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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왕산 보고서 ***

........2002.07.21 08:04조회 수 355추천 수 4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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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요번에는 개척질이라기 보담, 그냥 전에 갔던 길을 다시 찾은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인왕산의 그 부드러운 바위맛은 마치 처음인 듯 저를 긴장과 활홀경속에 몰아넣었습니다.

우선 대략의 코스는 아래 사진에서 보이는 파란색 선과 같습니다. 효자동에서 상명대 방향으로 자하문 터널을 지나서 첫번째 횡단보도에서 유턴합니다. 그러면 다시 상명대에서 효자동 쪽을 보면서 터널을 맞이하게 되는데 터널 속으로 들어가지 말고 오른쪽 위 산동네로 나있는 콘크리트길을 올라갑니다. 대충 가장 넓은 골목길(수퍼도 하나 있슴)을 찾아 위로 오르다가 길가는 현지 주민께 인왕산 등산로를 물으면, "길 없어"하십니다. 사람다니는 등산로요, 라고 되물으면, 그제서야 "그건 있지 하지만 걸 타구는 못갈텐데"하십니다. 그렇게 물어물어 고샅길을 끙끙대고 올라가다보면 등산로 초입을 만납니다. 초입 바로 아래에는 무슨 교회도 아닌 것이 길다랗고 삐죽 마른 건물이 하나 서 있습니다. 태극기가 걸려있고..

하여튼 오름길은 계속 밀고가야 합니다. 그렇다고 삼성산 칼바위 올라가는 길 같은 곳은 아니고 걍 씩씩거리면서 잔차 끌고 올라가믄 됩니다. 거리도 그리 멀지 않고.. 등산로 들어선지 한 10분이 채 안되어 인왕산 주능선에 올라섭니다. 정상에서 세검정 쪽으로 길게 누운 능선의 한 가운데 쯤입니다. 올라선 방향에서 우측 능선을 타면 세검정 방면으로 내려서게 될 것 같고, 우리는 좌측 정상방향으로 능선을 탑니다. 하얀 바위와 초록이 짙게 오른 관상수 같이 이쁘게 자란 소나무들과 그 아래 탁 트이게 보이는 서울 시가지 모습... 탄성이 절로 납니다. 여기서 정상방향으로의 능선은 아주 유순합니다. 바위가 있지만 거의 다 타고갈 수 있습니다(물론 체인링 석장짜리루...ㅋㅋ).

능선길이 약간 가팔라지면서 오르막 끝에 둥글고 커다란 바위 두개가 마주보고 서 있는 것이 보입니다. 길은 오른쪽에 있는 바위 오른편으로 사라집니다. 오르막 길을 다 올라 오른쪽 둥근 바위 아래에 섭니다. 길은 바위 뒤를 돌아 정상으로 이어지지만 바위 바로 아래서 오른쪽으로 하산로가 갈라져 나옵니다. 쉽니다. 부드러운 바위의 곡선미 사이로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모습, 한강도 보이고... 여기 석양이 비낄때 서면 서울도 그리 저주스럽지만은 않은 도시가 됩니다.

잠시 수다와 상념에 젖다가 이제 본격적인 바위 딴힐을 준비합니다. 보호대 꺼내서 하고, 헬멧 고쳐쓰고... 바로 앞에 높이 1미터 30 정도의 드롭이 버티고 있습니다. 시도하려 하지만 착지점이 평평하지 않고 좌우로 굽이치는 길입니다. 한 6개월 전에 고대 뒤 개운산에서 높이는 요고보다 훨 낮지만 착지점이 불안한 곳에서 드롭했다가 멋지게 착지하는 순간 마사토에 바뀌가 미끌어지면서 멘땅에 헤띵한 기억이, 주변에서 말리는 왁자한 소리 사이로 아련히 떠올랐습니다. "내 정이를 위해 참는다" 비겁한 눔이라는 속으로부터의 조소를 이런 생각으로 억누르면서 바로 옆 우회로를 탑니다.

평지 한 뼘 없이 오로지 내리막만 있는 아리랑 난장이 이제 시작됩니다. 마사토의 흙길을 북북 미끌어져 내려오면 소나무로 가리워졌던 시야가 확 트이면서 한 20평은 족히 돼 보임직한 너럭바위가 나타납니다. 잔차는 사정없이 너럭바위위를 춤추듯 내려갑니다. 아차산 바위보담 부드러운 굴곡이 더 많은, 왠지 아차산 바위는 얼음판 같이 차갑지만 요눔은 겹겹이 쌓아둔 원앙금침 솜이불처럼 푸근합니다. 너럭바위 하나가 끝납니다. 다시 몽글몽글한 둥근 바위들이 삼삼오오 얽혀있는 사이로 빠져나갑니다. 괴성이 절로 나옵니다.

두번째 너럭바위를 만납니다. 경사가 아까것 보담은 약간 더 급합니다. 그러나 이정도 쯤이야 하면서 계속 내리지르면 눈 앞에 보이는 바위의 끝이 그 다음에 심상찮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오른쪽은 도드라진 큰 바위가 버티고 있습니다. 왼쪽은 절벽입니다. 꼭 내려야만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끈기를 갖고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바위의 끝으로 다가가면, 오른쪽으로 도드라진 바위 아래로 마치 바위로 사다리를 만든 듯 탈출로가 있습니다. 공간이 좁아 턴하기가 쉽지 않지만, 조심조심 모든 기를 모아 잔차를 다독거리듯 방향을 바꾼다음 앞바퀴가 그 바위 사다리 탈출로 위에 안착한 것을 확인하고는 모든 브레이크를 다 풀고 페달을 세게 구르면서 중력에 몸과 잔차를 맡깁니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잔차와 내 몸은 물이 틈새를 박차고 쏟아지듯 바위사다리를 탈출합니다. 찔끔하던 공포는 순간 열광과 환희로 바뀝니다.

몇개의 바위 무더기를 더 지나고 나면 길은 다시 흙길의 평이한 등산로로 바뀝니다. 그러나 중간중간에 천연 돌계단들이 불쑥 불쑥 튀어나와 이제 다 내려왔구나 싶은 안도감이 들 겨를이 없게 만듭니다. 홍제동 아파트 단지 옆으로 내려서기까지 이런 난장은 계속됩니다. 한 두번 갈림길을 만나지만 능선을 벗어나지 말고 계속 길게 내려오시면 됩니다.

사람사는 동네로 내려서서도, 아마 서울시에서 가장 경사가 급하고 아찔한 계단일 것 같은 콘크리트 계단이 버티고 있고 여길 내려와서 골목길을 빠져나오면 서대문 세무서 앞입니다.

짧습니다. 그렇지만 바짝 땀 한번 가볍게 흘리고 올라가서 재밌게 내리지를 코스로는 조선 팔도를 다 뒤져도 여기 인왕이 만 한 곳은 없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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