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겁이 앞섰다. 혹은 자전거를 가지고 모르는 산속을 헤매는 일에 대해 온씨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열정을 잃어가고 있었던 것이리라. 굳이 그렇게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아도 세상엔 고단한 일이 너무도 많다, 이 말이지.
온씨는 전날 저녁부터 유난히도 몸이 무겁고 피곤했다. 이미 마음이 떠난 연인에게 겉치레의 데이트 약속을 한 것처럼 죄책감이 곁든 후회도 들었다. 잠자리에 들면서 온씨의 피로와 부담감과 후회는 극에 달하였다.
그러나 온씨의 몸만은 개척질의 깊은 추억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인지, 장도에 오를 날 첫새벽이 되자 그의 팔다리는 전날의 피로를 말끔히 털고 팔팔하게 되살아나 주었다. 새벽6시 15분, 20킬로그램을 넘나드는 내리막 전용 자전거와 각종 보호장비들을 차에 싣고 온씨는 경상북도 문경으로 출발한다.
가는 도중에도 온씨는 벌여놓은 직장 일들에 대한 부담감이 뻐근하게 머릿속을 짓누르는 바람에 도무지 신바람을 낼 수가 없었다. 원래 주말의 휴식이란 건 모름지기 CF에서도 나오듯이 주중에 할 일을 말끔히 끝낸 후에 “열씨미 일한 당신, 떠나라!...”가 되어야 하건만, 온씨는 제대로 매듭지워진 일 하나 없이 떠나는 주말의 행락이 참으로 송구할 따름이었다.
이런저런 분주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윙윙거리던 차에 벌써 온씨의 자동차는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IC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톨게이트 뒤편으로 솟아오른 주흘산의 위용이 온씨의 눈을 압도했다.
오른쪽 제일 끝머리 뾰족 봉우리가 온씨가 올라가야 할 해발 1075미터의 주흘산 주봉이다. 저길 올라간다고... 20킬로그램짜리 다운힐 자전거를 끌고..??
“죽었다...”
온씨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었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 눈에 익은 자동차 위에 자전거 두 대가 솟대 마냥 서있는 것이 보인다. 토씨와 바씨다. 반갑다. 온씨는 바씨를 처음 보지만, 자신과 피가 비슷한 사람임을 한번에 알아차린다. 토씨는 너스레를 떨면서 투혼 팔찌를 돌렸다. 그냥 빨간 고무줄일 뿐이지만 그것이 팔뚝에 둘러지니 마치 무슨 부적처럼 알지 못할 힘이 솟구치는 듯하였다.
세 사람은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다시 차에 올라 밥먹을 곳을 찾았다. 파이팅 타이밍이 좀 적절치 못했던 것이다. 기껏 밥먹으러 가자고 그리도 비장하게...그나저나 한국사람들은 왜 시도 때도 없이 싸우자고 아우성인지 모르겠다.
하여간 아침을 먹은 세 사람은 오름길을 잡는다. 문경읍 지곡리 월복사 길을 들머리로 택한 세 사람은 토씨의 차를 문경읍내에 세우고 온씨의 차와 함께 월복사로 향하는 콘크리트 길을 달린다.
주흘산으로 오르는 가장 편안한 오름길은 조령제1관문을 지나 혜국사, 대궐터를 거쳐 주봉에 이르는 코스다. 그러나 조령1관문에서 3관문까지는 차량 및 자전거 통행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세 사람은 1관문을 통하지 않고 주흘 주봉으로 오를 수 있는 “개구녁”을 찾다 이 월복사 길을 들머리로 잡게된 것이다.
혜국사 길은 완만하지만 월복사 길은 급경사다. 게다가 정상 부근에서 너덜을 만나게 되어있다. 하지만 어쩌랴.... 온씨는 산신령께 모든 것을 맡기고 정해진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모르고 가다 뒤통수 맞는 것 보다 마음의 준비라도 하고 맞는 것이 낫다. 월복사를 지나쳐 얼마간 산판길을 오르다가 넓은 공터를 만나 온씨는 차를 세운다. 차문을 열고 자전거를 꺼낸다. 20킬로가 넘는 육중한 쇠덩어리가 가파른 산판길 위로 철푸덕 끌려 내려온다.
땅바닥에 누운 자신의 자전거를 보면서 온씨는 한번더 고개를 떨군다.
