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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바 랠리 ( 풍차(風車) 기행 ) 후기 3부

Biking2007.07.23 11:25조회 수 3265추천 수 16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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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나무 살림욕장에서 텐트를 치고 잠을 잔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최고의 사치라고 생각한다.
도시의 금전적인 사치가 아닌 자연이 아무런 조건 없이 베풀어 주는 사치를 누릴 자 그 누구인가
지난밤 그 사치스런 잠에 들었는데 누군가의 기상 나팔 소리에 눈을 떠보니 6시가 조금 넘었다.
3시간 남짓 자고 일어났는데 정말이지 개운하다.
하루 종일 푹~ 자고 일어 난 듯한 이 가벼운 느낌은 무엇 때문이란 말인가.
텐트에서 나와 보니 지난밤 불던 거센 바람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날씨가 좋을 듯한 예감이 든다.
주차장에서 내려가 가딘님을 깨웠더니 횡설수설 하며 깨어나지 않는다.
지난밤 늦게까지 홀로 지원한 가딘님을 깨우지 말라고 했는데 말이다..ㅋ
그리고 잠시 후 알라님이 올라온다.
알라님은 부시시한 모습으로 지난밤 먹다 남은 닭죽을 항구에 데워 준다.
그래도 맛있다. 지난밤에 이어 연속 닭죽을 먹었는데도 말이다.
운영진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코스를 변경한다느니..도강 코스를 뺀다느니.. 여기 저기서 들려 오는 말이 분분하다.
주천강 도강코스를 뺀다면 랠리 전날 목숨 걸고 급류를 건너서 루프를 설치한 것이 모두 허사다.
이번 랠리의 클라이막스는 주천강 도강 코스가 아니던가.
문재터널까지 Rally Finish로 결정이 났다고 한다.
아쉽지만 운영진의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암 그래야지..그렇고말고..ㅎ
텐트를 접은 후 모닝 커피를 한 잔 마시고 또 다시 길 떠날 채비를 한다.
잠시 생각에 든다. 지금 나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내가 가고 있는 길은 어디란 말인가?
그간 내가 지나온 길과 앞으로 가야 할 길을 길에게 물어 본다. 하지만 답은 없다.
풍차(風車) 체인에 오일을 칠하고 배낭을 새롭게 꾸렸다.
앞서 출발한 다른 팀들이 다시 야영장으로 돌아 온다. 길을 잘 못 들은 모양이다.
왈바 소모임 2.3의 정병호님과 토토님도 출발 준비를 한다.
8시가 되어서 함께 사진을 찍고 가벼운 마음으로 청태산 정상을 향하여 출발 한다.

산과 산 사이에 강이 있고
나무와 나무 사이에 바람이 있다.
섬과 섬 사이에 파도가 있고
구름과 구름 사이에 하늘이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사랑이 있고
사내들 사이에는 우정이란 술잔이 있다.

몇 동의 통나무 산막을 지나고 잣나무와 전나무 숲에 초록의 이낀 낀 바위 사이로
졸~졸~졸~ 계곡물이 맑게 흐른다.
물통에 물을 가득 채우고 목을 축이고 있는데 뒤 에서 올라 오던 소사 엠티비 참길님께서
바이킹~ 파이팅~을 외쳐 주며 힘을 북돋아 주신다. ㅎ
지난밤 태기산 암흑의 계곡에서 무사히 탈출 하고 농가 창고에서 자고 오는 길이라 했다.
잣나무,전나무, 굴참나무 등 침엽수와 활엽수가 적당히 배합된 청태산 숲은 건강해 보인다.
날씨도 쾌청하고 상쾌한 기분을 끝까지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어느새(?) 소리를 들으며, 다람쥐가 심은 잣나무 숲을 지난다.
등산로 주변에는 큰까치수염 꽃이 피어서 벌과 나비를 불러 모으고 있다.
정상을 향해 오르며 토토님은 다운힐 하기 좋은 코스라고 말한다.
끌바가 끝나고 바위 너덜지대를 지나 가파른 나무 계단 구간을 맬바로 힘겹게 오르는 동안
땀과 거친 호흡이 토해 내며, 지난 밤 청태산 계곡 코스의 악몽이 되살아 난다.
한 시간 만에 청태산 능선에 오르자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이마에 맺힌 땀을 식혀준다.
시원하다 못해 날아갈 듯한 이 기분..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으리라..
능선 헬기장에서 정상은 코앞이다.
정상에 오르자 탁 트인 남서쪽의 능선이 손에 잡힐 듯 시야에 가까이 가다 온다.
확 트인 스카이 라인에 소백산 능선과 치악산, 백덕산, 사자산이 거침 없이 눈에 들어 온다.
앞 산 능선에는 한줄기 바람에 나뭇잎이 뒤집어지며 바람의 파도가 일렁인다.

