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
강릉-대관령-횡계-싸리재-진부(조식)-속사리재-이승복기념관-운두령-창촌-지석동고개
-율전-하뱃재-서석-솔재-구성포-홍천-양평-팔당대교-하남-잠실
잠이 눈거풀을 내려 앉힌다.
하얀 천정을 바라보며 지긋이 생각한다.
몇해를 살지, 아님 내일 생이 끝날지 모를 세상에 오늘을 달린다.
이번 강릉에서 서울행의 라이딩은 장거리만의 의미가 아니다.
날로 떨어지는 체력과 힘들어 지친 삶에 원기를 부어넣는다.
...
새벽 2시에 기상해서 차분한 마음으로 숙제를 하러 간다.
욕심을 버리고 나를 이기려하지 않고, 스스로 보호하며
목적지까지 도달하기로 한다.
9월의 강릉 새벽 공기는 차갑지도 않고 시원하게 피부에 앉는다.
어둠을 뚫고 여섯개의 반딧불을 반짝이며 강릉을 헤쳐나간다.
일주일전 대관령대회에 참석했을때와는 전혀 다른 마음이다.
어둠에서는 모든 것을 보는 사람에 맞게 포장시킨다.
경사가 보이지 않는 쉼이 있다.
어둠속에 서로 의지되는 웃음소리가 들리고,
내고향님과 락헤드님의 노래소리도 들린다.
힘이 들기전에 흥에겹다.
신선한 공기가 가슴 깊숙히 뼈속까지 정화시킨다.
하늘엔 촘촘히 별들로 반짝인다.
별똥별과 함께 오리온자리의 별은 대관령 정상까지 왼쪽 하늘을 지켜준다.
토끼 한마리 밝은 빛에 놀라 달린다.
대관령 정상엔 구름과 바람으로 피부가 촉촉이 적신다.
바람막이를 입고 체온을 유지시킨다
정상에 도착했는데도 여명이 오르질 않는다.
대회보다 빠른 속도로 올라왔다고 락헤드님 설명하신다.
( 그땐 어쩔수 없는 상황이었다 )
사진을 찍는 동안 여명이 올라온다
손위의 카메라가 흔들려서 아리삼삼하게 찍힌다.
키높이 맞혀 주신다고 허리를 굽힌 곰님.
별개미취 꽃잎에 이슬이 맺혀 종아리에 차갑게 닿는다.
체온이 떨어지기 전에 대관령에서 내려간다.
바람막이 속으로 공기가 차서 빵빵한 풍선옷이 되었다.
무릎이 시리도록 차가운 바람이 분다.
대관령 옛길의 휴게소와 주유소는 문을 닫았다.
횡계에 내려와서 1시간 정도 남긴 라이딩을 위해 빵과 우유로 배를 채운다.
이슬 : 마이클님, 이쪽으로 와서 앉아 먹어요, 체온이 37도야 따뜻해~
마이클은 추워 덜덜 떨면서도 마다한다.
...
이슬 ; 내고향님, 아직 시작도 안했어요. 맛이 없어도 위를 채우고 힘을 비축해놔야
해요.
내고향 ; 얼마나 남았는데
이슬 ; 아침 먹으려면 1시간은 가야해요.
...
싸리재에는 이른 시간이라 차가 거의 없다.
그래도 일렬로 가는 것은 언제나 똑 같다.
진부의 갈림길
락헤드 : 이슬이 가만히 있어봐, 마이클이 어디로 가나
짖궂은 락헤드님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앞서가는 마이클을 골탕먹이려 부르지 말라하신다.
드디어 갈림길을 혼자 넘어간다.
모두들 큰소리로 ' 마이클 '을 연발하여 부른다.
장거리에는 장난도 재미있다.
이래서 또 우리는 웃는다.
해마다 들르는 식당.
아침 밥상이다.
일전에 맛으로 먹었는데 입맛이 없어인지 숭늉을 말아 김치하고 먹는다.
다른 분들은 맛있다고 잘 드신다.
식사를 마치고 썬크림을 바르고 커피를 마시는 동안 쥔장의 입담이 시작된다.
왕년엔 당신도 자전거를 잘 탔다고...
쥔장 ; 와~ 미스타 대회에 나가도 되겠네요. 다리 근육이 대단해요.
그러면서 은근슬쩍 락헤드님 다리를 만지신다.
락헤드님 즐기시는 미소를 보낸다.
쥔장님 그리곤 옥수수를 여섯자루 들고오셔 나눠주신다.
직접 재배하고 쩌서 주신 마음에 감사하게 받는다.
본격적인 라이딩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식사를 하고 출발하는 속사리재는 경사보다 위의 부담으로 힘이 든다.
땀님을 선두로 패달을 돌린다.
2의 7에서 2의 4까지 땀은 같은 속도로 꾸준히 오른다.
같은 기어비로 쫒아 가다 힘이 딸린다.
그래도 해마다 오르는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락헤드님 갈길이 머니 패이스 잃지말고 가라고 말씀하신다.
운두령에 들어선다.
산새가 보기에도 예쁘다.
넓은 길에 차도 드물게 다녀 상쾌하다.
사진모드로 천천히 아빠곰님을 스치고 지나간다.
송어회집을 기준으로 약간의 경사가 시작되는 이곳부터 실제 언덕이라고 하신다.
아빠곰과 마이클을 선두로 보내고 천천히 오른다.
안장에 올라 갈때는 정말 힘이들어도 즐겁다.
