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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천보산 탈만할지 끌만할지... 뭐 이래두 저래두 상관없지만...

원조초보맨2004.04.22 10:01조회 수 604추천 수 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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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바랭이 작성일: 2003-02-09 조회수: 411 추천수: 15

탈주를 시도하지 않았는데...<천보산맥>
간 날....2003년 2월8일
간 곳....오지재고개-해룡산-투석고개-어야고개-축성령고개-천보산-비석거리
간 사람....바랭이
간 시간....9시간12분
차 길....도봉산역-송우리<버스1700>, 송우리-오지재고개<택시6800>,비석거리-의정부북전철역<걸어서>

혼자 산행 하는 것이 두려워 나보다 지도를 볼 줄 모르는 친구를 찾아보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함께 갈 친구가 없어 산행을 시도하는데
하늘은 햇빛을 주지 않을 기색으로 혼자서의 첫 산행에 두려움을 갖게 한다.

오지재고개는 <왕방산-소요산-초성리>산행했을 때 왕방산 들머리이기도 해서 초보인 내가 쉽게 해룡산의 들머리를 찾으니 9시15분이다.들머리에 <일반인출입금지>라는 안내 표지판이 오르는 내내 불안하게 하는데 들머리를 잘못 찾은 것인지 오르다 보면 임도 때문에 길이 끊겨버려 포장도로로 해룡산을 오른다.
정상에 오르자마자 "씨리-릭" 철문을 열고 짚 차에서 내린 내 또래의 군인이 "해룡산은 일반인이 들어올 수 없는 산 이다." 라며
"들머리까지 데려다 줄테니 타라." 는 것이다.
"몰라서 올라왔는데 구경 좀 하고 가면 안 되겠느냐." 고 했더니
"잠시 후에 내려가라." 해서  "그러겠다." 고 한다.
해룡산 정상에선 안개 때문에 소요산은 안 보이고 왕방산 국사봉의 위치만 희미할 뿐 이다. 앞에 위치해 있을 칠봉산을 확인하려면 지도를 펴야하니 마음이 급해 그냥 간다.
강제하산으로 '가슴 설레이는 혼자서의 첫 산행을 접어야 하나?' 생각하며 주위를 둘러보는 듯 하면서 팬스 옆을 돌아 서남향으로 태연하게 내려간다.
하지만 가슴은 떨려온다.
바로 따라올 것 같은 군인들...나의 위치를 알려 줄 것 같은 개 짖는 소리...국망봉 동사사건으로 포천의 입산금지령...일반인출입금지...이런 상황들이 나의 불안한 마음을 재촉한다.

빗방울이 들기 시작하고 안개가 깔린다.
지도를 볼 틈도 없이 빠른 걸음으로
발자욱도 없는 눈 위를 걸으니 맞는지 틀리는지도 불안하지만 "나침반을 믿어라."는 선배님들의 말을 생각하며 개 짖는 소리가 멀어질 쯤 현재의 위치와 방향을 확인하고 진행을 한다.
처음으로 혼자 산행은...안개와 비 강제하산...쉽게 내 주지 않는다.
한참을 현재의 위치를 확인하며 진행했는데 마을이 가까운 것이 이상해 지도를 본다. 지도에도 산 옆으로는 마을이 있다. 마루금 양 쪽으로 마을이 너무 가깝고 마을과 마을을 가로지르는 길들이 너무 많아서 이상해지기 시작한다. 잘 찾아서 간 길이...아까와 같은 위치라는 느낌이 들면서 안개 속의 이상한 나라로 온 듯 하다.
정말로 귀신에 홀린 것인가...분명히 앞으로 진행을 했는데...아까와 같은 위치에 있다...아마도 딴 길로 온 것이라는 생각에 나를 던져 버리고 싶다.
탈주를 시도하지는 않았는데....탈주를 한 것이다....이 곳을 다녀가신 준치님 산행기를 생각했지만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며 읽지 않고 그냥 왔던 것이 후회된다.

