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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여름의 추억 - 가족과 함께한 제주도 일주

freesolo2006.10.04 16:51조회 수 2947추천 수 7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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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다녀왔으니 여행기를 써야하는데 이번 여행은 워낙 고생을 많이해서 휴가모드에서 업무모드로 전환이 쉽게 되질 않더군요. 휴가철이라 진료 인원이 빠져서 엄청 바쁘기도 해서 늦어졌네요.

제가 제일 처음 제주도를 가본 것은 95년 본과 3학년 여름방학때 제주가 고향인 친구집에 가서 감귤따는 거 조금 도와주고 친구 따라 산방산, 우도, 한라산 등반한 게 처음이었습니다. 그때 비행기를 첨타서 굉장히 흥분했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는 97년에 신혼여행으로 제주도에 다녀왔습니다. 그때는 둘다 운전면허증이 없어서 서귀포 파라다이스 호텔에 묵으면서 버스타고 중문근처, 서귀포 근처만 돌아다니다 같은 날 결혼한 동기 부부와 차를 빌려서 표선해수욕장, 성산 일출봉, 산굼부리등을 둘러봤습니다. 그후로는 학회가 있어서 잠깐 다녀온 것 말고는 제대로 제주도 여행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동안의 제가 알고 있던 제주도의 이미지는 이국적인 관광지라는 것 말고는 특별한게 없었지요. 그러다 홍은택의 아메리카 자전거 여행을 읽고 자전거에 빠져서 자전거 일주 여행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들한테 제주도의 속살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몇가지 책을 읽게 했는데 주로 제주도의 역사에 대한 책이었습니다.(현기영의 지상의 숟가락 하나, 순이 삼촌/ 박재형의 다랑쉬오름의 슬픈 노래) 저는 답사여행의 길잡이 - 한려수와 제주도, 이영권의 제주사, 제주역사기행, 김영갑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등을 읽고 어떻게 제주도를 여행 할 것인가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자전거로 여행을 하면서 구석구석 돌아보고 싶었지만 제일 큰 문제는 제일 더울 때라는 거였습니다. 8월 7일 부터 12일까지 폭염이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였으니...

그래서 일단 정한 원칙은...
1. 가능한 일찍 출발하여 오전중에 라이딩을 마치고 숙소를 정한다.
2. 제주시에서 출발하여 12번 도로를 따라 반시계방향으로 가되 해안도로가 있으면 12번 도로를 버리고 해안도로로 여행한다.
3. 숙소는 가능하면 해수욕장이 있는 곳으로 한다.
4. 전통 마을이 있는 곳은 마을 한가운데를 지나고 만나는 어른들께 먼저 인사한다.
5. 숙소는 민박
6. 식사는 매식

이렇게 원칙을 정하자 아이들은 상당히 좋은 조건이라고 좋아하더군요. 지리산 종주했을 때는 먹을 것을 모두 지고(가능한 음식물을 중간에 사지 않는 것이 원칙) 모든 식사는 직접해먹고 - 식당이 없으이 당연지사^^, 모든 숙소는 여럿이서 같이 쓰는 산장이었는데 산도 아닌 평지를 자전거 타고 다니면서 오후에는 실컷 놀 수 있으니... 그동안 해본 여행중에 럭셔리하다고....^^


여기서 등장인물 소개^^


1. 김여사 : 방년 39세, 이제는 고생안하는 여행을 하고 싶었으나 갑자기 자전거에 빠져버린 신랑과 막강 스테미나를 자랑하는 아들 덕분에 울며 겨자먹기로 끌려옴. 자전거는 초딩 시절 타본 이후로 타본적이 없음. 최근 남편이 억지로 사준 MTB가 있으나 한번도 연습을 못하고 참가함. 어떻하면 얼굴을 태우지 않을까가 최대의 고민. (카메라는 R3a +cs21mm)

2. 임재관 : 중1, 위로 열심히 자라느라 오후만 되면 졸려서 비실대는 청소년. 제주도로 이사간 친한 친구를 만날수 있다는 말에 속아서 끌려옴. 가뜩이나 피부가 까매서 별명이 '마이콜'이라 썬크림을 열심히 바름. (카메라 : 캐논 300D + 번들 렌즈, 55-200mm)

3. 임지관 : 초5, 사춘기가 막 시작되어 고생스러운 여행이 싫었으나 참가 안하려면 집을 나가라는 꼰대의 협박에 끌려옴. 그저 해수욕장에서 실컷 놀게 해주겠다는 감언이설만 믿고 있음. (카메라 : 콘탁스 T3)

4. 임성식 : 41세, 여행전에 미리 연습한다고 편도 30km의 거리를 일주일간 출퇴근함. 자기보다 훌쩍 자라버린 큰아들한테 질까봐 내심초사 걱정하고 있음.^^ (카메라 : 맘야7 +80mm, X-pan +45mm)


제주도 첫째날(8월 6일 일요일)

아침에 꾸물럭 대다가 7시 비행기를 놓치고야 말았습니다. 비행기는 적어도 출발 20분 전에 공항에 가야하는데 10분전에 왔으니...역시 촌티를...ㅠ.ㅠ   우여곡절 끝에 인천공항에 출발하는 비행기를 탔습니다.

점심에 제주도에 내렸으니 첫날 자전거 여행은 포기하고 아는 분을 만나 점심 식사를 하고 목석원을 둘러봤습니다. 어찌나 더운지 정말 걱정 되더군요. 저녁에는 재관이는 제주도 친구집으로 놀러가고 나머지 식구들은 제 대학동기를 만나서 저녁을 먹고 친구집에서 늦게까지 수다를 떨면서 술을 마셨습니다. 다음날 탑동에 있는 자전거 대여점에서 아침 7시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자전거 여행 첫째날 (8월 7일, 월요일, 아주 맑고 무더움)




첫날부터 늦으면 안된다는 긴장감에 아침 6시가 되기전에 일어났습니다. 7시에 대여점 문을 연다고 하니 준비를 하는데 친구집 창밖으로 아침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장관입니다.


