간별 거리와 지형에 대한 자료가 다 있다.
그래서, 진행에 도움이 될까 해서 독수리님께 연락해 정리해둔 자료를 보냈다.
내 기록으로는 전체 255km 인데, 속도계가 부정확해서 270 km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다 독수리님한테 쪽지가 왔다.
숙암분교를 빌려야 하는데, 다리를 좀 놔줄 수 있냐는거다.
하지만 난 횡성이기 땜에 좀 어렵고, 대신 북평에 사는 박공익님이 할 수 있을거라 하고 연락한다.
결국 원래 대여료 20만원을 자전거 4대로 대신한다.
근데, 숙암분교 전교생 5명이다.....
암튼, 박공익님의 중재로 장소 대여문제는 깔끔하게 마무리.

이번 랠리는 6월 마지막주다.
난 매달 마지막주에 날씨가 맑으면 움직일 수 없다.
랠리에 갈 수 있는 조건은 단 한가지, 흐리거나 비오는 것.
즉.
내가 간다는건, 재수없으면 비 왕창 맞거나 재수 좋으면 구름 낀 날 아래 햇빛 한번 안보고 타는거고, 내가 안가면 그냥 땡볕에 타는거다.
근데, 이번 랠리는 그동안 왈바의 궃은 일을 도맡아 해온 트레키님이 미국으로 튀는 바람에 책임지고 맡을 사람이 없었다.
홀릭님한테 쪽지가 왔다.
"총지휘 좀 해주셔~"
"난 강원도에 사는데 어케 지휘를 혀요?"
"온라인이 뭐 사는데 상관 있남요"

결국 난데없는 대장 노릇하게 됐다.
대장하면 말 많아지는데 거참.
그래서 랠리 게시판엔 구간 정보랑 개인준비물, 지원조 준비물 등 확인할거 확인하고, 자유게시판엔 랠리 갈 사람 모으는 글도 올리고.. 아마 1년치 글 다 쓴거 같다.
쪽지는 2년치를 며칠 사이에 다 받았나 보다.
나중에 알고보니 십자수님은 랠리 게시판이 따로 있는지 몰랐단다.
어쩐지 자유게시판에만 쓰더라니까.
6월 20일이 접수마감인데, 20일 오전까지도 작년 랠리조에서 6명이 다시 오는거 빼면 지원조 포함 새로운 참가자가 없다.
어... 이러다간 호흡곤란이나 남부군보다 왈바 본대가 더 작아지겠네...
하지만 마지막날에 3명이 추가돼 결국 우린 완주 8명, 하프 1명 총 9명의 랠리조가 만들어진다.
거의 급조된 팀이네 그랴.
샘고을님과 통화, 고무신님 동생이란다.
날리님과 전화 통화, 얼마전에 속초 갔다 왔단다.
siege 님, 개인정보의 전화가 틀려 접수 직전까지 행방 불명.
참 곡절 많다...

왈바 특성상 끈끈한 조직력이나 서로 페이스가 맞거나 하기가 어렵긴 하지만, 랠리 당일까지도 호흡 맞는 조를 짜기 어렵다는건 항상 있어온 문제인 듯 싶다.
당장 나부터도 1년에 한번 얼굴보는거 아닌가.
전반적인 준비 상황이 꼼꼼해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다.
어라? 이거 내가 랠리조 중 최연장자 되는거 아녀?
갑자기 세월의 흐름이 팍 와닿아버리네.
그러나, 다행히도 고무신님 형제가 날 구원해준다.
휴~

근데 생각해보니 날짜가 6월 25~26일다.
이건 정말 "이런 줸좡 + 제기랄 + 염병" 이다.
왜냐면.
그날 브루크너 5번 국내초연이 있기 때문이다.
아, 정말 더럽게 안도와주네.
랠리에 마지막주에 브루크너 5번까지 겹쳤으니, 날이 흐려도 랠리냐 아니냐 또 선택을 해야한다는거 아닌가.
정말 정말 "이런 젠장!!!" 이다.

뭐 어쨌든 랠리 간다는 전제하에 나름대로 몸을 좀 만들어야 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냥 계속 놀았다.
결국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2주 남겨놓고부터는 동네 한바퀴 열심히 달리기로 떼워본다.
임도란게 몇번 타보면 지겹기만 하고, 어딜 가나 똑같기 때문에 올해들어 임도는 딱 한번 14km 짜리 솟때봉 임도만 타봤다.
그것도 지겨워 죽는줄 알았다.
그래도 랠리 가려면 임도 타는데 다리가 익숙해져야 하기때문에 1주일은 도로를 열심히 달리고, 1주일은 임도 좀 달려준다는 계획을 세웠다.
거기다 22일엔 모릿재 - 장전삼거리 능선 종주도 계획돼있다.
6월 14~18일은 30km 정도로, 3km 쯤의 완만한 오르막이 있는 길을 끼어서 죽어라고 달렸다.
내가 죽어라고 달리면 평속 20 나온다. ㅋㅋㅋ

그리고 20일엔 임도 두 구간을 달려봤다.
근데, 생각보다 길 상태가 나쁘다.
워낙 가물고 비가 오지 않아서, 노면이 상당히 말라 푸석푸석 한거다.
이건 의외의 변수다.
조금씩 조금씩 다리힘을 갉아먹을 수 있는거기 때문이다.
글고 결정적으로, 안타던 임도를 두 구간이 탔더니 다리가 흐늘흐늘하다.
아... 걱정되네...

22일, 능선 종주 가는 날.
레인님이랑 같이 모릿재에서 능선으로 진입한다.
백석산과 잠두산 올라가는 일부 오르막을 빼면 죽이는 능선길이었다.
하지만, 하산은 모릿재 원점회귀 때문에 임도를 탔다.
거기다 내려온 위치가 예상지점이 아니라 30km 나 탔다.
세상에나....
모릿재 - 장전삼거리가 45km 가량 되니까 2/3를 탄거다.
지겨운건 둘째 치고, 바로 4일뒤에 또 여길, 그거도 역방향으로 올 걸 생각하니 앞이 캄캄하다.
길고 긴 내리막에서 레인님이 한마디 던진다.
"좋으시겠어요"
"뭘요?"
"며칠 뒤 이길을 다시 올라오게 돼서"
"흐흐흐..."