마을로 내려와서 여기가 어디인지 확인을 하려고 하는데
누가  "빠~아ㅇ~빵"  크락션으로 불러 쳐다보니 아침의 택시기사 아저씨가  "비가 와서 집에 가려고 내려왔냐." 고 하신다.
"지도상의 고개가 아니다. 여기가 어디냐"고 했더니 "동교리." 라고 하신다.
나중에 생각하니 쫒기는 급한 마음에 한 줄기 전에서 남쪽으로 진행을 해서 오리골로 내려온 것이다.
걸어서 고개까지 가려면 천보산까지 진행을 못 할 것 같아 시간을 벌기위해 택시를 타고 지도 상에는 이름이 없는 절개지 "투바위 고개"라는 곳에서 기본요금을 내고 내린다.
투바위 고개까지는 오늘 목표의 1/4 도 진행을 못 했는데 12시40분 이다. 투바위 고개에서 산행을 시작한다고 해도 깜깜할 때까지 백석이고개로 갈지 의문이다.
하지만 진행하는 데까지는 진행을 해야지...비가 온다고...집으로 향하는 길이 있다고...여기서 산행을 접는 건 자존심이 상한다.

투바위 고개를 오르는데 왼 편으론 공원묘지가 있고 봉우리에 오르니 12시47분이다.
계속 걷히지 않는 안개와 비는 주변을 보여주지 않는데 20분 지나니 헬기장이 나오고 길이 뚜렷하다.
실수는 했지만 지금부터라도 정신차려 가고 싶은데
눈 위에 발자욱은 앞으로 갈 길에 내려준 해답이니 고민거리도 없고, 비와 안개 때문에 볼거리도 없는 비에 젖은 눈 길이 너무 짜증스럽다.
아까의 탈주는'불안함과 방심이였다.'고 자책하며 지도를 보니 어야고개 내리기 전에 두 개의 줄기가 뻗어 있어서'실수하지 말자.'고 다짐한다.
'많은 발자욱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기억하며 걷는데 커다란 공장의 굴뚝이 보인다. 여기는 어야고개가 아니라는 예감이 들어 200m 쯤 다시 올라가니 오른 쪽으로 길이 있다. '어야고개 전 봉우리에서 오른 쪽으로 간다'고 다짐하고는 왼 쪽으로 간 것이다.
절개지에서 내려다 보이는 어야고개에는 <43번 국도> <산정호수 42km> 라는 표지가 있는데 '제대로 찾아왔구나'하는 기쁨으로 넘친다.
2시25분 어야고개에서 비에 젖은 눈 때문에 힘들게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2시 59분이다. 붉은 깃발이 있고 335라고 시멘트에 새겨져 있다.

긴 마루금을 밟으며 만나는 사람도 없고
들리는 건 차소리이고, 보이는 건 비 속의 나무 낙엽 뿐인데 "뜨럭뜨럭" 타악기 소리가 들린다.
제대로 왔는지 불안하기도 해서 지도를 확인해 보니 왼 쪽으로 채석장이 있어서 돌 구르는 소리인데 낯선 소리라도 들으니 반갑다. 비에 젖은 눈 길이 미끄러워 오늘 산행을 매우 어렵게 한다고 투덜대며 오른 쪽을 보니 황톳물에 잠긴 정돈된 나무의 모습만 보이며 계속 이어진다. 그 것이 무엇인지 안개 속에서 희미한 모습을 보이며 비가 그치는가 싶더니 다시 비가든다.