동쪽 능선으로 내려 가자 좁은 등산로에 산죽(山竹)밭이 이어진다.
타고 끌고 한참을 내려가다 보니 Mtbike님과 산딸기님을 만났다.
지난밤 태기산 계곡에서 무사히 탈출하여 다시 만나니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등산로가 끝나는 지점에 임도가 기다리고 있다.
Mtbike님은 배낭에서 사이클 신발을 꺼내더니 신고 있던 등산화를 벗고 갈아 신는다.
야~ 정말이지 cyclo-cross를 타고 여기까지 오다니.. 남다른 도전이라 생각한다.
이제부터 15km 정도의 신나는 임도 내리막 구간이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려오면서 산딸기가 보이면 멈춰서 산딸기를 따먹으며
유유자적(悠悠自適) 널널하게 내려오니 임도 끝나는 지점에 뽀스님이 잣나무 그늘에서
지나가는 자전거의 번호판을 기록하고 있다.
뽀스님 수고 많으세요~ ㅎ 뽀스님은 도로를 타고 올라가라고 말한다.
420번 지방도로를 타고 오르자 다시 사자산으로 이어지는 임도가 나타난다.
우리는 여기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바람도 시원하고 날씨도 더할 나이 없이 화창하다.
시간은 많은데 남은 코스가 완만한 임도 이고 종착점이 멀지 않기 때문이다.
토끼와 거북이 경주 이야기에서 토끼처럼 낮잠을 자고 가던
거북이처럼 천천히 걸어 간다고 해도 13시 이전에 골인 지점에 들어갈 수 있으니 말이다.ㅎ
청명한 하늘에 햇빛은 따가웠다.
임도를 가로 지르는 계곡을 만나면 시원한 계곡물에 땀을 식히고, 굽이굽이 돌아가는 임도의
리듬을 타며, 저 멀리 초록의 등선 위로 뭉게구름이 피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지도상에 하오고개를 넘어 서자 그렇게 힘들었던 여정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문재터널 도로에 도착하자 사자산, 백덕산으로 이어지는 임도가 입을 벌리고 있다.
길은 이어지고 풍차(風車)는 계속 달리고 싶은데 여기서 멈출 수 밖에 없다.
못내 아쉽지만 운영진의 지시로 좌회전 하여 평창유스호스텔로 내여 간다.
골인~ 마지막 캠프에 운영진과 지원조가 열열히 환영해 준다. 이것으로 끝났단 말인가?
어제 더 이상 지도를 펴서 길에게 길을 묻지 않아도 되고, 고통스런 오르막과 싸우지 않아도 된다.
너무 빨리.. 아니 너무 쉽게 끝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그 동안 지나온 길을 망각한다.
우연찮게도 골인 지점에서 가리왕산, 중왕산의 부드러운 능선이 하늘과 맞닿아 있다.
우리가 정말 높고 높은, 멀고먼 저 산을 넘어왔단 말인가? 쉬이 믿겨 지지 않는다.
풍차야 고생 많았다. 이 지친 몸을 끌고 오느라.
자전거는 단순하다.
그 단순함 속에서 자연과의 일체감과 자연이 인간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배울 수 있다.
원시의 자연 속에서 심신을 정화하며 진정한 풍류(風流)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지 않은가
내 다리 근육과 자전거의 체인 마디마디, 내 심장과 자전거의 기아 톱니가 하나되어 산과 고개를
넘고 계곡을 건너 여기까지 왔구나, 길 위에 새겨진 바퀴 자국은 시간이 흐르면 자연적으로
지워지겠지만 그 기억은 오래오래 함께한 사람들과 아름다웠노라고 말하리라.
피와 탐을 흘리며 산속에서, 길 위에서 함께한 바람처럼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들..
우리는 높고 낮음과 길과 길을 가리지 않았다. 그리고 밤과 낮을 가리지 않았다.
자꾸만 도시 문명의 편리함에 길들여진 나의 삶은 이런 랠리를 통해서 잠시 잊고 등지고 싶었다.
자연은 우리의 영원한 스승이며, 삶의 지표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잘 있거라 길들아~ 신비롭고 찬란했던 시간들아~