7시에 탑동에 있는 '타발로 하이킹'에 도착해서 자전거를 고르고 짐칸에 각자의 배낭을 묶고 주인 아저씨한테 대충 설명을 들었습니다. 빵구나면 고생인데 지도에 표시해둔 자전거포까지 가거나 오토바이 수리점에서 때울 수도 있으니 너무 걱정 말라고 합니다만...  이 한여름에 자전거에 문제가 생기면 제일 큰 일이죠. 그래서 휴대용 펌프, 펑크 패치등 수리도구, 여분의 튜브를 챙겨 오기는 했으나 한번도 때워본 적이 없는지라...내심 걱정이 되더군요. 그저 아무일 없기를 빌 수 밖에....




오늘의 일정은 제주시를 출발하여 애월, 한림을 지나 협재 해수욕장까지 약 30km 입니다. 제가 아침에 출근할 때 김포에서 강화까지 초지대교를 건너갈때 거리와 비슷하므로 날씨와 멤버들의 체력을 고려하여 시간당 10km를 간다고 하면 약 세시간쯤 걸리겠다고 생각했으나... 처음 가는 길이라 가능하면 천천히 가면서 멤머들의 상태를 파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중간에 김여사가 한번 넘어졌으나 체인이 빠진것 말고 다치지 않았고(다들 휭 앞서서 가버려서 혼자서 체인을 끼우느라 손이 시커매져서 열심히 달려오더군요. 일단 합격!^^) 제일 걱정한 임지관은 의외로 잘 달리지만 언덕에서 취약점을 내보입니다. 다리가 짧아서 언덕이 조금만 심해지면 기어비를 바꿀 생각을 안하고 바로 '끌바(자전거를 끌고 올라감)' 모드로 전환. 중간에 몇번 땡깡을 부렸으나 협박 반, 회유 반으로 겨우 애월에 도착했습니다.



아침을 못 먹고 출발했기 때문에 구멍가게에서 일주일 내내 일용할 양식이 된 '영양갱'과 삶은 계란을 사먹었습니다. 또하나의 원칙이 대규모 마트에서 물건을 사지 말것이며 마을을 지날때 작은 구멍가게를 이용하기로 했기 때문이지요.^^

중간에서 만난 아저씨가 협재해수욕장에 가기전에 곽지해수욕장을 지나는데 여기에는 '곽지물'이라는 용천수 목욕탕이 있으며 공짜로 이용할 수 있으니 꼭 목욕을 하고 가라고 알려주셔서 그냥 빨리가서 해수욕을 하자는 멤버들의 의견을 묵살하고 곽지해수욕장에 들렀습니다. 예상보다 훨씬 덥고 땀을 많이 흘려서 체력이 급격히 떨어져서 쉬고 가는 게 낳겠다는 생각도 들었거든요.

곽지물에 가니 남탕, 여탕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남탕으로 들어가니 엄청나게 차가운 용천수가 흘러서 누가 오래 버티나 시합을 했는데 1분이상을 버티기 힘들더군요.^^ 사회시간에 배운 '제주도 촌락의 구성'에 대한 산 교육을 했습니다.^^ 땀을 식히고 나서 일단 해수욕장에 들어선 김에 해수욕을 안하고 갈수가 없어서 오후 1시까지 곽지 해수욕장에서 놀다가 젖은 옷을 그대로 입고 협재 해수욕장으로 출발.




바위 틈새로 차가운 용천수가 솟는 모습. 정말 신기합니다.

오후 2시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고 지관이를 제와한 다른 식구들은 민박집에서 그대로 기절.^^ (그래서 낮 사진이 없어요. ㅠ.ㅠ 비양도가 있는 협재해수욕장의 바다물빛은 제주도 최고 였습니다. 놀기도 좋고.)

늘어지게 자고 일어나니 일몰이 장관이더군요.

지관 : 아까 해수욕장에 비키니 누나들 겁나 많았는데...
재관 & 아빠 : 그럼 깨웠어야지!!!
지관 : 아무리 깨워도 안일어 나더라구요오~~

아! 그후론 비키니를 제대로 못 봤습니다. ㅠ.ㅠ









저녁을 먹고 밤 10시쯤 아쉬워서 야밤 해수욕을 했습니다. 제주도 바닷물은 그리 차갑지 않아서 밤에서도 수영을 할 수있어서 좋았습니다.




@ 첫날의 결론
1. 자전거 - 이거 생각보다 장난아니게 힘들다.
2.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멈추기 힘들다. - 중간에 구경하고 사진찍는거 힘들다. ㅠ.ㅠ
3. 일찍 출발하지 않으면 익는다.^^



자전거 여행 둘째날 (8월 8일, 화요일, 맑고 겁나 더움)





오늘의 일정은 협재에서 출발 - 모슬포에서 마라도 가는 배를 타고 마라도로 - 마라도에서 다시 모슬포로 - 모슬포에서 송악산 - 산방산 거쳐서 -화순해수욕장에서 2박

어제는 자전거 빌리느라 8시가 넘어서 출발했더니 날씨가 더워서 고생을 했기에 새벽 5시에 일어나 멤버들을 깨우고 짐을싸서 6시에 출발했습니다.

민박집 옥상에 널어논 빨래를 걷으러 올라갔더니 겹겹이 오름들이 보이고 한라산을 배경으로 해가 떠오르는 모습이 장관.




민박은 자전거 대여점에서 추천하는 집으로 구했습니다. 하얀집 민박은 4만원, 화장실이 붙어있고 에어컨은 없으나 바람이 잘 통해서 덥지 않았습니다. 그런대로 만족. 식사는 협재에는 마땅한 곳이 없고 제주쪽으로 자전거 타고 5분쯤가면 동네사람들이 가는 음식점들이 많습니다.