흔한 안내 표지판도 볼 수 없는 산 길
비에 젖은 눈 길을 따르며
보이는 것은 발자욱과 발자욱 위로 보이는 낙엽, 나무 뿐이다.
낙엽 속에 뭍힌 단단한 도토리 열매 몇 개가 보인다.
제 삶을 이 곳에서 열어가기로 작정한 것일까?
발걸음에 채여 낙엽 속으로 뭍혀 들어간다.
정착할 공간을 이 곳으로 정해진다면...정착한 열매는 다시 움직일 수 없을 텐데..열매가 자유로울 수 있는 공간인가를 생각한다.
비에 젖어 윤이나는 단단한 열매...'제 생을 깨우칠 수 있을 거라.'고
봄이 익을 무렵엔 '정지된 시간을 열 수 있을 거라.'고
단단한 껍질을 뚫을 수 있는 힘을 도토리에게 보내며.......처음으로 맞을 도토리의 자유를 하늘을 생각해 본다.

축성령고개 전 봉우리 헬기장에오니 3시57분이다. 오늘은 앞도 뒤도 보여주지 않더니 앞으로 갈 길을 보여주며 하늘도 맑아진다. 남서 쪽으로 뻗은 마루금은 봉우리가 세 개 이어져 있고 가장 높이 솟은 마지막 봉우리가 천보산으로 여겨지는데 마음을 급하게 한다.
처음에는 7시까지 천보산에 도착하는 것이 목표였지만 6시까지 도착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이다. 4시9분 갈림길이 있는 고개를 지나는데 마을에서 올라온 부부가 저쪽 마을로 넘어가니 오늘 산에서 처음 보는 사람이다.비가 온다고 산꾼들이 산을 멀리 던져둘 리는 없는데.....만나는 사람이 없다.

백석이 고개를 지나 작은 봉우리에 오르니 4시58분인데 햇살이 나무가지 사이로 걸려있다.작은 봉우리에선 내가 지나온 길을 보여주지만 끝내 해룡산의 모습은 보여주지 않아 섭섭하다. 하나의 봉우리만 넘으면 천보산인데 천보산의 시설물이 크게 보인다. 탑고개에 이르니 5시9분 이다.

미끄러운 바위길을 밧줄을 잡고 힘겹게 천보산에 오르니 5시32분 이다.
억새님이 전에 들려준 이야기를 수신하며..지도의 북쪽을 나침반의 북쪽 방향과 같이 마추어...불국산..운악산..큰테미..작은테미..용암산..멀리 도봉산...천보산 정상에서 보여지는 지형을 읽어본다.
이제 내 아는만큼 친구들에게 '발신자가 되어 줄 거라'는 생각에
아직은 부족하지만 아는만큼 발신자가 되어 줄 수 있는 기쁨을 자축하니 맑아진 마음이 반짝인다.

5시45분 천보산을 내려 가면서 날머리까지는 서쪽으로 진행하다가 마지막에 서동방향으로 가면 된다.
탈주도 했으니 오늘은 제대로 날머리를 찾아보자는 생각에 갈림길에서는 서쪽으로 향한다.앞으로 시설물이 있는 봉우리로 향한다고 하면서 갔는데 오다보니, 저쪽에 시설물이 보이니 300m 다시 올라가서 봉우리로 향한다.
봉우리에는 시설물이 있고 오른쪽으로 간 사람들의 발자욱이 보이지만 난 왼쪽으로 돌고 싶다.
왼쪽으로 돌며 풍경을 보고 싶었는데 낚시줄을 매 두어서 시람들의 접근을 막고 팬스가 끝도 없이 길게 이어져 있어서 후회스럽다.
한참을 철조망을 잡고 돌아 올라오니 군부대 정문이 있고 포장된 도로가 보이는데 6시 5분이다. 길을 따라 내려오다보니 반짝이는 자동차의 불빛이 도로를 그려주는데 지도상의 도로와 비슷하다.
6시27분 다 내려온 곳이 비석거리인지 의심스럽다. 지도상에 비석거리 날머리엔 편도 1차선 도로 앞으로 개천이 흐른다. 내려온 날머리에서 편도 일차선 도로를 건너니 <중량천> 이라고 표지판이 있다.
오른쪽으로 조금 걷고 중량천 다리를 건너니 바로 <의정부-종로5가> 13번 버스가 있어서
버스로 전철역을 가려다가 '날머리를 제대로 찾았다'는 기쁨으로 의정부북부 역까지 걸어서 간다.

