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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바랠리 후기(2)

신바람2008.07.18 16:32조회 수 2568추천 수 2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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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그리고 지도
사람이 생존하기 위해서 여러 조건이 필요하지만 그 중 으뜸은 물이 아닐까 한다. 몇십일 단식을 해도 물은 마셔야 한다. 이번 랠리에서 물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못골사우나에서 출발할 때 조그만 물통에 물을 한통 채웠다. 이 물통은 싸구려 물통으로 자전거 가게에서 거저 얻은 것이었다. 천제단을 올라갈 때 경사가 급한 곳은 메고 가는데 갑자기 물이 뚝뚝 떨어져서 살펴보니 물통 마개가 완전히 밀폐가 되지 않아 새는 것이었다. 그렇게 천제단에 올라가 보니 물통에 물이 반도 남아 있지 않았다. 지도에 보면 천제단 약간 아래쪽에 용정이라는 샘이 있는 것으로 나오지만 그 때만해도 아침이어서 그다지 목이 마르지 않았고 또 큰 산이기 때문에 가는 도중에 군데군데 샘이 있으리라 추측하여 물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지 않았고 따라서 보충도 하지 않았다. 천제단에서 쉬면서 조금 남은 물이 새지 않도록 뚜껑 부분을 비닐로 씌워서 그냥 갔다. 한참 가다가 길 옆 수풀에 떨어진 500ml 짜리 작은 생수병을 발견했다. 속에는 아직도 얼음이 들어 있는 생수였다. 황급히 가다가 떨어뜨린 게 분명했다. 일단 그 물을 주워 배낭 옆구리에 넣었다. 그런데 우리가 가는 코스가 산 능선을 따라가는 길이어서 곰너미재까지 물이 없었다. 조금씩 아껴 먹으며 갔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다 떨어지고 신선봉을 지나서부터는 물이 없는 상태로 갔다.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 곰너미재에서 산 아래 계곡에 물이 있다는 등산객의 이야기를 듣고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황급히 내려가서 벌컥벌컥 들이켰다. 그 때의 시원하고 달콤함이란 이루 표현할 길이 없다. 물은 생명이다.
랠리를 진행하는데 지도는 필수품 중의 필수품이다. 팀끼리 뭉쳐간다면 모르지만 나처럼 개인 참가자는 지도가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라이트없이 야간 주행을 하는 자동차나 다름없다. 다른 사람들을 부지런히 쫓아가면 되지만 랠리 내내 다른 사람을 쫓아 다닐 수는 없기 때문에 반드시 지도가 있어야 한다. 지도는 랠리의 백과사전이다. 길 안내는 물론 체크포인트 오르막 내리막길에 대한 정보 등 다양하고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다. 언제든지 쉽게 참고할 수 있도록 배낭 옆구리에 잘 간수했다. 그런데 태백산 오르는 길 어디에서 빠져버린 모양이다. 눈 앞이 캄캄했다. 아직은 동행들이 많이 있으니 그 분들을 부지런히 쫓아가자며 터벅터벅 걸어올랐다. 한참 올라가고 있는데 눈 앞에 지도 한 장이 떨어져 있었다. 얼마나 반가운지 얼른 집어들었다. 그러면서 이 지도를 떨어뜨린 사람은 어떻게 갈까 걱정이 되었다. 그렇지만 누구 것인지 알 수도 없고 떨어뜨린 사람은 한참 앞서 갔을 것이니 찾을 수도 없어 신의 도움이거니 생각하고 다시는 분실하지 않도록 단단히 챙겼다.