랠리 며칠 남기고 왈바는 벼락치기 준비가 시작된다.
홀릭님이 늦게서야 준비 상황을 챙길 수 있게 돼서, 장보기부터 지원물품 파악 등등 후다닥 정신이 없다.
근데.
브레이크 패드 여분을 산다고 하는데, 카트리지 타입인지 아닌지를 말해주란다.
어... 그게 뭐냐.... 처음 들어보는 소린데... 브레이크에 카트리지가 있었나...???
랠리가 끝나고서야 패드에 꽂힌 클립같은게 패드 교체할때 쓰는 것이고, 패드에 달린 나사부분이 카트리지란걸 알았다.
내가 그런걸 어케 아냐고~~!! 뭐 주위에 구경할 자전거가 있어야 말이지.
그래서 나만 카트리지 있는 패드를 샀다는데, 숙암와서 보니까 20,000원씩이다.
디게 미안하네... 쿄쿄쿄~
처음 들어보는 제품인데 쿨스탑이고 xtr 보다 좋은거란다.
나도 철티비 패드 좀 벗어나는구나~

랠리 며칠전에 왈바팀의 진행 계획을 알린다.
1. 우린 팀 라이딩 무시하고 각자 맘대로 탄다.
2. 위치 파악에 신중하고, 앞사람과 바퀴자국만 따라가지 말라.
3. 충분히 먹고 마시라.
4. 임도를 보며 찢긴 산하를 반성하라.

그리고 구간별 설명, 하마터면 장전삼거리와 하안미리 삼거리 부분의 설명이 틀린걸 모르고 갈 뻔했다.
목요일밤에서야 지도를 확인하다가 설명이 틀린걸 알고 수정한다.
다 와서 엉뚱한데로 갈 뻔했다.
역시 지도를 잘 째려봐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목표.
"일요일 낮 12시까지 전원 완주에, 12시 넘기거나 완주못하면 왈바에서 제명입니다!!!"
흐흐흐...

다들 없거나 부족한거 서로 확보해주며 그런대로 준비가 마무리 되간다.
난 고글 없는데, 고맙게도 그리운 벗님이 고글을 빌려주기로 했다.
충전지도 서로 다 확인했고, 난 작년의 고행을 되풀이 하지 않으려고 타이어 하나를 갖고 간다.
홀릭님은 왈바 팀차에 캐리어 8대를 설치한다.
그리고 막판에 십자수님이랑 bycaad 님이 지원조에 합류한다.
다행이다.
팀차로만 가기엔 부족했는데, 십자수님이 손가락 부상때문에 못가는게 너무 아쉬웠나 보다.

20일.
임도 두 구간 타고 왔는데, 앞바퀴가 덜렁거린다.
수요일에 레인님이 보더니 허브가 풀려서 그런거란다.
난 또 베어링 깨져서 랠리 못가는줄 알았네.

22일, 비가 온다는 예보는 어디가고 하루종일 거의 맑다.
걱정이다.
계곡에 물이 없다...

23일 밤.
토요일 구름많음, 일요일 차차 흐려 비였던 예보가 바뀐다.
토요일 구름 조금, 일요일 차차 흐려 비.
아.... 거의 죽으라는 소리구나...

나름대로 자전거 정비한다.
올핸 내려가는걸 좀 더 잘해보려고 2.1, 2.35로 끼웠다.
2.35 끼우면 타이어가 프레임을 긁기 때문에 잘 맞춰 긁지 않도록도 하고.
뒷기어가 말을 잘 안들어서, 기어를 한단만 올리면 안올라오고 두단 올리고 다시 한단 내려야 하는데, 잘 안되길래 그냥 가기로 한다.
또, 지난 수요일엔 가리왕산에서 오른쪽 페달이 깨졌는데, 살데가 없으니 그냥 아무 나사로나 조여 놓고.
암튼, 정비하긴 한거다.

24일.
낮에 좀 자고, 저녁 먹고 좀 더 잔다.
홀릭님한테 문막 통과하면 전화하라고 했다.
그럼 전화받고 간단히 뭐 좀 먹고 출발할 수 있다.
근데 새말와서 전화했다.
으....
후다닥 뛰어 나간다.
그래도 1년만에 보는 얼굴들, 반갑다.


6월 25일
02:00 숙암 도착.
어찌된 일인지 다들 조용하고, 차는 있는데 사람이 안보인다.
독수리님의 랠리 공지사항에 조용히 하라는걸 특히 강조했는데, 다들 너무 잘 지키고 있다.
바로 옆에 남부군이 있어서 바이킹님이랑 왕창님이랑 인사도 하고.
한숨 자기도 애매하고 해서, 조용 조용 간단히 뭐 좀 먹고 자전거도 살펴본다.
라면을 끓이는데, 분명 봉지는 신라면인데 끓고 있는건 칼국수다... 새로운 제품인가보다. ㅋ
근데, 그제는 프레임을 긁지 않던 뒷타이어가 다시 긁어대기 시작한다.
우이씨...
안그래도 브레이크 암 한쪽이 부러져 패드가 림을 스치는데...

03:00 준비 시작
진행 요원들이 자고있던 참가자들을 깨우며 본격적인 랠리 준비 시작이다.
브레이크 패드 받고, 타이어 압 확인하고, 각자 준비물 점검과 충전지 상태 등...
근데 웬일로 날 찾는 사람들이 있다.
나야 뭐, 이 산속에서 맨날 혼자만 타니까 누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인터넷이란게 참 놀라운거란걸 새삼 느낀다.
사이렌님도 찾아왔다.
지리산님, 작년에 계속 같이 내려왔다는데... 치매가 벌써 오나 보다.
대경 왈바와 지원을 같이 움직이면 좋겠다고 하셔서 그러기로 한다.
참길님도 작년에 봤다며 인사 하고... 헤헤... 또 치매.
남부군의 뮤즈님도 보고, 그외 그냥 물어보고 가는 분들도 꽤 있다.
신기하네~

03:30 팀장 모임
간단한 주의 사항이 나온다.
특히 올해 재미있는건, 완주자의 번호는 결번으로 한고 내년에 다시 나오면 똑같은 번호로 나올 수 있다는 거다.
지도는... 자세히 보니 좀 문제가 있다.
아마 작년의 전원 코스이탈때문이긴 하겠지만, 너무 설명이 많은 대신 지도상의 지명이나 갈림길의 정확한 위치, 등고선은 잘 파악이 안된다.
지도를 보고서는 얼른 알아보기가 어렵고, 특히나 가장 문제가 되는 구간인 유포리 하산길에서 유천분교와 유포분교가 아예 안나와있다.
그렇다고 설명이 정확한 것도 아니라, 유천분교가 건물은 없이 터만 남은 곳이란 말도 없다.
모릿재 - 장전삼거리 구간의 막동삼거리도 지도상의 설명을 첨부하며 초입이 잘 보이지 않아 혼동할 우려도 있다.
작년까진 컬러복사로 축소되지 않은 도로지도였는데, 올핸 아마 국립지리원 지도를 그대로 인쇄한 것 같다.