시인 함민복이는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고 했다.
나와 산 사이에는 어떤 꽃이 필까?
우리가 영원히 간직해야할 보물
<따스하게 나눌 마음>의 꽃이 피어나길 기대하며
오늘 산 길에 마침표를 찍는다.



- 산행지 : 칠봉산(506m, 경기도 동두천시, 양주군), 천보산(423m, 경기도 양주군, 포천시)



- 산행일 : 2002. 9. 14(토) 맑음



- 산행자 : 단독



- 산행코스 : 송내상회∼대도사∼칠봉산∼고개∼천보산∼회암사∼회암사지∼도로



- 산행시간 : 3시간15분 (휴식시간 제외시 3시간11분)

  송내상회∼(38분)∼대도사∼(39분)∼봉우리(쇠파이프)∼(18분)∼헬기장∼(13분)∼봉우리(군막사)∼

  (8분)∼고개(347번지방도)∼(15분)∼헬기장∼(10분)∼첫봉우리∼(8분)∼천보산정상∼ (2분)∼망경대

   ∼(18분)∼회암사∼(8분)∼회암사지∼(14분)∼56번도로
  





- 산행기



〈산행개요〉




  47번 국도를 따라 의정부에서 양주군 회천읍(덕정)을 지날 무렵이면 우측으로 제법 범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는 산이 눈에 들어온다. 칠봉산..... 하지만 행정구역으로는 동두천시와 포천군의 경계에 있는 산이다. 일반적으로 칠봉, 팔봉 등 숫자로 시작되는 산의 특징은 바위가 많고 봉우리의 개별성이 뚜렷한 아름다운 산들이다. 오봉산(춘천), 팔봉산(홍천), 팔봉산(서산), 팔영산(고흥) 등등등..... 칠봉산도 산 중턱의 바위가 하얀 빛을 발할 정도로 뭔가 잔뜩 기대를 갖게 하는 산이다.  언젠가 가 봐야지..... 소요산, 감악산 등을 찾으면서 기회를 보아왔던 산이다.


  산도 좋아하지만 역사유적을 찾는 일도 나에겐 큰 관심이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처음 접하면서 대다수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지 않는 역사와 문화를 어쩌면 이렇게 깜끔하고 흥미롭게 풀어나가는지 몇 번이고 감탄을 했다. 그 때 그 책에서 회암사지에 대한 글을 읽었다. 회암사..... 고려말 지공화상에 의해 창건된 절. 그 당시 다른 절과는 완전히 다른 건물 배치구조. 태조 이성계가 함흥에서 내려오다 한동안 머물렀다는 절. KBS 역사스페샬에서 또 하나의 왕궁이었다는 가설을 제기한 절. 물론 지금의 회암사는 그 당시 회암사는 아니다. 회암사지가 경기도 양주군에 있는 천보산 자락에 있고, 그 천보산이 고개(347번 지방도)를 통해 칠봉산과 연결되었다는 사실을 안 건 최근의 일이다. 그럼 산과 역사유적을 겸한 칠봉산과 천보산의 연결산행이라면..... 이보다 구미에 당기는 산행이 어디 있을가.....




  지도를 보면 회암사지 천보산은 잘 나와있지 않는다. 대신 의정부에서 축석령으로 가는 47번 국도의 좌측에 북서방향으로 능선을 형성한 또 다른 천보산이 나와있다. 이건 물론 완전히 다른 산이다.





〈산행들머리 찾기〉




  칠봉산의 산행들머리는 동두천시 송내동에 있는 송내상회(10:24)이다. 버스정류장 이름도 송내상회로 되어 있다. 송내상회 옆의 도로로 들어가면 칠봉산의 산행기점인 대도사로 접근이 애매하다. 차를 몰고 들어갔으나 이내 돌아 나왔다.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그런 도로를 계속 몰고 들어가기엔 무언가 이상하다. 도로 옆에 마침 큰 공터가 있는 횟집이 있다.



