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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 땅끝마을 400Km, 그 시작과 끝

graceill2007.05.30 10:48조회 수 5950추천 수 29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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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달링은 계속되어야 한다! - 땅끝마을 도전 편




불혹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취미,여가 생활로 선택한 산악자전거에 매료되어 2005년부터는 해 마다 기념 장거리 투어 라이딩을 해왔다. 그동안 속초와 강릉을 다녀왔고 다음 목표는 땅 끝을 가보리라 이미 목표를 정해 놓았던 터였다.      

불가능? 그것은 도전 앞에 아무것도 아니다! 라는 말이 있듯이 엠티비에 입문한 뒤 자전거와 내 자신의 체력과의 꾸준한 타협(?)과 설득(?)을 통해 조화로운 일체를 만들어내기까지 수많은 코스를 거슬러 오르고 내리며 내공(?)을 키워 왔다  

  어쩌면 무모한 짓거리(?)처럼 보일 수 있겠고‘자전거로 땅끝을 어떻게 가냐?’며 불가능한 일인 것처럼 여겨질 수 있는 일을 결국 해내고 말았다. 언젠가는 꼭 한 번은 해 보고 싶었던 나만의 목표를 이루었다는 만족감이 가슴속에 잔잔히 밀려온다.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는 치열하고도 복잡 다양한 현대인의 생활 패턴 속에서 일상을 벗어나 자연과 벗되어 내면과의 둘 만의 우정을 나누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사치며 호사로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절실한 필요였다.

  여행! 그것은 생각만 해도 왠지 사람으로 하여금 가슴 설레이게 하고 미지의 풍경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동경, 그리고 야릇한 긴장감을 갖게 하기에 그 자체만으로도 기분을 좋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두 달여를 공들여 준비한 것 같다.  5월 ?, 아니면 6월 ?, 7월은 너무 덥겠지? 출발시기를 정하는 것부터 진행 코스며, 준비 물품까지 그 동안 땅 끝을 다녀온 많은 선배 라이더의 후기들을 읽으며 나름대로의 공략 방법을 구상하면서 그렇게 거사(?)를 진행시켜 나갔다.

  내가 속한 시흥엠티비 몇 몇 동호인들에게 거사계획을 알리고 동참을 제의 하니 처음에는 “땅 끝? 그거 한 번 해 볼만 하지...
언제 갈 건데?“하며 호의적으로 받아들인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혼자는 엄두를 내기가 힘들지만 누가 간다고 하면 "그래 이 참에 나도 한 번 댕겨 보지 뭐," 하고 선 뜻 쉽게 말하곤 한다.

  하루 하루 예정 된 날짜는 다가오고 마음은 뒤숭숭함이 느껴질 쯤 재차 확인 작업에 들어 간다. 역시나 왠 스케쥴이 이렇게나 꼬인다냐..., 일정에 맞는 회원이 없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공지에 먼저 “도전! 땅 끝 400Km 대장정”이란 제목으로 올린 뒤 D-day만을 기다렸다.    

  D-day 일주일 전부터는 일기예보에 촉각이 곤두서 있다. 주간 예보를 보며 비 올 확률과 기상 변화를 예의 주시하며 뉴스보다는 일기예보가 더 궁금해진다.

  막상 출발 전일 “내일은 전국적으로 많은 비와 강한 바람이 예상되니 외출에 신경 쓰셔야 하겠습니다”라는 기상 캐스터의 멘트가 기를 팍 죽여 놓는 게 아니겠는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공지란에는 참가 댓글도 없는 게 아니겠는가... , 그나마 타 동호회인 안양의 ‘허밍버드’팀에서 3명이 함께 가겠다고 한 것이 위안이면 위안이 되었다.

  갈까, 말까 아니면 주변 사람들 말대로 다음 기회로 연기할까를 되뇌다가 “그래, 결심했어! 혼자라도 가는 거야, 그리고 비가 온다면 반대로 땅 끝에서 올라오는 것으로 하면 돼!”하고 결정을 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면서 다시 설레임으로 바뀌었다.

  5월 24일, 석가탄신일이라 휴무이기도 한 날, 설레임과 긴장감으로 집을 나섰다. 안산터미날에서 출발하는 오전 8시30분 목포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고 앞으로의 여정을 생각하며 다시금 일정들을 점검해 보았다.