- 계속...
온씨는 전날 저녁부터 유난히도 몸이 무겁고 피곤했다. 이미 마음이 떠난 연인에게 겉치레의 데이트 약속을 한 것처럼 죄책감이 곁든 후회도 들었다. 잠자리에 들면서 온씨의 피로와 부담감과 후회는 극에 달하였다.
그러나 온씨의 몸만은 개척질의 깊은 추억을 잊지 않고 있었던 것인지, 장도에 오를 날 첫새벽이 되자 그의 팔다리는 전날의 피로를 말끔히 털고 팔팔하게 되살아나 주었다. 새벽6시 15분, 20킬로그램을 넘나드는 내리막 전용 자전거와 각종 보호장비들을 차에 싣고 온씨는 경상북도 문경으로 출발한다.
가는 도중에도 온씨는 벌여놓은 직장 일들에 대한 부담감이 뻐근하게 머릿속을 짓누르는 바람에 도무지 신바람을 낼 수가 없었다. 원래 주말의 휴식이란 건 모름지기 CF에서도 나오듯이 주중에 할 일을 말끔히 끝낸 후에 “열씨미 일한 당신, 떠나라!...”가 되어야 하건만, 온씨는 제대로 매듭지워진 일 하나 없이 떠나는 주말의 행락이 참으로 송구할 따름이었다.
이런저런 분주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윙윙거리던 차에 벌써 온씨의 자동차는 중부내륙고속도로 문경새재IC를 빠져나오고 있었다. 톨게이트 뒤편으로 솟아오른 주흘산의 위용이 온씨의 눈을 압도했다.
오른쪽 제일 끝머리 뾰족 봉우리가 온씨가 올라가야 할 해발 1075미터의 주흘산 주봉이다. 저길 올라간다고... 20킬로그램짜리 다운힐 자전거를 끌고..??
“죽었다...”
온씨는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떨구었다.
톨게이트를 빠져나오자 눈에 익은 자동차 위에 자전거 두 대가 솟대 마냥 서있는 것이 보인다. 토씨와 바씨다. 반갑다. 온씨는 바씨를 처음 보지만, 자신과 피가 비슷한 사람임을 한번에 알아차린다. 토씨는 너스레를 떨면서 투혼 팔찌를 돌렸다. 그냥 빨간 고무줄일 뿐이지만 그것이 팔뚝에 둘러지니 마치 무슨 부적처럼 알지 못할 힘이 솟구치는 듯하였다.
세 사람은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고 다시 차에 올라 밥먹을 곳을 찾았다. 파이팅 타이밍이 좀 적절치 못했던 것이다. 기껏 밥먹으러 가자고 그리도 비장하게...그나저나 한국사람들은 왜 시도 때도 없이 싸우자고 아우성인지 모르겠다.
하여간 아침을 먹은 세 사람은 오름길을 잡는다. 문경읍 지곡리 월복사 길을 들머리로 택한 세 사람은 토씨의 차를 문경읍내에 세우고 온씨의 차와 함께 월복사로 향하는 콘크리트 길을 달린다.
주흘산으로 오르는 가장 편안한 오름길은 조령제1관문을 지나 혜국사, 대궐터를 거쳐 주봉에 이르는 코스다. 그러나 조령1관문에서 3관문까지는 차량 및 자전거 통행이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세 사람은 1관문을 통하지 않고 주흘 주봉으로 오를 수 있는 “개구녁”을 찾다 이 월복사 길을 들머리로 잡게된 것이다.
혜국사 길은 완만하지만 월복사 길은 급경사다. 게다가 정상 부근에서 너덜을 만나게 되어있다. 하지만 어쩌랴.... 온씨는 산신령께 모든 것을 맡기고 정해진 운명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모르고 가다 뒤통수 맞는 것 보다 마음의 준비라도 하고 맞는 것이 낫다. 월복사를 지나쳐 얼마간 산판길을 오르다가 넓은 공터를 만나 온씨는 차를 세운다. 차문을 열고 자전거를 꺼낸다. 20킬로가 넘는 육중한 쇠덩어리가 가파른 산판길 위로 철푸덕 끌려 내려온다.
땅바닥에 누운 자신의 자전거를 보면서 온씨는 한번더 고개를 떨군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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