  차를 주차하고 송내상회에서 간단한 간식을 준비한 다음 작은 길을 향한다. 이내 갈림길, 좌측 송나노인정 방향으로 간다. 다시 갈림길, 왼쪽으로 가면 송내교회가 보인다. 그 길로 나가면 대도사로 가는 아스팔트도로와 만난다. 결국 차로 이동할 경우 송내상회가 아니라 그 위 어디에서 대도사로 들어가는 길이 있다는 것이다.





〈평화로운 시골길....... 대도사 가는 길〉  




  대도사까지는 약3km, 도로 주위에는 평화로운 시골 풍경이 펼쳐진다. 한가한 마을과 풍요로운 벌판, 모처럼 걷는 시골길이 정겹다. 주위의 논에는 벼이삯이 익어가고 있지만 최근 태풍의 영향으로 곳곳의 벼들이 힘없이 누워있다. 아직도 복구되지 못한 논을 바라보는 농부의 심정이 애타보인다. 논이 없는 곳에도 고추, 가지, 상추등 밭작물이 지천이다. 말 그대로 이런 자연학습장이 어디 있겠는가....
  거의 평지길을 걷는데도 온 몸은 땀으로 젖어든다. 갑자기 덥다고 느낀다. 애 그렇지? 평화로운 풍경에 취하다보니 흐린 하늘이 열려 햇빛이 비치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송내14교를 지나면서 마을과 멀어지고. 젖소 농장을 지나면 이제 산으로 들어간다. 문득 뒤를 돌아보면 감악산이 위풍당당하게 맑은 하늘아래 실루엣을 그리고 있다. 대도사의 염불소리가 들린다. 접근로가 제법 먼 거리이지만 지루한 줄 모르고 왔다.  





〈정상을 향하여〉




  대도사(11:02)는 작은 절이다. 대웅전인 각황전과 요사채 외에는 건물이 없다. 조용한 절에 낯선 이방인이 찾아와서인지 비구니 스님이 한참을 쳐다본다.



  등산로는 대웅전 우측에 있다. 잘 다듬어진 돌계단길을 잠시 오르면 능선이다. 능선 우측으로 한쪽면을 반듯하게 다듬어 놓은 듯한 거대한 바위가 눈길을 끈다. 바위아래에는 산신이 모셔져있고 기도를 위한 양초가 있다. 그을려 얼룩진 바위가 한편으로는 안쓰럽다. 능선을 따라 조금 오르면 역시 큰 바위 아래에 기도처가 나온다.


  주능선길은 좌측으로 향한다. 이정표는 없지만 파란 페인트가 길을 인도한다. 능선에는 키 작은 소나무숲이 터널을 이루고 바닥에는 솔잎이 두툼하게 깔려있다. 전망은 없지만 뽀송뽀송한 능선길에 기분이 상쾌하다. 얼마 걸었을까 갈림길이 나온다. 능선방향은 우측길이 확실해 보이는데 페인트는 좌측 방향으로 그려져 있다. 저 위에서 만나겠지 하며 좌측으로 향한다.



  좌측은 능선의 사면 길이다. 능선이 길을 따라 우측 위로 보이니 걱정은 되지 않는다. 그리고 가끔 나타나는 파란 페인트가 위안이다. 하지만 큰 나무가 길에 나뒹굴어 쓰러져 있는 장소에 이르며 마음이 답답해진다. 길 흔적은 희미해지고 바닥 또한 기분이 좋지 않게 물컹물컹하다. 억지로 길 흔적을 찾아 앞으로 나아가지만 능선은 점점 멀어지고...... 주능선에서 내려오는 가지능선이 보인다. 더 이상 다시 돌아가기는 자존심이 허락지 않고 가지능선으로 붙는다. 오래 전에 간벌을 한 듯 부러진 나뭇가지가 길에 잔뜩 널려져있다. 다행히 사람이 다닌 자취는 약간 남아있다. 힘든 오르막을 정신 없이 오르면서 손이 이리저리 가시에 긁힌다.



