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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제 6회 280 산악랠리 후기(3) 1구간 숙암리 - 평창

prollo2005.06.29 12:57조회 수 1470추천 수 3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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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암리 초등학교에 모이고 보니..
밤이라서 누가 누군지 분간이 안됬다..
십중팔구 절반은 아는 사람일텐데.. ㅋㅋㅋ..
와중에도 십자수님 홀릭님 깜장고무신님 mtbiker님 비행기님 뽀스님을 만났다..
장갑을 잊고 와서 민박집 마당에 굴러다니는 목장갑을 아무렇게나 끼고 다녔는데..
십자수님이 장갑을 빌려주셨다.. 좀 크긴 했지만 그럭저럭 낄 만 했다..

랠리의 출발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오자 입구에서 주최측이 잔차출입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4시 정각이 되자 사람들이 출발하기 시작했다..
뭐 일반 레이스 같으면 죽어라 달렸겠지만.. 거리도 장거리고 시간도 엄청나서인지 출발을 서두르지 않는 눈치였다..
나도 누누히 오버의 위험은 생각한 터라 천천히 달려나갔다..

산에서의 탈진은 거의 죽음이다..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을 게 뻔하다..
280km를 달린다면 분명 덜렁 혼자만 한없이 가야하는 구간도 있을 것이고..
또 같이 움직인다 한들 라이딩의 성격상 도움을 구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일단 산중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만도 수십킬로미터를 움직여야 한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심박계..
심박수가 150이 넘으면 소리가 나게 설정해 놓고 심박수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아무튼 심박계 열풍이 불 때 하나 장만해 둔 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첫 번째 업힐에 들어섰다..
정말 한없이 올라가는 업힐이었다..
이렇게 긴 임도 업힐은 처음이었다...
들리는 말로는 8km짜리란다..

설악맨님과 목동님이 치고 나가기 시작한다..
따라 붙으려고 하는데 심박계가 삑삑거린다..
포기~~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같이 출발한 호흡곤란팀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페이스 조절중이라 천천히 올라가는데 남들 올라가는 속도가 예사롭지 않았다..
쑥쑥 잘도 올라간다...
뒤를 돌아 저 밑 한 굽이를 바라보니.. 엄청 아래쪽에 불빛들이 계속 천천히 위를 향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조금 더 올라가다 보니 양아님이 잠깐 멈추어 서는 모습이 보였다..
호흡이 곤란한가보다..

잠시후 호흡곤란팀의 모습이 슬슬 보이기 시작한다..
비나리님 까망수리님 불나방님 디프리님..
아직 디원바이크님과 레이님 양아님 쏘굿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역시 비나리님 까망수리님 치고 나가신다..
따라 붙어보니 역시 심박계가 삑삑~~~
포기한다...

그래도 디프리님과 불나방님이 계시니까~~
하고 뒤를 돌아봤는데.. 사라졌다.. 처진 모양이다..

심박계에 맞춰서 천천히 달리고 있는데 한떼의 사람들이 우르르 올라간다..
"남부군"

이번 랠리에서 남부군의 라이딩 특징은..
럭셔리였다..
전체가 일정한 속도로 치고 나가면서 계곡이 보이면 풍덩 들어가고..
가게가 보이면 무조건 들리고..
점심먹고 낮잠도 자고.. 하여간 럭셔리다..
남들은 시간내 완주를 위해 휴식시간을 쪼개서 계속 가고 있는데..
여유가 부러웠다..

한참을 업힐해서 날이 훤하게 밝을때쯤 되니 통나무집이 보이고 3거리가 나왔다...
남부군이 도착해서 쉬고 있었다...

호흡곤란팀도 좀 있으니 쉬고 있었다.. 설악맨님과 목동님은 물론 없었다..
3거리까지만 가면 헙힐이 끝난 줄 알았는데... 아직도 업힐이다..
열심히 타고 끌고 가니 드디어 평탄한 임도에 도착했다...

마항치까지 계속 달렸다..
흠.. 그런데..
말로만 듣던 가리왕산의 임도가 사람의 진을 빼기 시작했다..
한굽이 돌자.. 아까와 똑같은 풍경이다.. 또 도니 역시 같은 풍경이다..
같은 풍경의 연속이다..
같이 달리는 사람들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차라리 사람을 보고 달리는게 맘이 편했다..
안개가 걷히면서 왼쪽으로 보이는 풍경은 그야말로 세상은 모두 아래쪽이다..
하지만 오른쪽을 보면 아직도 높디 높은 세상이 우뚝 솟아 있었다...

마항치까지 달리면서 자주 마주친 사람들..
김치 MTB..^^
2구간 문재까지 수도없이 보고 또 보고...
그리고 몇몇 여성 라이더들과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렸다..
물론 쩍팔리긴 했지만.. 심박계의 명령을 거스르면 바로 아웃이라는 생각에 참고 또 참았다...

