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랠리 2일차(야영지에서 능선넘는 임도까지)

신바람2008.07.20 16:21조회 수 2744추천 수 4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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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후기를 쓰고 있는 이 시간에 비가 쏟아집니다. 태풍 갈매기의 영향이라고 하는데 쏟아지는 빗소리를 들으니 내리 계곡에서 비를 만났던 기억이 떠오르면서 몸이 부르르 떨립니다. 게다가 뉴스에서 어떤 소녀가 불어난 급류에 쓸려 실종되었다고 하니 자칫 잘못했으면 우리도 뉴스에 나올 뻔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가 오면 계곡은 매우 위험합니다.

첫날 랠리를 마치고 자리에 누웠는데 어떻게 잠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침낭에 들어간 순간 곯아 떨어진 것 같다. 아침이 되니 주변이 소란스럽다. '랠리 출발 5시입니다.'라고 운영진이 소리치며 돌아다닌다. 조금 늦게 느긋하게 떠나려고 침낭 속에서 뭉개고 있었는데 상황이 그게 아니었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한 사람도 있는 것 같다. 몸을 움직여 보니 그런대로 괜찮았다. 그러나 자전거가 걱정이었다. 어젯밤 내리계곡에서 이리저리 넘어지면서 자전거가 바위에 많이 부딪혔는데 고장이 났을 것 같다. 도로 업힐 때도 기어가 튀어서 끌바를 했는데 손을 볼 틈도 없었다. 제발 무사해라 기원하며 오늘 랠리를 무사히 완주하기만 빌 뿐이다. 부리나케 일어나서 고체연료에 불을 피워 물을 끓이고 텐트를 걷어 짐을 꾸렸다. 오늘은 행동식도 간단하고 라이트나 그밖에 무게가 나갈 만한 것은 모두 빼고 비상용 옷도 빼고 배낭을 최대한 가볍게 짐을 꾸린다. 끓는 물에 햇반을 데우고 포장된 사골곰탕을 데웠다. '5시 30분에 간단한 브리핑 후에 출발합니다.' 또 다시 운영진이 공지를 하고 다닌다. 제대로 뎁히지도 않은 햇반을 꺼내 미지근한 사골 곰탕 국물을 부어 그냥 밀어 넣는다. 맛은 따질 겨를이 없다. 사골곰탕 밑부분에는 꼬리곰탕 고기가 있는데 그것을 뜯어먹을 여유도 없이 국물만 따라 마시고 고기는 그냥 쓰레기통에 버렸다. 5시 30분 오늘 일정과 코스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을 듣고 부리나케 짐을 챙겼다. 큰 배낭을 왈바 운영팀 차량에 실어놓고 오니 이미 사람들이 모두 출발해 버렸다. 오늘 서둘러 출발하지 않으면 시간 내에 완주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두위봉이 최대의 난코스라고 한다.
부리나케 출발했지만 앞서 떠난 사람들은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야영장을 벗어나 도로에 나와서 마을 입구에 있는 지도를 보고 있는데 한 사람이 야영장에서 나오고 있었다. 어제 생사를 함께 했던 토토님이다. 반가웠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힘든 시간을 함께 한 만큼 매우 친해진 느낌이다. 토토님과 함께 도로를 타고 달리는데 역쉬 토토님의 괴력은 알아줄 만하다. 잠시 페달을 여유있게 밟으면 벌써 저 앞에 있다. 도로 표지판은 상동 쪽을 향하고 있다. 강가를 따라 이어진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신나게 달렸다. 길도 좋고 주변에 펼쳐진 강물의 모습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토토님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한참을 달리는데 저 앞에 먼저 출발한 사람들의 뒷모습이 보였다. 보고픈님 일행이었던 것 같다. 또 다시 한참을 달려 중동 시루교에서 우측길로 접어들었다. 이길은 계곡을 따라 이어진 길 같았다. 계속 올라가니 참길님을 비롯한 송도팀이 앞에 가고 있었다. 이 분들은 작년 1회 대회에 소사팀으로 참가하여 엄청난 힘을 보여준 팀이었는데 올해는 송도 팀으로 독립하여 다시 출전한 것이다. 그 분들을 뒤로 하고 시멘트 길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또 한참을 가는데 앞에 sinawia님을 비롯한 천안팀이 올라가고 있었다. 고도 500미터 쯤 되는 곳이었는데 이곳부터 경사가 급한 오르막길이었다. sinawia님은 작년에 개인 출전하여 태풍부는 태기산에서 한밤중에 고락을 함께 한 분이었는데 올해는 같이 온 일행이 있었다. 그 분들 역시 힘이 좋았다. 길은 꾸준히 오르막이어서 끌다가 타다가 하면서 설운치재를 넘어 새비재로 향했다. 다행히 자전거는 가장 낮은 기어는 정상 작동되었다. 한두 단을 올리면 드드득거리며 튀었지만ㅠㅠ. 속도를 줄이고 끈기있게 간다.