03:55 왈바 랠리조 모임
주의 사항 전달과 진행 방식을 확인하고 무사고 운행을 당부한다.
내가 처음 계획한건 이렇다.

            선두      후미
마항치      08:00     08:30       아침 먹고 출발
평창        12:00     13:00       점심 먹고 출발
문재        15:00     16:30
소새목      16:30     17:00       저녁 먹고 출발
던지골      21:00     23:00       이후 진행 여부는 개인 판단

            04:00 출발
숙암        12:00     14:00

순전히 계획이지만, 선두와 후미가 이렇게 늘어지면 힘든건 지원조다.
그래서, 각자의 능력에 맡기지만 너무 떨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하고 거의 끝순서로 출발한다.

04:05 출발
벌써 다른팀들은 다 출발해버렸다.
옅은 구름이 있어서인지 아직 어두컴컴하다.
출발후 임도입구까지 600m 정도는 완만한 내리막.
뒷바퀴에서 뭔가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임도 진입, 진입하자마자 뒷기어에서 체인이탈.
출발부터 더럽네 그랴...
얼른 1단에 올려놓고 올라간다.
이상한 소리는 육각렌치가 타이어에 걸리는 소리였다.
아차, 체인오일... 허브에서는 서걱서걱 소리도 난다.
언제 안그랬나, 그래도 옆에 같이 가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좀 신경 쓰인다.

길은.. 작년엔 경사가 좀 있는 길이라 생각했는데, 이번엔 웬지 수월하다.
단임골을 탔던 다리와 그냥 출발한 다리와의 차이일까.

출발 후 16분, 뒤에 따라오던 siege 님이 갑자기 부른다.
이런, 체인이 끊어졌다.
체인공구는 있는데, 보기만 했지 하는건 처음이다.
아직도 좀 컴컴해 잘 보이지 않는데, 좀 버벅거리다 자세히 보니 끊어진 체인이 아예 틀어져버렸다.
어쩔 수 없이 두칸을 떼네고 다시 연결하는데 괜히 힘주다가 이번엔 체인이 갈렸다.
또 두칸을 떼야하는데... 그럴경우 타는데 어떤 지장이 있는지 알 수가 없고, 아직 출발한지 얼마 안됐으니까 일단 숙암으로 가서 제대로 수리하고 다시 올라올 것을 권한다.
출발부터 이러면 안되는데...

한 6,7분 지난 것 같아 조금 더 빨리 올라간다.
조금 가니 호흡곤란의 양아님이 막내를 기다린다며 앉아있다.
하지만 이후 통나무집까지는 아무도 못봤다.
늦게 출발하기도 했고, 체인때문에 지체하긴 했지만 이렇게도 뒤쳐진걸까.

서서히 날이 밝아지는데, 하늘엔 옅은 구름이 끼어있다.
계속 이랬으면...
생각보다 수월하게 통나무집에 도착한 후, 우리의 1차 모임장소인 1,030m 이정표까지 더 간다.
내가 출발할때 분명이 1,030m 이정표라고 했는데, 왜 박공익님은 통나무집 앞에 있냐고~!
근데, 이정표 앞엔 한별님이랑 날리님만 있다.
날리님은 15분쯤 기다렸다는데, 그럼 벌써 다 간건가?
돌아보니 1,030m 이정표가 수풀에 가려 잘 안보이긴 한다.
이걸 못보고 지나갔으면 가다가 계속 찾을텐데.
아니 그럼, mtbiker 님이 그리 빨리 올라왔다고??!!
마구 헷갈리려고 한다.

05:38 1,030m 도착    1:17:34   6.3    8.29   바로 출발

08:10  마항치 도착   3:40:33  10.3   38.03   아침먹고 08:35 출발

마항치 가는길은 여전히 지겹다.
일단 내가 좀 떨어진 것 같아 좀 빨리 가려고 해본다.
내려갈때 시간을 줄이려고 타이어를 바꾼거니까 나름대로 과감하게 가본다.
하지만 중력을 이용한 박공익님은 금방 보이지도 않게 가버린다.
물은... 예상대로 거의 없다.
너무한다.
그래도 6월말인데, 가장 최근 비온게 10일전 아닌가...

작년에 숙암 - 마항치는 4시간 20분 걸렸었다.
통나무집 이후는 기어를 1-2 로만 하고, 딱 한번 2-2,3으로 올렸었다.
그래도 천천히 가긴 해도 쉬지 않고 가서, 중간에 거의 다 추월하고 꽤 앞서서 마항치에 도착한 편이었는데 올핸 택도 없다.
가끔씩 한두명이 보일 뿐이고, 마항치에 도착하니 몇명 없다.
이럴 수가 있나...
혹시 통나무집에서 오른쪽으로 올라간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왈바는 날리님과 siege 님이 있고, 박공익님과 한별님은 한참 전부터 뒤에 쳐져있다.
나는 얼마나 뒤쳐진걸까.
siege 님은 숙암 내려가서 체인을 결국 다른 자전거에서 떼서 바꾸고 올라왔단다.

나중에 들으니 깜장고무신님이 마항치를 07:20 엔가 통과했단다.
세상에나...

날리, siege 님과 같이 출발.


09:58  기러기재 통과   4:57:00  10.8  53.92

마항치에서 벽파령가는 길은 작년의 사건때문에 운명의 삼거리니 비운의 삼거리니 하는 이름으로 불리기도 한다.
마항치 출발후 9km 에 삼거리가 나온다.
왼쪽은 가리왕산 휴양임 가는길, 우린 오른쪽이다.
1km 진행하면 또 삼거리다.
바로 여기가 그 삼거리다.
올해야 뭐 망설임 없이 오른쪽으로 간다.
작년엔 전원 다 왼쪽이었다.
좀 경사가 있는 길로 한 1km 가니 철탑이 있는 벽파령 정상, 이렇게 넘으니 참 얼척이 없기도 하다.
또 1km 가면 하안미리 삼거리, 우린 왼쪽이다.
어... 차 한대가 올라온다.
부상자가 있다는 것 같다.
조심해야지...