마항치까지 한참을 달리는데 디프리님이 쉬고 계셨다..
버리고 그냥 간다..
쫌 가다보니 레이님이 따라 붙었다..
쏘굿님을 도저히 못기다리고 버리고 왔단다..
그리고 잠시후에 나마저 버리고 가버렸다..
불나방님이 뒤에 잠시 따라 붙더니 한참 달리다 보니 사라졌다..
또 한명 버리고 간 셈이 되었다..
디원바이크님이 휭 추월하더니 고속으로 사라졌다.. 버림받았다..
비나리님과 까망수리님은 진작부터 다 버리고 사라지셨다..
마항치까지 그렇게 서로 버리고 버림받는 라이딩을 계속했다...

마항치에 도착해서 레이님으로부터 양아님과 쏘굿님의 소식을 들었다..
쏘굿님이 시작하자마자 체인이 빠져서 고생한데다가..
타고 가는 속도가 느려 잔차를 들고 뛰었단다..
암튼 이런 저런 이유로 인해 진행 속도가 무지 느리다고... 버리고 왔단다~~
양아님은 끌어들인 죄로 차마 못 버리고 동행중이라는 소식이었다..

마항치에서 점심을 먹으려고 도시락을 여는데..^^
반찬이 완전히 흔들려 혼합되어 버렸다..
다른 사람 반찬을 보니 멀쩡했다 나만 완존 개밥됬다..
남부군의 gsstyle님이 하나 먹어도 되요? 하고 오더니..
그냥 갔다..^^
맛?? 반찬 전체가 신맛이다... 김치의 영향이 크리라..
레이님 반찬을 좀 집어먹으니 신맛이 아니다..
그래도 산중에서 밥이 어디냐??
맛과 무관하게 밥알 하나 반찬 한조각까지 다 먹었다..

디원바이크님은 배부르고 속이 안좋다고 도시락을 안열었다..
때마침 왈바팀 일부가 올라와 있었는데..
주식이라고 C레이션을 꺼내서 좀 얻어먹어봤는데..
도저히 한국인이 먹을만한 음식이 아니었다..
그래서 남은 밥과 반찬을 넘겨드리고..
디원바이크님 도시락새거까지 넘겨드렸다..

그 와중에 남부군으로부터 목동님과 설악맨님은 한 이십분전에 떠났다는 말을 들었다..
음.. 또 한번 짜증이 밀려온다.. 남부군도 이십분 이상 쉬었다는 이야기로 들렸다..
디원바이크님은 둘 따라간다고 바로 쏴버렸다...
나머지는 쏘굿님과 양아님을 기다릴것인지 말건지 전혀 토의도 안하고 주섬주섬 일어나 각자 페이스에 맞춰 떠났다..

마항치부터 벽파령 넘어가는 3거리까지는 완만한 내리막이었다..
물론 다른 사람에게는 완만한 내리막이지만 나같이 몸무게가 출중한 사람에게는 쏘는 구간이었다.. ㅋㅋㅋ..
작년에 삑사리 났던 구간에 도착해서 끌고 올라가다보니 햇볕이 부담되기 시작했다..
마항치까지는 그럭저럭 아침나절이라서 달릴만했고.. 마항치부터는 내리막 구간이라 못느꼈는데..
숨이 턱턱 막혀오고 체력이 쏙쏙 떨어진다... 게다가 나같이 몸무게가 출중한 사람은 땀도 장난이 아니다..
벽파령을 올라 철탑까지 가는동안 몸은 젖을대로 젖었다..

철탑부터 조동리까지는 전부 딴힐이었다.. 이제 신나게 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고 내려가는데..
바로 앞에 어떤 여정네가 누워 있었다..
다가가서 보니 흡..~~ 오른쪽 무릎이 "ㄱ"자로 찢어져 있었다..
딴힐중 콘트롤 미스로 옆길에 처박혔단다..
그리고 일행은 불러도 돌아보지도 않고 내려가버렸다고 한다...
보자마자 하는 말이 "바늘 있으세요?? 꼬매게요~~"
음.. 바늘이 어딨다고~~
"없는데요.."
하고 소독약을 주섬주섬 꺼내는데..
가방에서 이것저것 꺼내 직접 치료하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았다..
"간호사세요??"
"의산데요~~"
하면서 직접 응급 처치를 계속했다..
이래저래 도움은 못되고 주위에서 서성이는 동안 버리고 왔던 레이님과 불나방님 디프리님이 도착하셨다..
레이님 "보호대 드릴까요?"
여정네 "괜찮아요~~"

잔차는 이상이 없어 보였는데.. 브렉감이 달라졌단다..
다행히 아비드 스피드다이얼이어서 대충 조정해주고 다시 출발..
역시나 뒤에서 보니 딴힐이 무지 불안하다..
"체중을 의식적으로 뒤로 하세요!!"
똑같은 이야기를 몇 번을 외쳤다..
이제 좀 안정된 듯한 느낌이었다...
좀 내려가니 일행이 보였고 잠시후 노기탁씨가 나타나서 여정네를 픽업해갔다...
나중에 알고보니 요 여정네는 김치MTB의 박세미씨라고 하더라...

