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바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게시판엔
온바로 가득 차 있습니다.
토토는 아무 걱정도 없이
사진속의 온바를 다 헤일 듯합니다.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온바를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모근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온바 하나에 추억과
온바 하나에 사랑과
온바 하나에 쓸쓸함과
온바 하나에 동경과
온바 하나에 시와
온바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온바의 중대가리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 마디씩 불러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짬,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온바가 아스라이 멀듯이
.......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온바가 반짝이는 게시판에
내 이름자(字)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버리었습니다.
......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온바에도 봄이 오면
죽은 모근위에도 뽀얀 잔머리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우리의 꿈이 무성할 게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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