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잔 할까 ? "
왕창의 말에 잠깐 머뭇하지만,,,,,,,
술이라면 마다하지않는 체질이라 " 그러지 머..." 하구.....
셀프로 냉장고에서 이슬이 하나하구 잔 두개를 꺼내온다.
냄새나는 해장국때문에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아까 올갱이해장국이 더 좋을뻔 했는데..... 를 계속 되뇌이며....
그래두 뺑이 치려면 먹어야 한다는 생각에 꾸역꾸역 집어 넣는다.
쏘주두 반병씩 비우고......
어제 무인시대 끝나고... 한나라당 사람들 떠드는거 조금보다가....
아들넘..... 새벽 4시에 일어나 축구본다고 기염을 토하는것 까지
들어준 다음.... 시계를 5 시에 맞추고 잤다.
잠이 살짝 들었나 싶더니.......
시계가 울린다.. 그런데.... 이상하다... 바로 옆에 놔둔 시계라면.....
고막이 찟어져라 하고 울릴텐데.... 소리가 멀다....
여러가지 경우의 수를 비몽사몽인 가운데도 헤아려본다.
내가 자는 방의 시계가 바떼리가 맛이가서 소리가 맛이갔다.
아 !! 아들넘이 새벽에 축구를 본다하지 않았던가.... 그넘 시계다....
그때.... 떠오른 경우의수.......
이넘이 내 시계를 들고가서 지 방에 갔다놓고 맞춰놨다......
아 !! 그런것이다.
적어도 내가 알기론 우리집에 알람이는 한개밖에 없다.
결론이 여기에 이르자....... 분노가 치민다.
이넘 때문에 한시간 빨리 일어나는구나..
가뜩이나 몸두 않좋은데.....
가보니 이넘... 얼마나 잘자는지.... 코앞에서 시계가 울어대는데도....
쿨쿨이다.....
그리하야.... 약속시간보다 30 분정도 빨리 도착한 짱구는.....
일동시내에 가봐야 적당한식당이 없다는것을 알기에..
그 바로전,,, 올갱이해장국집앞에 차를 세우고.... 왕창을 기다린다.
1-2
오뚜기령은 약 3 년전에 반대로 다운한적이 있다.
예전에 유명했던 도마치코스의 마지막 휘날래를 장식했던 그부분이다.
하지만 기억은 별로 없고....
능선상에 임도가 있어 무척 시원했던 기억만이.......
1 번지점에 차를 세우고....... 임도를 탄다.
초입은 흡사 암산의 그것처럼.. 마사토에 부스러지는 바우들..
그럴듯하다.
2 번까지는 약 6 키로.... 중간 3 키로 지점에 헬기장이 있다.
왕창한테 헬기장에서 보자고 약속(?)하고..... 짱구스타일로 오른다.
예전의기억을 더듬으며.........
북쪽의 임도는 대부분 거칠다. 돌들이 임도를 덮고있다.
간간히 오토바이자국과 짚차..... 심지어 말발굽자욱까지 보인다.
아직 본게임은 시작도 안했으므로 힘들게 페달질을 하지는 않는다.
길에서 떨어진 헬기장 2 개를 지나치고 조금 더가니....
비석이 있는 진짜(?) 헬기장에서 왕창이 사진을 찍어준다......
잠시 쉰다음......... 이번엔 오뚜기비석에서 만나기로 하고....
왕창을 보낸다.
가면서 예전의 그 능선상의 멋진 임도를 기대했지만...
끝내 나오지 않았다. 기억이 잘못될리는 없는데.....
돌들은 점점 커지고.... 경사도 가파라지면서......
오뚜기령에 도착한다.
왕창 벌써..... 한잔 했다. 내게도 한잔 권한다.....
요즘 둘이가면 쏘주까는게 습관화 됐다.
이미 전코스를 다돈넘 마냥 온몸이 땀으로 젖은 짱구는 앞일이 걱정됐지만..
그 한잔을 주저없이 넘긴다.
2-3
오뚜기령에는 길이 네갈래로 갈린다.
일동에서 올라온길, 도마치코스로 내려가는 길..
강씨봉으로 가는 등산로..( 방화선 )... 그리고 청계산가는길...
옆으론 사륜들이 언덕치기하려고 발버둥친듯한 흔적도 두어개 보인다.
이상하다. 우리는 청계산 가는길은 강씨봉가는 길처럼 등산로인줄 알았다.