이번엔 여자참가자들이 꽤 늘었는데, 마항치 전후부터 가끔씩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간다.
대단한 사람들이다.

마항치까지는 열기를 거의 느낄 수 없던 태양이 서서히 힘을 내기 시작한다.
오르막에서 땀이 죽죽 흘러 내리고, 바람없는 구간은 땅에서 열기가 훅훅 불어온다.

기러기재를 지나면 3km 정도 올라가고 이후 평창까지 내리막이다.
문제는.
임도인데도 경사가 너무 얕아 페달을 밟아야 내려간다는 거다.
정말 짜증스럽다... 하지만 역시나 중력의 법칙을 이용하는 다른 사람들은 그냥도 잘만 내려간다.
꽤 내려가다 보니 날리님과 siege 님이 쉬고 있고 난 계속 진행한다.
작년의 1차 지원점인 조동리의 분교엔 지원차들이 상당히 있는데 지원받는 모습은 안보인다.
그럼, 벌써 지원받고 다 백덕산으로 갔단 말인가...???
진짜 헷갈리네.


11:20  평창 도착   6:13:19  12.2  75.74  점심먹고 11:50 출발

아아니, mtbiker님이랑 고무신님이 한시간전에 출발했다구요!!!
이건 mtbiker 님의 변신이 아니라 배신이다.
여기까지 한시간 차이나면 따라잡는게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계속 더 벌어질텐데, 나중엔 지원지점이 한구간 차이가 날 수도 있다.
아이고...
아직 출발안한건 그리운 벗님.
날리님, siege 님, 박공익님, 한별님은 아직 안왔다.

얼른 먹고 출발하려고 하는데, 십자수님이 자전거 이상한거 얼른 보고 하란다.
아... 그거이... 뒷바퀴가 프레임을 긁는거랑 뒷기어 조절이 잘 안되는거.... 헤헤헤...
결국 거의 구제불능 판정 나왔다.
그래도 체인오일 바르니까 좀 낫다.
BB 에도 체인오일 넣어서 좀 나아졌다.

옆엔 대구/경북 왈바팀이 점심을 먹는데 트라움님께서 날 보고 인사 하신다.
길을 잘 모르시길래 백덕 가는길을 알려주는데, 지리산님이 그냥 같이 가자고 하며 막 준비를 한다.
지리산님은 허리가 너무 안좋아서 대경팀이랑 같이 가기가 어려워 랠리 중단 하려고 했다는데, 내가 천천히 가니까 같이 맞춰가겠다신다.
그래도 나랑 같이 가면 속도가 안맞는데...
그리운 벗님은 먼저 출발했는데 길을 잘못들었나 보다.
후다닥 챙겨 벗님 찾아 갈림길로 가고, 날리님, siege 님, 대경 왈바도 같이 출발.
하지만 가다보니 벗님이 안보여서 그냥 제대로 갔겠지 하고 우리도 계속 간다.
내가 떠날때까지 박공익님과 한별님은 도착하지 않았다.

다수리를 통과해 짜증스런 오르막이 계속된다.
가끔 계곡에서 머리도 담그고 열기를 식혀보지만, 이미 머리위에 있는 태양은 우리에게 빠져나갈 구멍을 주지 않는다.
어차피 끌어야 하는길이니 꾸역꾸역 밀며 가는데 작년에 시작했던 지점을 통과한다.
그래, 여기였지... 기냥 앞이 캄캄하던.

임도로 올라와서야 안장에 오른다.
대경 왈바분들은 오르막이고 내리막이고 거침이 없다.
쑥쑥 올라가고 쌩쌩 내려간다.
나름대로 과감하게 간다고 가는 나는 여전히 내리막에서 맨뒤로 쳐진다.
특히나 트라움님 자전거는 페달이 저절로 돌아가는 것 같다.

아, 여기가 작년에 타이어 찢어진데구나...  생각만해도 끔찍하려고 하네.

근데, 가다보니 트라움님 자전거의 뒷기어쪽 케이블이 끊어졌다고 한다.
어쩐지 타이어 챙기면서 케이블도 챙기고 싶더라.
지리산님이 어떻게 응급조치를 하긴 했는데,  일단 십자수님께 케이블 수리 장비갖고 문재로 오라고 도움 요청한다.
우리 지원장소는 소새목인데, 아직 문재도 14km 정도 남아있어서 소새목까지 가고 말고 할 여유가 없다.
그래도 트라움님, 어디 갔는지 보이지도 않게 앞선다...

15:40 분쯤, 뽀스님과 통화하는데 "고무신님 파이팅" 이라고 한다.
그럼... 지금 고무신님이 소새목을 통과해 청태임도를 들어섰다는 거?
전체 4번째란다....

백덕임도 들어서니 다른 참가자들이 좀 보인다.
왈바도 그리운 벗님, 샘고을님이랑 앞서거니 뒷서거니 한다.
siege 님이 안보여 날리님한테 물어보니, 백덕산 올라오다가 더위에 지친 것 같아보였다고 한다.
걱정된다.

백덕임도는 24km, 맑으면 백덕산 정상의 암릉이 보이면서 지루한 감을 좀 없애주는데 오늘은 여지 없다.
옅은 구름이 살짝 끼어 완전 땡볕은 아니지만, 점점 후끈한 날씨와 연무에 가려 제대로 보이지 않는 주변 능선들.
그냥 땅만 보고 가는게 낫다.
중간 중간 만나는 참가자들한텐 현재위치와 소새목 도착, 유포리을 밝을때 통과해야 한다는걸 계속 강조하며 달린다.

8km 남은 지점에서 그리운 벗님이 갑자기 속이 이상해 호흡이 잘 안된다며 앉아있다.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그런 것 같다며 상당히 힘들어 한다.
무리하지 말고 문재에 지원차가 오니까 천천히 오라고 하고 계속 진행.


