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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구례 홀로라이딩

leey782006.04.20 13:33조회 수 3263추천 수 7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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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잔차에서 입문용으로 바꾼지 5개월여,
당시의 기억이 눈에 선하다. 자전거 문외한인 내게 이 세계는 모든게 생소하였다. 가격도 그렇고, 용도도 상식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정말 많이 망설인 끝에 입문용으로 구입을 결정하였다. 무거운 생활잔차로 하계동에서 성산대교까지 왕복 후 뻗었던 것에 비해 마치 빙판위를 달리는 듯 하였다. 아! 이런 차이였구나. 점점 재미가 붙었다. 이후 주말마다 라이딩거리를 차차 늘렸고, 나름대로 장거리의 욕심이 내머리를 가득 채우기 시작하였다. 좀 더 높은 목표에 도전하고 싶었다. 지난주(연천왕복)에 이어 이번에는 작년에 완독한 소설 토지의 무대인 전라남도 구례 섬진강을 목표로 정하였다. 지도를 펴놓고 거리를 재고 지도찾기에서 고도도 확인해보고...

정말 이렇게 설레어 본 적은 어릴적 빼곤 없었던 것 같았다.

상당히 긴거리였다. 전체 약400km를 1박2일로 간다는 계획은 강렬한 도전과 두려움을 동시에 느낄수 있었다. 사실 천안까지 약100km의 거리를 지하철로 이동할 수 있는 것을 깨닫기 전에는 엄청난 무리라고 포기할 뻔 하였다. 그럼 천안 부터는 300km? 그정도면 할 수 있겠다는 생각으로 좀 더 면밀하게 라이딩계획을 잡아 나갔다.

막상 금요일이 다가오자 마음 한구석 꽁무니의 그림자가 다가왔다.

"혼자서 그 먼길을 청춘도 아닌 49년된 엔진으로 뭐하러 가나. 그전처럼 주변 한바퀴돌고 막걸리나 한잔 먹고 푹쉬지" 정말 달콤한 유혹이었다. 장거리 계획을 가족에게 말하지 않았다면 슬그머니 없던 일이 될 수 있었다. 물론 미쳤다고 펄쩍 뛰는 가족의 만류에 걱정말라고 큰소리 쳤다는 것에 생각이 미치자 에라 도전이다라며 결심을 굳혔다.

금요일 퇴근 후 여행준비에 부산하였으나 말할수 없는 설레임과 처음겪는 두려움때문에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다음날 4시 벨소리에 밤새 뒤척이던 눈을 떳다. 아침식사하고 꾸물대니 시간은 벌써 5시반 아직 어두운 새벽을 뚫고 월계역으로 페달을 밟았다. 10분 후 도착. 앞바퀴분해후 자전거를 들고 지하철을 기다리니 몇명안되는 아저씨들이 신기한듯 쳐다본다.

약3시간 걸려 천안역 도착하니 9시가 다 되었다. 복장갖추고 자전거조립후 천안역을 벗어나 1번국도를 타고 공주를 향해 남진하였다.

가벼운 황사가 오전중에만 있을것이란 예보가 있었기에 시야가 다소 뿌였더래도 정말 신나게 페달을 밟았다. 막상 시작을 하니 그동안 염려되었던 것들은 다 잊어버릴 정도로 마음이 가벼웠다.

더구나 차령산맥이 험한줄 알았는데 가벼운 언덕에 짧은 터널, 오르막은 짧고 내리막은 길고 .. 황사만 걷히면 금상첨화인데 거 이상하네 11시 쯤인데 황사가 좀 더 오래가나? 어쨌든 이렇게 나오니 너무 신났다. 페이스 조절하며 무리하지말고 차근차근 달려갔다.

공주의 국도는 4차선으로 마치 고속도로 갓길을 달리는 듯 하였다
휴게소에 들러 점심식사를 하며 주인에게 여기가 어디쯤이냐고 물어보니 논산이 거의 다왔다기에 페이스가 순조롭게 되겠구나 생각하며 안도를 하였다. 전날밤을 거의 뒤척였기에 뱃속이 든든하니 그저 누워 늘어지게 퍼지고 싶은 마음을 뒤로 하고 다시 자전거에 올라 남진을 시작하였다.