일찍 출발했는데도 자전거로 여행하는 몇몇 팀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그중에서 여자둘이 여행하는 팀이 있었는데 저희와 비슷한 속도로 여행해서 여행하는 내내 만날 수 있었습니다.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니 자전거 타는 모든 사람들이 '동지'로 보이기 시작합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서로 인사도 하고 금방 친해지겠더군요.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많았는데 가족단위로 오신 팀은 여행내내 한팀도 만나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역시 달리기 시작하니 멈춰서 구경하기는 어렵습니다.
한림공원 - 음, 그런게 있군. 하면서 통과
금릉식물원 - 역시 통과
제주 북서쪽에는 밭에 선인장을 재배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열매를 가공해서 여러가지를 팔던데 역시나 사진도 못찍고 그냥 지나쳤습니다. 더워지기전에 조금이라도 더 가야했기에...

신창리 지나 해안도로로 들어가면 풍력발전소가 있어서 더욱 이국적인 풍경이 펼쳐집니다. 여기서 길가에 자전거를 세우고 영양갱으로 아침식사. 지관이가 메고 있는 배낭에는 워터백이 들어있어서 밤에 물을 채워 얼려놓으면 하루종일 시원한 물을 마실수 있어서 아주 편리하더군요. 지관이는 나중에 워터백 덕분에 여행을 마칠수 있었다고...^^









차귀도가 보입니다. 처음 생각에는 비양도에도 가보고 차귀도에도 가보고 싶었지만 달리느라 바빠서 모두 통과하고 말았네요. 특히 비양도는 꼭 가보고 싶었는데....




앞서서 아이들이 먼저 가고 제가 사진을 찍느라 뒤에 처졌는데 차귀도를 지나 고산리에서 아이들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12번 도로와 해안도로로 가는 길이 여러갈래도 갈라지는 곳에서 아이들이 없어진 겁니다. 핸폰도 없고... 와이프와 난감해 하다가 와이프는 12번 도로를 따라 내려가고 저는 해안도로를 따라 내려가 길이 만나는 일과리에서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때부터는 사진도 못찍고 죽어라 달리기만 했습니다. 제주도 서쪽 풍광이 아주 멋졌지만 아이들을 잃어버린 마당에 눈에 들어오지도 않더군요. 한참을 달려 일과리에 가니 먼저 도착한 와이프만 있는겁니다. 황당했지만 혹시나 해서 마라도 가는 배를 타기로 한 모슬포항까지 가기로 했습니다. 모슬포항은 활기가 많이 떨어진 쓸쓸한 곳이었는데 곳곳에 일제시대에 지은 듯한 건물도 보였읍니다. 모슬포항에 도착했으나 역시나 아이들은 없습니다. 연락도 없고...

망연자실 어떻게 하나 머리를 쥐어짜고 있는데 재관이 한테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어디에 계세요?"
"우리는 지금 모슬포항까지 왔는데 도대체 어떻게 된거냐? 그건 나중에 이야기하고 지금 어딘데?"
"12번 도로 따라 내려가다 주유소에서 전화 빌려서 전화하고 있어요. 계속 내려갈께요."
"그래, 아빠가 마중나갈께"

이리하여 잃었던 아이들을 찾았습니다. 휴우~~~
12번 도로를 따라 내려오는 아이들.


모슬포항에서 마라도가는 배가 오전 10시에 있는데 이 난리를 치고도 한시간이나 일찍 도착했습니다. 여기서 실수를 한게 덜 더울때 송악산까지 가서 거기서 마라도를 다녀오는 게 나았는데 모슬포에서 마라도를 다녀왔더니 오후 1시부터 자전거를 타야했습니다. 더워서 죽을 고생했지요.

마라도에도 자전거를 가져가면 둘러보기 좋은데 관광철이라 자전거를 안실어주더군요. 도착해서 '짜장면 시키신분' 어쩌고 했던 집에서 자장면으로 점심을 먹었으나 아주 실망! 땀을 삘삘 흘리면서 한바퀴 돌아보고 다시 모슬포항으로 나왔습니다.

마라도에서 본 산방산.















새벽 6시부터 자전거를 타느라 무리를 했더니 뱃전에 잠시 앉아있는데 골아떨어졌습니다. 재관이가 놓치지 않고 찍었군요.^^


모슬포항 모습입니다.


오후 1시에 모슬포항에 도착해서 송악산을 지나 화순해수욕장까지 가려니 죽을 지경입니다. 처음 생각에는 송악산 근처의 알뜨르 비행장(일제가 제주도민을 강제로 동원하여 만들었다는), 송악산 아래의 인공동굴등 과거 일제치하의 아픈 역사를 공부하고 싶었지만 그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바로 자전거 내팽개 치고 용달 불러서 싣고 가라고 할 것 같은 분위기여서 말도 못꺼내고 그저 열심히 페달을 밟기만 했습니다.

드디어 지루한 언덕이 끝나고 송악산옆에 도착했습니다. 왼쪽에는 산방산이 보이고 바다에 있는 특이한 섬은 형제섬이라고 합니다. 한무리의 '동지'들을 만났는데 상당한 체력의 젊은 이들이었습니다.



산방산쪽으로 계속 북상해서 산방산 아래에 도착했는데.... 엄청난 언덕이 딱 버티고 있는겁니다. 마침 용머리 해안 표지판이 있어서 그쪽으로 방향을 돌려서 매표소 입구의 첫번째 가게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습니다. 여기서 물도 마시고 맥주도 마시고 컵라면도 먹고 하면서 쉬고 있는데 싹싹한 가게 아저씨가... 제 자전거를 보더니, 앞바퀴가 펑크 났다는겁니다. 이게 왠 날벼락입까? 물어보니 자전거포나 오토바이 수리소까지 가려면 화순까지는 가야하는데 엄청난 언덕 너머로 자전거를 끌고 갈 생각을 하니 눈앞이 캄캄해지더군요.

