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6. 2. 목
싸리재 - 대치
싸리재 - 1000.4봉 - 매봉 전위봉 - 선바위봉 (1000.6봉) - 선바위 - 대치 - 부곡
며칠 집보고, 풀베고 어쩌고 하다보니 계속 미뤄졌다.
거기다 햇빛 피해 흐린날 골라가려니 갑자기 줄줄이 맑다.
거 참...
다행히 목요일부터 상당히 건조해지면서 더워도 끈적끈적하진 않길래 바로 땡겼다.
이... '바로'가 문제였다...
08:25 출발
09:10 황둔 통과
09:50 싸리재 착
10:00 출발
앞산 넘는 산판길로 운학에 도착하면 주천 갈림길까지는 내리막, 황둔까지는 평지, 싸리치까지는 평지 아닌 오르막이다.
총 25km.
전에 한번 1시간 좀 넘게 걸린적이 있어 무리하지 말고 2시간 안으로 도착하자는 생각으로 출발.
근데 황둔을 45분에 통과하니 갑자기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어차피 신림가는 이 도로는 갓길도 없고 영월에서 오는 대형 차량 많고 속도도 꽤 내는 구간이라 오래타봐야 좋을 것 없다는 생각이기도 했다.
그러더니 중간에 점심먹을 빵사고 했는데도 싸리치에 1시간 반만에 도착이다.
2시간 걸리면 쉬고 어쩌고 11시에 입산이라고 봤는데 1시간이나 땡기게 됐다.
갑자기 여유로와진다.
오면서 감악산 우뚝솟은 암봉을 보니 작년에 가려다가 미룬거 얼른 가야겠다는 생각도 굴뚝같애지고.
산을 덮는 참나무들이 하얀 잎뒷면을 드러내는걸 보니 산엔 바람도 많이 부나 보다.
좋은 징조다.
싸리치에 도착하니 트럭이 한대 있다.
나물캐러 왔나보다.
싸리치부터 국립공원이기때문에 나물뜯는거 지키는 공단 차량이 있나 걱정을 좀 했는데 무사통과다.
10:50 무덤 2기
11:50 1000.4 봉
12:00 매봉 전위봉 1,050m
12:10 암봉
12:35 헬기장
12:50 매봉 1,095m
13:05 암봉 지나 점심
13:30 출발
싸리재는 신림터널이 뚫리기전에 신림과 황둔을 잇는 옛길이 넘는다.
황둔쪽은 1km 만 올라오면 되는데, 신림쪽은 완경사로 4km 올라온다.
여기서 남쪽은 감악산, 북쪽은 매봉이나 남대봉이다.
그니까, 감악산을 가려면 여길 한번 더 와야한다는 야그다.
별로 맘에 안든다...
출발하자마자 절개지는 메고 올라가지만 이후 유순한 능선길이다.
오르막이지만 탈만한 길도 꽤 돼고, 가끔 내리막도 있으면서 서서히 고도를 올린다.
매봉쪽으로 뻗는 동쪽능선이 생각보다 가깝게 보여서, 막판에 상당히 올려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능선은 온통 굴참나무로 꽉차있다.
햇빛은 들어오지 않고 바람은 선선하다.
아주 기분좋은 산행이다.
등산로도 잘 나있는데 이게 대치까지 이럴지 매봉으로 빠질지는 좀 더 가봐야한다.
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무덤은 또다시 우리나라의 장묘문화를 돌아보게 된다.
머땜에 여기까지 상여를 메고 올라오냐고.
무덤을 지나고 좀 가니 웬 아저씨가 있는데 나물 주머니를 갖고 있다.
아까 싸리치에 둔 트럭 주인이다.
워낙 나물캐러 오는 사람이 많아 남은게 없단다.
하긴 뭐, 아무리 막고 금지 시켜도 주말 주중 가리지 않고 나물캐는 관광버스는 줄을 잇는다.
근데... 날 이상하게 쳐다본다.
이걸 왜 메고 왔냐고?
동쪽으로 뻗는 매봉능선이 어느새 눈높이에 왔는데 경사는 별로 급해지지 않았다.
혹시 저 너머에 진짜 매봉 능선이 있는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드는데, 일단 앞에 보이는 봉우리에 가서 생각해보기로 한다.
여전히 여유로은 산행이다.
첫번째 봉우리에 올라서니 삼각점이 있는데 왼쪽으로 길이 하나 갈리고 직진방향이 뚜렷하다.
내가 가야할 길이다.
