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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마라고...안물어본대니까!!

yangah2004.04.20 13:48조회 수 551추천 수 1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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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요일 점심이다.
여의도 공원의 나뭇잎들이 물기를 머금어서 그런지 싱그러움이 터져나갈 것 같다. 음 또 산으로의 유혹이다. 진초록은 무성함이지만 연두에서 녹색으로 바뀌는 지금은 유혹이다. 바로 이 유혹이 나를 산으로 부른 것일까. 도심 속 연두에서 다시 산을 꿈꾼다.

적어도 엠티비를 시작하기 전까지,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자면 2.3에 쭐래미 쫓아나서기 전까지 나에게 산은 두다리로 세상을 밀어가며 고도를 높이는 행위였다. 한때 20키로에 가까운 배낭과 2키로가 넘는 비브람에 뭉툭한 이빨을 자랑하는 아이젠이 함께 하기도 했지만 그저 생수병 달랑 하나 들고 길을 나서도 산은 두발로 굳게 올라서는 그런 대상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어떤가? 허전하다. 잔차가 없으면 허전하다. 동네 뒷산인 신월산을 올라도, 한식 성묘길에 맞은편 칠갑산을 바라봐도 나의 감상은 그저 "저 능선 드럽게 힘들겠구나" 아니면 "오 제법 탈만한데, 능선까지가 문제구만" 따위의 잡념들, 아니 중독의 솔직함이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고 나면 밀려오는 웃음과 두려움이란. "이 놈이 이젠 미쳤구만." 어찌 이리되었을까. 한편으로는 기특함이, 다른 한편에서는 식은 웃음이다.

잔차질을 한답시고 해봐야 기껏 로드로 100키로짜리였다. 가끔 오버도 하지만 세미슬릭을 채우고 서울 근교에 큰 언덕을 끼고 있는 로드가 나의 주무대였다. 그러나 지금은 어떠한가. 이제 산이다. 그것도 자전거를 들쳐메고 숨이 목구멍 가득히 차오르고 머리 속이 허여지는 느낌이 드는 그 순간이 존재하는 바로 그 잔차질이다. 그 고통의 달콤함이 나를 유혹하고  나는 바로 넘어가 버린다. 마치 20살나이에 청량리 언니에게 "오빠는 공짜로 해주께"라는 귓속말을 들은 놈처럼 숨도 안쉬고 넘어가버린다. 그래봐야 삐끼질에 넘어가 배바지에 온몸에 크레파스질한 넘들한테 탈탈털리고 나오지만 그 순간은 황홀하다. 20살 청춘에 그 딱딱함을 풀어버리는 그 순간 무엇이 두려우랴! 출정해야지.

첫 출정은 호명산이라는 곳이란다. 청평역에서 9시에 만나잔다. 영등포 술판말고 서울을 벗어나서는 첨이다. 역시 초행길은 뻘쭘하다. 그래도 인생 반은 산것 같아서 그런지 첨에 조지면 아예 이 판을 뜰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경험은 갖고 산다. 조진다는 의미는  산행이 졸라 힘들다. 절벽에서 잔차질하랜다. 뭐 이런 류가 아니다. 우린 분위기다. 갈분 가고 남을 분 남아도 시비 안거는 분위기. 당신 잘났고 나 지진안디 그래도 같이 논다. 뭐 이런 분위기를 말하는 거다. 거기다 태생은 몰라도 내 기억이 살아 있는 한 앞줄에 앉아본적 없고 줄맞춰 어디 간적 없다. 군대 빼고. 거기 씨바들이 하두 조져대는 통에 어쩔수 없었다. 누구나 그렇지 않나.  건데기 부터 말하면 초행에 이거 맘에 들었다. 난 안다. 한번 꽂히면 최소 2년은 간다. 그 수많은 잡기들이 그렇게 내 가심팍을 휑하니 뚫고 갔으니까.

