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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1/11 빗속 치악산 - 재밌을 수도 있는 업힐 얘기 ㅋㅋ

sync2004.11.13 10:42조회 수 405추천 수 3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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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본격적인 라이딩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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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새벽 4시 기상과 동시에 세수를 한다. 잔차와 장비는 어제 잠들기 전에 모두 현관에 꺼내 놓았다. 바로 잔차에 장비들 주렁 주렁 매달고 지하 주차장행. 잔차 올리고, 장비 뒷자리에 던져 넣고, 출발한다. 근데 걱정이다. 지금 새벽 4시 반인데, 어제 늦게까지 마신 술냄새가 아직 난다. 이거 음주 단속이라도 있으면 낭팬대...;;;; 다행히 음주단속 없이 고속도로 진입한다. 이제 안심하고 문막까지 가자!

6시 문막 도착. 온바님도 방금 전에 도착했단다. 둘이 해장국으로 아침 식사를 한다. 온바님이 쏘신다 ㅋㅋㅋ 식사 후 편의점에 들러 라이딩 도중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산다. 초코바 6개, 물 작은 것 1통, 파워에이드 작은 거 4통. 더 사고 싶었으나 온바님의 만류;;;

6시 30분, 문막 출발해서 바로 약속 장소인 강림면 강림우체국으로 향한다. 온바님이 초행길이라 내가 앞서가고 온바님이 바로 따라온다. 새말 인터체인지로 빠져 나와 바로 우회전 틀어 전재라는 고개로 올라 붙는데, 안개가 어찌나 심한지 헤드라이트에 안개등까지 켜도 시계 불과 1~2미터 정도... 비상등 켜고 초저속으로 달린다. 전재 넘자 안개 사라지고, 안흥이 나온다. 참고로 안흥은 찐빵이 하도 유명해서 떡복이나 김밥을 먹을 수 있는 분식점이 없는 것을 물론이고, 제과점도 없단다 ㅋㅋㅋ 대단한 고장이다!!

안흥에서부터는 주천강변을 따라 강림까지 달린다. 한적한 시골 이른 아침 길이라 차가 도무지 없다. 이런 기분, 참 좋다!! 새벽에 홍천을 지나 미시령을 넘어 속초를 갈 때도 이런 기분을 느끼는데, 그 때마다 좋다! 어느 해 늦여름 초가을 무렵 속초에서 새벽 1시에 미시령 넘어 홍천을 지나던 밤, 계곡길을 따라 달리면서 듣던 물소리, 새소리, 바람 소리... 천지간에 존재하는 것이라곤 오직 나와 우주 하나 뿐인 거 같던 그 적막한 긴장... 앞에도, 뒤에도 불 빛 하나 없는, 오직 내 차 헤드라이트가 비추는 공간만큼만 존재하는 세상..

7시 30분, 정병호님 휠러 타고 도착!! 모두들 시간이 정확하다. 이럴 때 기분이 참 좋다. 뭔가 책임질 줄 아는 나이들... 바로 부곡매표소로 이동해서,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 차를 세운다. 매표소 직원이 나오기 전에 매표소를 통과하기로 했었기에, 서둘러 출발한다.

잔차와 장비를 모두 챙기고, 임도를 약 10분쯤 달려 비로봉 직등로 입구에 도착한다. 여기서 오랜 경험을 갖고 있는 정병호님과 온바님의 판단이 빛을 발했다. 두 가지 길이 있었는데, 두 분이 각자 하나씩 맡아서 탐색을 해보고는 조금 앞에 있는 길이 맞다고 합의를 본다. 아주 세심한 관찰 후에 내린 판단은 정확했음이 나중에 밝혀졌다. 난 그저 멀뚱 멀뚱 제자리에 서 있었다 ㅋㅋㅋ

비라 가늘게 내리고 있는 가운데 본격적인 싱글 업힐이 시작된다. 비가 전혀 춥지 않다. 오히려 시원하다는 느낌을 준다. 11월 비가 아니라 초여름 비 같다는 얘기들을 주고 받으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른다. 그런데 정병호님은 워낙 등산으로 단련되어 있고, 술담배를 전혀 하지 않기 때문에 업힐 속도가 대단히 빠르다. 맨 몸으로 등산하는 사람도 저 정도 속도로는 오르지 못할 것이란 생각이 든다. 잠시 후 뒤처진 온바님과 나의 시야에서 정병호님은 완전히 사라진다. 그러니 길이 외길이라 걱정할 것은 없다. 휴식도 없다!! 그렇게 쉬지 않고(물론 온바님과 나는 중간에 잠깐씩 쉬었는데, 너무 짧게 쉬어서 휴식 같지가 않았다;;;) 한 시간을 진행하니 드디어 계속 싱글을 벗어나 능선에 올라선다. 그 곳에서 최초로 휴식다운 휴식이 ... 파워에이드 마시고, 잠시 얘기하고...