16:30 문재 도착  9:25:18  11.5  109.19  트라움님 케이블 수리 후 16:50 출발

문재 도착하니 다른팀의 지원차도 많고 쉬는 사람도 많다.
이제 아주 뒤에 쳐진건 아니구나.
십자수님이 케이블 수리에 들어가는데, 케이블이 없어 박공익님 자전거에서 빼왔다고 한다.
그럼 박공익님은?
조동리 내려오다가 굴러서 부상으로 랠리 중단, 한별님도 체력 저하로 중단했단다.
큰 부상이 아니어야 할텐데.

날리님, 다리가 좀 땡긴다며 힘들어 하는 표정이고, siege 님은 안보인다.
하프 신청한 샘고을님은 한구간 남았는데, 처음이나 지금이나 무표정이다.
출발때까지 벗님과 siege 님이 안와서 십자수님한테 부탁하고 출발.

청태임도를 어둡기전에 끝내려면 소새목을 18시엔 도착하야 한다는 생각에 오르막에서 기어 2-2 로도 달리고 열심히 달린다.
내가 임도 오르막에서 2-2로 달리는건 엄청 무리하는거다.
그래도 오늘은 백덕임도 지나오면서 이정도 몸상태면 좀 더 열심히 달려도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중간 중간 날리님의 다리상태를 물어보며 소새목으로 들어간다.


18:08 소새목 도착  10:37:45  11.6  123.44  저녁먹고 19:00 출발

지난 월요일에 이 구간을 한시간 반 걸렸는데, 오늘은 100km 넘게 달린 다리로도 더 빨리 들어왔다.
특히나 이 구간의 노면이 가장 푸석푸석했었는데, 내가 정말 무리해서 달렸나 보다.
아직 청태임도 들어간 사람은 반 정도라고 한다.
이제 쳐지진 않은 것 같다.
그래도 결국 유포리 구간을 깜깜해진 후에 들어갈 것 같다.
날리님도 바로 뒤에 같이 들어오고, 샘고을님도 도착해 하프 완주를 마친다.
그리운 벗님이랑 siege 님은 문재에서 지원조가 구조했다고 한다.
결국 랠리 중단 결정, 올해도 아쉬운 마무리가 되고 만다..
박공익님은 부상이라더니 멀쩡해보인다.
팔꿈치랑 허벅지에 긁힌 성처가 있다.
근데 왜 그만뒀을까? ^^;

근데 mtbiker 님이 아직 있다.
샥이 터졌다는데, 누구더라.. 암튼 자전거 바꿔타고 계속 가려고 한다.
다들 대단하다.
유포리 길 다시 확인시키고 바로 출발.

저녁은 백숙이다.
이거 뭐, 개인식량 준비한건 마항치 이후 먹을 일이 없다.
잘 먹히진 않지만 계속 밀어넣고 과일 종류로 좀 더 먹는다.

앞에 있던 한분이 인사해온다.
엠티비 사랑의 주목님이라고 하신다.
구간 설명자료가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하는데, 상당히 나이가 있어 보이는 분이다.
근데 지친 기색은 하나도 없다.
나중에 들으니 비박장비까지 20kg 배낭메고 완주했다고 한다.
흐흐흐...

뽀스님은 벌써 고무신님 지원하러 갈 준비다.
여기서부터 선두와 후미가 지원조 한구간 차이가 나려고 한다.

날리님한테 진행 여부를 묻는데 거의 강요하는 분위기인 것 같다. ^^;

충전지 확인하고 대경 왈바와 함께 청태임도로 접어든다.
이 구간은 중간에 7km 오르막이 있간 하지만, 용마봉과 대미산을 거쳐가며 거대한 자연으로 안기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연무낀 하늘과 점점 빛을 잃어가는 태양은 그런 모습조차도 허락을 하지 않는다.
청태산/용마봉 사이 고개를 넘는건 겨우 감을 잡았는데, 청태/대미 고개는 도무지 감이 안온다.
이 정도면 가까워 왔을텐데...
올해 안에 청태-대미-덕수-중대갈봉 능선 종주 계획이 있어서, 대미산쪽 등산로를 확인하려고 했는데 이건 도통 알 수가 없다.

어.. 근데 가다보니 왼쪽 페달에서 덜거덕 소리가 난다.
우이씨... 수요일에 오른쪽 페달 깨져서 대강 조이고 왔는데, 이번엔 왼쪽 페달의 나사 3개가 빠져있다.
정말... 답이 안나오는 자전거구만.
어차피 평페달이니까 테두리 덜렁거리는거 아예 빼고 가려는데, 지리산님이 물통꽂이에 있는 나사를 빼오더니 맞다며 조여주신다.
근데 나사가 티타늄이라 반드시 돌려주란다.
그럼요~

톰님이 좀 쉬어갈까 하시길래 멈추진 말고 그냥 걷자고 하고 천천히 끌며 간다.
걸어가는데... 내리막이 나온다.
이상하네...
대경 왈바분들은 내리막이 시작되니 라이트 켜고 타고 내려가는데, 난 좀 더 걷고 싶다.
좀 있으니 날리님도 지나가고 한동안 혼자 깊은 산속을 느끼며 걷는데... 이상하게 내리막이 계속된다.
난 청태/대미 고개를 넘은 것 같지 않은데... 설마 아무리 어둡고 뿌연 날씨라도 그걸 몰랐을까?
옆에 또 두사람이 지나가는데, 저 밑에 계속 내려가는 불빛이 보인다.
아무래도 이상해서 나도 불을 켜고 내려간다.
그랬더니... 얼척없게 바로 마사토 내리막이 보이고 이미 고개를 한참전에 넘은 것이다.
제정신이 아닌가 보다.

그렇게 패여있던 고개 이후 내리막길은 가물어서 그런지 오히려 매끈해졌다.
꽤 내려갔는데 가끔 나타나는 얕은 오르막에서 날리님이 매우 힘들어하며 쉬고 있다.
가기 어려울 것 같다고 한다...
얼마 안남았으니 일단 임도끝까지는 오라고 하고 계속 진행.

대경분들은 이미 유포리 내려갈 준비들이다.
난 날리님 기다렸다 하산시키고 간다고 했고, 가장 헷갈리는 구간이라 대경분들도 기다리로 한다.

날리님이 도착했는데, 유포리로 내려갈 몸상태가 아니라서 진조리로 내려간 후 면온 인터체인지로 가라고 하고 길을 알려줬다.
그러면 뽀스님이 금방 찾겠지.

