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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랠리 후기..

날리2005.06.30 04:12조회 수 1673추천 수 1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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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주도 못한 주제에 이런 글을 써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같은 초보에게도 많은 것을 느끼게해 준 280랠리의 참가자로서
고마운 마음에 글을 적습니다...


280랠리를 신청하고 주위에서 들은 말이라곤 미쳤군 내지는 가지가지한다는 거였다...
항상 함께 타던 절친한 후배의 시험때문에 올해도 내년도 같이 가기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고심끝에 생면부지의 사람들과 함께하기로 결정했다....

잠실 선착장에서 처음으로 왈바팀을 만났다...
말로만 듣던 홀릭님..박공익님, 한별님...아직 잘 모르겠다...
조금 후에 도착한 찌게님..
앗..이번 랠리내내 따라다니려고 했는데..
예상한 것과 다르게 근육질에 너무 젊다...다들 막강하다..ㅡ.ㅡ
마침내 팀차에 오른다..
이런... 조금 가다가 내 배낭을 안 실었다는 전화가 와서 잠시 대기...
미안하게도 한참을 기다려서야 어떤분이 잔차를 타고 가져다 주신다..
(늦었지만 고맙습니다..)

강원도를 향해가는 차안에서 연신 재잘대는 공익님...
덕분에 시간은 흘러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다들 샛잠을 청하고 뒤척이는 소리와 가끔 가속하는 소리만 귓전을 스친다..
익숙한 길...원주..새말...고향이 강릉이라 수십번을 다녀본 길에 편안한 마음으로 몸을 맡긴다..
국도로 접어들고 길가 공터에서 말로만 듣던 정병호님을 기다린다..
저 아래 달밑이 정병호님이 사는 동네란다..공기부터 다른 강원도의 내음에 취해  
축제의 시작을 실감한다..
어느새 숙암리 목적지에 도착..

초등학교 운동장에 가득한 차량뒤에는 텐트들..다들 잠이 들었단다...
잠도 못자고 라면을 끓여 먹느라 시끌시끌..
코스 숙지는 물건너가고 다들 잔차 확인하랴 사람들 챙기랴 정신없이 우왕좌왕하다 보니
새벽 4시가 지나 출발....초반부터 오르막이다...

아직 날도 밝지 않았을뿐더러 원래 오르막은 젬병이라 천천히 오른다..
1030미터라더니 급경사를 웬만큼 가다보니 다행히 계속 완만한 오르막이다..
가다보니 김치MTB 여성멤버들이 오르고 있다..
치고 나가려니 힘이 든다...걍 같이 간다..ㅡ.ㅡ
통나무집을 지나 왈바팀이 첨 만나기로 한 1030고지에 오른다...

이런...아무도 없다...분명 공익님도 뒤에 오고 있었는데 어찌된거지...?
10여분을 기다리니 한별님이랑 정병호님이 온다...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아마 우리가 꼴찌일꺼란 합의하에 밟기 시작한다..

헉...한별님 업힐에선 거북이더니 딴힐에선 엄청 밟는다..
이때까지 임도에서나 싱글에서 이렇게 속도내본 적이 없다..
한별님 밟는 거 보고 다시 쫄았다..
그래도 쫌 지나니 뒤에 쳐진다..시작한 자의 여유로 마항치까진 신나게 도착한다..

어라...역시 왈바팀은 아무도 안보인다...여기서 같이 아침먹기로 했는데...
근데..배낭에는 아침꺼리가 없다..
새벽에 허둥대다가 아침에도 지원조랑 만나는 줄 알고 쏘시지 몇개만 배낭에 넣고 온 거다..
할 수 없다.. 구걸을 했다..ㅡ.ㅡ
먼저 와 식사하던 팀에게 얘기했다..."밥 남은거 쫌 주세요...ㅡ.ㅡ"
프롤로님 팀에서 지원MTB님이 도시락을 통째 꺼내주신다...캄사...흑흑
우이쒸..구걸 끝나자 마자 찌게님이랑 정병호님이 도착했다...
같이 앉아 아침을 먹는다..찌게님은 체인이 끊어지는 사고로 늦게 출발하셨단다..
선두는 이미 출발한 듯하고 졸지에 후미조 짱이 되버린 정병호님..공익님과 한별님을 기다리다 먼저 출발하자고 하신다..
찌게님과 셋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달린다...
이번 랠리에서 제일 재밌는 구간이었다.. 무리하는 사람도 없고 신나게 즐겼다...
이때까지는 임도 딴힐을 이렇게 오랫동안 시원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신났다..