여정네가 떨어져 나가니 다시 쏘는 모드~~
레이님은 먼저 쏘고 나갔고 나 역시 따라사 쐈다..
굽이굽이 돌고 돌다 보니 역시 딴힐에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몸무게가 출중한 나에게 밀려 나갔다...
한참을 내려가니 레이님이 보였다..
ㅋㅋㅋ.. 제치고 버리고 가야쥐~~
하는 찰라 급 코너가 눈에 닥쳤다..
얼렁 온몸을 동원해서 속도를 줄였다.. 큰일날뻔 했다..

조동리로 내려오고 나니 도로가 눈앞에 보였다..
뒤에 오는 디프리님과 불나방님을 기다리려고 잠시 멈췄는데 레이님이 바로 버리고 간다...
역시 도로는 나의 세상~~
쓍~~ 달리는데 심박계가 또 눈에 들어온다...
천천히 천천히...
좀 내려오다보니 조동리의 어느 초등학교에서 여러 지원팀들이 기다리는 중이었다...
우리는 저런거 신경쓰지말고 계속 진행...

드디어 평창에 도착했다..
평창에 진입중에 전화가 온다..
후배 "형 오늘 시간되요??"
나 "여기 평창이고 대회중이니까.. 월요일날 연락해~~"

평창시내로 진입하고 나니 큰 마트가 눈에 들어왔다..
얼렁 얼음 한 봉 사고 음료수 사고 급한 갈증을 죽인다..
그렇지 않아도 물이 떨어졌는데 잘 됬다..
얼음이 워낙 잘 얼어서 육각렌치로 사정없이 까부수었다...
그리고 물백에 차곡차곡 넣었다..
이제부터 한동안 시원한 물로 라이딩이다... ㅋㅋㅋ...

전황을 확인한 결과..
디원바이크님 밥 건너뛰고 그냥 진행중..
앞서가신 까망수리님과 비나리님은 해장국집에서 대기중..
목동님과 설악맨님은 한참 먼저 출발한걸로 추정됨..
쏘굿님과 양아님은 현재 벽파령 철탑..
벽파령 철탑에 도착한게 우리가 아홉시 사오십분쯤이었고..
평창시내에 열한시 반쯤 도착했으니까..
아무리 딴힐 고려해도 두시간은 잡아 먹어야 한다...
게다가 쏘굿님 본인이 무조건 평창까지는 가겠다고 우기는 중이라고..
역시 버리고 가기로 다들 은근히 동의..

갑자기 전화 또 온다..
"어디야" 필스님이시다..
"평창인데요"
"왜 이리 안나타나"
"라이딩이 늘어져서 그런데요"
"사진좀 찍고 갈려고 했는데 바로 자개골로 갈련다.."
제대로 찍힐 기회 놓쳤음..

식당으로 가는 길에 아까 그 여정네를 만난다..
"괜찮으세요?"
손가락까지 들어보이며..
"열아홉바늘꼬맸어요.."
"계속 하실려구요??"
"예.. 진통제 세 방 맞았어요.."
"무리하지 마시고 꼭 완주하세요.. 그리고 우린 호흡곤란팀입니다.."

밥은 단백질이 풍부한 뼈다귀로 결정..
밥을 맛있게 먹고 다시 일어났다..

그리고 오랫만에 설악맨님 목동님 양이님 쏘굿님을 제외한 일곱명이 뭉쳐서 평창을 서서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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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프롤로님
    호흡은 아무지장이 없었습니다.
    제가 평창까지 배신에 치를 떨며, 차가지고 서울로 가벌릴까 생각했다는거 알랑가 모르것네요....ㅋㅋㅋ
    그건 몰라도 최소한 숙암리에서 삼겹살 구워먹고 놀았을거라는...ㅋㅋ
  • muj
    2005.6.30 19:05 댓글추천 0비추천 0
    프롤로님.. 몸은 괜찮으신지...
    후기가 너무 리얼해서 남부군 신병들에게 도전의식을
    고취할 목적으로 퍼갔으면 합니다....^^

    아니.. 이미 퍼 갔습니다...^^;
    죄송합니다..허락도 없이...
    저작권법에 어긋나면 반환? 하겠습니다~~

    3구간에서 일행보다 먼저 출발했단 얘기 전해듣고 존경스러움까지 들었습니다...

  • ㅋㅋㅋ 맘껏 퍼 드릴겁니다 프롤로님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음...읽어보니 같이 달리는듯한 느낌이네요.^^ ㅋㅋ
니콜라
2005.06.23 조회 1421
날리
2005.06.30 조회 1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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