자, 이제 이번 랠리의 가장 문제구간인 유포리 하산길이다.
근데, 대경의 김훈님의 라이트에 문제가 생겼다.
어떻게 할까 하다가 모두들 주위를 둘러싸고 같이 내려가는데, 잠시 뒤 아무래도 어렵겠다고 그냥 끌고 걸어내려가겠다고 한다.
이길은... 밤에 불빛없이 내려가기엔 갈림길이 너무 많다.
하지만 다른 분들은 김훈님이 해병대 출신이고 어떻게든 내려올 수 있을거라 믿는다며 그냥 하산하기로 결정이다.
음...

첫번째 갈림길, 오른쪽이다.
두번째 갈림길, 역시 오른쪽이다.
갈림길이 나와도 밭두렁으로 들어가지 말라고 소리치며 나가는데, 길위에 트랙터 자국이 나타나면서 자전거 자국이 잘 안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세번째 갈림길, 오른쪽이었던 것 같은데 트랙터 자국에 헷갈려 그냥 직진한다.
아니, 여기서 오른쪽으로 언덕 하나를 넘어야 할텐데... 이건 밭두렁 길이고 일단 정지다.
길 확인하고 위에서 길 찾았다는 소리를 듣고 올라가니 역시나 오른쪽으로 언덕을 넘어간다.
휴...
유천분교 앞, 다들 직진방향의 다리를 건너가고 있다.
바로 소리쳐서 되돌아오게 하고 분교터를 끼고 좌회전이다.
이제 특별한 갈림길은 없고 그냥 지저분한 길이다.
한참을 내려가서야 금당계곡을 만나 한숨 돌린다.
지리산님, 수박바와 사이다를 사서 돌린다.

중앙진행 요원이 mtbiker 님이 모릿재에서 비박할거라고 전해주라고 했다고 한다.


21:27 유포리 통과   12:57:01  11.1  144.71  쉬고 21:45 출발

여기서 비박하는 팀들도 있고, 기다리는 지원팀들도 꽤 있다.
뒤에 쳐진 한분을 걱정하며 우린 계속 진행이다.
근데 덕개수 다리를 그냥 지나쳐 가려고 한다.
또 불러세워 다리 건너 덕개수 마을로 진입.
이길도 이미 포장공사 진행중이라 지반 공사 다 끝나고 포장만 하면 된다.
그전보다는 나아졌지만, 그래도 계속 오르막이라 중간부터는 끌고 간다.
끌었더니 잠이 오기 시작한다...
마을 통과 후부터는 엉망진창 돌길 오르막이다.
마을까지는 더 좋아졌는데, 이후는 더 나빠졌다.
클릿 신발 신은 분들은 이런길이 참 힘들것 같다.
나야 뭐 등산화니까...

트라움님, 힘들어 하며 걷고 있다.
그나마 길지 않은 길이라 다행이다.
드디어 마지막 대화 하산길.
올라온 길과는 다르게 조금 진행 후 바로 콘크리트 길이다.
위험하지 않은 속도로 차가운 밤공기를 느끼며 내려오는데, 다와서 톰님 펑크가 났다.
뽀스님한테 전화해보니 대화에 있다고 하길래 난 먼저 가기로 하고 내일 보자는 인사를 한다.


12:10 대화 도착  15:08:40  10.9  165.35

으... 대화 도착하자 마자 들은 소리가 mtbiker 님이랑 고무신님이 한시간 전에 모릿재로 출발했다는 거였다.
대장이 안쫓아가고 뭐하냐고 홀릭님이랑 뽀스님이 마구 구박이다.
흐흐흐...
나머지 다른 사람들은 장렬히 전사해 차속에서 자고 있다.
이제야 숙소 찾아갈텐데 같이 찾아다닐 수도 없고 모릿재로 가기엔 너무 늦었고.
근데, 이미 모릿재로 들어간 사람들이 30명 이상 된단다.
지금도 들어가고 있다.
도대체 왜들 이러는겨~

결국, 난 대경 왈바에 묻어 대화에서 자기로 했다.
아... 숙소를 찾는건 내 기준의 완주가 아닌데... ^^;
대경 왈바의 숙소는 놀랍게도 대화 성당이었다.
트라움님이 신부라서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너무 좋은 장소다.
뒤에 쳐진 김훈님도 다행히 진행요원차를 만나 타고 내려왔다.
좀 씻고 즉석 전복죽 하나먹고 1시 20분에 바로 잠든다.


26일
04:20 기상
05:05 출발

걱정했는데 의외로 몸이 멀쩡하다.
무릎도 괜찮고 다리근육도 통증하나 없다.
이게 웬일이냐.

간단히 아침먹고 마지막 구간을 향한다.
중간에 모릿재를 제외하면 숙암까지는 계속 임도다.
지긋지긋하다.
어? weride의 바람소리님이 횡하며 차를 타고 지나간다
던지골 횟집을 지나니 왕창님도 보인다.
남부군도 방금 출발했단다.

던지골 임도의 후반부는 거의 경사없는 내리막과 오르막이다.
난 이런 내리막에서 페달을 밟아야 나간다...

어제 지원조와 헤어졌으니 내 배낭엔 아직도 충전지가 들어있다.
어떻게 갈수록 배낭이 더 무거워진담.

김훈님은 오르막이 안돼서 내리막만 타고 나머지는 끌고서라도 완주하겠다고 따라 나선다.


07:05 모릿재 도착  16:57:31  10.9  185.34  07:30 출발

에이... 12시안에 완주못하면 왈바에서 제명시킨다고 했는데... 나만 제명이구만. ^^;

모릿재엔 아직도 다른 참가자들이 많이 있다.
여기가 마지막 지원 가능 장소다.
간단히 좀 먹고 출발.
대경분들께 왼쪽을 보지 말라는 농담을 던진다.
왜냐면... 왼쪽 산모퉁이를 돌아가는 임도를 보면 끔찍해지기 때문이다.
뭐, 연무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는다.
하늘엔 다행히 구름이 많다.

한참을 달리니 오른쪽에 하얀집이 보인다.
이제 15km 구나, 근데 이제 다리힘이 점점 빠져옴을 느낀다.
하긴, 그럴때도 됐다.