  2시간을 달려 서천 휴게소에서 잠간 휴식을 한 뒤 버스는 목포를 향해 서해안고속도로를 시원하게 달리기 시작한다. 그런데 비가 올 것이라고 예보했던 날씨가 간간이 해도 비치고 라이딩하기에 오히려 더 좋은 날씨를 보이는 게 아닌가..., “기상청! 너 또 뻥쳤지?”속은 듯 한 마음에 기분이 거시기(?)했는데 11시40분경 함평을 지날 쯤에 빗방울이 차창 앞 유리에 부딪치기 시작하더니 비가 내리는 게 아닌가..., “그럼 그렇지, 비가 안 오면 억울하지... 역시 우리나라 기상청은 믿을 만 해”속으로 읊조려 본다.
  
  12시20분, 목포에 도착했다. 운전기사님이 “비가 와서 어떻해요?”묻는다, “ 예상하고 왔는데요 뭘..”내일 땅 끝에서 출발하려구요“ 간단히 인사말을 전한 뒤 바로 땅 끝행 버스로 옮겨 탔다. 어쩌면 시간이 딱 맞아 떨어지는지, 느낌이 좋았다.

  목포에서 해남, 해남에서 다시 땅 끝, 2시간을 더 달려 드디어 땅 끝에 도착했다. 비가 제법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9년 전 지인들과 관광으로 다녀 온 후로 이제는 잔차를 끌고 땅 끝을 거슬러 올라가려고 땅 끝에 섰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났는데도 별로 배가 고프지가 않다. 가게 슈퍼에서 삶은 계란과 컵라면으로 요기를 하고 있는데 비를 흠뻑 맞은 대학생 두 명이 들어 왔다. 부산에서 왔단다.  이 친구들도 땅 끝에서부터 부산까지 자전거로 여행할 목적으로 왔는데 비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스러워 했다.
  
일단 라면으로 요기를 마치고 빗 줄기가 가늘어 진 틈을 이용 주변 관광과 기념사진을 찍기로 하고 함께 가게를 나섰다. 조망이 비교적 좋은 곳에서 사진도 찍고, 무엇보다도 땅 끝 하면 기념사진에 꼭 담아가는 “한반도의 최남단 땅 끝”기념비 앞에서 멋 진 포즈로 사진을 여러 장 담았다. 두 대학생은 다른 곳으로 이동한 뒤 내일 부산으로 향하겠다며 간단히 연락처만 주고 받고 헤어지기로 했다. 젊음이 좋긴 좋다. 안전을 기원하며 떠나 보낸다.

   땅 끝을 출발하면서 안양“허밍버드”동호회 회원 3명이 함께 라이딩을 하겠다는 연락이 온 터 라 도착할 때까지 숙소를 먼저 정하기로 했다. 이미 유명 관광지로 변해버린 지금은 숙소 값이 만만치 않다. 여러 곳을 다니며 흥정(?)한 결과 마을 초입에 “에덴파크”라는 모델에서 묵기로 하고 짐을 풀었다.

  저녁 9시가 넘어서 허밍버드팀이 도착하였다. 함께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늦은 저녁식사를 했다. 기대했던 전라도식 만찬(?)은 아니었지만 함께 한 사람들이 있어 좋았다.

  5월 25일, 드디어 실제적인 대장정을 시작하는 날이다. 천안까지 대략 400Km를 넘는 장거리 라이딩이다. 허밍버드팀의 큰형님격인 ‘바람소리님’, 두 명의 친구사이인 ‘광고나라님’, ‘라온님’그리고 나, 이렇게 4명의 전사(?)들은 새벽을 깨워 출발을 시작한다.

  6시에 출발한 일행은 군데 군데에서 기념촬영을 해 가면서 강진을 향해 진행한다. 근데 도대체 지방에는 이정표가 이리도 정비가 안 되었는지, 진행 방향을 잡기가 여간 쉽지 않다. 한 참을 지나는데 자전거를 탄 아줌마에게 길을 물었다. “강진으로 가려면 이 길로 가는 게 맞나요?,  아니지라 한 참 돌아가야 하는디..‘ 하마터면 쌩으로 힘 쓸 뻔 했다. 아줌마의 친절한 안내로 다시 제대로 된 코스를 잡고 힘찬 페달링을 해 나간다.

  ”입이 서울 간다고 하잖소 ~“라고 말하던 아줌마의 말이 긴 여정을 밟는 동안 실감하게 했다. 지방과 지방을 통과할 때마다 진행방향 잡기가 쉽지 않을 때 물어 물어 가는 것만큼 빠른 코스가 없다는 것을 절감했다. 그 덕에 이 후로 한 번도 길을 잃지 않고 예정된 코스로 올라 올 수 있었다.