그런데 그때 구세주가 나타났으니 가게 아저씨께서 펑크 수리기구가 있으면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같이 펑크를 때우자고 하는겁니다. 그래서 멤버들은 용머리 해안으로 관광을 보내고 저는 아저씨와 함께 땀을 뻘뻘 흘리며 펑크를 때웠습니다. 동영상으로 미리 공부를 했지만 휠에서 타이어를 분리하는게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제가 헤메고 있으니 아저씨가 일자 드라이버를 집어넣고 힘을 쓰니 쉽게 분리.^^  우여곡절 끝에 수리를 마치고 쉬고 있으니 멤버들이 돌아와서 너무나 멋졌는데 못봐서 아쉽다고 위로를 하네요.









펑크 수리를 도와줘서 고맙다고 가게 아저씨하고 캔맥주를 나눠 마시고 출발했는데 언덕을 내려오면서 생각해보니 맥주값을 계산하지 않았더군요. 다시 돌아갈수가 없어서 나중에 연락해서 꼭 부쳐드리기로 결심을 하고 화순해수욕장에 도착했습니다.

화순해수욕장은 검은 모래였는데 중문에 비해서 사람들이 별로 없어 좀 을씨년스럽더군요. 비키니는 전무ㅠ.ㅠ 그러거나 말거나 지관와 재관이는 바로 해수욕장으로 직행하고 저희는 민박집을 잡아서 샤워부터 했습니다. 화순민박은 화장실, 에어콘이 있고 3만 5천원.

@ 둘째날 정리
1. 여행지에서 아이들 흘리고 다니지 말자. 피눈물 난다.
2. 마라도에서 자장면 먹지 말자.
3. 꼭 하고 싶은 일도 눈치봐가며 하자
4.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려면 반드시 기본적인 수리를 할줄 알아야한다.
5. 둘째날은 약 50km 주행.



자전거 여행 셋째날 (8월 9일, 수요일, 역시 맑고 겁나 더움)





셋째날의 일정은 상당히 힘들것으로 생각되었습니다.
화순 - 중문 - 서귀포 - 남원 - 표선 까지 장장 70km의 거리에다가 중문에서 서귀포 사이의 악명 높은 언덕이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특히 언덕에 약한 모습을 보이는 지관이가 제일 큰 변수였습니다.

약간 늦은 6시 30분에 출발하여 중문을 향했는데...웬걸  시작하자마자 정말 비자전거적인(?) 언덕길의 연속입니다. 30분만에 모든 멤버가 녹초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중대 결단을 내렸는데 힘들기만하고 차가 쌩쌩 달려서 재미없는 12번 도로도 계속 가지말고 지도에는 자세히 나와있지않지만 안덕계곡에서 아래로 빠져서 대평리를 해안으로 가자는 생각이었습니다.

막상 결정은 했지만 그 길로 갔다가 '미안, 이길이 아닌갑다!' 했다가는 바로 전 멤버의 옥쇄파업으로 여행을 접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떨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다. 리더가 가겠다면 가는 것이 쫄따구들의 운명인 것을....^^

화순민박에서 출발.


출발하자마자 맛이 가기 시작하는 지관이.


대평리로 빠지는 길에서 늠름하게 업힐을 마치고 일행을 기다리는 재관이.


언덕중간에서 도저히 못가겠다고 자전거 집어던지고 파업하는 지관이를 겨우 달래서 데리고 올라오고 있는 장면입니다.


엄청난 다운힐을 해서 만난 대평리 가게에서 아침을 먹고 해안으로 갔습니다. 가게 할머니 아드님이 김포에 사신다고 해서 괜시리 반가웠지요.^^










신나는 라이딩이 끝나고 중문근처 오니 해안길이 없어지고 엄청난 언덕이 나오더군요. 모든 멤버가 '끌바'.








중문을 지나면서 중문해수욕장에서 놀다가려고 했으나 오전 9시 밖에 안되어 계속 직진...






협재에서 만났던 여성 2인조팀을 다시 만났습니다. 끌바하는 여자분을 뒤로하고 씩씩하게 업힐을 하는 김여사! 참으로 장한 모습입니다.


곧이어 연속되는 언덕 콤보에 지관이의 2차 파업 돌입. 그래서 그냥 두고 먼저 와서 도로옆에 있는 '시원한 한라봉' 파는 가게에서 한라봉을 까먹으며 지관이를 기다렸습니다. 설마 자전거 버리고 히치하이킹해서 도망가지는 못할테니 결국을 오겠지하면서 기다렸습니다.

지나가는 자전거 동지들에게...

"혹시 길옆에 자전거 내팽개 치고 앉아 있는 아이 보셨어요?" 하고 물으니...

"아! 아직 그러고 있던데요? 흐흐흐"

이런 대답을 들으면서 30분쯤 기다리니 멀리서 지관이가 자전거를 타고 오는 모습이 보입니다.^^  아무래도 이대로 계속 강행하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하여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에 새로 생겼다는 워터월드에서 제일 더운 시간을 물놀이 하며 보내기로 했습니다.





이리하여 12시부터 4시까지 물놀이를 하고 바로 옆에 있는 E-마트(서귀포에 홈플러스와 이마트가 연달아 생겨서 출혈경쟁을 펼치고 있다고 합니다)에서 샌달이 떨어진 지관이한테 신발을 새로 사주고 푸드코트에서 든든하게 요기를 한후 시원한 에어콘 바람을 뒤로하고 다시 표선으로 출발했습니다.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안사기로 한 원칙을 깨트리고 말았네요. ㅠ.ㅠ)

서귀포 시내를 통과하는 데 역시나 여러개의 살인적인 언덕을 통과하니 서귀포 중앙 로타리에 '강재활의학과' 간판이 보이더군요. 대학 동기 병원이라 들려서 동기녀석 얼굴한번 보고 다시 출발. 표선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는데 해가 지기 시작해서 불안했지만 그래도 선선하니 달리기는 좋더군요.






저녁 8시가 넘어 깜깜해져서 겨우 표선에 있는 길목민박에 도착.
샤워하고 마침 근처 콘도로 휴가와있는 대학동기(서귀포 열린병원 원장) 식구들과 만나서 술한잔하고 수다를 엄청 떨다가 호화찬란한 콘도에 맛이간 아이들만 남겨두고 민박집으로 들어와 취침.