  초장부터 이게 왠 고생이람...... 이정표도 하나도 없고...... 그렇다면 그 파란 페인트의 정체가 뭘까?  길은 안내하는 것 같은데.... 다른 목적으로 그려진 것일까?  칠봉산은 잘 소개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자연미가 넘치는 산이다. 그런데 동두천 시청의 무관심이 도저히 이해가 되질 않는다. 소요산에 가면 그렇게 넘치는 이정표가.....  




  드디어 주능선(11:43). 잘 보이지 않지만 가시가 박혔는지 손가락이 아프다. 고도계를 보니 벌써 430m 정도 올라왔다. 이제 정상도 멀지 않은 듯하다. 이번엔 거미줄이 편안한 발걸음의 걸림돌이다.  




  3분만에 붉은 깃발이 쇠파이프에 달린 봉우리(?)(11:43)에 오른다. 잡풀이 무성하고 좁은 길만이 있어 봉우리인가 잠시 헷갈린다. 목은 타지만 쉴 곳도 마땅치 않다. 칠봉산의 등산로는 단순하다. 대도사에서 주능선을 거쳐 반대편 고개(347번 지방도)로 내려가는 길이 거의 유일한 길이다. 그럼에도 길이 거칠다. 걷기에 대체로 무난하지만 곳곳에 잡풀이 너무 무성해 여름에는 긴소매 옷을 입는 것이 좋을 듯하다.




  다시 10분만에 군참호시설이 있는 봉우리(11:56)에 오른다. 주위가 약간 넓어지지만 여기도 잡풀이 여전히 무성하다. 나무덩쿨에 몇 번을 걸려 넘어질뻔 한다. 중간에 스쳐지나 갔지만 뱀을 만나서인지 잡풀이 우거진 등산길에 신경이 곤두선다.




  평탄한 길을 걸으면 헬기장(12:04)이 나온다. 처음으로 시야가 트인다. 불곡산, 소요산등이 시야에 들어오지만 아직까지는 답답하다. 헬기장을 지나면 소나무숲 아래에 너른 공터가 있다. 모처럼 편히 쉴 수 있는 쉼터이다.




  다시 6분쯤 걸었을까 우측으로 천길단애를 이룬 바위가 보인다. 한눈에 봐도 천하제일의 전망대(12:10). 바위에 오르면 한사람이 쉴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아래를 보면 아찔한 절벽, 그런만큼 능선을 걷는 동안 답답하던 마음이 단숨에 해소가 된다. 활짝 열려진 시야. 남쪽으로 북한산, 도봉산, 불곡산의 스카이라인이 뚜렷하고 회천읍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달콤한 바람에 땀은 자취를 감추고 처음으로 목을 축인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일까. 석장봉은 어디이고 정상은 어디인가.... 칠봉산이라하여 7개 봉우리가 분명한 줄 알았는데..... 봉우리라고 생각되는 지점은 올라올 때 아래에서 보면 봉우리이지만 위로 오르면 평평해져 봉우리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바위가 많은 것으로 보아 이 전망대 바로 옆의 봉우리가 석장봉 같기도 하고..... 고도계를 보니 약495m이다. 오차를 감안하면 이 근처가 정상인 것 같은데.....            




  출발하자마자 선바위가 나타난다. 여기도 기도처인가 살펴봤으나 양초가 없다. 한차례 오르막을 지나자 비어있는 군막사(12:23)가 나온다. 옆의 바위에 오르면 해룡산과 고개(347번 지방도) 그리고 가야 할 천보산 주능선이 내려다보인다.