  출발에 앞서 20Km 진행한 뒤 휴식을 취하기로 한 터라 대략 4~50분마다 10분정도의 휴식을 취하며 라이딩을 계속해 나갔다. 강진에서 아침을 먹고 영암을 거쳐 나주로 오던 길에 풀치터널이라는 곳에서 ‘광고나라’님이 그만 터널 내 배수로 홈에 바퀴가 걸리면서 자빠링 하는 사고가 생겼다. 다행이 큰 부상은 안 입었지만 뒷 바퀴 림이 휘어지는 피해가 발생했다.

  일단은 나주까지 간 뒤 자전거 가게에 들러 림을 잡은 뒤 점심을 먹고 다시 진행하는 것으로 하였다. 자전거 가게를 찾아 림을 잡는 연장을 빌려‘바람소리님’의 미케닉 같은 실력으로 긴급수리에 들어가고 우리 일행은 점심을 겸한 휴식을 취하였다. 점심으로 먹은 육회는 싱싱함 그 자체였고 입에 씹히는 맛이 고소하면서 부드러운 맛에 처음 먹어 보는 거였지만 훌륭했고 에너지를 충천시키는 데는 그만이었다.

  이제 함평을 거쳐 영광을 지나 고창에서 1박하는 것으로 예정하고 다시 출발한다. 비 온 뒤의 날씨가 햇살이 따갑게 느껴진다. 도로는 넓고 반듯하게 펼쳐있고 얕은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한다. 속초 라이딩이 생각난다. 요즘은 도로가 잘 발달되어 국도라 하더라도 자동차 전용도로처럼 만들어져서 갓길도 충분하고 경사도 그다지 심하지 않아 장거리 라이딩에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단조로움 때문에 지루함과 별다른 볼거리가 적다는 것이 흠이 될 수 있겠다.

  해가 어둑 어둑 해지는 저녁 8시 드디어 오늘의 1차 목적지인 고창에 입성한다. 근처 찜질방을 찜해 놓고 순대국밥으로 허기진 배를 채운다. 그냥 눈에 띄어 찾아간 집이었지만 맛이 장난이 아니다. 모두들 너무 맛있어하고 서울가서 체인점내면 대박집이 될거란다...,  이것이 여행에 또 다른 재미와 보람이 아니겠는가....

  오늘 일정을 뒤 돌아 보며 지친 몸을 욕조에 담아 본다. 출발부터 여기까지 200Km, 12시간을 달려 왔다. 언제 가지? 하던 막연한 두려움이 이제 목표에 반을 지나왔다. 끝까지 해 보는 거야!, 스스로에게 용기도 주고 위로도 해 가면서 내일을 위해 잠을 청해 본다. 그런데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다. 찜질방이라 그런지 덥고 공기는 탁하고 주변은 시끄럽다. 더우기 나는 더운데선 잠을 잘 못 자는 편이다. 이리 저리 옮겨 다니다 결국 목욕탕 평상에서 2시간정도 눈을 붙이는 것으로 대신할 수밖에 없었다.

  5월 26일, 결승의 날이다.  일행 중 ‘광고나라님’은 전 날 사고의 후유증인지 무릎인대가 안 좋아 결국 차량으로 복귀하는 것으로 하고 나머지는 오늘의 일정을 고려해서 오전 4시 30분에 찜질방을 나서 결승목적지를 향해 라이트로 어둠을 가르며 힘찬 페달링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5시를 조금 넘기자 여명이 시작되더니 이내 찬란한 햇살이 우리 일행의 앞길을 환하게 비추어 주었다. 오늘도 무더운 날씨가 계속되겠고 황사가 있을 거란 예보가 있었다. 부안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하고 국도 양 옆으로 넓게 펼쳐진 평야지대 가로질러 내달린다. 빈 속에 달려온 터라 체력이 갑자기 떨어진다. 국도변에 있는 허름한 가게에 들어가 과자와 영양갱을 사서 먹는다. 역시 장거리 라이딩은 먹어야 힘을 쓸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해 준다.

