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 사진 : 쮜리히 호수변 토플리스 일광욕족
아랫사진 : TMB 코스 중 이태리 국경 샤핑(Sapin)고개 내리막
뚜루 드 몽블랑 기행 1부
누구 하루에 타이어 4번 펑크나 보신 분 있나요?
내가 그랬습니다.
그것도 어제 저녁 7시부터 오늘 아침 8시까지 딱 13시간 동안 타이어가 4번이 펑크가 났습니다. 이번 주에만 6번 펑크가 났는데 이게 왠 조화인지, 몽블랑에 가지 말라는 건지, 아니면 가서 당할 액땜을 전부 여기서 하는 건지…
이번 주에만 6번이 펑크가 났습니다. 내가 지난 6년간 낸 펑크보다 많은 숫자입니다. 앞타이어 2번, 뒷타이어 4번!!! 더구나 제 타이어는 tubeless 타이어 입니다.
얘기는 이렇습니다.
내가 작년 초가을 탄천변 잔차도로가 한강변 잔차도로와 연결된 이후 분당 집에서부터 광장동사무실까지 간간히 잔차로 출근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29키로를 출퇴근 하는데 MTB 타이어가 너무 무거운 듯 하여 꾀를 내 평평한 도로용타이어로 바꾸어 타고 다녔습니다.
최영규군의 꼬임에 몽블랑 행을 결정한 이 후 잔차 출퇴근 회수를 늘리기 시작했고 드디어 이번 주부터는 타이어도 원래대로 MTB용으로 바꾸고 30리터짜리 몽벨 배낭에 원정시 지참해야 하는 용품들인 레인댄서 우비, 스트래치 두툼한 잔차바지, 제로포인트 두툼한 상의, 침낭, 산악용 내의류, 양말등 온갖 장비를 꾸겨넣고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7월 4일 월요일 부랴부랴 일을 마치고 저녁 7시 사무실 근처의 헬쓰클럽에서 옷을 갈아 입고 언덕길을 정말 조심스럽게 내려왔지요. 2주전 서둘러 출근하느라 브레이크 세팅하는 것을 깜빡잊고 유유히 집 앞에서 내리막 라이딩을 하다 와장창하여 팔, 다리 4무릎을 모두 아스팔트로 무자비하게 갈았기 때문에 일단 잔차를 새로 셋팅한 후의 내리막에서는 다리를 달달떨면서 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거기다 예전에 쇄골 나간 것이 항상 머리속에 맴돌기도 하고…
그런데 내리막을 지나 광진교를 건너 한강변으로 내려가는 순간 피시식하고 뒷타이어가 가라앉는 거였습니다. 콘크리트트 경사로였었는데 속도를냈으면 이번엔 팔다리를 콘크리트에 갈았을 겁니다. 이게 첫번째 펑크.
타이어 떼워 본지도 오래되었고 귀찮기도 하고 또 하필 Zapal 펌프를 차에 두고 왔거든요. 마침 미국에서 라이센스 받았다는 영규네 미케닉하는 친구가 월요일 낮에 로드용타이어를 튜브리스 MTB용으로 바꿔주었었기 때문에 그 친구에게 구원을 요청하였습니다. 천호동사거리에서 접선을 하고 튜브를 새것으로 교체 하니 벌써 8시 반이 넘어 가더라구요. 김밥 두줄로 떼웠습니다.
다음 다음날 아침 수요일 다시 잔차로 출근하였고 퇴근도 잔차로 하려고 헬쓰에서 야하게 자전거복장으로 옷을 갈아입고 30리터짜리 몽벨배낭을 메고 트렁크에서 타이어를 꺼냈습니다. 앞타이어에 바람이 빠져있더군요.
그날은 Zapal 펌프가 있어 땀을 찔찔흘리며 새것으로 튜브를 갈았습니다. 오랜만에 작업하려니 튜브가는데만 30분 걸렸습니다. 이게 두번째. 7시 반이 넘어 광진교를 거의 다 넘어갔는데 뒤에서 또 뿌시식하는 겁니다. 세번쨉니다. 어두워 지기도 하고 짜증도 나고 하여 다리 위에서 그제 그 친구에게 다시 전화를 했습니다.
전화받은 친구는 공연히 미안하지요. 자기가 타이어를 새로 바꾸어 끼웠고, 끼운 후 6시간 만에 타이어튜브가 펑크났는데 36시간 후 또 같은 곳에서 펑크가 났다고 하니 괴이한 일이 아닐 수 없는 거지요. 이번에는 길가의 짜장면집에서 짜장면을 먹으며 그 친구를 기다렸습니다. 마누라에게는 늦어도 8시 반쯤엔 집에 갈꺼니까 고기 좀 구워놔라 그랬는데 짜장면 다 먹은 시간이 8시였습니다.
