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0년...
지난날을 뒤 돌아보고 미래를 재설계하기 위한 분기점이 되는 소중한 시기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불행이도 내 뇌는 즐거웠던 기억들 보다는 힘들었던 기억들을 더 많이 간직하고 있다. 간사한 인간인지라 행복에 대한 바램이 끝이 없어 뭐가 행복인지 아직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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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 10월 2일(일)
○ 코스 : 태안읍 휴양림관리사무소-장길산 영화촬영지-몽산포해수욕장-
청포대해수욕장-백사장해수욕장-꽃지해수욕장-고남면-영목항-이하 역순 복귀
○ 출발/도착시간 : 10:30분/18:10분
○ 순수 라이딩 시간 : 5시간 30분
○ 총 주행거리 : 99.85km
○ Avg. Speed : 18.4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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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첫날 자전거를 차에 실고 공해에 찌든 서울을 떠난다. 목적지는 천안에 살고 계시는 형님댁. 오후 9시쯤 천안에 도착해 아이를 맡기고 곧장 다시 차에 오른다. 워낙 늦은 시간에 출발한 관계로 일단 서산에서 잠을 자고, 아침 일찍 태안으로 출발하기로 한다. 숙소로 정한 모텔에 컴퓨터가 있어 왈바에 접속하려 하니 검색창에 왈바 주소가 있다. 자전거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우리보다 먼저 들렀다 갔나 보다.
다음날 일어나 태안을 향해 출발한다. 주차할 곳을 찾다 태안읍 내에 있는 휴양림관리사무소에 차를 세운다. 사실 나중에 라이딩 거리가 늘어났지만 처음 계획은 아주 간단했다. 77번 국도를 타고 꽃지해수욕장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출발이다. 가을날의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찌른다. 아쉬운 건 연휴다 보니 차들이 많다는 것. 그러나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도로의 갓길이 충분히 넓어 초널널 관광라이딩하는데 하등 불편함이 없다. 눈앞에 청포대해수욕장 표지판이 보여 들어가 보니 아주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백사장에 꽤 넓다. 썰물 때라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1km 정도 바다로 나가 갯벌에서 조개를 캐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보인다. 사실 나도 행복하다.
남면을 거의 지나 안면도에 들어서기 전 오른쪽으로 경사도가 심상치 않은 시멘트 포장 업힐이 눈에 띤다. 호기심이 발동한다. 모네를 길 가에 쉬게 하고 그 길을 따라가 본다. 크~ 짧은데 꽤 빡세다. 올라가 보니 군부대라 일반인 출입금지란다. 너무 짧아 아쉽다.
이제 안면도다. 백사장, 삼봉해수욕장은 그냥 지나치고 목적지인 꽃지해수욕장으로 향한다.꽃지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라이딩 내내 우리 옆을 지나치던 그 수많은 차들이 여기에 다 모인 것 같다. 근데 우리가 누구인가? 자전거 타는 사람들 아닌가? 자동차 숲 싱글 길을 뚫고 전진을 계속해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매점에 자리를 잡는다. 사람 보는 재미, 바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안된 시간이다.
엉뚱한 생각이 꼬리를 친다. 이 도로의 끝은 어디일까?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살고 있을까? 결국 모네와 태안반도의 끝인 영목항에 가기로 한다.
그리 높지 않은 재를 몇 개 넘어 영목항에 도착했다. 라이딩 도중 좌우로 모두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이채롭다. 여기도 차들이 많다. 곳곳에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자전거에서 내리니 배가 고파온다. 어디선가 비릿한 바다 내음을 흠뻑 머금은 물고기들이 우리를 유혹한다. 결국 바다가 보이는 횟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그래 여기 온 김에 배 한번 호강시키자. 일단 대하를 시켜본다. 맛있다. 근데 뭔가 허전하다. 매운탕을 시켜본다. 우럭이 2마리 들어간 먹음직스러운 매운탕이다. 맛있게 먹어준다. 아~ 배불러. 시계를 보니 3시 30분이다. 여기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라이트도 없는데... 서둘러야 겠다, 모네가 힘들어하는 것 같던데.