국도옆으로 고속도로가 비슷하게 가고 있기에 4차선 국도는 통행량은 많지 않고, 거의 화물차이며 속도는 엄청났고 소리 또한 굉음을 귀에 달고 갈 지경이었다. 그러나 갓길이 넓어 생명줄이라 굳게 믿고 거의 평탄한 지형을 신나게 내달렸다.

논산시내를 지나 논산훈련소 앞을 지나 한참을 가니 전라북도 익산이라는 표지판이 등장하였다. 혼자 먼 길을 나서 보니 표지판의 지명이 마치 나를 무척 기다리는 친구인양 무지 반가웠다. 이제는 전라도 땅이라니 내마음도 약간 흥분되었다.

전라도가 반갑기는 한데, 해는 서쪽으로 기우뚱 조바심이 나고, 몸은 슬슬 무거워 오고, 아니 오전에 없어진다는 황사는 왜 아직도 있는 거야? 그리고 내리막은 별로 없고 오르막만 계속되고....

충청도 땅에서의 상큼한 기분은 오간데 없고 이미 내자신과의 싸움이 시작되었슴을 깨닫기 시작했다.

차만 드문드문 고속질주하고 오가는 사람도 없이, 마치 망망대해의 일엽편주 같은 외로움. 이런곳에서의 어둠은 곧 공포임을 알기에

서쪽하늘의 석양빛은 나의 마음을 무척이나 초조하게 만들었다.
전주까지의 길은 생각보다 길었다. 잔잔한 오르막이 자주있었기에 속도도 많이 줄었다. 해는 서산에 걸쳤다. 좀 더 기운을 내어 전주까지 가야한다. 마음속으로 다져먹고 목적지를 향해 나아갔다.

전주 25km... 전주15km...

이미 거리계는 120km를 훨씬 넘었다. 드디어 우석대학앞을 지났다.

난 이곳이 전주인줄 알고 한옥마을을 택시기사에게 물어보니, 이곳은 전주가 아니고 삼례라는 곳이며 전주는 한~참을 더 가고 한옥마을은 훠얼씬 멀리있다고 하며 자전거로 어느세월에 가겠냐고 걱정을 하는 것이랴. 시계는 이미 7시 이곳에서 1박을 할지, 목표했던 전주 한옥마을 도착을 꼭 이뤄 내야 할지 잠시 고민한 후 후자를 택하기로 결심 다시 페달을 힘차게 밟았다.

채 20분되었을까? 그리 멀다던 전주의 월드컵 경기장이 시야에 들어왔다. 얼마나 반갑던지... 그 기사아저씨는 자전거이동 개념이 별로 없이 설명을 하셨을까?

전주는 결혼직후 여행한곳이지만 너무나 낯설었다. 이번에는 한옥마을, 지나지는 오토바이 할아버지에게 여쭤 보니 한5km 한참 간다고 엄청 친절하게 가르켜 주시고 손까지 흔들어 주셨다. 정말 한참을 갔다. 한15km.... 날은 짙은 어둠이 깔리고 후미등과 전조등을 키고 배고픔을 참으며 번화가 몇개를 지나 끝까지 가니 비로소 한옥마을! 두시간여 시내를 통과하느라 진이 거의 다 빠졌다. 콩나물밥에 모주몇잔하니 이제 살것 같았다. 반야라는 찜질방에서 1박

총라이딩거리 154km 평속 20km

찜질방은 자전거여행자에게는 매우 중요한 숙박수단일 듯 하다. 뭉친 근육과 피로가 나름대로 회복된 듯 하였다. 낯선 환경 때문인지 잠에서 일찍 깨어났다. 전날 거의 잠을 못잔것에 비하면 그래도 숙면을 취해서 몸이 개운했다. 식당에서 아침을 먹은 후 어두워서 못 본 한옥마을을 가볍게 둘러 보았다.

고풍스러운 성당과 이성계의 위폐가 모셔진 경기전이 눈에 먼저 띄었다. 경기전은 단아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한국의 미를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자 이제 남원으로 다시 출발!
황사는 말끔히 가셨고 날은 다소 흐렸다. 페달을 밟으니 다시 또 새로운 경험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자극하였다. 오늘은 어떤 풍경, 어떤 길, 어떤 바람이 내게 다가올까? 전주를 서서히 벗어나 완주군.