청평역에 차를 받쳐놓고 두리번 거리니 저기 짱구님이 나온다. 역쉬 해장국집 고무쓰레빠다. 기대를 안져버리는 분이다. 해장국 한그릇에 소주 두잔을 비우니 또 졸리기 시작한다. 참고로 평일 공장에도 9시에 못맞춰가는 놈이 나다. 그런데 일요일 지 놀거 찾아서 새벽댓바람에 겨 나왔으니 오죽하겠는가. 좀있다 반포님이 들어오신다. 우리야 이미 한그릇을 비웠지만 밥안먹으면 산에 죽어도 못가니 후딱 한그릇을 드신다. 보아하니 첨 산행이 틀림없어 보였다. 쫄에 클립신발이니 나보다 조금 심한듯. 일동에서 오신 양지님은 잔차 좀 타게 생기셨다. 잔차는 허접이지만 뽀대는 좀 볼줄 안다. 이렇게 널조와 빡조가 나뉜다. 물론 나는 널조하기로 했다. 분위기 상 널조 내려오기 전에 집으로 지들끼리 튈 분위기는 아닌걸 파악했기 땀시로 가볍게 널조다. 게다가 짱구님은 그 무식한 산타 불릿이 아닌가. 저 차는 암만봐도 쇠파이프 미싱으로 절단하고 걍 용접해서 붙인걸로 밖에는 안보인다. 잘하면 나도 만들지 싶다. 거기에 비하면 내꺼는 아싸....^^

빡조 : 왕창, 반포, 양지, 바우
널조 : 짱구, 양아

차내리고 조립하고 딱 2분탓다. 우측은 언덕길이다. 당연히 좌측 산길로 간다. 산길이 일어섰다. 등산객들도 숨넘어가는 소리를 내는데 우리는 당연히 쥐죽은 듯 씩씩거릴 뿐이다. 그래도 좋다. 누가 늦게 간다고 지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시원한 바람에 땀을 식히고 산아래 조막만해 보이는 인간세상을 바라보는 맛이 있는데 어찌 아니 좋겠는가는 쉴때만 생각이다. 땀도 나고 머리 속도 비어가는게 이게 제대로다. 우린 숨이 한번쯤 꼴딱 올라야 운동이라고 한다. 바로 이거다.

산의 아름다움은 바로 언제가는 올라간다는거다. 입에서는 씨바소리를 내도 언젠가는 올라간다. 산이 알려주는 지혜이자 미덕이다. 정상에 올라서니 앞에 뾰루봉 화야산군이 보인다. 막걸리가 한순배 돌고 실려오는 바람에 땀을 식히고 다시 출발이다. 보스의 예언대로라면 능선을 좀 탈만하렸다는 기대는 생각도 안했다. 산이라는게 어디 사람 말대로 된다면 그 맛이 어디에 있을까. 그저 자연이 내주는 숙제인셈 치고 끌고간다. 간간히 타면서..그러다 보면 목적지가 보이고 하루에 마침표를 찍게 되겠지. 안갈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

헉...봉우리가 하나 올라섰다. 옆에 밧줄이 보이는게 맨몸도 저걸 의지하고 오르는 모양이다. 잔차를 짊어진다. 이제는 조금 익숙하다. 잔차는 원래 지고도 다니는 모양이다. 왼팔로 싯포스트를 오른 손으로는 헤드셋을 잡는게 젤로 편하다. 지고 오른다. 깟거. 쇠파이프 잔차도 있는데.

이제 능선이 끝난다. 다 들 이제 좀 타겠구나하는 안도감을 보이지만 그 사이에 드리워진 절벽에 대한 불안이 영 마음에 걸린다. 역시 1%의 불안은 99%의 기대를 여지없이 박살낸다. 그럼 그렇지. 하산길이 한눈에 안보인다. 그래도 모두가 웃는다. 자연과 빡세게(?) 부딪히는 보잘것 없는 자신을 본 탓인가. 거기서 존재를 확인하는 탓인가. 모두들 즐겁게 절벽길을 내려간다. 이게 이 짓의 즐거움일까? 하튼 분위기 죽인다. 즐겁다.

약간의 승차끝에 산행은 끝나고 맥주한캔으로 갈증을 달랜다. 평지에 발을 딛는 순간 우린 다시 속세로 돌아온다. " 차막히는데 빨리 출발하죠." 땀과 헐떡거림의 기억을 뒤로하고 막힘의 세상으로 돌아간다. "ㅆ;비 차 절라 막히네..ㅋㅋㅋ"

4월 18일 사자 백떡이란다. 마눌에게 3주전부터 공지를 한탓에 별 저항이 없다. 출장에서 돌아오고 난 뒤부터 법석을 떨었다. 아마 이때부터 재수가 좀 달아났는지도 모르것다. 진짜 오래간만에 잔차도 정비하고 먹을 것도 좀 챙기고 내가 생각해도 이번에는 준비 좀 했다.

