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소나무, 일명 황장목으로 유명한 울진국유림 지구인 울진군 북면 소광리 계곡을 다녀왔습니다. 너무도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소나무와 수풀을 보면서 과연 금수강산이라는 말이 이름만이 아니로구나 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라이딩은 너무도 자전거를 타고 싶은 열망에 불쑥 떠나서 적적한 임도를 41km, 도로 20km를 달렸습니다. 임도에서는 견딜 만했었는데, 도로 위의 열기를 견디기가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
코스는 다음과 같습니다.
소광리 민박집-대광천 계곡-석포 소광리 갈림길-소광리 전곡 갈림길-전곡-봉화군 광회리 앞 국도-불영계곡 국도-통고산 휴양림 입구-불영사-소광리 민박집(총 61km)
첫 사진은 소광리의 민박집을 막 출발하기 직전입니다.
울진 소광리의 황장봉계석이 있는 개울가의 표지판입니다. 왕실에 사용할 소나무를 지역 주민이 함부로 벌채할 수 없다는 조선시대의 흔적이 바위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습니다.
500년 수령이 넘는다는 금강송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잘 생긴 소나무 중 하나라고 합니다. '춘양목'이라는 말은 일제가 조선의 소나무를 마구 베어서 춘양역에 쌓아놓았을 때부터 생겨난 이름이라고 합니다. 앞으론 식민지의 우울한 그늘이 서려있는 이 말을 쓰지 말아야겠습니다.
다 자란 금강송을 벌채한 자리에 새로 조성하는 젊은 금강송들입니다. 씩씩한 대한 남아의 모습도 바로 저 소나무와 같은 늠름한 기상이어야겠지요.
이제 본격적으로 업힐이 시작되는 지점입니다. 소광리 계곡을 모두 통과하여 대광천을 지나면 바로 오르막길입니다. 지난 해에 갔을 때는 태풍에 쓸린 흔적이 많았었는데, 그러한 곳을 모두 시멘트로 포장했더군요.
이를 악물고서 오르고 또 오르니 드디어 고도계가 1000m를 돌파하는 지점까지 올랐습니다. 출발할 때의 고도는 약 340m였습니다. 소광리 업힐 코스에서 가장 높은 곳은 해발 1200m 정도 되었습니다.
잠시 그늘에서 쉬면서 물 한 모금 마시고, 간식을 먹은 다음 주변 산세를 살펴보았습니다. 너무도 아름답고 푸르른 8월의 울진 소광리! 아마도 세계 어느 곳에 내어놓아도 전혀 손색이 없는 아름다운 우리들만의 산악자전거 코스입니다.
첫번째 갈림길에서 직진하면 석포로 빠지는 길입니다. 이 분기점에서 저는 좌측 임도로 빠졌습니다. 그곳은 소광리로 다시 내려오던가, 아니면 전곡 방향으로 더욱 길게 탈 수 있는 임도의 연속입니다.
그곳으로 계속 내려오면 다시 두번째의 갈림길을 만나게 됩니다. 좌측은 바로 소광리로 내려오는 다운힐 코스이고, 직진하면 전곡 방향입니다. 저는 전곡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워낙 날이 더워서 물 한 팩을 다 마시고, 중로의 개울에서 시원한 물을 다시 보충했습니다. 그 시원한 물맛이란~~~
길고 긴 산길 임도를 오르막 내리막으로 얼마나 달렸는지 모릅니다. 갈림길도 두어 차례 더 만났습니다. 저는 마냥 전곡 쪽으로 방향을 틀었는데, 쌍곡 방향으로 틀어서 내려왔어야 하는 것을 전곡으로 그냥 내려가 버렸습니다. 그런데 이 전곡이란 곳은 엄청난 고갯길을 내려가서 만나는 아주 궁벽한 마을입니다. 지리를 모르고 전곡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35도의 무더위 속에 혀를 빼물고 되오르는 일은 대단한 고통이었습니다.
적막하고 쓸쓸한 전곡 마을의 한 풍경입니다. 비탈밭에 갈아놓은 밭농사와 원색으로 페인트를 칠한 양철지붕의 빛깔이 참 대조적입니다. 뜨겁게 달아오른 도로 귀퉁이에서 몸을 말리느라 나와 있는 뱀을 서너 마리나 만났습니다. 역시 뱀은 머리털을 곤두세게 하더군요. 사진 찍을 여유는 커녕 얼른 그곳에서 달아나기 바빴습니다.
드디어 임도 코스를 마무리하고 봉화에서 울진으로 빠지는 국도, 이른바 불영계곡이라 부르는 국도로 나왔습니다. 어딘지도 모르고 나와서 표지판을 보니 봉화군 광회2리라는 곳입니다. 삼근초등학교 광회분교가 있는 곳입니다.
임도를 빠져나오니 일단 안심은 되었으나 이제부터는 국도의 아스팔트에서 훅훅 치밀어 오르는 8월의 뜨거운 열기를 그대로 뚫고 달리는 고통과 싸워야했습니다. 오직 정신력으로 달리고 또 달렸습니다. 그런데 만만치 않은 고갯길이 기다리고 있더군요.
옥방 마을 앞을 지나다가 잠시 자전거를 세우고 한 커트했습니다. 이 옥방에서 영양 일월산 쪽으로 빠지는 비경의 비포장 임도가 무척 좋습니다, 수년전에 디젤 지프를 타고 오프로드로 달려본 기억이 있는 곳입니다. 마을 이름도 참 예쁘지요.
통고산 국립공원 자연휴양림으로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이곳에도 멋진 자전거 코스가 있습니다. 왕피천 계곡과 박달재로 이어지는 비경의 코스가 숨어있는 곳이기도 하지요. 가을쯤 통고산과 왕피천 계곡 코스를 한번 함께 가시면 좋겠습니다.
가도 가도 소광리는 멀기만 합니다.
울진으로 달리는 국도의 표지판은 여전히 38km나 남았다고 하는군요. 배는 고프고, 목은 마르고, 해는 뜨겁고, 엉덩이는 아프고..... 점점 기운이 빠집니다.
하지만 모르는 사이에 고갯마루를 모두 올라서 신나는 다운힐로 쏜살같이 바람을 가르며 달려 내려옵니다. 언제 자동차 있는 곳으로 돌아갈까 하던 조바심이 이제는 반가움과 기쁨으로 서서히 바뀝니다.
드디어 소광리 표지판을 발견하고는 속으로 환호를 올립니다. 아침 7시에 떠나서 오후 3시까지 한여름 무더위 속에서 무려 8시간을 달렸습니다. 가슴 속은 뿌듯한 성취감으로 가득 차오릅니다.
아마도 이 느낌에 도달하기 위해서 자꾸만 자전거를 타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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