  여기서부터는 내리막길, 그렇다면 정상은 지나왔다는 것인가..... 칠봉의 7개 봉우리를 아무리 헤아려보아도 잘 맞지 않는다. 갑자기 답답해진다. 산에 다니면서 이렇게 개념 파악이 안되기도 처음이다. 나무에 걸린 종이에는 동두천시청산악회에서 여기가 칠봉 중 1봉이라고 쓰여져 있다. 걸어온 주능선이 한눈에 보인다면 감이라도 잡을 수 있으련만..... 헬기장 이후 고도의 차이를 거의 느끼지 못해 더욱 그렇다. 어찌되었든 느낌상으로는 전망대 바로 옆의 봉우리가 정상이 아닌가 한다. 물론 아무 표시도 없지만....




  바위에 걸터앉아 가야할 길을 가늠하기 위해 회암사를 찾아보지만 보이질 않는다. 완만하게 구비치는 천보산 능선.... 부드러운 느낌은 칠봉산과는 완전히 다른 산이다.  





〈고개(347번 지방도) 그리고 천보산 들머리〉




  고개(12:40)에서 좌측으로 약20m 가면 쓰레기더미가 쌓여있다. 동두천시와 양주군의 경계에 있어 청소의 사각지대가 된 모양이다. 좌측 동두천 방향은 포장도로인 반면 양주군 방향은 비포장이다.




  고개의 양측이 절개지로 되어있어 사전에 정보가 없으면 천보산 들머리를 찾기가 쉽지 않다. 쓰레기 더미 사이의 길로 들어가면 해룡산 입산통제 안내판을 만난다. 그 안내판에서 우측으로 천보산 가는 길이 있다.





〈호젓한 천보산능선〉




  시작은 쓰레기로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능선길에 접어들면 맞은편 칠봉산이 시원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약15분후 나무그늘 하나 없는 헬기장(12:55)에 도착한다. 군시설물이 있는 해룡산이 우뚝하다. 천보산 정상은 수풀에 가려 보이질 않는다.



  능선이 낮아지면서 봉우리(13:05)에 도착한다. 하지만 정상은 아니다. 평탄한 능선길은 칠봉산 능선길에 비하면 너무나 쾌적하다. 이름없는 산이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있다.




  정상(13:13)에 오르면 이 곳 역시 안내판은 없고 바위에 붉은 페인트로 정상이라는 글씨가 쓰여져 있다. 정상은 작은 바위암반으로 되어 휴식하기도 좋고 거칠 것이 없는 전망이다. 칠봉산을 쳐다보면 산행할 때는 전혀 느끼지 못하지만 비로소 칠봉산의 진면목을 볼 수 있다. 서쪽 사면이 거대한 바위 암벽으로 되어 하얀빛을 발한다. 즉 바위산이라도 즐기는 산이 아니고 보는 산인 것이다. 저수지와 포천야영장이 가까이 있고 포천시 송우리에서 넘어오는 56번 국도가 천보산 너머 구불구불 선을 그린다. 동쪽 멀리 한북정맥이 굵은 하늘금을 그린다. 여기서도 회암사를 찾았지만 보이질 않는다.





〈회암사와 회암사지〉




  회암사로의 하산은 남서방향으로 향한 능선상 봉우리(망경대, 400봉)를 거쳐 내려간다.  왔던 길을 조금 돌아가면 능선에 접어든다. 몇 걸음이면 봉우리에 도착하고 망경대라는 말 그대로 천혜의 전망대이다. 소나무와 바위들이 잘 어우러져 있다. 그렇게 찾던 회암사 대웅전이 이제야 저 아래 보인다. 회암사지도 찾아보았지만 어느 장소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하산길은 급하다. 밧줄이 달린 바윗길 옆으로는 화재흔적이 여전히 남아있다. 숯덩이가 된 나무사이로도 새생명이 자연의 신비를 일깨우는 듯이 힘차게 자라고 있다. 바윗길을 지나면 바위가 부셔져 가루가 된 상당히 미끄러운 길이다. 붙잡을 곳이 없어 힘겹게 내려온다.