좀 있다 톰님의 펑크로 좀 쉰 후, 이후 한번 더 쉬고는 지리산님을 제외한 대경 왈바분들은 앞서 가셨다.
어찌 그리들 힘이 남아 도시는지.
지리산님도 아마 같이 앞서갈 수 있을텐데 계속 기다리며 같이 가고 있다.
아, 그래도 이미 따라가기엔 지쳤다.
올라갈때도 손목에 통증이 오기 시작한다.
엉덩이는 괴롭고, 사타구니는 쓸렸다.
하도 누르기만 했더니 발가락도 아프다.
가끔 경사있는 곳에선 끌기도 하며 무리하지 않는다.
아직 모릿재엔 12시, 숙암은 2시 반 예상이다.

영암사 등산로 입구를 지난다.
여기가 중간 10km 오르막의 끝인데 지금까지 그렇게 긴 오르막이었는지 별 생각도 안난다.
그냥 지겹다.
이제부터 장전삼거리까지는 내리막이 더 많다.
내리막이 더 많다는건 내가 지리산님보다 점점 뒤쳐진다는 건데, 지리산님은 계속 기다렸다 같이 가신다.

막동삼거리 앞에서 한사람이 지도를 펴고 있고 지리산님도 있다.
막동삼거리라고 말해주고 또 달린다.
저 멀리 왼쪽에 보이는 임도가 계속 오르막이다... 저 길이 장전삼거리에 마항치 가는길인데..
가까워질 듯 가까워질 듯 하는 장전삼거리는 12시 반도 넘어서야 도착했다.
이제 숙암도착은 15시 예상이다.

여기서 마항치 지나 통나무집까지는 처음 가보는길.
근데, 어찌 된게 임도가 계속 오르막이다.
아까 본 길이 맞구만.
3.5km 쯤 가서야 오르막이 끝나고 내리막이다.
왼쪽엔 웬 통나무집들이 있다.
도대체 어떤 놈들이 이런데다 집을 지은거냐.
마항치까지 내려가는 길은 잘못하면 사고날만큼 빨리갈 수 있는 내리막이었다.
그래, 그만큼 올라왔으면 그만큼 내려가게 해줘야지.


13:43  마항치 통과  22:01:08  10.6  233.74

이젠 숙암 예상이 15:30 이다.

자, 지치고 지겹지만 마지막이 다가오니 조금만 참자.
다행히 통나무집 가는 길도 한참을 내려간다.
손이 저려 브레이크가 댕겨지는지 감이 잘 안온다.
6km 쯤 가니 다시 오르내리막이 반복되는데 11km 표석이 보인다.
12km 구간이니까 마지막 남은 1km 에 힘 한번 쓰자고 하고 오르막도 마구 내달렸다.
가다보니 좀 길다, 이상하다.
장구목이골 등산로가 나오는데 이제 10km 지점이다.
그럼 아까 그 표석은 뭐냐.
괜히 힘썼네, 에구구...

웬차가 오는데 김현님이다.
소재파악이 안되는 사람이 있다고 찾으러 가는 길이란다.


14:51 통나무집 통과  22:59:01  10.6  245.74

휴, 드디어 통나무집.
이제 조심해서 가기만 하면 되는 급경사 내리막이다.
지리산님과 안전을 당부하며 마지막 구간을 내달린다.
중간에 저 아래 내려다보이는 임도 끝자락을 좀 바라본다.
완주를 하긴 하는구나...
거의 다 왔는데 대경의 한분이 올라온다.
김훈님이 모릿재 이후 파악이 안돼 한번 천천히 올라가 본다고 한다.
이 구간을 오르막 다 끌며 오면 밤에 도착할텐데...

손목이 시큰거리는 길고 긴 내리막이 다 끝나고 드디어 59번 국도에 들어섰다.


15:26  숙암분교 도착  23:24:38  10.8  253.26

지리산님과 함께 숙암분교 정문에 들어서니 완주 도장을 찍어준다.
이제야 끝났다.

출발부터 한번도 연락을 못한 지원조들이 반가이 맞아준다.
언제 도착할지 알 수도 없이 마냥 기다리기만 한 그들에게 미안하다.
어제 새벽 이후 한번도 못본 고무신님, 전체 7번째로 아침 8시 20분에 들어왔단다.
놀라워서 말이 안나온다.
mtbiker 님도 12시 반쯤 들어왔단다.
작년 그사람 맞는지 의심스럽다.
올해의 일착은 예상을 깨고 제천에서 온 분이었다.
그것도 김교용님보다 2시간이 앞서 새벽 02:30에 들어왔다고 한다.
정말 정말 세상엔 놀라운 사람들이 많다.

2시간 전에 도착한 대경 왈바분들께도 인사하고, 남부군, 위라이드 등 아는 분들과 인사.
끝까지 같이 와주신 지리산님께도.

일단 배가 고프지만 땡기지는 않아 그냥 수박만 좀 먹는다.
기념촬영 하고, 자전거 챙기고 17시가 다 돼서야 숙암을 빠져 나온다.
어.. 완주증 안받아왔다... 어쩐지...
차가 막히니까 시간 줄이라고 횡성 휴게소에 내려주라고 했는데... 장평 지나니까 빗방울이 떨어진다.
그러다 폭우가 된다.
결국 천문대까지 실어다 주기로 하고, 강림순대로 저녁 먹으러 갔다.
뒷풀이 장소 정하고...

천문대 도착 후, 안전 운전을 당부하며 작별이다.
아마 새벽이나 되야 서울 도착하지 않을까.

27일 아침, 트라움님과 통화했다.
마지막 남았던 김훈님은 아마 막동삼거리나 장전삼거리에서 하산했다가 다시 끌고 올라와 18시에 들어오셨다고 한다.
다행이고 정말 대단하다.
막판에 그렇게 잘못빠지면 다시 올라갈 엄두가 안나는데.



3번만에 완주했다.
첫해는 초반 구간인 가리왕산에서 차바퀴 자국 패인데 걸려 구르며, 왼쪽 무릎을 다쳐 2구간까지만.
작년엔 그 유명한 운명의 삼거리, 이후 백덕임도를 다시 들어갔지만 중간지점에서 타이어가 찢어져 3시간 반을 끌고 하산.
올핸 체력적으로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사람 몸이 기분과는 다른가 보다.
26일 아침, 계속 달릴 수 있는 몸에 놀랐고, 27일 역시 멀쩡한데 또 놀랐다.
결국 지겨움과의 싸움을 계속하며 완주.
오죽했으면 모릿재 지나며 지겨운거 이겨보려고 페달을 몇번 밞아야 완주하냐는 계산을 하며 달렸을까.

