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쨋날 이야기...
캡슐호텔에서 편안한 하루를 보내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짐을 꾸려서 후쿠오카를 떠납니다.
애시당초 도시를 달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습니다.
애마에 짐을 달고 이랴~~ 달려 나가자.
하카다역을 지나 구마모토를 향해서 핸들을 돌립니다.
하카다역에서 구마모토성까지는 대략 120킬로미터...
날씨만 받쳐준다면 오늘 중에 가겠지요. 안되면 중간에 아무데서나^^
1시간여를 달려서 도착한 훼밀리마트 편의점
이곳에서 400엔에 햄버거와 녹차로 아침을 때웁니다.
그리고 열심히 도로를 달리며 구마모토로 가는 3번 국도를 찾아봤지만
찾지를 못하고 지방도로로 계속 이상한 도시들만 지나갑니다.
아따 무신 놈의 신호가 그리도 많은지
몸풀릴라하면 신호에 걸리고, 또 걸리고...
그렇게 다자이후라는 동네에 가서 텐만구라는 곳으로 갔습니다.
텐만구는 학문의 신을 모신곳이라고 하더구만요.
그래서 사람들은 입시합격을 기원하기 위해 이곳에 많이들 온다고 하더군요.
황소의 뿔을 만지면 머리가 좋아진다고 하는데
우리 재훈이 머리도 좋아졌을라나요? 흐흐
한국사람들이 쓴 패찰들도 많습디다.
부모의 마음은 이국에 와서도 모두 같은 모양입니다.
언제나 자식 걱정... 뭐 저도 이땅의 어버이로 똑같지요. 뭐^^
텐만구를 나와서 보니 길을 잘못 들었는지
아까 텐만구 들어갈 때 보다 거리가 더 늘었습니다.
나원...
그래서 허무한 마음에 편의점에 들러서 음료 한 잔
이때부터 태양은 정말 장난 아니게 사람 잡습니다.
그렇게 살짝 지쳐갈 무렵 자전거 전용도로를 만났습니다.
야호~~ 신나게 달리다 보니 이길이 아닌가벼입니다.
대략 10킬로를 달려왔는데 기타큐슈 방향, 즉 구마모토 반대방향으로
욜라리 달려갔던 것입니다.
허무한 마음.... 까로 미오벤 끄레디 미알멘 센싸 디 떼 랑귀세 꼬로록~~
다시 돌아오는데 힘 빠집니다.
이날 최고 기온이 36도였습니다.
구루메까지 겨우 달려가서는 다리밑의 그늘을 보고 그곳을 향합니다.
그곳에 매트를 깔고 드러누워서 둘이서 웃통 벗고
떠다니는 구름을 보면서 담소를 나눕니다.
이제껏 서로 바빠서 못했던 이야기들을 말이죠.
훈이는 나중에 저를 파드너라고 불렀습죠.
지말로는 파더 + 파트너의 줄임말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요. 맞습니다.
우리는 동반자였고 동지였습니다.
도로를 같이 누비는 여행의 동반자요, 자전거혁명의 동지!!
편안한 휴식 후 아직도 뜨거운 아스팔트를 향해
편안한 미소 나누고 고개 한 번 주억하고는 힘차게 패달을 밟습니다.
이순간만큼은 세상에 어느 것도 부러울 것 없습니다.
그러나... 벗뜨... 태양은 우리의 발목을 잡습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 계속해서 달리다보니 어느 순간에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사고는 그 순간에 찾아왔습니다.
도로에서 인도턱으로 오르고 조금 지난 순간
뒤에서 퍽~!!하는 소리와 함께
훈이가 중심을 잃고 그대로 넘어져 버렸습니다.
다행히 인도쪽으로 슬립이 나는 바람에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거친 아스팔트는 아들놈의 부드러운 무릎살을
야무지게 포를 떠 버렸더군요. 진피까지 드러났단 말씀이지요...
훈이는 그래도 의젓하게 괜찮다고 이야기합니다.
핸들이 돌아가고, 포크잠금장치 케이블이 긁혔더군요.
개미 하나 숨어들 그늘 하나 없는 땡볕 아래에서
아들을 안심시키고 상처를 닦고 듀오덤을 붙였습니다.
그렇지만 연신 흐르는 땀에 듀오덤은 도움이 되지 않더군요.
인근의 맥도널드에 들어섰습니다.
선크림을 듬뿍 발랐음에도 불구하고 제법 익었군요.
고개를 돌리니 희한하게 약방이 보입니다.
하이고 하나님 감사합니다.
약방에 들러서 붕대와 반창고를 사서 응급조치를 다시 합니다.
진물이 흘러서 엉망인 상처를 닦고 처리를 합니다.
상처를 치료하고 다시 길을 나섭니다.
베가본드호와 노매드호는
40도는 넘고도 남을 뜨거운 포도 위를 열나게 달려나갑니다.
여행 첫날에 이렇게 다치는 바람에
훈이는 여행 상처에서 내내 진물이 흐르고 상처에 땀이 흘러 덧나서
따가운 고통에 시달리면서도
군말 하거나 투덜거리지 않고 정말 열심히 달렸습니다.
지금도 은근히 가슴 뿌듯합니다. 흐흐
나는 팔불출이라네~~!!^^
중간에 거대한 관음보살이 있는 신사가 보이더군요.
그곳을 구경을 하고 업다운을 거쳐서 팔녀시(야메시)로 들어섭니다.
이곳부턴 본격적인 산길이고 시골길이 시작됩니다.
지도에 따르면...
야메에 들어서니 태양이 많이 기가 죽었습니다.
전화를 걸어 엄마와 통화한 훈이는 또 기운을 냅니다.
아마도 패달질에 쓰라릴터인데 잘 참고 땀뻘뻘 흘리며
서로에게 화이팅을 외치며 달려서 달려서 나아갑니다.
그리고 어두워질무렵
도로휴게소에서 관리소장의 허가를 받아서 텐트를 칩니다.
텐트를 펼치고
버너에 불을 지펴 카레라이스를 만들어서 맛있는 저녁을 마치니
휴게소에서 구운떡을 파는 아저씨가 자전거여행에 고생 많다고
떡을 갖다줍니다. 감동적입니다.
자... 이제 휴식입니다.
라고 휴식을 취하려고 하는데
저멀리서부터 트럭들이 아나 땅콩하면서 약을 올립니다.
게다가 텐트친 곳이 약수터 인근인데 밤새도록 차들이 와서
텐트 코 앞에서 에어컨을 켜놓고 물을 떠 갑니다. 애라이...
게다가 날씨는 밤에도 어찌나 덥고 습한지
한국의 열대야는 저리 가라더군요. 씻어도 소용없는 더위...
소음과 찝찝한 더위에 밤새 잠 한 숨 못 잤습니다. 정말 단 일분도...
내일 구마모토까지는 업힐이 꽤 많던데 이런 된장 맞을...
빛과 굉음을 뿜으며 달려가는 트럭들!!
100킬로미터도 넘게 달렸건만 헤매는 통에
구마모토는 60킬로미터 가까이나 남았습니다. 에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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