내 힘만큼, 내 여력만큼 달릴때는 풍경을 음미할 수 있어 더욱 좋다.
간혹 지나가는 팬들의 " 화이팅 " 한 마디는 흐믓해진다.
운두령의 고개는 경사가 꾀 심하다.
에스코스의 코너길은 중앙선을 넘어 길게 돌았다.
때론 락헤드님의 구령에 맞춰 호흡을 정리하며 리듬을 타며 간다.
경사면에 운두령의 경치는 단풍철에 다시 오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한다.
사진 찍히기 좋은 곳이오면 분명 찍사(?)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 어잉, 대모들 하는 거야 !"
" 힘들어서 그냥 올라갔나봐요 "
" 주~겄~으 "
...
" 오래 사시겠어요 ! "
중간에 공사인부들이 보고는 부러움 반, 놀람 반으로 말을 건넨다.
도란 이야기하며 올라오다보니 정상이 보인다.
시원한 복장이 한 몫을 한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은 당연한 길.
급코너의 제재를 위해 이슬이 앞장섰다.
급코너 자체도 위험했지만, 공사턱의 골이 있어 빠질까봐 염려했던 것이다.
장거리 라이딩을 하면서
누군가 훤히 꿰뚫는 듯한 길을 알고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힘을 덜 들게한다.
그런면에 락헤드님과 동행하는 우리들은 행운아들이다.
지석동고개!
아직 고개가 몇개가 더 남았다.
일행은 마냥 즐겁기만 하다.
" 뱃째 "
소리 그대로 고개가 버팅기고 있었다.
눈에 보이는 대로라면 2단 기어에 중간을 놓고도 올라갈것 같은데,
실제로 올라갈 땐 1단기어를 다 내려놓고 기어가듯 갔다.
모두들 그랬다.
고개마루에 올라서선 지친 모습이 영력하다.
락님의 안장이 내려가는 바람에 허리가 아프신 모양이다.
가뜩이나 내 페이스에 맞춰서 올라가시려면 힘이 드실텐데 업친데 겹친격이다.
시간은 오전을 넘었다.
서석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는다.
100km정도 진행되었는데 시간은 1시가 넘었다.
점심을 먹고 출발하면 2시정도.
130여 km를 달려 10시까지 갈 것을 예상한다.
어려운 고개는 모두 넘어서 괜찮을 거라고 설명을 하지만,
이제부터 뙤약볕하고의 싸움이 시작됐다.
작년과 다른 것은 중간에 음료수를 보충할 곳이 있어 다행이다.
" 곰! 내리막이 너무 많아서 안 좋지 ? "
" 뭐이어요 ? "
락헤드님 내리막에 대한 말씀이 끝나자 바로 언덕이 보인다.
곰님 곧바로 자지러진다.
" 내리막에 헛발이라도 돌려야지 평지가 나왔을때 힘이 덜 들어 "
" 넵 "
락헤드님은 중간중간에 체력 안배와 패달링에 대한 조언을 놓지않으신다.
덕분에 장거리를 하는 것이지만.
터널을 함께 통과하기 위해 솔재에 모였다.
내고향님이 벌써 지치신 것 같다.
당신은 힘이 있다고 생각하시 겠지만, 뵙기에 지쳐오는 것을 느낀다.
" 마이클님 쫒아서 달리지 마세요, 양평쯤에 힘드세요 "
말씀은 드렸지만 얼마나 이해하시는 지는 모른다.
구성포로해서 양평을 달린다.
땀님 선두로 내고향님, 마이클님은 앞서가고,
이슬과 락헤드님 곰님은 뒤로 따라간다.
" 곰~ 붙었냐 ? "
" 네~~ "
언덕이 나오면 쳐지다가 내리막에 뒤로 바싹 붙어오는 곰에게 락님 말씀이다.
양평을 들어서면서 지친 모습이 영력하다.
드디어는 락헤드님께 선두를 내어놓고 달린다.
백운봉 휴게소에서 마지막 간식을 먹는다.
밝은 렌즈로 갈아끼고, 잠실까지 쉬는 시간을 조절해가며 달리기로 한다.
휴일끝이라 도로가 주차장이 된 갓길로 조심스럽게 달린다.
팔당대교를 넘자 반가운 퀵님이 마중나왔다.
문제가 생겼다.
마이클의 오른쪽 무릎에 통증이 왔다.
땀님의 엉덩이도 이상이 오고, 내고향님, 곰님 모두 무릎에 이상을 느끼나 보다.
마이클에 보조를 맞춰서 잠실까지는 서서히 가기로 한다.
퀵실버님 선두로 잠실에 도착하니
뒤뚱님의 맛난 음식과 미니메드님의 맥주가 기다리고 있었다.
...
...
' 현실에 최선을 다하자 '
' 내일의 태양이 떠도, 오늘의 태양이 더 아름다운 것을 알자 '
' 행복은 내가 만드는 것이다 '
' 순간을 즐기자 '
이번 장거리를 시작한 의미를 모두 채웠다.
언제나 스스로의 생각이 옳을 것이라고 추진한 것을 끝냈다.
이 모든 것은,
함께한 좋은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락헤드님,
내고향님,
땀뻘뻘님,
마이클님,
아빠곰님.
그리고 마음과 성원을 보내주신 분들을
이슬은 사랑합니다 *^^*
*** 장거리의 묘미는 달리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과 같이 뭍혀 웃고, 울고, 아끼고, 의지하고...
무수히 많은 이야기를 만드는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기회가 된다면 모든 이들에게,
벗과 함께 떠나라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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