@셋째날 정리
1. 언덕 콤보에 장사 없다.
2. 파업시 당근과 채찍을 골고루 사용하자.
3. 이마트가 시원하긴 하더라. (이번 무더위에 재래시장이 고전했다는게 이해되더군요.)
4. 밤길을 대비하지 못해서 랜턴을 가지고 가지 않은 것은 큰 실수!!!
5. 졸라 힘들어 아무생각 없다. ^^





자전거 여행 넷째날 (8월 10일, 목요일, 아침에 잠깐 흐리다 다시 맑고 겁나 더움)





네째날 일정은 표선에서 성산까지 20km만 가면 되기때문에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처음 계획은 중산간으로 올라가 성읍민속마을도 구경하고 삼달리에 있는 김영갑갤러리에 꼭 가고싶었습니다. 그러나 전날 무리한 일정과 늦은 취침으로 인하여 모든 계획을 수정하여 점심때까지 쉬다가 표선에서 해수욕하고 쉬엄쉬엄 우도까지 가는 걸로 일정을 바꿨습니다. (일단 달리면 목표지 까지 쉼없이 달리게 되는 특성상 중간에 구경하고 가는건 정말 힘듭니다.)

아이들은 친구가 아침 먹여서 보낸다고 하여 둘이서 오붓하게 근처 '해녀의 집'에 가서 성게미역국으로 아침을 먹고 참새가 방아간을 지나칠 수 없어서 아침부터 소라 한접시(만원), 해삼 한접시(만원)에 소주 한병 비웠습니다.^^


풍랑주의보가 내려서 파도가 상당히 무섭습니다.








드디어 길목민박에서 출발. 11시 30분 출발.


출발해서 바로 표선해수욕장에 도착했습니다. 신혼여행때 겨울에 본 표선해수욕장이 너무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어 꼭 아이들과 놀고싶었는데.... 완전히 망가져 있더군요. ㅠ.ㅠ

대실망이지만 그래도 바다에 들어가려고 매점옆에 자전거를 세우는데...
매점 주인아줌마가...신경질적인 목소리로,

"자전거는 저 위 주차장에 세우세욧!" 하는 겁니다. 보나마나 자전거로 여행하는 족속들은 돈도 잘 안쓰고 궁상을 떨기때문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했겠지요.

정말 정나미가 떨어지더군요. 설상가상으로 바다에 들어가니 풍랑주의보로 코발트빛 바다는 커녕 흙탕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젖은 옷을 그대로 입고(매점에서 하는 샤워장에 단돈 천원도 보태주시 싫었습니다.) 바로 성산으로 출발했습니다. 해안도로로 접어들어 가게에서 영양갱 사먹고 식수 보충하고 오징어도 구워먹었습니다. 껍질을 벗겨서 말린 오징언데 참 맛있습니다. 할아버지가 기특하다고 냉커피도 주시고...^^



제주도 해안이 240km인데 120km나 있었다는 '환해장성'입니다. 해안도로를 만들면서 많이 파괴되어 지금은 얼마 남아있지 않다고 하네요.




멀리 일출봉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섭지코지가 보이기 시작하네요.


일출봉은 언제나 멋지지만 이번에는 올라가지 못했습니다. 아이들한테 저기 올라가라고 강요는 못하겠더군요. 저도 못올라가겠고.^^


우도가는 배에 승선. 선실에 에어컨이 빵빵하게 나오더군요. 15분도 안되는 거리를 에어컨 틀고 가는 건 문제가 많다고 생각합니다. 더우면 밖에 나와서 시원한 바닷바람을 쐬면 되는데...


우도전경


일출봉


제주동쪽 오름


배에서 만난 자전거 동지. 쫄바지에 옆으로 메는 쌕을 차고 워터백을 메고 자전거엔 양쪽에 패니어를 달고...아주 효율적으로 짐을싸서 여행을 하고 있던데 일정이 빡빡한지 우도에 내리자마자 후딱 한바퀴 돌고 바로 나가야 한다고하더군요. 불쌍해라....ㅠ.ㅠ


우도에 도착해서 호떡으로 간식을 먹고,


제 간식은 맥주^^


서빈백사(산호해안)가 멋지다고는 하나 숙소비싸고 번잡하다하여 반대쪽에 있는 하고수동 해수욕장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우도를 가로질러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우도의 풍광이 정말 좋았습니다. 화려하지 않고 수수하면서도 어딘가 슬픈 풍경...















하고수동 해수욕장. 우도에서 탈수 있는 네발 오토바이입니다. 재관이가 카트라이더 출발장면 같다고 합니다.^^ 자전거를 탈 능력이 없으신 분들은 한번 타보면 좋겠더군요.(그래도 맘에는 안듭니다.)


해수욕장 바닥에서 해초를 채취하시는 동네 어른들. 무슨 해초인지 물어본다는걸 깜빡해서 모르겠습니다. 바닷물이 빠지면 줒기만 하면 되더군요.^^




우도에도 '비양도'가 있습니다. 방파제로 연결되어 있고 등대하고  민박집, '해녀의 집'이 있습니다.









해가 지기 전까지 비양도옆 해변에서 신나게 놀다가 비양도 해녀의 집에서 또 소라한접시, 전복한접시, 오분자기죽, 맥주 1병, 소주 1병으로 저녁을 먹었습니다.^^



















@ 오늘의 정리
1. 전날 빡세게 밀어부쳤으면 다음은 풀어줘야한다.
2. 제발좀 개발하지 말고 그냥 놔둬라. 플리즈...
3. 장사 안된다고 짜증내지 마라. 그러면 망한다.
4. 제주도 와서 죽어라 자전거만 타고 바로 가는 사람. : 바보거나 불쌍하다. - 우린 아니겠지?^^




자전거 여행 다섯째날 (8월 11일, 금요일, 오전에 맑다가 오후에 소나기)





우도는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이런 곳을 오후에 들어와서 다음날 아침 일찍 떠난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지요. 언제 또 이렇게 이곳에 올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으므로 한나절을 더 머물렀다 오후 늦게 떠나기로 했습니다. 일정이 넉넉하므로 오후5시쯤 출발해서 세화까지만 가면 되니까요.