헌데..... 임도다....... 그것도 완만한 경사로......
파김치가 된짱구..... 속으론 그래 좀 낫다... 하면서도......
겉으론 " 이거 이상한데... 저거 아냐 ? "하며 객기도 부려보고....
이 임도는 불과 20 미터에서 끝이 난다.
좌로 오늘의 첫번째 고통인...... 방화선이 보이는것이다.
어마어마하다. 척 보기에도 경사가 40 도는넘어보이는..... 잡풀이 빽빽한
방화선이......... 길은 아예 안보인다.
오뚜기에서 3 번지점인 삼거리까지 1.5 키로의 방화선.....
저번 도마치봉에서 국망봉까지의 방화선과는 또다른 느낌이다.
삼거리까지 거의 벌떡선 넘들이 계속 이어진다.
잡풀들이 키보다 크려면 더크던지... 아니면 더 작던지 하면 좀 나을텐데..
딱 키높이다. 위에선 태양이 내려쬐고.... 아래선 열기가 올라오고...
정말 죽을 맛이다.
짱구,,,,, 정말.... 이 방화선을 오르며........
오늘 완주할수있을까를 여러번 생각하지만....
또 한편으론 " 그래 어디 한두번이냐.... 결국은 끝난다.... "
하며 오른다.
어느정도 높이 올라오니 맞은편으로 강씨봉으로의 방화선이 눈에 들어온다.
얼핏봐도 경사가 대단하다.
우리는 광덕고개에서 한북정맥을 따라 국망봉까지 갔었다.
그리고 지금 오뚜기에서 청계산을 가려는것인데....
그 중간에 국망봉에서 저 강씨봉까지의 능선이 있는것이다.
' 언젠간 가야지.......... '
기를쓰고 오르며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 예정코스인 1-2-3-귀목봉-3-4-5-1 은 무리다.
앞서간 왕창이 삼거리서 기다리지 않고 바로 귀목봉으로 가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소리라도 지르고 싶다. 이제 반도 안되는데....
우려와 달리 왕창은 삼거리서 쉬고있다.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소나무도 있고 제법 되는 공터도 있다.
좀 살만하다.........
좌측으로 귀목봉을 본다.
어허 ~~~ 포기하려 했던 넘이라 더 그런지........
무시무시한 높이와 경사로 우리를 쏘아보고 있다.
더구나 방화선은 청계로 이어지지않고 저 귀목봉으로 간다.
으 !! 더이상의 방화선은.......
결국.. 1000 고지를 밟으려했던 아쉬움을 접고....
우리는 청계산으로의 직진을 결정한다.
3-4
이제부턴 일반 등산로다. 얼마나 좋았던지....... 약 4 키로...
나무도 있고.... 땅도 보인다.
가끔 오르막도 나오지만... 그다지 높지않다.
다운도 왠만큼 탈수있고.....
단, 사람이 많이 안다니는 길이라 좁다. 나무와 나무사이가 너무
좁다는 얘기다.
핸들바가 유난히 긴 짱구의 잔차는 몇번을 걸렸는지 모른다.
도중에 등산객 3 명을 만나서 청계산하산로에 대한 얘기를 듣는다.
청계산 직전 삼거리서 우로 하산하라는.......
오늘의 비극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 사실 다른 길도 없었다.... 다른 쪽은 암벽이라니까..... )
그렇게 청계산 직전 삼거리에 도착한 둘은... 잔차를 세워놓고.......
( 누가 집어가면 어쩌냐고 ? 돈주고 가져가래도 안가져갈것이다.. 아마.. )
청계산 정상을 오른다........
좁은 정상에 내리쬐는 태양........ 주위의 웅장한 산세를 보고 사진몇장 찍고
바로 삼거리로 돌아간다.
여기서 우리는 ( 아니... 정확히는 왕창은.. ) 오늘 투어는 다 끝난것처럼
풀렸다. 짱구는 내심 하산로 큰골계곡 3 키로라는 팻말에.......
음....... 계곡 3 키로라..... 잘못하면 죽음인데....... 하는 생각이.....
둘은 남은 쏘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며.......
이제 한시간 정도 끌다 다운하면 로드.... 설설 가면 차세워둔데....
길어야 2 시간이면 끝난다는 즐거운 상상을 하며 푹쉰다.
폭풍전야라 했던가...........
4-5
음........... 머라해야 하나.
