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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 대해

........2002.11.28 00:12조회 수 320추천 수 5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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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버  지

아주 어린 시절에, 지금은 다들 잘 살고 생활환경이 좀 바뀌고 해서, 어린 아이들도 각자 방에서 침대를 헤엄치며 자겠지만, 저는 한 방에서 부모님 사이에 끼어서 자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추운 겨울날 밤에, 밖에서 일하다 늦게 들어오신 아버지는 찬물에 손발을 씻으시고 그 싸늘한 발을 이불 속으로 쑥 들이시면, 제 발에 닿는 그 차거운 발이 곤한 단잠을 깨우기도 하였습니다.  마치 잠든 저에게 인사라도 하고 싶고, 귀여운 내 아들 하며 말이라도 건네고 싶은 아버지의 짖꿎은 장난처럼 차거운 발로 저의 발을 비비곤 하였지요.

그 시절이 문득 그리운 것은, 그 시절 찬바람 맞고 오신 아버지 가슴을 잠결에 밀어낸 것은 내가 당신을 싫어 해서가 아니라, 단지 찬 기운이 싫어서였고, 저의 작은 체구로는 당신을 따뜻하게 덥혀 드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는 것을 지금에라도 전해드리고 싶은 마음일 것입니다.

오늘 이 밤이라도 고향을 갈 수 있다면, 외투자락 다 풀어 헤치고 찬바람 가득 머금고 집에 가서, 그 어린 시절의 유희처럼 나도, 이불 속의 아버지 품에 찬기운을 장난치고 싶습니다.
아니, 제가 안방 이불 속에서 몸을 덥혀 놓을테니, 그 젊은 시절의 아버지처럼, 가족을 위해 추운데 일하고 오신 차거운 몸을 저에게 주십시오. 이제는 제가 한번 껴앉고 녹혀 드리겠습니다.

여전히 아버지의 가슴은 저보다는 넓으시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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