여기서 간밤에 잠못자고 고생한 이야기를 해야되겠습니다. 제일 더울 때 여행을 했지만 그동안 더워서 잠을 못잔 적은 없었습니다. 워낙 육체적으로 힘이 들었으니까 저녁먹고 누우면 바로 혼수상태로...^^  하지만 우도에서는 달랐습니다. 먼저 민박집의 구조가 복도가 가운데 있고 방이 양쪽에 늘어서 있는 구조라 맞바람이 치지 않습니다. 복도로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니 방문을 열어둘수도 없고, 에어컨도 없으니 꼼짝없이 선풍기 하나에 버텨야하는 구조였지요.

웃찾사를 하는 날이라 테레비 소리에 잠이 깨다들다 비몽사몽을 헤메다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어서 일어나니 새벽 2시 30분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덥거나 말거나 완전 혼수상태고(아침에 물어보니 한번도 안깨고 아주 잘 잤답니다.^^) 김여사도 잠을 못자고 뒤척이고 있길래 다리를 좀 주물러 줬더니 잠이 들더군요. 저는 도저히 잠이 안들거 같아서 밖으로 나와 자전거를 타고 우도의 해안도로를 달렸습니다. 마침 보름달이 휘영청 밝아서 자전거를 타기에 좋더군요. 그날은 정말 더웠는지 곳곳에 밖에서 주무시고 계시는 분들이 눈에 띄였습니다.

시원한 음료수가 마시고 싶어 서빈백사 해수욕장 쪽으로 가니 마침 자판기가 있더군요. 돈을 넣고 음료수를 집어들었는데.... 세상에나 시원한 음료수가 아니고 뜨끈뜨끈한 음료수가 나오는 겁니다. 이상하다 싶어 다른 걸 하나 더 뽑았는데 또 뜨거운 음료수... ㅠ.ㅠ 속으로 갖은 욕을 하면서 서빈백사 해수욕장으로 가니 갑자기 해수욕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밤 3시에... 미친걸까?^^

그래서 바로 홀딱벗고 바다로 들어가 해수욕을 하니 어찌나 시원한지~~~  누군가가 봤으면 끔찍한 풍경이었겠지만 저는 묘한 카타르시스가... 다만 혼자였다는 게 아쉽더군요.^^
수영을 마치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우도봉입구 쪽으로 갔더니 씽씽해 보이는 자판기가 있어서 드디어 시원한 게토레이를 마실 수 있었습니다.^^ 다시 민박집으로 와서 샤워하고 누웠다가 새벽녘이 되어서 겨우 잠이 들었습니다.

잠을 제대로 못자서 피곤했지만 우도 구경도 제대로 못했으니 미적거릴 수 없어 자전거를 타고 우도 일주를 했습니다. 우도 북쪽에 있는 등대 맞은편 식당이 깔끔하면서도 음식 맛이 좋았습니다.(매운탕이 아주 좋더군요)



닌자로 변신한 김여사.^^






너무 더워서 우도봉에 올라가기 싫었는데 매점 주인아줌마가 안올라가면 후회한다하여 재관이 둘이서 우도봉으로 올라갔습니다. 자전거를 못 올라가게 해서 걸어서 가니 좀 어색합니다. (3보 이상은 자전거 탑승!^^)


우도봉에는 우도주민의 공동묘지가 있더군요. 왼쪽의 우스꽝스런 나무는 무슨 영화를 찍은 셋트랍니다.


우도봉위의 풍경.












검멀래라고 하는 검은 모래 해안인데 내려갈 힘이 없어 사진만 찍었습니다.














한바퀴 우도 구경을 끝내고 하고수동 해수욕장에서 놀고 있는데 갑자기 엄청난 천둥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더니 소나기가 오기 시작하더군요. 한참을 기다리다 하는 수 없이 배낭을 비닐에 넣고 출발을 했습니다.


아침 먹은 식당에서 또  늦은 점심을 먹고 등대앞에서 기념촬영.








다시 성산으로 나가는 배를 타고.










파도가 거세어 배가 출렁일때마다 귀여운 언니들이 소리를 지르고 야단입니다. 아이고 귀여워라...^^


성산에서 출발을 하려는데 우도 구경도 안하고 하루종일 바다에서 논 지관이가 너무 졸려서 도저히 못가겠다고 하네요. 어쩔수 없이 도항선 대합실에서 30분간 토막잠을 재우고 출발했습니다.

제주도 동쪽 해안을 따라 해안도로를 달리는데 정말 멋졌습니다. 아쉬운건 다들 피곤해서 제대로 사진을 못찍었다는 건디... 특히나 오름들이 첩첩이 겹쳐있는 모습은....최고였습니다. 다랑쉬오름에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이 와중에 오름에 가자고 하면 반란을 일으킬거 같아 포기. ㅠ.ㅠ   오름앞에 첩첩이 겹쳐 보이는 밭담은 눈물겨운 풍경이었습니다. 저 수많은 돌을 골라내서 쌓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와 땀을 흘렸을지...


하도리 철새도래지 방파제를 지나는 식구들. 역광의 실루엣이 멋져서 기운만 있으면 망원으로 다시 찍어보고 싶은 장면이었으나... 또 반란이 무서워 포기.ㅠ.ㅠ












제주도 북쪽에는 딸린 섬이 없는데 섬이 보여서 이상하다하면서 갔는데 저녁에 식당에서 물어보니 날씨가 맑으면 보길도가 보인다고 합니다.






저녁 7시에 세화에 도착해서 에어컨이 딸린 민박을 잡고 돼지 오겹살로 포식을 했습니다. 이제 하루만 더 가면 여행도 끝난다 생각하니 섭섭한 마음이...