천제단에서 문수봉으로 다시 곰너미재로
다시 천제단을 출발하여 백두대간을 타기 시작했다. 작년에 가리왕산에서 독도법을 잘못하는 바람에 엉뚱한 곳으로 내려와서 10킬로미터를 돌았던 기억이 있는지라 이번에는 실수하지 않아야지 하면서 앞서 가는 사람들을 따라갔다. 천제단에서부터는 대체로 양호한 싱글이어서 타고갈 수 있는 길이 많았다. 중간 중간 안내 표지판도 있고 등산로도 양호해서 계속 진행을 했다. 중간에 빠지는 길은 없었다. 문수봉까지 가는 길은 약간 기술이 있으면 다운힐하기 좋은 길이어서 꽤 신나는 마음으로 다운힐을 해서 문수봉에 도착했다. 문수봉은 바위너덜이었다. 문수봉 팻말 있는 곳까지 조심조심 바위를 밟으며 도착했다. 다른 동행들과 쉬면서 다음 목적지와 코스를 찾으려고 지도를 보다가 머리가 띵해졌다. 문수봉은 우리가 가는 코스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었다. 부쇠봉 쪽으로 틀어야 하는데 그만 직진을 해서 약 2킬로 미터 정도를 더 와 버린 것이다. 말이 2킬로 미터이지 지금까지 다운힐 했던 코스이니 되돌아가려면 오르막 2킬로미터를 가야 한다. 다리에 힘이 쫙 풀렸다. 작년의 악몽이 떠올랐다. 오늘 코스 보니 빨리 서둘러야 될 것 같았는데 아무리 짧아도 한시간 이상을 허비하게 되었으니 눈 앞이 막막했다. 그러나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는 법이니 어쩌랴. 다른 사람들도 낙심하고 있을 텐데. 그래서 ‘남들이 못 본 문수봉을 우리는 보았다’고 자랑하자며 다른 사람들을 격려하여 되돌아 부쇠봉으로 향했다. 부쇠봉으로 들어가는 길은 작은 쇠말뚝에 누군가가 매직으로 ‘부쇠봉’ 이렇게 써 놨고 길은 잘 보이지도 않는 좁은 길이었다. 마음이 급한 우리가 좌우 살피지 않고 문수봉쪽으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우리가 되돌아 나오면서 우리와 같은 길을 잡은 사람들을 되돌려 인솔하고 부쇠봉으로 향했다.
겨우 부쇠봉으로 방향을 잡고 이제 제대로 코스에 들었다고 생각하고 계속 직진을 했다. 길 주위에는 키가 작은 산죽들이 죽 이어져 있었고 그런대로 자전거를 탈 만한 싱글길이었다. 약간 오르막길이 있을 때는 체력을 비축해 두기 위해 내려서 끌었다. 짧은 코스면 타보겠는데 하루 종일 타야 하기 때문에 지금 무리해서 힘을 뺄 필요는 없었다. 한참 가다보니 누군가 녹차 우린 물통을 빠뜨리고 가서 내가 한 모금 마시고 뒤에 오는 사람에게 마시라고 주었다. 잃어버린 사람은 매우 속이 쓰리겠지만 그 상황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었다.
곰너미재 못 미처 신선봉이 있었는데 신선봉에 오르기까지 작은 봉우리 몇 개를 넘었는데 작은 봉우리라고 해도 급한 경사에 계단이 몇 십개씩 놓여 있어서 메고 갈 수밖에 없었다. 힘은 떨어지고 매우 지쳤다. 너무 지칠 때는 에너지겔을 하나씩 먹었다. 요놈이 참 신기한 놈이다. 초코바 정도 크기의 봉투에 죽같은 겔 상태의 액체가 들어있는데 짜 먹으면 사과맛이 났고 입안이 떱덥했다. 바로 물을 마셔줘야 한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언덕을 오르는데도 힘든 줄을 몰랐다. 이번에 5개를 가지고 갔는데 적절하게 잘 사용해서 큰 덕을 보았다. 그 덕분에 물의 소비가 많아서 신선봉에 도착했을 때는 물이 다 떨어졌다. 신선봉에서 육십되신 어르신을 만났다. 한참 나이 어린 나보다 먼저 와 계셨다. 인사를 드리고 사진을 찍어드린 뒤(그분 카메라) 내리막길을 내려왔다. 곰너미재 넘어오는 길은 차량이 다니기는 어렵겠지만 그만큼 넓은 길이어서 비교적 재미있게 타고 내려왔다.
곰너미재에 내려와서 어떤 등산객에게 물을 구할 곳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아래로 200여미터 내려가면 계곡이 있다고 했다. 얼마나 반갑던지 물통 하나만 달랑들고 급경사진 길을 내려갔다. 얼마쯤 내려가자 물소리가 들리는 계곡을 찾았다. 정신없이 물을 마시고 간단히 세수도 했다. 그리고 물을 한 통 떠가지고 올라왔다. 오르는 길 경사가 심했지만 물을 보충해서 힘이 난 탓인지 조금도 힘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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