  7시, 부안에 도착했다. 먼저 해장국집을 찾아 시내를 돌다 콩나물 해장국집을 찾아 들어 갔다. 맛은 있었으나 주인이지 종업원인지 영 불친절하다. 모주를 곁들인 콩나물 해장국을 깨끗이 비우고 이제 다시 길을 나선다. 이제 김제를 지나면 전라도를 벗어나 충청도에 접어들게 된다. 그간 지겹도록 달려왔는데 아직 전라도를 벗어나지 못했다니 대한민국 땅이 넓긴 넓구나, 이제 조금만 가면 충청도다, 지쳐 있던 심신에 새로운 힘이 솟는 듯 했다.

  11시30분, 드디어 전라도와 충청도를 가르는 논산군 강경읍을 통과했다. 어릴 적 잠시 살았던 강경!, 옛 모습은 사라졌지만 기억 속 추억이 서린 곳이다. 작년 가을에 ‘그곳에 가고 싶다’라이딩 코스로 다녀 온 바가 있어 눈에 익다. 국도변 손짜장 집에서 짜장면 곱빼기로 점심을 해결하고 결승점인 천안을 향해 마지막 스퍼트를 해 본다.

  공주를 지나면서 졸음이 몰려 온다. 단조로운 길에다 뜨거운 햇살, 점심 먹은 후의 식곤증인지 눈이 무겁다. 앞 바퀴가 도로와 정열이 되지 않는다. 잠시 쉬어갈까, 아니지 시간을 단축해야 돼! 쉬고자 하는 육체와 가고자하는 의지와의 타협(?)이 계속된다. 조금만 더 가서 쉬자, 그래 거기서 시원한 음료도 마시며 쉬었다 가는 것으로 서로 양보하며 페달링을 하기로 한다.

  천안을 앞두고 기다란 오르막이 펼쳐져 있다. 저 고개만 넘으면 천안에 들어선다. 지루하고도 부담스러운 오르막을오르자 차령터널이 눈앞에 들어 온다. 오르막 옆에 간이 천막 휴게소에 들어가 숨을 돌린다. 시원한 먹걸리를 한 사발 들이키니 한 순간 갈증과 피로가 싸~악 씻기는 듯 하다. 고지가 바로 저기다. 이 터널만 지나면 천안에 입성한다. 함께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 준 허밍버드팀의 ‘바람소리’님께서 자신은 안양 샵까지 가는 것으로 목표를 수정하겠단다. 아이구야, 이게 왠 빤스 고무줄 끊어지는 소리여~ , 나이 50하고도 더하기 1을 하신 양반이 줄 잡아 70Km가 넘는 거리를 더 가겠다고...

  그렇게 남은 우리는 ‘바람소리’님을 스쳐가는 바람과 함께 보내야만 했다. 대단한 열정과 체력의 소유자가 아닐 수 없다. 남은 우리는 그래도 사기충천하여 목표를 이루었다는 자부심과 뿌득함으로 천안역을 향해 마지막 역주를 하고 있었다.

  5시30분 드디어 천안역에 도착했다. 속도계를 보니 누계거리가 399.99를 나타내고 있었다. 전철에 탑승한 뒤 앞 바퀴를 한 바퀴 구르니 400.00으로 바뀌며 또 하나의 기록으로 남기게 되었다. 허무하기도 하고 멍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땅 끝에서 천안까지...., 그렇게도 열망하고 목표했던 것을 막상 이루고 난 후 오는 흥분감을 감추기 위한 억압된 담담함이랄까, 아니면 교묘한 승리감의 분출이랄까, 오는 동안 전철 안에서 주체할 수 없는 가슴 속 두근거림을 여정 중에 찍었던 사진들을 보면서 가라 앉히며 왔다.

  끝까지 함께 해 준 ‘라온’님과 금정에서 헤어지고 전철을 갈아타고 집으로 향한다. 또 하나의 추억과 경험을 얻게 해 준 이번 도전! 땅 끝 400Km, 총21시간의 라이딩 시간, 평속 21Km, 1인당 9만여원의 비용의 기록을 남기며 성공적으로 마무리 하였다.
그동안 성원과 격려를 보내 준 시흥엠티비 회원들과 함께 동행 해 준 허밍버드팀의 ‘바람소리’님, ‘광고나라’님, ‘라온’님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거창한 표현을 빌리지 않더라도 마음에 품은 것을 행동으로 옮길 때 비로써 새로운 도전과 기록이 주어진다는 평범한 진리를 얻게 한 여행 이었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을 바탕으로 겸허한 새로운 일상을 만들어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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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용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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