이유가 뭘까 알아내려고 이번엔 자전거를 차에 싣고 영규네 가게로 가기로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 친구가 몰고 온 소형봉고의 시동이 안 걸리는 겁니다. 가만보니 쎄루모터가 불량이라 끼끼긱만 하고 모터가 돌아가지를 않더군요. OD Camp 영업대빵이 타고 다니는 차라 하던데… 차를 뒤로 밀어서 겨우 시동을 걸었습니다. 난 뒤로 밀어서 시동 걸어보기도 처음입니다. 더구나 21세기도 5년이나 지났는데.
림테이프가 불량이랍니다. 림에 보면 자전차 살을 끼워두는 부분이 있는데 둥그런 홀이 날카롭기 때문에 그 위에 테이프를 감아 날카로운 부분을 덮어준 뒤 튜브를 넣고 바람을 넣어야 합니다. 그런데 그 림테이프란 놈이 한쪽으로 조금 밀려있더군요. 튜브의 펑크도 그 때문이었습니다. 새 테이프로 빡빡하게 감은 후 바람을 넣었습니다. 앞타이어의 림테이프는 오래된 것이었지만 밀린 곳이 없이 깨끗하였기에 그대로 두었습니다.
수요일 아침, 몽블랑가기 전 마지막 피치를 올려야 하기 때문에 오늘도 또 내일도 계속 잔차로 출퇴근 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주엔 흰와이셔츠 하나로 3일을 버텼는데 그것도 제 인생의 기록입니다. 출근하려고 창고에서 자전거를 꺼냈는데 뒷바퀴에 바람이 또 빠져있는 겁니다. 이게 네번째 펑크입니다.
날씨도 좋고 편안한 마음으로 타이어를 열어보니 또 림테이프가 밀려있더군요. 그 자리에서 바람도 새고… 4년 만에 처음 펑크를 직접 때워보았습니다. 생각보다 간단한데 내가 왜 이걸 귀찮아 했지란 생각이 듭디다.
여유있게 룰루랄라 집을 떠나 탄천변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K16 서울비행장 옆을 지나갈 무렵 이번엔 앞타이어가 푸르륵하는 겁니다. 아 이제 정말 욕 나온다. 이게 다섯번째. 나 몽블랑 안간다 욕을 하면서 튜브를 때웠습니다. 이번엔 유리조각이 타이어에 박혀있더군요. 아니 몇 년을 다녀도 생전 펑크나는 적이 없는데 도대체 알 수가 없었습니다.
그날 저녁 퇴근을 하려고 트렁크를 열고 자전거를 다 조립했는데 뒷바퀴가 이상한 겁니다. 누질러 봤지요. 물컹물컹. 여섯번째 입니다. 13시간동안 네번 타이어에 바람이 나갔습니다. 54시간동안 6번.
오늘 아침에 때운 건데 왜 그러지. 튜브를 열어보았는데 림테이프가 또 살짝 밀려있었고 바람은 빠져있고… 그런데 주차장이 어두워서인지 어디서 바람이 새는지 알수가 없더라고요. 9,000원짜리 튜브를 또 새로 갈았습니다. 이젠 눈감고도 튜브를 갈게 되었습니다.
미국라이센스를 갖고있다는 김군의 분석으로는 자기 평생 이런 경우를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으며 주변의 고수들 누구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미지의 경우랍니다. 왜 림테이프가 밀리는 건지. 혹시 림과 자전거살인 스포크을 연결해 주는 니플(젖꽂지같이 생긴 너트)의 장력이 느슨해서일까 점검해 보았는데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결국 림테이프을 두겹으로 감아 튜브가 밀리더라도 니플 케이스가 튜브를 긁지 않도록 하자란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알 수 없는 것은 앞타이어의 림테이프는 계속 멀쩡한데 뒷바퀴는 왜 그런건지 정말 귀신이 곡할 노릇입니다.
아 이제 test drive 할 날도 몇 일 안 남았는데 괜찮을까요?
1부 끝
한가지 어드바이스~~, 여러분 주행 중엔 절대로 휴대폰을 받거나 고글을 손에 들고 다니지 맙시다. 양재천 지날 무렵 국제전화 전화받는다고 아무 생각없이 앞브레이크 잡았다가 360도 공중제비를 하고 땅바닥에 패대기 쳤습니다. 몇일 전 까졌던 상처부위 네곳 중 세곳에 다시 상처를 입었습니다. 그 전엔 잔차사고로 피를 보면 더 힘이 솟는 것 같더니 지금은 욕만 나오더군요.
