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배하러 온 사람들에게 어른들이 들려주시는
덕담이라는 것이 있지 않습니까?
사람마다 각자가 다른 소망을 마음에 담고 있을 터인데
어른들은 그 마음속을 들여다 보시듯이 덕담을 해 주십니다
<올해는 장가 간다면서?>
<이번엔 대학들어 간다지>
<예쁜 딸아이를 가지게 되겠네>
앞으로 일어 나기를 바라는 희망사항을
마치 이미 일어나거나..꼭 일어 날 듯이 콕콕 집어
기정 사실화 하여 신념과 희망을 강화시켜 주십니다
덕담이라는 것이 항상 상대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갖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잘 알아서 복을 빌어 주는 것으로
문인에게는 글의 연단을
학생에게는 학문의 성취를
무사에게는 강건한 단련을
각각 다른 꿈과 희망을 이루도록 빌어 주는 것이지요
그런데 어느 광고 하나가 나타나 이 나라의 덕담을 뒤집어 버렸습니다
<돈 많이 버세요>
이 말 하나로...국민들이 받아야 할 <복>이 그만 <돈>이 되어 버렸습니다
물론 누구나 마음 속에 돈에 대한 욕심이 없겠습니까만
그래도..학자 앞에서는 그의 지식을 부러워하고
자신의 부족함을 부끄러워 할 줄 알고
어른이 보낸 세월 앞에 공손하고
각각 자기 업적을 이룬 사람들을 존경할 줄 알았었는데
그 광고가 소리 높여 <돈 많이 버세요> 소리 친 순간
모든 성공의 척도가 돈의 소유에 달리게 되었습니다
함성소리에 일거에 무너져 버린 여리고 성처럼
부끄럽지 않은 도덕관이나 균형잡힌 가치관으로
절제되고 있던 사회적 기준이 순식간에 붕괴되며
사회적인 공범의식으로 표면화되어 버린 것입니다
마음 속에 숨어있던 염치와 겸손이 그 광고로 인해
<나 혼자 만 갖고 있는 바보같은 감정> 으로 전락해 버리고 만 것이지요
그후로 사람들은 공공연하게 돈 많이 버는 것만이
존재의 가치 기준이 되어 버린 듯이 행동합니다
돈에만 매달리는 것이 수치스러웠던 사회적 염치는 사라지고
돈만 벌면 모든 것을 탕감받는 면죄부의 기본 조건이 되어 버렸구요
자본주의를 천민자본주의라고 부르는 이유가
사회의 모든 고결한 가치가 돈때문에 무너져 내리기 때문이 아닐런지요
잠시 숨을 돌리고 생각해 보세요. 불과 얼마전만 해도...
우리가 부러워할 분들이 사회 각분야에 골고루 계셨습니다.
하지만 이젠...<돈 많은 사람> 하나로 좁혀지진 않았나요....ㅡㅜ
왜 그렇게 되었을까요? 그 광고는 왜 만들어 졌을까요?
<돈 많이 버세요>...
그 광고 카피의 바닥에는 이런 메시지가 있지 않겠습니까?
<돈 많이 버세요...그래서 우리 신용카드로 마구 쓰세요>
사회의 도덕과 가치 기준이 전복되며 사람들은
돈을 벌기도 전에..신용카드를 마구 쓰게 되었습니다
마치 이미 돈을 많이 번...
그 광고의 천박한 덕담처럼 성공한 사람인 듯이 말입니다
광고 하나에 너무 많은 책임을 묻는 듯이 보이겠지만
사람의 행동은 간단합니다
잠재된 어떠한 것들에게 동기부여만 촉발시키면 되는 것이지요
그 동기부여의 동기도 불순하고 결과도 참담합니다
지금이라도 어서 덕담이 바뀌어야 합니다..새해가 오기 전에말입니다
<복 많이 받으세요>
각각 노력하는 분야가 다르듯이
받고 싶은 복이 다르듯이
살아 가는 모습이 다르듯이
각자의 살아 가는 모습이 훌륭하고 값지다는 것이
새해에는 재조명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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