근데 리본 하나가 달렸는데 선바위 가는길 표시가 있다.
이게 좀 헷갈리는게 갈림길 한중앙에 달아놔서 이리 돌리면 이쪽 저리 돌리면 저쪽이다.
하지만 매봉능선이 더 가야 연결되니까 매봉 전위봉은 직진방향이다.
갑자기 선바위가 매봉 전위봉 지나서인지 못가서인지 가물가물하다...
웬 암봉 하나가 나타나는데, 선바위인 것 같기도 하고...
선바위 사진은 이 구간중 유일하게 조망이 터진다고 했는데 이 암봉은 그렇게 터지진 않는다.
하지만 매봉쪽 능선이 분명히 보이고 감악산도 잘 보인다.
이왕 보이려면 비로봉, 남대봉이 보여야 능선 읽기가 좋을텐데 그쪽은 터지지 않는다.
어쨌든 좀 헷갈린다.
오기 전에 찾아본 산행기들은 매봉 전위봉에서 서쪽으로 희미한 등산로가 대치가는길이라고 했다.
봉우리마다 잘 찾아보면서 왔는데 아직 그런 갈림길은 없었다.
아까 첫봉우리 갈림길은 너무 뚜렷했고.
좀 더 진행하니 헬기장을 지나 또 봉우리가 나오는데, 이게 날 정말 헷갈리게 한다.
오르면서 비로봉이 보이는데 방향이 좀 수상한데다가, 아까 선바위 가는길 리본이랑 똑같은 사람이 달아놓은건데 여기가 1000.4봉이란다.
근데 응봉산이라고 적혀있다.
응봉산은 매봉산을 달리 부르는 말이다.
아니 그럼, 내가 매봉까지 와부렀다고!!!!
지도를 꺼낸다.
우쒸... 1/70,000 지도는 이렇게 고도차가 안나면 별 도움이 안된다.
대치 가는길은 매봉 전위봉에서 북쪽으로 갈라지고 매봉은 거기서 동쪽으로 벗어나야 나온다.
즉, 난 매봉으로 오면 안되는거다.
근데 여기가 매봉이라니 이게 뭔말이냐고.
근데 헷갈리게 시작하니까 정신이 없나 보다.
지도에 매봉은 1,095m 다.
문제는... 내가 지도를 꺼내놓고도 이 고도표시는 못봤다는 거다.
오메... 이제부터 나의 헤맴이 시작된다.
일단 여기보다 높은 봉우리는 없으니까 매봉일 가능성은 높다.
하지만 매봉사진에는 분명히 매봉 표지판이 있었다.
그리고 이 능선 산행사진에 나온 삼각점은 다 오래된 거였는데, 여긴 작년에 새로 만든 삼각점이 있다.
내려다보면 미치와 두산리쪽이 보이고, 남대봉에서 뻗은 능선은 분명히 지나온 길쪽에서 나간다.
그럼... 여기가 아닌가벼~~
뭐... 아직 여유있으니까 좀 되돌아가지...
다시 헬기장을 지나고 암봉을 지나니 북쪽에서 내려오는 능선이 하나 앞봉우리와 연결된다.
저거구나.
근데 그 능선이 갈라진 봉우리로 생각된 곳을 지나는데 혼자 솟은 봉우리다.
어...
저 앞에 똑같이 생긴 능선 하나가 뻗는 봉우리가 있다.
점점...
일단 자전거를 두고 걸어서 갔다온다.
처음에 본 능선이 맞는거 같다.
그럼, 뭐 좀 먹고 생각하자.
먹으면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읽어본 산행기가 가물가물하다.
대강 읽은게 티가 난다.
헬기장도 기억이 안난다.
선바위 위치도, 지나친 암봉도 모르겠다.
그럼 답 나오네.
또 나의 동물적 감각이지 뭐~
13:30 출발
15:00 삼각점
15:30 계곡 진입
16:15 하산
16:30 신림
17:20 황둔
19:10 집 도착
능선이 뻗는 것은 첫번째 봉우리였다.
그럼 선바위 방향은 갈림길쪽인가 보다.
글고 거기엔 영춘지맥 표시도 있다.
오늘 능선이 영춘지맥이니 이길이 맞다.
그리하야 확신을 갖고 출발.
앗싸~ 길 좋다~~
신나게 내려오다가 오른쪽을 봤다.
근데 더 높은 능선이 보인다.
또 수상해진다.
옆에 벗어난 암봉이 있길래 시야를 확보하려고 기어 오른다.
