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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의도 (1) ***

........2002.07.30 00:08조회 수 360추천 수 2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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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종대교를 건넌다. 새벽의 빛깔이 아직 채 가시지 않은 바다가 이쁘다. 30분 일찍 잠진도 주차장에 도착하니 짱구님이 벌써 와계신다. 평패달로 바꾼 짱구님 잔거를 가지고 요리조리 장난치다 자빠져서 팔꿈치가 까진다. 오널 조심해야겠따...

조금 더 있으니 하늘소님 입장. 밤을 꼴딱 새워 야근하고 바로 오신 터라 그 멋진 얼굴이 까칠하다. 으례 화이팅이라도 함 외치고 출발해야지만, 모두들 아침 바다의 반짝이는 잔물결에 이끌려 바로 휘휘 선착장으로 잔차를 몬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차지한다고, 그 시간에 문 연 딱 한군데 식당에 들어가서 시원한 칼국수를 맛나게 들이킨다. 아주머니, 인상이 참 좋으시다. 배가 너무 부른게 아닌가 염려하면서 바다를 가로질러 난 콘크리트 2차선 도로를 달린다. 왼쪽을 돌아보면 아침 햇살이 살살이 부서지는 잔물결이 한 눈 가득히 들어온다. 황홀하지만 눈부시지 않는 풍경이다. 오른쪽을 돌아보면 번쩍이는 물결들은 어디가고 바다 전체가 맑은 여름 아침의 엷은 코발트빛으로 차분히 가라앉아있다.

배를 탄지 1-2분 만에 무의도 큰무리 선착장에 도착한다. 국사봉을 넘고 갈대밭 구름다리를 지나서 다시 호룡곡산을 넘고 샘꾸미 선착장으로 내려서려고 하는 일행의 머리 위로 아침햇살은 벌써부터 따갑게 내리쏜다. 초입을 찾지 못해 약간 헤매다가, 끈져~억한 콘크리트 업힐을 하나 한 후에 드디어 국사봉 등산로 초입을 발견한다. 

오름길은 평이하다. 이름모를 짧게 자란 관목들이 그 억센 가지로 잔차와 옷가지를 잡아끌지만 않는다면, 2.3 사상 가장 편안한 오름길이 될 뻔 했다. 탁 트인 바위 전망대에서 멋진 섬의 전경을 내려다 보면서 쉰다. 아일랫님의 디카로 사진 몇장 찍고 수다떤다. 남자 넷이서 떠는 수다도 여간 재미나지 않다. 그래서 2.3 잔차질은 4명만 되어도 대박인 것이다.

힘겨운 오름길이 끝나고 드디어 정상에 선다. 내려갈 일에 가슴이 뛴다. 정상부에서 꺽어 돌아나오기 힘들 것 같은 바위 내리막 코스가 하나 있어 아일랫님한테 사진 한방 부탁드리고 시도하다, 결국 앞-뒤바퀴가 코너에 꽉 끼어 실패한다. 다음부터 시작되는 내리막질은 ... 인왕산이나 아차산의 바위들이 얼마나 신사적인 넘들이었나 깨닫게 해 주었다. 일단 바위와 바위 사이에는 작은 넘은 주먹만하고 큰 넘은 내 머리통 만한 삐죽이 돌들이 마사토 위에서 줄줄 흘러내린다. 그나마 박혀있는 넘들은 지네들끼리 잔차는 절때 통과시키지 말자는 동맹을 맺었는지 희한한 각도로들 엉켜 붙어서 좀처럼 길을 내주지 않는다. 게다가 길 폭은 50센티 정도밖에 안되게 좁고 경사는 뒷골이 당길 정도로 급하다.

미끄러져 내려오다 잔차가 바위에 찍혀고 걸려 서고 또서고...다시 시도하려고 안장 위에 앉았다가 얼마 못가 떠 걸려 서고 미끄러져 서고..땀으로 범벅이 된 가운데 안장에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해서 그런가 집에와서 샤워하다 엉둥짝 계곡(?)부분이 쓰라려 거울로 비춰 봤더니 벌겋게 부어 오르고 진무르기 일보 직전이다. 색시가 봤으면, 잔차 안타고 어느 넘이랑 붙어먹다 왔어 그랬을 것이다^^.(충격받는 독자가 있을까봐 변명을 하자면 우리 부부는 서로 이렇게 동성애자라고 놀리면서 논다 -- 이게 더 충격적인가? ㅡ.ㅡ;;).

여하튼 국사봉 딴힐은 이렇게 짜증이 좀 난다. 허지만 중간중간 탁 트인 능선에서 내려다 보이는 하나개 해수욕장의 멋진 풍광 덕분에 짜증은 많이 가라앉는다. (물론 거리가 너무 멀어서 비키니는 보기 어렵다.ㅋㅋㅋ)  거의 반 이상을 내려오고 나면 그제서야 좀 터프하게 내달릴 수 있는 구간이 시작되고 조금 더 내려오면 숫제 임도같은 넓고 좋은 길이 나온다. 군데군데 길 가로 바위가 튀어나와 있어 점프하기도 재미나다.

가을이었으면 정말 멋있었을 갈대밭을 지나 국사봉 탐험을 마무리한다. 그러나 이 날이 어떤 날이냐... 무려 인천지방 수은주가 37도까지 치솟은 날이다. 국사봉 하나를 끝낸 우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거의 체력이 바닥나고 있음을 느낀다.

아, 이를 어찌꺼나...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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