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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서 땅끝까지-1-새로운 나를 찾기 위한 도전!

wb50232005.12.22 17:54조회 수 2545추천 수 2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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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2박3일간 일산에서 땅끝마을까지 국토종단자전거
투어를 다녀왔습니다.
"한번은 미쳐 볼 만한 짓(?)" 후에 후기랍시고 잡글을 끄적거려 동호인들과 공유하다가
극한의 빡씬 페달질을 즐기시는 회원님들께 고합니다.
지루하고 허접하나마 눈팅으로 읽어 보시고, 또한 춥다고 움츠리지 마시고 더욱 더
멋진 도전을 위해 내공을 쌓으시기 바랍니다.
후기는 떠나기 전, 첫째 날, 둘째 날,셋째 날로 나누어 4회에 걸쳐 올리겠습니다.    

그 첫번째

"새로운 나를 찾기 위한 도전!"

잊혀질 만한 시간이 지났다. '시간이 지났다'라기 보다 땅끝마을에 다녀온 흥분과
기쁨을 곶감 꼬치에서 곶감 빼 먹듯 만끽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욱 어울릴 것 같다.
투어를 다녀온 지 보름이 지나 모두가 평상으로 돌아갔건만 하루에도 몇 번씩 번뜩이는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나에게 있어 그 때의 기억은 무엇보다 소중하고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하나의
사건이기 때문이다. 이제 그 사건 속에 숨겨진 불씨를 꺼내 무뎌져 가는 가슴 속에
묻어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항상 그랬듯이 불씨는 나를 변화시키는 생명의 원천이기에
여기저기 구멍 뚫린 빈 가슴을 채워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막상 후기를 쓰려고 펜을 잡으니 막막하다.
투어를 마치던 날 완주의 성공을 자축하는 자리에서 산울림은 후기를 맡아 줄 것을
제안했고, 나머지 원정대원들이 동의하여 졸고가 될 게 뻔한 줄 알면서 쓰겠노라
흔쾌히 수락했지만, 솔직히 2박 3일간의 여정을 사실적이고 실감나게 담아 낼 재간이
없다. 더구나 이번 투어는 치밀하게 계획된 여행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순한 일기와
돌발적인 상황 및 사고, 그리고 내 몸 하나 추스르기 힘든 순간이 더 많았기에 보고
느낄 만한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출발 후 이틀동안 줄기차게 내린 비는 투어 도중의 여정을 순간순간 메모할 수
없게 만들어, 어렴풋이 떠오르는 기억에 의존해야 하고, 이로 인하여 수사적 기교와
추상적 묘사가 따를 수 밖에 없어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집필이 아니라 '그저 보고 느낀 대로 옮기면 그만이지'
라고 생각하면서 편한 마음으로 펜을 들었다. 따라서 거리,시간 등 계량적 표기는
'사실에 근거한 기록'이 아니라 '추측에 근거한 기억'임을 미리 알리고, 폭넓은 이해를
구하고자 한다.  

내 나이 사십을 넘긴 지 벌써 다섯해가 지났다. 사십이 되면 한 번쯤 인생을 뒤돌아
보게 마련인 데 사십이 되던 그 해에 나는 불혹의 나이를 의혹의 나이로 규정하면서,
유혹과 흔들림이 없어야 할 나이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 보았다.
직장에서 소외되어 가는 집단이자, 육체적인 변화에 민감한 불완전한 기성세대에 접어
들었다는 현실이 두렵기도 하였지만, 이렇게 사는 삶은 나의 방식이 아니었다.
지난 40년의 세월이 열정과 격동의 인생이었다면, 남은 삶은 절제되고 정돈된
인생이어야 하고, 과거에서 미래까지 일관되고 굴곡없는 인생을 살아 왔고, 또한  
그렇게 살고 싶었다.
나를 찾고자 하는 여행은 정확히 그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새로운 일과 행동에 앞서 습관처럼 "무엇을 위하여 행동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으며,  
"잃어버린 나, 잊혀져 가는 나, 새로운 나를 찾기 위해"라는 의미를 찾으려 노력하였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아닌 진정한 나를 찾기 위한 삶을 살아 온지 5년이 지난 셈이다.
자전거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미쳤다고 생각하는 미친 짓에서, 그리고 대단하지 않은
대단한 일에서 나를 찾고 싶었기 때문에 선택한 것이었다.