@ 정리
1. 우도는 제주도의 보석 : 자동차 못들어 가게 하면 어떨까?
2. 홀딱벗고 수영하기 : 해볼만 하다.^^
3. 긴 여행에서는 체력 안배가 중요 : 바람 잘 통하는 민박집을 잡거나 돈을 좀더 쓰거나^^
4. 우중 라이딩도 나름 재미가 있다. : 다음날 우중라이딩의 진수를 맛보게 되었습니다. ㅠ.ㅠ




자전거 여행 여섯째날 (8월 12일, 토요일, 오전에 흐리다가 비, 오후에 갬)






드디어 마지막날입니다. 세화에서 출발하여 김녕, 함덕을 거쳐 제주시에 입성, 자전거를 반납하고 늘어지게 쉴 수 있는다는 희망을 가지고 출발을 했습니다. 떠나는 비행기는 일요일 저녁 8시30분이니까 하루는 몸을 추스릴 여유가 있으니 다행이기는 하지만 이제 다들 힘들어 합니다. 그동안 묵은 민박집들이 대부분 자전거 대여점에서 소개시켜준 곳이라 라이더들이 많이 묵습니다. 도착전에 예약하려고 전화하면 대부분은 자전거로 여행한다고 방값도 좀 깎아주시더군요. 세화에서 잡은 민박집도 오래된 집이었지만 규모가 꽤 커서 여관수준이더군요. 복도에 방이 여러개 있고... 엄청나게 오래된 테레비(채널를 손으로 돌리는 방식이었는데 아이들이 처음봐서 엄청 신기해합디다.)에  에어콘도 모든 스위치를 손으로 조작해야하는 구식인데 찬바람이 나오는 게 신기했어요.

민박집에 그동안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자주 만났던 여성2인조가 같이 묵어서 저녁식사 준비를 하는 모습을 보니 (코펠에 쌀을 씻고 있었습니다) 말도 걸어보고 여행이야기도 해보고 싶었는데 저희는 럭셔리하게 식사를 모두 사먹었기에 그럴 수 있는 기회가 없었습니다. (홍은택씨는 혼자서 여행을 하였고 야영을 했기에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여행이 더 풍성했던 거 같습니다. 가족단위의 여행은 아무래도 주의가 가족에 집중되기에 다른 팀과 소통하기가 좀 힘이들죠.) 자전거를 빌려서 탔던, 비싼 자전거를 탔던, 헬멧을 썻던 밀집 모자를 썻던 모든 라이더는 길에서 만나는 순간에 바로 동지가 되어버립니다. 자전거는 내 몸과 다른 대상 사이에 가로막는 벽이 없습니다. 그래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설 수 있고 더 많은 걸 느낄 수 있게 되는 거 같습니다. 자전거는 빨리 갈 수 없기에 더군다나 땀으로 그 길을 가야하기에 같은 곳을 다녀오더라도 다른 것을 보고 다른 것을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매력이 있습니다. 정신없이 빨리 가야만 하는 이 세상에서 속도보다 '방향'이 더 중요하다고 알려주고 있네요. (출전 : 엽기레고 덧글)

자전거를 타고 여행을 하면서 서서히 변화가 오는 것은 무엇보다 몸의 변화였습니다. 자전거와 몸이 점점 하나가 되는 느낌이랄까요? 힘든 언덕을 오를 때 허벅지가 터질거 같은 느낌뒤에 찾아오는 뿌듯함, 완만한 고개마루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 홍은택의 말처럼 자전거에 몸이 익숙해 지기 시작하자 달리면 멈출수 없는 그 느낌, 다리의 근육들이 버섯처럼 피어오르는 느낌, 왠지 자전거를 벗어나 세걸음이상 걸으면 안될거 같고 자전거가 무척 귀찮은 짐처럼 느껴지다가도 인생의 동반자로 느껴지도 합니다.


민박집에서 출발 기념사진, 날씨가 꾸물거리는 했지만 설마 비가오랴하며 전날 가져온 비닐봉지를 버리고 왔는데 잠시후 아주 크게 후회하게 됩니다. 자전거 짐칸에는 덜마른 빨래를 널고 출발을 했는데...^^


세화에서 김녕까지는 아무생각이 달리기만 했습니다. 저는 해안도로로 꼭 가야한다고 고집을 부리고 아이들은 12번도로로 달려서 구경이고 뭐고 빨리가기만 하자고 하는데... 성산쪽 하늘은 개었는데 제주쪽 하늘이 시커멓게 심상치 않습니다. 바람도 갑자기 선선해지고... 아니나 다를까 김녕에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합니다. 어제도 잠깐 지나는 비를 만난적이 있기에 잠시 비를 그을 수 있는 곳에서 휴식을 취하며 기다리는 데 비가 그칠 거 같지가 않습니다. 비가 그칠 동안 쉬어 갈만한 곳도 없고... 대책회의를 해서 배낭을 비닐로 싸고 몸은 오는 비를 맞으며 여행을 계속하기로 결정을 했습니다.




망연자실.. 넉나간 김여사.
"에휴~~~ 내가 이럴 줄 알았어... 저인간이 고생 못시키서 안달이더니..." 이런 대사가 아주 잘 어울리는 장면입니다.^^


제가 다시 김녕시내로 돌아가서 철물점에서 비닐 4개를 끊어다 배낭을 다시 싸고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출발을 했습니다. 내심 비를 맞으며 자전거를 타는 느낌 어떨까 궁금했었는데... 그 느낌은 말로 표현 할 수 없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제주시에 가까워지자 12번 도로가 좁아지면서 덩달아 자전거도로도 사라지고 2차선 도로의 갓길로 조심조심 달리는 데 대형트럭하고 버스는 빵빵거리고 지나가고 비는 오고... 몸은 완전히 젖어 춥고... 배는 고프고... 중간에 음식점에라도 들어가 배를 채우고 몸도 좀 말리고 싶었으나 물에 빠진 생쥐들을 받아줄 것 같지도 않아 영양갱이라도 먹으려고 했지만 비를 주룩주룩 맞으며 영양갱을 먹자니 그건 너무 처량하고...

