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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11/11 빗속 치악산 - 재밌는 다운힐 얘기 ㅋㅋ

sync2004.11.13 10:43조회 수 757추천 수 76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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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봉 정상은 온통 바위다. 그것도 부드러운 바위가 아니라 날이 선 바위다. 우리가 다운힐 코스로 잡은 상원사 방향 치악산 주능선으로 내려 서는 구간도 경사 급한 나무 계단이라 당연히 끈다. 맑은 날 같으면 못탈 계단은 아니지만, 비가 오고 미끄러우니 안전을 위해 세 사람 모두 끈다.

약 5~600미터 정도 계단을 끌고 내려오니 드디어 싱글길이 나타난다. 바위가 상당하고 경사가 심한데, 온바님은 어번 하드텔로 타고 내려간다. 속에 상체보호대 했다;;; 난 욕심부리다 다치면 안된다는 생각에 차에서 아예 보호대를 가지고 오지 않았다. 보호대 하면 과욕을 부리게 될 거 같아서 여차직하면 끌 생각을 한 것이다. 잠시 급한 바위 돌길을 내려오니 적당한 경사의 싱글 다운힐이 시작된다. 주로 흙으로 이루어진 길인데, 이런 큰 산에 이렇게 멋진 싱글 길이 펼쳐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길을 계속, 계속 이어진다. 온바님도 가도 가도 끝이 없을 거 같이 이어지고 있다는 말로 만족을 표시했다. 이따금 좁은 바위 틈을 통과하느라 내리는 것을 빼곤 100미터 이상 내려서 끌 구간은 없다. 아주 좋다!! 경사 급한 다운힐도 재밌다. 하지만 비에 넞은 길이라 온바님이 미끄러지면서 제대로 엉덩방아를 찧는데, 우화화화... 엉덩이와 다리 모두 흙범벅이다 ㅋㅋㅋ 붉은 색 다운힐 바지가 순간 검은 색으로 변하다니 ㅋㅋㅋ

한 시간 반 이상의 다운힐 후에 드디어 "곧은치"에 도착!!!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힘들게 끌고 업힐한 것은 단 한 번 뿐!! 길이도 길지 않았다. 내 기억으로는 약 3~4분 정도 빡세게 끝 거 같다. 그것도 경사 때문이라기보다는 미끄러워서... 맑은 날은 문제되지 않을 거 같다.

비로봉 정상에서 "곧은치"까지는 거의 직진으로만 내려오다가, "곧은치"에서 좌측으로 90도 꺽어 좁은 계곡 싱글로 접어든다. 정병호님과 온바님의 판단대로라면 여기서부터 부곡매표소까지는 거칠 것이 없는 다운힐이다. 길이는 약 5~6km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 통나무 계단을 잠시 앞서 내려가던 온바님이 앞에서 "와, 죽인다, 이야호.. 오오오~~" 거의 카타르시스에 도달했을 때 내지르는 탄성이 계곡을 울린다.. 어떤 길이길래 저 양반이 저러나... 코너를 돌아 내려가니 내 입에서도 "오~~~" 멋진걸...!!! 굵직 굵직한 돌들이 제법 터프한 노면을 이루고 있지만, 기술이나 속도나 힘으로 돌파를 할 수 있는 길이 끝없이 내리 뻗어 있다...

나도 그냥 타고 밀어 붙인다. 아까 "곧은치"에서 뒤샥과 앞샥을 가장 무르고 빠르게 세팅을 해두었으니 걱정할 것이 없다. 이제 대박과 몬스터를 믿고 그냥 밀어 붙이기만 하면 된다. 코스도, 대박과 몬스터도 날 실망시키지 않는다. 꽤 터프한 노면을 상당한 속도로 그냥 밀고 나가도 기분 좋은 충격과 함께 그냥 타고 넘어준다. 온바님은 바로 앞에서 싱글 샥에 어번 하드텔로도 내가 하는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바위 돌길을 밀어 붙이고 있다. 중간 중간 "오호~ 와~ 죽인다~"" 이런 탄성을 지르기를 잊지 않고... 좌우간 코스 제대로 만나면 저 양반 늘 시끄럽다 ㅋㅋㅋ 그런데 하드텔로도 나보다 훨씬 잘 탄다;;; 실력이 장비를 앞선다는 진리 ;;;;

다운힐 도중 손목도 어리 어리하고, 힘도 들고, 정병호님도 기다릴겸 잠깐씩 휴식을 취한다. 힘이 많이 빠졌는데도, 다운힐의 기쁨으로 어느 새 힘이 다시 돈다. 정병호님 도착하자마자 다시 다운힐 시작! 이번엔 나보고 앞서 가란다. 온바님이 뒤에서 따라오니 더 속도를 내서 내리 지르는데, 웬걸 바로 뒤에서 꼬리를 잡고 따라온다.. 너 함 죽어봐라 하고 내리 질러도 떨어질 줄을 모른다. 게다가 난 중간 중간 발을 짚는데, 온바님은 그냥 다 타고 따라온다. 그러면서 하는 말 '다운힐 할 때 앞 체인링을 너무 작은 거에 걸었다. 그렇게 하면 바위가 헛돈다. 체인링을 큰 것에 걸고 바위에 접근하면서 페달링을 해서 속도를 붙여서 타고 넘는 것이 좋다. 만약 타고 넘다가 멈칫하면 순간적 페달링으로 한 번 쳐줘야 하는데, 체인링을 작은 거에 걸면 그게 안된다. ..." 이런 게 고수와 함께 하는 라이딩의 또 다른 묘미다 ㅎㅎㅎ

