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보러 갔다가 민망해서 죽을 뻔했다
하긴 영화 제목이 <품행제로>라는 희망제로의 싸가지 없는 제목이었으니
할 말이 없다고 할 수도 있으나 대사 중에 난무하는 욕설이 스크린을 가득 뒤덮어
흥남부두의 북풍한설 뺨치도록 난분분 하였다
<씨발> 정도는 예의바른 청년이 의례 하는 욕이고
<죳까네> <씹 새끼>를 위시하여...<니미> <빠구리>...등..
우리 어렸을 적에는 감히 문자화 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극한 욕설인
<보지><자지>등은 그야말로 욕 측에 들지도 못하는 분위기였다
뭐 나도 내숭스럽게 욕 하나 모르고 자란 타잎은 아니지만
영화 상영시간 내내 영화 내용보다는 또 욕이 나올까 봐
가족들에게 신경 쓰느라고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새삼스레 짚어 말할 필요도 없겠으나 우리가 자란 시절은 자지라는 단어 하나에도
어쩌다 문맥상 피할 수 없는 상황이고 아무리 순결한 동정남의 성기라 해도
죄 없는 자지에 복면을 뒤집어 씌워 -x지-라고 쓸 수밖에 없는 사회상황이었다
군대에 처음 갔을 때 조교가 나와서 소총 쥐는 법을 알려 주며
<소총 파지법>이라는 명칭이 원래는 <소총보지법>이었다고 알려주며
은밀한 비밀이라도 알려 주는 듯 킬킬대곤 했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나이 차가 큰형만큼 나는 동급생들이 많아서
성에 대한 야릇한 지식들을 자의 반 타의 반 얻어듣곤 했는데
어느 날 맨 뒷자리의 형이 쪽지를 주며 수수께끼를 풀어 보라고 하였다
그 종이에는<니노지> 라는 글과, 한문으로 <一. 八. 六>의 숫자가 써 있었는데
그 형의 표정을 보아서 예사 내용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옆자리의 몇몇은 대강 답을 아는 듯이 묘한 표정으로 비실비실 웃었으나
끝내 답은 알려주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어 궁금함을 참다 못해
앞 자리의 여자아이에게 쪽지를 보여주며 물어보는데 눈에서 번갯불이 튀었다
내 <아구통>을 사정없이 날린 사람은 뒷 쪽에 앉는 다른 형이었다
그 여자아이를 좋아하던 그 형은 벌개진 얼굴로 쪽지를 빼앗아 찢어 버리더니
마무리로 냅따 배를 걷어 차고 가는 바람에 나는 책상과 함께 뒤로 굴러 버렸다
며칠이 지난 후 나중에서야 어렵사리 주워 들은 해답은..
그때 기준으로는 <맞아도 싼> 짓을 내가 한 것이었다
니노지..라는 글을 세로로 바짝 붙여서 쓰면 두자 짜리 단어가 되고
한문 역시 바짝 세로로 붙여 쓰면 한자 짜리 단어가 된다
뭐..말하자면 ..보지와 좃..이라는 건데..맞아도 싸긴 하지...?
전후 50-60년대에 지성인들에게 사랑받던 (思想界)라는 잡지가 있었는데
골수 독자이신 어머님 덕분에 나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회람독자였다
그 잡지의 뒷부분에는 당시의 수준높은 문학작품에 목마르던 독자들에게
마치 오아시스와도 같은 단편들이 여러작품 실려 갈증을 달래주곤 했었다
나도 작품의 깊은 의미야 모른다해도 덩달아 어린 나이에 열심히 읽었는데
작가는 기억이 안나지만 그 단편중 하나의 제목이 < ㄴ ㄱ ㅁ > 이었다
동떨어져 있는 자음 세 개만으로도 역전노장들은 거의 무의식중에
떠 오르는 욕설이 있을 터인데..놀랍게도 그 제목이 바로 그 욕설이었다
니기미...
그 시대를 뛰어넘는 제목을 지은 그 작가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적어도 그 제목에서는 욕설 본연의 무망함이나 뻔뻔함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작품의 특성상 그 제목을 쓸 수 밖에 없어 죄송스러워하는 수줍음이 느껴졌었다
얼마 전엔 도올 선생이 생방송에 나와 보지 자지를 마구 떠들어 댄 적도 있고
인터넷 방송에서는 신해철이 동네 뒷골목에서 하는 육두문자를 유쾌한 듯이
지꺼려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기중의 유해요소들보다 더 다양하고 지랄같은 욕설이 난무하는 세상..
가족들과 영화한편 보려면 미리 가서 대사를 점검해 보기라도 해야 하는 세상..
소위 글 팔아서 먹고 살고 있는 나는
대사에 어떤 욕을 팔아 먹고 있는지 되 돌아 봐야겠다...