그러던 와중에 반가운 표지판. '조천읍 도서관'
도서관에서 따뜻한 자판기 코코아와 영양갱을 먹고 기운을 차리니 잠시 비가 그칠 듯합니다. 힘을 내서 다시 제주시를 향해서 출발하니 다시 빗줄기가 굵어져 내내 비를 맞으며 우중 라이딩...ㅠ.ㅠ


오전 7시에 세화에서 출발하여 오전 11시 30분에 제주시 탑동 북초등학교 앞에 있는 자전거 대여점에 도착하여 기념촬영을 하였습니다. 마지막에 비까지 맞아가며 힘들게 여행을 마쳐서 끝내고 나면 대단한 감동이 밀려올 줄 생각했는데 의외로 담담하더군요. 홍은택씨도 뒷바퀴를 대서양에 담그고 6400km를 달려 아메리카를 횡단하여 앞바퀴를 태평양에 담그는 순간에도 담담했다고 했으니 겨우 240여 km를 달렸으니 제가 담담한게 이상한 일도 아니겠지요.^^


빨리 젖은 옷을 갈아입고 따뜻한 물에 목욕하고 쉬고 싶어 근처 민박으로 가려고 했는데 아이들 소원이 마지막날이니 '호텔'에 가보고 싶다고 합니다. 뭐 어려운 일도 아니라 택시를 타고 신제주로 가서 6만원에 깨끗한 호텔을 잡아 들어가니...

"우와! 화장실이 우리가 어제 잔 방하고 넓이가 똑같아요!" 해서 다같이 웃었습니다. 12시간 동안 먹고 자고 또 자고 서로 주물러 주고 ...

다음날 제주시 관광은 '삼성혈', '제주 민속 박물관', '국립 제주 박물관', '우암 도서관' '용두암' 등을 둘러보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습니다. 이날은 3보 이상 택시, 10분이상 체류시 에어콘 바람...^^   삼성혈 건너편에 있는 국수집에서 떠나기 전 허영만 만화 식객에서 본 제주 '고기 국수'를 먹었는데 양도 푸짐하고 맛있더군요.







첫날 휙 지나가느라 제대로 구경못한 용두암.


여행을 마치고나니 중간에 만난 어떤 아저씨가 자전거로 가족이 제주도 일주를 한다는 말을 듣고는 하신 말씀이 기억이 납니다.

"우와! 대단하세요. 다녀오시면 좋은 추억이 되겠네요" 하시더군요.

저는 씩 웃으며,

"글쎄요, 좋은 추억이 될 지 웬수가 될 지는 두고봐야지요."

함께 여행하면서 처음 의도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여행이 되었지만 전혀 의도하지 못했던 것도 많이 배웠습니다. 저한테는 펑크수리하는 기술이 최고였지요. 아이들은 고생을 많이 했지만 자전거를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시원한 바람이 불면 같이 강화도 일주를 해보기로 했습니다.

이제 휴가도 끝났으니 목에 달라붙어 아무리 기침을 해도 떨어지지 않는 가래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때군요.^^ (그동안 재미없이 길기만 한 글을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요약  
1. 걱정 한가지 : 내년엔 어딜가지?
2. 우중라이딩 : 해볼만 하지만 안해도 된다.
3. 자전거에 중독되기도 한다. 치료법 : 열라 타기^^
4. 여행이란 잠시 기존의 삶이 주던 혜택을 단념하고 새로운 세계에 자신을 던지는 것이기에 힘들었지만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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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9
  • 좋은 후기 잘 봤습니다. 가족간의 화목한 모습이 보기 좋군요... 언제나 안라 하십시오.
  • 멋지십니다,,,정말 훌륭한 가족입니다
  • 이번 여름에 초등학생인 막내딸과 제주도 자전거여행을 시도했는데 살인적인 폭염과 엄청난 짐에 2인용 자전거로는 도무지 무리라는 생각에 자전거 여행을 중도에 포기했습니다
    덕분에 자동차로 여행내내 편하게 다녔지만..
    온가족이 함께하는 자전거여행에 비하면 아쉬운 면이 많이 있죠..
    두 아드님 모습 씩씩하고 보기 좋습니다
  • 정말 멋진 가족임니다..
    꼭 해 보고 싶은 코스인데... 언제나 가능할건지^^
    긴 후기 감사함니다...
  • 멋진사진 진솔한 글 잘 봤습니다..
    담엔 아메리카 정복이겠군요..
    그 용기에 박수를 보내며 부러움을 전합니다..
  • 멋집니다...작년에 산방굴사초입에서 아버지와 아들이 팀복입고 사이클을 타는 모습을 봤는데 너무 부럽고 멋스러웠습니다. 한가족 라이딩을 보디 더욱 멋스럽군요,,,

    내년엔 경주를 돌아보심이 어떨까하네요...왕릉의 시대별 석축과 봉분의 변화와 권역별 차이 등등 자녀들 공부에도 많은 도움이 될 듯합니다.. 도로도 잘 정비되어 있구요,,,

    경주 남산 돌부처도 실물을 접하니 감회가 더 크더군요...^^
  • 멋지고.. 부럽고.. 뭔가 느끼게 하는 가족애 등등 좋은 후기 잘보았습니다.. ^^
  • 저도 홍은택씨 책 읽고 감동을 많이 받았습니다... 저와 동갑이시고 부인과 제 와이프도 갑장이시고... 저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으시네요..("사"자 들어가는 직업만 빼고.. ^^) 저도 내년 여름에 제주도 일주 계획입니다만, 님의 글을 읽고 와이프도 기어코 끌고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근데 제 아들이 8살인데 일주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요...
    그 밑에 네살배기 딸은 트레일러에 싣고 일주할 계획인데...ㅋ~~~~
    아무튼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 도움이 되겠네요...
  • 가족들과의 자전거여행...
    너무 부럽네요 아이들한테도 소중한 추억거리를 만들어 주셨네요^^...
    아직 미혼인 제가 먼 훗날 꼭 해보고 싶은 여행을 벌써하셨네요...
    사진도 좋았고 글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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