영목항을 출발해 태안으로 향한다. 그런데 오후가 되니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부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자전거에 속도를 붙이기 힘들다. 이거 아무래도 야간 라이딩을 해야 할 것 같다. 라이트도 없는데 걱정이 앞선다. 모네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난감하다.
태안으로 가는 길... 곳곳에 차량이 정체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차가 여기 태안반도로 다 몰린 것 같다. 속도는 나지 않고 엉덩이는 아파와 자주 쉬면서 라이딩을 계속한다. 지난주 속초라이딩의 여독이 덜 풀린 것 같다.
모네를 보니 경사진 언덕길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내가 대신 자전거를 타 줄 수도 없고... 가만히 화이팅을 외쳐본다. 남면을 거의 지날 때쯤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다행인 것은 차들이 많다 보니 도로가 그다지 어둡지 않다는 것. 자전거 옆을 고속으로 지나는 차들이 고마워 보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결국 오후 6시 10분경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 간신히 주차해 놓은 차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아내와 모네의 첫 도로 라이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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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새 천년을 맞이한 이후 아이 없이한 우리 부부만의 첫 번째 여행인 것 같다. 첫 여행을 이렇게 힘들게 하다니 모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그래도 우리 모네는 즐겁단다. 사실 자전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3주전 당림리 임도를 타다 넘어져 갈비뼈 쪽에 이상이 있는 모네가 아네를 믿고 100km를 완주했다는데 고마움과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지난날을 뒤 돌아보고 미래를 재설계하기 위한 분기점이 되는 소중한 시기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불행이도 내 뇌는 즐거웠던 기억들 보다는 힘들었던 기억들을 더 많이 간직하고 있다. 간사한 인간인지라 행복에 대한 바램이 끝이 없어 뭐가 행복인지 아직 깨닫지 못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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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시 : 10월 2일(일)
○ 코스 : 태안읍 휴양림관리사무소-장길산 영화촬영지-몽산포해수욕장-
청포대해수욕장-백사장해수욕장-꽃지해수욕장-고남면-영목항-이하 역순 복귀
○ 출발/도착시간 : 10:30분/18:10분
○ 순수 라이딩 시간 : 5시간 30분
○ 총 주행거리 : 99.85km
○ Avg. Speed : 18.4km/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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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의 첫날 자전거를 차에 실고 공해에 찌든 서울을 떠난다. 목적지는 천안에 살고 계시는 형님댁. 오후 9시쯤 천안에 도착해 아이를 맡기고 곧장 다시 차에 오른다. 워낙 늦은 시간에 출발한 관계로 일단 서산에서 잠을 자고, 아침 일찍 태안으로 출발하기로 한다. 숙소로 정한 모텔에 컴퓨터가 있어 왈바에 접속하려 하니 검색창에 왈바 주소가 있다. 자전거를 사랑하는 누군가가 우리보다 먼저 들렀다 갔나 보다.
다음날 일어나 태안을 향해 출발한다. 주차할 곳을 찾다 태안읍 내에 있는 휴양림관리사무소에 차를 세운다. 사실 나중에 라이딩 거리가 늘어났지만 처음 계획은 아주 간단했다. 77번 국도를 타고 꽃지해수욕장을 둘러보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출발이다. 가을날의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찌른다. 아쉬운 건 연휴다 보니 차들이 많다는 것. 그러나 일부 구간을 제외하고는 도로의 갓길이 충분히 넓어 초널널 관광라이딩하는데 하등 불편함이 없다. 눈앞에 청포대해수욕장 표지판이 보여 들어가 보니 아주 고운 모래로 이루어진 백사장에 꽤 넓다. 썰물 때라 대부분의 여행객들이 1km 정도 바다로 나가 갯벌에서 조개를 캐고 있다.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 보인다. 사실 나도 행복하다.