뚜루 드 몽블랑 기행 2부 2005년 7월 15일 조 원 장
서울 출발, 쮜리히 도착
공항라운지에 도착하여 1시간 후면 떠나는 몽블랑(Mont Blanc)과 샤모니(Chamonix)에 대한 정보를 처음으로 검색해 보았다. 실은 그때까지 몽블랑과 샤모니와 알프스가 어떻게 다른 건지 찾아보지도 못했다(아니 찾아 보지도 않았다). 나이가 드니 게을러 지는 징조인가 보다. 목숨을 담보하게 될지도 모르는 여행에 대한 사전 조회도 없었다니…
영규의 설명에 의하면 몽블랑은 대청봉이고 샤모니는 설악동이란다. 알프스는 설악산 혹은 태백산맥쯤 될 듯 하다. 그런데 출발 직전 숙소예약도 할 겸 www.atlas.com 에서 지도를 검색해 보니 샤모니는 스위스 제네바(Geneva)에서 남쪽으로 1시간 정도의 거리라는데 내 비행기 표는 그 반대편 쪽에 있는 쮜리히(Zurich) 행이 아닌가? 샤모니에서 300km 이상 떨어진 곳… 순간 당황하였으나 메일에는 분명히 쮜리히에서 일행과 합류하는 일정이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새로운 곳엘 도착하면 언제나 낯설다. 내게 대부분의 해외여행은 여행이 아니라 출장이었고 서류가방을 들고 씩씩하게 입국대를 지나 택시를 잡아타고는 호텔로 직행하는 진부한 일정이다.
그러나 쮜리히 공항에 내려서 내가 맨 먼저 한 일은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옷 갈아 입을 화장실이 어디인지 또 자전거를 펼쳐서 조립할 공간이 어디인지를 찾는 거였다. 그런데 배낭을 제외한 잡동사니들을 보관해 둘 로커(Locker) 가 보이질 않는다.
겨우 길 건너 기차역사 지하층에서 로커를 찾았는데 옷 갈아 입을 화장실은 공항청사로 다시 가야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자전거를 타고 공항 밖으로 나갈 길을 찾는 것이 영 헷갈릴 것 같았다. 이럴 때 누군가 일행이 있으면 용기를 내고 원래 계획대로 고(go)를 할 텐데…
20여 년 전 겁도 없이 용근이와 비행기표에 배낭만 달랑 매고 몇 개월간 동남아 무전여행 하던 생각이 난다. 그때는 무슨 신이 났는지 번죽도 좋고 순 엉터리 영어를 구사하며 별일(?)을 다 했었는데…
결국 무료라는 말에 온갖 짐을 다 챙겨 들고 호텔버스를 타기로 했다. 인터넷으로 예약을 하였더니 그 비싸다는 스위스의 4 star 호텔인데도 120,000만원 정도에 숙박이 가능했다. 물론 시내에는 공동세면장을 사용해야 하는 90,000만원짜리 싸구려(?) 호텔도 있었지만 무료버스에 어쩌면 아침도 공짜일 수도 있는 Swissotel 선택은 잘한 것 같다.
오후 8시인데도 아직 날이 밝아 자전거를 조립하여 쮜리히 시내를 돌아 보기로 하였다. 지도를 가지고 확인하였건만 5분도 안돼서 방향을 잃었다. 샌프란시스코와 같이 언덕이 많은, 또 런던같이 꼬불꼬불한 길들이 나를 헷갈리게 하였는데 결국 호텔로 되돌아와 물어 보고 다시 길을 나섰다. 나중에 보니 지도의 동서남북이 엉뚱하게 표기되어 길을 잃은 것이었다. 쮜리히 관광지도는 윗쪽이 북쪽이 아니라 동쪽으로 표시가 되어 있더라.
다음날 저녁 9시, 영규가 공항에 도착해야 하고 또 우리를 픽업해서 샤모니까지 함께 갈 일행이 공항에 도착할 때까지 24시간의 여유가 있으므로 다음 날은 온종일 자전거를 몰고 쮜리히 시내와 근교를 헤집고 다닐 수 있었다.
쮜리히는 쮜리히호수(Zurich Sea) 때문에 멋지게 도시가 발달한 곳 같다. 도시의 중심은 호수의 북단에 있고 호수 양안 언덕을 따라 주택가들이 죽 들어서 있었다. 호안에는 백조가 우아하게 떠 다니고 있고 둘레가 백여키로는 될 호수를 끼고 있는 잔디밭 녁에는 일광욕을 하는 선남선녀들이 몸매를 자랑하고 있다. 잔차로 70여키로를 돌았더니 피곤하였다. 물에 첨벙, 나도 선남선녀들 틈에 끼어 스위스의 일광을 잠시나마 즐기기로 했다.
3부에 계속.
댓글 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