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기란 바둑에만 필요한게 아니다.
산을 갔다오면, 특히나 헤매고 오면 반드시 지도복기를 해야 한다.
그럼 분명히 가기전엔 보이지 않았던 것들, 현장에선 보이지 않은 것들이 다 보인다.
어제의 상황을 보면.
원래의 예정은 빨간색을 따라 봉복산까지 가서 신대리로 하산하는 거였다.
하지만 우린 1,135 봉을 지나면서 왼쪽으로 능선이 내려가는 걸 못봤고, 우리가 덕고-봉복산으로 가는 능선이라고 본 건 검은색의 1,148 봉 능선이었다.
우리가 간 길은 파란색 길인데, 능선에서 잘못 내려오기 직전, 비닐이 묶인 나무쪽 능선은 녹색 능선이다.
그리로 갔으면... 아마 구목령에서 내려오는 임도를 만나 흥정계곡으로 수월하게 하산했을 것이다.
ㅋㅋㅋ
지도상에 파란색 타고 오다 오른쪽으로 난 계곡이, 두 갈래로 갈라지는 계곡길이다.
파란색으로 내려와서 계곡을 만난 뒤, 한 동안 길을 따라 올라온 건, 지도상에 나온 길은 아닌 듯 싶다.
그리고 점심 먹은 장소에서 10분 즘 내려갔었는데, 아마 10분만 더 내려갔으면 역시 녹색 능선 하산길이랑 만나고 구목령 임도를 만났을 것이다.
그럼 역시 그 고생하지 않고 수월하게 하산 했을 것이다.
하지만 난 미련스럽게, 오직 지형 확인을 해보겠다는 일념아래, 구목령쪽으로 가면 태기산 온 의미가 없다는 일념아래 그냥 무식하게 계곡을 타고 올랐다.
물론 구목령 임도로 나려갔으면 고생은 하지 않았겠지만, 태기산성 하산길을 즐길 수는 없었을 것이다.
세상에 100% 만족이란 있을 수 없다.
근데, 지금도 이상한건.
1,135봉 지나서 그리 많이 가진 않은 것 같다는 거다.
결국.
난 아직 자전거와 발걸음의 속도 차이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어쨌든, 온바님.
이랬답니다.
왜 어제는 이게 그리 생각나지 않았는지...
사람 참 어리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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