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왈바랠리 후기(3)

신바람2008.07.18 18:23조회 수 2580추천 수 26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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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너미재 - 도래기재 - 생달
곰너미재에서는 구룡산을 넘어 백두대간을 계속 탈 수도 있고 임도를 따라갈 수도 있어서 서로 등산로냐 임도냐를 두고 논란이 분분했다. 나도 이 대목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자전거를 타러 왔으니 임도를 따라서 자전거를 타보고도 싶었고 누구 말대로 백두대간을 자전거로 가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되었다. 또 불확실한 정보지만 구룡산을 올라가는데는 힘들지만 반대편은 내리막길이 탈 만하다고 하여 이왕 고생하는 것이면 화끈하게 하자며 구룡산 코스를 택했다. 큰 마음을 먹고 올라가는데 동행이 생겼다. 정비불량님이었는데 랠리를 준비하려고 연습을 하셨는데 역시 연습하는 사람 앞에 장애물은 없었다. 정비불량님 정말 잘 타셨다. 나는 이를 악물고 구룡산에 올라갔다. 정상에는 등산객들이 식사 준비를 하며 시원한 맥주를 꺼내서 마시는데 한 잔 마셨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았다. 정비불량님을 기다리고 있는데 한참 기다려도 오지 않아서 할 수 없이 혼자 출발했다. 이제부터 내리막길이다라며 희망을 갖고 내려가는데 내려가는 길이 계단에다 급경사여서 탈 수가 없다. ‘길이 뭐 이래’그러면서도 이런 구간 약간 지나면 좋아지겠지 했는데 계속 그런 상태였다. 짜증이 났다. 한참을 내려와서 도래기재를 향해 가는데 이곳은 오르막과 내리막이 번갈아 있었다. 힘이 있다면 좋으련만 힘이 부쳐 오르막도 타지 못하고 계속 끌고 갔다. 그렇게 가다가 도래기재 거의 다 와가면서 조금 탈만하여 약간 타고 내려갔다. 체크 포인트 4에서 ‘와’자를 받고 물을 마신 다음 임도를 달렸다. 포장도로를 약간 내려가서 임도로 들어가려는데 저 밑에 정병호님이 혼자 왔다갔다 해서 같이 가자고 불렀더니 먼저 가란다. 그래서 또 다시 홀로라이딩이 시작되었다. 임도를 달리다보니 중간 중간에 산딸기가 있었다. 내려서 몇 개 따먹었다. 작년 랠리 때 항골 계곡을 가는데 산딸기가 지천이었던 기억이 난다. 그 때는 너무 많아서 따먹고 싶은 생각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얼마 안 되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임도가 끝나 포장도로를 달리는데 내리막길을 신나게 내리 쏘았다. 그러면서도 불안했다. 이렇게 내려가면 그만큼 또 올라가야 하는데 이 불길한 예감은 곧 맞아 떨어졌다.
한참 내려가다 마을을 만났는데 오전약수가 있는 곳이라 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그냥 갈 수 있으랴 약수터에 들어가서 약숫물을 받아서 마셨다. 사이다처럼 톡 쏘는 물맛이 일품이었다. 뒷맛은 녹슨 쇳물맛이 났다. 위장병과 피부병에 좋은 약수라고 했다. 물통에 받아서 채우고 다시 출발했다. 물야 저수지를 지나서 생달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어귀에서 늙은 부부가 감자를 캐고 있었다. 이길로 가면 늦은목이 가는 것 맞느냐고 물었더니 그렇다고 하면서 거기는 왜 가려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갈 일이 있다며 선달산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저 멀리 우뚝 높이 솟은 산을 가리킨다. 선달산에 올라가는 길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자전거 끌고는 가기 힘들 거라고 한다. 내가 선달산 넘어서 박달령에 간다고 하니까 미쳤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분들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 것이리라.