뚫어지게 쳐다보고 보고 또 보는데.
예전에 유행하던 나폴레옹 이야기가 뇌리를 스친다.
오메, 아까 거기가 맞나벼~
대강 정리를 해본다.
내가 매봉이라고 생각한건 매봉이 아니고 매봉 전위봉이고 매봉은 더 가야한다.
거기서 아마 뚝떨어진 능선이 북쪽으로 뻗는 대치쪽인데 못찾은거다.
이길은 상원사쪽으로 내려가는 길이다.
그렇다고 돌아가는건.... 궁시렁 궁시렁...
아 정말 미치겠다.
두번 연속 헤매다니.
더구나 상원사쪽이면 신림터널을 자전거로 통과해야 하잖아!!!
오늘 부곡으로 떨어지니까 꼬리등이고 뭐고 안갖고 왔는데.
어차피 이리된거 얼른 내려가기나 하자.
한참 가니 막 만든 삼각점이 나온다.
또 뚝 떨어지니 계곡상류인데 길이 없어졌다.
찬찬히 돌아보고서야 계곡따라 가는길을 찾고 한숨 돌린다.
그러다가 좀 탄다 싶었는데 갑자기 아스팔트길이 나오고 웬 건물이 나온다.
가나안 농군학교란다.
상원사길 맞네... 어쨌든 하산이다.
근데 사람 참 간사하다.
내려오면서 하도 약이 올라 하산하면 아이스크림 하나 사먹자고 했는데, 내려와서 계곡물에 한번 씻으니까 생각도 안난다.
그렇게 신림으로 나오긴 했는데 이번엔 신림터널이 문제다..
그 굴은 갓길 없고, 인도는 있는데 높은 턱에 중간중간 야광봉이 있어 타기는 좀 불편한데다가 상당히 어두운 700m 짜리.
아 정말 싫어~
잔머리를 굴려 원주-영월 시외버스가 지나가면 타려 했더니 워낙 띄엄띄엄 있단다.
시내버스는 안태워 줄거고.
그럼, 나의 특기인 엄지손가락을 이용하자.
10분동안 빈 트럭 한대도 안지나간다.
타고 한 5분 가는데 옆에 빈트럭 3대 지나간다.
오늘 일진이 안풀리긴 안풀리는구만.
굴 초입.
뒷 차들 보내고 죽어라고 밟는다.
버스 한대가 지나가고, 마주오는 차들은 있지만 뒤엔 없다.
다행이다.
반쯤 가는데 뒤에서 소리가 난다.
돌아봐도 차는 없다.
그냥 가는데 갑자기 불도 안켠 승용차가 확 추월해간다.
저런...
그러고 보니 대부분의 승용차들이 굴안에서 불을 안켠다.
개자*들 같으니...
황둔까지 완만한 내리막, 다시 아이스크림 생각이 난다.
정말 간사하네.
황둔에서 메로나 하나 누가바 하나 샀는데 젠장... 너무 딱딱하다.
잇몸에서 피났다.
되는게 없다.
그렇게 운학으로 와서 고개를 넘어 도착했습니다.
와서 지도랑 산행기를 잘 찾아보니.
응봉산이란 리본 달린 봉우리는 매봉이 맞습니다.
암봉은 선바위는 아닙니다.
대치쪽 능선은 돌아오면서 갈라진 능선 봤던 그 봉우리 1,050봉입니다.
워낙 뚝 떨어지니까 안보였나 봅니다.
첫 봉우리는 1000.4봉이고, 전위봉지나 매봉 가는길에 암봉이랑 헬기장이 있습니다.
즉, 그 리본 달아놓은 거시기가 잘못달아 놓은겁니다.
가끔 이런 경우를 봐왔어도 헷갈린적 없는데 오늘 왜 이러지.
제가 내려온 갈림길은... 왜 그런 능선에까지 그렇게 길이 뚜렷한지 한편으론 서글퍼집니다.
내려오면서 남대봉 지능선들 그만 두려고 했는데,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이대로 못끝낸다는 고집이 슬슬 올라옵니다.
아쒸... 이럼 안되는데...
조만간에 이 웬수를 갚으러 가줄겁니다.
흐흐흐...
어쨌든.
산에 가려면 지도도 잘 보고 산행기록도 잘 봅시다!
지도 파란색이 원래 계획.
빨간색은 오늘 산행.
녹색 첫번째 동그라미가 1000,4봉
두번째 네모는 매봉 전위봉 1050봉
세번째 체크는 매봉 10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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