뒷디레일러를 바꿀때 샾에서 체인이 두칸이 부족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걍탔다. 뭐 별일있냐 싶었고 사실 별일도 없었다. 큐대나뻐 당구못친다는 소리 못들어봤다. 내 별명이 "막큣대의 달인"이었으니 뭐든지 대충 쓴다. 그런데..이번에 체인 두칸 내손으로 꼈다. 체인뿐인가. 타이어 2.2로 바꿨다. 임도도 1.9면 타지만 이거 탈라고 2.2로 바꿨다. 브레키슈도 바꿨다. 책펴놓고 세팅도 다시하고 닳아빠진 슈도 바꾼다. 기특한 놈. 이 정도면 내 일년치 정비다. 게다가 전날 마눌이랑 마트가서 쏘시지 섞건 양갱 섞건 챙기고 얼음도 한통 냉장고 얼렸다. 이런 정성은 진짜 오래간만이다. 세상 변한줄 모르고 총쏴댄 꼴이다.

잠이안온다..ㅋㅋㅋ. 날도 좋단다. 낼 뺑이 좀 치겠구만. 두시가 돼서야 잠이들었나 싶었더니 바로 마눌이깬다. 5시 50분이란다. 이런 씨부. 버둥거리면 짐을챙기고 바로 차를 끌고 나와 후배를 픽업한다. 6시 40분 출발. 똥차지만 졸라 밟는다. 헉. 도로에 차가 많다. 선거때 숨죽인 아줌마들 다 쏟아져나온 모양이다. 온 천지가 관광버스다. 올때 조뙜구만. 이때까지만 해도 나의 예상 귀가시간은 10시였다. 밤 10시.

올림픽을 거쳐 중부를 타고 다시 영동선에 올라선다. 이 얼마나 친숙한 길인가. 근 5년동안 겨울이면 면온 IC에 도장을 찍고 살았으니 지겨울 만도 한데 이길은 볼때마다 새롭다. 남한강 지나고 강천지나 문막에서 아침을 해결하기로 쇼부를 본다. 휴게소가 난리도 아니다. 아짐마들이 남자화장실로 쏟아져든다. 쉬하던 거시기가 갑자기 오그라든다. 관리아저씨가 막아보지만 중과부적이다. 떼로 몰려오는데 어쩔것여. 여자화장실이 꽉차서 이쪽으로 침투한 모양이다. 아 오늘 고속도로 장난이 아니구나. 씨바 난 몇달만에 한번 나왔는데...^^;;

휴게소에서 부터 감이 안좋다. 둘이서 라면 2개 우동 2개 김밥 하나로 잘못시켜서 두그릇 남줬다. 참 휴게소 30년에 이꼴은 첨이다. 대충때우고 밟아댄다. 새말에서 나와 문재까지 갈려면 한 20분 늦을 것같다. 15분 늦었다. 아무도 없나 싶었는데 역시 왕창님이 나와계신다. 공터에는 에이쉬가 널부러져 있다. 분위기 안좋다. 그 옆에 무표정으로 치부책든 아자씨가 산불조심 모자를 쓰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등산로마다 짱박고 있었을 줄이야.

"안녕하세요." "예 . 근데 조됐어. 못올라간댜." 역쉬 몇일동안 난 산불의 영향이 큰가보다. 그런데 일박조들은 왜 안오는겨. " 아 씨바 여기서 잤으면 빨리 와야지 9시전에 왔으면 올라갔잖어." 왕창님의 말이다. 일박조는 열시가까이 돼서야 도착이다. 일단 산불아자씨를 어르고 달래보지만 이 친구 차에 들어가 무전으로 지원요청이다. 좀 있다 트럭이 달려온다. 여차하면 고발할 기세다. 두당 20만원이란다. 게다가 그런 걸루다 걸리면 개인적으로 개망신 당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몸조심이 최고다. 놀다 쪽파는거 세상에 할 짓 못된다. 이럴때는 아니면 바로 빼는게 최고다.