늦은목이 - 선달산 - 박달령
조금 올라가다보니 정자가 있는데 정자 옆에 자전거가 석 대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정자에서 세 명이 편안하게 잠을 자고 있었다. 랠리에 참가한 사람들이었다. 깨울까 생각하다가 전날 잠을 못잤거나 아니면 랠리를 포기하는 사람인 것으로 생각하고 그냥 지나갔다. 깨웠다가 괜히 귀찮게 한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그냥 간 것이다. 사실 나도 그 틈에 끼어 한숨자고 싶었다. 늦은목이로 올라가는 길은 계속 오르막이었다. 어느 정도 올라가다가 끌바를 했다. 계곡 물이 시원하고 좋아서 잠시 세우고 비상식량 에너지바를 하나 먹었다. 다시 힘을 내서 늦은목이를 향해 산길에 접어들었는데 애초부터 타기는 어려운 구간이었다. 하늘이 흐려져서 날이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휴대전화를 꺼내 보내 4시 30분쯤 되었다. 잘 하면 빛이 있을 때 선달산을 넘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혼자 1236미터 산을 오르려고 생각하니 겁이 나기도 했다. 가는 도중 어둠을 만나면 어떻게 하나 여기서 포기하고 그냥 돌아갈까 많은 고민을 했다. 날이 맑게 갠 것도 아니고 산 속이어서 어둠도 빨리 찾아올 텐데. 멧돼지를 만나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등등 오만 가지 걱정이 뇌리를 스쳤다. 게다가 늦은목이 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약간 비까지 뿌렸다. 생달에서 선달산 정상까지 약 3킬로미터 정도 되었는데 내리막길 조금도 없이 꾸준히 오르막길이었다. 올라가도 올라가도 끝이 없이 지루한 오르막길이었다. 반대쪽도 이런 상태라면 내려가는데는 문제 없겠다라는 희망을 품고 힘들어도 가다가 쉬고 가다가 쉬면서 선달산 정상에 올랐다. 정상을 얼마 앞두고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그렇지 않아도 날이 저물까 걱정을 했는데 안개가 내리자 주위가 금방 어둑어둑해졌다. 정상 부근에 다가갔을 때 하늘 나리 꽃이 방긋 웃으며 반겨주었다. 여기까지 오시느라고 수고했다면서. 반갑기는 했지만 오래 눈길을 줄 여유가 없었다. 선달산에 올라보니 박달령까지 약 5킬로미터였다. 그곳은 내리막길이려니 하면서 내려가는데 처음부터 이건 아니었다. 풀이 무성하게 자란 데다가 오르막 내리막이 꾸준히 겹쳐 타고 가기가 힘들었다. 게다가 안개가 자욱하게 몰려오면서 하늘이 검어졌다. 빨리 산을 벗어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며 앞뒤 볼 것 없이 달렸다. 바위가 많은 길이라서 힘이 들었다. 한참 내려오다가 선달샘이라는 표지판을 보았다. 아래로 150미터 내려가면 샘이 있다는 표지판을 보고 앞으로 한참 가야 되기 때문에 물을 뜨러 내려갔다. 허리께까지 풀이 자란 곳에 길이 나 있었다. 한참을 내려가도 샘은 보이지 않았다. 주위는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어서 마음이 조급했다. 그냥 포기하고 올라갈까 생각하다가 조금 더 내려갔더니 그곳에 샘이 있었다. 물을 떠서 올라오는데 500미터는 되는 듯 멀게 느껴졌다.
자전거 있는 곳으로 와서 에너지겔 하나를 먹고 다시 힘을 내어 출발했다. 가능하면 타고 내려오려고 했다. 구조시 위치를 알려주는 표지판을 보며 희망을 갖고 내려갔다. 안개 점점 더 짙어져 날씨가 더 어두워졌다. 내리막길은 탈 수 있으면 최대한 탔다. 밤에 혼자 고립되면 위험한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판단해서였다. 통나무 계단도, 나무 뿌리도, 튀어나온 돌도 개의치 않고 내려갔다. 평소같으면 겁을 먹고 내렸을 부분도 거침없이 내려갔다. 한 번도 미끄러지거나 넘어지지 않고 잘 내려갔다. 스릴마저 느껴졌다. 어디에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몰랐다. 마침내 박달령에 도착했다. 박달령 쪽은 아직 어두워지지 않았다. ‘일’자를 받고 물을 마시고 잠시 숨을 돌리는데 산에서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 조금 있으니 한 사람이 내려왔다. 토토님이었다. 이 분의 자전거 색깔이 특이하기 때문에 기억한다. 아까 생달마을 정자에서 잠을 자고 있던 분인데 벌써 따라 내려왔다. 대단하다. 박달령 체크포인트에서 길을 잘 살펴서 가야한다고 조언을 해 주었다. 임도를 내려가면서 싱글길이 있으니 혼동하지 말고 잘 찾아가라고 했다.
토토님과 함께 왼쪽에 싱글길이 있는지 살피면서 내리막길을 달렸다. 약간 내려가다보니 시멘트로 포장된 갈라진 곳이 나왔다. 오른쪽으로 꺾으면 안되기 때문에 왼쪽길을 택해서 내려갔다. 한참을 내려가도 싱글길이 보이지 않고 임도가 계속 되었는데 다운힐하기 좋은 길이었다. 가다가 임도를 발견하지 못하여 그냥 내리 쏘았다. 토토님은 내리막길을 달리는데 귀재였다. 앞서 가더니 어느새 보이지 않는다. 한참을 내려왔다. 토토님이 기다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길을 잘못 든 것 같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다시 거슬러 갈 수는 없었다. 약 10여 킬로미터를 내려와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내려오는 도중에 아무리 찾아도 싱글길은 없었기 때문에 이제 길을 잘못 들었다면 랠리를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그냥 내려가자고 했다. 그래서 마음 편하게 다운힐을 즐기면서 내려왔는데 마을에 내려와서 주민에게 물었더니 우리가 내려온 길이 정코스 맞는 길이었다. 박달령에서 안내하시는 분이 잘못 안내를 해서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모른다. 지도에도 그곳은 임도로 표시되지 않고 싱글길로 표시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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