올해 랠리는 매우 평이한 난이도였다.
그러다 보니 매우 지루한 랠리였지만, 지루함을 이기는 것도 완주의 한 과정이긴 하다.
그래도 앞으론 재작년 정도는 됐으면 좋겠다.

다시 랠리 참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다시 간다면 뒷바퀴는 2.35 안끼워야 겠다.
힘들어서가 아니라 프레임을 긁으니까. ㅋ
글고 브레이크 패드도 좋은걸 써야겠다.
제동거리 30m 짜리 철티비 패드로는 위험하기도 하고 시간도 더 걸린다.
중력의 법칙을 이용하기 위한 체중 조절은? 글쎄.. ^^*


뽀스님, 빡빡한 일정속에서도 여전히 지원조로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십자수님, 부상때문에 아쉽게 지원조였지만, 내년엔 완주하시기 바랍니다.
홀릭님, 지갑이 좀 헐렁해져서 워쩐데유.
bycaad 님, 대경 왈바의 김훈님도 해병대래요!
깜장고무신님, 정말 놀라운 랠리였습니다.
mtbiker 님, 정말 작년 그분 맞아요?
샘고을님, 내년엔 하프 아니라 풀코스로!
날리님, 청태임도 억지로 따라온거 아니죠? ^^; 다리 잘 쉬게 해주세요.
siege3ct 님, 초반부터 너무 힘빠지는 일이 생겨서 더 어려웠나 봅니다.
그리운 벗님, 이러다가 누구처럼 되니까 내년엔 정말 끝내세요. 글고 고글 보내드릴께요.
박공익님, 겨우 긁힌 것 갖고 중도 하차라뇨!
한별님, 내년엔 박공익님이랑 놀지 말아요. ㅋㅋ


톰님, 트라움님, 지리산님 그 외 같이 달려주신 대구경북 왈바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그 외 저 알아봐주신 모든 분들과 인사 나눈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리며, 완주하신 모든 분들께 축하드립니다.

나오는 것도 없이 고생만 많은 ^^; 랠리를 위하여 준비, 진행해주신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내년 랠리는 모임장소와 시간만 정해주고, 모이면 지도 한장 던져준 뒤 찾아가라고 하는 랠리가 되길 바랍니다.
안그러면 랠리 안가!

마지막으로.
treky 님, 약오르죠~ 푸하하~

갔다와서 보니 브루크너 5번 끝내줬단다.
또 욕나오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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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강촌챌린저 코스 답사 (by freegon) 수원,목포 라이딩(마지막 날)-"다시 떠나야지!!" (by vy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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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8
  • ㅎㅎ 모릿재에서 메모하는것 보았는데 이런 생생한 후기 작성에 쓰였군요.
    수고 하셨고 몸조리 잘하세요.
    그리고 가을에 가리왕산 싱글길 기대 합니다.
  • 병호님 길고도 아주 상세하고도 생생한 후기 잘읽었습니다.다시 그길을 가고 있는듯...아마 병호님의 안내가 없었다면대경 왈바는 많이 고전 했을텐데 덕분에아주 쉽게 마칠수 있었습니다.그무거운 자전거를 끌고 아무렇지도 않게 달리는 찢어진 등산베낭과 등산복의 병호님 모습을 생각하면 저절로 마음이 숙연해집니다.감사한 만남이었습니다.며칠후 작은 선물이 도착 할것입니다.더 멀리 조금은 쉽게 달릴수 있기를 바라는마음이 오히려 병호님의 깊은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어리석음이 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마음이지만...건강하시고 다음에 대화 성당에 가는 길에 만날수 있기를 바람니다.방학이라 조금은 자유스럽게 지내는 시간이라 이새벽에 글을 씁니다
  • 항상 남을 배려하고, 그것마저 부족해서 작은 여백마저 꽉꽉 채워주시려는 넉넉한 traum 님의 마음.
    짧은 만남이었지만, traum님의 목소리 그리고 말 한마디 한마디에서 많은걸 느꼈습니다.
    사실 그동안 traum님과 온라인상으로만 만나 좀 갈증이 있었는데, 그 짧은 몇번의 조우로 너무나도 큰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traum 님, 짧은 시간이었지만, 좋은 인연을 선사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작은 도움이나마 드릴 수 있었다는것 제게 영광이었습니다.
    280의 악몽과 환희속에 있었던 작은 만남들 아주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 미소년의 모습인 홀릭님,제가 상상했던 모습과는 너무나 달라서 순간적으로 당황했습니다.그 곱고 여린인상 어디에서 그 많은 열정과 용기가 품어 나오는것일까?라는 생각에서 말입니다.험한 산길을 그멀리까지 오셔서 케이블을 바꾸어 주신것에 대해서도 인사를 드릴 예정입니다. 제 같이 다리가 불편해서 휠체어를 타고 지팡이를 짚고 다니던 사람이 280랠리라는 먼 거리를 달릴수 있다는 사실 만으로도 와일드 바이크는 충분히 존재할만하지 않습니까!늘 건강하시고 언젠가는 서울에서도 같이 한번 라이딩할수 있기를 바랍니다.감사합니다.추신: 저역시 홀릭님이누구신가해서 늘목말라 했었습니다.이번에 그 갈증이 해소 되었습니다.
  • 사람이 아니군요...교용님보다 2시간이나 빠르다니...동지가 아니라 .....적인가? ㅎㅎ
  • 정병호님..부르크너 5번 최고의 연주로 한장 구워드릴까요.
    아마 50년대 미국버전으로 다가..귀가 엷어서 그런지 아나로그가 아직은 맞더라구요..^^
    생각있으시면 주소를 날려주세요.
  • 정병호글쓴이
    2005.6.29 20:53 댓글추천 0비추천 0
    바람소리님, 가리왕산은 가을쯤에.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트라움님, 목소리만 들어도 감화되는 듯 했습니다. 근데 선물... 이라뇨?
    양아님, 개인정보에 있습니다. 너무 오래된거 말고 기왕이면 카라얀 이후 걸로다가 1~9번 다. 흐흐흐...
  • 잘 잤다...는 흔적이 남아 있어서 고맙습니다. 부르크너는 자발리슈꺼...몇 장있는데...
니콜라
2005.06.23 조회 1421
날리
2005.06.30 조회 1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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