대도시 주변인지라 차량통행이 비교적 많았다. 그리고 완만한 오르막의 연속. 임실과의 경계인 솔치고개 정상까지 거의 두시간? 조금씩 지쳐가게 만드는 것이 이길의 특징이었다. 올라가며 정상이 보여 힘을 내서 오르면 평지, 그리고 또 오르막 평지 오르막.... 내리막을 기대하며 오르막을 오를때 더욱 힘을 내는데, 계속 길에 속았다 . 사람은 이런 상태에서 더 지치는가 보다. 그러나 그 끝은 반드시 있는법. 결국 솔치고개 정상에 올랐고 전라북도 임실이라는 지명이 솜사탕처럼 다가왔다.

이제는 진짜 내리막길. 야호를 소리높여 불러 보며 시원한 임실의 산야를 달렸다. 국도를 지나며 본 임실의 산과 들은 아주 평화로와 보였다. 여태 지나쳐온 곳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다.
평화로운 임실을 한참 달리니 서서히 춘향이라는 이름의 간판이 등장하였고 남원이 가까워 옴을 직감하였다. 그러고 다시 또 고갯길이 시작되었지만 내리막도 적절히 있는 길이기에 아까보다는 덜 힘이 들었다. 그러나 고도는 서서히 올라가, 한참 지난후 내려다보니 저 멀리 들녁이 내 발 밑에 있었다. 고개이름은 미도령. 춘향 휴게소에서 순박한 산골아이(8살?)가 파는 아이스크림을 맛있게 먹으며 남원의 깊은 산골을 음미하였다.
남원 시내도 보고 춘향의 숨결을 느끼고 싶었지만 그냥 구례로 넘어가기로 하였다. 남원을 뒤로 하니 산세가 서서히 달라져 갔다. 또한 바람도 엄청 심해졌다. 내리막의 맞바람 때문에 페달질을 할 정도였다. "결국 자전거로 지리산 자락을 지나고 있구나." 뭔가 마음속으로 뭉쿨하는 느낌이 올라왔다.

시간은 벌써 2시. 점심을 먹기 위해 지리산 휴게소라는 곳에 들러 잠시 휴식을 취했다. 씻을 물은 안나오고 자판기는 물만 나오고, 하여간 밥만 간신히 먹었다. 시설 최악.

다시 정상을 향해 오르막 시작. 잠시후 전라남도 구례라는 표지판이 드디어 등장! 서서히 목표가 보이기 시작 했다. 그리고 내 마음은 이른 성취감에 다소 들뜨기 시작했다. 그곳은 밤재. 밤재터널이 구례 표지판 뒤에 웅크리고 있었다. 라이더들은 누구나 터널을 싫어 할 것이다. 어둠, 굉음, 좁은 갓길(하수로길)등등... 그러나 터널을 나와 환한 빛을 보는 환희심 탓에 매번 터널에서의 공포를 잊어 버리게 되는 것 같다. 어쨌든 후미등을 켜고 천천히 터널을 진입하였다. 내려오며 3개쯤 터널을 통과했지만 밤재터널 상태가 가장 안좋았다. 갓길은 없고 울퉁불퉁한 하수도위를 침착하게 지나는데, 중간에 휘어져 있어 반대쪽 빛을 한동안 느낄 수 없었다. 공포체험?

스스로를 믿었다. 지금 내게 다가오는 굉음 ,어둠, 공포심등은 다 허상이라 굳게 생각했다. 그리고 가다보면 언제나 끝이 있지 않았던가? 한발한발 저어 나가면 곧 빛을 볼 수있을 테니, 황홀한 구례에서의 내리막이 기다리고 있을테니.....

마침내 터널을 무사히 벗어나 내리막길.

참 긴 내리막길이었다. 그동안의 고생을 보상받듯, 하늘을 훠얼훨 나는 새인듯...

시간은 아직 3시반. 이제 구례에서 서울행 마지막 버스표를 끊고 섬진강을 시간되는 대로 둘러 볼 작정이었다.

구례시외버스터미날은 혼잡하였다. 창구에서 서울가는 표를 물어보니 다 매진이고 4시반차만 남았다나? 섬진강 벚꽃축제 기간이기 때문이라나?