골인 후 남부군 지원 캠프에 오니 다들 반가운 얼굴로 맞이해 준다.
이들의 봉사가 없었다면 내 어찌 이곳까지 무사히 완주 할 수 있었겠는가.
비록 남부군에서 혼자 완주 했지만 지원조와 전투조 모두 완주 한 것이나 다름없다.
산악인 엄홍길 대장이 혼자 힘으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것은 아니지 않는가
여러모로 고맙고,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꾸벅..ㅎ
뮤즈 대장님이 완주한 바이킹을 위하여 특별히 준비한 추억이 설인 남부군 전통 주(酒)
수박통 소주가 준비되어 있다.
대장님이 따라주는 수박통 소주를 한 잔 받아 마셨다.
수박 향 가득한 시원한 소주가 목젖을 타고 내려간다.
그간의 갈증이 한 순간에 사라진다.
으흐흠~ㅎ 바로 이 맛이야.. 얼마 만에 느껴본 수박통 소주의 맛이란 말인가.
내 이 맛을 못 잊어 아니, 이 술을 먹기 위하여 완주 한 것이 아니던가
바이킹의 호르몬은 이 맛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Mtbike님, 정병호님, 토토님에 이어 소사엠티비 참길님 팀이 속속 골인 지점으로 들어 온다.
머리 위 하늘은 청명한 가을날처럼 아름다웠다.
그리고 내 주위의 풍경과 모든 동지들도 아름다워 보였다.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의 아름다움이며 한 점 가식과 꾸밈이 없는 것이다.
연거푸 몇 잔의 술, 술, 술~
그리고 그간의 땀, 땀, 땀방울의 기억이 멀리 보이는 가리왕산 능선처럼 아련하다.

1회 와일드바이크 랠리를 기획하고 준비한 바이크홀릭님 이하 랠리 운영진님(그대있음에, 덕구,
동우바이오텍, 뽀스, 우현, 황토,  Coyote, Dhunter, Sshyun8)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참가자분들이 랠리 운영 규칙을 지키지 않는 것은 옥(玉)에 티가 아닌 중대한 과오라고 하느건 저만의 생각일까요?.
첫 회이다 보니 운영에 있어서 조금은 아쉬운 면이 없지 안아 있었지만 그래도 전체적으로 훌륭한(?)
랠리 였다고 생각 합니다.
또한 물심양면(物心兩面) 밤낮을 가리지 않고 팀을 지원한 분들, 완주하지 못했지만 눈물을 머금고
중도에 포기해야만 했던 전투에 참가 하신 모든 분 들도 고생 많았습니다.
특히 마지막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은 “우리는~ 남부군!” 가딘님, 알라님, GS님, 뮤즈 대장님,
용용아빠님, 효정님, 하키님, 헝그리님께 이 자리를 비러 감사 드립니다.
내년 랠리를 기약하며, 모든 님들 덕분에 아름답고 소중한 추억 만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무지원으로 완주하신 정병호님과 토토님 cyclo-cross를 타고 완주하신 Mtbike님, 처음 산에 가셔서 완주 하신  판타지님은 우리가 본받아야 할  진정한 귀감(龜鑑)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는 자만이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자연을 향한 모험과 도전은 계속 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졸작 후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전거와 함께 항상 건강하세요~
돈 워리~ 비 해~피 ^^;

2007년 7월 여름날 바이킹(Biking)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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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후기를 읽다보니 역순으로 읽고 있더군요...^^;
    수고 많으셨습니다...그리고 축하드립니다.
    중간 중간의 좋을글도 너무 좋습니다.
  • 낙수대,반딧불,별,산딸기,닭죽,수박주 이번 랠리에서 바이킹이 저한테 주신 추억입니다.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그리고 넘 멋진 후기까지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 맛깔스런 후기 잘읽어습니다 ~~~그리고 어려운 관문을 이겨내고 완주하심을 축하드립니다
  • r 이 빠졌군요...mtbiker 입니다...ㅋ

    멋진 후기 잘 읽었습니다.
용용아빠
2024.06.17 조회 73
treky
2016.05.08 조회 683
Bikeholic
2011.09.23 조회 8118
hkg8548
2011.08.04 조회 7170
M=F/A
2011.06.13 조회 6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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