바위 길을 계속된다. 그런데 길이 차가 다닐 정도로 넓어지고, 계곡의 물이 많아지고, 경사는 약해지면서, 계곡 좌우로 멋진 단풍나무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거의 다 내려왔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계곡을 건너는 나무 다리가 눈에 들어오니 이제 라이딩 종료 지점에 다가가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약한 경사의 돌길 다운힐을 계속 내리 쏜다. 입에서 단내가 나는 것이 느껴진다. 한 참을 더 그렇게 달리니 눈에 익을 임도가 나타난다. 아, 아침에 우리가 싱글 업힐을 위해 처음 올랐던 임도다!! 드디어 다 내려왔다!! 시계를 보니 "곧은치"에서부터도 거의 한 시간 반 정도를 이렇게 달려온 것이다!! 멋진 다운힐이었다! 게다가 다운힐 마지막 구간의 계곡은 단풍이 진 후인데도 너무나 아름다웠다!! 여름 녹음이 우거지거나, 가을 단풍이 붉을 때 온다면 환상 그 자체일 거라는 느낌이 든다!!

임도 중간에서 온바님과 쉬고 있으니 정병호님이 내려오신다. 이제 매표소 통과할 작전을 짜는데, 작전이 뭐 따로 있나^^;;; 그냥 전속력으로 쏩시다!! 기어를 빡세게 걸고 전속력으로 쏘면서 힐끗 매표소를 보니 직원은 등을 돌리고 앉아 TV를 본다 ㅋㅋㅋ 하기야 이런 비오는 11월에 누가 치악산 등산을 하겠다고 통로를 지켜보고 있겠나 ㅎㅎㅎ

자동차 세우둔 곳까지 와서 보니 옷들이 말이 아니다. 가게 옆에 수도꼭지가 있어서 세차 하듯이 서로에게 물을 뿌려주면서 입을 채로 세탁을 하는데, 마음 착한 온바님은 미안하다면서 가게에 들어가 초코렛을 하나 사가지고 나온다... 나이 먹어서도 어린애 다운 심성은 여전하다ㅋㅋㅋ 옷이 온통 젖었다. 난 갈아 입을 옷이 있는데, 온바님과 정병호님은 여벌 옷이 없다... 온바님은 웃도리는 여별이 있는데, 바지가 없으니 원... 비닐 돗자리를 꺼내서 자동차 시트에 깔고 순대국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정병호님 잔차는 내 캐리어에 달았는데, 굳이 돗자리가 자기 차에 있다고 정병호님을 자기 차에 태운다. 내 차 시트 젖는 것을 걱정한 고마운 마음씨... 세심하고 남을 배려하기는 정병호님이나 온바님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참 행운이고 즐거운 일이다!! 나름대로 힘들다면 힘들었고, 악조건이었다면 악조건이었는데도 싫은 기색을 보이거나 도중에 신경질을 내거나 짜증을 부린 사람이 아무도 없다!! 이런 때 라이딩은 더더욱 흐뭇해진다!!

잠시 차를 달려 강림순대국 도착!! 몸은 떨리고, 속은 비었다! 고맙게도 온통 젖은 옷차림들인데도 순대국집 젊은 여주인은 춥다고 우리에게 따듯한 안방을 내준다!! 다른 손님들은 없다! 막걸리 한 통과 순대 한 접시를 먼저 주문하고, 순대국 한 그릇씩을 시킨다. 정병호님은 술을 안드시니 물로, 온바이크님과 나는 막걸리고 성공적인 라이딩을 자축한다. 막걸리 맛, 예술이다! 순대 맛, 역시 예술이다!! 순대와 머리고기를 먹고 ... 정병호님의 인생과 별과 등산 얘기를 듣고... 드디어 나온 순대국, 음~ 지금까지 먹어본 순대국 중 가장 토속적인 맛을 내는, 가장 독특한 순대국이다!! 맛있다!! 뜨거운 국물에 말린 순대과 밥을 아주 맛있는 깍두기와 매콤한 김치와 함께 먹는 맛!! 오늘 라이딩은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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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
  • 처음 같이 간 산이 너무 널널해서 죄송함다~
    ㅋㅋㅋ
    근디 우리가 동갑이면 20대 중반 아닌감유?
  • 아아, 하루에 버전을 두번씩 바꿔가며 그날의 감동적 잔차질을 리플레이 할 수 있다니...
    두분 모두 감사감사 드리옵니다.
  • sync글쓴이
    2004.11.13 18:14 댓글추천 0비추천 0
    온바님도 어서 하나 쓰셔요 ㅋㅋㅋ 그래야 세 개를 비교해보지요 ㅎㅎㅎ
  • sync님 후기 잘 읽었습니다.

    다운힐이 한 시간반이라... 으~~~ 속쓰리다. 꼭 한 번 가봐야 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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