사실 나는 이번 투어기간 중에 단독투어를 준비했었다. 국토순례 4구간 중 제1구간인
서부종단투어인데 9월 30일부터 1박2일의 일정으로 임진각에서 서귀포까지 총연장
540km에 이르는 대장정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를 위하여 2개월 전부터 대,하퇴근 강화훈련과 약 1500km에 이르는 중장거리 실전
라이딩을 하였다. 훈련시간의 부족으로 일산에서 강남에 이르는 80km 출퇴근 라이딩을
주로 이용하였으며, 마라톤 훈련방법을 변형한 인터벌 트레이닝을 통하여 스피드,
근지구력, 심폐지구력 등을 키워 갔다.
나름대로 훈련성과에 만족하며 부푼 희망을 키워 가던 중 9월 3일 방화대교 근처에서
돌발적인 사고를 당하였으며 훈련중단과 투어포기를 결심하기에 이르렀다.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 또한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사고 이후 3주간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끓어 오르는 욕망을 억누르기에는 힘든 시간을 보내며 기회를 엿보던 9월 24일!
깁스한 손가락을 조심스레 장갑에 밀어 넣고, 동호회 가입 후 첫 라이딩인 잠실왕복
100km 길에 따라 나섰다.
욱신거리는 손가락의 통증을 장갑속에 감추고 산울림,오솔길,산이슬,몸부림과 뜨거운
사랑을 나누면서 주파수를 공유해 나갔다.
다음날 땅끝마을 투어의 참가신청과 함께 사전모임에 나가 참가할 원정대와 어색한
첫 대면을 하였다.
8주간의 훈련과 3주간의 중단, 그리고 5일 후 출발!
"이런 상태로 가능할까?", "최장 160km의 허접한 실력으로 명함이나 내 밀수 있을까?",
"민폐나 끼치면 어떻게 하나?" 참가신청을 하고 나니 우려와 잡념으로 머리 속이
복잡하였다.
기왕 저지른 일, 차라리 잘 된 일이라고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기로 하였다.  
짧지만 남은 5일 동안 심신을 최대한 업그레이드 해야 했다.
긍정적인 사고와 나 자신을 믿는 마인드로 정신적 훈련을 하였으며, 육체적 훈련으로는
실전훈련보다는 지상훈련과 웨이트트레이닝 등에 초점을 맞추어 나갔다.
체력관리를 위한 식사량 및 영양분 섭취에도 신경을 썼다.
짧은 기간에 근지구력을 향상시키면서 컨디션 조절을 하기란 쉽지 않았지만, 경제적
개념의 훈련결과는 믿음과 자신감 뿐만 아니라, 이전보다 훨씬 가벼워진 몸을 느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국토종단 자전거투어! "한강에서 땅끝까지!"

이번 자전거투어는 4개월의 준비기간과 사전답사를 통하여 철저하게 준비되었다.
비록 출발일이 다가오면서 당초 참가하기로 한 회원수가 줄어 들긴 하였지만
단 1명이라도 의지가 있다면 강행하여야 할 필연적 투어였다.
투어는 9월 30일부터 10월 2일까지 2박3일간 일산에서 땅끝마을까지 총연장
약 500km에 이르는 국토종단투어로서 첫째 날 06:00에 출발하여 마지막 날 16:00에
도착하기로 되었으며, 34시간의 다소 느슨하고 여유로운 일정계획은 "빨리가기가 아닌
함께가기"와 주간라이딩(06:00~18:00)을 원칙으로 정하였기 때문이었다.
원정대에는 기획,준비,예산을 총괄한 원정대장 산울림, 로드마스터이자 미케닉,
만능 엔터테이너인 산이슬, 총무,진행과 함께 이동종합병원을 손수 운영한 수화기제,
그리고 희나리(나) 이상 4명의 라이더가 도전장을 내밀었으며, 마지막 날까지
포토그래퍼와 조달,지원으로 희생을 아끼지 않은 프로라이더 닉, 둘째 날 근무를
마치고 전남 광주까지 내려와 원정대에 합류한 두루미 이상 2명의 서포터가 참여하기로
되어 있었다.
이동 경로는 일산호수공원-한강-안양천을 거쳐 1번 국도에 진입한 다음 수원-천안을
지나 23번 국도로 공주에 도착하여 1박을 하기로 하였으며, 이어 논산을 거쳐 다시 1번
국도를 이용하여 전주까지 이동한 후 27번,24번,13번 국도를 차례로 올라 순창-담양-
북광주를 거쳐 하남에서 2박을 하기로 하였다.
마지막 날 13번 국도는 나주-영암-강진-해남까지 안내할 것이며, 땅끝마을에 이르는
길은 77번 국도를 택하기로 되어 있었다.

출발 전날이다.
장거리 주행과 악천후를 대비하여 자전거를 점검하고 가벼운 마라톤과 스트레칭으로
컨디션을 조절하였다. 몸은 찌푸린 하늘만큼이나 무거웠지만 마음은 솜털처럼 가볍고
당장이라도 출발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내가 퇴근하여 돌아오기 전에 모든 준비를 마치기로 하고 서둘러 이것 저것 쑤셔
넣었다. 연휴이기도 하거니와 일기도 불순한데다 몸 상태도 완전하지 못한 남편을
보낼 아내에게 이런저런 모습을 보여 주기가 싫었기 때문이었다.
밤11시, 아내와 딸과 함께 커다란 지도를 보고 여정과 각오를 이야기하면서 이해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 근심어린 아내의 얼굴과, 기대와 믿음으로 용기를 북돋아 준 딸의
얼굴이 묘한 대조를 이루며 가슴 깊이 파고 들었다.
잠이라고는 도무지 올 것 같지 않는 지루한 밤을 아직은 동반자라고 느껴지지 않는
일행의 얼굴을 하나씩 떠올리며 애써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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