  등산로의 끝에는 회암사(13:43)를 중건한 고려말의 승 나옹선사의 부도와 석등이 있다. 한창 문화재 복구공사가 진행중인 회암사에는 회암사지에서 옮겨온 무학대사의 부도(보물 제388호)와 쌍사자석등(보물 제389호)가 세월의 이끼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기품이 있는 역사의 유적 앞에 과거 화려하였을 회암사를 생각한다. 현재의 회암사는 19세기 초에 세워진 절이다. 여기에서 예전 회암사를 상상하기는 어렵다.




  회암사지(14:03)는 회암사에서 약10분 내려가면 나타난다. 현재 발굴이 진행중이다. 직사각형의 절터는 약11,000평 정도로 상당히 너르고, 약간 비탈진 지형은 여러 개의 단을 이루며 뚜렷한 흔적을 남기고 있다. 문외한인 내가 보아도 일반 절과는 완전히 판이한 구조이다. 이성계를 위한 제2의 왕궁이었다는 말이 실감난다. 과거의 흔적을 여전히 말해주는 주춧돌, 바닥에 깔린 판석 그리고 독특한 형태의 계단은 건물은 없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답다. 절터 앞으로 오면 당간지주가 무성한 잡풀사이에 우뚝하다. 지금은 발굴되어 회암사터가 확연히 드러났지만 처음에는 그 절터가 지금 당간지주 자리처럼 잡초만 무성하여 누가 절터라 상상이나 했겠는가....  16세기에 폐사가 되었다지만 인간의 손이 타지 않는 폐사지는 자연의 엄청한 생명력 앞에 쉽게 흔적을 감출 것이다. 2004년까지 발굴을 계속한다고 한다. 왕실에서만 사용하는 유물까지 출토되어 학계에서는 비상한 관심이다.





〈다시 원점으로〉




  10여분 회암사지에 대한 이러 저러한 생각으로 터벅터벅 내려오면 송우리에서 넘어오는 56번 국도(14:17)이다. 송내상회로 돌아가려면 여기서 버스를 타고 덕정에 간 다음 다시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버스시간을 물어볼 겸 길 건너 가게에서 사이다 한 캔을 마시고 물어보니 20분은 기다려야 한단다. 빨리 가는 특별한 방법은 없다. 마침 빈 택시가 내 앞에 서고, 잘되었다 싶어 물어보니 아쉽게 대절한 택시다. 그 시간에 맞추어 군인들이 택시를 탄다. 택시기사가 택시를 불러 주겠다는 말과 함께 떠나고..... 한 5분 기다리니 택시가 온다(송내상회까지는 약6400원).




  송내상회로 돌아가면서 칠봉산을 쳐다본다. 걸을 땐 고도 차이를 느낄 수 없었지만 멀리서 보는 주능선은 의외로 굴곡이 있다. 마지막봉은 정상이 아닌 것 같고 느낌상으로는 석장봉 근처가 정상으로 보여진다. 하지만 보는 것과 실제는 다를 수 있으니까.....  





〈산행을 마치고〉




  산행 도중 한명의 등산객도 만나지 못했다. 대도사 입구에서 차를 세우고 산행을 준비하던 등산객이 유일한 만남이다. 그래도 오지 산행에서의 외로움은 느끼지 못했다. 주위를 내려다보면 다정한 시골 풍경, 언제라도 달려갈 수 있지 않겠는가.




  칠봉산은 아직 개발이 전혀 되지 않은 산이다. 그 흔한 이정표 하나 없고 리본조차 거의 보이질 않는다. 편안함에 익숙한 산악인들에게는 어쩌면 불편한 산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묻지 않은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어 호젓한 산행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산이다. 천보산과 연결하는 산행이지만 고개에서의 고도 차이가 없어 별 어려움은 없다. 시간을 내어 회암사지의 숨결을 느낀다면 산행 못지 않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유익한 산행이다.



  다만 두 산을 연결하는 종주 산행시 교통편이 불편한 것이 다소 흠이지만 대중교통이 있고, 시간이 없을 경우 미리 택시회사 전화번호를 기억하면 5분내에 원하는 장소에 달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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