새비재 입구에서 홀릭님이 차량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어떤 이들은 랠리에 참가해서 너무 힘들다고 누가 이런 코스를 잡았느냐며 운영진을 향해 투덜거렸는데 힘들지 않고 편안하게 타려면 혼자 한강 둔치길을 타면 될 것이지 랠리에 참가할 이유가 없다. 강제적으로 참가시킨 것도 아니고 상품이 거창한 것도 아닌데 자발적으로 참가해 놓고 운영진을 탓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런 대회를 개최해 준 것에 대해 고마울 뿐이다.(대회 하나를 운영하는 것이 물심양면으로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를 아는 사람만 알 것이다.)
새비재를 향해 올라가다가 체크포인트에서 진행요원을 만났다. 그 분들 말씀이 이렇게 빨리 올라올 줄 몰랐다는 것이다. 자전거를 탄다는 사람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올 정도이니 일반인들이 보면 어떨까. 일반인들 눈에 엠티비 타는 사람들은 사람으로 보이지 않을 것 같다. 사실 꾸준히 업힐을 하면 생각보다 빨리 올라가는 것을 느끼곤 한다. 구불구불 새비재를 타고서 넘었다. 새비재는 길었다. 끝없이 길었다. 천안팀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며 꾸준히 밟고 올라갔다. 토토님은 벌써 꽤 앞에 나가서 간혹 엉덩이만 보여 준다. 어느 정도 고개를 올라가서 그 다음은 한참 내리막을 달렸다. 내리막을 달리면서 또 다시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이 길 맞는 거여' 지도에도 없는 길들이 가끔 나타나서 헷갈렸다. 임도가 계속 이어지는 곳에서는 지도를 보고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한참을 가다가 하이원으로 가는 임도를 버리고 지도에 능선을 넘는 임도라고 표시된 곳으로 방향을 틀었다. 한참 올라가다 보니 산판 작업을 한 것 같은 길이 나와서 어느 길이 맞는지 의견이 분분했다. 지도를 보면서 아마도 이 길이 능선을 넘는 임도라고 판단하고 경사가 급한 산판길을 끌고 오르려고 하는데 앞에서 브레이크 소리가 들리더니 토토님이 내려오고 있었다.
왜 내려오느냐고 했더니 길이 없단다. 그래도 우리는 운영진이 길이 좋지는 않다고 했다. 어쩌면 개척을 해야 할 지도 모른다고 했는데 한 번 가보는 것이 어떠냐고 했다. 토토님이 말하기를 풀이 무성하게 우거진 곳을 가리키며 저런 상태이고 또 나무를 잘라 쓰러뜨려 놓은 상태라서 도저히 갈 수 없다는 것이다. 토토님이 그렇다면 가기 어려울 것 같다. 잠깐 겪었지만 두려움을 피하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sinawia님의 말을 들으면 두위봉에는 등산객이 별로 없기 때문에 정상에서 하산길은 좁은 등산로 뿐인데 그곳은 해묵은 철쭉들이 빽빽하게 우거져 있어서 배낭을 메고 가도 자꾸 잡아 당긴다고 했다. 설령 우리가 임도를 헤치고 두위봉을 올라간다해도 자전거를 메고 하산길을 가기는 매우 힘들거라고 했다.
그곳에서 한참을 이야기했다. 하이원가는 임도를 타면 코스를 이탈하는 것이다. 운영진에서 배부한 지도로는 두위봉 정상에 올라가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럼 단곡으로 빠져서 두위봉으로 올라가는 것이 어떻겠느냐 그런데 단곡가는 길이 풀이 무성하여 그 길이 맞는지도 정확히 모르겠다. 이런 논란이 거듭되다가 어차피 두위봉을 올라간다해도 종료 시간 안에 도착하기는 힘들다는 결론을 내렸다. 게다가 비까지 내리기 시작했다.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후위팀이 합류를 했다. 여러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결론은 하이원 임도를 타기로 했다.
인증샷을 하고 되돌아 하이원 갈림길로 내려갔다. 비가 계속 내리고 내리막길은 추웠다. 어제 하루 종일 지고 다녔던 비상 옷은 오늘은 가져오지 않았다. 난감했다. 배낭에서 주방용 비닐팩을 꺼내 앞가슴에 펼쳐 살에 붙였다. 물에 젖은 살이라 비닐이 찰싹 붙었다. 저지 지퍼를 올리니 제법 훈훈했다. 팔뚝에도 둘렀다. 그렇게 다운힐을 해서 하이원 임도 갈림길에 도착했다. 내리막길어서 몸은 편했지만 마음이 영 불편했다. 꼭 똥싸고 밑 안 닦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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