이윽고 다시 출발. 능선길은 잘 나 있었으나, 지나온 계곡 길보다는 경사가 심해지고 있다. 역시 정병호님은 앞서 가시고, 온바님과 나는 뒤에서 끝다. 길을 계속 업힐이고, 때로는 힘에 부칠 정도로 센 경사가 나타난다. 젖지 않았다면 크게 힘든 길은 아닐 것 같은데, 비가 와서 젖은 터라 발이 미끄러지니 더욱 힘이 든다. 그러나 방법이 없다. 쉬지 않고 오른다. 눈 앞에 숨이 턱 막히는 시커멓게 일어선 업힐을 죽을 둥 살둥 마치니 드디어 펑퍼짐한 등성이에 올라선다. 여기서 또 한 번 본격적인 휴식이 이루어진다. 삼각점이 있었는데, 그것을 보고 정병호님과 온바님은 여기가 아마도 "1004봉"일 것이라고 판단한다. 심한 경사를 올라온 보람이 있어 짧은 거리 이동에도 고도는 많이 올렸다는 것이 두 사람의 얘기다.

휴식 끝, 다시 출발. 1000m 이상 고도에서 길이 전혀 험하지 않고 부드럽게 능선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오르락 내리락 하는 싱글이라 타다 끌다를 반복한다. 거의 고도가 변하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부드럽게 이어지는 약한 업힐 싱글 같다. 그렇게 한 참을 달리니 드디어 눈 앞에 다시 우뚝 이러선 업힐이 보이고, 그 옆으로 치솟은 바위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바위들을 보고 온바님은 드디어 비로봉에 접근하고 있는 거 같다고 말한다. 정병호님은 어디 갔는지 보이질 않으니...

중간에 헬기장을 만났는데, 그 곳에 정병호님이 기다리고 있다. 맑은 날은 비로봉 정상에서 이 헬기장이 보인다고 한다. 힘을 주는 말이다!! 잠시 휴식 후 출발하는데, 정병호님은 이런 곳에서 하루 밤 자고 가면 기분이 참 좋다고 한다;;; 난 무서울 거 같다고 했더니, 한국 산에서는 도무지 무서울 곳이 없단다 ㅋㅋㅋ

다시 업힐 시작, 몇 군데 경사 센 곳을 지나니 다시 헬기장이 나타나고, 잠시 휴식 후 다시 출발. 잠깐 진행을 하니 눈 앞에 대단한 바위길 업힐이 나타난다. 위에서 잠깐 외침 소리가 들린다. 무슨 소리지?? 온바님이 어깨에 잔차를 메고 앞장을 서고, 난 뒤에서 끙끙대며 들고 오른다. 오늘 업힐 중에 최고로 빡세다;;; 아이구, 몸의 중심을 잃을 거 같다;;; 온바님이 잔차 내려 놓고 와서 내 잔차를 끌어 올려준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엥, 그런데 이게 뭐야... 정병호님이 마중을 나와 웃으며 말한다.
"다 왔습니다!"
"어, 여기가 비로봉인가요?"
"예, 저도 좀 황당해요. 이렇게 금방 나올 줄은..."
"흐흐흐...^^"

드디어 비로봉이다! 11시 30분, 싱글 업힐을 8시에 시작했으니 3시간 30분만에 올랐다. 비와 안개에 쌓인 비로봉은 멋진 조망을 제공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멋지다!! 비오는 비로봉을 잔차와 함께 올랐다!! 등산객 몇 분들이 힘을 북돋와주는 말씀들을 해주시고.. 한 분은 페트병에 담아온 생맥주를 권했으나, 안전을 생각해 정중히 거절한다. 마지막으로 비로봉 올랐던 것이 고등학교 때니까 참 오랫만에 오른 비로봉이다... 변한 것은 별로 없은 듯하다.. 잠시 휴식하면서 얘기를 나누는데, 이제 오한이 들기 시작한다. 정상이라 춥기도 하고, 아침에 푸근하던 날씨가 많이 추워진 거 같기도 하다. 체력도 떨어지고, 비에 젖은 상태로 이미 네 시간 이상을 보냈으니 당연하다. 30분 휴식 후 12시에 다운힐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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