하긴 영화 제목이 <품행제로>라는 희망제로의 싸가지 없는 제목이었으니
할 말이 없다고 할 수도 있으나 대사 중에 난무하는 욕설이 스크린을 가득 뒤덮어
흥남부두의 북풍한설 뺨치도록 난분분 하였다
<씨발> 정도는 예의바른 청년이 의례 하는 욕이고
<죳까네> <씹 새끼>를 위시하여...<니미> <빠구리>...등..
우리 어렸을 적에는 감히 문자화 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극한 욕설인
<보지><자지>등은 그야말로 욕 측에 들지도 못하는 분위기였다
뭐 나도 내숭스럽게 욕 하나 모르고 자란 타잎은 아니지만
영화 상영시간 내내 영화 내용보다는 또 욕이 나올까 봐
가족들에게 신경 쓰느라고 식은땀이 날 정도였다
새삼스레 짚어 말할 필요도 없겠으나 우리가 자란 시절은 자지라는 단어 하나에도
어쩌다 문맥상 피할 수 없는 상황이고 아무리 순결한 동정남의 성기라 해도
죄 없는 자지에 복면을 뒤집어 씌워 -x지-라고 쓸 수밖에 없는 사회상황이었다
군대에 처음 갔을 때 조교가 나와서 소총 쥐는 법을 알려 주며
<소총 파지법>이라는 명칭이 원래는 <소총보지법>이었다고 알려주며
은밀한 비밀이라도 알려 주는 듯 킬킬대곤 했었다
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만 해도 나이 차가 큰형만큼 나는 동급생들이 많아서
성에 대한 야릇한 지식들을 자의 반 타의 반 얻어듣곤 했는데
어느 날 맨 뒷자리의 형이 쪽지를 주며 수수께끼를 풀어 보라고 하였다
그 종이에는<니노지> 라는 글과, 한문으로 <一. 八. 六>의 숫자가 써 있었는데
그 형의 표정을 보아서 예사 내용이 아니라는 건 누구나 짐작할 수 있었다
옆자리의 몇몇은 대강 답을 아는 듯이 묘한 표정으로 비실비실 웃었으나
끝내 답은 알려주지 않았다. 점심시간이 되어 궁금함을 참다 못해
앞 자리의 여자아이에게 쪽지를 보여주며 물어보는데 눈에서 번갯불이 튀었다
내 <아구통>을 사정없이 날린 사람은 뒷 쪽에 앉는 다른 형이었다
그 여자아이를 좋아하던 그 형은 벌개진 얼굴로 쪽지를 빼앗아 찢어 버리더니
마무리로 냅따 배를 걷어 차고 가는 바람에 나는 책상과 함께 뒤로 굴러 버렸다
며칠이 지난 후 나중에서야 어렵사리 주워 들은 해답은..
그때 기준으로는 <맞아도 싼> 짓을 내가 한 것이었다
니노지..라는 글을 세로로 바짝 붙여서 쓰면 두자 짜리 단어가 되고
한문 역시 바짝 세로로 붙여 쓰면 한자 짜리 단어가 된다
뭐..말하자면 ..보지와 좃..이라는 건데..맞아도 싸긴 하지...?
전후 50-60년대에 지성인들에게 사랑받던 (思想界)라는 잡지가 있었는데
골수 독자이신 어머님 덕분에 나는 아주 어렸을 적부터 회람독자였다
그 잡지의 뒷부분에는 당시의 수준높은 문학작품에 목마르던 독자들에게
마치 오아시스와도 같은 단편들이 여러작품 실려 갈증을 달래주곤 했었다
나도 작품의 깊은 의미야 모른다해도 덩달아 어린 나이에 열심히 읽었는데
작가는 기억이 안나지만 그 단편중 하나의 제목이 < ㄴ ㄱ ㅁ > 이었다
동떨어져 있는 자음 세 개만으로도 역전노장들은 거의 무의식중에
떠 오르는 욕설이 있을 터인데..놀랍게도 그 제목이 바로 그 욕설이었다
니기미...
그 시대를 뛰어넘는 제목을 지은 그 작가는 기억도 나지 않지만
적어도 그 제목에서는 욕설 본연의 무망함이나 뻔뻔함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작품의 특성상 그 제목을 쓸 수 밖에 없어 죄송스러워하는 수줍음이 느껴졌었다
얼마 전엔 도올 선생이 생방송에 나와 보지 자지를 마구 떠들어 댄 적도 있고
인터넷 방송에서는 신해철이 동네 뒷골목에서 하는 육두문자를 유쾌한 듯이
지꺼려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공기중의 유해요소들보다 더 다양하고 지랄같은 욕설이 난무하는 세상..
가족들과 영화한편 보려면 미리 가서 대사를 점검해 보기라도 해야 하는 세상..
소위 글 팔아서 먹고 살고 있는 나는
대사에 어떤 욕을 팔아 먹고 있는지 되 돌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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