섬진강을 포기해야만 했다. 섬진강을 머리속에 그리며 달려 왔건만 토지의 최서희가 호령했던 평사리를 다음기회로 미룰 수 밖에 없는 진한 아쉬움이 일순간 내뇌리를 휘감았다. 그러나 어쩌랴. 다음을 기약 할 밖에... 첫술에 배부르랴.

아쉬움을 뒤로 하고 버스는 구례를 벗어나 서울을 향해 가고 있었다.



전주-구례 약100km 평속 17km

남서울터미널-하계 약40km

토,일요일 총라이딩거리 290km



에필로그

이제 첫 발을 내디뎠을 뿐이다.

길(道)이란 내게 너무도 다양한 모습으로 다가왔다. 때로는 평탄하기도, 완만한 오르막, 급한 오르막, 신나는 내리막, 바람의 도움, 바람의 방해, 터널의 반대쪽 빛이 보이기도, 터널이 굽고 길어 끔직한 공포를 체험해야 하는 등 무수히 다양한 모습으로 나와 함께 했다.

그동안 아무렇지도 않게 자동차란 문명의 이기를 통하여 지나쳤을 그런 길의 존재는 이제 자전거 덕분에 새롭게 내게 다가왔다.

내내 길과 대화를 하며 깊은 자기성찰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벌써 50이 성큼 다가온 내인생의 길에게 되물어본다.

www.cyworld.com/artmt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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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6
  • 캬 대단하십니다. 홀로 라이딩을... 전 꿈에도 못꾼다는 무서워서요 ㅠ.ㅠ 특히 터널... 차로 다닐때도 무서운데.... 축하드리며 화이팅 하세요^^;
  • 마음은 있어도 선뜻도전한다는게 쉽지않은데 정말 대단하십니다. 진심으로 박수를 보냅니다.!!
    축하드리며 항상 즐라 하십시요.
  • 오~대단하십니다, 혼자 도전한다는거 쉽지 않았을 텐데....
  • 참 후기 잘 쓰셨습니다. 따라 해보고 싶은 여행이군요.
  • 대단하십니다. 저도 떠나고 싶게끔 만드는군요!
  • 그렇게 한번 떠났다오면 삶의 무게가 한꺼풀씩 벗겨지는 느낌이 들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후기 글 부담없이 아주 좋았습니다. 저두 또 떠나야 할가 봅니다. 축하드립니다.
  • 글 잘 보고 갑니다.
    글을 읽고 나니 잠시 여행을 다녀온 기분이 드네요
    작은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
  • 49살...저하고 갑장이시군요. 힘찬 정열에 뜨거운 박수드립니다.
    다음 기회엔 남쪽 바다도 구경하실 겸 순천까지 오시기 바랍니다.
  • 후기 잘 쓰셨네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그리고 멋있으세요~ ^^
  • 감동적인 후기네요.. 혼자서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진데...
    어딘가 떠난다고 결심하면 할수 있는게 현실인데.. 결심하기가 쉽지 않네요^^
    멋진 후기 감사함니다!!
  • 제게 결심을 주는 후기글 입니다. 한 열흘 날 잡아서 하루라이딩을 무리 하지안으면서 여행버전으로 다녀 오고 싶고,계획을 잡아봐야겠습니다.잘 읽어습니다.
  • 참 맛갈난 후기네요 ...
    홀로 장거리 여행을 결심하기 쉽지 않으셨을텐데, 성공하심을 축하합니다
    항상 즐거운 라이딩 되시길
  • 멎집니다요~~~ 제가 구례사는데 정말 쉽고 좋은코스인 벚꽃길은 느끼지 못했다니 안타깝습니다. 섬진강 남쪽의 도로는 벚꽃과 강을 따라 펼쳐졌기 때문에 ......암튼 축하드립니다....*^^*
  • 선생님 저도 요기 왔죠..ㅋㅋ 글다시한번 읽어보고 갑니다 ^^*(빛나아빠)
  • 갑장인데, 대단한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앞으로 더 훌륭한 투어후기 기대합니다
  • 글 내용이 맛나내요 화이팅 입니다.
용용아빠
2024.06.17 조회 71
treky
2016.05.08 조회 681
Bikeholic
2011.09.23 조회 8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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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4 조회 7168
M=F/A
2011.06.13 조회 6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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