점심지원장소인 평창에 도착...
홀릭님..십자수님...아직 잘 몰라도 반갑다...김밥 두 줄이 순식간에 뱃속으로 사라진다..
물통 채우고 다시 출발......하려는데
정병호님 잔차 뒷바퀴가 찌그덩찌그덩..2.35라니..무쉭한..흐흐..
근데도 그냥 출발하신다..
지리산님 대구경북 왈바라시는 데 같이 출발한다...
아니..찌게님...뒤에 쳐지신다...
도로가 끝나고 임도 입구에서 찌게님이 안보인다.. 안되는데...
강호 고수들만 남겨두고 나보고 어찌하라고...
정병호님도 물담을만한 곳만 나오면 멈춰서 기다리시는 눈친데...
아무리 기다려도 속절없는 찌게님...

지리산님은 허리가 불편하시단다..
근데도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어지는 나와 달리 천천히 가니까 힘이 난다며
즐거워 하시는 지리산님...헐...
하지만 가다가 다친사람 지원하랴 잔차 망가진 사람 지원하랴...
그 따뜻한 마음처럼 랠리의 의미를 다시 일깨워준 분이 바로 지리산님이셨다..
고등학교 선생님이신데 이번에 완주못하면 애들한테 면목없다며 허허 웃으시는데
고수의 면모가 물씬 풍기는 모습이다.. 실제로 딴힐에선 엄청나게 날라다니신다..
지루한 임도길..푸석푸석한 길보다 더 힘든 것은 뒤쳐지면 끝장이라는 것이다..
속도계가 40키로를 넘어선다..41.42.43....헉..지리산님 추월하신다...ㅡ.ㅡ
지리산님은 내리쏘다가 저만치서 사진도 찍어주시고 여유만만...
정병호님은 당췌 쉴 생각을 안하신다..배낭속의 먹을 꺼릴 꺼낼 틈이 없다..줸장..
딴힐이 힘들어 업힐을 그리워하기는 첨이다..
작살나는 손목..미끌어지는 평페달..다행히 엉덩이는 그리 안 아프다..

오후의 무더위보다 힘들었던 두 고수님의 그림자 쫓기를 한참하다 어렵사리 겨우 도착한 문재와 소쇄목...
공익님의 야심작.. 닭죽을 맛나게 시식하며 280의 의미와 앞날에 대한 명상에 빠져있을 즈음...
정병호님의 한마디...'갈거예요...?'
사실...소쇄목에 도착하기전에는 두 고수분을 쫓아댕기느라 정신이 없어서 피로한 것도 잊고 있었다..
하지만 일단 저녁을 먹고나자 하프구간이 여기까지라는 새로운 유혹과
이제부터 야간라이딩의 시작이라는 두려움이 교차하고 있었다...
담배를 두대 연속으로 꼬나 물었다...
물어볼만한 사람도 없었다...
정병호님이 세번째로 재촉하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갑시다..'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미쳤지..미치지 않고서야....

말이 떨어지자 마음이 급했다..
근데..이미 내 라이트를 싣고 왈바팀차는 떠나고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한별님이 급하게 자신의 라이트를 장착해 주신다..
꼭 완주하라는 말과 함께...(미안하고 고마워요...)
지리산님은 응원군을 얻어 열 명 가까운 사람들이 정병호님 휘하에 모였다..
이러면 안되는데..지리를 전혀 몰라 정병호님이 시야에서 안보이면
죽어라 밟아서 겨우 여기까지 쫓아왔다..
10명이 함께 간다면 정병호님이 내 차지가 되기는 힘들 것이 뻔한 사실이었다..
그래도 어쩌랴..운명의 시위는 당겨졌고..우리는 다시 출발이다...

아직 날이 어둡기 전이라 서로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면서 달린다..
서로 페이스가 다르다..정병호님은 웬만하면 타고 가려고 하고
지리산님은 달릴때 달리고 힘들면 과감히 끌고 가신다..
근데 속도는 비슷하다..어느 장단에 맞춰야할까...모르겠다..그래도 정병호님..
한참을 가다가..오르막에서 정병호님도 끄신다...오 이런...
날은 저물고 한시간쯤 되는 오르막을 10명정도가 다 함께 끌고 오른다..
점점 걷는 게 더 힘들어지는데 타고 싶어도 탈수가 없다..
지겨운 오르막이 끝나고 내리막이 보인다..경북왈바팀 다들 잔차에 올라 신나게 내리 쏜다...
정병호님...계속..주구장창 끈다..
의아해하면서 끌고 가다가 어쩔 수 없이 나도 잔차에 오른다..(후에 알고보니 정병호님의 코스착오였다)
먼저 가겠습니다..하며 신나게 내려쏜 후 다시 오르막..
헉...무릎이 굽혀지질 않는다...페달질이 안 될 정도로 아프다..
오래전에 무릎을 다쳐서, 지난 해 청계산도 등산하다 절뚝거리며 내려왔지만
속초까지도 무난하게 다녀온터라 방심했는데 생각해보니 속초갈 땐 걸어본 적이 없었다..  
깨끗하게 포기했다...별 미련은 없었다..