남면을 거의 지나 안면도에 들어서기 전 오른쪽으로 경사도가 심상치 않은 시멘트 포장 업힐이 눈에 띤다. 호기심이 발동한다. 모네를 길 가에 쉬게 하고 그 길을 따라가 본다. 크~ 짧은데 꽤 빡세다. 올라가 보니 군부대라 일반인 출입금지란다. 너무 짧아 아쉽다.
이제 안면도다. 백사장, 삼봉해수욕장은 그냥 지나치고 목적지인 꽃지해수욕장으로 향한다.꽃지는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라이딩 내내 우리 옆을 지나치던 그 수많은 차들이 여기에 다 모인 것 같다. 근데 우리가 누구인가? 자전거 타는 사람들 아닌가? 자동차 숲 싱글 길을 뚫고 전진을 계속해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 위치한 매점에 자리를 잡는다. 사람 보는 재미, 바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시계를 보니 12시가 안된 시간이다.
엉뚱한 생각이 꼬리를 친다. 이 도로의 끝은 어디일까? 어떤 사람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살고 있을까? 결국 모네와 태안반도의 끝인 영목항에 가기로 한다.
그리 높지 않은 재를 몇 개 넘어 영목항에 도착했다. 라이딩 도중 좌우로 모두 바다가 보이는 풍경이 이채롭다. 여기도 차들이 많다. 곳곳에 병목현상이 발생한다.
자전거에서 내리니 배가 고파온다. 어디선가 비릿한 바다 내음을 흠뻑 머금은 물고기들이 우리를 유혹한다. 결국 바다가 보이는 횟집에서 점심을 먹기로 한다. 그래 여기 온 김에 배 한번 호강시키자. 일단 대하를 시켜본다. 맛있다. 근데 뭔가 허전하다. 매운탕을 시켜본다. 우럭이 2마리 들어간 먹음직스러운 매운탕이다. 맛있게 먹어준다. 아~ 배불러. 시계를 보니 3시 30분이다. 여기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다. 라이트도 없는데... 서둘러야 겠다, 모네가 힘들어하는 것 같던데.
영목항을 출발해 태안으로 향한다. 그런데 오후가 되니 육지에서 바다 쪽으로 부는 바람이 예사롭지 않다. 자전거에 속도를 붙이기 힘들다. 이거 아무래도 야간 라이딩을 해야 할 것 같다. 라이트도 없는데 걱정이 앞선다. 모네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니 더욱 난감하다.
태안으로 가는 길... 곳곳에 차량이 정체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차가 여기 태안반도로 다 몰린 것 같다. 속도는 나지 않고 엉덩이는 아파와 자주 쉬면서 라이딩을 계속한다. 지난주 속초라이딩의 여독이 덜 풀린 것 같다.
모네를 보니 경사진 언덕길을 힘겹게 오르고 있다. 내가 대신 자전거를 타 줄 수도 없고... 가만히 화이팅을 외쳐본다. 남면을 거의 지날 때쯤에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한다. 다행인 것은 차들이 많다 보니 도로가 그다지 어둡지 않다는 것. 자전거 옆을 고속으로 지나는 차들이 고마워 보기는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결국 오후 6시 10분경 날이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 간신히 주차해 놓은 차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렇게 아내와 모네의 첫 도로 라이딩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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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니 새 천년을 맞이한 이후 아이 없이한 우리 부부만의 첫 번째 여행인 것 같다. 첫 여행을 이렇게 힘들게 하다니 모네에게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그래도 우리 모네는 즐겁단다. 사실 자전거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3주전 당림리 임도를 타다 넘어져 갈비뼈 쪽에 이상이 있는 모네가 아네를 믿고 100km를 완주했다는데 고마움과 사랑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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