백운계곡, 유명산계곡에서 쓴맛을 본 짱구는 계곡이라면 학을 띤다.
헌데... 거기도 또 보통 계곡은 어느정도 급사면을 내려간다음....
이윽고 본격적인 계곡을 만나고 거기서부터 주접이 시작되는게
관례(?)인데.......
이... 이 큰고리는 달랐다.
초장부터 바우계곡이 시작된다.
계곡에서 잔차들고 헤매보지 않은 사람은 낭만적인 계곡의 모습을
떠올릴지 모르지만.......
한번 맛을 본사람은 그 막막함, 지겨움........ 나중엔 포기...공포....
를 알게된다.
술에 알딸딸한 둘은 어느정도까지는 정확히는 아까 만난 등산객들을
다시 만나서 계곡물에 머리 담굴때까지는 그저 그러려니......
곧 끝나려니.... 했다....... 이때가 한 내려선지 30 분 정도 지나서 였나...
계곡길은 대개 계곡물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길이 이어지는데.....
이 길이라는게 길이 아닌게 더많다.
바우돌 사이로 타잔이 가지고 놀았을 넝쿨이며......
딱 사람 가슴높이로 환장하게 만드는 나무들.....
그냥 끌면 끌려오면 좋은데.... 왜 그렇게 잡아댕기는 넘들은 많은지....
계곡에 접어든지...... 3 시간이 지났다.
벌써 원래 계획의 3 배가 지나고 있는것이다.
그것도 끝이나 보이면 덜 황당한데....
그 끝은 보여줄 생각을 안한다......
( 또 원래 계곡이라는게 끝이 나와야 나온줄 안다...
계속 징징거리며 헤매다 갑자기 눈앞에 떡하고 나오는 것이다.... )
강철같은 왕창의 입에서 연신 욕이 나오기 시작한다.
짱구는 욕할 힘도 없다..... 이제.....
설상가상으로 길이 머같아서,,,,, 한번 옆으로 새다가 다시 오기도 한다.
정말 씨...... 머다.....
하지만 재미있는건........
왕창이나..... 짱구나....... 이분야(?)에선 베테랑 아닌가.......
누구하나 절망하거나 포기하는 얘기는 안나온다.
왜 ?........
우리는 분명히 안다.
결국 이 계곡은 끝날것이고.. 우리는 또 아무렇지 않게 어느 슈퍼에 앉아
맥주를 마시며........ 하루를 얘기할거라는걸......
베테랑이 힘만 세다고 베테랑인가....
바로 이런 정신력이 정말 베테랑이 아닌가 싶다.......
암튼.... 힘든 와중이지만........ 가끔 쓴웃음도 나오고........
( 하이고.... 또 이런 계곡엘..... 하는 자조적인.....
한편으론 이런 고통을 즐기는 듯한...... )
두 왈바노인네는 얼마안남은 물을 아껴가며........
계곡양편을 왔다 갔다하는 짓을 계속한다.
물경 계곡에서만 5 시간을 보냈다.
1-2-3-4 까 걸린 시간이 4 시간반......
그리고 이 3 키로의 계곡에서 5 시간을 소비한것이다.
하산길로 치면 생애(?) 가장 험난한 길이 아니었나 싶다.
그렇게 5 시간을 보낸후에....
둘은 어느 굿당( 왕창 표현 : 명칭은 청계사 )에 도착한다.
근데.... 위에서의 복선인가.......
예상대로라면 둘은 얼싸안고.... 만세라도 불러야한다.
헌데...... 담담하다.
마치....... 그래... 나올게 나온거냐..... 하는식으로......
오히려 산에서 속세로 내려온게..... 더 두렵다는......
개새끼 한마리가 죽어라고 짖어대는 그 굿당에서.......
물도 마시고......... 좀 앉아서 놀다.........
일동까지 임도 + 로드로 신나게 와서....
길거리 슈퍼에서 캔하나 병하나 까구....
다시 벌건 얼굴로 일동 무리울예비군훈련장 차세워둔곳까지 와서...
오늘 하루의 일정을 마감했다.
돌아오는길 내내 맥주한잔으로 굳혔던 생각은.........
송추 사패산을 보며.... 쏘주로 바뀌고........
힘들긴 했는지........
쏘주까고.... 밥먹구... 무인시대 보고나니...
더이상 눈을 뜰수가 없어서....... 누웠다.
아마..... 라이딩한후 첨인거 같다.
-------- 디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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