막걸리판이 돌고 한잔 빠는데 막걸리 죽음이다. 이거 먹고 그대로 눌러 앉아 낮잠이나 푸자는 유혹이 굴뚝이지만 그러다 하는 것 없이 교통체증에 일조할 것 같은 필이 꽂힌다. 바우가 하는 말이 "형 집에가서 소주나 까죠." 이미 일행은 임도조와 나들이조로 갈라섰다. 임도조 출발하고 나들이조 여전히 우왕좌왕 놀자판. 아깝지만 자전거 바퀴 떼어내고 차에 실고 서울로 향한다. 양갱 왕창님 드리고 카리스님 여전히 아쉬운 모양이다. 짱구님 대장으로 자책이 좀 드시나 보다. 그럴 필요 없는디 복궐복에 재수빵이지 인생 머 답있나.

돌아오는 길에 왜 짓을 하는지 스스로 물어본다. 산이 좋아서. 뭐 그럴수도 있다. 그렇다고 딱히 산이 해주는 건 없다. 그럼 잔차질이 좋아서. 말했잖아. 메고 끌고 다닌다고. 그럼 머냐. 글쎄 분위기하고 사람이지 머. 잔차타고 싶으면 로드나 임도에서 죽도록 타면 되고 산이 좋으면 백두대간 틈틈히 뛰면 되지만 새벽에 운전하고 강원도까지 왔다 꽝치고 돌아가도 키득거리는 웃음이 나오는 건 분위기와 사람이 좋다는 이유빼고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집에 도착하니 12시 반. 점심에 소주 한병까고 바우놈한테 일어나면 전화해라 신월산이나 한바퀴 돌자는 헷소리를 뒤로하고 잠의 수렁에 빠져든다. 일어나보니 7시가 다됐더군요. 마눌 눈치보고 잽싸게 설거지하고 청소기 돌리고 주말을 정리했심다..ㅋㅋㅋ

2.3을 묻지마라고 하더군요. 처음에는 물어볼지도 모르겠지만 이제 묻지도 않습니다. 물어봐야 대답도 션찮고 안다고 해봐야 누가 대신 올라가 주는 것도 아니고 그저 지가 좋아서 가는 길이죠. 사람좋고 분위기 좋고 산도 좋고 뭐 물어볼께 있냐고. 이젠 안물어본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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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
  • 헉 !! 호명이만 나오길 바랬는데......
    결국 백떠기까지.... ㅎㅎ
    아무리 미리 알고는 왔다고 해도... 미안하더군요.....
    색다른 후기..... 재미있습니다.
    2 년은 약발이 간다고 하니.... 앞으로 자주 보지요... ^^
  • 에이구 양아님...
    할말이 업씸다.ㅎㅎ
    전 그래도 15일 넘어서 아니 16일날 백떡이 갈껍니다.
    씨부럴꺼 원통해서 안되겠어요.
    그 때 같이 갑시다.^^ 창님은 간다 했으니...
    그 능선이 눈에 선 합니다.
    (짱구 보스는 술한잔 하면서 꼬셔 보지요 머~)
  • 음... 2.3 후기 안쓰는 것이 불문율이라고 들은것이 엇그제 같은데... ^_^ 정말 약발은 오래 갑니다. 못가고 안달하고 있어서 그렇지...
  • 양아님 배꼽 빠지는줄 알았습니다.(저 차는 암만봐도 쇠파이프 미싱으로 절단하고 걍 용접해서 붙인걸로 밖에는 안보인다. 잘하면 나도 만들지 싶다)
    이부분이 압권이었습니다. 그래서말인데 후기란으로 붙여넣기 하면 안될까요? 비속어,거친표현도 있지만 그게더 자연스럽고 좋네여...^0^;;
  • 마눌 눈치보고 잽싸게 설거지하고 청소기 돌리고
    난 그래도 청소기는 않돌린다 ㅎㅎ
    오랜만에 후기 다운 후기를 봤습니다
    난 후기를 쓰면 말도 않되는 말만 씨부렁 거리는데
    이거는 말 되네
  • 왕창님 후기도.... 좋아요...
    아주 독특하거든.... ㅎㅎ
    짧아서 읽기도 편하고.... ^^
  • 짧아서 일기 편하다고라
    알써 꼬리꼬리 한것까지 써가지고 설라무네
    존나 길게 써야지 ㅎㅎ
    그래도 20줄은 못넘을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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