사위는 깜깜하고 길섶의 풀들은 귀신처럼 하늘거린다....
길가에 퍼진 사람.. 지나가며 괜찮냐고 묻는 사람... 사람이 고맙고 사람이 무섭다..
어둠속에서 한참을 절룩거리며 걷다 유포리입구에 도착했다..고맙게도 대구경북왈바분들이랑 나를 기다리고 있다..올해는 여기서 접기로 하고 면온 인터체인지까지 정병호님의 조언대로 샛길로 빠졌다...
근데...샛길은 프리라이딩 코스였다...ㅡ.ㅡ
시멘트 포장이 갈라지다 못해 돌다리처럼 뛰어 넘어야할 지경이었다...줸장..
페달질만 못했지 내려가는 덴 별 지장없다는 걸 어떻게 아셨는지
마지막까지 랠리의 진한 맛을 느껴보라는 정병호님의 배려가 아닐까..ㅡ.ㅡ
면온 인터체인지에서 십자수님에게 전화를 했다..
분명 받았다.. 십분 안에 전화한다고 했다.. 아무 연락이 없다..우이쒸..췠군..
뽀스님이 전화하셨다..내가 낙오된 걸 모르고 궁금해 전화하신 것이다..
뽀스님이 구출하러 오셨다..고맙습니다..흑흑..

할만큼했다는 위안으로 귀경하려던 나에게 핏발선 눈으로 골인하던 사람들과
19바늘의 여전사는 280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무엇이 저들에게 그 외롭고 험난한 길을 견디게 했을까...
280은 이들에게 단순한 축제가 아니라 일년에 단 한번뿐인 넘어야할 산이었다..
남들에겐 잔차에 미쳤다는 소릴 들어가며 280에 왔지만
이 제대로 미친 양반들 속에선 난 아직 초보에 불과했다...

잠을 아껴가며 조원들을 독려하고 궂은일을 마다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주신 홀릭님,
랠리내내 술독에 빠져계신 듯해도^^ 필요한 곳에는 감초처럼 나타나 도움을 주신 십자수님,
왈바팀의 정신적 지주이자 맏형님이신 뽀스님..
온갖 뒷치닥거리며 찍사를 자원해주신 바이캐드님..
랠리내내 이끌어주신 정병호님...고맙습니다..  
왈바팀 최고의 재간동이이자 수다맨 박공익님..빵 잘 먹었습니다..
활력이 넘치는 계과 후배 한별님...담에 봐요..흐흐..
랠리내내 줄겁게 함께했지만 아쉽게 중도하차하신 찌게님..
별로 얘기는 못해봤지만 과묵하고 따뜻한 미소의 깜장고무신,샘고을 형제님..
체중감량과 필살^^의 노력으로 완주하신 화제의 주인공 MTBiker님..
그리고 미처 제대로 인사나누기도 전에 가버리신 그리운 벗님..
그외 도와주시고 함께해주신 여러분들..............
제게는 280과 함께 잊지못할 사진처럼 남을 것입니다...    

완주하신 모든 분들과 19바늘의 여전사에게 다시한번 경외의 찬사를 올리며 이만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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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6
  • "280랠리를 신청하고 주위에서 들은 말이라곤 미쳤군 내지는 가지가지한다는 거였다..."
    주위분들의 시각이 매우 객관적이네요.
    이게 원래 제정신인 사람은 못하는겁니다. ㅋㅋ
    내년엔 완주를!!
  • 우와... 너무 부러워요^^* 내후년에 280 뛸때 함께 나가요. 페이스 비슷한 사람끼리 같이 가면 그나마 덜 지루하고 서로에게 의지가 될 듯 하네요...
    단, 그 때까지 형이 내 페이스를 너무 초월하는 실력을 쌓으시면 곤란 한데..
    난 하프가 어디메뇨..하는데 형은 완주기록이 ... 이러구 있으면 흑흑...
    다시한번 축하드리구요... 내년엔 꼭 완주하시길 바램입니다. ^^*
  • 280! 결과 보단 그 과정에 더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그때의 땀냄새와 호흡소리가 들리는듯 하군요. 정말 고생 많으 셨구요, 도전하는 젊음이 아름답습니다.
  • 배낭 갖온 친구...진태...hellojerry 입니다....ㅋ
  • 음.. 제가 출현하는군요..^^

    그리고 먹던 도시락 전해주신 분은 불나방님이시구요..
    새 도시락 내놓으신 분은 디원바이크님이십니다..

    저도 무릎하고 근육에 무리 갈까봐 최대한 살살 탔습니다..
    장거리니까 절대 무리할 필요 없거든요..
    등수가 문제가 아니라 완주가 문제니까요....
  • 날리님! 제게 날리님 사진 있는데..... 제 후기에 보면 날리님 사진이 있거든요. 제 컴퓨터에 사진 원본이 있답니다. 필요하시다면 보내드릴게요.
    그럼.....
용용아빠
2024.06.17 조회 64
treky
2016.05.08 조회 673
Bikeholic
2011.09.23 조회 8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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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4 조회 7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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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6.13 조회 6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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